1. 글쓰기에 관한 책을 좋아한다. 당연히 작가들에 대한 책들도 좋아한다.

 

 

1) 나를 바꾸는 글쓰기 공작소

 

 나는 종종 나를 소설가라고 소개하면, 자기가 원하는 일을 할 수 있으니 행복하겠다고 부러워하는 회사원이나 주부들을 자주 만난다. 그때마다 나는 심히 의심스럽다. ’당신은 자신이 원하는 것을 하지 않고 있단 말인가? 어떻게 원하는 것을 하지 않을 수 있단 말이지? 당신이 무의식 중에 정말로 원하는 것은, 회사원이나 주부로서 안정된 삶을 살면서 소설가나 화가를 보면, "자기가 원하는 일을 할 수 있으니 행복하겠어요!"라고 말하는 바로 그 삶이 아닐까? (19쪽)

 

 

 

 

글쓰기 책을 여러권 읽어봤지만, 그 중에서도 단연 최고로 충격적(!)인 책이다. 정말 글을 쓰고 싶은지 묻고, 묻고, 다시 한 번 묻는다. 그것이 정말 원하는 일인지 묻고, 묻고, 다시 한 번 묻는다. 실제로 문장을 고쳐가는 과정을 보여주기도 하는데, 생각보다 쉽지 않아서 뒷부분은 읽지 못 했다.

 

2) 소설을 살다

 

 

소설 쓰기가 막힐 때, 소설을 읽었다는 이승우 작가님의 말은, 답은 생각보다 가까운데 있다는 소박하면서도 중요한 깨달음을 준다.

 

 

 

 

 

 

 

 

3) 나는 쓰는대로 이루어진다 

 

 

좋은 글을 쓰기 위해서는 재미있게 사는 것이 필요하다. 글은 감흥으로 쓰는 것이기 때문이다. 좋은 사람, 갖고 싶은 것, 하고 싶은 일에 접했을 때 우리 마음에 일어나는 흥분이 고스란히 글의 행간에 저장되었다가 읽는 사람에게 전달된다. ... 사랑에 빠진 사람들이 주위에 생기와 부러움을 퍼뜨리듯, 지극한 관심을 가지고 쓴 글은 읽는 이를 자극한다. 반대로 의무감에서 혹은 관심이 덜 무르익었을 때 쓴 글은 '식은 피자'처럼 식욕을 돋우지 못한다. ... 그래서 윌리엄 진서도 '궁극적으로 글 쓰는 이가 팔아야 하는 것은 글의 주제가 아니라 자기 자신'이라고 했을 것이다. 그대, 좋은 글을 쓰고 싶으면 무엇보다 삶과 사랑에 빠져라. 생에 대한 열렬한 에너지가 독자를 매료시킬 것이니, 그것이 매력 있는 저자가 되는 첫걸음이다. (55쪽)

 

약간 (약간이 아니라 조금 많이?) 자기계발서 같은 면이 없지 않으나, 일단 읽었을 때는 글쓰기에 대한 각오를 불끈 들게하는 책이다.

 

4) 작가가 작가에게

 

 

성공적인 작가 생활을 하고 싶다면 가장 기초적인 규칙부터 마련해야 한다. 기본이 되는 규칙이 있어야 한다. ... 이 규칙은 단순하기 짝이 없는 것이다.

 

규칙 1. 매주 일정 분량의 글을 써라 (33쪽)

규칙 2. 종이에 당신의 목표를 써라!

 

왜? 종이에 당신의 목표를 적는 것만으로도 당신의 두뇌는 활성화되기 때문이다. ... 적어둔 목표를 자주 읽어보라. 매일같이 읽는 것이 좋다. 필요에 따라 우선순위를 다시 정하는 것도 좋다. 그 목표들은 항상 당신의 눈앞에 있어야 한다. 가능한 구체적일수록 좋다.

 

나는 일주일에 5,000 단어를 쓸 것이다.

3월 1일까지 소설을 끝낼 것이다.

9월 15일까지 내가 쓰는 장르를 다루는 에이전시 여섯 곳을 찾아낼 것이다.

12월 10일에 나는 가장 괜찮은 에이전시 세 곳에 원고를 보낼 것이다. (246쪽)

 

 매주 일정 분량, 매일 일정 분량의 글을 쓰는 것이 중요한 것임은 확실하다.

 

 5) 뼛속까지 내려가서 써라

 

 

 

 

 

 

 

 

 

 

 

6) 작가 수업

 

 

 

 

 

 

 

 

 

 

 

7) 안정효의 글쓰기만보

 

 

  위의 세 책은 도전했다 끝까지 읽는데 실패한 책이다. 『뼛속~』은 분위기가 심상치 않아 그만두었고 (어떤 분위기인지는 직접 읽어보시면 알시겠지만서도(^^), 약간 신비주의적 분위기라 해야 하나, 모든 예술의 종국은 그러하리라 생각하지만, 약간 으스스한 것도 사실이다. 제목부터 그렇다. 뼛속이라니...), 『작가 수업』은 내가 도서관에 신청한 책인데 안 읽혀서 끝까지 읽지 못 했다. 안정효의 책 역시 반 정도 밖에 읽지 못 했다.

 

 

 

 

 8) 나는 오직 글쓰고 책 읽는 동안만 행복했다

 

 

작가의 성장 과정에서 제일 중요한 시간들이었다. 이런 이야기를 하면서 그는 벌처럼 한마디를 쏘았다. 몸과 마음이 따가왔다.

"오직 글 쓰고 책 읽는 동안만 행복했어요." (98쪽)

 

 

 

 

 

 

 

결국 작가들은 그런 사람들이 아닐까 싶다. 오직 글 쓰고 책을 읽을 때에만 행복한 사람들. 경제적으로 압박을 받지 않는다면야 그렇게 하고 싶지 않은 사람이 어디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하지만, 사실 그것도 그렇게 쉬운 일은 아닐 테고, 돈 주면서 글 쓰고 책 읽으라하면 힘들어하는 사람들도 있을테다.

 

 

9) 우리가 보낸 순간 -소설

 

 

그러므로 쓰라. 재능으로 쓰지 말고, 재능이 생길 때까지 쓰라. 작가로서 쓰지 말고, 작가가 되기 위해서 쓰라. 비난하고 좌절하기 위해서 쓰지 말고, 기뻐하고 만족하기 위해서 쓰라. 고통 없이, 중단 없이, 어제보다 조금 더 나아진 세계 안에서, 지금 당장, 원하는 그 사람이 되기 위해서, 그리고 원하는 삶을 살기 위해서. 날마다 쓰라. (223쪽)

 

 

 

 

 

 

 

김연수의 격려는 그 누구의 격려보다 따뜻하고 포근하다. 작가로서 쓰기는 요원하고, 작가가 되기 위해서 쓴다는 것도 꿈같은 이야기지만, 원하는 삶, 더 나아진 세계를 위해 쓰라는 그의 말은 공감 100%다. 기뻐하고 만족하기 위해서 쓰고, 원하는 그 사람, 바로 그 사람이 되기 위해서 써야겠다. (그런데, 뭘?)

 

10) 유혹하는 글쓰기

 

 

위의 10권 중 다시 읽고 싶은 책 1위다. 영어 원서 이름은 『On writing』인데, 한글책 제목도 잘 뽑은 것 같다. 책 앞부분이 대부분 스티븐 킹의 어린 시절 이야기인데, 글쓰기에 대한 자전적 이야기다. 너무, 너무 재미있다.

 

 

 

 

 

 

 

 

2. 글쓰기의 최소원칙

 

1) 김훈 - 꽃은 피지 않았고, 대신 꽃이 피었다

 

'꽃이 피었다'는 것은 'Flower bloom'이라는 물리적 사실을, 그 꽃이 피었다는 물리적 사실을 객관적으로 진술한 것이고, '꽃은 피었다'는 것은 꽃이 피었다는 물리적 사실에다 그것을 들여다보는 사람의 주관적 정서가 들어가 있는 것이죠. ... '꽃이 피었다'라는 것은 사실을 진술하는 문장이고, '꽃은 피었다'는 것은 의견이나 정서를 진술하는 문장인 것이죠... 내가 쓰고자 원했던 문장은 '꽃이 피었다'였어요. 내가 이걸 만약 '꽃은 피었다'라고 썼으면 나는 망하는 것이에요. (56쪽)

정보와 사실을 명확하게 나누려는 작가의 끈질긴 노력은 대단하다고밖에 할 수 없다. 이런 치열한 노력으로 한 문장, 한 문장 만들어가니 버릴 문장이 하나도 없다. 박명수만 노장투혼이 아니다.

 

2) 김영하 - 책상 서랍에 숨겨놓을 수밖에 없는 글을 써라

 

기본적인 교육을 받은 사람이라면 문장은 쓸 수 있잖아요. 그런 정도만 되면 할 수 있는 것이 문학이고, 중요한 것은 자기를 억압하고 있는 것들에 대해 자유롭게 발언하는 거지요. 거기서 저는 기본적인 희열이 비롯된다고 생각해요. 한 마디로 말하면 해방감이죠. ... "책상 서랍에 숨겨놓을 수밖에 없는 글을 써라. 부모가 보면 안 되는 글을!" (293쪽)

김영하는 이미 자신만의 ‘문체’, 자신만의 ‘색깔’을 보유하고 있는 사람이니, 그가 문장에 대해서 가볍게 여긴다고는 생각지 않는다. 다만, 김영하는 문학에서의 중요한 방점을 ‘자유로운 표현에 대한 희열’, 즉 ‘해방감’에 찍었다고 본다.

 

3) 김수이 - 글쓰기는 말하기의 변주 형태

 

눈치챈 불들도 계시겠지만, 글쓰기는 말하기의 변주된 형태로, 글쓰기의 욕망은 말하기의 욕망과 다른 것이 아닙니다. 자신의 내면에 관해 말할 때 우리는 문학적 글쓰기의 주체가 고민하는 것과 똑같이 언어의 절대성과 무력함의 문제에 부딪칩니다. (157쪽)

글쓰기는 말하기의 변주된 형태이다. 이것은 모르는바 아니건만, 순간적으로 깜짝 놀라고 말았다. 글을 쓰고자 하는, 아니 무언가를, 내가 알지 못하는 무언가를 쓰고자 하는 내 욕망은, 무언가를 말하고자 하는 내 욕망의 변신이란 말인가. 나는 무엇을 말하고 싶어하는가. 나는 왜 말하고 싶어하는가. 나는 누구에게, 왜, 무엇을 말하고 싶어하는가. 나는 왜 말하고 싶어하는가. 나는 왜 쓰고 싶어하는가.

 

3. 이번주 <런닝맨>에서 뻘에서의 한판 승부가 벌어질 때

 

신랑은 참아가며 웃고, 딸롱이는 소리내어 웃고, 아롱이는 손으로 소파를 두들기며 웃어댔다. 김종국이 깃발에 가까이 다가가며 힘을 다해 손을 뻗었을 때, 화면이 느려지면서 이 노래가 나왔다. 고음을 그렇게 작은 소리로 떨림이나 음처짐 없이 불러낸다는 건, 불가능에 가까운 일이다. 정말 대단하다. 역시 조수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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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크아이즈 2013-09-16 21:3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단발머리님 이런 페이퍼 무척 좋아합니다.
단발머리님께서 왜 이리 글을 잘 쓰시나 했더니 다 이유가 있었네요.
글쓰기 관련 책은 아무리 자주 접해도 지겹지가 않아요. 너무 관심이 많아도 안 되는데 여하튼 전 이런 페이퍼 보면 울렁거려요. 이 중에 읽은 책은 몇 권 안 되지만 큰 도움 됩니다. 찜했어요. 고맙습니다.^^*
추석 잘 보내시어요.

단발머리 2013-09-17 09:09   좋아요 0 | URL
아...... 팜므느와르님께 이런 칭찬을 들으니 하늘로 둥둥 뜨는 기분인데요~~ 이야호!!!

팜므느와르님 따라갈려면 아~~~직도 멀었어요.
저도 그저께 읽은 책들 정리하다가 놀랐어요. 내가 이쪽 책들을 좋아하는구나, 하면서요.
끝까지 읽지 못한 책이 많아 저도 몇 권은 다시 읽어보고 싶어요.

내일부터 연휴네요.
시댁이 코앞이라 내일 아침부터 시댁에서 먹고 부침개 부치려구요.
팜므느와르님도 맛나 음식 준비만 하지 마시고, 맛난거 많이 드시고, 즐건 추석 되세요~~~
 


 

 

 

 

 

 

 

 

 

 

 

 

 

 

1. 어이구, 데뷔하실려고요? 

노래를 좋아한다. 노래하는 것을 좋아하고, 노래 듣는 것을 좋아하고, 노래 부르는 사람을 보는 것을 좋아한다. 연기가 주요한 연극이나 영화보다 내가 뮤지컬을 더 좋아하는 이유이다. 이야기는 노래로 전해질 때 더 강력해진다고 늘, 생각한다. 

노래하는 것과 노래듣는 것, 노래 부르는 사람을 보는 것 중 내가 제일 좋아하는 것은 노래하는 것이다. 그래서, 항상 주위에 폐를 끼친다. 저번주에는 엘리베이터에서 이사온 지 10개월만에 처음으로 3층에 사시는 여자분을 만났다. 3층이세요? 아, 저희 4층이예요. 저희 애들이 너무 시끄럽지요? 여기까지가 기본 멘트다. 아래층에게는 무조건 공손하게 해야 한다. (아이들한테도 항상 말한다. 5층 누른 사람은 모르는 사람이면 인사 안 해도 되지만, 3층한테는 무조건 인사해, 무조건!) 

그 분이 답한다. 아니요, 아이들 소리는 괜찮은데. 저, 피아노 소리요. 피아노를 많이 치시던데, 노래도 많이 부르시고요. 그리고는 나와 딸을 번갈아 쳐다본다. 도대체 그 노래를 부르는 사람이 누구냐 확인하려는 듯. 내가 말한다. 아, 네.... 

그 분이 말한다. 저는 노래소리가 하도 많이 나서 어디 데뷔하시려고 준비하시는 줄 알았어요. 그리곤, 또 딸과 나를 번갈아 쳐다본다. 도대체 데뷔하려는 듯 주구장창 노래 부르는 사람이 누구냐. 아, 네.... (그 와중에도 '데뷔'라는 말은 참 듣기 좋았는데, 3층 여자분의 이야기 어디에도 '잘한다'는 말은 없었다. T.T)  

지난달에 <뮤지컬 엘리자벳>을 보고와서, 악보를 구해서는 제일 유명한 넘버 <나는 나만의 것>을 신나게, 줄기차게 불러댔더니만, 아, 드디어 민원 접수되는구나. 전에 살던 아파트에서도 위아래 층에서 노래소리, 피아노 소리 때문에 전화 꽤나 오더니만. 나 혼자 부르는데도, 내 소리가 그렇게도 크고 우렁차단 말이냐. 내 피아노 터치가 그렇게 좋더란 말이냐. 
 

 

2. 그건 너의 탓이 아니야 

노란색 표지에 보통의 책보다 작고 가벼운 책을 들고 읽기 시작한다. 나는 노래를 좋아하기는 하지만, 특정 종교의 노래, 특정 양식만을 편식적으로 좋아하기에 사실 김중혁이 말하는 다양한 장르의 다양한 가수들을 알지 못한다. 그냥, 읽는 거다. 내가 김중혁을 좋아하니까, 그를 좋아하니까, 그의 이야기를 듣는 거다. 그러다가 이 구절을 읽게 됐다. 

윤상의 목소리와 피아노가 나를 위로하고 있었다. "멀어지는 기억을 잡아두려 애쓰지 말라고", 많은 게 흘러갔지만 지금 이 순간을 잘 기억하라고. 노래의 마지막 가사를 듣는데 가슴이 먹먹해지면서 핸들을 잡은 손에 힘이 들어간다. "아니 너의 탓은 아니야 그건 너의 탓이 아니야." 나에게 말해주는 것 같았다. 우리에게 생긴 일들이 누군가의 탓은 아니라고, 우린 그저 잘 받아들이는 일만 할 수 있을 뿐이라고, 그냥 흘러가는 거라고, 바람처럼, 스쳐 가는 나뭇잎처럼 그냥 지나가는 거라고, 이런 순간들, 짧은 순간들, 자전거 위에서 맞는 바람 같은 순간들. (29쪽)  

순간 뭉클해졌다. 윤상의 목소리가 김중혁에게 했던 말을, 김중혁이 나에게 하고 있었다. 
'아니 너의 탓은 아니야 그건 너의 탓은 아니야' 

지난 3주간은 지옥같은 한 철이었는데, 사정을 써 내려간다면야 A4 2장짜리지만, 요는 이 세상 마음대로 안 되는게 참 많다고 하지만, 자식 일처럼 마음대로 안 되는 건 없더라는 것이다. 이 상황이라는 것이 참 요상해서, 사건의 시작과 전개, 그리고 연관관계라는 것이 참 불투명해 내 자식을 탓할 수만도 없었는데, 그럼에도 시발점은 내 자식이었기에 나는 고개를 숙여야만 했다. 내게는 '** 어머니'라는 이름 아닌 이름이 있었으니까. 월요일 아침에는 눈이 퉁퉁 붓도록 울었고, 오후에는 어떤 엄마를 만나 위로를 받았다. 

그리고는 이 책을 만났다. 
'내 탓이 아니라고' 김중혁이 말해줬다. 

책과의 인연을 안 믿는 사람도 많을 것이다. 나는 책과의 인연을 믿는 편이다. 지금 내가, 책을 좀처럼 사지않는, 산다면 '고전'이라 불릴만한 '세계 문학'만을 고집하는 내가, 도서관에 신청도 하기 전에, 구매를 결정해 우리집, 우리집 책상 위에서 이 책을 만난건, 우연이 아니다. 

그의 목소리를 기다리는 나의 무언가가 그 책을 우리집으로, 내게로 이끌어줬다.  

우연이 아닌 필연으로 만난 그 책이, 내게 말해줬다. 
'그건 너의 탓은 아니야' 

 

3. 김중혁이 자전거를 타면서 자주 듣는다는 윤상의 노래는 

<영원 속에>다. 그런데, 내가 좋아하는 윤상의 노래는 다른 것이다. 아마도 제일 유명한 노래일듯하다. 이 글도  노래를 들으면서 쓰고 있다. 나는, 울고 싶게 만드는 이런 노래가 좋다. 

윤상이 부릅니다. 이별의 그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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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수영장 의자, 옆자리의 엄마가 꺼낸 책 <엘리베이터에 낀 그 남자는 어떻게 되었나> 

딸롱이가 6살 때 수영을 시작했다. 그 때도 9월이었으니까, 벌써 5년이 되었다. 처음에 시작할 때는 오리발 사는 데까지가 목표였는데 (자유형, 배영, 평영, 접영 네 가지 영법을 한 번 쭉 훝었을때, 오리발을 산다. 오리발을 사서, 오리발을 끼고, 자유형부터 다시 배운다. 보통 7개월 길게는 9개월 정도가 걸린다. 이 정도는 해야 시간이 조금 흐른 후에 수영을 해도 영법을 잊어버리지 않는다고 말들을 한다.), 하다보니 이렇게 오래 하게 되었다. 여자아이가 할 만한 운동이 몇 가지 없다는 것도 이유였고, 검도를 시키기에는 나이가 좀 어렸다는 것도 이유 중 하나였다. 하지만, 내가 아이들이 놀이터에서 노는 동안 앉아 기다리는 걸 싫어했다는 것이 가장 주요한 이유 중의 이유였다. 모래 놀이터가 마음에 안 들기도 했지만, 놀이터에 앉아 아이들이 노는 걸 지켜보는 게 조금 힘들었다. 아이들끼리 나가 놀라고 하고 안 나가면 되지 않냐고 말한다면야, 아, 세상이 험해서라고 말해야 하나. 

아무튼, 이렇게 수영을 오래 하다보니 제법 큰 대회에 나가 금메달, 은메달도 따오고, 규칙적으로 운동을 하다보니, 건강에도 도움이 되는 듯 하다. 다른 집 엄마들은 이제 고학년인데, 공부할 시간이 부족하지 않냐고 하는데, 우리 애들은 학원을 안 다니다 보니, 남는 게 시간, 치이는 게 시간이다. 올초부터 아롱이도 시작하게 되서, 둘 다 어푸어푸 수영을 한다. 

5년차면 대리. 나도 수영계에서 이골이 났다. (흐흐, 이골이 났다.) 처음에는 아이들 수영하는 모습을 지켜보기도 했지만, 내가 쳐다본다고 아이들 수영 실력이 느는 것도 아니고, 자세가 틀렸다고 내가 교정해 줄 수 있는 것도 아니어서, 아이들 모습이 보이는 의자에 앉아 책을 펼친다. 

평소에 책을 많이 읽는 것도 아닌데, 이런데, 예를 들면 수영장에 나와서까지 책을 읽어야하나 싶지만, 사실 그 시간이 내가 쉬는 시간이기도 하다. 내가 책 읽을 수 있는 시간. 신경이 쓰이는 건 옆에 앉은 엄마들이다. 대부분 아는 엄마들인데, 혼자 책을 쫘악! 펴기가 좀 그렇다. 다른 층에서 몇 줄 읽다 오기도 하고, 매점에 들어가서 읽기도 하는데, 요즘은 자꾸 매점 주인 아주머니께서 말을 거시고. 나는 어쩌나 하다가. 

여기까지 써놓은 걸 읽어보니 나, 좀 이상한 사람같다. 아니, 책을 읽으면 얼마나 읽는다고. 한 달에 고작 몇 권씩, 그것도 쉬운 책으로만 읽는데 그렇게까지 유난을 떨어야 하나. 하필 그 시간에, 다른 엄마들은 도란도란, 시댁, 친정, 교육, 아이들, 드라마 이야기꽃을 만발하게 피우건만 거기에서 책을 쫙! 펼친단 말이냐. 하지만, 난 수영계 입문 5년차 대리급이다. 그렇게 월수금 1시간씩 5년이면 결코 무시할 수 없는 시간이다. 딸롱이가 어렸을 때는, 언니들과 얘기하고 노는게 재미있었지만서도, 이젠 아... 오늘은 여기까지.

월요일에 (할려고 했던 이야기가 이제 나온다.^^) 수영장 로비에 들어섰더니, 저 안쪽 두 번째 의자에 DH 엄마가 책을 읽고 있는 거다. 앗싸~ 하면서 나도 옆에 앉아 책을 펼쳤다. 열심히, 뚫어져라 책을 읽다가 옆을 바라보니, 책표지가 A4 종이로 가려져 있다. DH 엄마에게 물었다. 무슨 책인데, 책을 쌌어요? DH 엄마가 말했다. 버릇이라고, 자기가 읽는 책을 남들이 보는게 싫다고. 내가 또 물었다. 그래요? 무슨 책인데요? DH 엄마가 들고 있던 책을 보여주었다. 


 

 

 

 

 

 

 

 

 

 

 

 

 

내가 읽고 있던 책 <살인자의 기억법>. 

둘 다 김영하 작가님 책이다. 이렇게 되기 참 힘든데. 엄마들 이야기 꽃이 만발한 수영장에 나란히 앉아, 같은 작가의 다른 책을 보고 있다. 하하 이런. 수영장에서 생긴 일이다. 

 

2. 살인자의 기억을 말하는 리뷰

좋은 리뷰란 어떤 리뷰일까. 짧은 내 생각엔, 리뷰를 읽은 사람이 그 책을 읽고 싶다고 느끼게 해 주는 리뷰가 좋은 리뷰인것 같다. (더 좋은 리뷰는 리뷰를 읽은 사람이 그 책을 꼭 사서 읽어야겠다고 결심하게 해 주는 리뷰다.ㅋ) 리뷰를 쓴다고 하면 좋은 리뷰를 쓰고 싶은 마음은 당연한 거다. 눈부시게 하얀 컴퓨터 화면에 한 자, 한 자 글자를 찍어나갈 때, 의미없는 글을 쓰고 싶어하는 사람이 어디 있겠는가. 그러면서 다시 생각한다. 어떻게 해야 좋은 리뷰를 쓸 수 있나. 어떤 리뷰가 좋은 리뷰인가. 

예를 들어, 내가 <살인자의 기억법>을 읽고, 그 줄거리를 요약해, 이를 테면, 이건 이거고, 저건 저건데, 알고 보니 이게 이거라서, 저게 저렇게 되었다, 라고 이야기해준다면, 우연찮게 내 리뷰를 읽게 된 어떤 사람은, 내가 읽었던 박진감 넘치면서도 생각할 거리를 주는 김영하의 이 책, 재미있으면서도 통찰력 있는 이 책, 굉장한 파괴력, 단숨에 읽히지만 긴 후유증을 남기는 (가수 이적) 이 책, 시야가 좁아질 정도의 질주를 스키드 마크도 없이 일시에 끝내버린 급정거, 폭발하는 굉음들 사이에 갑자기 찾아온 완벽한 정적같은 체험을 주는(문학평론가 권희철) 이 책을, 결국엔 읽지 못 하게 되는 것 아닌가 하는 말이다. 줄거리를 아는 것이 중요한가. 핵심 사건의 시작과 끝, 주인공의 등장과 죽음을 이해하는 것, 그것이 중요한가. 

다른 것은 잘 모르겠지만, 적어도 소설은 그렇지 않는 것 같다. 김영하의 책에서 그의 '힘'을 발견하는 가장 쉬운 방법은 그의 손을 잡고 (손을 잡고? 좋다~) 그와 함께, 그가 보여주는 세상으로 같이 걸어 들어가는 것이다. 게다가 놀랍게도, 그리고 감사하게도, 이 책은 한글로 씌여 있다.  

살인자로 오래 살아서 나빴던 것 한 가지 : 마음을 터놓을 진정한 친구가 없다. 그런데 이런 친구, 다른 사람들에게는 정말 있는 건가? (57쪽) 

굉장히 빠른 속도로 작가의 발걸음을 따라 가다가 이 구절에서 멈짓하고 말았다. 마음을 터놓을 친구, 진정한 친구. 그런 친구가 지금 내게는 있는가. 떠오르는 사람들이 있다. 내가 잘못 하는 경우에라도 나를 비난하지 않고, 나를 지지해줄 사람. 그런 사람들. 아, 다행이다. 내일, 그들을 만난다.  

은희가 평소답지 않게 말꼬리를 올린다. 저리 발끈하는 걸 보면 그놈과 같이 있었던 게 분명하다. 이제는 변명조차 하지 않는 은희. 어차피 내가 다 잊어버릴 거라고 생각하는 것이겠지. 내가 이토록 필사적으로 기억을 붙잡고 있는 줄도 모르고. 
"그놈은 푸른 수염이다."
"무슨 수염? 그 사람 수염 안 길러." 
은희는 교양이 부족하다. (100쪽) 

알츠하이머 병에 걸린 70대 노인이 자신의 딸에게 의도적으로 접근하는 살인범과 싸우고, 희미해져가는 자신의 기억과 싸우고, 자신의 경고를 무시하는 딸과 싸우면서, 그들간의 갈등과 긴장을 다루면서도 아하, 김영하 작가는 잊지 않는다. 숨가쁘게 그를 쫓아가고 있는 나를. 그의 글을 읽고 있는 나를. 그가 어쩔 수 없이 이러는 건지, 내가 그의 이런 수작(?)에 어쩔 수 없이 당하는 건지 모르겠다. 푸른 수염이라니, 아.. 교양이 부족한 은희라니.   

 

3. '작가의 말'에서 또 울컥. 

난 요즘 왜 이렇게 주제파악이 잘 안 되는지 모르겠다. 이 소설을 통해 작가가 말하고 싶은 것이 있었을테다. 물론 '작가의 말'을 통해서도 작가는 말하고 싶은게 있을테다. 하지만, 난 항상 '작가의 말'에서 울컥한다. 

변변한 벌이도 없이 습작을 하던 시절, 나는 부모에게 얹혀살았다. 오밤중에야 잠들고 해가 중천에 떠올라야 일어나는 게으른 아들과 달리 아버지는 새벽부터 일어나 집 안팎을 돌보셨다. 항상 어지러운 내 책상이 보기 싫었을 텐데 용케 잘 참으셨다. 하루는 내가 "누가 아침마다 내 책상만 치워줘도 꽤 괜찮은 작가가 될 텐데"라고 투덜거렸다. 그날부터 아버지는 이층 내 방에 올라와 책상을 말끔히 치운 후, 꽁초가 수북이 쌓인 재떨이를 비우고 물로 말끔히 씻어 다시 갖다놓으셨다. (172-3쪽)

변변한 벌이도 없이 습작을 하는 어떤 사람이 있다. 오밤중에야 잠들고 해가 중천에 떠올라야 일어난다. 뭔가 하는 것 같기는 하고, 뭔가 쓰는 것 같기는 한데, 그런 글들이 도대체 쓸모가 있는지는 모르겠다. 당연히, 돈은 많이 못 벌어온다. 하루, 이틀, 사흘, 나흘, 한 달, 두 달, 세 달, 네 달, 그리고 일년, 이년, 삼년, 사년이 지난다. 우리나라와 같이 자녀 교육에 가정 경제력의 대부분을 쏟아붓는 환경에서, 학교를 졸업한, 말 그대로 공부를 마친 아들이 집에서 이러고 있는 것을 태연히 볼 수 있는 부모가 얼마나 될까. 물론, 경제적으로 여유가 있는 집은 그렇지 않겠지만, 대부분의 경우 학교를 졸업했으면 자기의 몫을 해야 한다. 말 그대로 밥값을 해야 하는 것이다. 

 

그런데, 김영하 작가의 아버지는 그 분이 아들의 일을 얼마나 이해하셨는지는 모르겠지만, 그런 아들을, 변변한 벌이도 없이 습작을 하는 아들을 그렇게 지켜보고, 기다려 주셨던 것이다. 거기까지만 해도 대단한데, 물로 말끔히 씻어진 재떨이라니. 아들을 사랑하고, 만개할 아들을 기다려주는 아버지의 깊은 정이 느껴진다. 

결국 이렇게 멋진 일들이란, 이렇게 멋진 소설이란, 기다려준 아버지, 작가의 아버지 덕분에 세상에 나올 수 있게 된 것 같다.   

고마운 이들이 많지만, 이 소설은 작가 지망생 아들의 재떨이를 매일 비워주신 아버지에게 바치고 싶다. 내가 해외에 모무는 동안 큰 병을 앓으신 후 아직도 투병중이시다. 건강히 오래 사셔서 언젠가 아들이 '꽤 괜찮은 작가'가 되는 날을 보셨으면 좋겠다. (작가의 말, 172-3쪽) 

겸손히 말해서 그렇지, 이미 김영하 작가는 '꽤 괜찮은' 작품을 여럿 출간한 "꽤 괜찮은 작가'이다. 

 

갑자기 그의 작품에 만족할거라는데에 알사탕 1만개를 걸으셨던 야클님이 생각난다. 그의 작품이 무척이나 괜찮으니, 알사탕 1만개는 내가 야클님에게 드려야 하는건지.....

 

김영하의 작품은 단편 <옥수수와 나>만 읽어봤는데, 문학동네에서 나온 <김영하 컬렉션>에 눈이 간다. 차근히 읽어봐야겠다. 갈길은 멀고, 시간은 많다.

 

 

 

 

 

 

 

 

 

 

 

 

 

 

 

 

 

 

 

 

 

 

 

 

 

 

 

 

 

 

 

 

 

 

 

 

 

 

 

 

 

 

 

 

 

 

 

 

 

 

 

 

  

작가 이름으로 검색을 하다가 이런 좋은 책을 찾았다. <글쓰기의 최소원칙>. 

기쁘다. 상호대차 신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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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사실, 오래 살고 싶다는 말은 거짓말이다. 

여기 저기 아프다고 하면서 오래 살면 뭐하나? 
건강하게 오래 살고 싶다. 
아니다. 건강하게 오래 살고 싶다는 거짓말이다. 
건강하게 행복하게 살고 싶다. 오래? 글쎄? 얼마큼 오래? 

85세? 88세? (처음부터 너무 높이 잡았나?) 85세의 나, 상상하기 어렵다. 물론이다. 상상하고 싶지도 않다. 88세의 나? 하... 한숨이 나온다. 내 외할머니랑 친할머니는 두 분 다 키가 150센티 미만이셨고, 고만고만 도토리 키재기셨는데, 우리 할머니들은 동화책에 나오는 꼬부랑 할머니처럼 허리가 굽지는 않으셨지만, 나름대로 얼마나 귀여우셨는지 모른다. 나는? 85세의 나는? 나는 한국 여성 평균 신장보다 10센티가 큰데, 85세의 나는 어떤 할머니려나? 급 우울해진다. 

딸롱이가 사고 싶어했지만, 신랑이 만류해서, 일단 도서관에 신청했더니, 가져가시라 문자가 왔다. 신나게, 재미있게 읽었다. 정력에 대한 이야기가 많이 나온다. 딸롱이를 읽혀야하나, 말아야하나 고민하는 사이, 딸롱이는 벌써 다 읽었단다. 

 

 

 



2. 누가 더 오래 살까? 

 

 

 

 

 

 

정답은 2번. 적게 먹고 적게 움직여야 장수한다. 오늘부로 운동 불허! 


 

 

3. 계절따라 사는 법 


 

 

 

이제 가을이니까 일찍 자고 일찍 일어나야 한다. 가을에는 새나라의 어린이구나. 좋구나. 


 

 

4. 생활 습관 양생법 

 

 

 

적게 먹고 적게 말하고 적게 일하고 
적게 듣고 적게 봐라. 
많이 먹으면 몸에 독이 쌓인다. 
말을 많이 하면 기가 상하고 
몸이 피곤하면 이로울 것이 없다. 



 

5. 오늘의 실천 

 

하나하나 실천해 보자. 


오늘의 실천 : 적게 먹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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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오천년, 반만년의 역사를 이어온 나라가 

망했을 때, 어떻게 하나의 사건만이 그 일의 유일한 이유가 될 수 있겠나. 한눈에 파악하기 어려운 복잡한 정세가 있었을테고, 시간이 어느 정도 흐른 후에야 이해될 수 있는 잠재적 요인도 있었으리라. 당시 상황을 돌아볼 때, 외국 열강에 의해 주권을 침탈당하는 일이 우리나라에서만 일어난 일도 아니고, 개혁과 개방, 신문물의 경제적, 군사적 힘이 강력했던 것 또한 부인할 수 없는 일이다. 

다만, 오천년, 반만년의 역사를 이어온 나라가 망했을 때, 망해갈 때, 그 일은 단번에 이루어지지 않기에  징후라는 것이 있다고 본다. 

'전작권 연기'와 '국정원 선거 개입'이 망국의 징후라는 얘기가 아니다. 그런 일로 설마 이 나라가 망하겠는가. 전작권 연기는 미국을 사랑하는 어떤 사람들 마음 속 꿈이자, 소원이고 지속적으로 얘기되어온 부분이다. 국정원 선거 개입은 이미 밝혀진 사실 만으로도 '국가기관의 선거 개입'이라는 초유의 사건이건만, 이것 또한 부정선거가 어디 어제 오늘 일이더냐. 공교롭게도 이 두 개의 사건에 동시에 관여하고 있는 사람들은 이렇게 생각하는 것 같다. 이런 일이 뭐가 대수냐. 

그렇다. 아마도 그런 일로 이 나라가 망하지는 않을 것이다. 다만, '내란 예비 음모' 사건인가, '예비 내란 음모' 사건까지 세트로 엮을 요량이라면, 이건 진짜 막가자는 거다. 이런 험악한 분위기로 4-5년을 더 가자는거다. 역시 빨주노초파남보, 일곱 색깔 무지개, 그 중에 제일은 빨강이라.



 

2. 고집불통 시아버지와 여우 며느리의 한 판 승부는 

결국엔 일본의 승리로 마감된다. 

명성황후를 직접 만났다는 사람들은 그녀를 세련되고 지적이며 총명한 여인이었다고 기억했다. 강렬하면서도 상대를 압도하는 성격. 정세에 대한 빼어난 이해와 판단력. 위기 상황에도 잃지 않는 침착함. 그렇다. 문제는 그녀와 같은 강력한 카리스마가 집안에 한 명 더 있었다는 것. 10년 섭정을 통해 백성들의 강력한 지지를 받았으나, 권좌에서 물러나면서 며느리와 원수가 되었고, 중국에서의 유폐생활과 귀국 후 가택연금 생활에서도 권력에 대한 의지를 불살랐던 흥성대원군. 

작가님도 평하시기를 

 

보기 드문 영걸들이 한 시대에 나와 세상을 위해 쓰이지 않고

서로 싸우는 데 소진하고 말았다.(169쪽)



 

 



물론이다. 명성황후와 고종, 흥성대원군이 힘을 합쳤다 해도, 우리나라가 일본의 마수에서 벗어나기는 어려웠을수도 있다. 

영국과의 2차 영일동맹, 미국과의 가쓰라-태프트밀약, 그리고 러시아와의 포츠머스조약을 통해, 일본은 세계 열강들에게 한국 보호 즉, 한국 지배에 대한 사전 동의를 받아왔다. 일본이 침략하지 않았다면, 러시아가, 아니면 영국이 아니면 미국이, 우리를 삼키려 했을지도 모른다. 

다만, 흥성대원군과 명성황후가 힘을 합해, 당시의 정세를 정확히 파악하고, 각 세력 사이에서 균형을 잡아 지혜로운 외교를 해 왔다면, 적어도 일본의 지배가 35년보다는 짧아지지 않았을까, 그런 짧은 생각을 해 본다.  



 

3. 어떤 한 사람이 자기가 하고 싶은 일을 할 때 

설사 그 일이 '경제적 대가'를 제공받고 하는 일이라 하더라도, 그 어떤 사람이 자신의 일을 충실하게, 그리고 성실히 해 나갔을 때, 다른 사람에게 즐거움을 주고, 기쁨을 주고, 위로를 줄 수 있다. 10여년 넘는 시간을 <조선왕조실록> 그 방대한 자료를 뒤적이고, 스토리를 짜고, 인물의 특성을 잡아 그림을, 아니 만화를 그리고, 사이 사이 친절한 해설을 덧붙이고, 짬짬히 유머를 구사해 읽는 즐거움을 놓지 않게 해주신 작가 박시백님이 그러하다. 

<작가 후기> 큰 절을 작가님께 돌려드린다. 

 

 



참으로 고마웠고, 또 행복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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