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낌없이 살아보는 중입니다
임현주 지음 / 유영 / 2020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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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뉴스를 볼 때도 그렇지만, 어떤 프로그램을 볼 때 진행자가 남녀의 조합으로 있으면 가끔 물끄러미 기울기를 가늠해볼때가 있다. 주요한 흐름을 전달하는 역할은 누가 하는지, 연령대는 어떻게 되는지, 경력은 어떤지, 그들 사이의 비언어적 신호는 어떤지, 외모는 어떤지, 심지어 안경을 썼는지 아닌지 같은 것들도. 예민한가? 그렇게 생각할수도 있겠지만 반대로 당신의 무심함을 자각해보면 어떨까. 몇번만 살펴봐도 은근하고 확연한 불균형을 감지할 수 있다. 에세이에서 가장 처음 마주치게 된 "잘 버텼어."(26)라는 말과 "언제까지 선택받아야 할까?(37)"의 내용을 읽고 잠시 마음을 가다듬고 읽었다.

 

 틀에 박힌 역할을 사양(243)하는 것처럼 책의 내용은 다소 덜 정리된 분위기였다. 개인적으로는 좀 아쉬운 부분이지만 어찌보면 그때그때의 솔직한 심경을 그대로 드러낸 모습으로도 느껴진다. 책을 읽기 전과 초반부에 아나운서로 생활하면서 풀어내고 싶었던 경험과 생각을 차분한 흐름으로 묶었을 것이라 예상했던 것과는 또 달랐다. 생각의 흐름을 그대로 옮겨놓은 듯이 내용이 바뀌면서 글의 분위기도 조금씩 달라지는 것이 느껴졌다. 개성이 묻어났다. 콩국수 한 입 때문에도 화내는 면(107)이 있는, 팬 앞에서 어색해하는(222), 여성주의(194)라는 단어를 표현하는 사람이었다. 사람은 누구나 그렇지, 싶으면서도 하나같이 매력있었다.

 

 그의 다양한 면모는 책 속에 고스란히 녹아들어 가족에 대한 이야기를 할 때는 아는 지인처럼도 느껴지고, 라오스나 순천 다녀온 내용을 읽다보면 살짝 아쉬운 여행 에세이 속의 젊은 여행자의 전형적인 모습을 보이는 것 같고, '안경'에 대한 얘기를 꺼내들었을때는 또 한동안 매체에서 몇번이고 되풀이해서 조명했던 소문의 그 아나운서의 소신을 만나는 것 같았다. 그러다 문득 계속해서 평가하는 눈을 하고 있었던가 싶어 스스로도 그에게 '예쁜 여자 아나운서'라는 타이틀을 붙여놓고 선입견으로 바라본 건 아닐까 생각했다. 읽다가 잠깐 멈추고 내 안의 선입견을 찾아내는 시간도 가졌다.

 

 솔직히 최근에 읽은 몇몇 에세이들만큼 피부에 와닿는 공감을 하기는 어려웠다. 슬프게도 세대차이로 오는 엇갈림같았다. 그의 지금을 현재로 같이 나눈다면 좋겠지만 요즘은 중년에 들어서는 사람들의 관심사가 자꾸 궁금해진다. 다만 나랑 좀 다르면서도 같다고 생각하며 읽은 것 중 가장 공감을 많이 한 것이 '브래지어 없는 날(177)'의 내용이었다. 겨울이 반가운 이유 중 하나는 노브라여도 크게 불편함이 없다는 것에도 있다. 아무래도 여름처럼 옷이 얇을 때는 브래지어를 하지 않고 바깥을 나서기는 어색하다. 누가 뭐래지 않더라도 시선이 달갑지 않은 탓도 크다. 브래지어를 하지 않고 카메라 앞에 서기로 마음먹고 실천했다는 것이 또 한층 달라보였다. 대단했다.

 

 솔직히 임현주 아나운서에 대해서는 단편적인 일화와 이미지만을 알고 있었는데 책을 읽고 나니 좀 가까워진듯한 기분이 들었다. 앞으로 텔레비전에서 만나게 될 때는 어떤 생각을 어떤 태도로 드러내고 있을까 궁금해하며 볼 것 같다. 책이 완전히 만족스러운 깔끔함을 담아내지는 않았지만 아주 솔직하고 기대 이상으로 거침없는 공개였다는 점은 좋았다. 첫번째 에세이라는 말이 처음엔 어색했는데, 다음을 기대해도 괜찮을 것 같은 여지로 느껴졌다. 아마 그는 자신의 성장과 원숙해짐을 특유의 솔직함으로 담아낼 것이라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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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대의 슬픔엔 영양가가 많아요
강지윤 지음 / 봄름 / 2020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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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방음이 부족한 어느 벽 너머로 들려오는 옆집의 소음이 가끔 신경 거슬리지 않는 날이 있다. 집이 너무 조용해서 이따금 냉장고 소리가 크게 웅, 울리는 것에도 고개를 돌리게 되는 날이나 늦은 시간 자다가 혼자 깨어 있을 때 그렇다. 서로 다른 높낮이의 목소리가 이리저리 들려오면 무슨 할 말이 이렇게 많을까 싶기도 하고, 그래서 어떤 얘기를 나누고 있는걸까 싶기도 하다. '그대의 슬픔엔 영양가가 많아요'를 읽는 시간도 그랬다. 바깥에서 들려오는 소음이 오히려 내게로 보내지는 신호처럼 느끼지게 만드는 책이다. 이리저리 글자만큼의 빈공간이 있는 느슨한 책은 그게 쉴 곳 같고 숨통같다. 상처와 상실이 빼곡한 것보다야 비워져있는 것이 낫다.

 

 어린시절의 상처, 친구를 잃은 상실 그리고 '이렇게 슬픈데 내가 이렇게 살아도 될까?'라는 물음으로 시작하는 책은 제법 무겁다. 날이 추워지고, 연말이 되고, 밤이 길어지면서 우울감을 느끼는 사람들이 읽으면 공감을 많이 할 것 같은데 혹시나 그 우울이 증폭되는 것은 아닐까 싶다. 감성적인 면도 많고 희망으로 보듬고 있지만 상처와 우울에 대한 내용도 많아서 어쩔 때는 그런 감정에 휩싸이기도 하니까 조심스럽다. 나 역시 흐름은 다르더라도 책 안의 키워드가 최근 겪은 개인적인 일과 겹쳐 오랜시간 내 문제에 대해 생각하게 되는 일이 많았다.

 

 한번 실망을 안겨준 사람을 다시 믿을 수 있을까. 당연히 믿을 수 있다고 생각했는데 사실 실망을 한번 안겨준 사람 역시 같은 패턴을 바꾸기 어려울 것이고, 바뀌기 힘든 상대의 본질이 느껴질 때마다 나는 경계하고 의심할 것이다. 오랜 시간을 두고 알아온 친구에게 실망을 느끼게 된 일이 있었던 탓에 이 부분에서 한동안 머물러있었다. 어디서부터 잘못된걸까, 내가 느끼는 실망이 정당할까, 이런 생각의 변화를 상대방도 느끼고 있을까. 오랜 시간을 들여 천천히 만들어 온 관계에서 실망을 느끼니 회복에도 오랜 시간이 걸리는 것일까, 아니면 영영 이렇게 망가지게 되는걸까.

 

 이런 고민들 속에서 사람을 믿어 사기를 당한 이야기(157)를 읽으며 사람을 믿을수도 믿지 않을수도 없이 살아가는게 참 어렵구나 싶었다. 저자는 사람을 쉽게 믿는다고 했는데 내심 나는 그렇지 않아,하고 생각했다. 그런데 정말 나는 사람을 쉽게 믿지 않는걸까, 믿지 않기 위해 곁을 두지 않는걸까. 한번 상처받은 일 때문에 '불안을 가진 채 관계를 이어(159)'는 것은 마찬가지였나 하고 생각해보게 되었다.

 

 또 하나 인상깊었던 것은 '왜 종소리가 그리울까요(180)'였는데 어린시절 비슷한 추억을 공유하고 있었다. 집에서 바라보는 오르막길쪽으로 아주 오래된 작은 교회가 있었다. 그 교회의 첨탑이 집 옥상에서 잘 보이는데 어린시절 저녁무렵이면 교회에서 틀어주는 종소리-멜로디-가 좋아 소리가 들려오면 하던 일도 멈추고 옥상에 올라가 그 소리를 귀기울여 듣다가 내려오곤 했었다. 이맘때면 그 교회에서 첨탑에 색색의 전구를 달아 크리스마스 장식을 해서 밤이면 한참 추위를 참으며 그 불빛을 오래도록 바라보곤 했다. 그 기억이 떠오르는 내용이었다. 책 사진을 올려두니 지인이 책 표지가 꼭 크리스마스를 연상시킨다고 해주었는데 이런 생각을 들여다본듯한 말이라 어쩐지 더욱 호감이 갔다.

 

 빈 곳이 많은 책은 어쩐지 아쉬운데 이 책의 빈곳은 이해가 갔다. 시간이 갈수록 나랑 공감의 폭이 비슷한 사람들의 글을 당신은 당신이고, 나는 나라고 지나치지 못하게 되는 것 같다. '심리상담전문가의 치유에세이'라는 말이 판에 박힌 것 같을지 모르지만, 공감도 치유인지도 모르지만 그런 것과 상관없이 그저 공감하고 이해하며 읽어도 좋을 책이다. 무엇보다 저자가 드러낸 자신의 조각들을 조금씩 나와 맞춰보는 일이 싫지 않은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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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에도 불구하고 - 공지영의 섬진 산책
공지영 지음 / 위즈덤하우스 / 2020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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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처음에는 의아했다. 물론 안다. 솔직히말해서 '공지영'이란 이름은 유명세와, 또 그만큼의 구설도 따라붙는다. 삶이 녹록치만은 않았을 것이다. 하지만 그는 공지영이었다. 우리나라에서 가장 유명한 작가 중 한명. 그런데 그가, 그마저, 자신을 '빚더미에 오른 7년 동안의 경력 단절녀'라고 부른다. 행복은 상대적인것인가. 행복이란 뭘까. 어찌되었든, 스스로 자신이 행복하지 않다고 하면 그 사람은 그런 것이다. 비움을 얘기하는 사람이 겉에서보면 풀소유를 향유하고 있더라도, 비교하자하면 끝도 없을테니까. 비난의 말을 하나 더 얹자는 것이 아니라, 사실 처음엔 그렇게 어리둥절했다는 것이다. 
 
 달콤한 말에 또 속게되는건 아닐까 살짝 날선 눈으로 책을 읽다가 이상하게도 어느 한 부분에서 마음을 조금 열었다. H의 방문에 대한 얘기였다. 그녀에게 해준 모든 말들을 '그러네'하고 무감히 바라봤다. 그게 진짜 위로가 될까하는 마음으로. 그런데 욕조에 물을 받아 그녀에게 반신욕을 할 자리를 마련해주었다는 부분이 좋았다. 위로의 방법을 아는 사람이구나. 이렇게까지 폼나지 않을지라도 나도 언젠가 다른 누군가에게 그런 위로를 해줄 수 있는 사람이 되고 싶단 생각을 했다. 이상하게 아무리 좋은 위로의 말들을 읽었어도 혼자 반신욕을 할 시간을 준 그 위로법이 더욱 인상적이었다.
 
 그리고 공감할 사람들이 더 있을 것이라 생각하는 몸과 음식에 관한 글을 읽으며 생각이 많아졌다. 집을 관리하기 위해 청소업체의 힘을 빌리고, 혼자하는 식사도 남을 대접하듯 스스로를 대접하라는 말은 요즘 흔하게 접하는 생활팁으로 읽어넘길 수 있었는데 체중과 식욕, 부담감같은 것들에 대한 이야기는 솔직하게 많이 공감했다. 자기 자신이 어떤 모습이던 긍정하기란 쉽지 않다. 머리로는 잘 아는데 오랫동안 학습되다시피 한 사회의 가치, 기준 같은 것들을 무시할 수 없다. 이쯤되면 그건 사회만의 기준도 아니다. 정말 책에 쓴대로 저자는 '자기 자신을 이제는! 사랑하'고 긍정할 수 있을까? 
 
 그 뒤로도 계속 시선에서 벗어나 얽매였던 스스로를 깨고 또 다시 사랑하는 과정에 대한 이야기가 나온다. 다른 사람들에게서 좋은 평가를 받는 일이 중요할까, 그렇지 않을까. 나는 아직도 갈피를 잡을 수 없다. 외모에 대한 말이 어떤 방식이든 좋지 않다는 것을 안다. 나는 단호히 칭찬을 거절할줄 아는 사람이 되고 싶은 것일까, 웃으며 받아넘길 수 있는 사람이 되고 싶은 것일까. 문득 세상이 많이 달라졌다는 것을 의식한다. 사람 사는 것이 다 똑같은지 비슷비슷한 고민이 꼬리를 물고 이어지자 여전히 나는 어떻게 해야할지 결정을 내리지는 못하겠어도 그래도 나만 이런 게 아니란 생각에 안도했다.
 
 부모님과의 이야기 중 여든을 바라보는 아버지가 저자에게 한 말이 이제는 마음에 사무쳤다. 이미 자식과의 이별을 각오했다는 말. 지난 만남을 마지막 추억으로 볼 수도 있고, 또 앞으로 다른 시간을 함께 쌓을 수도 있다는 것(205). 언젠가 모든 사람들과의 이별이 정해져 있다는 것을 머리로는 알아도 받아들일 수 없어서 종종 대는 요즘의 나에게는 작은 충격이자 괴로움이었다. 정말 하루라도 더 나누지 못한 것에 대해 후회가 없을까, 아무리 최선을 다했더라도 분명 후회하겠지 싶다. 어릴 때는 몰랐던 상실의 두려움 때문에 시간이 가고 나이를 먹는 것이 싫다. 
 
 그리고 나이먹는 것이 싫은 또 하나의 이유, 늙는다는 것에 대한 이야기도 또다른 친구 S의 고민과 더불어 곁들여진다. 저자가 11살 차이의 연하 남과 연애하기를 그만둔 이야기를 읽을 때 그 유명한 미드의 가장 유명한 에피소드 중 하나가 떠올랐다. 자기 자신을 사랑하기 때문에 그동안 집착처럼 사랑했던 남자에게 먼저 이별을 고하는 '사만다'의 모습! 연하의 상대가 자신보다 그보다 더 어린 사람과 함께 있는 모습을 보며 그때 그의 머리에 스쳤을 생각들을 어렵지 않게 짐작하면서 자기 자신을 온전히 긍정하기란 매순간 어렵구나, 생각했다. 
 
 어쩌면 흔한 이야기지만 공지영의 화법으로 또 그만큼의 경험치를 가지고 풀어내는 것들을 읽어보는 시간이 나쁘지 않았다. 어떤 것들은 너무 차갑고, 지나쳤고 어떤 것들은 판에 박히고, 식상하다 생각했지만 이런 부정적인 반발을 끌어올만큼 솔직했으리라. 중년기에 접어든 사람이 읽는다면 여러모로 공감할 것이 많겠다. 그리고 딱 저자만큼 더 살아보고 다시 읽어봐야지 싶었다. 그때 읽으면 어떤 생각이 들려나 궁금해지는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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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심이 병은 아니잖아요?
이지아 지음 / 델피노 / 2020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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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완전 대범하고 쿨한 사람은 아닌데, 양심에 손을 얻고 소심한 쪽은 아닌 것 같다는 판단이 든다. 때로 자신의 소심함을 무기로 다른 사람들의 배려를 당연하게 요구하는 사람들을 만난 적 있어서 스스로를 소심하다고 칭하는 사람을 조심하는 편이었다. 모두가 다 그런 것은 아닌데 이를테면, '나 소심해서 상처 잘 받으니까 나한테는 조심해줘'라거나 '난 소심해서 그런거 못하겠어 니가 해주면 안될까?'같은 말을 하는 경우를 만날 때였다. '소심이 병은 아니잖아요?'를 오히려 되물어주고 싶은 소심들이었다. 책에서도 그런 소심함을 만나게 되면 어쩌지 싶었는데, 의외로 이런 소심함이라면 나도 사실은 아주 소심한 사람이었는데 스스로 알아채지 못했던 것이 아니었나 생각해보게 될만한 내용이었다. 
 
 처음으로 공감하고 심지어 너무 공감해서 부끄럽고 웃겼던 이야기가 '5만9천원 짜리 필통' 이었다. 세상에는 다양한 가격대의 상품이 존재하고 때로 어떤 상품은 내 기준을 아주 많이 웃도는 가격을 가지고 있다. 그런데 사람 심리라는 것이 가격이 너무 비싸서 마음에 드는 물건을 사지 못할 때에도 그게 가격 때문만은 아니라는 듯이 연기하게 되는 경우가 있지 않은가. 아, 다른 색이 있으면 딱 좋을텐데 라고 하거나 작은 부분을 찝어 이 부분이 좀 아쉽네 라고 하거나 예쁘긴한데 비슷한게 있어서 같은 말들을 괜히 해보고는 눈앞에 찍힌 놀랄만한 가격을 속으로 삼킨다. 그런데 너무 비싸서 못사겠다는 말을 차마 하지 못해 쓴물을 삼키며 5만9천원 짜리 필통을 두개나 사게 된 이야기는 공감되고 웃기고 민망한 소심함이라 처음의 경계를 내려놓고 책을 읽는 계기가 되어주었다.
 
 또하나, '아줌마' 소리를 들은 순간에 대한 경험을 담은 이야기는 다들 공감하지 않을까. 처음 그 소리를 들었을 때의 묘한 타격. 아줌마라는 말이 왜 충격과 무례로 느껴지는지 설명하기는 복잡하고 어려운데 나는 그 말을 무려 스무살적에 들은 적이 있어서 저자가 황급히 붙여놓은 " 변명해보자면, 사정이 생겨 겨우 한 달 일하고 그만뒀지만 한 달 동안 아줌마 소리를 들은 건 그때 딱 한 번이었다. 나름 아줌마 소리 들을 정도로 생기지는 않았다고 착각 또는 자부하고 있었는지도 모르겠다. 오죽하면 그 손님과 같이 왔던 일행이 "야, 어딜 봐서 아줌마냐"라고 내 마음을 대변해주기는 했다(43) " 는 글들이 웃프게 다가왔다. 아줌마가 대체 뭐길래. 아줌마 소릴 들을 정도로 생긴 것은 대체 무엇이고. 
 
 읽으면서 점점 소심이 뭘까, 이런게 소심이라면 우린 다 소심한 것 아닐까 싶은 평범한 이야기들을 만나기도 했고 '아, 이 사람은 이런 것도 고민스럽게 생각하는구나'싶게 다른 부분들도 있었다. 싸운 친구와 대형마트에서 마주친 이야기(78)나 생리현상에 대한 고민(127), 스타벅스를 싫어한다는 고백(186)같은 것들이 그랬다. 스타벅스에 대한 고백은 요즘 서브웨이에서 주문하기 같은 것들로도 종종 공감을 얻는 것 같은데 안타깝게도 먹는데 진심이 나는 맛있는 걸 맛있게 먹기 위해 이것저것 찾아보고 알아보고 그것도 안되면 물어보는 편이라 이 부분을 읽으면서는 안타까웠다. 그런데 한편으로는 시어머니와의 문제 상황(84)과 시댁에 안가고 싶다는 고백(99)를 책으로 써낸 것은 소심으로 볼 수 없는 대범함이라서 놀랐다. 
 
 책 말미에 작가 자신도 자신이 소심한가 아닌가 모르겠다고 해서 웃으며 책장을 덮었다. 거기다 마음속에 남은 뒷끝마저 탈탈 털어놓은 짧은 편지들도 구차하고 소소한 면모가 솔직해서 웃겼다. 끝내는 나쁜말 못하겠어서 맺힌 말을 최대한 부드럽게 풀어내려는 노력이 느껴졌다. 소심하긴 한가보다. 아닌가? 사람에게는 분명 여러가지 면모가 있으니, 평소 내가 소심한건 아닐까 혹은 소심해서 고민이라는 걱정이 있다면 이 자기 긍정학을 읽으며 공감도 하고 웃기도 하면서 위안을 삼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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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지하게 회사 빼고 다 재미있습니다만
롸이팅 브로 지음 / 이담북스 / 2020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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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목이나 표지, 그리고 필명까지 요즘 감성 느낌이 난다. 어쩌다 서점에 들려 매대에 오른 책을 본다면 한번쯤 눈길이 갈만하다. 저자의 트렌디함을 실감한 것은 에어비앤비 호스트 이력이나 '일탈'을 하는 파격 같은게 아닌 '인증' 사진에서였다. 자신의 경험을 이야기할 때마다 항상 사진으로 인증을 덧붙여 놓았다. 인터넷 글을 보는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아무리 썰을 풀어도 인증이 없으면 안되는, 그런.

 

 한동안 욜로가 유행했다. 요즘은 이직도 많이하고 **를 위해 다니던 회사를 그만두었다는 사람들도, 또 그들이 쓴 책도, 찍어서 올린 유튜브 영상도 많다. 직장을 그만두고 잠시 자신이 하고 싶었던 일을 하는 것은 생각보다 흔하면서 또 언제 들어도 의외인 이야기다. 지금은 '욜로하다 골로간다'는 말이 더욱 정설로 받아들여지고 있는데다가 요즘같이 어려운 코로나 시국에 직장에 딱 붙어 있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도 널리 퍼져있다.

 

 그러니 '진지하게 회사 빼고 다 재미있습니다만'하는 말을 공감은 해도 진지하게 참고를 하긴 좀 어려운 시기다. 읽으면 알겠지만 저자는 생활과 이력의 기반을 다져놓은 사람이다. 책도 낼 글빨까지도. 게다가 에어비앤비를 해볼 수 있을 화장실이 딸린 안방이 있는 집에서 살고, 대학에서 특강을 할만한 배짱이 있는, 170만명의 독자를 둔 브런치 작가이기도 한 저자가 너무나 다른 성향의 사람으로 여겨져 강건너 불구경하듯 그저 멀거니 책을 읽었다.

 

 회사 빼고 재미있는 것들이 너무나 많은 사람의 다양한 도전기를 보면서 차라리 회사를 다니는게 더 간단하겠다, 재미는 뭐 다른데서 찾으면 되겠지. 하는 생각이 가장 많이 들었다. 이것은 소심한 소극적 불평쟁이들을 위한 본격 애사심 향상 도서가 아닐까 의심도 됐다. 어떤 누군가는 영감을 받고 그래 나도 일탈하여 재밌는 일을 하며 돈을 벌겠어!하고 결심하겠지만 확실히 뭔가를 새로 시작한다는 게 쉬운 일은 아니다.

 

 에세이라고 생각했는데 자기계발서의 색이 느껴지는 책을 읽으며 자기확신과 열정, 도전의 원동력이 어디서 오는 것일까 생각했다. 다른 누군가에게는 단순하고 별볼일 없는 일을 하며 직장에서 일하는게 재밌기도 했던 내가 또 너무나 다른 사람으로 여겨지겠지. 아마 나처럼 제목에 공감하며 책을 읽다가 음, 회사 다니는 것도 나쁘지 않군. 하고 또다른 용기를 얻고는 책을 덮는 사람이 또 있을지 모르겠다. 그런 우리들도 모두 힘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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