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인의 오만 이누카이 하야토 형사 시리즈 5
나카야마 시치리 지음, 문지원 옮김 / 블루홀식스(블루홀6) / 2024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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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름만으로 읽을 필요가 있는 나카야마 시치리 작가가 쓴 경찰의학 반전미스터리. 이번엔 어떤 사회의 민낯을 보여줄지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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욕망으로 읽는 조선고전담 - 역전 흥부, 당찬 춘향, 자존 길동, 꿈의 진실게임, 반전의 우리고전 읽기 내 인생에 지혜를 더하는 시간, 인생명강 시리즈 22
유광수 지음 / 21세기북스 / 2024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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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세대학교 학부대학 교수이자 소설가인 저자는 연세대학교 국문학과를 졸업했고, 같은 대학에서 '옥루몽 연구'로 박사 학위를 받았습니다. 조선시대 말기 유행한 대중소설에 흥미를 느껴 이를 현대적으로 해석하고 되살리고 싶어 소설을 쓰기 시작했으며, "진시황 프로젝트"로 2007년 제1회 뉴웨이브문학상을 수상했습니다. 팟빵 오디오 매거진 '월말 김어준'에서 지금 시대에 맞게 해석한 고전문학을 재미있게 들려주고 있습니다. 그럼, 반전의 우리고전 읽기, <욕망으로 읽는 조선고전담>을 보겠습니다.



'흥부전'은 못된 형과 착한 동생의 우애에 관한 이야기가 아니라, 인간과 욕심, 현실과 미래, 삶과 비전에 관한 이야기입니다. 당대 판소리를 정리해 기록한 신재효의 '박타령'을 보면 부모의 유산이 많지 않았으며 지금 재산은 놀부 자신이 모두 일군 것임을 알 수 있습니다. 또한 놀부의 시각이긴 하지만 흥부가 놀고먹기만 하며 형을 의지해 살고 있다는 것도 언급됩니다. 놀부가 좋다는 것은 아닙니다. 부자가 되고 싶은 마음이 나쁜 건 아니지만, 세상 좋은 것을 모두 탐내는 것이 나쁜 것입니다. 또한 흥부도 욕심 쟁이었습니다. 자신은 아무것도 안 하면서 있어 보이고 싶고 멋져 보이고 싶고 괜찮아 보이고 싶었습니다. 모양 빠지기 싫어서 늘 척하며 호구 잡혀 살았고, 그 모든 부담을 주변에 떠넘겼습니다. 놀부와 흥부의 삶은 방식은 달랐지만 삶의 지향은 똑같았습니다. 박을 끝까지 타는 것처럼 끝없이 극단으로 달려갔습니다. 놀부는 나빴습니다. 그러나 좋은 면도 있었습니다. 흥부는 착했습니다. 그러나 역시 나쁜 면도 없지 않았습니다. 흥부나 놀부 중에서 한 명을 고르라는 것도 아니고, 둘 중 한 명처럼 살아야 하는 것도 아닙니다. 흥부 놀부가 우리이고, 그들 삶이 우리 삶이라는 것을 알려줍니다.

'홍길동전'이 우리 문학사에서 중요하게 다뤄지기 시작한 것은 일제강점기 이후 우리들의 필요에 의해서입니다. 최초의 한글소설인지, 허균이 지은 것인지에 대해 의문을 제기하고 있으나, 공식처럼 굳어져 그렇게 배우고 있습니다. 활빈당으로 대표되는 홍길동의 활동은 빈민들을 구제하고 더 나은 세상을 만들기 위해서가 아니었습니다. 그들의 삶에 공감해 그들을 도운 게 아니라 저렇게 도탄에 빠진 백성들을 제대로 구하지 못하는 무능한 당신네 양반들보다 내가 더 잘할 수 있어라는 홍길동의 정치적 시위입니다. 홍길동의 원대한 포부에는 백성을 위한 최종 목표가 들어 있지 않습니다. 그가 조정과 왕에게 요구한 것도 근본적인 제도 개혁이 아니었기에, 자신이 원했던 병조판서를 받자마자 백성들의 현실을 외면한 채 해외로 떠나버린 것입니다. 그렇다면 무엇이 당대 사람들의 마음을 매료시켰을까요. 홍길동이 활빈당이 되어 백성을 구휼한 일들 때문에 환호한 것이 아니라, 당장 죽어도 누구 하나 슬퍼하지 않을 하찮은 존재가 자기 힘과 노력으로 성장해 백성의 우두머리가 되고, 나라의 병권을 쥔 병조판서가 되고, 급기야 왕이 되어 통치한다는 성공담에 황홀해한 것입니다. 결국 사람들은 홍길동에게서 자신들의 희망을 보았기 때문입니다.




'고전'은 그저 옛이야기가 아닙니다. 우리는 교과서에 나온 고전들을 주제, 배경 등의 암기로만 대했습니다. 원전을 읽어본 사람은 많지 않을 겁니다. 그저 '흥부전'은 우애 이야기로만, '춘향전'은 열녀 이야기로만, '홍길동전'은 호부 호형과 의로운 도적 이야기로만, '구운몽'은 일장춘몽 이야기로만 알았을 겁니다. 하지만 <욕망으로 읽는 조선고전담>에서 그 모든 것을 다시 깨우쳐줍니다. '흥부전'은 인간다움이란 무엇인지, 삶은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 우리 세상은 어떠한지를 돌아보게 하며, '춘향전'은 내 몸은 내 것이라고 자각하고, 내 마음대로 하겠다며 당대 관념과 싸우고 사회와 투쟁해 나가는 과정을 이야기하며, '홍길동전'은 아무것도 아닌 자들의 마음이 투영된 영웅 이야기고, '구운몽'은 인간이라는 존재의 본질이 무엇인지를 성찰하게 합니다. 고전을 요즘 시대엔 좀 맞지 않고 고리타분하게 생각했던 선입견이 책을 읽으며 완전 바뀌었습니다. 고전다움을 제대로 느낄 수 있는, 그래서 이제까지 우리가 알던 그 고전이 맞나 생각하게 하는, 우리고전의 반전 매력을 충분히 느낄 수 있는 책입니다.



네이버카페 이벤트에 당첨되어 책을 제공받고 쓴 후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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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하라 죽이기 - #퍼뜨려주세요_이것이_진실입니다
도미나가 미도 지음, 김진환 옮김 / 라곰 / 2024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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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는 출판사 편집자로 일했으며, 디자이너, 카피라이터 등을 거쳐 <A하라 죽이기>로 일본 최대 라이트노벨 문학상인 제9회 인터넷소설대상을 수상했습니다. 그럼, <A하라 죽이기>를 보겠습니다.



하루모니아 호텔은 일본 전역의 15개 도시에 있는 제법 큰 호텔 체인으로, 우에노 역 앞에 위치한 하르모니아 우에노는 고풍스러운 건물 덕분에 이곳에서 결혼식을 하고 싶어 하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얼마 전에 하르모니아 호텔의 웨딩 부분인 예식부는 주식회사 웨딩월드라는 결혼 전문 회사에 인수되었지만 주인공 아이하라 히카루를 포함한 직원들은 파견 근무 형태로 계속 근무하고 있습니다. 일을 즐기는 히카루는 신입일 때는 전국 7위, 2년 차일 때는 3위의 계약 성공률을 기록하면서 사내에서 능력을 인정받고 있습니다. 상담받는 모든 커플의 플래너 일까지 맡는 건 물리적으로 불가능해서, 실적 좋은 플래너가 창구(신규반)에서 한 달에 서너 건의 계약을 성사시켜서 다른 플래너(미팅반)에게 일을 분배하는 방식은 효율적입니다. 그래서 히카루도 창구를 맡았고, 5월 하순에 노마구치 슈헤이와 아소 시에리 커플과 계약을 했습니다. 다음 날 팀장 오오모리의 지시로 미노 아키히코가 노마구치 커플을 맡기로 했습니다. 미노는 회사 내에서 꼼꼼하지 못한 일 처리로 실수도 자주 있고, 그로 인해 여러 문제도 발생했으며, 자신의 문제를 고치려고 하지 않는 문제 사원입니다. 하지만 무슨 이유에서인지 높은 사람들의 비호를 받아 징계를 받지 않습니다.

미노는 6월 중순부터 노마구치 커플과 내년 결혼식 당일까지 세운 계획을 일일이 자세하게 적어둔 서류인 원부의 내용을 채워가며 상담을 시작합니다. 일반적으로 결혼식 직전까지 미팅은 다섯 번 정도 하지만 노마구치 커플은 몇 개월 만에 훨씬 많은 횟수의 미팅을 가진 것을 보고 히카루는 불안했습니다. 그 걱정에 팀장에게 말했으나 담당인 미노에게 맡기라며, 히카루는 요청이 들어올 때만 지원을 하라고 합니다. 사람의 성격이나 업무 능력이 갑자기 좋아지는 경우는 거의 없습니다. 미노의 크고 작은 실수에 더해 불친절한 메이크업실, 실실 떠드는 것처럼 보인 직원들, 신랑의 막연한 오해와 규칙 위반으로 문제가 확대되었고, 실제로 발생한 실수 이상으로 노마구치 커플의 불신은 커져만 갔습니다. 결국 피로연이 끝난 6월 26일 화가 난 신랑에게 지배인 마츠시게, 오오모리 팀장, 미노가 사과를 했습니다. 마츠시게가 미노도 열심히 노력했지만 다른 한 명의 담당자인 아이하라와 제대로 소통하지 못한 부분이 있다며 비난의 대상을 분산시켜 상황을 모면하려 합니다. 결국 그의 안일한 발언은 최악의 수가 되고 맙니다.

신부의 절친이자 결혼 선배인 네기시 키미에는 6월 29일 노마구치 부부와 함께 하르모니아 측과 만납니다. 부부는 눈물까지 흘리며 사과한 미노를 대놓고 비난하기 어려웠습니다. 그래서 신랑과 미노 모두 히카루를 비난함으로써 마음이 편해졌고 마스치게와 오오모리도 아이하라 때문에 죄송했다며 사과하면 이번 일은 해결될 거라 믿었습니다. 노마구치 부부와 키미에는 자신들이 정의를 구현하고 있다며 SNS를 통해 이 일을 알리기로 합니다. '#A하라를 용서할수없다 #퍼뜨려주세요'란 해시태그를 타고 인터넷에 확산되며 A하라를 비난하던 사람들은 A하라 신상을 털면서 즐기기 시작합니다. 이 논란은 노마구치 부부가 뉴스와 잡지의 취재에 응하며 전국적으로 알게 되는데, 모든 비난을 받게 된 아이하라는 어떻게 될지, <A하라 죽이기>에서 확인하세요.



책 띠지에 있는 '현실보다 더 현실같은 소름돋는 이야기'란 문구가 이토록 와닿을 수 없습니다. <A하라 죽이기>는 인터넷소설상을 수상한 작품답게 쉽게 읽히지만, 그 안에 담긴 내용의 진정성은 소름 끼칠 만큼 무겁습니다. 요즘은 온라인상에서의 글이나 영상이 나중에 문제가 돼서 사과하고, 하던 일을 그만두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런 일은 비단 연예인이나 정치인, 인플루언서뿐만 아니라 일반 사람들에게도 마찬가지입니다. 자신이 한 일도 아닌 행동으로 온라인상에서 비난을 받아 개인정보는 물론이고 가족들의 신상까지 공개되어 정신적, 경제적 피해를 받게 된 주인공 아이하라는 회사를 믿었으나 아무런 대처를 하지 않음에 결국 법률사무소의 문을 두드립니다. SNS에서 무언가를 고발하거나 호소하는 사람은 자신이 정의를 위해 싸운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그 글을 보고 퍼나르고 댓글을 단 사람들은 팩트체크를 하지 않고 개인과 가족 신상 털기와 악의적인 말을 하면서 사명감에 취합니다. 하지만 당사자들에겐 돌이킬 수 없는 '디지털 타투'를 남깁니다. 디지털 타투란 인터넷에서 새겨진 사라지지 않는 상흔으로, 다른 사람들의 악플로 인해 평생 남을 만한 상처를 입는 것을 말합니다. 디지털 기록을 삭제함으로 원치 않는 정보로 고통받는 피해자들의 상처를 치유해 주는 '디지털 장의사'란 직업이 생겼을 정도로 SNS에서의 상처는 오래도록 남습니다. 현실에서 SNS은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에 이른 만큼 남에 대한 평가를 내리기 앞서 '팩트체크'를 해야 할 것이며, 체크가 되지 않는 사실은 퍼가기도, 댓글 달기도 하지 말아야겠습니다. 온라인상에서의 무서움을 다시 한번 느끼게 해 준 <A하라 죽이기>, 우리가 떠들던 가십이 당사자에겐 얼마나 큰 고통일지 생각해 보는 책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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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 체인저
닐 셔스터먼 지음, 이민희 옮김 / 열린책들 / 2024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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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62년 미국 브루클린에서 태어난 저자는 16세 때 가족과 함께 멕시코시티로 이주해 그곳에서 국제 학교를 다녔습니다. 이후 캘리포니아 대학교 어바인에서 심리학과 연극을 전공했습니다. 전미 도서상을 받은 "챌린저 디프"와 미국 도서관 협회 마이클 L. 프린츠상을 받은 "수확자", 미국 도서관 협회 최고의 영 어덜트 소설상을 받은 "분해되는 아이들", 보스턴 글로브 혼 북상을 받은 "슈와가 여기 있었다" 등을 포함해 30개가 넘는 다양한 상을 수상했으며, '수확자' 시리즈, "드라이", <게임 체인저>가 영화와 드라마로 제작되는 중입니다. 그럼, 넷플릭스 TV 드라마화가 예정된 <게임 체인저>를 보겠습니다.



주인공 애슐리 보먼은 티버츠빌 추나미스 고등학교 풋볼팀에서 선발로 라인맨을 맡고 있습니다. 쿼터백처럼 풋볼팀의 주인공은 아니지만 애시의 들이받기 기술은 인정받습니다. 반칙 선언을 받은 적 거의 없기 때문이죠. 절친 리오 존슨은 뛰어난 와이드 리시버로 명문 대학들의 러브 콜을 받지만 애시는 아닙니다. 이번 경기에서 애시의 들이받기 기술은 먹혔고, 그는 한순간 피가 얼음물로 뒤바뀐 듯한 느낌이 듭니다. 하지만 그 느낌은 순식간에 사라졌고 잔디에 누워 있었습니다. 애시의 팀은 이겼고, 함께 축하한 후 동료 노리스를 차에 태우고 돌아갑니다. 교차로에서 트럭과 아슬아슬하게 충돌을 피했고, 다음 정지 신호도 놓칠 뻔했습니다. 빨간색이 아닌 파란색 정지 신호입니다. 노리스는 원래 파란색이라 말했고, 집에서 확인해 보니 전부 파란색입니다. 그런데 이상한 건 생각하면 할수록 파란 이미지를 본 기억이 늘어갑니다.

다음 경기에서 쿼터백에게 태클을 먹이는 순간 애시는 똑같은 기분을 순간 느낍니다. 땅에 부딪힌 기억도, 일어난 기억도 없는데, 어느새 필드를 뛰고 있습니다. 일단 경기가 끝나고 탈의실에서 옷을 갈아입는데 학교 팀 헬멧이 다릅니다. 이상했지만 일단 집으로 가려는데, 자신의 오래된 구식 차가 BMW가 되어있습니다. 집이 어디 인지도 모른 채 차를 몰고 가는데, 쌍둥이 스케이트 보더가 동네 이름을 대면서 길을 찾아달라고 합니다. 그 지명을 듣자마자 귀에 꽂히면서 자신이 거기에 산다는 것을 깨닫습니다. 바뀐 세상에서 애시의 아빠는 프로 풋볼 선수로 6년 동안 뛰다가 은퇴했고, 그 돈으로 건강 기능 식품 사업에 뛰어들어 크게 성공했습니다. 애시는 아빠의 건강 기능 식품 가게에서 일하며 몇몇 손님에게 마약을 팔아왔습니다. 그날 저녁 어릴 적 같은 추억을 공유한 케이티에게서 저번에 말한 정지 신호에 대해 생각해 봤다며 전화가 옵니다.

이번 경기는 상대팀 지역에서 열렸습니다. 애시는 상대 쿼터백을 들이받았는데 두 번의 느낌과는 차원이 다릅니다. 존재하지도 않는 방향으로 미끄러지고 있습니다. 먼 우주에서 막 돌아왔다는 느낌이 들었지만 그 자리에 얼마나 누워 있었는지는 알 수 없었습니다. 몸을 일으키며 둘러보니 평범해 보였고 문제없어 보였습니다. 그래서 일단 경기를 진행했는데 팀원부터 시작해 응원석까지 전부가 백인입니다. 1950년대 대법원 재판에서 분리 평등을 지지했고, 인종 차별은 국법으로 남게 됩니다. 애시는 집으로 가서 인터넷에서 리오를 찾기 시작합니다.

스케이트 보더들은 차원 이동을 할수록 한 명씩 늘어났고, 그들은 애시에게 우주의 중심이 되었다고 말합니다. 총 대여섯 번 점프할 수 있는데 중심이 아니게 되면 세상은 쭉 그 상태로 머물게 된답니다. 앞으로 우주의 중심이 된 애시가 세상을 어떻게 변하게 할지, <게임 체인저>에서 확인하세요.




<게임 체인저>의 평범한 고등학생이 난데없이 우주의 중심이 됩니다. 미국에서 평범한 고등학생이라면 백인 중산층에 이성애자 풋볼 선수인가 봅니다. 애시는 풋볼 팀에서 들이받기 기술로 선발로 뛰고 있습니다. 그렇다고 대학팀이나 프로에 스카우트될 정도의 실력은 아닙니다. 어느 날 경기에서 들이받기를 행했는데, 이전과는 다른 느낌을 받습니다. 세상은 파란색 정지신호로 바뀌었고, 이 정도의 변화는 크게 문제 될 게 없을 거라 생각합니다. 하지만 다음번엔 인종차별이 된 세상으로 바뀌었고, 자신이 동성애자가 되었으며, 마약상을 다른 세상으로 보내 없앴고, 자신이 여자가 되었고, 다시 원래의 세상으로 돌아옵니다. 평범한 고등학생 애시가 흑인 절친을 잃고, 자신이 동성애자, 여성이라는 소수자가 되면서 이제까지 남의 문제였고 다른 사람의 세계였던 것들이 자신의 문제이자 자신의 세계가 됩니다. 그렇게 직접 경험을 한 후에 소수자에 대한 혐오가 어떤 것인지 몸소 이해하고 배우게 됩니다. 다른 사람의 처지에서 생각하라는 역지사지를 애시처럼 경험할 순 없지만, 모른다는 핑계에서 이제는 벗어나야 할 것입니다. '문제가 되어서는 안 된다'와 '문제가 아니다' 사이가 얼마나 큰 차이가 있는지, 나쁜 의도 없는 선의의 무지에서 그렇게 떠들고 행동하는 나의 모습을 반성하며, 나의 생각과 말과 행동에서 차별과 혐오를 인지하고 개선해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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뇌의 흑역사 - 이토록 기묘하고 알수록 경이로운
마크 딩먼 지음, 이은정 옮김 / 부키 / 2024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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펜실베이니아주립대학교에서 2013년에 신경과학 박사 학위를 취득한 저자는 같은 대학 생물행동건강과 교수로 재직하며 신경과학 및 건강과학을 가르치고 있습니다. 사람들이 좀 더 쉽고 친근한 방식으로 인간의 뇌에 접근할 수 있도록 자신의 웹사이트와 유튜브를 통해 흥미로운 신경과학 지식을 제공하고 있습니다. 그럼, 저자가 쓴 <뇌의 흑역사>를 보겠습니다.



'망상'은 누가 봐도 말이 안 되지만 환자에게는 의심의 여지 없이 사실처럼 느껴지는 믿음을 뜻합니다. 코타르 증후군은 자기 몸이 썩고 있다거나, 피 혹은 신체가 없다거나 등으로 살아 있음의 부정합니다. 환자들은 주변 세계가 이질적인 것 같다고 호소하며, 자신이 방관자가 된 듯한 단절감을 느낍니다. 이런 부조화 증상을 겪으면 우리 뇌는 상황을 파악하려고 노력하며, 그에 맞는 타당한 해석을 찾지 못한다면 이야기를 지어냅니다. 보통 사람들은 타당성 검증 기제 덕분에 내가 죽었다는 생각을 무시할 수 있지만 코타르증후군 환자의 경우에는 이 기제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 것으로 보입니다. 일반 사람들이 망상이라고 판단하는 그 믿음을 이 환자들은 확고히 믿는 것입니다. 우리는 세상을 바라보는 나의 시선이 논리적으로 합리적이며 일관적일 것이라고 당연하게 생각합니다. 그러나 신경 구조가 제대로 기능해야 인간은 이해 가능한 세계관을 만들어낼 수 있습니다. 그리고 모든 기계 부품과 마찬가지로, 이 신경 구성요소도 고장 날 수 있습니다. 단 한 번의 사건만으로도 책에 나온 환자들처럼 될 수 있습니다.

'서번트'는 프랑스어로 박식한 자를 뜻하며, 서번트증후군은 특정 영역에서 비상한 능력이나 특기를 보이지만, 그 외 영역에서는 대개 발달장애나 뇌 손상, 뇌 질환 등의 이유로 장애가 있는 사람을 일컫습니다. 태어나면서 이런 능력이 있는 사람도 있지만 뇌 손상을 입은 뒤 갑자기 서번트증후군이 나타나는 사례도 있습니다. 서번트증후군은 희귀하기 때문에 연구하기가 까다롭고, 알 수 있는 사실도 거의 없습니다.

'실인증'은 그리스어로 알지 못함을 뜻하며, 감각이나 인지 능력의 결함이 원인이 아닌 지각 또는 인지 장애를 일컫습니다. 실인증은 대개 인지의 특정 요소와 관련된 뇌 영역에 손상이 생기면 나타납니다. 각기 다른 뇌 영역이 저마다의 역할을 맡아 경험을 완성하기 때문에 어느 한 영역에 손상을 입으면 특정한 방식으로 주변 환경을 지각하지 못하게 되는 것입니다. 안면실인증, 동장맹, 동시실인증, 실음악증, 시간실인증 등의 여러 유형으로 이를 확인할 수 있습니다. 아주 단순해 보이는 정신 기능조차 뇌의 여러 영역이 관여해야 함은 물론, 여러 영역을 이어주는 건강한 네트워크도 필요합니다. 그러니 신경 활동에 지장이 생기면 필수적인 기능이 상실될 수도 있다는 사실을 잊지 말아야 합니다.




몇 년 전 아버지의 뇌에 문제가 생겨 이상행동을 하셨습니다. 다행히 수술로 완치가 되어 수술 전과 다름없는 일상생활을 하고 계십니다. 2달 넘는 시간 동안 뇌에 생긴 문제로 인해 사람이 바뀌는 것을 보고, 인간의 뇌가 엄청난 영향력이 있으면서 아주 특이한 기관임을 실감할 수 있었습니다. <뇌의 흑역사>는 뇌와 관련된 보기 드문 현상들을 실존 인물들의 사례를 통해 소개합니다. 정말 말도 안 되는 이야기처럼 보이지만 모두 실존 인물이 보인 실제 행동이란 사실에 놀랍기 그지없었습니다. 각 행동 사례를 소개하며 그 원인으로 추정되는 뇌의 작용도 설명하는데, 설명 과정에서 제시하는 가설도 저자의 개인적인 견해가 아니라 연구자들의 연구를 바탕으로 한 것입니다. 하지만 아직까지 '가설'에 그친다는 것은, 밝혀진 것보다 모르는 것이 더욱 많고, 뇌에 대한 연구가 계속되어야 함을 뜻합니다. 또한 책에 등장하는 사례들은 우리가 당연히 여기는 현실이 얼마나 깨지기 쉬운 것인지를 보여줍니다. 우리는 예기치 못한 하나의 사건으로 인해 나의 정체성, 그리고 세상을 경험하는 방식을 완전히 뒤집어 놓을 수도 있다는 사실을 모르는 채 살아갑니다. 그러니 뇌가 정상적으로 기능한다면 이 순간을 소중히 여기고, 뇌가 허락하는 모든 일을 해봅시다.




출판사로부터 제공받은 도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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