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생록
프리키 지음 / 아프로스미디어 / 2024년 1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저자는 필명처럼 다양하고 특별한 삶을 살고 싶어서 군인, 심리 도서 기획자, 영화 엑스트라, 공공 기관 직원 등을 거쳤습니다. 지금은 성찰에 삶에 다가가려고 한다는 저자가 쓴 <기생록>을 보겠습니다.



첫 번째, '국가생명연구소'는 살상 무기를 개발하는 과학자 준수의 이야기입니다. 준수는 미세 나노 반도체 칩, MCP(Mind Control Patch)을 개발했고, 이것이 인간의 뇌 속으로 침투되면 사람의 의욕과 동기 부여에 중요한 역할을 미치도록 설계했습니다. 침투한 나노 반도체는 액체처럼 흘러 다니며 지정된 조종자의 음성 명력을 따르게 되며, 원격으로 터뜨릴 수 있는 미세 플라스틱 폭탄이 함께 삽입됩니다. 일정 거리 안에서 기폭 장치의 버튼을 누르면 수초 안에 두개골은 물론이고 얼굴뼈, 목뼈와 혈관, 근육, 피부가 공기 중으로 산산조각 나 버립니다. 지하철을 타고 귀가하던 중 자신의 몸에 MCP가 설치되었고, 전화가 걸려오더니 2호 차에서 넘어온 여자를 가방 속에 있는 나이프로 찌르라고 합니다. 그렇게 하지 않으면 준수의 머리를 터뜨리겠다고요.

다섯 번째, 책의 제목이기도 한 '기생록'은 어릴 때부터 실패한 인생을 산 김팔봉의 이야기입니다. 힘든 나날을 살다가 자살을 결심한 김팔봉에게 누군가가 포도 상자를 주며 포도알을 먹으면 자신감과 용기가 생긴다고 합니다. 하지만 두 개 이상은 절대로 먹으면 안 되고, 만약 따르지 않으면 씹어서 삼킨 포도알의 양만큼 남자가 팔봉에게 흡수되어 사라진다고 합니다. 밑져야 본전이라는 생각에 면접 가기 전 포도알을 한 개 먹었고, 거짓말처럼 고양감이 차올라 합격을 했습니다. 그런데 그 이후 주변에서 이상한 일이 계속 발생합니다.




<기생록>에는 사고로 죽은 딸아이에게 복수하라고 충동질하는 '국가생명연구소', 평소 자신을 멸시하는 옆집 여자에게 복수하는 '이웃을 놀라게 하는 법', 부모와 함께 방화로 인해 죽어 원귀가 된 지훈은 청각장애가 있는 지승에게 빙의되어 청각장애를 가진 사람들을 모아 게임을 시작하는 '이 안에 원귀가 있다', 자신을 괴롭히던 아이를 살해한 죄로 촉법소년법에 의해 특별한 감화 시설에 들어간 도연이 사형 집행관이 되는 '소녀 사형 집행관', 돌연변이에게 죽은 부모님을 대신해 복수하고자 돌연변이 사냥 전문 요원이 된 현수가 괴물과 싸우는 '괴물사냥꾼', 포도알을 먹다가 결국 몸을 뺏기게 된 김팔봉과 정부 기관에서 2교대 경비 일을 하는 영도가 마주친 '기생록'까지 총 여섯 편의 이야기가 실려있습니다. 등장하는 소재는 저마다 다를지언정, 그 바탕에는 복수가 깔려있습니다. 특히 딸이 유치원에서 사고로 죽으면, 유치원 담임선생님에 대한 원망은 어쩔 수 없이 들게 마련입니다. 하지만 죽은 딸에 대한 집착과 원망만 남게 되면 사람이 어떻게 변하는지를 보여주는 이야기를 통해 사람에게 진정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 생각하게 됩니다. 어떤 행동을 하는지가 그 사람의 생각을 보여줍니다. <기생록>의 주인공들이 보여주는 행동을 보며 극단적인 사건들의 가해자들이 떠오릅니다. 왜 그 사람들에게 '화'만 남게 된 것인지를 생각하며, 현실의 어두움을 느낄 수 있어 더욱 씁쓸합니다.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고 쓴 후기입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역사 속 성 문화, 사색 - 인간의 본능은 어떻게 세상을 움직였나
강영운 지음 / 인물과사상사 / 2024년 1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1988년 경기도 남양주시 작은 서점에서 태어난 저자는 날 때부터 책에 둘러싸여, 책을 선생님과 친구로 삼으며 자랐습니다. 매일경제신문에 입사해 본업으로는 뉴스를 다루고, 부업으로는 옛날 얘기인 '사색'과 동물의 성을 다룬 '생색'을 쓰고 있습니다. 그럼, 저자가 쓴 <역사 속 성 문화, 사색>을 보겠습니다.



그리스 석상은 참 아름답습니다. 특히 다비드 상은 고대 그리스 미(美)의 기준이 무엇인지 느끼게 해주는 작품입니다. 그런데 그리스 석상을 보면 신체 하나하나 아름다움 그 자체지만, 남성성을 상징하는 성기가 유달리 작게 묘사하고 있습니다. 고대 대부분의 문명에서 성기는 다산(多産)의 상징으로 통해 클수록 선(善)으로 통했습니다. 그런데 고대 그리스 로마에서만 성기를 유독 작게 표현했는데, 그 이유는 철학의 나라였기 때문입니다. 이들에게 남성성은 신체 단련을 통한 근육질 몸매와 합리적 사고로 무장한 이성입니다. 고대 그리스인들은 불굴의 의지로 섹시한 근육질 몸매를 만든 사람과 이성과 철학을 겸비한 시민을 최고의 남자로 쳤습니다. 반면 원초적인 욕망에게 집착하는 사람은 교양 있는 그리스 시민이 아니었고, 성기는 욕망의 지표였기에 그만큼 작게 표현해야 했습니다. 고대 로마에서의 여성도 같았습니다. 가슴이 작은 여성이 이성적이고, 천과 붕대로 가슴을 세게 묶어 성장을 막았다고 전해집니다.

우리에게 '사드 후작'으로 유명한 도나시앵 알퐁스 프랑수아가 쓴 "소돔의 120일"의 육필 원고가 2017년 프랑스 파리 경매시장에 나왔습니다. 프랑스 문화부는 보물이 경매를 통해 외국으로 유출되는 걸 방지하기 위해 우리 돈 약 60억 원에 이 작품을 사들입니다. 도대체 변태적인 작품인 이 소설이 어떤 가치가 있었을까요. 당대의 악동이었던 사드 후작은 20세기의 철학자들로부터 당대의 성과 도덕에 관한 모든 기준을 무너뜨렸다는 점에서 주목받기 시작합니다. 또한 기존 소설에서 볼 수 없었던 희소성도 높게 평가한 이유 중 하나입니다. 사드는 고립주의라는 철학이 있었고, 고립주의는 '타자의 극심한 고통은 나 자신에게 아무런 의미도 없는 반면, 스스로가 경험하는 아주 미미한 쾌감은 큰 감동을 준다'라는 명제입니다. 또한 사드 작품엔 페미니즘적 요소를 발견할 수 있습니다. 우리나라에서는 1992년 고(故) 마광수의 "즐거운 사라"의 작품이 그러합니다.




<역사 속 성 문화, 사색>은 '주제/인물'로 나눠 27가지 내용을 다룹니다. 저자는 성의 역사를 조명해 보자는 취지로 사색(史色) 기사를 쓰기 시작했습니다. 항상 성에 관한 내용만 쓴 건 아니고, 위대한 왕, 귀족, 예술가들의 은밀한 사생활도 주요 주제가 됐습니다. 외국의 내용만 다룬 게 아니라 우리나라 역사 내용도 같은 주제로 함께 실어, 동서고금을 뛰어넘은 인간 본성을 느끼게 합니다. 또한 외설적인 것만 추구하는 것이 아니라 생각할 거리도 있어 한번 읽고 끝날 내용이 아닙니다. 고정관념으로 알고 있었던 사실들을 깨우치는 내용과 대중문화의 내용의 기원이 어디에서 시작되었는지 등 상식과 재미를 다 잡았습니다. 인류가 시작된 이래 인간의 본능이 세상을 움직이는 여러 모습들을 보고 느낄 수 있는 <역사 속 성 문화, 사색>입니다.




네이버카페 이벤트에 당첨되어 책을 제공받고 쓴 후기입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슬퍼하지 말아요, 곧 밤이 옵니다: 헤르만 헤세 시 필사집 쓰는 기쁨
헤르만 헤세 지음, 유영미 옮김 / 나무생각 / 2024년 1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1877년 독일 남부 뷔르템베르크의 칼프에서 태어나 목사인 아버지와 신학계 집안의 어머니 밑에서 자란 저자는 1890년 신학교 국가시험에 합격했습니다. 1892년 마울브론 수도원 학교에 입학했으나 기숙사 생활에 적응하지 못하고, 시인이 되기 위해 도망쳐 나왔습니다. 1899년 첫 시집 "낭만적인 노래"와 산문집 "자정 이후의 한 시간"을, 1904년 장편 소설 "페터 카멘친트"을 출간하며 문단에서 헤세를 주목하기 시작했습니다. 1906년 자전적 소설 "수레바퀴 아래서", 1919년 자기인식 과정을 고찰한 "데미안"과 "동화", "차라투스트라의 귀환"을 출간했고, 인도 여행을 통한 체험을 투영한 1922년 "싯타르타", 1946년 "유리알 유희"로 노벨문학상과 괴테상을 동시에 수상했습니다. 저자의 시를 필사할 수 있는 <슬퍼하지 말아요, 곧 밤이 옵니다>를 보겠습니다.



책에 실린 첫 시를 천천히 필사했습니다. 성격이 급해서 글자도 정말 빨리 쓰는데, 또박또박 쓰면서 한자 한자 음미하고자 빨리 쓰려고 하는 제 마음을 붙잡으며 천천히 썼습니다. 그래서인지 헤세가 어떤 기분으로 이런 시를 적었을지를 아주 조금, 정말 조금 느낄 수 있었습니다. 시가 말하듯이 어딘가에 안식처가 있음을 믿으니 내 마음에도 안식이 옵니다. 시가 전해주는 마음챙김이 바로 이런 것임을 알게 되었습니다.


<슬퍼하지 말아요, 곧 밤이 옵니다>는 4장으로 나눠 헤르만 헤세의 시 100편을 소개합니다. 소설, 산문을 쓰고, 그만큼 부지런히 시를 쓴 헤세는 평생 자기실현을 위해 쉬지 않고 꾸준히 노력했습니다. 그런 노력의 결과물인 글을 우리가 읽고 그를 느낍니다. 바쁘게 살아가면서, 똑같은 일상을 반복하는 와중에 잠시 눈을 들어 헤세의 시를 읽는 시간을 가져보면 좋겠습니다. 특히 필사로 조금 더 정성스러운 시간을 가진다면, 마음챙김이 저절로 될 것입니다. 




<슬퍼하지 말아요, 곧 밤이 옵니다>는 '헤르만 헤세의 시 100편'이 수록되어 있습니다. 노벨상 수상 작가이자 독일의 대문호, 한국인들이 사랑하는 작가지만 소설만 알았지, 시는 생소했습니다. 하지만 그가 시인이 되려했고, 시집을 먼저 출간했다는 것을 알면서 헤세의 시가 궁금했습니다. 이 책은 삶의 대한 애정과 존재적 고민이 담긴 헤르만 헤세의 시 100편을 따라 쓸 수 있는 필사집이라 더욱 뜻깊습니다. 게다가 양장본이여서 소장하기 좋으며, 책 표지의 노란 바탕에 그가 쓴 것으로 추정된 자주색 글씨가 대비되어 산뜻한 느낌이 듭니다. 글도 그렇지만 특히 시는 눈으로만 읽기에 아쉽습니다. 그저 스쳐지나갈 뿐이죠. 하지만 필사를 통해 한편 한편의 시를 천천히 보고, 쓰면서 시를 더 생각하는 시간을 가질 수 있습니다. 앞이 보이지 않는 이 시대를 사는 우리들에게, 평생 자신의 존재에 대한 고민과 삶을 치열하게 살고 사랑한 그의 시가 더욱 뜻깊게 다가옵니다. '쓰는 기쁨'을 오롯이 느낄 수 있는 헤세의 시로 오늘 하루를 열거나, 마무리하는 시간을 가지면 좋을 것 같습니다.



​네이버카페 이벤트에 당첨되어 책을 제공받고 쓴 후기입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명탐정의 창자 명탐정 시리즈
시라이 도모유키 지음, 구수영 옮김 / 내친구의서재 / 2024년 1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1990년 일본 지바 현에서 태어난 저자는 도호쿠 대학교 법학부 재학 중에 학내 SF·추리소설 연구회에서 활동했습니다. 첫 소설 "인간의 얼굴은 먹기 힘들다"가 제34회 요코미조 세이시 미스터리 대상 최종 후보작에 올랐고, 아리스가와 아리스, 미치오 슈스케 등 유명 추리작가들의 지지를 받아 2014년 성공적으로 데뷔합니다. 2015년 출간된 "도쿄 결합 인간"이 제69회 일본추리작가협회상 장편 부문 후보에, 2016년 출간된 "잘 자, 인면창"이 제17회 본격 미스터리 대상 후보에, 2019년 출간된 "그리고 아무도 죽지 않았다"가 2020년 본격 미스터리 베스트10 5위에 올랐으며, 2020년에 출간된 <명탐정의 창자>가 2021년 본격 미스터리 베스트10 3위에 올랐습니다. 그럼 내용을 보겠습니다.



2015년 12월 24일, 하라다 와타루는 여자친구 미요코에게서 자신의 아버지가 야쿠자라는 고백을 듣습니다. 미요코는 도쿄 대학 문학부 4학년이며, 검도부 전 주장이고, 중화요리점의 아르바이트로 일할 때 만나 3년 동안 사귀고 있습니다. 와타루는 30년 가까이 경찰에 협력해 수많은 사건을 해결한 범죄 수사 전문가 우라노 큐 탐정사무소에서 조수로 일하고 있는데, 미요코의 아버지가 남자친구 얼굴을 보잡니다. 야쿠자가 무서운 와타루는 얼버무리는데, 오카야마의 절에서 방화사건이 일어났다는 뉴스 속보를 보자마자, 우라노에게서 수사 협력 요청이 들어왔다는 전화가 옵니다. 우라노와 와타루는 이누마루 순경에게서 6명이 죽고, 1명이 전신 화상으로 의식불명의 중태라는 말을 듣습니다. 화재 장소를 살펴본 우라노는 문에 자물쇠도 없고, 피해자들이 묶인 듯한 흔적도, 상처도 없었는데, 왜 도망치지 않고 그 자리에서 죽은 것인지 의아해합니다. 26일 수사 중인 신사이바시의 여고생 살인사건에 새로운 움직임이 있어 그는 와타루에게 방화사건을 맡기고 떠납니다. 과거 이곳에서 처참한 살인사건이 벌어졌고, 그 사건은 지금도 주민들에게 영향을 끼치고 있다는 우라노의 말에 와타루는 향토자료관에서 과거의 사건을 알아봅니다. 와타루는 사건 진상을 파악하고, 방화범을 밝혔으나 우라노가 나타나 제대로 된 추리로 사건을 해결합니다. 방화사건에서 살아남은 스즈무라 아이지는 현세에서 엄청난 악행을 저지른 자는 염라대왕에게 뽑혀 귀신으로 일하도록 명령받은 인귀를 현세에 되살리는 소나 의식을 했고, 인귀들은 사람의 육체에 깃들어 큰 뉴스가 될 법한 흉악 범죄를 저지릅니다. 우라노도 인귀가 깃들은 중학생 피해자의 칼에 찔렸으나 이곳까지 와서 범인을 밝히고 결국 죽습니다.

와타루는 우라노 탐정사무소를 정리하는데, 죽었던 우라노 큐가 있습니다. 자신은 염라대왕과 거래해서 인귀들을 잡기 위해 온 반뇌의 천재 고조 린도랍니다. 와타루와 인귀들을 잡기 위해 다시 힘을 합친 둘의 이야기는 <명탐정의 창자>에서 확인하세요.




"명탐정의 제물" 30년 뒤의 이야기를 그린 <명탐정의 창자>. 전작을 읽을 필요는 없으며, 일본에서는 <명탐정의 창자>가 먼저 출간되었지만, 작품의 시대적 순서를 고려해 한국에서는 "명탐정의 제물"부터 출간했습니다. 전작의 누가 이 책에 나올까 싶어서 살펴봤는데, 결국 모른 채 책을 다 읽었습니다. 이 책을 읽은 독자의 후기에서 탐정이 동일 인물로 등장한다고 합니다. 하지만 이 인물, 우라노 큐도 첫 이야기에서 죽어버려서 황당했습니다. 제목에도 나온 명탐정이 죽어버리면 누가 남은 이야기를 이끌어 갈 것인지 의아했는데, 다행히 죽은 명탐정의 몸에 조수 와타루가 동경하는 명탐정 '고조 린도'가 깃들어 추리를 계속합니다. 이때부터 오컬트 요소가 가미되면서 지옥에서 올라온 인귀들이 벌인 흉측한 사건들을 둘이서 풀어나갑니다. 도무지 사건 해결에 성의를 다하지 않는 고조의 모습에 실망하는 와타루, 하지만 번뜩이는 추리를 보며 역시 명탐정이구나를 생각하게 하지만, 우연이 겹치거나, 어설픈 점도 보여 본격 추리소설의 틀과는 다른 점을 보입니다. 처음엔 고조가 심부름꾼 종자라며 와타루를 소개했는데, 책 마지막에서는 동료로서 인정받습니다. 첫 이야기에서 어설픈 추리를 선보인 와타루가 멋진 탐정으로 거듭나며 자신을 '탐정 하라와타'라고 소개하는 부분이 '창자'의 동음이의어며, 작가의 언어유희입니다. "명탐정의 제물"에 등장한 인물이 주인공이 되어 활약하는 스핀오프 작품인 "엘리펀트 헤드"를 일본에서 출간했으니, 한국에도 빨리 나오길 기다리겠습니다.




네이버카페 이벤트에 당첨되어 책을 제공받고 쓴 후기입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작은 나 - 마스다 미리 에세이
마스다 미리 지음, 이소담 옮김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24년 1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1969년 일본 오사카에서 태어난 저자는 일러스트레이터이자 에세이스트입니다. 진솔함과 담백함 위트로 진한 감동을 준 만화 '수짱' 시리즈가 수많은 여성들의 공감을 얻으며 베스트셀러가 되었습니다. 이후 '평균 연령 60세 사와무라 씨 댁' 시리즈와 같은 가족 만화와 여행 및 일상 에세이 등으로 폭넓은 독자들의 사랑을 받는 작가가 되었습니다. "귀여움 견문록", "매일 이곳이 좋아집니다", "사소한 것들이 신경 쓰입니다", "영원한 외출", "오늘의 인생" 등의 에세이, "걱정 마, 잘될 거야", "미우라 씨의 친구", "차와 시간" 등의 만화, 일러스트레이터 히라시와 잇페이가 함께한 "오늘의 갓짱", 그림책 "빨리빨리라고 말하지 마세요", "나의 자전거" 등이 있습니다. 그럼, 저자의 추억 소환 에세이 <작은 나>를 보겠습니다.



오늘은 초등학교 입학식. 새 원피스를 입고 가라는 엄마의 말에 나는 원피스가 싫어서 학교 가기가 싫습니다. 원피스는 중학생 같은 느낌의 세일러복이라서 혹시나 누가 중학생이 섞여 있다고 말하며 깜짝 놀랄까 봐 입기가 싫었습니다. 하지만 엄마 아빠가 곤란해지면 안 되니까 어쩔 수 없이 원피스를 입고 학교를 갔습니다. 난 1반이었고 담임 선생님은 눈이 마주치면 웃으며 고개를 끄덕여 줍니다. 내 이름이 적힌 책상에 앉아 선생님의 질문에 '저요'하고 손을 들며 대답했습니다. 다른 친구들도 모두 그랬습니다. 선생님이 다 같이 말해보자고 해서 답을 말했습니다. 나도 다른 아이들도 모두 답을 아는 게 굉장히 자랑스러워 더 이상 원피스는 걱정되지 않았습니다.

여름이 되자 비가 많이 내렸고, 초등학교 운동장에는 물웅덩이가 잔뜩 생겼습니다. 다행히 학교가 끝날 무렵 비가 그쳤지만 집으로 돌아가는 좁은 길 한가운데에 커다란 물웅덩이가 있습니다. 모두 지나가지 못하고 멈춰 선 아이들이 많았습니다. 이러면 집에 못 가는데 어쩌나 싶었는데 한 아이가 용감하게 물웅덩이 안으로 첨벙첨벙 들어가 건넜습니다. 건너편으로 간 후 '이 정도는 괜찮아!'라고 말합니다. 그러자 다른 아이도 신발을 신거나 벗은 채로 건넙니다. 망설이다가 나랑 모르는 아이 둘만 남았습니다. 어쩌지 하다가 그 아이는 물 안으로 건넜고, 나 혼자만 남았습니다. 그 아이가 '아무렇지 않아!'라고 말하며 나를 기다려 주었습니다. 그래서 나도 물웅덩이에 들어갔습니다. 신발 안으로 물이 스며들고 젖은 양말이 달라붙었지만 즐거웠습니다. 그다음부터 우리 둘은 일부러 물웅덩이에 들어가면서 길을 걸었습니다.

가을에 개미가 한 줄로 걷고 있는 것을 보고 가까운 곳에 함께 구경하던 아이와 개미 왕국을 만들어주기로 했습니다. 돌을 모아 집, 울타리를 만들고, 꽃밭도 만들어 완성했습니다. 개미를 개미 왕국에 넣었더니 처음 와 본 곳이라 놀란 듯 허둥지둥합니다. 개미 왕국의 개미들을 가만히 지켜보는데, 내가 개미를 보는 것처럼 아주 커다란 사람이 나를 위에서 보고 있다고 생각하니 기분이 이상했습니다.




어쩜 이렇게 '어린 나'를 잘 그렸을까요. 어른이 돼버린 지금 어렸을 적을 떠올려보면 거의 기억도 나지 않고 몇몇 장면만 추억으로 남습니다. 정말 장면 정도만 기억에 남아 그때의 기분과 생각은 생각나지도 않는데, <작은 나>를 읽으면서 나도 어릴 때 이러지 않았을까란 생각을 하게 됩니다. 구급차, 소방차, 경찰차가 삐뽀 삐뽀 소리를 내면서 달릴 때는 신호가 빨간 불이어도 멈추지 않아도 된다는 엄마의 말을 들은 나는 다른 사람들도 그것을 알고 있냐고 묻습니다. 모두 알고 있다고 엄마가 대답하자, '어른에게도 어린이에게도 똑같은 규칙이 있고 그걸 모두가 지킨다'라는 생각을 합니다. 그걸 정한 사람은 정말 대단하다며 순수하게 기뻐하는 '작은 나', 이런 순수한 아이의 모습이 너무나 애틋합니다. 그리고 순수한 아이의 모습을 지켜주는 부모님, 동네 어른들, 선생님들의 모습도 보기 좋았습니다. 특히 담임 선생님의 모습이 더욱 따뜻하게 다가왔습니다. 아이들을 따뜻한 눈빛으로 보며 고개를 끄덕였고, 움직임이 느려 맨 뒤에 서 있는 나에게 대단하다며 칭찬을 해주신 선생님의 말과 행동은 어린아이들에게는 크게 다가올 것입니다. 칭찬은 고래도 춤추게 하듯이, 선생님의 칭찬은 아이들의 마음을 따뜻하게 물들이고, 착한 행동을 더욱 하게 만듭니다. 어른들이 자신들의 마음을 몰라준다며 속상할 때도 있겠지만, 따뜻한 눈길로 아이들을 보는 어른들이 있다는 사실을 어린이들도 잊지 말아야겠습니다. 또한 그런 어른이 되어야겠습니다.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고 쓴 후기입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