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리의 힘 - 지리는 어떻게 개인의 운명을, 세계사를, 세계 경제를 좌우하는가 지리의 힘 1
팀 마샬 지음, 김미선 옮김 / 사이 / 2016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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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역사를 살피면서 지리가 얼마나 중요한 역할을 했는지를 보여주는 책이다. 지리의 힘으로 강대국이 된 나라도 있고, 지리 탓으로 약소국으로 전락한 나라도 있다. 무엇보다도 경제가 발전하는데 지리가 중요한 역할을 했다는 사실을 보여주고 있는데...


과학기술이 고도로 발달된 현대도 지리를 무시할 수는 없다. 왜냐하면 생산을 하더라도 교류를 해야 하는데, 이 교류를 할 때 중요한 역할을 하는 것이 지리이기 때문이다.


나라들의 국경도 지리를 중심으로 획정된 경우가 많았다. 이동이 자연스레 끊기는 지역까지가 영토인 경우가 많았던 것. 그래서 지리에서는 강과 산맥이 중요한 역할을 한다. 


강도 강 나름이다. 유럽 대륙은 강들이 서로 연결이 된 경우가 많아 여러 나라들이 교류를 할 수 있었고, 다른 나라로 뻗어나갈 수 있는 지리적 여건이 되었다고 한다. 유럽에서 상업이, 산업이 발전한 이유 중에 지리 역시 한 자리를 차지하고 있을 수밖에 없다.


반면에 아프리카 대륙은 지리로 인해서 발전이 더딘 경우라고 한다. 우선 강들이 서로 연결이 되지 않는 경우가 많고, 같은 강이라고 하더라도 얼마 가지 않아 폭포를 만난다고 한다. 연결되지 않음, 또 폭포로 위험함 등이 교류를 원활하지 않게 하는 요소가 된다.


경제가 지체될 수밖에 없는데, 그나마 지리를 기반으로 형성되었던 부족들의 생활공동체가 유럽인들의 침범과 그들이 인위적으로 나눈 국경으로 인해 많은 종족들의 갈등이 유발될 수밖에 없었다고 한다.


결국 아프리카가 지니고 있는 지리적 약점이 아프리카의 발전을 지연시켰는데, 이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식민지 잔재를 떨쳐내야 하고, 인위적으로 분할된 생활터전을 어떻게 회복할 것인지를 고민해야 한다.


반면에 지리 덕을 보고 있는 나라들이 있다. 중국과 미국이 그렇다. 나라의 크기도 크기지만 강이나 산맥으로 외국으로부터의 침략을 막을 수 있는 천연방어선이 구축되어 있으며, 대륙과 바다를 이용할 수 있는 지리적 이점이 있기에 이들 나라는 부강해질 수밖에 없다고 한다.


남미는 미국에 비하면 지리적 이점이 거의 없다시피 하고, 러시아는 가장 넓은 땅을 지니고 있지만, 그곳 지리가 그다지 좋지는 않다고 한다. 우선 러시아 땅의 많은 부분은 사람이 살기 힘든 지역이다. 또한 매우 추운 지역이고, 바다로 진출하기가 힘들다.


러시아가 부동항 건설에 집중하고 있는 이유가 여기에 있는데, 이러한 러시아의 지리를 생각한다면 우크라이나와 벌이고 있는 전쟁 역시 어느 정도는 지리에 원인이 있다고 할 수 있다. 대양으로 진출하고자 하는 러시아에게는 우크라이나가 그 길을 가로막고 있는 셈이니까.


크림반도(크름반도라고도 하니 어느 용어를 써야 할지)를 러시아령으로 삼았지만 그 사이에 우크라이나가 있다. 그래서 러시아는 크림반도와 통하는 영토를 확보하려 하고, 우크라이나는 자신들의 영토를 빼앗길 수 없기에 갈등이 일어나고 있는 것.


이렇게 지리는 중요한 역할을 한다. 이 책에 우리나라에 대한 이야기가 나오는데, 그것은 한반도가 대륙과 해양의 접점이기 때문이다. 대륙에 진출하고자 하는 세력과 해양으로 진출하려는 세력, 또 힘을 확장해가고 있는 중국과 미국이 모두 우리나라를 어느 쪽에 치우치게 하고 싶지는 않은 것.


그것이 바로 지리가 지닌 힘이다. 우주개발 시대라고 하지만 여전히 우리는 지구에서 살아가고 있고, 이 지구에서 조금 더 유리하게 지내려고 노력하고 있다. 지리가 여기에서 큰 자리를 차지하고 있는데...


그럼에도 과학기술이 발전함에 따라 지리적 약점은 극복될 수 있다. 반대로 이야기하면 지리적 장점이 더 극대화될 수 있다는 말이기도 하지만, 아직까지는 그런 기술로도 극복할 수 없는 지리적 요소가 있다.


바로 아프가니스탄이 그렇다. 소련이, 미국이 모두 아프가니스탄과 전쟁을 벌였지만 성공하지 못했다는 것. 그것은 아프가니스탄이 지닌 지리적 특성 때문이기도 하다는 것이다. 


이런 지리적 특성이 미래에 발현될 곳이 북극이라고 한다. 북극의 빙하가 녹으면서 여러 자원들뿐이 아니라 항로까지도 새로 만들어지고 있는 곳.


지금은 어느 나라의 영토라고 할 수 없지만, 이곳을 그냥 놓아두지는 않을 것이라는 것은 자명하다. 지리적 이점이 각 나라의 미래와도 연결이 되기 때문이다.


하지만 북극의 빙하가 녹는다는 것은 그만큼 지구가 살기 힘든 곳으로 변해간다는 것을 의미한다. 지리적 이점을 생각하기보다는 지구의 운명을 먼저 생각해야 하지 않을까?


많은 병법에서 지리적 이점을 이야기하지만 가장 중요한 것은 사람이라는 것을 빼놓지 않으니 말이다. 결국 사람이다. 지구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이 어떤 삶을 살 것인지, 어떻게 다른 나라 사람들과 어우러져 살아갈 것인지를 생각해야 한다.


지리를 기본으로 하되 인간이 중심에 있어야 한다는 것. 이 책을 읽으면서 더 느끼게 된다. 


조금 오래된 책이라 이 책에서 예견했던 일들이 이루어진 것도 있고, 중간에 포기된 것도 있다. 그렇지만 지리적 이점을 선점하려는 그런 활동들에 대한 이야기는 결코 가볍게 여겨서는 안 된다.


특히 대륙과 해양에 낀 한반도는 그 지리적 상황을 어떻게 활용할 것인가에 대해서 더 고민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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찰스 다윈의 비글호 항해기 (축약본) - 인류사상 가장 위대한 과학여행
찰스 다윈 지음, 장순근 옮김 / 리잼 / 2021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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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윈이 비글호를 타고 여행한 항해기를 축약한 책이다. 원문이 너무 방대해, 번역했을 때 읽는 사람이 별로 없었다고 한다. 


그래서 반복되는 내용이나 비슷한 내용을 삭제하고 축약해서 다시 발간했다고 한다. 많은 사람들이 진화론 하면 다윈이라고 하고, 다윈이 진화론의 이론을 정립하는데 갈라파고스 제도에서 관찰한 핀치 새가 중요한 역할을 했다고 하는데, 정작 다윈의 항해기를 읽어본 사람은 별로 없다.


나 역시 마찬가지다. 사실 진화론을 주장한 '종의 기원'도 읽지 않았다. 그냥 과학시간에 배운 것으만 알고 있었다고 해야 하나.


그러다가 다윈이 쓴 책을 직접 읽어야지 하는 생각을 했는데, 종의 기원을 읽기보다는 다윈의 항해기를 먼저 읽는 것이 다윈을 이해하는 좀더 쉬운 길이 아닐까 해서 이 책을 읽기 시작했다.


항해기라서 일기라고 보면 된다. 물론 다윈은 학자답게 관찰한 화석들, 식물들, 동물들, 지형에 관해서 풍부하게 서술하고 있다. 여기에 그 지역에 사는 사람들의 모습과 풍습까지도.


지금에는 쉽게 세계를 돌아다닐 수 있지만, 당시만 해도 다른 대륙으로 가는 일은 모험을 동반한 일이었다. 그것도 몇 년씩이나 걸리는 여행이 될 수도 있었다.


다윈 역시 항해를 하는데 몇 년이 걸렸다. 오랜 시간 동안 남아메리카와 호주까지 돌아다니면서 많은 관찰을 했다. 그리고 그런 관찰이 자신에게 많은 도움이 되었다고 한다.


다윈이 자신이 여행하는 곳을 주의깊게 관찰하고 있다는 점이 중요하다. 자료를 모으고, 그것들에 관해서 깊이 생각하면서 자신의 생각을 정리하고 있다.


이 책에서는 그런 점이 잘 드러난다. 이렇게 이 책은 다윈의 위대한 여정을 잘 보여주고 있다고 할 수 있다. 자신의 눈으로 직접 보고, 수집하고, 정리하는 모습. 그런 모습을 이 책에서 볼 수 있다.


마지막으로 다윈은 박물학자라면 모름지기 여행을 해야 한다고 말한다. 


'젊은 박물학자에게멀리 떨어져 있는 지역들을 여행하는 것보다스스로를 더 발전시킬 만한 방법이 없다고 생각된다' (523쪽)고 하고 있으니.


종의 기원을 읽기 전에 이 책을 먼저 읽는 것이 다윈에게 다가가기 좋겠다는 생각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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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네시스 - 우주, 지구, 생명의 기원에 관한 경이로운 이야기
귀도 토넬리 지음, 김정훈 옮김, 남순건 감수 / 쌤앤파커스 / 2024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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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주는 어떻게 시작되었는가? 이런 의문을 가진다. 무궁무진하다고 하는 우주도 처음 시작이 있었을 것인데, 그 시작을 알아내면, 지금 우리가 살고 있는 지구에 대해서도 더 잘 알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하고.


빅뱅으로 우주가 탄생했다고 하는 주장이 설득력을 얻어가고 있고, 그에 관한 증거도 많이 발견되고 있다. 그럼에도 아직도 우주는 암흑물질과 암흑에너지로 가득 차 있는 곳이라고 하는데...


빅뱅 이전에 무엇이 있었을까 하는 의문을 한다. 처음 시작을 하기 전에 존재하는 그 무엇에 대해 생각하면 더 이상 생각이 나아가지 않는다.


처음 이전에 무엇이 있다고 하면 처음은 처음이 아니라는 생각을 하기 때문인데, 빅뱅이 이루어지기 위해서는 공간이 있어야 하지 않나 하는 생각을 하게 되고, 그렇다면 그 공간은 무엇인가라는 질문으로 이어지기도 한다.


이 책은 이러한 우주 탄생의 순간을 다루고 있다. 전문적인 학술 책이 아니라 과학에 관심있는 사람이 읽을 수 있게 한 책이라고 하는데, 그럼에도 여전히 어렵다. 왜냐하면 현대에 확립된 물리학 이론들이나 천문학적 지식이 바탕이 되지 않으면 아무래도 이해하기 쉽지 않다.


읽으면서 무슨 소린가 하고 넘어가는 경우가 많았는데, 그럼에도 한 편의 서사시처럼 주욱 읽어가자 하면서 읽었다.


빅뱅. 아무 것도 없는 상태에서 시작하지 않았다. 진공에서 시작한다고 한다. 이 진공을 저자는 0에 비유한다. 0은 있으면서도 없는 숫자. 진공 역시 없음이 아니라고 한다. 이는 있는데 없고, 없는데 있는 상태라고 할 수 있다.


이 진공에서 빅뱅이 일어나고 순식간에 우주가 팽창하기 시작한다. 이때 우주를 구성하는 물질들이 있을텐데. 이 물질들이 질량을 지니게 되는 것은 뒤의 일이라고 한다.


질량을 지닌 물질이 등장하고, 그 물질들이 융합해 다른 물질을 형성해, 지금 우리가 알고 있는 원소들이 등장하기까지는 며칠이 걸린다. 이런 원소들이 등장한 다음에는 행성들이 등장하게 된다. 지금의 우주가 만들어지는 것이다.


이런 우주의 형성을 성경 창세기에 빗대어 7일로 장을 나눠 설명하고 있다. 우주 탄생의 역사를 이렇게 설명하고 있는데, 여전히 어렵지만 막연하게나마 어떤 상이 잡히기도 한다. 뚜렷한 상이 아니라 막연한, 흐려서 실체를 알 수 없는 상이기는 하지만.


결국 우리가 밝혀내지 못한 암흑물질, 암흑에너지에 대한 연구가 더 깊어져야 우주에 대해서 더 잘 알 수 있게 되지 않을까 한다.


빅뱅 당시에는 대칭이었다가 이 대칭이 깨지면서 빛이 웆에 퍼질 수 있고, 질량을 지니지 않았던 물질들이 질량을 지니게 되고, 우주가 계속 팽창하면서 다른 물질, 행성들이 나타나게 되었다는 주장.


그런 주장의 끝에 지구와 인류가 나오게 된다. 이제 지구에 살고 있는 생명체, 의심을 하는 생명체인 인간이 등장하는 것이다.


광활한 우주를 탐색하는데, 눈에 띄지 않던 물질을 벌견하는 것이 왜 중요한지, 그 물질들이 우주 탄생의 시점에 대한 비밀을 우리에게 풀어놓을 수 있다는 점을 알려주고 있다.


아직 우주의 비밀을 다 풀지는 못했지만 인류는 계속해서 우주의 비밀을 풀어나갈 것이며, 우리와 같은 생명체가 있는 우주를 발견하리라는 희망 역시 버릴 수 없음을 이 책은 보여주고 있다.


한 번 읽고 끝내는 책이 아니라 몇 번을 곱씹으면서 읽어야 할 책이다. 광활한 우주에 대한 탐구는 우리들 삶과도 관련이 있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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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지털이 할 수 없는 것들 - 재택근무의 한계부터 교실의 재발견까지 디지털이 만들지 못하는 미래를 이야기하다
데이비드 색스 지음, 문희경 옮김 / 어크로스 / 2023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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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 이후로 디지털에 관해서 많은 논의가 있다. 그 중 가장 대별되는 주장이 이제는 디지털 시대라는 주장과 아날로그가 우리 삶에 얼마나 중요한지를 알게 되었으니, 무조건적인 디지털 추구는 멈추어야 한다는 주장이다.


비대면 수업을 성공적으로 했다는 주장도 있지만 코로나19시대에 과연 수업이 성공적이었을까? 사회적 거리두기로 방역에 어느 정도 성공했다는 자평도 있지만, 사회적 거리두기로 사람과 사람이 만나지 못해 우울감이 높아졌다는 주장도 있다.


배달앱이 발달해서 집에서 음식을 시켜먹는 경우가 늘었고, 혼술, 혼밥이라는 말이 어색하지 않게 되었으며 온라인 만남도 빈번하게 일어나게 되었다. 


그런데, 이런 상황에서 이제는 비대면 시대, 디지털 시대로 완전히 전환될 거라는 기대와는 달리 현실은 그렇지 않았다.


원격수업보다는 학교에 등교하는 수업을 더 선호했으며, 혼술, 혼밥보다는 어울려 먹는 것을 더 좋아하고 있는 모습도 달라지지 않았다.


여기에 직장들도 마찬가지다. 재택근무가 일상이 될 것이라 했지만 그렇지 않다. 재택근무가 효율적일 수도 있지만 마냥 효율적이지는 않다. 사람과 사람이 만나서 이루는 효율성이 간과된 것이다.


여기에 출퇴근 시간을 그냥 버려지는 시간이라고 여기는 경우가 많았는데, 출퇴근 시간이나 잡담하는 시간이 오히려 다양한 관계를 만들어내고, 창의성을 유발하고 있음도 알게 되었다.


직장에 관한 이야기에서 저자의 이 말에 전적으로 동의한다.


'일은 이제야 그 가치를 진실로 이해할 수 있게 된 중요한 두 가지 아날로그적 특징을 갖추었다. 바로 사무실이라는 물리적 공간과 그곳에서 맺어진 인간관계다.'(43쪽)

'재택근무에는 사무실만이 아니라 사람도 빠져 있었다.'(58쪽)


사람이 빠져 있다는 것은 대면하면서 우리는 화면에서 보고 느끼는 것보다 훨씬 많은 것들을 느끼는데, 그런 것들을 느낄 수 없게 되었다는 말이다. 이렇게 코로나19로 대면의 중요성, 관계가 얼마나 중요한지를 깨닫게 되었는데, 그래서 디지털이 만능이 아님을 알게 되었지만 여전히 디지털로 전환해야 한다는 주장이 있다.


거스를 수 없는 대세. 예전처럼 기계를 부수는 일을 할 수 없는 상황. 그렇다면 디지털을 어떻게 해야할까? 그것은 바로 관계를 중심으로 하는 삶을 좀더 풍요롭게 하는 방식으로 디지털을 활용해야 한다고 한다.


하지만 이 책을 읽어보면 디지털이 우리 삶을 힘들게 할 수도 있음을 알 수 있게 된다. 우리가 생활하는 일주일, 월,화,수,목,금,토,일로 각 장을 나누어, 회사, 학교, 쇼핑, 도시 생활, 문화 생활, 대화, 휴식으로 나누어 디지털이 어떻게 우리들의 생활을 침해하고, 우리들을 힘들게 했는지를 보여주고 있다.


처음에 디지털에 환호하던 생활이 얼마 지나지 않아 단조로움과 지루함으로 변하고, 결국 집중력을 잃고 그냥 시간을 보내는 것으로 변해버렸는지를 자신의 경험과 다른 사람과의 인터뷰를 통해 설득력 있게 보여준다.


그렇다고 저자가 디지털을 무조건 배격하는 것은 아니다. 디지털로 인해서 우리 삶이 얼마나 편리해졌는지는 누구나 알고 있다. 다만, 그 편리함으로 인해 잃은 것들이 우리 삶을 힘들게 할 수 있음을 깨닫자는 것이다.


사람이 사람과 만나는 일. 만나서 공감하는 일. 공명이라는 말. 그 말을 저자는 이렇게 표현하고 있다.


'우리 몸은 진동이다. 우리의 말도 진동이다. 우리의 움직임도 진동이다. 가장 아름다운 순간의 자연은 광활한 우주가 진동하는 춤이다. 하지만 우리의 접촉을 디지털 기술로 여과시킨다면 이런 진동을 차단하게 된다. 사진을 보고 소리를 듣기는 하지만 겉으로 드러난 표면 안쪽으로 깊숙이 들어가 보지는 못한다. 코로나19 범유행 중 다들 왠지 모르게 이런 상실함을 뼈저리게 느꼈다.' (373쪽)


그렇다. 우리들은 서로 공명한다. 그러한 공명 속에서 서로가 서로를 보듬으면서 삶을 유지한다. 그것이 풍요로운 삶이고, 이렇게 관계를 맺게 하는 한 요소로 디지털이 기능해야 한다. 삶 전반을 지배하는 요소가 아니라.


[디지털이 할 수 없는 것들]이라는 제목에 영어로 쓰인 '미래는 아날로그다'로 해석될 수 있는 문장이 있다.


사람을 사회적 동물이라고 하듯이 사람은 사람과 대면하면서 살아갈 수밖에 없다. 저자는 그런 점을 코로나19로 인해 디지털이 확산된 생활의 경험을 토대로 왜 아날로그가 중요한지를 주장하고 있다.


디지털, 디지털 하는 우리 사회. 디지털이 아니면 시대에 뒤떨어진 삶을 살게 될지 모른다는 불안감을 조성하는 우리 사회에서 이 책 읽고 토론할 필요가 있다.

‘쿠번은 교육이란 학생과 교사, 학생과 학생 등 학교 공동체의 모든 당사자 사이의 관계라고 말했다. 이런 관계 안에서 정보(사실과 숫자)가 지식이 된다고 했다. 기술적 해결책은 이런 관계를 고려하지 않기에 항상 실패로 돌아가는 거라고 했다.‘(102쪽) - P102

‘디지털 교육은 정보를 전달하기 위해 설계된 시스템이지 학습을 위한 시스템이 아니다. 디지털 미래 교육의 테크노-유토피아주의는 여러 요소에서 동력을 얻는다. 이를테면 광학기술과 뒤처진다는 두려움, 탐욕, 비용 절감과 효율성을 추구하려는 동기, 교직원노동조합의 협상력에 댛나 정치화된 혐오가 작용한다. ‘(104쪽) - P104

‘오히려 교육의 미래는 정서와 관계가 학습에 더 깊이 스며들게 하고 이런 능력을 전면에 내세우는 데 달려 있다.‘(117쪽) - P117

‘과학적으로는 정서와 학습이 불가분의 관계라는 것이 충분히 입증되었다. 학교의 주요 임무는 학생들이 정서 능력을 기르고 학습에 관심을 갖도록 보살펴주는 것이다. 학교가 본연의 임무를 다하지 않으면, 다시 말해서 교육이 표준화된 시험이나 디지털 전달을 위해 정보를 암기하는 수준으로 더 축소된다면 모든 정보가 학생들의 귀로 들어가지 않을 것이고 또 학생들이 나중에 현실 세계로 나갈 때 전혀 도윰이 되지 않는 정보가 될 것이다.‘ (119쪽)

- P119

‘‘에드테크 전도사, 실리콘밸리의 리더들, 공교육제도를 해체하고 싶다고 밝힌 정치인들의 발언을 들어보면 교육의 미래는 여전히 디지털과 가상 세계로 향하는 듯하다. 코로나19 범유행으로 이미 이런 미래로 가는 방법이 입증되었고, 앞으로 기술과 교수법의 발전으로 분명 더 좋아질 거라고 했다. ... 정치인과 행정가들에게는 비용 절감과 규모의 경제와 허울 좋은 혁신이 매력적으로 보여서 하루아침에 디지털 학교를 포기할 수 없을 것이다.‘(123쪽) - P123

‘교사가 권한을 갖고 최선의 방법으로 가르칠 수 있게 해준다면 학생의 학업 성취도가 향상될 뿐만 아니라 교사직 자체도 지적으로 도전할 만하고 장래성이 있는 매력적인 직업으로서 더 많은 인재를 끌어들일 것이다.‘(125쪽) - P125

‘무엇보다도 학교의 미래는 더 정서적이고 사회적이어야 하고, 우리가 서로를 인간으로 이해하기 위한 능력을 길러주는 데 집중해야 한다. ... 학생들에게 정말로 필요한 능력이자 우리 모두에게 필요한 능력은 용기와 리더십과 공감 같은 정서 능력이다. 이런 능력이 있어야 변화무쌍한 세계에서 어떤 새로운 기술이 나와서 새로운 난관을 제시하든 잘 적응할 수 있다.‘(126쪽) - P126

‘...문화에서 빠진 요소는 관계였다. 나와 청중의 관계. 청중 사이의 관계. 모두가 같은 공간에 앉아 그 안에서 일어나는 상황을 함께 경험하면서 형성된 관계. 이것이 모든 위대한 공연 문화가 공유하는 예측 불가능성의 핵심이자 디지털 버전이 범접할 수 없는 특성이다.‘(253쪽) - P253

‘디지털 대화는 확신 편향을 강화하고 사람들을 극단으로 몰고 간다는 것이다. 그래서 의사소통의 오류가 생기고 사람들 사이의 갈등이 심해진다. 디지털 대화는 우리를 지루하게 만들고 맥락을 제거한다. 그리고 인간적인 행동을 비인간적으로 만든다.‘ (282쪽) - P282

‘...사회적 처방은 환자 중심 의학에서 가장 강력한 변화의 힘을 가진 방법이고, 모든 사회적 처방은 대화를 중심으로 일어난다.‘ (292쪽) - P29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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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13호 : 집 인문 잡지 한편 13
민음사 편집부 엮음 / 민음사 / 2024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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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


사람이 살아가는데 꼭 필요한 요소를 '의식주'라고 한다. 옷과 밥과 집. 이 중에 '집'에 대해서 이야기하고 있다.


집이란 무엇인가를 말하지 않는다. 우리가 생각하는 집은 사람이 거주하는 장소를 의미하겠지만, 한국 사회에서는 '아파트'로 대변되는 거주 공간이겠지만, 이 책은 그러한 집에 대해서 이야기하지 않는다.


물론 아파트와 비슷한 주거 공간에 대해서도 이야기한다. 왜냐하면 그러한 주거 공간을 마련하지 못하는 사람도 있기 때문이다. 전세 사기를 당한 사람들, 난개발로 쫓겨난 사람들, 최소한의 주거 공간을 마련하지 못해 길거리를 전전하는 사람들도 있다.


그렇기 때문에 그러한 주거 공간에 대해서도 이야기해야 한다. 쪽방촌과 전세, 또 집을 마련하지 못하는 청년 세대들에 대한 이야기가 이 책에 실려 있는 이유이기도 하다.


여기에 집의 범위를 넓힌다. 집은 우리 몸일 수도 있다. 종교 생활을 하는 공간일 수도 있다. 죽음을 앞둔 사람들이 자신의 몸을 의탁하는 장소일 수도 있다. 또한 지구일 수도 있다. 


이렇듯 이 책에는 집에 관한 다양한 글들이 실려 있다. 후쿠시마에 어쩔 수 없이 살고 있는 주민들 이야기도 있다. 과연 그들이 살고 있는 집은 어떤 의미를 지니고 있을까?


삶의 끝자락에 있는 사람들이 머무는 공간인 호스피스 병원은 또 어떤 의미가 있을까? 


집은 우리 몸을 머무르게 하는 데서 멈추지 않고 우리 마음까지도 받아들이는 장소다. 그런 장소는 누구나 지닐 권리가 있다. 그래서 국가는 누구나 자신이 머물 공간을 지닐 수 있게 해야 한다. 그것이 국가의 존재 이유이기도 할 것이다.


하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다. 집은 투자의 대상이 된 지 오래다. 돈으로 환산되는 사회에서 돈이 없는 사람들은 자신들의 주거 권리조차 누리기 힘들다.


점점 낮은 곳으로 이동할 수밖에 없다. 가격은 천정부지로 치솟는데, 수입은 그에 따르지 않고, 기껏 살고 있던 낡고 허름하지만 싼 집들은 개발이라는 이름으로 철거되어 버린다.


여기에 빚을 내서 전세로 얻은 집은 사기를 당해 전세금을 받지 못하는 경우도 종종 생긴다. 전세금을 받지 못하면 어디로 갈 곳이 없다. 빚더미에 올라앉게 된다.


이렇게 내몰리는 삶. 그런 내몰리는 삶이 아닌 집을 기반으로 자신의 삶을 살아갈 수 있게 하는 그런 사회가 되어야 하는데...


읽으면서 마음이 아픈 글들이 많았다. 집에 관한 현실은 여전히 어두웠으므로. 


읽으면서 존 버거의 글이 생각났다. 바로 집에 관한 이 글. 이렇게 세상의 중심인 집. 누구나 그 세상의 중심에서 아래로 위로, 앞으로 뒤로 나아갈 수 있어야 하지 않을까.


'원래 집이란 말은 세상의 중심을 의미했다. 지리적인 아닌 존재론적 의미에서 그랬다. ... 전통 사회에서는 세상의 의미있는 모든 것들은 다 실재였고, 그 세상의 밖에는 위협적인 혼돈이 존재했다. ... 집이 없으면 모든 것은 파편일 뿐이었다.'

(존 버거, 그리고 사진처럼 덧없는 우리들의 얼굴 내 가슴, 열화당. 2004년. 7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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