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많은 말을 하지 않는다. 우선 말을 하지 않으면 편하다. 몸도 편하지만 무엇보다 마음이 홀가분하다. 그렇다고 말을 전혀 하지않는 것은 아니다. 필요한 말, 책임질 수 있는 말을 한다는 말이다.

밖으로 나온 말은 힘을 가진다. 상대와 소통을 위한 내면의 울림을 전달하기 위해선 꼭 필요한 힘이다. 이 말의 힘은 하루 아침에 만들어지지 않으며 상대와의 시간의 겹을 쌓아가는 수고로움이 동반되었을때 발휘된다. 그러니 말은 당연히 무게를 지닌다. 어제와 오늘이 다르고, 아침과 저녁에 달라지면 말의 무게는 없다.

무게와 힘이 없는 말이 난무하는 세상이다. 특히 높은 목소리로 외치는 이들의 말이 허공에 맴도는 시대에 애써 말을 아낀다는 것은 말에 무게를 얹어 힘을 갖게 만드는 일이다. 무게와 힘이 있는 말은 지극히 아름답고 깊은 울림을 전한다.

'말은 무게가 있어야 한다'

당신의 한마디 말이 내 가슴에 쌓여가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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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흙탕 물이 키워낸 잎과 그 사이를 건너는 바람이 꽃을 피웠다. 꽃은 뜨거운 태양의 열기로 결실을 맺는다. 시간은 그렇게 흘러 떠나보낼 준비를 마쳤다.

8월의 시작이다. 여전히 뜨거운 햇볕으로 버거운 시간일 테지만, 그 뜨거움이 연자蓮子를 여물게 한다. 연자蓮子가 여물어 단단한 껍질 속을 부드러움으로 채워간다.

겉으로 보이는 단단함보다는 내 안의 부드러움에 주목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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얄궂다. 볕은 바늘끝 같은데 얼핏 스치는 바람결의 변화가 느껴진다. 순전히 기분탓이겠지만 조만간 실감할 것이기에 그 기운을 미리 품는다.

노랗게 물들이던 때가 엇그제 같은데 벌써 부풀어 올랐다. 결실을 위한 공간을 만드는 일이라지만 나는 황금빛으로 빛나던 꽃보다 이 열매를 더 기다렸다. 땡볕에 온실 효과일지도 모를 공간에서 여물어갈 내일을 향한 꿈에 기대를 거는 까닭이다.

7월 마지막날, 한낯 열기는 무소불위의 힘을 가졌다. 반가워할 이유도 없는데 무서울 것 없다는듯 거침없이 파고들어오는 열기에 속절없이 당하고 만다. 땡볕도 제 기세를 주체하지 못하는듯 비틀거린다. 이렇게 날뛰는 것은 갈 때가 얼마 남지않은 몸부림이라는 것을 스스로 아는 까닭이다.

염덕炎德이라며 세상을 보듬었던 조상들의 마음자리는 책 속에서만 머물고, 비 소식은 산 너머에서만 들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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긴 장마도 끝은 있다. 비를 품지 못한 구름은 더디게 움직이며 산을 넘지 못하고 있다. 덜어낼 무엇이 남은 까닭이리라. 동전의 양면이다. 이제는 여름다울 폭염을 기다린다.

푸른 하늘로 가슴을 열고 있는 연蓮이다. 색과 모양, 무엇보다 은은한 향기로 모두의 눈길을 사로 잡는다지만 그것도 잠깐의 시간이다. 하나 둘 잎을 떠나보내며 다음을 기약할 수 있다. 연실을 튼실하게 키우고 다음 생을 기약하는 일이다.

볕을 더하고 바람을 더하고 비를 더한다. 무게를 더하고 시간을 더하고 마음을 더하는 동안 깊어지고 넓어진다. 무엇인가를 더하는 것은 자연이 열매를 키워 다음 생을 준비하는 사명이다. 어디 풀과 나무 뿐이랴. 존재하는 모든 것은 현재를 살아 다음을 준비하는 것이다. 관계의 결과물이다.

깊어지는 것을 두려워하지 않아야 할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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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사한 꽃보다 꽃이 담고 있는 사연에 주목한다. 그늘진 곳에 피지만 그 화사함이 돋보여 뭇 사람들의 칭송을 받는다. 무더운 여름 한철 그렇게 사람들의 안타까운 마음에 속에서 더 붉어지는 꽃이다.

잎과 꽃이 만나지 못한다는 것으로 하여 서로를 향한 애틋한 그리움에 주목한다. 그리하여 이름도 상사화相思花라 부른다.

꽃 진자리에 잎 나고, 그 잎의 힘으로 알뿌리를 키워 꽃이 피어날 근거를 마련한다. 숙명으로 받아 안고 희망으로 사는 일이다. 어찌 그리움에 안타까움만 있겠는가. 만나지도 못하면서 서로를 더욱 가치있게 만들어 주는 것, 사랑이 이러해야 함을 스스로 증명한다.

그 어렵다는 사랑으로 살아 더 빛나는 일생이다. 한껏 꽃대 올렸으니 이제 곧 피어나리라. 잎이 준 사랑의 힘으로ᆢ.

지루한 장마라지만 때를 거스르진 못한다.

바야흐로 상사화의 계절이 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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