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지난 주 오늘, 오랜만에 친구들을 만났다. 만나서 원없이 걸었다. 다리가 아파 죽는 줄... 


2. 장소는 잠실 롯*몰. 잠실 나가본지가 언젠지 모르겠다. 오다 가다 스친 적은 있어도 거기서 누군가를 만나보기는 몇십 년만에 처음 있는 일은 아닐까 싶다.


3. 잠실하면 떠오르는 건 종합운동장일까? 나는 롯*월드나 석촌호수가 생각나던데. 호수가 있다는 것만으로도 그곳은 참 매력적이다. 앞으로 우리들의 모임을 그쪽으로 하자고 했다. 그렇게 되면 친구 한 놈을 빼면 조금 먼 곳에서 오는 건데 그렇더라도 그게 훨씬 좋겠다 싶었다. 그동안 우린 만난다면 강남이었다. 좀 촌스러운가? ㅎ


4. 앞서 한 놈이란 친구와 얘기를 나누다 얼마 전 메디치상을 받은 한강 작가의 얘기가 나왔다. 그 친구는 지난 여름 내 책을 읽고 내가 책을 더 내기를 바라는 마음을 얘기한 건데 그 말끝에 그런 큰 상을 받은 한강 작가가 자랑스러워(난 아직 한강 작가의 작품을 읽지 못했다.) 내가 아무 생각없이 꺼낸 말이었다. 그러자 그 친구가 "한강 작가가 네 친구야?" 한다. 아, 이렇게 민망할 수가. 한강 작가가 그리된 줄은 나 같이 책 좋아하는 사람이나 아는 거지 일반인이 알 리가 없지 않은가. 더구나 그녀는 문학계의 성덕이고 나는 그저 일개의 평민일뿐인데 그 친구는 내가 오래 전 책을 내고 대본 좀 써 봤다는 이유만으로 그 작가와 내가 친구인 줄 안다. 

이 친구야, 난 한강이 내 친구이기 보다 네가 내 친구인게 더 좋아. 


5. 올해는 크리스마스 분위기를 일찌감치 내는 것 같다. 이게 뭐 예수님 오신 것을 예비하기 위한 분위긴가? 불경기에 돈 좀 쓰라는 분위기지. 물가가 싸야 뭘 좀 해 보지. 당췌 옴짝달싹을 할 수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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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ek0501 2023-11-18 23:06   좋아요 1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재밌네요. 후하하~~
저, 페크예요. 잠자려고 누웠다가 첫 댓글 쓰려고 폰으로 누운 채 씁니다.
굿나잇!!

stella.K 2023-11-19 18:27   좋아요 1 | URL
앗, 고맙습니다. 일부러 댓글을 써 주시다닛!^^

책읽는나무 2023-11-19 06:23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귀엽습니다.ㅋㅋㅋ
근데 한강 작가님은 친구라고 거짓말을 하기에도 너무 넘사벽인 후덜덜 존재인 것 같아요.ㅋㅋ

stella.K 2023-11-19 18:30   좋아요 1 | URL
그 친구가 원래 귀엽게 생겼습니다. 마음씨도 좋고. ㅎㅎ
그렇죠. 한강 작가는 성덕이며 넘사벽이죠.ㅠㅋ

cyrus 2023-11-20 06:42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저는 주말에 자주 가는 책방이 <일글책>과 <직립보행> 두 곳뿐인데 거기 가면 저만큼 책을 좋아하는 사람들을 만나요. 책 얘기도 하고 요즘 돌아가는 사회에 대해서도 얘기하고, 정말 다양한 주제로 대화를 나눠요. 지난 주말도 <일글책>과 <직립보행>에 갔는데 생각해 보니 최근에 상 받은 한강의 소설에 관해 얘기한 적이 없었어요. ^^

stella.K 2023-11-22 14:37   좋아요 0 | URL
아주 주말을 알차게 보내고 있구나.

사실 나도 한강의 채식주의자를 사 놓고 아직도 안 읽고 있다. 영화를 봤는데 더 보기가 싫은 거야. 이 작가에 대해선 호불호가 좀 있는 거 같더군. ㅋ
 
사소한 취향 - 교유서가 소설
김학찬 지음 / 교유서가 / 2022년 12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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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 보는 작가의 작품집이다. 작품을 읽으면서 유머와 위트도 있지만 나름의 노련미 내지는 능청스러움이 느껴지기도 한다. 그도 그럴 것이, 보통 작가들이 작품집을 내면 표제 작을 쓰지 않나. 나는 당연 '사소한 취향'이란 작품이 이 책 어딘가에 수록되어 있을 줄 알았다. 그런데 없다. 이 제목은 '프러포즈'란 작품에 나오는 말이다. 순간 살짝 한 방 먹은 느낌이었다. 이건 교란이라면 교란이다. 거기에 넘어가다니. 독자와 두뇌 싸움이라도 하자는 건가 싶기도 하다. 독자는 작가가 한없이 친절해 주길 바라고 있는데 말이다. 


​또 이걸 어떻게 받아들여야 하나 좀 애매한 느낌을 갖게도 한다. 이를테면 말했던 작품 초두에 그런 말이 나온다. '소설가가 등장하는 소설은 질색이'라고. 물론 그것은 화자의 취향이다. 하지만 그 말은 화자가 처음은 아니며 실제로 그렇게 생각하는 사람들이 있다. 나도 그중 한 사람이고. 하지만 말은 그렇게 하면서 실제로는 소설이나 영화에서 작가는 심심찮게 등장하곤 한다. 왜? 멋있으니까. 이 작품도 봐라. 화자는 그렇게 말하고도 버젓이 등장시키고 있지 않은가. 그것도 화자 자신이 작가다. 


그것도 부족해, '모든 소설가는 자신의 이야기에서 출발한다. 공리다. 그러나 자신을 팔아먹는 작가는 상상력아 고갈된 자다(138p).'라고 쓰고 있다. 사실 그 말은 틀리기도 하고 맞기도 하다. 작가는 자신의 이야기를 팔아 작가가 된다는 걸 모르는 사람도 있을까? 어느 정도 작가로서 노련미를 갖추면 이걸 슬쩍 변형시키기도 할 것이다. 그런데 여전히 자신의 이야기만 우려먹으려 한다면 말 그대로 상상력이 고갈된 작가가 맞다. 하지만 자신이 경험을 글로 쓰려고 하면 평생을 써도 다 못 쓴다는 말도 있다. 심지어는 그렇게 해서 노벨문학상까지 받은 작가도 있지 않은가.


또 봐라. 화자는 출판사를 하는 선배로부터 하루키를 취재해 오라는 지시를 받고 한때 잠시 좋아했던 출판사 직원과 함께 일본으로 취재를 간다. 그럼 독자인 나는 또 잔머리를 굴리게 된다. 언제 작가가 정말 하루키를 취재한 적이 있었나? 아니면 일본을 여행하면서 하루키를 만난다면 어떨까를 상상하며 쓴 것일까 생각하게 된다. 그도 그럴 것이, 그냥 작가가 상상하는 제3의 인물이면 고민할 필요도 없겠는데 하루키라지 않는가. 이만하면 작가는 독자 머리 꼭대기에서 놀겠다는 심산이군 싶다. 


원래 소설은 허구고, 작가와 작품을 동일시하면 안 된다지만 뭔가 믿고 싶게 만드는 구석이 있다. 물론 그만큼 작가가 글을 잘 쓴다는 말도 될 것이다. 그런 점에서 이 작가는  글빨 하나는 인정해야 할 것 같긴 하다. 수록작 중 가장 흥미롭고 재미있었다. 하지만 왠지 다음번에도 이런 식이면 별로 읽고 싶지는 않을 것 같다. 분명 작가는 독자 보다 나아야 하지만 이렇게 독자를 헷갈리게 만드는 작가는 솔직히 별로다. 하지만 다른 작품들은 시의성도 있고, 형식미도 있어 나쁘진 않았다. 


작가는 '고양이를 찾'이란 작품에서 뭔가 유기견 대신 유기묘로 대치하고 그것을 데려다 키우는 과정과 애환을 그리기도 했는데, 지금까지 개를 키워봤어도 고양이와는 그다지 인연이 없던 나는 고양이에게 이런 면도 있나 새롭기도 하면서 왠지 쓸쓸한 느낌이 들기도 했다.  


그런데 책 어디쯤 읽게 되면 비둘기를 삶아 죽이는 장면도 있던데 (그게 사실인지 아닌지 모르겠지만)그건 솔직히 좀 충격적이기는 하다. 물론 비둘기가 88올림픽 때 요긴하게 쓰였던 것도 알고 있고 이후 애물단지가 되었다는 말은 들어보긴 했는데 천적이 없는 걸까 그렇게 해서 개체 수를 줄이려고 하다니. (하긴 백숙도 끓여 먹는데...) 그렇지 않아도 얼마 전부터 동네 공원의 비둘기가 없지는 않은데 눈에 띄게 줄었다 했는데 그게 그런 이유 때문인가 의문을 갖게 만든다.      


문체가 힘이 있고 톡톡 튀기도 하는데 전반적으로 읽고 나면 묘한 쓸쓸함이 느껴지기도 한다. 또한 제목은 '개인적 취향'의 다른 말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하지만 나에겐 뭔가 과유불급의 작가는 아닌가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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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감 2023-11-16 22:07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상상력이 고갈된 작가들은 ‘앎‘이 멈춘게 아닐까 합니다. 저는 모든 글들이 알고자 하는 마음에서 만들어진다고 보거든요. 아무리 우려먹는 글이라도 다른 시각과 통찰의 변형으로 얼마든지 신선해질 수 있는데 말이에요.

stella.K 2023-11-17 20:07   좋아요 2 | URL
와우, 어떻게 이런 근사한 말씀을...!
맞습니다. 매우 동의합니다!!
생각이 멈추면 작가로서의 생명도 끝인거죠.

페크pek0501 2023-11-17 15:04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저는 영화나 소설에 작가가 나오면 흥미로워 좋아합니다. 일부러 그런 영화를 찾아 보려고 했던 적이 있을 정도로요. 작가는 늘 저의 관심 대상이거든요. 작가들이 궁금합니다...

stella.K 2023-11-17 20:11   좋아요 1 | URL
맞아요. 흥미롭죠.
언니 혹시 TV 드라마로 나왔던 도스토옙스키 보셨나요?
작년인가 언제 보고 페이퍼 올린 적있었는데.
암튼 작가가 나오는 영화 좋아하시면 그거 추천합니다.
일 포스티노도 좋구요.^^

레삭매냐 2023-11-18 09:20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오옷 왠지 땡기는 책이네요 :>

근처 중고서점에 있으면 사볼라고
했는데 아숩게도 없네요.

내일 도서관에 가니 함 빌려다 볼
까 합니다.

stella.K 2023-11-18 20:48   좋아요 0 | URL
찾아 보시고 없으면 말씀해 주세요.
보내드릴 수도 있어요.^^
 

내가 보는 지*TV에서 이번 한 달, 때 지나간 영화를 싸게 볼 수 있는 이벤트를 하고 있다. 요즘 드라마 보느라 영화 보는 걸 좀 멀리하고 있지만 이런 기회를 놓치면 안 될 것 같아 틈나는대로 보려고 한다. 편당 550원이지만 할인해서 440원. 요즘 같은 고물가에 중고 책과 영화가 허한 내 마음을 위로해 주는구나 싶다. 근데 영화가 딱히 재미는 없었다.



 영화는 세계적인 팬데믹 때문에 감염이 안 된 사람을 이주시키고 혹시 어떤 사정에 의해서 남아 있을지도 모르는 사람을 돕겠다고 텅빈 도시에 좀비와 싸우는 남자의 고독에 촛점을 맞추었다. 

이 영화는 코로나 이전과 이후로 보는 느낌이 많이 다를 것 같다.이전에 봤다면 뭐 영웅의 고독? 이런 게 생각났을 것 같다. 허리우드 표 똥폼을 알아줘야 한다며. 하지만 지금은 이 영화 를 볼 필요가 있을까 싶기도 하다. 현실은 더 아수라장 아니었나. 난 원작을 영화화 했다고 해서 봤을 뿐인데 윌 스미스의 연기는 좋긴한데 그것만 빼면 뭐가 남나 싶다. 윌의 육체미는 끝내 준다.ㅋ 벌써 10년도 넘은 영환데 작년인가 올해 초 아카데미 시상식에 나온 그를 봤을 때 별 차이가 없던데 자기관리 잘 하는 배운가 보다.


차라리 뮤지컬 영화로 만들지 뭐 때문에 이렇게 찍었을까 싶다. 그냥 화려한 쇼를 보는 것 같다. 속 빈 강정 같다고나 할까? 언젠가 누가 책 리뷰에서 뭐가 위대한 개츠비라는 건지 모르겠다고 했는데 나도 그 말에 동의한다. 도대체 뭐가 위대하다는 건지? 데이지를 끝까지 사랑해서? 어쨌거나 난 아직 원작을 읽어 보지 못했는데 영화를 보고나니 읽고 싶은 마음이 더 없어졌다. 주인공 디카프리오도 역변을 겪은 이후 별론데 이 영화에선 더 별로였다.

오히려 로버트 레드포드와 마이 패로가 나온 오리지날 버전이 어떨지 궁금해졌다. 


 

 

호러는 내 취향은 아니지만 최근 원작이 나왔다고 해서 호기심에 봤다. 무려 50년된 영화다. 개봉 당시에도 무섭다고 호들갑이고 게다가 연소자 관람불가인가 했을 것이다. 나는 어린 나이에 간 떨어트릴 일 없으니 볼 엄두도 내지 않았고, 커서는 더더욱 볼 생각이 없었다. 

지금은 15세 관람가로 되어있다. 그동안 간간히 호러물을 봐온지라 역시 무섭지는 않다. 오히려 무섭다면 요즘 호러물이 더 사실적이고 무섭지 막상 보고나면 이게 뭐야 실망 수준이다. 단지 내가 끝까지 본 건 오랜만에 70년대 영화풍이 나를 자극해서다. 영화가 오래되기도 했고.

실화를 바탕으로 했다니 굳이 흠 잡고 싶지는 않지만, 사탄 원수 마귀는 꼭 이렇게만 역사하는 것은 아니라는 걸 알아주면 좋겠다. 오히려 우리가 생각하는 것 보다 더 교묘하고 영리하고 일상적이다. 그런데 영화는 아주 특별하게 다루고 있다. 물론 특별하긴 하지. 하지만 그런 것으로인해 이면을 놓치게 될 수도 있다는 것이다. 요즘엔 기독교에서조차 악마, 귀신을 배제시키는 경향도 있는데 그게 오히려 사탄이 좋아하는 전략이 될 수도 있다. 얼마 전 김은희 작가의 드라마 '악귀'를 보면서 민속학에서조차 귀신의 존재를 연구하고 다루는데 (물론 스토리텔링으론 그만이지. 상상력 짱!) 하물며 기독교에서 이것을 연구하지 않는다는 건 신학을 전복시키겠다란 의도로 밖에는 읽히지 않는다. 

영화는 너무 그로테스크한 면을 부각시켜 오히려 반감이 느껴지기도 하는데 책이 그것을 만회시켜 뭔가의 교훈을 얻을 수 있겠는지 잘 모르겠다. 난 첫 인상이 안 좋으면 그 다음은 여지를 잘 안 두는 편이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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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크pek0501 2023-11-15 12:44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위대한 개츠비를 영화로도, 소설로도, 오디오북으로도 접한 사람으로서 말한다면,
개츠비의 위대함은 한 번 세운 목표를 향해 의지를 꺾을 줄 모르고 직진하는 굳은 신념의 소유자면서 실천자라서가 아닐까 해요. 말이 쉽지 오랜 시간 동안 변하지 않는 마음으로 직진하는 게 쉽지 않거든요 데이지를 만나겠다는 일념으로 한번쯤 와 주겠지 하고 파티를 여는 것도 그렇고요. 아낌 없이 투자하잖아요. 손익을 따지지 않고. 그 순수함도 위대한 게 아닐까 해요.

문학에선 당연히 위대한 것을 위대하다고 하면 감점, 이에요. 남들이 의문을 가질 만한 것에 위대함이란 이름을 붙여야 신선하지요.ㅋㅋ 고정관념 깨기, 입니다.^^

stella.K 2023-11-15 14:29   좋아요 1 | URL
아, 정말 그러겠네요. 근데 이 영화는 너무 화려한 볼거리로 충만해서 그런게 잘 드러나지 않더군요. 아님 전 미국문학은 호불호가 좀 심하더라구요. 언젠가 읽은 솔 벨로의 소설도 전 좀 불호였죠. 나중에 언니 말씀 참고해서 읽어보도록 하겠습니다. 영화는 로버트 레드포드가 나오는 걸로 다시한번 봐야겠어요. 조언 고맙습니다. ^^

페크pek0501 2023-11-16 22:30   좋아요 1 | URL
저도 영화로는 잘 모르겠더라고요, 파티를 주말마다 여는 이유가 데이지와 마주치기 위해서라는 것도 책을 보고 알았어요. 영화는 내가 영화에 속도를 맞추어야 하니 보기 힘들어요. 대단한 집중력을 필요로 해요. 극장에서 봤거든요.
책은 제가 속도 조절을 할 수 있으니 내용을 이해하기 유리해요.

요즘 남자라면 미남인데다 돈 많은 미혼 남성이 애 딸린 유부녀와 미래를 함께할 생각을 하겠어요. 개츠비니까 그러는 거죠. 훌륭한 점이에요.ㅋㅋ

stella.K 2023-11-17 20:01   좋아요 0 | URL
엇, 정말요? 데이지가 애가 있어요?
영화에선 없는 걸로 나오던데 원작에는 있나요?
언제고 원작을 읽어 봐야겠네요.
솔직히 이 영화가 불만스러운 건 데이지를 백치미로 그렸다는 거죠.
넘 심한가요? 암튼 데이지가 잘 안 드러나는 것 같더라구요.
어찌보면 당연하긴 하겠죠.
차리리 로버트 레드포드 버전으로 봐야 뭔가를 알 수 있을 것 같기도해요. ㅎ

2023-11-18 10:42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3-11-18 22:14   URL
비밀 댓글입니다.
 

0. 갑자기 날씨가 추워졌다.

이제 더 이상 남은 가을에 이상 기온은 없겠지?


1. 며칠 전 나의 노모가 슬픈 말을 했다. 글쎄, 이제 책을 그만 사 보란다. 그게 그냥 내가 책 사 보는 게 꼴 보기 싫어서 하는 말이 아니다. 마치 눈도 나빠지고 나이도 많으니(?) 독서는 그만 은퇴하라는 뜻으로 말하는 것 같았다. 독서를 은퇴한다는 건 생각해 본 적이 없는데 정말 그런 날이 올까 싶기도 하다. 

하긴 눈도 안 좋고, 점점 앉아 있는 시간도 짧아지고 있으니 나도 언제부턴가 책을 진짜 못 읽을 때를 대비해서 꼭 읽어야 할 책 목록을 만들어야 하지 않을까를 생각하곤 했다. 그러니 엄마의 말도 일리는 있다 싶다. 만일 그렇다면 독서 대신 뭘 할 건지도 생각해 봐야할 것 같다. 

엊그제, 얼마 전 타계한 고 박서보 화백의 다큐멘터리를 보여주던데 책을 안 읽게되면 이런 다큐멘터리를 챙겨 보는 것도 괜찮겠다 싶다.


2.

하지만 내가 누군가? 엄마의 뜻을 보기 좋게 거역이라도 한듯 책을 주문해서 오늘 받았다.

왼쪽 책은 지난 여름 저자인 김남준 목사가 한 간증 프로그램에 나온 것을 보고 사 봐야지 벼르고 있던 책이었다. 이 책은 아우구스티누스의 8 문장으로 자신의 자전적 이야기를 풀어간 에세이다. 듣기만 해도 대단하지 않나? 근데 막상 책을 받고 보니 생각 보다 두껍지도 않고, 한 페이지 당 글자도 별로 많지도 않다. 시집 보다는 많지만 여느 에세이에 비하면 적다. 어떤 내용일지 궁금하다.  

사실 이 양반 좀 대단한게, 사춘기 때 하라는 공부는 안하고 책만 줄창 읽다가 인생이 허무해 자살 시도도 하고 그러다 기독교에 귀의해서 30대 중후반의 나이에 신학을 해 교수를 하다 목회자가 되었다. 기독교 출판문화상을 무려 5회나 수상 하기도 했는데, 현재 자신이 보유한 책이 3만권인가 6만권? (듣고도 뒤돌아서면 잊어버린다. ㅠ) 어쨌든 만 단위로 가지고 있다고 한다. 그러니까 이 양반 집엔 아예 큰 서고가 있지 않을까? 그 서고엔 어떤 책이 있을지 궁금하다.


사실 책을 살 생각이 없었다. 그런데 오른쪽의 책, '지휘의 발견'이 눈에 먼저 띄였다. 오래 전부터 메에스트로에 관한 책을 읽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뭐 클래식에 관심이 있는 건 아니지만 지휘자에 대해선 궁금했다. 오케스트라 연주자들 연주를 할 때 특별히 지휘자한테 눈도 안 주고, 또 말에 의하면 연습 때도 단원들이 지휘자의 말을 별로 듣지도 않는다는 말을 얼핏 들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꿋꿋하게 지휘하는 걸 보면 어떤 생각일까 궁금했다. 기업가의 리더십은 별로 궁금하지 않은데 지휘자의 리더십은 궁금한지라 마침 중고서점에 싸게 나와 같이 구매를 하게 됐다.평도 괜찮고,    


2-1. 사실 저 두 권을 사는데 2만원이 채 들지 않아 책 한 권을 더 살까 하다가 포기했다. 그냥 배송비 1500원을 까고 샀다. 좀 아깝긴한데 시내버스비도 그 돈 아닌가? 그나마 왕복이면 더 들고. 그렇게 생각하기로 했다.ㅠ 그런데 이 2만원 이상 무료가 전에도 그랬나 아니면 이번에 인상된 건가 기억이 없다. 


3. 재작년까지만 해도 동네 지물포 주인 할머니가 가게 출입구에 늦가을부터 봄까지 붕어빵을 팔아었다. 근데 물가가 올라서일까 아니면 다른 사정이 있어서일까 작년부터 장사를 하지 않는다. 그렇다면 이제 더 이상 못 먹겠구나 했는데 길 가다 우연히 붕어빵을 파는 푸드트럭을 발견하고 얼마나 다행이던지. 

하지만 가격이 문제다. 앞서 말했던 할머니는 천원에 3마리 주던데, 그 푸드트럭 젊은 여사님은 5천원에 7마린가, 8마리 주더라. 그래서 많이도 못 사 먹고(?) 두번쯤 사 먹었다. 뭐 붕어빵이야 기분으로 먹는 거지 정말 좋아서 먹는 건 아니지 않는가. 게다가 이젠 비싸져서 길거리 대표간식도 아니다. 하지만 불안하긴 했다. 없어지는 건 아닌가 해서.  

그런데 왠걸, 올해는 그런 걱정 1도 할 필요가 없어졌다. 언제부터인지는 모르겠는데 동네에 아예 호두과자와 함께 붕어빵을 낸 가게가 발견돼 이제 붕어빵 못 먹을 일 없겠구나 했다. 그런데 왠걸, 마트 갔다 오*기에서 아예 냉동식품으로 나와 있더라. 급한 마음에 한 봉지 사다 먹어봤다. 

글쎄, 길거리에서 파는 거 보다 좀 부드럽긴한데 바삭거리는 그 특유의 식감은 좀 떨어지지 않나 싶다. 놀라운 건, 8마리가 7천원이다. 작년 푸드트럭 5천원에 7마리 비싸다고 했는데 댈 것도 아니다. 게다가 그걸 사 가지고 집에 오는데 편의점에서도 판다고 방이 붙었더라. 지금까지 이런 적이 없는데 이렇게 갑자기 경쟁적일 수가 있을까? 의아스러울 정도다. 과연 이 상황을 좋다고 봐야할지 나쁘다고 봐야할지 알 수가 없다. 소비자의 입장에서야 편하게 사 먹을 수 있으니 좋긴하다만 대기업에서 이렇게 나와주면 이제 길거리에서 파는 붕어빵은 사라진다고 봐야하지 않을까? 그렇다면 대기업이 골목상권 다 죽이는 거 아닌가. 이제 붕어빵은 따뜻한 마음으로 먹는 게 아니다. 그냥 붕어를 닮은 달달한 빵일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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니르바나 2023-11-08 00:18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책을 그만 사라는 가족들의 말은 우리처럼 책을 좋아해서 많이 싸놓고 사는 사람들이
평생 들어야하는 숙명적인 말입니다.
그래도 그런 소리를 들으면 기분이 나쁘고 슬픈 말로 마음에 담아두게 되죠.
그렇다고 눈에 나쁘다고 지금껏 해 온 독서를 그만두는 것은
긴 인생살이의 고귀한 취미를 버리는 일 아닌가요.
평생 책을 보다 실명까지 한 호르헤 루이스 보르헤스 까지는 아니라도
손에 책을 들 힘만 있으면 스텔라님도 책을 읽고 있을 것 같습니다. ㅎㅎ

stella.K 2023-11-08 19:50   좋아요 2 | URL
역시 저만 그런 게 아니죠?
그런데 자꾸 저만 그런 줄 착각하게 되요.ㅎㅎ
저도 가급적 생이 다하는 순간까지 책과 함께 하고 싶습니다만
어떻게될지 모르겠어요. 책만큼 예쁘고 아른다운 것도 없는 것 같습니다.^^

희선 2023-11-08 04:01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붕어빵은 재료비가 많이 비싼 듯합니다 냉동식품으로 나오기도 하더군요 그런 거 좋은 사람은 그런 걱 사 먹고 만들어서 파는 거 좋아하는 사람은 그런 거 사 먹으면 되죠 떡볶이도 집에서 만들어 먹는 거 팔잖아요 다 비싼 느낌이 들지만...

어머님이 이제 책을 그만 사라고 하시다니... 저는 죽기 전까지 책 읽고 싶어요 지금은 이래도 아주 못 읽게 되면 아무것도 안 할지도... 책이라도 읽어야 살 마음이 들 텐데 싶어요


희선

stella.K 2023-11-08 19:57   좋아요 2 | URL
정말 이제 사람이 먹는 음식 중 냉동식품으로 안 만든 게 없을 겁니다.
김밥도 냉동으로 팔더군요.
근데 왠지 냉동식품은 최선 보다는 차선의 음식 같아요.
냉동 붕어빵은 비추예요. 혹시 거리에서 파는 붕어빵 있으면
그걸로 드세요.

맞아요. 책이라도 읽어야 살 마음이 생겨요.
생이 다하는 날까지 열심이 읽자구요!^^

미미 2023-11-08 10:46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스텔라님 오디오 북도 있잖아요.ㅋㅋㅋ
혜화역 알라딘 중고 매장에서 아주 가깝게 미니 붕어빵을 파는 부부가 계시거든요. 여름에도 한동안은 장사를 하시는데 맛있어서 손님이 거의 끊이지 않아요.ㅋㅋ 스텔라님 글 읽으니 조만간 다녀오고 싶네요!

드라마<베토벤 바이러스>요약한 영상이 있어서 봤는데 강마에의 냉정한 성격에 초점을 맞췄음에도 여러 단원들의 성향,문제가 다 달라서 지휘자라는 직업도 참 힘들겠다 생각했어요. 이런 직업에 대한 이야기 재미날 듯 합니다.^^

stella.K 2023-11-08 20:08   좋아요 2 | URL
ㅎㅎㅎ 그러게 말입니다.
그런데 저 그게 들으면 잘 것 같아요.
그렇지 않아도 TV 켜 놓고 자는데...ㅋㅋ

미미님 혜화동에 사시나 봐요.
거리에서 파는 붕어빵은 싱싱할 겁니다. 거의 활어 수준!
냉동은 별로예요. 저도 조만간 동네 붕어빵 가게 한 번 가 봐야겠어요.
거긴 좀 다르지 않을까 싶어요.

저도 글 쓰면서 강마에 생각이 나더라구요.
근데 강마에는 드라마를 위해 만들어진 인물이 아닐까 싶어요.
저도 지휘자 쉽지 않겠다 싶은데 그래도 멋지긴 하더군요.
여자가 지휘자면 더 멋진 것 같고. 장한나 멋지잖아요.
다음 달에 여자 지휘자를 주인공으로 한 드라마가 나온다더군요.
제가 좋아하는 이영애가 주인공으로. 기대하고 있습니다. ㅋㅋ

2023-11-08 12:43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3-11-08 12:52   URL
비밀 댓글입니다.

yamoo 2023-11-09 09:56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오늘 저는 김남준 목사라는 사람을 처음 알았습니다!!
근데 대단한 분인듯하네요...기독교 출판문화상을 무로 5회나 수상한 이력에서 깜놀했습니다!
흠...책을 구해봐야 할듯합니다.

근데 붕어빵...엔날에 천원에 5마리 주지 않았나?? 하는 생각....아마 이때 사먹어 보고 거의 사먹어 목적이 없어요...붕어빵은...ㅋㅋㅋ 근데 5천원에 7마리면 엄청 비싸졌네요..ㅎㅎ

이 페어퍼로 몰랐던 책과 저자를 알았습니다. 감사합니다!!

stella.K 2023-11-09 13:10   좋아요 1 | URL
앗, 이분한테 관심있으신 줄 몰랐습니다. 대단하죠? 남은 한번도 타기도 어려운데. 기독교에 거부감 없으시면 읽어 보시는 것도 좋다고 생각합니다. 이분 유튜브도 찾아 보시죠. 설교가 아주 심오합니다. ㅋ

근데 야무님 진짜 붕어빵 안 좋아하시는구나. 언제쩍 5마리. 한 20년전만 해도 그렇게 팔았을 겁니다. 저도 자주 먹는 건 아니지만 붕어빵엔 뭔가의 정취가 있었죠. 뭐 앞으로도 안 먹진 않겠지만 정말 천원에 5마리 주던 그 시절을 그리워하며 먹을 거 같습니다.ㅠ
 
레테의 사람들
민혜 지음 / 디멘시아북스 / 2023년 9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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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멘시아 문학상이라는 상이 있다고 한다. 벌써 5회째를 맞이했고, 이 작품은 대상을 받은 작품이다. 이 문학상은 치매로 인해 고통받는 환자와 보호자들의 사회적 이해와 공감을 촉진하기 위해 지난 2017년에 처음 제정되었다고 한다. 


이런 문학상이 있다니 좀 놀랍기도 했고 반갑기도 하다. 문학이 해야 하는 역할이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사회의 외지고 그늘진 면을 밝히는 것도 그중 하나가 아닌가. 하지만 막상 이 책을 읽으려니 마음이 좀 무거웠다. 아무리 문학의 역할을 운운해도 내용 자체가 유쾌한 건 아닐 테니. 그래도 염려한만큼 그렇게 무거운 건 아니고 생각할 거리가 있기도 하다. 엔딩도 그만하면 희망적이다. 무엇보다 이 소설은 치매 당사자 보다 그를 돌봐야 하는 가족을 대변하는 작품으로 읽힌다.


난 아직 가족이나 친척 중 치매에 걸린 사람은 없다. 이렇게 말하는 것엔 상대적 개념이 수반될 것이다. 이를테면 치매에 걸릴만큼 오래 살지 못하거나 가까운 사촌 이내엔 아직 알려진 바가 없다는 게 좀 더 정확한 말이 될 것 같다. 아는 사람의 누가 걸렸다는 소식은 간혹 듣기는 한다. 하지만 그렇게 많다는 치매 환자를 실제로 본 적은 없다. 그렇다면 이것을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지 모르겠다. 우리나라는 치매 환자에 대한 관리를 잘하고 있어 그런 건가? 


책은 치매에 걸린 노모를 돌보는 비혼의 어느 나이 많은 여성의 고단한 삶과 애환을 사실적으로 그렸다. 너무 사실적이어서 처음엔 혹시 작가 자신의 이야기인가 했다. 읽고 있으면 남 얘기 같지가 않다. 나도 이미 고령에 접어든 노모가 있고 언제부턴가 걱정할 때가 많아졌다. 아직 비교적 건강하신 편이긴 하지만 언제 건강에 적신호가 켜질지 모르고, 나 역시 더 이상 젊지는 않으니 내가 노모를 제치고 먼저 치매에 걸릴지 알 수 없다. (글을 노트북으로 쓰고 있는데 올해 유난히 오타가 심해졌다. 치매일까. 예전에 비해 총기도 떨어지고.ㅠ)


우리나라는 아직도 유교적 전통이 남아 있어 치매에 걸린 부모를 시설에 맡기는 걸 부담스러워한다는 기사를 본 적이 있다. 그게 몇 년 전 기사였는데 지금은 어떤지 모르겠다. 핵가족화 되어가고 있고, 자식에게 짐되는 거 싫다고 오히려 시설을 선호하는 부모도 늘어나고 있지 않을까. 


작품에도 나오지만 고대 로마에선 노인을 '데폰타니'라고 불렀다고 한다. 모시기 힘들어진 부모를 다리 위에서 떠민다는 의미라고 한다. 우리나라의 고려장의 또 다른 의미인 것 같다. 어떻게 부모를 그럴 수 있냐고 할지 모르겠지만 당시는 효나 윤리 이전의 시대라면 또는 사회 복지를 논할 수 있는 사회가 아니라면 아무 죄책감 없이 행해졌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더구나 그 시절엔 치매라는 용어도 없지 않았을까. 


노모가 다쳐서 병원에 입원하게 되자 주인공도 노모가 죽기를 바라지 않던가? 도덕과 윤리의 옳고 그름을 떠나 이게 솔직한 인간의 마음이다. 짐승도 무조건 새끼를 위하지 않는다. 흠이 있거나 병약하면 둥지 밖으로 밀어낸다. 하물며 짐승도 그러는데 사람 그것도 자식이 그런 생각을 갖는 건 당연하다. 그런 줄도 모르고 더 잘 모시라고 무조건 효자라고 떠드는 건 그 사람을 두 번 상처 입히는 일이 아닐까. 


치매뿐만 아니라 가족 중 누군가가 아프면 당사자도 그렇지만 이를 돌봐야 하는 보호자의 삶의 질도 함께 떨어진다. 더구나 현대 사회는 모든 사람을 경제활동으로 내몰고 있기 때문에 예전처럼 24시간 함께해 주는 가족은 없다. 그럴 바엔 간병인을 쓰거나 시설에 맡기는 것이 맞는 것 같다. 당장 나부터도 내가 아프면 가족의 도움을 받는 거 별로 안 좋아한다. 감기나 어딘가 다쳐서 잠시 도움을 받는 거라면 모를까 나을 기미가 없는 병에 가족을 볼모로 잡는다는 건 나 자신이 용서를 못 할 것 같다.


사실 그렇더라도 가족이라고 마음이 편할 리는 없다. 그냥 치매에 걸린 가족을 시설에 맡겼다는 것뿐이지 어찌 마음이 편할 수 있겠는가. 주인공이 어머니를 병원에 입원시키고 내친김에 간병인을 쓰고 누리는 그 며칠 간의 자유란 과연 어떤 느낌일까 감히 상상할 수가 없다. 누군가는 이런 자식을 두고 치매 걸린 부모가 병원에 누워 있는데 집에서 어떻게 자유를 만끽할 수 있냐고 나무라는 보수적이다 고지식한 남의 집 노인이 있을까. 모르긴 해도 아주 없지는 않을 것이다. 적어도 문학은 옳고 그름을 따지는 분야가 아니다. 실존의 문제를 다룰 뿐이다.  


치매 환자와 보호자의 삶을 보여주는 것도 좋지만 이들을 보는 제삼자의 태도도 중요하다고 본다. 나는 모녀의 관계도 중요하지만 오히려 주인공을 걱정하고 위로해 주려고 하는 외삼촌과 주인공의 친구(선자?)와 (껄떡대는) 초등학교 동창에 마음이 갔다. 이런 사람이 있는 한 보호자는 지쳐 쓰러질지언정 나 몰라라 포기하지 않을 것이다. 책에 이런 말이 나온다.


"사람 몸과 정신은 정말 복잡하고 신비해요. 치매란 끔찍한 병 같지만, 실은 가면을 벗겨내는 것이기도 합니다. 감춰진 인간의 본래의 모습이 드러나서 그렇게 놀랍고 당혹스럽게 보이는 것일 수도 있다는 말이죠. ...... (중략) 치매란 인간이 삶으로부터 느끼는 공포나 긴장, 괴로움 등에서 벗어나는 길이기도 하니까요.(170p)" 


나는 이 책을 읽기 전까지는 치매에 대해 너무 몰랐고 막연하게 두려웠다. 나를 잃어버리는 병 아닌가. 분명 치매 환자를 돌본다는 건 힘들고 어려운 일인 건 사실이다. 그러나 그 속에서도 인간에 대한 이해가 깊어질 수도 있겠구나 싶다. 그렇다면 현재 힘들어하는 사람에게 위로와 응원을 보내줄 수도 있지 않을까. 모르긴 해도 그런 소통과 이해가 어디선가는 하고 있을 거라고 본다. 


수상 소감에서 저자는 공모 소식을 듣고 마감 두 달을 앞두고 글을 썼다고 한다. 무조건 써야겠다는 충동에 의해서. 가끔 그럴 때가 있다. 작가는 늘 정해진 루틴에 의해서 글을 쓴다고 알려져 있지만 그런 강한 충동은 또 그런 루틴에 의해서 나오는 거라고 생각한다. (육감이 그런 거 아닌가.) 그럴 땐 글을 써야 한다고 생각한다. 난 그런 저자의 대담한 글쓰기가 부럽다. 


이 작품은 주인공의 이유를 알 수 없는 후각과 출생의 비밀을 풀어가는 과정에서 치매를 다루려는 시도는 좋았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경장편이어서일까? 조금 더 치밀하고 복선이 더 많이 깔렸으면 하는데 뭔가 서둘러 마무리되는 것 같아 약간의 아쉬움이 있다.  하지만 이 문학상은 다른 문학상에 비해 좀 특별하다고 생각한다. 문학성을 지향하는 여타의 문학 상보단 치매를 알리고자 하는 공공의 목적이 더 강하지 않나 싶다. 그렇다면 이 작품은 충분히 그 목적을 이루었다고 본다. 앞으로 이 문학상이 어떤 행보를 보여줄지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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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넬로페 2023-11-06 00:53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자식 중 비혼인 자녀가 부모와 계속 살아가는 경우가 많아 나중에 부모가 병들면 돌보야 할 경우가 많아요.
일단 비혼인 저의 언니가 그렇고, 제 친구도 그런 경우가 많거든요 ㅠㅠ
요즘 평균 수명이 늘어가고 노인 인구가 많아지니 앞으로 이런 종류의 글이 많이 나올 것 같아요.
만약 제가 레테의 강과 같은 상황이 오면 어떻게 될지 생각만 해도 힘들어요^^

stella.K 2023-11-06 11:35   좋아요 1 | URL
맞아요. 이제 돌봄을 사적으로만 둘 수는 없는 것 같습니다. 공적인 영역으로 확장시키고 함께 돌보는 그런 시스템으로 가야할 겁니다.
저도 그 상황은 싫긴 하지만 가족들을 힘들게 할까봐 그게 더 걱정되요.ㅠ

니르바나 2023-11-06 12:59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소설이 사회현상을 반영한다는 점에서 치매에 대한 사회적 관심을 위해 제정된 디멘시아 문학상의 취지에 공감이 됩니다. 경증이냐 중증이냐 차이는 있겠지만 오늘날 치매 환자의 수가 갑자기 늘어난 이유는 의학의 발전과 병원의 치료로 수명이 대폭 연장된데 따른 자연적인 현상일겁니다. 그만큼 우리 주위에 치매환자가 많다보니 오래 전에 무거운 마음으로 치매환자를 바라보던 시각도 이제는 많이 완화된 편입니다. 최근에 정신병 질환자들을 대하던 시각과 같은 셈이지요. 이게 다 오래 살다보니 생기는 일 아닙니까. 그러니까 스텔라님 마음 건강에 해로우니 너무 걱정하지 마세요.^^

stella.K 2023-11-06 20:16   좋아요 1 | URL
오랜만이십니다. 평안하시죠?
그러게 말입니다. 나이들수록 건강염려증만 늘어가는 것 같습니다. ㅋ
하루하루 건강하게 사는 것만도 복인데...
이젠 우리도 말씀하신 것처럼 나가야죠.
개인이나 사회나 모두 건강해졌으면 좋겠습니다.^^

물감 2023-11-06 13:44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저도 처음 듣는 문학상이네요. 새로운 거 알아갑니다!
딴지 거는 건 아니고, 이제 ‘치매‘는 없는 단어라네요. 치매의 뜻이 너무 나빠서 ‘주요신경 인지장애‘로 바뀌었답니다. 근데 전혀 입에 붙지를 않네요.

stella.K 2023-11-06 19:44   좋아요 1 | URL
아, 정말요? 이거 국제 표준어된 용어인가요?
근데 진짜 어렵네요. 이름 하나 바뀌었다고 뭐가 달라지는 건지 모르겠습니다.
너무 전문적 용어같네요. 치매도 좋은 이름은 아니지만...

레삭매냐 2023-11-07 21:04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디멘시아 문학상이 있는 지도
미처 몰랐네요.

자신이 사랑하는 부모님이 연세가
드셔서 자식조차 몰라 보시게 된
다면 정말...

나를 잃어 버리는 병, 정말 무섭지
싶네요.

stella.K 2023-11-08 20:13   좋아요 1 | URL
그러게요. 저는 지난 달 아는 지인을 만났는데 얼마 전 집 비번에 생각나지
않더라며 딸에게 전화해서 묻고 치매가 아닌가 했다더군요.
남 얘기 같지 않아요.
예방 차원에서 책이라도 꾸준히 읽어둬야 할 것 같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