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시장의 대척점.
영화의 주제는 알겠는데, 전체적인 짜임새는 좀 아쉽다. 우선 주인공인 한필주(이성민)이 진행하고 있는 복수, 그것도 총기를 사용한 살인이 이어지는 과정이 지나치게 간단하게 이루어진다는 점, 반면 경찰의 수사는 너무나 미흡해 보이는데, 심지어 일본 대사관에서의 세 번째 복수에서는 얼굴까지 확인했으면서도 네 번째 사건을 제대로 막지 못할 정도다.
무엇보다 한 사람의 인생에 이렇게 여러 가지 사건이 동시에 일어날 수 있는가 하는 점이 개연성이 부족하다는 지적이 나올 수도 있다. 그런데 비슷한 지적이 예전에 황정민이 주연을 맡았던 영화 “국제시장”에서도 보였던 것 같다. 흥남철수부터 시작해 6.25, 베트남전, 독일 광부 파견 등등 한국 근대의 주요 사건을 모조리 겪으면서 성장사를 그렸던 영화를 향해, 일부에서는 지나치게 우파적 관점의 성장신화를 보여준다는 비판을 했지만, 개인적으로는 그 정도야 영화적 각색 정도로 받아들일 수 있다고 봤었다.
마찬가지의 이야기를 이 영화에도 할 수 있지 않을까 싶다. 물론 서 있는 곳은 반대편이지만. 친일의 결과로 얻은 돈으로 큰 부자가 된 인물이나, 반일을 비판하며 책까지 내는 교수, 서울 한 복판에서 성대하게 벌어지는 자위대 창설행사나 거기에 참석해 축하하는 대한민국의 인사들, 그리고 일제에 충성하던 군인이면서도 해방 후 공산당과 싸운 영웅으로 변신한 장군까지.. 이 모든 인물이 한 사람과 관련을 맺고 있다는 건 확실히 무리지만, 이게 또 다 없는 일들은 아니지 않던가. 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