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신매매.
영화 속 악당 역인 김성오가 연기한 기태라는 인물은 여자들을 납치해 팔아넘기는 인신매매업자다. 우리나라 형법의 경우 기본적으로 사람을 팔아넘기면 7년 이하의 징역, 같은 일이라도 추행, 간음, 결혼, 영리를 위해 했다면 1년 이상 10년 이하, 노동력 갈취, 성매매, 성적 갈취, 장기 적출이 목적이었다면 2년 이상 15년 이하의 징역이 규정되어 있다. 흥미로운 건 국외 이송, 즉 영화처럼 해외로 팔아넘기려고 할 경우가 따로 규정되어 있다는 건데, 이 역시 2년 이상 15년 이하의 징역이다.
그런데 이건 어디까지나 법에서 규정한 게 그렇다는 거고, 언제나 범죄자들 걱정으로 밤잠을 이루지 못하는 우리 사법가족들은 대부분의 경우 인신매매로 기소된 사람들에게 무죄를 선고하고 있다. 한 통계에 따르면 2013년에서 2020년 인신매매로 입건된 251건의 사건 중 검찰이 기소한 건 고작 9건이었고, 비슷한 시기 법원에서 유죄가 확정된 건 5건에 불과했다.(물론 이들은 다른, 좀 더 가벼운 죄목으로 기소가 되어 처벌을 받긴 했다)
기본적으로 사법 기관들의 인식 부족이 문제다. 대표적으로 지난 2014년에 뉴스에 소개되며 공분을 일으켰던 전남 신안의 염전 노예 사건이 그렇다. 60명이 넘는 지적장애인들을 감금하고 열악한 처우에서 ‘사육’하면서 강제로 염전 일을 시킨 악덕 업주들인데(당연히 10년 동안 아무런 경제적 대가도 주지 않았다), 자기들이 오갈 데 없는 사람들을 먹여주고 재워줬다면서 무슨 자선가라도 되는 양 적반하장의 모습을 보여 더욱 분노를 샀었다.
이 정도 대규모의 인원들이 노예 노동을 했는데, 당연히 지역 경찰 같은 행정당국이 몰랐을 리 없다. 하지만 섬 특유의 폐쇄성과 형님 동생 하며 다들 동네에서 알고 지내는 특성상 적당히 눈을 감았을 거다. 그럼 이들은 제대로 처벌을 받았을까? 아니다, 대부분은 기소는 되었으나 집행유예로 실형은 면했다. 이 악마들이 무슨 공무원 시험을 볼 것도, 대기업 취직을 할 것도 아니고, 어차피 돌아가서 다시 염전을 경영할 텐데 이게 무슨 처벌이고 타격일까.
현실이 시궁창이니, 마동석 같은 캐릭터가 나서서 인신매매 조직 일당을 맨주먹으로 깨부수는 장면이 통쾌하게 느껴질 수밖에 없다. 아, 생각해 보니 여기에 무기를 들지 않고 맨주먹만을 사용하는 게 어쩌면 더 옳았다. 그 찰진 타격감은 영화를 보는 사람들 마음 속 한 구석에 있던 답답함을 깨끗하게 쓸어내 준다. 그의 영화가 매번 비슷비슷한 내용과 분위기, 전개라고 하지만, 답답한 현실이 훨씬 더 오래 반복되고 있는 게 더 문제가 아니던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