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만날 때까지
임지수 지음 / 소명출판 / 2020년 11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장애를 가진 아이를 둔 부모는 자식보다 딱 하루만 더 살고 죽고싶다는 말을 한다고 한다. 장애를 가진 아이에 대한 책임감과 미안함, 보호하고 싶은 마음, 그리고 무엇보다도 부모인 자신들이 먼저 죽는다면 친지들을 포함해 이 사회의 어느 시스템도 그들을 보호하지 않을 것이라는 걸 잘 알기에 할 수 밖에 없는 말이다.

 이 책의 저자 임지수는 장애를 가진 딸을 낳고 그 아이가 성인이 될 때까지의 과정을 담은 책 '내 인생의 무지갯 빛 스승' 을 그 딸과 함께 썼다. 2015년에 나온 책인데 후속작인 이 책은 안타깝게도 그 딸인 유재윤이 루게릭 병에 걸려 죽음을 맞이하는 과정을 담아낸다. 장애를 가진 딸을 성인까지 키워내는 것만해도 엄청난 일인데 그 일을 해내자 딸에게 다가온 불치병, 그리고 맞이할 수 밖에 없었던 죽음은 말로 표현하기 힘든 비극이다.

 딸 재윤은 사지기형으로 태어나 온갖 수술을 이겨내고 성인이 되었다. 그 과정은 쉽지 않았지만 딸은 잘 커주었고 힘들지만 이제 보통사람들과 비슷한 삶이 보이는 것만 같았다. 딸과 함께 쓴 책은 파리도서전에도 출간되었다. 둘은 초청도 받았다. 인생에 다시 없을 기회였지만 가지 못한다. 재윤이 다시 아팠기 때문이다. 재윤은 집인근 카페에서 1년간 바리스타로 아르바이트를 한다. 워낙 밝고 사교성이 좋아 손님들과도 잘 어울렸고, 벗과 같은 단골손님도 생겨났다. 엄마는 걱정이 많았지만 전국 자전거 일주를 우려와 걱정속에서도 어떻게든 해낼만큼 강한 딸을 믿기로 했다. 하지만 딸이 자꾸 다치기 시작한다. 마시던 잔을 떨어뜨리고 갑자기 넘어지고, 급기야는 퇴근 중 제대로 넘어져 코뼈가 골절되고 만다. 딸은 아르바이트를 하면서 자꾸 힘들다고 말하곤 했다. 엄마는 그걸 눈치채지 못했다. 그리고 딸을 아르바이트를 그만 둔다. 

 가족들은 리마인드 웨딩 사진도 같이 찍었다. 그 때만해도 딸은 아직 서있고 걷고 움직일만 했다. 하지만 이후 급격히 악화된다. 골절된 코뼈가 다시 골절된 만큼 크게 넘어졌다. 뭔가 많이 이상했지만 설마설마 하며 무시하던 신호를 더는 무시할수 없게되어 병원으로 향한다. 무엇이 원인인지 빨리 알고 싶어 서울의 대형종합병원을 피하고 믿을 만한 지역 대형병원을 찾았지만 엄청난 길이의 바늘이 몸을 여기저기 찌르는 무시무시한 검사가 깊은 생채기를 남겼을 뿐 결국 서울의 대형종합병원으로 향하게 되었다. 거기서도 힘든 검사가 이어졌고, 결국은 루게릭이었다. 엄마는 검사중 재윤의 증상과 직접 본 경험을 토대로 이미 루게릭을 짐작하고 있었다.

 근육신경이 모두 죽어 움직일 수는 없게되고 급기야는 소화기관과 호흡기관 마저 멈추어 죽음에 이르는 병, 그리고 그 와중에도 정신은 멀쩡히 남아있게 되는 잔인한 병이었다. 사지기형도 모자라 왜 이런 일이 자신과 딸에게 발생한 것일까. 부모는 이 병명을 끝까지 딸에게 말하지 못한다. 그저 잘 쉬고 열심히 노력하면 병이 나을 것이라고 했다. 재윤보다 6살 어린 동생에게도 그 말을 하지 않는다. 너무 잔혹한 일이라 말할수 없었을 것이다. 

 그리고 더 힘들어지기 전 그들은 제주도 여행을 다녀온다. 식당이며 코스 모든걸 재윤이 기획한다. 즐거운 여행이었지만 이후 재윤은 다시 여행을 생각하기 힘들정도로 악화된다. 남편도 지방으로 발령이나 엄마는 더 이상 견디기 힘든 지경이 된다. 20년을 딸과 함께 고생했는데 이젠 더 한 간병의 시작이었다. 사회복지의 손길이 시급했다. 관청에 온갖 도움을 요청했지만 도움을 바라는 손길을 많고 지원은 한정적인지라 이리저리 요구하는게 많았다. 한참을 노력하여 사회복지등급을 받고 간병인 서비스를 지원받게 되었다. 

 조금 숨통이 트인 엄마는 오카리나를 배우기도 하고 주변 사람들과 만나기도 한다. 그래야 살 수 있었다. 그리그 그 와중에 딸 재윤은 대학을 진학한다. 미디어학과였다. 방송영상을 만드는 것을 배우는 곳으로 딸은 예능피디가 되고 싶어했다. 지금상태만으로도 힘든 엄마를 몰라주는 것 같아 야속했지만 그래도 엄마는 딸을 대학에 보낸다. 먼거리를 통학 해 시험을 보게했고, 그렇게 한 학기를 다녔다. 장학금도 받았다. 하지만 딸은 다음학기에 더 이상 대학에 가지 못한다. 상태가 많이 악화되었기 때문이다. 

 발병 후 대충 삼년이 지나 결국 재윤은 죽음을 맞는다. 동생은 언니가 거의 죽을 지경이 되어서야 병명을 듣게된다. 재윤은 죽으면서도 자신의 병명을 몰랐다. 아니 어쩌면 이미 알고 있지 않았을까 그리고 그걸 차마 말해주지 못한 부모님의 심정도 이해하고 있지 않았을까. 엄마는 장애를 가진 딸을 힘겹게 키워내며 같이 성장하고 성숙했다. 그리고 그런 딸이 죽었다. 감내하기 깊은 고통과 심경을 엄마는 이 책에서 절절히 풀어낸다. 자신들에게 주어지는 이해하기 힘든 고통에 왜를 묻기도 하고 이해해주지도 못하고 상황에 맞는 공감능력도 부족한 주제에 한참위에서 어디서 들은 위로말이나 건네는 다른 사람을 원망하기도 하고, 그래도 받아들여야 함을, 어떻게든 의미를 찾으려고 하는 노력을 보인다. 그래서 책의 문장은 화가 난 것 같기도, 슬프기도하고, 분노한 것 같기도 하면서 절절하기도 한, 여러가지가 응축된 느낌이다. 

 딸의 삼년상을 치루며 저자는 이 책을 썼고, 안나푸르나 등반을 다녀온다. 저자가 안나푸르나에서 지나온 길로 한국의 교사들이 눈사태로 실종사망하였는데 세상일은 모를 일이다. 딸 재윤은 살아생전 뉴스로 누군가 자살했다는 소식을 접하면 그 몸 나를 주지란 말을 했다고 한다. 생은 누구에게나 힘든 것이지만 재윤과 엄마를 보면 내가 정말 감당하기 힘든 것일까란 생각이 들기도하며 아무것도 없는 것 같지만 당장에 죽을 병이 있는게 아니고 나와 내 가족이 특별난게 없지만 건강하고 앞으로의 미래가 있다는 것이 큰 행복이고 다행이란 걸 느끼게 된다. 

 엄마는 책을 통해 이렇게 탈상하며 언젠가 딸을 다시 만나기를 소망한다. 개인적으로 내세와 종교를 믿지 않지만 결국 그런 날은 올거라 생각한다. 영혼의 형태이든 물질의 형태이든 결국 우린 하나고 언젠간 만나게 되니 말이다. 


댓글(4) 먼댓글(0) 좋아요(37)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붕붕툐툐 2021-11-08 23:49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아, 너무 안타깝네요~ 읽어보고 싶어요! 좋은 책 소개 감사합니다~~

닷슈 2021-11-09 23:04   좋아요 1 | URL
좋은 책입니다. 봐주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

bookholic 2021-11-09 00:43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너무 슬퍼서 못 읽을 것 같아요...

닷슈 2021-11-09 23:05   좋아요 1 | URL
슬프지만 저자가 극도의 슬픔과 절망을 억누르고 풀어헤치고,헤아리고 받아들이면서 쓰셔서 꼭 그렇지만은 않습니다. 먹먹합니다.
 
대불호텔의 유령
강화길 지음 / 문학동네 / 2021년 8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책을 다 보고 난 느낌은 이것이 공포물인가 아니면 소외된 인간에 대한 것인가였다. 음산한 내용에 귀신이 들린듯한 내용전개는 공포물에 가까웠고, 한국전쟁이라는 암울한 상황에 좌익으로 몰려, 혹은 폭격에 죽은 사람들, 그리고 당시 탄압받았던 화교라는 소재는 소외된 인간의 것이었다.

 내용은 이렇다. 과거 개화기에 한 일본인이 인천에 목조숙박건물을 짖는다. 개화기 열악한 조선에서 왜인들이나 많은 외국인들은 한성으로 가기위해 반드시 항구도시인 인천을 거쳐야했다. 그리고 철도가 아직 없으니 인천에 하루 숙박할 필요가 있었고 그 일본인은 이를 포착한 것이다. 장사가 제법되자 그는 대불호텔이라는 그럴듯한 3층 석조건물을 짓고 숙박업을 하기 시작했다. 벌이가 좋았지만 경인선이 완공되자 대불호텔의 경영은 어려워진다. 이 일본인은 대불호텔을 화교에게 팔았다. 화교는 아래층에선 중국요릿집을 운영하고 위에선 시원치 않은 숙박업을 했다. 

 하지만 그들은 이 호텔에 큰 관심은 없었다. 전후의 뒤숭숭한 상황, 그리고 외국인에 대한 제재가 많아지는 이 나라에서 그 화교가족들은 미국으로 이민한다. 다만 막내아들과 그를 봐주는 다른 가문사람들만이 남았을 뿐이다. 

 그리고 이 호텔에 연주라는 여자가 들어온다. 연주는 영민한 학생으로 영어를 익히고 이를 바탕으로 미국으로 향하길 원하지만 실패한다. 연주는 잘 뒤를 봐주는 미국인 하나만 있으면 미국으로 갈수 있다는 희망을 품는다. 연주는 화교를 설득해 3층에서 숙박업을 운영한다. 그리고 지영현이란 여자가 연주를 돕는다. 지영현은 월미도가 고향으로 가족들이 인민군을 도운게 드러나 몰살당하고, 혼자만 탈출하여 당숙모의 집에 붙어살고 있었다. 

 지영현은 당숙모의 아이들을 봐주고 집안일을 돕고 간간히 일을 해가며 가정형편을 도왔지만 자기도 모르게 매매혼에 가까운 혼사를 추진하던 당숙모를 내치고 대불호텔로 들어온다. 지영현은 평소 흠모하던 연주와 함께 계속 대불호텔에 머물고 싶어한다. 영현은 인천항에 나가 호텔로의 호객행위를 하고 성공하면 연주에게 수당을 받는 형식이었는데 어느날 한 외국인 부부를 발견한다. 이들이 호텔에 오면서 이상한 사건이 벌어진다.

 이 소설은 전개를 좀 독특하게 하는데 사실 위에 서술한 내용은 공포소설을 쓰고 싶어하는 한 작가가 있는데 좀처럼 소설이 쓰이질 않는다. 마치 뭔가에 홀렸달까. 고민하던 그는 자신의 어머니와 친했던 보애아줌마를 만나고 그의 아들 진이를 만나며 단서를 얻는다. 과거 인천에 대불호텔이 있었고 그와 얽힌 이야기를. 그 이야기는 진이의 할머니가 알고 있었다. 사실 진이의 할머니는 과거 대불호텔의 주인이었던 화교의 아내였던 것. 

 다 읽고 나니 주제가 좀 애매해서 느낌도 애매했다. 둘 중 하나에 확실히 집중하는게 나았을 듯 하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8)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완전한 행복
정유정 지음 / 은행나무 / 2021년 6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정유정 작가의 7년의 밤은 정말 대단했고, 이후에 나온 종의 기원은 좀 아쉬웠다. 그리고 완전한 행복이다. 이 책은 아마도 한국사회를 경악시켰던 고유정 사건에서 아이디어를 얻은 듯 하다. 살해방법이나 사건등은 다르지만 여러모로 비슷한 느낌이다. 남편이 전처와의 사이에서 낳은 아이를 죽인 방법이나 새엄마가 살해범이라는 점등에서 그렇다.

 책은 500쪽 가깝게 되지만 만 하루 만에 빠져들어 읽었다. 어제밤과 오늘 오후에 나누어 읽었는데 분위기가 제법 무서워 책을 읽던 어젯밤에는 밤이 더 무서워지기전에 책을 덮어야 했다. 하여튼 난 겁이 많다. 

 이야기는 두 이혼남녀가 러시아에서 만나며 시작된다. 차은호는 고교 생물교사로 최근 이혼했다. 아들 노아가 있는데 전처는 아들마저 내버려두고 다른 나라로 떠나버렸다. 그는 마음을 추스리고자 러시아 여행을 계획했고 바이칼호로 친구 진우와 같이 향한다. 그 바이칼에서 유나를 만난다. 공교롭게도 그녀역시 이혼녀였고 이제 경우 1주일이 지난 상태였다. 은호는 그녀에게 한눈에 반했고 한국에 돌아와 유나와 결혼한다.

 유나에겐 지유란 딸이 있었다. 은호는 아내가 사랑스러웠지만 아내는 가끔 말도 안되는 이유로 무척 신경질적이 되었고 남편인 자신을 폭행하는 일도 많았다. 그럼에도 그는 아내를 사랑했고 무엇보다도 두번째 결혼마저 실패하고 싶지 않았다. 하지만 아들 노아를 돌봐주던 어머니가 노아의 양육을 자신들에게 넘기며 사단이 난다. 아내는 그걸 원치 않았고, 노아는 천식이 심했으며 아픈 몸에도 축구를 좋아하는 장난꾸러기였다. 

 어머니와 노아, 그리고 지유, 아내 유나와 타운하우스인 집에서 모두 잠든 다음 날, 은호는 깨면서 노아를 발견하고 아들이 죽어있음을 알게 된다. 모두가 슬퍼하지만 은호는 살인의혹을 받게 된다. 어린아이가 어른에게 깔려죽어 질식사한다는 것은 누가봐도 말이 안되는 상황이었다. 그리고 잠자리가 그토록 민감하던 은호는 유독 아들 노아가 죽던 날 밤은 그 난리가 나는 상황이었음에도 쥐죽은듯 잠만잤다. 무언가가 이상했다. 

 그리고 은호는 과거 유나의 남편이었던 준영이 실종되었다는 사실을 준영의 여동생인 민영을 통해 알게 된다. 거기에 놀랍게도 준영은 아내 유나의 언니인 재인과 오래도록 아는 사이였다. 그리고 아내 유나의 충격적인 과거도 알게된다. 아내의 과거 남자들은 모두 하나같이 변을 당했던 것. 여기에 유나의 언니 재인도 민영 및 은호의 친구 진우와 이야기하면서 과거의 이상했던 기억들이 하나하나 맞춰지게 된다. 이는 매우 끔찍한 일이었다. 

 공포스릴러 장르 작가인 정유정 작가의 신작인 만큼 매우 전개가 빠르게 재미났다. 7년의 밤만큼은 아니지만 전작 종의 기원보다 확실히 나은 작품이며 상당히 흡인력이 있고 공포스러우며, 악한 인간에 대한 묘사가 잘 이루어진듯 하다. 다만 악한 인간이 지나친 사이코패스이다보니 공감이 되지 않는다는건 좀 아쉬운 대목이다. 사이코패스를 악한 주인공으로 삼는 것은 딱히 이유가 필요치 않고, 악함을 마음껏 발산할수 있다는 면에선 좋지만 그 악함이 공감이 되지 않아 이해가 되지 않는다는 약점도 있는 것 같다. 하지만 그럼에도 매우 좋고 흥미로운 소설이었다. 시간가는 줄 모르고 읽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지구 끝의 온실
김초엽 지음 / 자이언트북스 / 2021년 8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소위 한국형 블록버스터급 영화와 드라마를 보면서 늘 아쉬웠다. 액션 장면이 뭔가 좀 아쉽고, 컴퓨터 그래픽도 그렇고, 돈이 없는 건 알겠지만 규모의 힘도 부족했다.(일단 단위가 다르다. 미국은 블록버스터라 하면 천에서 이천억을, 한국은 같은 개념에 백억에서 이백억을 쓴다) 자동차를 시원하게 터뜨리고 박살내야하는데 그냥 크게 찌그러뜨리는 느낌이랄까. 하지만 킹덤과 오징어 게임을 보며 그런 불식이 사라졌다. 킹덤 같은 경우 그냥 헐리우드에서 만든 것 같아서 그쪽 기술진과 제작진이 상당부분 투입된줄 알았다. 알고보니 킹덤도 그렇고 오징어 게임도 그렇고 넷플릭스는 돈만 댔다고 한다. 그렇다. 어설펐던건 실력이 아니라 제작비였던 것이다.

 넷플릭스가 3-4년전부터 아시아시장의 교두보로 한국을 지목하고 제작비를 대면서 큰 성공을 거두고 있다. 그들의 안목은 상당히 정확했는데 한국에서 투자하는 것마다 아시아를 넘어 세계적으로 대박을 치니 웃음이 아마 멈추지 않을 것이다. 그들은 내년에 한국에 더 많은 투자를 하겠다는데 그래서 한국 지상파방송사와 대형영화사 및 기획사들은 자칫하면 한국이 하청업체로 전락할까 상당히 긴장하는 느낌이다. 실제 그들은 돈만 대주고 제작비만 줄뿐 저작권과 관련 수입을 모두 가져간다. 새롭고 적절한 균형점이 필요하다. 하지만 그들이 한국문화가 퍼지는데 더 큰 순풍을 불어넣어주는 것도 사실이다.

 김초엽의 이 책을 보면서 이걸 넷플릭스가 영화화하면 참 잘 할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정유정의 7년의 밤처럼 아무리 좋은 시나리오도 어설프게 영화로 만들면 안타까워진다. 하여튼 그만큼 이 책은 소재도 재밌고 흡입력이 있었다.

 과학소설 장르 작가인만큼 이번에도 그러한데 정확하지는 않지만 22세기의 한국이고 재건 60주년을 맞은 시점이다. 재건이라함은 전세계적 재앙이 과거에 있었다는 것인데 '더스트 폴'이란 재앙이 21세기 중반에 일어났다. 21세기 중반 온난화로 인한 지구위기로 미국 캘리포니아의 한 연구소에서는 마치 영화 트랜센던스에 나오는 것처럼 자가증식 나노로봇을 이용해 지구 환경을 치유할 연구를 하고 있었다. 자가증식 로봇의 크기를 줄이는 과정에서 오류가 일어나 이 로봇들이 통제를 벗어나자 마치 세월호의 선원들처럼 연구원들은 이성을 잃고 안전장치도 하지 않은체 자리를 이탈하고 많다. 그 덕에 이 자가증식 나노봇이 전세계로 퍼진다. 이게 마치 극도로 독한 초미세먼지같은 역할을 했고 그래서 더스트 폴이란 명칭이 붙었다.

 더스트 폴 이후 불과 몇 달만에 전세계가 더스트로 뒤덮인다. 인간은 물론 모두 동식물이 죽음을 맞는다. 세계 각국의 도시들은 발빠르게 거주지를 돔으로 덮기 시작했다. 견고한 돔을 씌운 도시는 오래 버틸수 있었고, 어설픈 돔만 있었던 공동체들을 멸망한다. 그리고 인간중 이 더스트에 내성을 가진 사람들도 발견된다. 이들은 실험대상이 되기도 하고, 공포의 대상이기도 해 탄압받고 포획의 대상이 된다. 

 돔으로 쌓인 대도시는 모든 물자가 부족했기에 돔의 사람들은 사냥꾼이라는 이름으로 바뀌어 폐허가 된 도시에서 물건을 약탈했다. 더스트가 미생물마져 사멸시켰는지 죽은 사람과 동식물의 사체는 좀처럼 부패하지 않았다. 강한 내성으로 인한 연구소에 갇혀 모진 생체실험을 당하던 아마라와 나오미 남매는 연구소가 공격 받는 틈을 타서 탈출한다. 연구소의 호버크래프트를 하나 탈취해 여기저기 떠돌던 그들은 마을에서 물자를 얻고 교환하고, 가장 허름한 집에 머물렀다. 그리고 사람이 머물면 반드시 티가 나기에 한 곳에서 열흘이상 머무르지 않았다.

 이 같은 긴장된 떠돌이 생활에 신물이 난 그들은 프림에 대한 소문을 듣는다. 더스트로부터 안전한 장소로 돔없이도 사람들이 거주하는 지역이라는 것. 동생 나오미는 더스트 내성이 강했지만 내성이 미약한 언니 아마라 때문이라도 그들은 프림이 필요했다. 프림을 우여곡절끝에 도착한 그들은 마을에 자리한 온실에 놀란다. 온실에서는 레이첼이란 과학자가 온갖 식물을 연구하고 있었는데 그녀는 놀랍게도 이미 절멸한 과거의 식물들도 재배시킬수 있었으며 그녀가 프림을 둘러싼 숲을 조성한 덕에 마을을 더스트로부터 안전했다. 레이첼은 더스트 분해제도 제조할수 있었으며 이런 레이첼과는 지수라는 정비공만이 교류하고 물자를 얻어냈다. 

 아마라와 나오미는 프림에서 몇년간 안정과 평화를 얻지만 곧 프림의 존재도 외부에 알려지고 침입자들이 침투하기 시작한다. 그리고 더스트 폭풍이 프림을 덮친다. 이 더스트 폭풍은 매우 강력해 견고한 돔을 갖고 있던 도시들도 이것에 의해 수차례 붕괴된바가 있었다. 지수는 이 더스트를 막기 위해 레이첼로부터 한 식물을 얻어낸다. 레이첼이 만들어낸 식물 모스바나다. 잡초류를 섞어 만들어낸 이 모스바나는 더스트를 제거하는 기능이 있었고 잡초답게 순식간에 무성하게 자라났다. 마침 모든 생명체가 절멸하고 썩지도 않은 상황이라 모스바나는 심자마자 수일만에 마을전체를 뒤덮을 만큼 무성하게 자라나 더스트 폭풍으로부터 마을을 지켜낸다. 

 하지만 모스바나는 역으로 마을 토양에 침투해 농작물의 생장을 방해하기도 했다. 이런 불안과 모스바나의 등장은 마을사람들에게 변화를 야기한다. 모스바나의 더스트 제거 효과를 목도한 이들은 이걸 돔 사람들과 교환하고 세계를 구할 수 있다고 말한다. 그리고 일부는 경험적으로 그들은 그걸 약탈만 하고 이곳을 결국 파괴할 거라고 말한다. 결국 사냥꾼들의 대규모 침공이 시작되고 프림은 붕괴된다. 지수는 미리 준비한 분해제와 모스바나및 여러 식물의 씨앗을 사람들에게 나눠주고 드론이 대신 싸워주는 동안 모두는 탈주한다.

 그리고 디스어셈블러라는 장치가 만들어져 더스트는 제거되고 세계는 평화를 찾는다. 한국의 식물연구소원 아영은 해월이라는 도시에서 모스바나가 이상 번식했다는 소문을 듣는다. 더스트시대 무성했지만 지금은 경쟁에 밀려 그냥 평범한 식물이 된 모스바나의 이상 번식은 의례적이었다. 거기에 그곳의 모스바나에선 푸른 빛이 띄었다고 한다. 아영은 이를 어릴적 본적이 있었다. 이상한 기분으로 아영이 해월로 향하면 비로소 과거의 모든 퍼즐이 맞춰진다.

 우리가 빛의 속도로 갈수 없다면 처럼 이 책 역시 매우 재미나고 상상력이 기발했다. 오히려 전작보다 좀더 지구배경으로 펼쳐져 현실성이 있었다. 다음작도 기대해본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9)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사자와 수다
전김해 지음 / 지식과감성# / 2021년 3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두 번째로 보는 전김해 작가의 책이다. 저번에 본 책은 '사자와 쥐가 한번도 생각해보지 못한 것'들이었는데 이번에도 어김 없이 사자가 등장한다. 아마도 사자는 작가의 페르소나인 듯 하다. 왜인지는 알 수 없지만, 아마도 사자라는 생물이 가진 두 가지 상반된 면 때문이 아닐까 한다. 사자는 아프리카 사바나에서 가장 강력한 존재이며 암사자 무리를 이끌지만, 사실상 혼자 다니는 외로운 존재이며, 언제든지 다른 젊고 강한 외부의 숫사자에 의해 쫓겨날수 있는 불안한 처지에 있다. 이런 사자의 특성 때문에 작가는 사자를 선호하는게 아닐까.

 전김해 작가의 책을 보면 내용도 내용이지만 그림이 재밌다. 전작에서도 느낀 것이지만 좀처럼 같은 사자를 그리지 않는다. 상황에 따라 사자는 갈기나 표정, 형태, 크기가 제각각인데 이런 면도 재밌다. 같은 것을 매번 다양하게 그리는 것은 쉽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글 만해도 그렇다. 매번 완전히 다른 장르의 다양한 책을 보려고 하지만 책을 보고 써놓은 나의 글을 보면 나라는 개체를 거쳤기에 하나 같이 똑같다. 무척 아쉬운 부분인데, 때문에 작가가 다른 내용의 글과 그에 맞는 완전히 다른 그림을 그려내는건 쉽지 않았을 것이고 대단해 보이는 부분이다.

 '사자와 수다'에서는 사자의 상반된 특성처럼 인생의 여러 모순되는 장면을 통해 삶에서의 나름의 의미를 찾은 작가의 생각을 드러낸다. 책은 시나 단편처럼 짧은 글로 이루어지는데 '아버지와 아들1'에서는 강하고 위대한 아버지 사자를 닮으려는 아들에게 '나처럼 되지 말고 진정한 너가 되어라'라고 말하는 장면이 있다. 반대로 아버지와 아들2에서는 아들을 좀처럼 못 놔주는 과잉보호 사자에게 신이 아들을 과감히 내려놓으라고 자신은 그렇게 해서 아들을 한번도 잃어 본 적이 없다고 말하는 장면이 있는데 서로 상반되면서도 같은 이야기를 말하는 연작이어서 재밌었다. 

 '슬픔이의 슬픔'이란 이야기도 좋았다. 큰 기와집 처마 밑에서 작은 슬픔이들이 울며 슬퍼하고 있었는데 왜 그러냐고 사자가 묻자 이 집이 부적을 붙여놓으며 슬픔들을 받아들이지 않아서라고 하였다. 사자는 집안 사람들을 오만하다고 비웃으며 마침 큰 슬픔이 지나가자 집안의 오만한 것들을 한방에 날려버리라고 한다. 하지만 큰 슬픔은 이들이 작은 슬픔을 받아들이지 않았기에 집이 한방에 무너질수 있고 자신들의 일을 집을 무너뜨리는게 아니고 연약함을 깨닫게 해주는 것이라 말한다. 인간에게 실패와 세상사로 인한 슬픔이 그를 무너뜨리기보다는 딛고 일어서고 웬만한 역경을 견디게끔 단련시켜주는 존재라는 이야기다. 

 책을 두껍지 않지만 이솝이야기처럼 큰 5개의 주제아래 여러 이야기가 얽혀있다. 상당히 신박한 것도 다소 평범한 것도 있으며 이야기에 맞춰 다양한 그림들도 있다. 그림은 모두 흑백이고 대부분 거친 펜이나 연필로 그린 듯하다. 무거우면서도 다소 가볍게 생각하고 그림을 같이 그려내며 볼만한 책이다. 

 


댓글(2) 먼댓글(0) 좋아요(27)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scott 2021-09-19 12:42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닷슈님

추석 연휴 동안 가족과 행복한 시간 보내세요
해피 추석~


∧,,,∧
( ̳• · • ̳)
/ づ🌖

닷슈 2021-09-19 22:4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감사합니다. 추석잘보내세요 스콧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