쿼런틴 워프 시리즈 4
그렉 이건 지음, 김상훈 옮김 / 허블 / 2022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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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쿼런틴은 격리란 뜻이다. 같은 제목의 소설도 무척 많고 좀비 영화도 한편 있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이 책을 읽기 전 챗gpt에게 쿼런틴에 대해 물어봤는데 같은 제목의 소설이 많아 정보를 더 달라고 했다. 저자 이름까지 입력하니 간단한 정리를 제공해주었다. 

 양자역학은 현대 과학의 기반이면서도 몹시도 어려운데 그 양자역학을 소설의 소재로 삼았다. 책의 배경은 21세기 후반으로 과학기술이 몹시 발달한 상태다. 책 배경에서 대충 30년도 정도 전에 인류는 밤하늘에서 별을 잃어 버리게 된다. 대충 태양의 80조배 정도 되는 크기의 막이 지구를 중심으로 둘러쌌는데 그 덕에 별들로 부터의 빛이 차단되어 지구에서는 태양계 정도 밖에는 볼수 없는 상태가 되어버리고 많다. 사실 이는 태양빛을 막은게 아니어서 지구의 생존에는 아무런 문제가 없었지만 인간들은 상당한 혼란에 빠진다. 

 이 정도의 일을 할 수 있는 외계 문명이 있는 것이 분명한데 그들이 대체 왜 이런 짓을 했는지, 인간이 위해가 된다면 이미 충분히 침공이 가능한데 왜 이런 짓만 하는지, 그들의 저의가 무엇인지 등등이다. 이 사건은 버블이라 불렸고, 많은 인구가 버블열이라는 정신병에 시달렸다. 물론 이는 오래가지 않았다. 이 사건으로 갖가지 종교 단체와 테러 단체가 생겨났고 이들은 지구 곳곳에서 수 십년째 소동을 일으킨다.

 소설의 장소는 공간적 배경은 호주로 아무래도 작가가 호주출신이라 그런 듯 하다. 미래엔 재밌는 설정이 하나 있는데 중국이 홍콩에 압제를 펼치고 대만마저 침공해 대량의 이주민이 발생하여 이들이 호주 북부에 정착했다는 것이다. 이곳이 뉴홍콩이라 불리는데 소설의 주요 배경이 된다. 지금 같은 상황에서 보면 무척 개연성 있게 느껴지지만 이 소설이 홍콩이 반환되기도 전인 1992년에 출간되었다는 것을 생각하면 참 대단한 혜안이다.

 미래사회에는 과학기술의 발달로 사람의 신경과 뇌를 조절하는게 가능하며 이런 것을 제품으로 팔고 있다. 주인공만 해도 p1-p5에 해당하는 모드를 갖고 있는데 사람은 이것으로 인해 육체적 고통과 감정적 동요를 차단하고 냉정하게 업무에 집중할 수 있게 된다. 주인공은 닉이란 사람으로 전직 경찰인데 아내가 테러로 인해 사망하게 된다. 닉은 이 일로 경찰을 그만두고 탐정 일 같은 것으로 하는데 그가 받은 의뢰는 정신병원에 오래 입원하고 있는 로라라는 여자의 행방을 찾는 것이었다. 로라는 뇌손상을 갖고 태어나 3-4살 수준의 지능에 거동이 어렵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로라는 행방불명 이전 병원을 무려 두번이나 탈출한 이력이 있다. 

 닉은 로라가 자신의 힘으로 빠져나갔을 리는 없고  누군가가 그녀를 모종의 이유로 납치한 것으로 생각한다. 알고보니 로라를 시신의 형태로 반출해갔고 장소는 뉴홍콩이라는 사실을 알아낸다. 그리고 이 과정에서 닉은 인간이 양자중첩상태에 있는 것이 가능하다는 것을 알게 되며 로라가 이를 토대로 스스로를 개량하고 탈출까지 가능했었다는 것을 알게된다. 그리고 외계 문명에 의해 버블이 생겨난 것도 인간이 관측을 통해 대상을 수축시켜 우주의 가능성, 즉 양자중첩상태를 없애는 것을 막기 위함이 아닌가라는 생각에 이르게 된다.

 책은 외계문명은 단 한차례도 나오지 않고 양자중첩을 노리는 인간들과 그런 상태에 놓은 사람들의 심리묘사가 주를 이룬다. 때문에 책은 읽기 쉬운 편이 아니다. 이런 독특한 심리를 좋아한다면 또 모르겠다. 하여튼 독특한 소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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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청 - 잃어버린 도시
위화 지음, 문현선 옮김 / 푸른숲 / 2022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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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소설을 잘 보지 않는 편이어서 중국문학은 일정 나이가 되어 사실상 처음 본 것 같다. 책 제목은 원청인데 중국의 한 도시 이름이며 작가인 위화는 유명한 듯하다. 허삼관 매혈기란 책도 썼다는데 제목을 어디선가 들어본 듯 하다. 이 책의 배경은 청나라 말기에서 중화민국이 설립하고 붕괴하는 그야말로 격동의 시기이다. 이런 큰 거시적 배경에서 저자는 그 영향을 받으면서도 아랑 곳 않고 자기 삶을 살아가는 개인들의 철저히 작은 삶은 다룬다. 책 파친코의 첫 구절이 "역사가 우리를 망쳐놨지만 그래도 상관없다." 이듯 이 책도 그런 느낌으로 진행되며 오래전 읽었던 한국의 소설 고래와 상당히 비슷한 느낌을 받았다.

 책에 나오는 주요인물은 린샹푸, 천융량, 구이민, 샤오메이, 아청 등이다. 린샹푸는 황하 즉, 중국의 오랜 중심인 중원의 한 지역에 사는 인물이다. 재력가이면서 학문이 뛰어났고, 가구를 잘 만들던 아버지를 닮았으나 그 아버지가 고작 린샹푸 나이 5살에 죽는다. 어머니는 홀로 집안을 이끌며 린샹푸를 성년으로 키워내나 역시 그가 결혼하는 것을 보지 못하고 죽는다. 그렇게 린샹푸는 집안의 전답을 경영하며 살아간다. 재력가로 매파에 의해 여럿 중매를 보았으나 선뜻 연이 닿지 않는다.

 그런 그에게 어느날 원청이란 곳에서 왔다는 샤오메이 아청 남매가 찾아온다. 오랜 여행끝에 그들은 피로하고 여비가 떨어졌으나 입고 있는 옷만은 그렇지 않았으나 린샹푸는 샤오메이에게 끌리기 시작하고 웬일인지 오빠 아청은 여동생만을 남겨둔채 북경의 이모부에게 향한다. 샤오메이는 오빠를 기다리다 린샹푸와 연을 맺는다. 린샹푸는 그녀를 사랑하여 집안의 금괴를 보여주나 샤오메이는 친정에 다녀온다는 핑계로 아청에게 금괴의 상당량을 갖고 가버린다. 린샹푸는 좌절했으나 몇달 후 배가 부른 샤오메이가 린샹푸의 아이를 임신했다면 돌아온다. 다시 행복이 찾아오고 린샹푸는 그녀를 잡기 위해 제대로 결혼식을 올린다. 딸 린바이자가 태어나고 얼마 안있어 샤오메이는 다시 사라진다. 이에 린샹푸는 집사 텐다일가에 가계를 위임하고 딸과 같이 샤오메이를 찾아 원청으로 떠난다.

 그런데 원청을 아는이가 아무도 없다. 린샹푸는 그저 강남으로 향한다. 샤오메이와 아청과 비슷한 말투를 하는 지역으로 좁혀간다. 그래서 도착한 곳이 시진이다. 거기서 린샹푸는 거대한 회오리 바람과 수주일간 이어진 폭설을 만나지만 천융량의 도움으로 그의 집에 기거하며 동업하게 된다. 린샹푸는 가구 만드는 솜씨가 좋아 천융량과 함께 목공소를 운영해 수년 만에 고향에서만큼의 재력을 축적한다. 하지만 십수년이 지나도 샤오메이와 아청은 찾을 수 없었다. 

 그리고 평화롭던 시진엔 토비(도적)들이 들끓는다. 이들은 가정과 마을을 약탈하고 살육을 일삼았으며 사람들을 납치해 거액의 몸값을 요구한다. 천융량의 첫째 아들이 린바이자를 대신해 납치되고 시진에선 토비에 대응하기 위해 민병대가 조직된다. 마을의 중심인물이자 상인회의 대표인 구이민이 이일의 중심이 되어 토비를 토벌하자 토비의 수괴는 구이민을 납치해보린다. 

 나이든 린샹푸는 천융량 일가가 떠나고 딸마저 상하이로 유학보내어 외로운 마음이었다. 샤오메이와 아청을 찾는 것도 포기했다. 그런 상태에서 린샹푸는 장래의 사돈이자 신세를 진 구이민을 찾기 위해 토비와 협상을 벌이고 그 와중에 살해된다. 린샹푸의 집사 텐다일가가 그의 시신을 수습하고 고향으로 향한다. 

 이렇게 책은 1부가 끝나며 2부가 진행된다. 2부는 샤오메이와 아청의 이야기다. 그들이 원래 어디살았고, 사실은 어떤 사이이며, 린샹푸와 어떻게 엮이게 되는지를 보여준다. 책은 무척 재밌으며 재미난 소설이 그렇듯 두꺼워 막상 읽기 무섭지만 쪽수가 빠르게 줄어들며 그 줄어듬에 아쉬움을 느끼게 한다. 작가의 책을 좀 더 찾아보고 싶다는 생각을 들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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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객모독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306
페터 한트케 지음, 윤용호 옮김 / 민음사 / 2012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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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존케이지의 4분 33초란 음악이 있다. 피아니스트가 무대 가운데의 피아노를 향하여 그 앞에 앉고 악보를 보고 마치 연주할 것만 같다. 청중은 일상적인 연주회처럼 뭔가 기대를 하고 기다리다 곧 이상함을 느낀다. 작은 웅성거림도, 투덜거림도 있었을 것이지만, 무척이나 이상스러운 길고도 짧은 4분 33초를 어떻게든 참아냈을 것이다. 시계를 보던 연주자는 4분 33초가 지나자 인사를 하고 나가버린다. 이 이상스런 상황에서 청중이 만들어낸 모든 소리와 반응, 이게 존케이지가 만들어낸 4분 33초란 음악이다. 

 이건 음악사에 있었던 일인데 그걸 책으로 만든다면 어떨까. 아마 이 책 관객모독이 그 자릴 차지할 듯 하다. 책은 무척 얇지만 상당히 이상하다. 책 설정상으로는 독자는 연극을 보러온 관객이다. 그리고 화자는 무대에 선 단 한 사람인 것 같다. 그는 주구장창 설명만을 해댄다. 관객들에게 인내심과 교양을 요구하든, 말이 되면서도 안되는 소릴 하면서도 꾸준히 여러분이란 존칭을 한다. 이게 아마 관객이 참아내게 하는 장치일 듯 하다. 

 그의 설명은 연극을 보러온 나로 하여금 자신을 돌아보게 만드는 힘이 있다. 연극이나 영화같은 것을 보면 우린 편한 자리에 앉아 어느샌가 나를 읽고 가상의 이야기에 빠져들고 공감하며 희노애락을 느낀다. 하지만 서서 본다면, 또는 무대의 경계를 의식한다면, 뭔가 달라질 것이다. 하여튼 그는 이런 식의 설명을 장황하게 한다. 집중하기 힘들다. 하지만 곧 뭔가 시작되겠지란 기대감으로 인내하며 버틴다. 좀 독특한 연극인것 같다란 느낌으로

 그런데 갑자기 무대의 그가 돌변한다. 갑자기 너란 반말을 시작하며 모욕적 언사를 쏟아 붇기까지 한다. 당황스럽다. 지금까지도 충분히 이상했는데 대체 왜 이러는 것일까. 그리고 결국 연극은 애초에 없었음을 선언하고 급기야 무대에서 나가버린다. 아마 처음부터 이런 식으로 연극을 연출 한 것 같다. 이상한 말을 하면서 짧은 시간동안 정상적인 연극을 기대한 사람들의 또 다른 반응을 보는 것. 그리고 마지막에 본색을 드러내며 그것을 절정으로 이끄는 것, 그런 관객을 무대이자 연기자로 관객으로 만들어버리는 연극 말이다.  

 이런 걸 직접 괜찮은 극장 공연에서 당한다면 어떨지 상상해봤다. 독특하고 괜찮은 경험일 것이다. 물론 결국엔 제대로 된 연극을 보여주긴 해야 참아낼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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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ini74 2022-10-19 22:16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제가 7분 23초. 뭐 이런거 하면 잡혀가겠지요 ㅎㅎ 저는 백남준 악기 부수는거 보고도 아… 예술은 참 어렵구나 했어요. 관객모독이 이런 내용이군요. 잘 읽었습니다 닷슈님 *^^*

닷슈 2022-10-20 13:00   좋아요 1 | URL
백남준은 소싯적엔 동물 모가지를 전시장 앞에 걸어 놓았다고 들은 것 같습니다. 미니님 연주를 하시나 보군요. 부럽습니다.

mini74 2022-10-20 13:03   좋아요 1 | URL
헉. 동물모가지 정말 현대예술은 어려워요 ㅠㅠ 저 연주 못해요 닷슈님 ㅋㅋ 존 케이지처럼 가만 있음 어떨까 욕먹겠지 하면서 상상해봤어요 *^^* 행복한 오후 보내세요 ~
 
책과 우연들
김초엽 지음 / 열림원 / 2022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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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소설을 많이 보는 편은 아니지만 몇몇의 한국 작가를 기억한다. 고래를 쓴 천명관, 디디의 우산의 황정은, 7년의 밤의 정유정, 당선합격계급의 장강명 그리고 김초엽이다. 난 과학을 좋아하는 편이라 과학을 소설의 세계관이나 배경, 이야기를 엮는 소재로 쓰는 SF 장르는 좀 더 즐겨보는 것 같다. 이런 것들이 주는 독특한 재미가 있고 특히나 삼체는 정말 벌벌 떨면서 추석 연휴 기간에 독파했던 기억이 있다. 

 책과 우연들은 작가 김초엽의 일상이 드러난 책이다. 김초엽 작가는 원래 과학자가 되려고 했었다고 한다. 화학이 전공인데 완벽을 기해야 하는 실험, 그리고 계속되는 오류를 잡아내면서 매우 작은 성과를 얻어가며 나아가야하는 그 연구자라는 것이 자신과 잘 맞지 않는다는 자각을 하고 글쓰기의 세계로 들어선다. 그런데 원래 글은 잘 쓰셨던듯 하다. 학창시절, 실용글쓰기라고 자신을 포장하고, 남을 위한 글을 써주는 지도를 했다는 것을 보면 그렇다.

 소설가들이 보여주는 소설의 세계가 하나의 매우 설득력 있는 세계이기에 독자인 우리는 왠지 작가 자신도 대단할 것 같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하지만 책은 그렇지 않다고 한다. 정말 아무것도 모르는 상황에서 하게 되는 경우도 있고, 그 때 책을 쓰기 위해 자신안의 무언가를 만들어내기 위해 책을 많이 읽는다고 한다. 그리고 여러 책들속의 장치나, 논점들, 인물들을 보면서 자신안에 무언가가 생겨나고 그것으로 책을 쓰게된다고 한다.

 김초엽 작가는 그렇게 단서를 잡으면 무의식의 세계에서 상당히 글을 마구잡이로 쓴다는데 그렇게 하는 이유는 그렇게 책을 채워넣지 않으면 도무지 쓸수 없기 때문이란다. 하지만 이렇게 쓴 책이 완성도가 높을리 없어 다 쓰고 보면 이 책은 절대 세상에 나오면 안된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고 한다. 그래서 다른 친구나 작가, 편집자들에게 보여주며 생각을 듣고 교정에 교정을 거듭해 처음 쓴 것과는 완전히 다른 제대로 된 글이 세상에 나오게 된다고 한다.

 이 책을 보면 김초엽 작가가 자신이 전혀 모르는 분야에 대해서 공부하고 책을 읽어나가며 책을 완성해 나가는 과정이 나오는데 그러면서 자신이 본 여러 책을 추천해준다. 뒷 부분에는 각 장마다 김초엽 작가가 언급하는 책들이 나오는데 이런 재미난 목록을 알 수 있다는 것 만으로도 이 책은 좋은 장점을 지니고 있다. 작가와 내가 상당히 독서 취향이 다르다고 생각이 들었는데 어느 정도 책을 본 나도, 그리고 나보다 많이 보았을 작가도 이상스럽게 같이 읽은 책이 거의 없었다는 점이다. 

 하여튼 소설이라는 하나의 세계를 그리고 그 중에서도 조금 더 독특한 SF 소설을 어떻게 완성해나가고, 그것을 해내는 작가의 삶과 세계, 생각을 어떠한지 엿볼 수 있는 재미난 책이었다. 이것도 편집자가 권해서 나온 책인지, 아니면 작가 본인이 펴낼 생각을 한 것인지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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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폐 아들과 아빠의 작은 승리 장애공감 2080
이봉 루아 지음, 김현아 옮김 / 한울림스페셜 / 2018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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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드라마 우영우나, 굿 닥터 처럼 자폐인을 다룬 인기작들을 보면 심경이 복잡해진다. 그 숫자에 비해 사회에서 거의 관심을 두지 않는 자폐인을 조명해준다는 매우 긍정적인 점이 있지만 자폐인의 현실을 제대로 반영하고 있지는 않다는 느낌 때문이다. 물론 자폐인은 스펙트럼이 상당히 넓기에 우영우나 굿 닥터 같은 자폐인이 어딘가 존재하기는 할 것이다. 하지만 대부분의 자폐인은 그들처럼 서번트 증후군을 보이기보다는 사회생활에 어려움을 많이 부가하는 특성을 가지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이번에 본 자폐에 관한 책은 자폐 아들과 아빠의 작은 승리라는 책이다. 프랑스 책인듯 한데 확실치는 않다. 책의 시작에선 늘 그렇듯 젊고 매력적인 남여의 만남이다. 그들은 아이를 낳기로 하고 결혼도 한다. 아이는 남자아이로 이름은 올리비에다. 사랑스러운 아기였지만 슬슬 말을 다른 아이들만큼 하지 못하는 것을 부부는 눈치챈다. 결국 검사를 받고 아이는 자폐 판정을 받는다. 

 엄마도 엄마지만 아빠의 충격이 매우 컸다. 작중엔 그의 세계관이 아니 세상이 무너져내리고 그 충격으로 아빠가 검은 새처럼 변하는 장면이 나타난다. 그 새는 엄마와 다투고 가정은 무너진다. 이혼하게 된 것이다.

 하지만 이혼한 엄마는 엄마대로 성실히 아이를 챙기고 이혼한 아빠와 협력하며 부족한 부분을 서로 채운다. 이 점이 인상적이다. 한국이라면 가능할까. 하여튼 아이는 아빠가 챙긴다. 엄마는 부유한 남자를 만나서인지 아니면 직업이 좋아서인지 아빠보다 부유했다. 하지만 사정이 생겨 멀리 이사간다. 그렇다고 아이를 보는 것에 소홀하진 않다.

 그래서 자폐 올리비에와 싸우고 생활해나가는 것은 아빠의 몫이 된다. 공무원과 전문가들은 규칙에 맞는 생활과, 짜여진 일과, 그리고 각종 치료를 추천한다. 하지만 아빠가 보기에 이 모든 것은 말이 안된다. 세상은 규칙적으로 짜여진대로만 살수는 없는 곳이기 때문이다. 독재자 푸틴이나 시진핑도 그렇게 살진 못할 것이다. 아빠는 아들이 잠이 들면 그래서 매일 가구의 위치를 바꾸며 노는 것도 하루의 일과도 조금씩 달리한다. 아들을 현실에 적응시키기 위해 자극을 계속주어 둔감하게 만드는 방법을 택한 것이다.

 올리비에는 아빠의 이런 노력으로 서서히 눈맞춤도 되어가고 어느새 말도 하게 된다. 여전히 자폐이고 남들이 보기엔 이상하지만 아빠의 노력도 이해하고 공감하는 능력도 갖고 있으며 약을 먹게 된 후로는 정규학교수업도 받게 된다. 이 모든 과정에서 아빠의 노력은 눈물겹다. 계속 아이에게 책을 읽어주고 대화하며 남의 눈총을 받으면서도 아들을 바깥에서 교육적으로 대한다. 매번 아빠는 자신의 머릿속에서 상상으로 남겨두었던 무수한 아들을 삭제한다. 정상적으로 태어나 자기와 책을 읽고 스포츠를 즐기고 상호작용하는 아들을 말이다. 

 책의 마지막은 어느 덧 많이 자란 올리비에게 자신의 선생님에게 아빠를 남성으로서 소개하고 추천하는 장면이었다. 여기까지 오기까지 얼마나 힘들었을까. 물론 애초에 올리비에는 그 정도까지는 갈수 있는 자폐인이었기 때문일 가능성이 높다. 수많은 자폐 부모들이 갖은 노력에도 평생 자신의 아이와 제대로된 의사소통 한번 해내지 못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렇다고 그것이 올리비에와 아빠의 노력을 평가절하하지는 못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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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돌이 2022-10-09 19:28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올리비에를 저정도까지 오게 하기까지 정말 얼마나 많은 노력을 해야 하는지.....장애를 가진 아이의 부모로 사는건 몇배나 더 많은 노력을 요구하는것 같아요. 그래서 주변의 환경이 그 노력에 도움이 될 수 있도록 해야 되는데 그런면에서는 여전히 우리 사회는 부족한 부분이 많은거 같고요. 제도적인 면은 그래도 많이 좋아진거 같은데 장애에 대한 우리나라사람들의 인식은 어째 갈수록 더 퇴보하는거 같은 느낌이에요.

닷슈 2022-10-10 12:30   좋아요 1 | URL
맞는 말씀입니다. 인식이나 지원이 퇴보하는 건 중산층이 살 여유란게 많이 없기 때문이 아닌가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