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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의 쓸모 - 자유롭고 떳떳한 삶을 위한 22가지 통찰
최태성 지음 / 다산초당(다산북스) / 2019년 6월
평점 :
저자는 역사를 통해 많은 것을 알 수 있고, 불확실한 미래를 준비할 수 있는 확실한 방법이라는 것을 알리기 위해 이 책을 썼다고 한다. 그래서, 제목이 <역사의 쓸모>이다. 책 표지 중간에 '자유롭고 떳떳한 삶을 위한 22가지 통찰'이라는 부제가 쓰여있다. 부제인지 모르겠지만, 22가지 모두 자유, 떳떳한 삶과 연결되는 거 같지는 않다.
역사를 접할 때 특정 사건을 위주로 깊게 들여다볼 수도 있지만, 역사 속 인물 중심으로 역사를 배울 수도 있다. 이 책은 저자가 생각하는 하나의 주제에 해당하는 인물을 소개하고, 본인의 생각을 정리해서 독자에게 전달하는 형태로 구성되어 있다. 이 책과 함께 류성룡의 <징비록>을 읽고 있는데, <징비록>을 모두 읽고 나서 할 이야기가 훨씬 많을 거 같다. 하지만, 미처 몰랐던 역사 속 인물을 <역사의 쓸모>를 통해서 알 수 있어서 좋았다.
뛰어난 외교가 서희, 원종, 독립운동가 박상진, 이회영, 대동법 시행 김육, 청렴한 관리 최석, 쇠뇌를 만든 구진천, 이분들은 이 책을 읽기 전에 미처 몰랐다. 특히, 대한민국 독립을 위해 힘써 왔던 분들을 얼마나 알고 있을까 생각하니 나 자신이 창피하다.
물론, 이 책에 내가 몰랐던 분들만 나오는 것은 아니다. 정약용, 장수왕, 정도전, 장보고, 익숙한 분들도 나온다.
책 앞 부분에 잠시 언급되고, 후반부에 독립운동가로서 힘들게 살아온 이회영 선생이 가장 기억에 남는다. 저자 또한 아래 문구를 보고 엄청 감동을 했다고 한다.
서른 살 청년 이회영이 물었다.
"한 번의 젊은 나이를 어찌할 것인가"
눈을 감는 순간 예순여섯 노인 이회영이 답했다.
예순여섯의 '일생'으로 답했다.
외국에서 유명한 사람들이 한 말만 기억하지 말고, 우리 조상들 중에 이런 멋진 말을 하신 분들도 기억을 하면 좋겠다. 과연 살아온 '일생'으로 답을 할 수 있는 사람이 얼마나 있을까?
이 책을 재미있게 읽었지만, 몇 가지 부분은 내가 생각하는 것과 상이하다. 역사의 해석은 주관적인 면도 있다고 생각한다. 내 생각이 정답이 아닐지도 모른다.
읽으면서 가장 짜증 났던 부분은 '원균'에 대한 저자의 평가이다.
원균을 옹호하는 이야기가 아닙니다. 다만 역사 속 인물의 선택에도 그 나름의 이유가 있다는 뜻이죠. 우리는 역사를 공부할 때 눈앞에 보이는 글자만 읽고 말아요.
저자 최태성은 원균에 대해서 몰랐을까? 역사 속에 들어가서 인물들과 만나보면 좋겠다는 이야기를 하고 싶어 원균을 예로 들었을까? 선조 명령을 무시하면 이순신 님처럼 고난을 겪을 까봐 어쩔 수 없이 칠천량으로 가서 전멸했으니 인간적으로 쳐다봐야 한다는 말인가?
원균은 1592년 4월 13일(음력) 임진왜란 발발 시 경상 우수영을 총괄하는 경상 우수사였다. 일본 제1군 고니시 유키나가 군대 18,000명을 막을 수 없었지만, 이후 속속 들어오는 일본 후속 부대를 견제할 수 있는 위치였고, 판옥선도 약 70여 척 있었다고 한다. 옥포, 당포 등지에서 이순신 님과 함께 싸웠지만, 포상 과정에서 이순신 님과 다툼이 많았다. 그는 자기가 뛰어났다고 생각했다. 이순신 님의 부재를 틈타 수군을 총지휘하지만, 칠천량 해전을 통해 역시 원균은 무능력했다는 모습만 역사에 남긴다.
아무리 선조의 명령에 따라 출전했다고 해도 그 정도 위치였으면, 후일을 도모할 수 있어야 하는 것이 아닌가? 원균은 조령, 문경새재를 포기하고, 충주 탄금대에서 조선 정예 병사를 모조리 수장시켜 버린 한심한 신립과 어깨를 견줄 만하다고 생각한다.
기가 더 막힌 것은 조선의 가장 한심한 임금인 선조(사실 군으로 불러도 아깝다.)가 정한 선무공신 1등에 이순신, 권율과 함께 뽑혔다는 것이다. 임진왜란 때 뛰어난 장수가 많았는데, 이게 말이 되는가? 울분이 터진다.
세계사를 접할 때는 비교적 감정의 동요 없이 차분하게 읽을 수 있다. 물론, 인도주의에 어긋한 사태에 대해서 마음이 격해진다. 십자군 전쟁에서 예루살렘을 점령하고, 단지 이교도라는 이유로 약 백만 명의 거주민을 모조리 학살했다는 내용을 읽고, 종교에 대한 깊은 빡침을 느꼈지만, 우리나라 역사를 읽으면서 느끼는 울분과는 차이가 있다.
역사적 사고에 대한 저자의 생각에 깊은 공감을 느꼈다.
저는 품위 있는 선택에 역사적 사고가 큰 도움이 된다고 믿습니다. 많은 사람이 현재만을 생각해요. 그러다 보면 부정을 저질러서라도 더 높이 올라가고, 다른 사람을 괴롭히면서까지 자신의 이득을 취하는 근시안적인 선택을 하기 쉽습니다. 하지만 모든 사건은 그 자체로 존재하지 않아요. 역사적 사고란 역사 속에서 나의 선택이 어떻게 해석될지 가늠해보고, 다른 사람에게 미칠 영향력을 고려해 판단하는 것을 말합니다.
코로나 시대에 마스크를 쓰도록 강요하는 것은 자유를 해친다고 미친 소리를 하는 사람들이 있다. 마스크를 쓰면 답답하기 때문에 쓰고 싶지 않고, 이런 나의 선택을 규제할 이유는 없다는 것이다. 자기가 코로나에 걸려도 자기가 책임지는 것이니 상관없다는 것인가?
내가 마스크를 쓰고, 코로나의 확산을 방지할 수 있다면, 불편함을 감수하는 것이 역사적 사고가 아닐까 생각한다. 먼 훗날 누군가 2020년을 평가할 때 마스크 착용 자유와 마스크 착용으로 인한 코로나 전파 감소, 이 둘 중의 어떤 것을 높게 평가하겠는가?
예순여섯 '인생'이 답했다.
예순여섯 '인생'이 나라를 구하거나 한민족의 영광을 널리 알리거나 등이어만 할 필요는 없다. 하루하루 마스크를 쓰는 것만으로도 남에게 부끄럽지 않게 '인생'을 살아가는 것이다.
2020.8.15 광복절 Ex. Libris HJK
요즘 영화나 드라마에는 시간 여행을 할 수 있는 특별한 능력을 가진 인물이 심심치 않게 등장합니다. - P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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