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의 역사 - History of Writing History
유시민 지음 / 돌베개 / 2018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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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만에 별 5개를 선택한 책을 읽었다.


가장 좋아하는 작가인 유시민이 쓴 책이고, 가장 좋아하는 분야인 역사가 주제인 책이기 때문에 읽기 전부터 기대가 높았다. 읽고 나서 역시 유시민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는 아무리 어려운 내용이라도 쉽게 설명하려고 노력한다. 논리적으로 글을 쓴다. 논리적으로 쉽게 설명을 하니 내용에 대한 이해도 높고, 가독성도 높다. 그가 왜 베스트셀러 작가인지 이제 의문을 가지지 않는다.


역사에 관심을 가진 모든 일반인들에게 일독을 권한다. 이 책에서 언급된 모든 책을 읽어 보았다고 해도 이 책을 읽으면 자신이 읽을 책을 정리하는 차원에서 도움이 될 것이다.

 

나는 <총 균 쇠>와 <사피엔스>을 읽었다. 이 책들의 저자들이 서사적인 내용으로 그다지 어렵지 않게 썼기 때문에 핵심적인 내용은 쉽게 파악할 수 있다. 하지만, 다른 역사서들과 비교를 하고, 역사와 인류사를 구분하고, 이 책들이 어떤 의미가 있는지는 <역사의 역사>를 읽고 나서 알았다.


저자 유시민은 이 책을 패키지 관광에 비유한다. 주요 지점만 투어하며 사진을 찍을 수 있는 시간만 허용하는 패키지 관광은 비교적 짧은 시간에 주요 장소를 볼 수 있지만, 진정한 즐거움이나 깊은 의미를 얻을 수는 없다. 저자는 유명한 역사가들을 소개하고, 그들의 저서를 설명하면서 비교하는 정도만 독자에게 제공할 뿐이라는 의미로 <역사의 역사>를 패키지 관광에 비유했다. 

하지만, <역사의 역사>는 패키지 관광으로 치부할 만한 수준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역사의 역사>는 체계적으로 역사를 접하고, 이해하고, 정리하고자 하는 일반인들에게 뛰어난 가이드라인을 제공해 주는 책이다. 일전에 읽은 <역사의 쓸모>보다 훨씬 깊이 있고, 역사를 이해 하는데 도움이 많이 된다. 일반인들이 역사 공부를 처음 할 때 훌륭한 지침서이고, 역사에 관심 없는 사람이 관심을 가질 수 있도록 도와주는 책이다. 


내가 즐겨 하는 게임 중에 고대 그리스를 배경으로 하는 게임이 있다. 어쌔신 크리드 오딧세이 이다. 이 게임의 배경이 아테네와 스파르타의 동맹국들이 일으킨 분쟁으로 촉발된 전쟁인 펠로폰네소스 전쟁이다. 주인공은 배를 타고 그리스 전역을 돌아다니면서 모험을 하는데, 주인공이 테르모필레 전투에서 장렬하게 전사한 레오니다스의 후손이고, 주인공과 함께 배를 타고 돌아다니는 사람 중의 한 명이 헤로도토스이다. 헤로도토스는 실존 인물인데 스스로 여행을 다니며, 당시의 역사를 서술해서 <역사>라는 역사서를 남긴 유명한 사람이다.

아는 만큼 보인다고 한다. 역사를 알고, 게임을 하면, 몰입도가 그만큼 높아진다. 


최초의 문명 충돌, 최초의 동서양의 격돌 등으로 묘사되는 페르시아 전쟁을 알고 싶으면, <역사>를 읽어보아야 한다. 저자 유시민은 낯선 정보가 너무 많아 독해가 어렵기 때문에 <역사>를 읽기 어렵다고 하면서도 서사에 집중하면서 읽으면 충분히 재미있다고 말한다. 새로운 지식을 얻는 것이 아니고, 이러한 이야기에서 우리 자신의 모습을 볼 수 있다고 한다. 이에 용기를 얻어 헤로도토스의 <역사>와 투키디데스의 <펠로폰네소스 전쟁사>를 구입해서 읽어보기로 했다.



<역사>와 <펠로폰네소스 전쟁사>도 그렇지만 <사기>를 읽으면 역사 서술에는 '발전'이라는 개념을 적용할 수 없다는 생각이 든다. 제9장에서 만날 <총 균 쇠>와 <사피엔스>의 저자들은 사마천보다 2,000년 늦게 태어났다. 그들은 우주와 자연과 자기 자신과 문명에 대해 인간이 긴 세월 동안 새로 찾아낸 수많은 과학적 사실을 알고 있다. 인터넷과 검색엔진을 활용해 필요한 정보를 언제든 검색할 수 있는 환경에서 컴퓨터로 대중적이고 세련된 문장을 쓴다. 죽간서를 산에 감추어 두려 했던 사마천과 달리, 책을 쓰면 세계의 주요 언어로 즉각 출판한다. 이런 변화를 발전이라고 할 수는 있을 것이다. 그러나 <총 균 쇠>와 <사피엔스>가 들려주는 이야기가 <사기>보다 더 훌륭하거나 감동적인가? 인간 본성과 존재의 의미에 대해 더 가치 있는 메시지를 던졌는가? 그렇다고 말할 수는 없다. (P.77)


역사를 있었던 그대로 서술하는 것이라고 주장한 랑케의 역사 이론을 에드워드 카는 <역사란 무엇인가>에서 비판을 한다. 유명한 역사서들이 서로 자신들의 이론을 주장하고, 서로 반박을 한다. 무엇이 맞는 말일까? 역사란 주관적인 관점의 서사인가? 아니면 객관적인 관점의 사실인가? 이에 대한 궁금증을 저자 유시민은 역시 특유의 비유를 들어서 명확하게 설명한다.



이 문제를 더 분명하게 설명하기 위해 다음과 같이, 실제로 일어날 가능성이 전혀 없는 상황을 가정해 보자. 어떤 이유에서 인간이 거의 다 죽고 문명이 모두 폐허가 되었다. 도서관의 책과 인터넷 디지털 정보가 다 없어졌다. 사피엔스 가운데 오로지 극소수의 한국인만 살아남았다. 긴 세월이 흐른 뒤 후손들이 폐허에서 2010년 한국 언론사의 신문철을 발굴했다. 그리고 랑케와 꼭 닮은 사람이 그 희귀한 사료를 근거로, 사라져 버린 옛 문명을 '있었던 그대로' 보여주려는 야심을 품고 역사를 쓴다고 해보자. 그가 쓰는 역사의 내용을 좌우하는 결정적인 변수는 어느 신문이냐는 것이다. 조선일보인가 한겨레인가에 따라 미래의 랑케가 쓰는 역사는 크게 달라진다. 예컨대 박정희 대통령은 '위대한 영도자'가 되거나 '방탕한 독재자'가 되는 것이다. 사실은 그 자체로 존재하고 살아남는 게 아니다. 기록하는 사람이 선택한 사실만 살아남아 후세 사람들에게 전해진다. (P.231)


우리나라의 역사를 제대로 배워야 한다. 사대주의자 김부식이 쓴 <삼국사기> 같은 책이 아니고, 민족주의자 신채호가 쓴 <조선상고사> 같은 책을 읽어야 한다. 삼국시대의 후진국 신라를 중심으로 역사를 배우는 것이 아니고, 중국 수나라와 당나라에 맞서 한반도를 지켰던 고구려를 중심으로 역사를 배워야 한다. 한반도에서 친일의 잔재를 뿌리뽑기 위해서 우리는 우리나라의 역사부터 제대로 알고, 가르쳐야 한다. 


헤로도토스에게 역사 서술은 돈이 되는 사업이었고, 사마천에게는 실존적 인간의 존재 증명이었으며, 할둔에게는 학문 연구였다. 마르크스에게는 혁명의 무기를 제작하는 활동이었고, 박은식과 신채호에게는 민족의 광복을 위한 투쟁이었다. 사피엔스의 뇌는 생물학적 진화의 산물이지만 뇌에 자리 잡는 철학적 자아는 사회적 환경을 반영한다. 그들은 각자 다른 시대에 살면서 다른 경험을 하고 다른 이야기를 남겼다. 그 이야기들을 읽으면서 즐거움과 깨달음을 얻게 되는 이유가 무엇일까? 그들의 철학적 자아와 공명하기 때문이다. 민족주의자든 아나키스트든 마르크스 주의자든, 식민지 시대 지식인들이 쓴 역사를 읽으면 가슴이 아리다. 그들이 살았던 사회적 환경과 오늘 내가 살아가는 세상이 같지 않은데도 이러는 이유가 무엇일까? (P.213)


<역사의 역사>를 읽으면서 인용하고 싶은 부분이 너무 많다. 저자 유시민이 선별한 역사서 내용 중에 저자 유시민이 인용한 주옥같은 내용도 많고, 저자 유시민이 직접 자기의 생각을 정리해서 쓴 좋은 내용도 많다. 


잠시 커피 한 잔을 마시면서 역사를 같이 토론할 수 있는 사람들이 많아지면 좋겠다. 유발 하라리가 이야기한 '농업 혁명이 사기이다'에 대한 의견을 나누어도 좋고, 연개소문과 김춘추를 비교하며 인물평을 해도 좋고, 십자군 전쟁의 목적에 대해서 이야기를 나누어도 재미있을 거 같다.


2020.09.06 Ex. Libris HJK


생물학자 칼 폰 린네(1707~1778)가 창안한 생물 분류 체계에서 우리 인류의 학명은 ‘호모 사피엔스(homo sapiens)‘다. - P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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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스트 (무선) 문학동네 세계문학전집 133
알베르 카뮈 지음, 유호식 옮김 / 문학동네 / 2015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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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 상황이 여전히 뜨겁다.


많은 사람들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코로나는 여전히 사람들에게 공포감을 전파하고 있다. 
요즘 한국 사회는 정치 세력화된 개신교 교회, 수구세력을 대변하기 위해 광장에 모이는 부대, 자신의 이익을 챙기려고 발버둥 치는 의사들로 인해 시끄럽다. 
나는 분명한 정치적 견해를 가지고 있다. 나의 생각이 틀릴 수도 있다. 하지만, 합리적 의심과 추론을 기반으로 나름대로 생각을 정리한다. 

소방관, 경찰관, 심지어 공대생들을 더 뽑는다고 그들은 근무 거부를 하지 않는다. 그들의 이익은 늘어나고, 의사들의 이익은 줄어드나? 왜 그들은 근무 거부를 안 하고, 의사들은 근무 거부를 하는가? 그건 의사들이 자기들은 특권층이고, 지배층이고, 기득권층이라고 스스로 생각하고 있으면서 사회 구성원이 이러한 사실들을 명확하게 알고 있기를 원하기 때문이다. 
자신의 이익을 추구하는 것은 잘못이 아니다. 하지만, 남에게 피해를 주면서 이 사회에 주어진 역할을 무시하면서 어떤 일이 있어도 자신들의 기득권을 지키려는 세력이 바로 수구세력이고, 적폐인 것이다.

알베르 카뮈의 <이방인>을 읽고, 주인공이 해변에서 누군가를 살해한 이유를 도무지 이해를 못해서 찜찜한 마음이었는데, 이번에 다시 알베르 카뮈에게 도전했다. <페스트>는 요즘 코로나 상황에 가장 어울리는 책이 아닐까 싶다.

아프리카 북쪽 알제리의 한 도시에 페스트가 발생하고, 도시는 폐쇄된다. 도시 경계는 모두 막히고, 들어올 수는 있어도 절대 나갈 수가 없는 도시이다. 더 이상 시체를 매장할 곳이 없어서 화장을 하고, 축구 운동장을 수용소로 개조하고, 식료품을 배급받는 도시이다. 치료약도 없고, 백신도 없고, 그저 페스트 스스로 알아서 물러나가기를 기대하는 사람들이 사는 도시이다. 

이 책을 읽으면, 현재 코로나 상황에서 한국이 얼마나 잘 대응하고 있는지 알 수 있다. 도시 폐쇄라는 공포감이 어떨지 이 책을 읽는 것만으로 모두 이해할 수 없다. 하지만, 페스트 환경에서 사람들의 생활이 어떻게 바뀌고, 사람들의 사고방식과 감정들이 어떻게 변모하는지 알 수 있다. 서사적 기술을 남기겠다는 의도로 최대한 감정을 절제하고, 제3의 관찰자처럼 설명한다. 비교적 담담하지만, 페스트에 대한 공포가 없어지지 않는다.

주인공 의사와 그 주변 사람들을 관찰한다. 어떤 이는 페스트를 피하기 위해 불법적인 일을 계획하고, 어떤 이는 페스트로 인한 도시 폐쇄를 반갑게 맞이하고, 어떤 이는 사랑하는 사람을 잃은 후 페스트 전선에 더 뛰어들고, 어떤 이는 다른 사람들을 위해 자신을 희생한다. 이 모든 행위에 정답은 없다. 각자 자신이 생각하는 최선을 다하고, 각자의 결말에 책임을 지는 것뿐이다. 


"당신같은 사람이면 이해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하는데, 그렇죠? 세계의 질서가 죽음에 의해 규정되는 이상, 신이 침묵하고 있는 하늘을 바라볼 일이 아니라, 신을 믿지 않고 온 힘을 다해 죽음과 싸우는 것이 어쩌면 신에게도 더 좋을지 모른다는 겁니다." (P.153)

"당신 말이 옳아요. 랑베르. 절대적으로 옳아요. 당신이 지금 하려는 일을 나는 결코 막지 않을 거예요. 당신이 하려는 일은 내가 봐도 정당하고 좋은 일이니까요. 하지만 이것만은 말해주고 싶어요. 이 모든 것은 영웅주의와는 아무 상관이 없어요. 이건 성실성의 문제예요. 비웃을지 모르지만, 페스트와 싸우는 유일한 방법은 성실성입니다." 
"성실성이 대체 뭔가요?" 랑베르가 갑자기 심각한 표정으로 물었다.
"일반적인 의미에서는 잘 모르겠어요. 하지만, 나를 예로 들면, 성실성은 내 직분을 완수하는 거예요." (P.194)

사람은 저마다 자신 속에 페스트를 지니고 있다는 거예요. 왜냐하면 이 세상 누구도 페스트 앞에서 무사하지 않으니까요. 그리고, 자칫 방심한 순간에 남의 얼굴에 입김을 뿜어서 전염시키지 않도록 끊임없이 조심해야 한다는 것도 알고 있어요. 병균은 자연스러운 것이고, 그 외의 것들, 이렇게 말해도 괜찮다면 건강, 청렴결백함, 순결함 등은 의지의 소산이에요. 결코 중단되어서는 안될 의지 말이에요. 정직한 사람, 거의 아무도 감염시키지 않는 사람이란 가능한 한 방심하지 않는 사람을 뜻해요. 절대 방심하지 않기 위해서는 그만한 의지와 긴장이 필요한 법이죠. (P. 295)


페스트는 결국 끝날 것이라는 막연한 기대와 희망 속에서도 사회가 무너지지 않도록 각자의 위치에서 최선을 다하는 모습은 현재 코로나 상황에서도 똑같이 중요할 것이다. 세월이 아무리 흘러도 인간의 보편적 사고방식은 변하지 않기 때문에 우리는 할 수 있다. 
 
2020.08.30 Ex. Libris HJK



이 연대기에서 다루고 있는 이상한 사건들은 194X년에 오랑에서 일어났다. - P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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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의 쓸모 - 자유롭고 떳떳한 삶을 위한 22가지 통찰
최태성 지음 / 다산초당(다산북스) / 2019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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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는 역사를 통해 많은 것을 알 수 있고, 불확실한 미래를 준비할 수 있는 확실한 방법이라는 것을 알리기 위해 이 책을 썼다고 한다. 그래서, 제목이 <역사의 쓸모>이다. 책 표지 중간에 '자유롭고 떳떳한 삶을 위한 22가지 통찰'이라는 부제가 쓰여있다. 부제인지 모르겠지만, 22가지 모두 자유, 떳떳한 삶과 연결되는 거 같지는 않다.


역사를 접할 때 특정 사건을 위주로 깊게 들여다볼 수도 있지만, 역사 속 인물 중심으로 역사를 배울 수도 있다. 이 책은 저자가 생각하는 하나의 주제에 해당하는 인물을 소개하고, 본인의 생각을 정리해서 독자에게 전달하는 형태로 구성되어 있다. 이 책과 함께 류성룡의 <징비록>을 읽고 있는데, <징비록>을 모두 읽고 나서 할 이야기가 훨씬 많을 거 같다. 하지만, 미처 몰랐던 역사 속 인물을 <역사의 쓸모>를 통해서 알 수 있어서 좋았다.


뛰어난 외교가 서희, 원종, 독립운동가 박상진, 이회영, 대동법 시행 김육, 청렴한 관리 최석, 쇠뇌를 만든 구진천, 이분들은 이 책을 읽기 전에 미처 몰랐다. 특히, 대한민국 독립을 위해 힘써 왔던 분들을 얼마나 알고 있을까 생각하니 나 자신이 창피하다. 

물론, 이 책에 내가 몰랐던 분들만 나오는 것은 아니다. 정약용, 장수왕, 정도전, 장보고, 익숙한 분들도 나온다. 


책 앞 부분에 잠시 언급되고, 후반부에 독립운동가로서 힘들게 살아온 이회영 선생이 가장 기억에 남는다. 저자 또한 아래 문구를 보고 엄청 감동을 했다고 한다.


서른 살 청년 이회영이 물었다.

"한 번의 젊은 나이를 어찌할 것인가"

눈을 감는 순간 예순여섯 노인 이회영이 답했다.

예순여섯의 '일생'으로 답했다.


외국에서 유명한 사람들이 한 말만 기억하지 말고, 우리 조상들 중에 이런 멋진 말을 하신 분들도 기억을 하면 좋겠다. 과연 살아온 '일생'으로 답을 할 수 있는 사람이 얼마나 있을까? 


이 책을 재미있게 읽었지만, 몇 가지 부분은 내가 생각하는 것과 상이하다. 역사의 해석은 주관적인 면도 있다고 생각한다. 내 생각이 정답이 아닐지도 모른다. 


읽으면서 가장 짜증 났던 부분은 '원균'에 대한 저자의 평가이다. 


원균을 옹호하는 이야기가 아닙니다. 다만 역사 속 인물의 선택에도 그 나름의 이유가 있다는 뜻이죠. 우리는 역사를 공부할 때 눈앞에 보이는 글자만 읽고 말아요.


저자 최태성은 원균에 대해서 몰랐을까? 역사 속에 들어가서 인물들과 만나보면 좋겠다는 이야기를 하고 싶어 원균을 예로 들었을까? 선조 명령을 무시하면 이순신 님처럼 고난을 겪을 까봐 어쩔 수 없이 칠천량으로 가서 전멸했으니 인간적으로 쳐다봐야 한다는 말인가? 


원균은 1592년 4월 13일(음력) 임진왜란 발발 시 경상 우수영을 총괄하는 경상 우수사였다. 일본 제1군 고니시 유키나가 군대 18,000명을 막을 수 없었지만, 이후 속속 들어오는 일본 후속 부대를 견제할 수 있는 위치였고, 판옥선도 약 70여 척 있었다고 한다. 옥포, 당포 등지에서 이순신 님과 함께 싸웠지만, 포상 과정에서 이순신 님과 다툼이 많았다. 그는 자기가 뛰어났다고 생각했다. 이순신 님의 부재를 틈타 수군을 총지휘하지만, 칠천량 해전을 통해 역시 원균은 무능력했다는 모습만 역사에 남긴다. 


아무리 선조의 명령에 따라 출전했다고 해도 그 정도 위치였으면, 후일을 도모할 수 있어야 하는 것이 아닌가? 원균은 조령, 문경새재를 포기하고, 충주 탄금대에서 조선 정예 병사를 모조리 수장시켜 버린 한심한 신립과 어깨를 견줄 만하다고 생각한다.  


기가 더 막힌 것은 조선의 가장 한심한 임금인 선조(사실 군으로 불러도 아깝다.)가 정한 선무공신 1등에 이순신, 권율과 함께 뽑혔다는 것이다. 임진왜란 때 뛰어난 장수가 많았는데, 이게 말이 되는가? 울분이 터진다.


세계사를 접할 때는 비교적 감정의 동요 없이 차분하게 읽을 수 있다. 물론, 인도주의에 어긋한 사태에 대해서 마음이 격해진다. 십자군 전쟁에서 예루살렘을 점령하고, 단지 이교도라는 이유로 약 백만 명의 거주민을 모조리 학살했다는 내용을 읽고, 종교에 대한 깊은 빡침을 느꼈지만, 우리나라 역사를 읽으면서 느끼는 울분과는 차이가 있다. 



역사적 사고에 대한 저자의 생각에 깊은 공감을 느꼈다.


저는 품위 있는 선택에 역사적 사고가 큰 도움이 된다고 믿습니다. 많은 사람이 현재만을 생각해요. 그러다 보면 부정을 저질러서라도 더 높이 올라가고, 다른 사람을 괴롭히면서까지 자신의 이득을 취하는 근시안적인 선택을 하기 쉽습니다. 하지만 모든 사건은 그 자체로 존재하지 않아요. 역사적 사고란 역사 속에서 나의 선택이 어떻게 해석될지 가늠해보고, 다른 사람에게 미칠 영향력을 고려해 판단하는 것을 말합니다.


코로나 시대에 마스크를 쓰도록 강요하는 것은 자유를 해친다고 미친 소리를 하는 사람들이 있다. 마스크를 쓰면 답답하기 때문에 쓰고 싶지 않고, 이런 나의 선택을 규제할 이유는 없다는 것이다. 자기가 코로나에 걸려도 자기가 책임지는 것이니 상관없다는 것인가? 

내가 마스크를 쓰고, 코로나의 확산을 방지할 수 있다면, 불편함을 감수하는 것이 역사적 사고가 아닐까 생각한다. 먼 훗날 누군가 2020년을 평가할 때 마스크 착용 자유와 마스크 착용으로 인한 코로나 전파 감소, 이 둘 중의 어떤 것을 높게 평가하겠는가? 


예순여섯 '인생'이 답했다.

예순여섯 '인생'이 나라를 구하거나 한민족의 영광을 널리 알리거나 등이어만 할 필요는 없다. 하루하루 마스크를 쓰는 것만으로도 남에게 부끄럽지 않게 '인생'을 살아가는 것이다. 


2020.8.15 광복절 Ex. Libris HJK




요즘 영화나 드라마에는 시간 여행을 할 수 있는 특별한 능력을 가진 인물이 심심치 않게 등장합니다. - P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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춘추전국이야기 1 - 춘추의 설계자 관중 춘추전국이야기 1
공원국 지음 / 위즈덤하우스 / 2017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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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토요일입니다. 어제 비가 내린 후에 하늘이 너무 맑고, 공기가 너무 신선합니다. 토요일 아침 광교 홍재 도서관까지 걸어서 왔는데, 시원한 바람과 상쾌한 공기에 너무 기분이 좋았습니다. 우리도 이렇게 멋있는 날씨를 가질 수 있다는 사실을 다시 깨달았습니다. 우리가 자연을 소중히 가꾸는 것은 정말 중요합니다. 


얼마 전에 광교에 위치한 책발전소를 방문해서 우연히 책 한 권을 구매했습니다. 책발전소에는 많은 책이 없습니다. 이 역사 책이 어떻게 경쟁을 뚫고, 그곳에 놓였는지 알 수는 없습니다. 제가 그 당시 <춘추전국이야기 1>를 선택한 이유가 몇 가지 있습니다.


우선, 중국 출장을 갔다 온 지 얼마 안 된 시기였습니다. 중국의 고도 중의 하나인 난징에서 며칠을 보냈습니다. 자연히 이 도시의 역사에 궁금증을 가졌고, 기회가 된다면, 중국 역사를 체계적으로 파악해보면 좋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다른 이유는 책 제목을 보고 책을 집은 후에 펼쳐 보았는데, 꽤 많은 지도가 있었습니다. 저는 역사를 접할 때 지도를 중요하게 생각합니다. <독일 전격전>, <페르시아 전쟁>, <중일 전쟁>, <십자군 이야기> 등의 전쟁사를 읽을 때 책에 나오는 지도뿐만이 아니고, 구글 맵으로 지역을 많이 검색했습니다. 

마지막 이유는 상나라, 주나라를 거쳐 춘추시대에 접어들면 수많은 제후가 세운 나라가 등장하는데, 이걸 모두 파악하기는 저에게 쉽지 않아서 뭔가 핵심적인 내용을 터치할 수 있는 책이 필요하고 생각했습니다. 세부적인 내용보다 전체적인 구도를 파악하는 것이 역사를 접할 때 가장 먼저 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춘추전국이야기> 시리즈를 어떻게 구성했는지 저자의 의도를 알면, 이 책을 선택 하는데 도움이 될 것이라 생각합니다. 저자가 어떤 생각으로, 어떤 기준으로 책을 쓰겠다는 것을 책을 읽기 전에 알면 좋습니다. 저는 책의 서문을 주의 깊게 읽어봅니다. 


첫째, 앞서 이야기했듯이 춘추전국은 중국이라는 거대한 공룡의 뼈대가 형성된 시기이다. <중략>

둘째, 이 시리즈는 기존의 고사를 중심으로 한 책들과는 달리 역사적 사실의 기록과 더불어 지리를 특히 강조했다.<중략>

셋째, <중략> 단편적인 사건 중심의 서술보다는 좀 더 거시적인 흐름에 주목하면서 이야기를 쓰려고 한다.

넷째, <중략> 하지만 필자는 그와 더불어 그 시대의 사회 경제적 변화를 담고 싶었다. 그리고 그 변화에 각 시대의 주인공들이 어떻게 대응했는지 살펴보려 했다. <중략>

다섯째, <중략> 그들의 이야기는 비록 수천 년이 넘는 시간이 흘렀지만 음미하고 곱씹을수록 오늘을 사는 우리에게 미래의 문을 여는 깊은 통찰을 제공하리라 믿는다.


상나라, 주나라를 거쳐 각 제후국이 중국 전역(이때는 그래봤자 황하와 장강 유역 정도였죠.)에 세워졌습니다. 그중에 첫 번째 패자가 되어서 춘추 시대를 호령한 인물이 제나라 환공이라고 합니다. 제나라를 세운 사람은 한 번쯤 들어본 강태공입니다. 강태공이 주나라 무왕을 도와서 상나라를 멸하고, 제후의 신분으로 발해만 남쪽, 지금의 지난시 부근에 제나라를 세웠습니다. 그런데, 제나라 환공을 패자로 만든 결정적인 인물이 있는데, 바로 관중입니다. 관포지교라고 들어보셨을 거라 생각합니다. 관중과 포숙의 우정을 다룬 한자성어에 나오는 바로 그 관중입니다. 

저는 이 책을 읽고 처음 알았습니다. 관중이 얼마나 뛰어난 인물이고, 춘추시대 초반을 논할 때 절대 빠질 수 없는 인물이라는 것을 말이죠. 귀족 출신도 아니면서 제나라의 재상이 되고,   제나라의 경제, 국방, 정치의 기틀을 다져서 강국으로 만들었습니다. 관중의 사상과 제도가 향후 중국의 기반이 되었습니다. 그런데, 이런 관중을 있게 한 사람이 바로 포숙입니다. 정말 포숙 같은 친구가 있다면, 인생이 헛되지 않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이 책은 춘추시대의 전체적인 판도를 지도와 함께 설명하면서 커다란 영향을 끼친 주요 인물을 다룹니다. 아울러 정치, 경제, 문화 등을 언급하면서 각 제후국의 흥망성쇠를 설명합니다. 그 당사의 상황과 근거를 명확하게 지적하기 때문에 이해하기 쉽고, 무엇보다 재미있습니다.

지리를 알면 역사를 이해하는데 많은 도움이 됩니다. 왜 삼국시대에서 위나라가 그렇게 강대할 수밖에 없는지를 지도를 봐야지 이해할 수 있습니다. 이 책에 나오는 많은 지도가 반갑습니다. 

예전에 사마천의 <사기 본기> 읽기를 시도했지만, 너무 어려웠습니다. 기본 뼈대를 이해하고, 다시 시도해 보면 좋을 거 같습니다. 


교훈을 삼을 만한 내용도 많습니다. 그중의 하나가 제나라 환공의 최후입니다. 제나라 환공이 관중의 이야기를 경청하고, 그에 따라 행동하면서 나라를 발전시키지만, 자신의 욕망(사냥, 색욕, 음식)를 절제하지 못해서 관중 사후에 결국 끔찍한 최후를 맞이한다는 내용을 주의 깊게 새겨둘 필요가 있습니다. 관중이 죽기 전에 환공에게 충언을 합니다. 하지만, 환공은 결국 자기의 욕망을 이겨내지 못합니다. 


이제 중국 역사 이해하기의 첫 발을 내디뎠습니다. 치열하게 생존을 위해 싸우면서 발전해 나가는 그들을 지켜봅니다. 성공과 실패가 있고, 희망과 좌절이 있고, 전진과 후퇴가 있는 엄청 큰 스토리입니다. 7월에 다시 중국을 방문할 예정입니다. <춘추전국이야기> 시리즈 중 한 권을 가져가서 중국 현지에서 읽을 생각을 하니 설레네요. 


2019.06.08 Ex. Libris. HJ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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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윤기의 그리스 로마 신화 4 - 헤라클레스의 12가지 과업 이윤기의 그리스 로마 신화 4
이윤기 지음 / 웅진지식하우스 / 2007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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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디어 헤라클레스 이야기를 읽었습니다. 이윤기의 그리스 로마 신화 시리즈의 4번째 책을 읽었습니다. 막연하게 알고 있던 헤라클레스 이야기를 흥미로운 고퀄리티의 사진들과 함께 재미있게 읽었습니다. 이윤기님은 신화를 참 쉽고, 재미있게 쓰시네요. 


저는 그리스 신화에서 제우스에 대해 안 좋게 생각합니다. 난봉꾼이며, 자기 마음대로 하고, 자신이 한 일을 책임지지 않는 제우스를 보면서 과연 신이 맞는지 의문이 생깁니다. 하지만, 신들의 이런 인간다운 모습으로 인해 마치 다양한 삶을 대변하는 듯한 이야기들이 많이 나오지 않았을까 생각합니다. 


헤라클레스는 암피트뤼온으로 변신한 제우스에 속아서 그와 동침한 알크메네에게 태어난 반신 반인 존재입니다. 제우스의 아들로 제우스와 여러 신들의 사랑과 도움을 많으면서도 제우스의 아내 헤라 여신의 미움을 받는 존재입니다. 남편이 바람을 피우면, 남편에게 죄를 물어야지 왜 남편은 놔두고, 남편이 바람 피운 여자 아니 그 여자의 자식에게 비난의 화살을 돌릴까요? 제우스가 변신을 해서 남의 여자를 탐한 경우가 한 두번이 아닙니다. 그럴 때마다 헤라의 질투심은 애꿎은 피해자를 양산합니다. 


헤라의 미움을 받은 헤라클레스는 결국 술을 마시고, 아내와 자식들을 모두 죽입니다. 헤라가 광기와 발광의 신녀들을 보내서 이렇게 되었지만, 헤라클레스는 이후에도 술을 마시고 많은 사고를 칩니다. 켄타우로스족이면서 의술, 활쏘기로 유명한 현자 케이론을 죽이고, 과거에 은혜을 입었던 이피토스를 죽이고, 술을 따르던 에우노모스를 죽입니다. 술 때문에 실수였다고 하지만, 계속 똑같은 실수를 한다면, 분명히 문제인거죠. 

헤라클레스는 신화에서 영웅으로 등장하지만, 한편으로는 많은 부족함을 가지고 있고, 이로 인해 자신의 인생을 더욱 힘들게 했습니다. 엄청난 힘을 가지고 있지만, 글쎄요. 존경할 만한 영웅은 아니네요. 


헤라클레스가 자신의 죄를 씻기 위해 행한 11가지 과업은 아래와 같습니다. 


1. 네메아의 사자 죽이기

2. 물뱀 휘드라 죽이기

3. 아르테미스의 암사슴 잡아오기

4. 에뢰만토스 산의 멧돼지 잡아오기

5. 아우게이아스의 외양간 치우기

6. 스튐팔로스 세 떼 죽이기

7. 크레타섬의 황소 잡아오기

8. 디오메데스의 암말 잡아오기

9. 아마존 여왕의 허리띠 가져오기

10. 게뤼오네스의 붉은 소 떼 몰고 오기

11. 헤스페리데스의 황금사과 가져오기


과업 리스트를 보니 헐리우드 영화 소재로 충분한 모험이 아닐 수 없습니다. 어찌 보면, 허무맹랑하지도 않지만, 인간사의 여러 기쁨과 슬픔이 어울려져 꽤나 재미있는 스토리입니다. 


헤라클레스는 술 때문에 일으킨 사고가 원인이 되어 죽습니다. 아니 인간계를 떠납니다. 하지만, 천상으로 올라가서 다른 신들과 함께 지내게 됩니다. 그 이후 천상에서 어떻게 인간사에 관여했는지 알 수가 없습니다. 

다른 사람들에게 존경과 무서움을 동시에 받았지만, 헤라클레스 본인이 정말 행복했는지 모르겠습니다. 평생 떠돌아 다니면서 온갖 험한 일을 하면서 어떤 마음이었을까요? 헤라클레스 자신은 신들도 두려워해서 함부도 대하지 못하는 존재였지만, 결국 그도 운명의 수레바퀴를 벗어나지 못했습니다. 결국, 신화라는 하나의 큰 줄거리, 흐름에서 한 플롯을 담당했던 존재이지 않았을까요?


최재천 교수님의 강연을 들은 적이 있습니다. 강연 후 책에 싸인을 받았습니다. 최재천 교수님이 싸인 옆에 '알면 사랑한다'를 써 주셨습니다. 아는 만큼 보이고, 보이는 만큼 좋아합니다. 


유럽 문화의 진수를 품고 있는 프랑스의 루브르 미술관, 영국의 대영박물관, 로마의 바티칸 박물관, 상트페테르부르크의 에르미타주 박물관을 두어 시간 만에 훑고 지나가는 한국인 꾸러미 관광객들은 그래서 나를 슬프게 한다. 그 머나먼 하늘 길을 날아와서 문화의 속살을 그렇게 훑고 지나가는 수박의 겉을 핥고 마는 사람들 같아서 얼마나 안타까운지.


스페인 마드리드에서 프랑스 파리를 거쳐 한국으로 돌아온 적이 있었습니다. 프랑스 파리에서 몇 시간 여유 시간이 있어서 파리 관광을 하자고 마음 먹고, 돌아다녔습니다. 유명한 장소 몇 군데를 가서 사진 찍고 이동을 했죠. 지금 와서 생각해보니 참 어리석게 느껴지네요. 유명한 식당에 가서 맛있는 음식이라도 먹고 오는 것이 더 좋지 않았을까 생각합니다.

루브르 미술관만 며칠동안 구경하는 여행. 멋있지 않을까요? 이 책에서 봤던 그 많은 조각상과 사진을 보면서 그리스 로마 신화를 떠올리며, 책과 함께 떠나는 여행. 꼭 해보고 싶습니다.


2019.01.20 Ex. Libris. HJ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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