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신 그리고 유신 - 야수의 연대기
홍대선 지음 / 메디치미디어 / 2022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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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61년 박정희가 주도했던 5.16 군사 반란은 당시 제3세계에 흔했던 여느 쿠데타와는 사뭇 달랐다. 우리의 유신은 메이지유신 전후의 사무라이들과 황도파 젊은 장교들이 주도했으나 결국은 실패하고 말았던 쇼와 유신의 한국판 재탕이었다. 일본의 유신이 폭주해 국가를 하나의 거대한 병영으로 만들고 일본 국민을 인질로 삼아 위기에 이르렀듯, 박정희의 유신도 똑같이 국민 살해의 임계점에 도달했었다. 부마항쟁 당시 몇백만을 죽여도 괜찮다는 박정희의 뜻을 가까스로 막아낸 것은 의사가 아닌 최후의 유신 지사(志士) 김재규였다.


10월 유신은 19721017일 대한민국에서 발생한 헌정 중단 사태로, 당시 박정희 대통령이 위헌적으로 국회를 해산하고 제3공화국 헌법을 정지하며 일본 천황처럼 초법적 존재가 된 것을 말한다. 그는 유신 체제를 '한국식 민주주의'라며 포장했으나 5·16 쿠데타를 일으킬 당시 명분처럼 정권을 민간에 이양할 뜻이 전혀 없어 보였다. YH 무역 사건과 김영삼 제명 파동이 터지고, 부마 민주항쟁도 일어나면서 유신 체제는 파국을 향해 치닫고 있었다. 사실 탄생과 몰락의 궤를 함께 하는 유신의 특성상 박정희 정권의 종말은 거의 정해진 것이 아닌가 싶다. 유신 정권이 지속되기 어려웠던 원인으로 당시 매우 좋지 않았던 경제 사정과 박정희의 무한한 권력욕을 들 수 있다. 박정희는 조카사위 김종필을 극히 견제하여 세 차례나 가택을 수색하였고, 김종필에 의하면 박정희 본인이 심지가 약해 주변을 너무 의심했다고 한다.


더구나 말년으로 갈수록 분별력이나 판단력이 무뎌졌고, 조금씩 민주주의를 맛본 국민은 병영국가가 되어가던 대한민국을 거부했다. 게다가 차지철을 비롯한 측근이 횡포를 일삼았고, 중앙정보부장을 열 차례나 갈아 치울 만큼 부하를 믿지 못하였다. 결국 19791026(속칭 탕탕절) 심복이었던 중앙정보부장 김재규가 야수의 심정으로 유신의 심장인 박정희를 총으로 쏘면서 끝났다. 공교롭게도 유신은 태어난 달에 죽음을 맞이함으로써 자기 파괴를 완성한 것이다. 2018년 대법원에서 19721017일 비상계엄에 따라 발령된 계엄포고령은 헌법상 보장된 국민의 기본권을 침해한다며, 위헌·위법해 무효라고 판단했다. 혹시라도 새마을운동과 경제부흥의 큰 틀로 박정희를 옹호하는 독자라면, 그가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지키기는커녕 핍박하고 위험에 빠뜨렸던 위헌사범이었다는 점만큼은 기억해야 할 것이다.


서거 당시 초등학교 5학년이던 필자는 대통령의 피격 소식에 동네 사람들이 한쪽에서는 세상이 무너진 듯 울부짖는 한편 다른 쪽에서는 꽹과리를 치며 떡을 돌리던 모습을 기억한다. 어린 동생은 부모님께 다음 박정희는 누가 하느냐고 물었다가 애꿎은 꿀밤만 맞았다. 그날 이후로 오후 6시마다 사이렌 소리에 가던 길을 멈추고 가슴에 손을 얹은 채 동사무소에 게양된 국기가 내려가는 모습을 더 이상 지켜보지 않아도 되었다. 그로부터 8년 뒤 대학 신입생이던 1987년에는 반란수괴의 후계자가 세운 군부에 맞서 동기들과 함께 돌을 던지기도 했다. 대학 선배들로부터 빌린 소위 금지 서적을 돌려보며 유신이라는 존재가 일본에서 유래한 것임을 알게 되었고, 여전히 우리 역사에 미치고 있던 친일 잔재의 부정적 영향에 대해 울분을 토하기도 했다. 내 인생의 유신에 대한 기억은 대체로 암울하다.


필독이라는 필명의 딴지일보 필진이었으며 육십갑자 악마의 필력을 자랑하는 저자는 유신을 역사적 사건이 아닌, 생성 소멸하는 하나의 인격체로 보는 독특한 접근법을 전개한다. 속칭 주류 사학자의 학술적 저술이 아닌 역사적 사건의 유기체적 해설이라니, 듣느니 참신하다. 그는 유신을 자신이 위대해지기 위해 남을 파괴해도 된다는 기괴한 신앙적 믿음이라 정의한다. 유신의 역사, 즉 일본에서 탄생 성장하고 한국에서 완성 소멸하는 150년간의 낭만 비극적 서사를 씨앗-잉태-탄생-팽창-폭주-광기-임종-부활-절정-완성의 10단계로 나누어 톺아본다.


그는 비록 유신의 제단에 바치는 글로 삼가 망자를 위로하는 후기를 삼고 있지만, 현재의 국내 정세를 돌아보면 우리가 체감하는 유신은 여전히 진행형인 듯하다. 유신은 죽었지만, 유신의 화신인 박정희를 사모하고 그 후계자 전두환을 존경한다는 통수권자가 친일을 옹호하며 자기 파괴적 언행을 눈에 일삼는 요즘이기 때문이다. 게다가 이름도 일본 정당을 따라 지은 어느 정치집단은 유신 지사도 아니면서 정명가도와 탈아입구를 외치며 동아시아의 맹주를 염원하던 군국주의 일본의 망령에 세뇌당한 듯한 느낌마저 든다.


이 책의 제목, <유신 그리고 유신>은 일본의 메이지 유신에서 한국의 10월 유신까지를 암시한다. 학계에서는 1868년을 메이지 유신의 출발점으로 보고 있으나, 저자는 그보다 훨씬 오래전인 1274년 여몽 연합군의 일본 침공을 지목한다. 유신이라는 독특한 관념은 일본의 지정학적 특징에 기인한다. 일본 열도는 천 년이 넘도록 외부로부터 침공받은 역사가 없어 스스로 신의 영토(神土)라 칭했고 임금을 천황으로 승격시켜 신성불가침의 절대자로 만들었다. 탐라국이었던 인근 제주도의 경우 임금을 별들과 대화하는 자(星主)라 칭했는데 일본에서는 이러한 신화적 지위를 천황과 후지산에 부여했다. 단 한 번도 혈통이 끊긴 적 없는 자연물에 가까운 천황을 중심으로 일본은 계속해서 일본이었으며 다른 존재였던 적이 없다는 만세일계(萬世一系) 개념을 내재화한다.


지구인이 지구를 하나의 시스템으로 생각하듯 일본인에게는 일본 자체가 하나의 세계관이다. 이런 일본에 처음으로 닥쳤던 여몽 연합군의 침공은 사활을 걸고 물리쳐야 할 고질라 같은 괴수, 즉 무쿠리고쿠리 이다. 아마 그다음으로 충격적인 침공은 2차대전 당시 미군 폭격기의 본토 폭격과 원폭 투하일 테고, 그래서 유독 미국에는 저자세인지 모르겠지만 이 책에서 다루지는 않는다. 일본 침공 당시 몽골의 부마국 지위를 간신히 유지하던 고려는 일본 정벌을 극구 만류하였으나, 세상의 모든 땅을 정복하겠다는 몽골의 관념에 밀려 정벌에 참여하게 된다. 울며 겨자 먹기로 일본 침공에 참여한 고려의 곤란한 입장은 일본에 전혀 중요하지 않다


지독히도 운이 좋게 가미카제의 도움으로 멸망할 운명을 모면한 일본은 자신들이 속한 세계는 신성하며 그 세계를 위해 낭만적인 죽음을 감수할 수 있다는 대중적 믿음을 공유함으로써 훗날 유신의 정신적 토대로 삼는다. 무쿠리고쿠리의 원한을 갚기 위한 시도는 고려 연안에 출몰하던 왜구에서부터 20세기 대동아공영의 명목하에 아시아 일대를 공포에 떨게 한 이후에도 오늘날까지 이어지고 있다. 거기다 걸핏하면 일본의 입장을 알아서 거들고 있는 대한민국 현직 통치자의 정체성 불분명한 언행은 뼈에 사무치도록 고마울 것이다. 개인적으로 유신 이후 우리나라의 근대 역사도 저자의 다음 작품으로 이어지리라 기대해 마지않는다.


메이지유신은 일본이 정치·경제·군사 전 분야에 걸쳐 근대화를 성공시키는 과정과 일련의 대사건을 말하며 그 시기는 메이지(明治) 원년인 1868년으로 지금으로부터 불과 150년쯤 전이다. 당시 일본은 270년 이상 사무라이가 봉건 영주들을 다스리는 봉건제 사회였고, 조선 원정 실패 후 어수선했던 일본을 안정시키고 문화 발전을 이룬 계기가 되었다. 요시다 쇼인을 중심으로 정한론을 비롯한 팽창정책으로 주변 국가 특히 우리나라에 잊을 수 없는 잘못을 범하고도 여전히 반성하지 않는 기이한 행태를 보이지만, 메이지유신은 사실상 오늘날의 일본을 있게 한 원동력이자 대변혁으로 근대 일본을 정확하게 이해하려면 반드시 알아야 할 역사의 변곡점으로 평가받는다. 당시 막부에 의해 처형당한 유신과 정한론의 선구자인 요시다 쇼인은 역사적 비중에 비해 평가절상된 추앙을 받는다. 일본을 일으켜 세운 유신의 중심에는 훗날 일본 육군의 전신인 조슈 번이 있었고 이들이 보였던 사상과 패기의 바탕에는 스승인 요시다 쇼인이 있었다고 보기 때문이다.

 

유신은 조슈와 사쓰마의 순혈이 아닌 일반 군인들 사이로 퍼져나갔다. 황도파(皇道波)는 오직 천황이 제국의 모든 것을 친정(親政)해야 한다고 믿었던 육군 내 파벌로, 순혈보다 우월한 정당성을 확보하기 위해 피보다 더 순수한 정신성을 추구하였다.”

 

유신을 이해하려면 뜻있는 사무라이를 가리키는 지사(志士)의 개념을 잘 살펴야 한다. 지향하는 뜻이 무엇인지는 중요하지 않으나 자신의 뜻이 있고 그 뜻을 위해 목숨을 바칠 준비가 되었다면 지사로 인정해준다는 관습은 오늘날 <바람의 검심>이나 <나루토>, <원피스> 같은 검객 애니메이션에서도 잘 드러난다. 제국주의 시대 일본에서는 법을 어기고 사회에 해를 끼쳐도 큰 뜻을 위한 각자의 투쟁방식을 실천한 사람이라면 멋쟁이로 존중해주는 독특한 문화가 생겨났다. 그런데 멋있는 건 이해하겠지만, 그 뒤가 이어지는 법이 없다. 애석하게도 폭발하는 멋짐(또는 멋진 의지)과 광기와 실행으로 그치고 만다. 유신이 자기 파괴적 숙명에서 벗어날 수 없는 이유는 오로지 미학적 가치만 중요할 뿐, 이렇다 할 윤리적 가치, 즉 철학이 없기 때문이라는 게 정설이다. 윤리적 가치가 없는 행동은 옳고 그름의 기준이 없으므로 결국 광기와 폭력 그리고 자멸로 이어진다. 이처럼 죽음도 두려워하지 않는 유신의 관념이 국가 단위의 에너지로 뭉쳐진 결과가 바로 일본 제국이다.


한창 흐드러지게 피었던 벚꽃이 밤새 내린 비에 단 하루 만에 모조리 지고 말면 그뿐이라는 일본인들의 미학적 정서를 한국인으로서는 이해하기 어렵다. 사실 벚꽃이 눈발처럼 휘날리는 장관을 보노라면 마치 현실 세계를 벗어난 꿈속의 한 장면 같은 아름다움에 취하기도 한다. 꽃이 짐으로써 피어났던 소명을 다한 것으로, 그러니까 꽃이 져버리는 그 모습에만 심취한다는 느낌이다. 그러나 이들의 진정성 넘치는 광기를 인정하는 사회적 합의는 최익현, 안중근, 김옥균, 김재규 등을 의인으로 추앙받게 한다. 내 할 일은 다 했으니 인제 그만 가보겠다, 즉 목숨을 버리겠다는 결연한 모습에서 멋짐을 인정받은 것 아니겠느냐고 추측해본다. 대통령 시해 이후 재판정에서 김재규가 그토록 의연할 수 있었던 것 역시 이러한 맥락에서 보면 정확히 들어맞는다. 비록 미학적 관점일 뿐이지만 어쨌든 이들은 가치를 위해 선뜻 자신의 목숨을 아무렇지도 던지는 이를 지사로 여겨 최대한의 경의를 표한다.


딴지일보와의 인터뷰에서 말하듯, 모든 수익 활동도 마다하고 유신의 실체를 파악하기 위해 한 해를 오롯이 저작 활동으로 보낸 저자의 노고가 빛을 발하는 책이며, 그가 한국인은 대체 어떤 사람인가를 밝혀보기로 작정했던 차기작을 구상하는 과정에서 만들어낸 부산물이다. 저자가 유신 지사는 아니지만 어디, 멋짐이 폭발하는 것 같지 않으신가? 아무래도 당분간 대선진리교의 교세가 약진할 것 같은 느낌을 부정할 수 없다. 차와 포를 떼고 오로지 졸()의 힘으로 자칭 졸저(拙著)를 졸고(拙稿)한 저자에게 딴지일보식으로 경의를 표하는 바이다. 졸라~! 


#유신 #홍대선 #메디치미디어 #박정희 #일본근대사 #김재규 #탕탕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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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른의 말센스 - 일과 관계가 단번에 좋아지는 54가지 말투
히키타 요시아키 지음, 송지현 옮김 / 더퀘스트 / 2023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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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까지 살면서 말 한마디에 천 냥 빚을 갚기는커녕 이자에 이자가 붙어 마성의 무한 루프에 갇히는 신묘한 경험을 해보셨다면, 당신이 남자일 확률은 적어도 51%이고 유부남이거나 애인 있는 미혼남이라면 95%에 이른다는데 오백 원을 걸 수 있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결혼했든 안 했든 남자이기만 하면 해당할 확률이 대단히 높다는 점이다. 이거, 파전에 막걸리 석 잔으로 축하해드려야 하나? 아니, 차라리 솔직히 고백해야겠다. 지구에서 살지만, 금성에서 온 세 여자와 화성(주의. 경기도 화성 아님)에서 온 남자인 내가 바로 그렇다고. 


이 책의 제목이 <어른의 말센스>라 해서 어떻게 해야 눈치껏 어른스럽게 혹은 어른답게 말하는지를 논한다 생각하고 선택한다면 솔직히 만류하고 싶다. 본래 제목 <Sense of Words>가 뜻하는 바는 광고회사의 카피라이터 출신 저자가 사업상 또는 업무상 오가는 대화를 우선 논하기 때문이다. 주로 광고업계의 비즈니스 환경에 어울리는 화법에 집중한다는 뜻이다. 열여덟 개의 상황별 소주제마다 세 개씩의 모범답안을 제시하며 일과 관계가 좋아지는 54가지 말투를 지향하고 있다. 저자가 일본인이므로 한국의 독자들이 일방통행이 다반사고 한 번 막히면 평생 고생이라는 매우 한국다운 상황에도 똑같이 적용할 수 있을지는 확신하기 어렵다. 그러나 업무는 사람이 하는 것이고, 일은 사람이 움직여야 돌아갈 테니 사람을 움직여 일이 되게 만드는 것은 말이다. 1960년대가 지나기 전에 달 정복의 목표를 제시했던 케네디의 사례처럼, 말은 사람을 움직이는 힘이 있다. 결국, 사람을 부리는 자는 사람을 움직이는 말의 힘을 제대로 이해하고 사용할 줄 알아야 한다는 뜻이다. 


나와 나를 반대하는 사람이 만나는 교차점에 서면 상대를 이길 방법도, 대립하지 않고 받아들일 수 있는 부분도 찾을 수 있습니다. 상대를 깊이 이해하면 배려 넘치는 어른스러운 대응이 가능해집니다.


수년 전 엄청난 화제가 되었던, 회사와 직장인들을 소재로 한 <미생> 같은 드라마를 보자. 입사할 당시 회사를 위해 목숨이라도 내놓을 것처럼 열심히 일하겠다고 말하던 신입사원이 선배들의 가시 돋친 말에 상처받고 이내 회사를 벗어날 궁리만 하게 되지 않던가. 물론 드라마이니까 극적 효과를 높이기 위해 실제 상황에 더 얹고 빼기를 했을 테지만, 극 중 악역을 맡은 부장의 독설처럼 실제 그런 형편없는 체력으로 무슨 일을 할 수 있겠느냐던 옛날 상사의 비아냥은 20년도 더 지난 오늘날에도 기억이 생생하다. 눈에 보이지 않는 비수가 되어 서로의 마음에 상처를 주고받는 것도 말이고, 내일은 모르겠고 오늘만 살고 죽을 듯 사람 피를 말리는 것도 말이며, 세상 누구보다 격려하고 든든한 뒷배가 되어주는 칭찬 역시 말이다. 


악플 세례를 받았을 때도, 암 진단을 받았을 때도 ‘그게 무슨 큰일인가’라고 외치며, 내 마음을 산산조각 내려는 힘을 저지했습니다. 말로 타인을 움직이는 것도 중요하지만, 말로 자신을 멈춰 세우는 것도 중요합니다.


세 치 혀로 자기 명을 재촉했던 역사 속 수 많은 인물의 사례를 우리는 잘 알고 있다. 무심코 던진 말이 나도 모르는 사이 남에게 상처를 주고 나 역시 상처를 돌려받는다. 그래서 이 책은 상처 주지 않고 미움받지 않는 말투를 지향하고 있다. 어른스러운 말투에는 상대를 이해하고 포용한다는 전제조건이 깔려있다. 이해와 포용이 얼마나 쉽잖은 일인가는 옛 성현과 현자들, 종교 지도자들의 한결같은 조언 속에 빠지지 않는 것만 보아도 알 수 있다. 반대로 나를 진정으로 이해하고 포용하는 이의 말 한마디에 목숨까지 바치는 예도 있다. 말의 힘은 이토록 막강하다.


마지막으로 저자는 대화의 결론을 책임지는 ‘결정하는 리더’가 되는 법을 말한다. 아울러 무서워하거나 겁먹지 않는 ‘담력’, 지식과 경험에 기반한 ‘식견’ 그리고 말로 상대를 제압할 수 있는 ‘위엄’을 갖춰야 한다고 조언한다. 결국, 말 잘하는 사람이 일도 잘한다는 통설은 대체로 사실이며 말은 이러한 자질을 드러내는 강력한 도구인 셈이다. 아직도 말이 어눌하다고 마음 한쪽에서 뻗어온 마수에 발목 붙잡히지 말고(나, 떨고 있니?), 스타워즈의 제다이처럼 “May the Force be with you”를 외치며 어른답게 말하는 법을 실천해 봐야겠다.


#더퀘스트 #서평단 #자기계발 #어른의말센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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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세현의 통찰 - 국제질서에서 시대의 해답을 찾다
정세현 지음 / 푸른숲 / 2023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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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네에 성질 사나운 어느 이웃이 있다. 성품이 고약한데다 자력으로 인간다운 삶을 꾸려가지 못해 종종 이웃들의 따가운 시선과 손가락질마저 받는다. 그 이웃의 바로 옆집은 무슨 생각에선지 자신도 어려운 주제에 물심양면으로 이웃을 돕는다. 사람들의 비아냥에도 불구하고 몇십 년을 내리 도와주고 있다. 이때만 해도 그럭저럭 함께 어울려 지낼 만한 이웃이었다. 그러던 어느 날 그 착한 옆집이 안 좋은 일을 겪으며 가세가 기운다. 도움의 손길이 멈추자 어려운 이웃은 오래 안 가 동네 골칫거리가 된다. 그 집 아이들은 동네 꼬마들과 툭하면 싸우고 어른들은 술에 취해 유부녀를 희롱하고 동네 사람들과 시비를 가리며 행패를 일삼는다. 동네 모든 안 좋은 일의 근원이 되어버렸고 이제는 어떻게 달래도 말을 듣지 않고 제멋대로다



결국은 오밤중에 칼을 들고 이웃집 담을 넘어가 도둑질하다 제지하던 사람을 해치기까지 한다. 어디서 많이 듣던 익숙한 얘기 같지 않은가? 우리도 어려운데 누가 누굴 돕느냐는 볼멘소리도 나오겠지만, 이는 어려운 이웃을 도와야 하는 많은 이유 가운데 하나일 뿐이다. 십시일반 조금씩만 도왔더라면 동네의 평화를 유지할 수 있었을 텐데. 극단적인 사례인 것 같지만 실제 국가 간의 세계에서는 이보다 더한 일들이 숱하게 일어난다. 동네 관계가 커져서 국제 관계가 되었을 뿐이다.



저자는 어릴 적 기차역 앞에서 동네 형들의 패싸움을 보고 힘이 지배하는 세상의 작동원리를 깨닫는다. 법은 멀고 주먹은 가까우며, 이러한 폭력 장치의 근사한 이름이 바로 정치이다. 정장 차림에 예의를 갖춰 좋은 말로 외국 정상과 회담하는 이면에는 국제 정치라는 또 다른 폭력 장치가 숨어있다. 그는 힘없는 꼬맹이가 동네 깡패들 사이에서 살아남는 법은 어느 편에도 서지 않는 방법뿐임을 알았다. 자력으로 자신을 돌볼 수 없어 누군가에게 신세를 지거나 빚을 얻었다면 언젠가는 반드시 갚아야 하므로 아쉬운 소리에도 요구에 응하는 것이 역학관계이며, 국제 관계라고 해서 이와 별로 다르지 않다



더욱이 우리나라 주변에는 러시아, 중국, 일본, 미국 같은 열강들이 옛날부터 진을 치고 호시탐탐 자국의 이익만을 좇아왔으며, 최근의 정권과 일부 국민은 이러한 역사의 교훈을 종종 잊어버리는 듯하여 매우 걱정스럽다. 지극히 상식적인 정권이라면 부국강병과 국태민안을 기본적으로 추구하지 않을 수 없다. 국제 정치에 옳고 그름은 없으며 다만 유불리만 있을 뿐이라는 입장은 모든 국가가 똑같기 때문이다.




최근까지 우리의 과거는 어떠했는가. 조선시대의 명나라(돼지), 구한말의 일본(원숭이)과 러시아(불곰), 해방 이후 미국(독수리)으로 이어지는 대외 의존에서 우리나라는 과연 자유롭다고 말할 수 있는가? 친일 역사를 청산하지 못해 토착 왜구가 여전히 살아서 힘쓰고 있는 우리의 현실과는 대조적으로, 해방 이후 친일파 숙청에 성공하고 그들 나름대로 주체 정권을 수립한 북한에서는 남한을 미제의 앞잡이, 혹은 괴뢰정권으로 깎아내리는 것이다. 미국의 도움으로 일제의 억압에서 해방은 되었을지언정 여전히 독립하지 못했으며 6.25 동란 당시 도주하다 못해 자국의 독자적인 전시 군사작전권을 자의에 의해 미군정에 이양한 지도자의 원죄는 어찌할 것인가. 그래서 저자는 독립국도 아니고 작전권도 없으며 남북협상의 당사자도 못 되는 우리의 처지를 냉정하게 받아들여야 한다고 말한다.




우리는 이 책을 통해 자강 자립을 꿈꾸던 우리나라의 역사를 되새기고, 현시점의 국제 정세를 파악할 수 있으며, 앞으로 다가올 시대적 환경에 어떤 판단을 내려야 할 것인가를 짐작할 수 있다. 교역 면에서 미국과는 밑지고 일본과는 약간 이득을 보며 중국에서 많은 이득을 보던 전통적인 국가 수입의 흐름을 기록적으로 짧은 시간에 역전 지속시키는 어리석은 판단 따위를 반복해서는 안 될 것이다. 국제 정치의 질서 판도에서는 지나치게 미국에 의존적인 자세를 취한다면 중간보스인 일본의 밑으로 들어가게 되는 동시에 지리적으로 가까운 중국에게 가까이하기에 너무 먼 이웃이 될 수도 있다. 그야말로 혼란한 이 시대에 살아남으려면 외교의 자국 중심성을 유지 발전시킬 국가 지도자의 혜안이 필요하다. 한반도의 평화가 곧 세계 경제라는 결론에 공감하는 독자라면, 평생을 통일문제와 국제 정세에 통달한 저자의 고언을 새겨들어야 할 때이다. (2023-02-25)



 

#사회정치 #정세현의통찰 #남북관계 #국제정치 #국제정세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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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세현의 통찰 - 국제질서에서 시대의 해답을 찾다
정세현 지음 / 푸른숲 / 2023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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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의 안위를 생각한다면 반드시 읽어야 할 국제 정치통 정세현 박사의 통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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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인 사용빈도 다반사 영어회화 구동사 미국인 사용빈도 다반사 영어회화 구동사 1
김아영.Jennifer Grill 지음 / 사람in / 2023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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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공용어인 영어가 선택이 아닌 필수가 된 지는 이미 오래다. 외국에 여행을 가든, 한국어를 배우러 온 외국인을 만나든, 영어밖에 모르는 비영어권 사람을 대하든, 누구나 영어 한두 마디쯤 하며 살아가는 시대다. 그러나 당위성이 보편성을 이기지는 못한다. 누구나 해야 하지만 누구든 다 잘할 수도, 그럴 필요도 없는 게 영어이기도 하다. 이제는 전반적인 영어 사용 인구가 늘어나고 생존에서 생활로 사용 범위가 상향되면서 다양한 학습 욕구 또한 증가하는 추세다.



 

여행지에서 사려는 물건의 값은 얼마인지, 당장 급한 화장실은 어디인지, 어느 나라 출신인지를 밝히는 등 생존에 필요한 영어를 배우는 단계를 지나게 되면, 논리적으로 구조가 잘 잡힌 회화를 해야 하거나 그보다 더 어려운 글로 표현해야 하는 작문 능력을 요구받는다. 이럴 때 가장 핵심적으로 요구되는 것이 바로 동사+전치사 또는 부사가 결합된 구동사(Phrasal Verb) 표현이다. 전치사는 자동사와, 부사는 타동사와 결합하는 것으로 구별된다. 어쨌든 본래의 동사 의미보다 훨씬 세분되어 쓰인다는 점이 중요하다. 예컨대 동사 look에 전치사를 붙이면 본래의 의미 보다에서 깔보다(~down on), 돌보다(~after), 우러러보다(~up to), 내다보다(~out), 들여다보다(~into), 쳐다보다(~at), 살펴보다(~around) 등으로 맛깔나게 확장되는 식이다.




구조적으로 동사와 전치사 또는 부사와 결합한 구동사는 넓게는 labor dispute(명사+명사), adjacent to(형용사+전치사) 처럼 마치 하나의 덩어리로 흔히 쓰이는 collocation(連語)에 속한다. 우리처럼 영어가 외국어인 학습자일수록 단어 따로 어감 따로 주로 시험을 목적으로 배웠기 때문에 일상에서 활용도가 낮을 수밖에 없다. 어감을 잘 살려 연어를 얼마나 자연스럽게 사용하느냐를 통해 사용자의 국적은 물론 교육받은 정도까지 가늠할 수 있을 정도이다.

 



저자는 우리가 숙어라는 이름으로 무턱대고 외워야만 했고 일상생활에 사용하지 않아 기억조차 희미해진 구동사가, 사실은 동사의 활용범위가 넓은 영어학습에서는 핵심 중의 핵심임을 강조한다. 영어권 문화에서는 의 존재가 세상과 일대일로 대응한다고 생각하며, 동작을 통해 영향을 주고받는 과정에서 동사가 그 매개체 역할을 한다. 내가 시작한 동작은 능동이 되고 그 반대는 수동으로 인식한다. 따라서 동작의 주체인 주어 ‘I’가 가장 빈번하게 쓰이는 한편 사물이나 비 인칭 주어 역시 동작의 주체가 될 수 있다. 이처럼 구동사를 비롯한 동사의 비중과 활용법이 매우 중요할 수밖에 없다. 영어를 공부한 지 겨우 40년 만에 터득한 사실이다.

 



저자는 25개의 주제 가운데 마음 내키는 것을 골라 처음부터 차근차근 공부할 것을 권한다. 회화 지문을 읽다가 굵게 표시된 낯선 구동사를 만나면 의미를 추론해보고, 우리말 해석을 보면서 자신이 이해한 내용과 비교해보고, QR 코드를 통해 음성 정보까지 학습하는 절차는 아마 익숙하실 것이다. 학습 효과를 높이려면 반드시 영어 지문을 소리 내어 읽어야 하고, 음성 파일은 꾸준히 반복해 들을 것이며, 한글만 보고 영어 문장으로 말하거나 단어를 바꿔 응용해보면 더욱 좋다. 그뿐 아니라 25개의 항목 끝부분에 제공되는 문법과 어휘, 문화 포인트로 보충 설명을 듣고 간단한 퀴즈를 통해 기억력을 되살려볼 수 있다. 하나의 주제마다 평균 10개의 구동사를 배울 수 있도록 하였으며, 정확한 이해를 위한 영영 풀이와 함께 3개의 예문이 제시되어있다. 또한, 어휘 포인트를 통해 예문 이외의 추가 의미로 확장할 수 있으며, 일례로 ‘16강 질병의 경우 두통, , 복통 등 주제와 연관된 다양한 증상의 표현도 익힐 수 있도록 하였다.

 



흔히 언어 능력이 짧아 저지르는 실수는 용납되지만, 문화적 차이를 이해하지 못해 생기는 실수는 인정받기 어렵다고 한다. 이를 위해 컬쳐 포인트에는 슬기로운 영어권 생활을 위한 요령으로 가득한데, 가령 외식할 때 음식값 이외에도 팁 지급하기, 애완동물과 함께 여행하기, 잡담(small talk)으로 어색함을 깨기, 청첩장 써서 보내기, 색깔과 관련된 감정 표현하기, 운동과 간헐적 단식, 감기 퇴치와 병원 이용, 운전면허 취득, 은행에서 주택담보 대출받기, 피부관리와 화장품 알아보기 등이 포함된다. 책 뒷부분에는 영어와 한글판 색인이 쪽 번호와 함께 표시되어 찾아보는 번거로움을 덜 수 있다.

 



결국, 구동사의 묘미는 특정한 행동을 묘사하기 위해 두 개 이상의 단어를 결합하는 데 있지만, 대개 구성 단어의 사전적 정의와 무관하 경우가 많아 단어만 봐서는 정확한 뉘앙스를 알아채기 어렵다. 따라서 이는 구동사가 별개의 어휘로 취급되어야 하는 이유이며, 새로운 단어처럼 개별적인 의미 단위로 배워야 한다는 뜻이다. 일상적인 표현에서는 다양한 어조를 전달하기에 좋아 매우 흔히 쓰이지만, 구동사를 어떻게 사용하느냐에 따라 문체(style)가 달라지므로 학술적인 글쓰기라면 이런 점을 고려해야 한다. 이 책에 제시된 모든 예문이 두 사람 간의 대화체로 구성된 것은 우연이 아니란 점을 기억하자. 대한민국 모든 영어 학습자들의 건승을 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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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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