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국 의존적 괴롭힘이란 한 어른이 매달리고 상대를 구속하는 등 반복적인 의존적 행동을 통해 상대방으로 하여금 자신을 보살피도록 만들고, 상대방은 이 과정에서 정서적, 심리적 불안을 느끼는 상황을 의미한다고 할 수 있습니다. - P14

의존적 괴롭힘이 벌어지는 모든 상황의 중심에는 ‘도와달라는 호소‘와 ‘극적인 과장‘이 놓여 있습니다. 이러한 행동은 심리학에서 말하는 ‘가족에 대한 충성심 family loyalty’이라는 작용을 이끌어내며, 의존적 괴롭힘의 상황을 지속시킵니다. - P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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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 한자를 배울 때 좋을 호(好)‘를 이해하는 방식은 대개 "남자랑 여자랑 있으면 좋다."다. 배병삼의 지적이 없었더라면 나도 계속 그렇게 알았을 것이다. 1899년 발견된 갑골문에 따르면, 고대인들은 여성이 어린 자식을 가슴에 끌어안고 꿇어앉아 있는 모습(好)을 좋음, 사랑이라고 생각했고 그렇게 해서 만들어진 글자라고 한다. 남자와 여자가 아니라 어머니와 자식이다. - P230

(참고로 <4·3은 말한다>는 대한민국 국민의 필독서다!) - P2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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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일상적 고민이자 공부 주제는 질병과 장애의 경계다. 몸의 불편과 고통은 비슷한데, 어디까지가 장애이고 어디까지가 질병일까. 낫지 않은 질병은 장애인가. 이는 장애 내부의 차이가 장애/비장애의 차이보다 크기 때문에 발생하는 ‘차이의 정치‘의 좋은 예다. 심각한 질병을 앓고 있는 사람의 육체적 고통은 6급 장애인보다 더 장애인일 수 있다. 그렇다면 장애란 어떤 상태인가, 누가 정의한 것인가. 일반화가 불가능한 영역, 타인의 고통에 대한 윤리, 몸(=이성)의 모든 이슈, 장애는 철학의시작이다. - P140

"삶은 과거를 떠나보내는 용기를 필요로 합니다." - P145

인간에게 가장 어려운 윤리 중 하나는 고통받는 사람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는 것이다. 대개는 자기 몸의 목소리도 듣지 못한다. 나도 지병이 있는데, 이전의 사고방식은 "다 나은 다음에 책 쓰기, 여행, 운전 배우기, 운동을 하자."였다. 아픈 시간은 삶의 대기실, 의미 없는 인생이라고 생각했다. 결국 몸이 가르쳐주었다. 병은 낫지 않았다. 도대체 완치는 누가 만든 말인가. 죽을 때까지 재발되지 않을 뿐 어떤 병도 완치되지 않는다. - P16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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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안에 자리 잡은 고정관념으로서의 작가는 예리하거나 예민한 사람들이다. 그들은 현실을 예리하고 날카롭게 직시하여 은폐된 진실을 드러낼 것이고, 세상과 자신의 진실을 예민한 촉수로 느낌으로써 시대를 앞서서 감지할 것이다. 그것을 설령 본인이 자각하지 못하거나 의도하지 않을지라도. 그들은 타인의 서사를 통해 자신을 고취하지 않는다. 그들은 보기 좋은 글로 면피하지 않는다. 그들은 모르는 대상을 타자화하지 않는다. 그러니까 사실 이건 그들이 아니라 내가 도달하고자 하는 곳. - P119

에드거 앨런 포의 「고자질하는 심장」을 밤에 읽다가 □□에 맞추어 □□ 소리가 들리는 부분에서 소름 한 번쯤 돋아 보지 않은 애서가가 있을 텐가. - P143

책은 저자의 경청과 독자의 경청으로 완성된다. - P179

말해야만 하는 일을 말하고 나서 제 삶을 침범당하는 기막힌 사태에 슬퍼하는 사람들은 또 얼마나 될까? 자신의 이야기를 하는 것만으로 세상과 투쟁해야 하는 사람들. 에세이가 투쟁이 되는 사람들. 자서전이 비명이 되는사람들. "나는 입이 없다 그리고 나는 비명을 질러야 한다." - P185

소설의 결말을 향해 급하게 달려간 후에 그래서 이게 나에게 무슨 이득을 주느냐고 묻는 것은 죽음을 향해 급하게 달려간 뒤 그래서 삶이 나에게 무슨 소용이냐고 묻는 것과 비슷하게 들린다. - P197

그러나 고독한 이는 모름지기 책을 벗 삼아야 한다. - P2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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읽으려던 책을 결코 다 읽고 죽지는 못할 것이다. 지금 당장 읽어야 한다. 매일 읽어야 한다. 고요 속에서 읽고 또 읽는다. 이걸 다 읽고 죽어야 한다. - P27

책 읽기는 느린 행위다. 책 읽기는 우리에게 멈춰 서도록 요구한다. - P29

벽돌책을 읽는 데에는 유난히 긴 경청의 시간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두께는 그 자체로 주장이며 난이도는 그 자체로 방어다. 대개 하드커버로 감싸진 두꺼운 책의 내부로 들어가려면 독자와 저자 모두가 가지고 있는 심리적 방어선을 뚫어야 한다. 뚫고 들어갔다면 긴 미로 속에서 길을 잃지 않도록 정신을 차려야 한다. 노련한 탐험가는 견고하게 세워 놓은 성을 한 자 한 자 탐색하며 완성본에서 거꾸로 설계도를 그려 나간다. 그는 설계도에 그려진 것과 그려지지 않은 것을 들여다본다. - P59

책은 내가 간신히 얻은 것이다. 그것은 나에게 안정, 삶, 집 같은 단어이다. - P73

어린 시절에는 뭘 읽는지도 모르고 읽었던 책이 너무나 많고, 그렇게 읽은 책이 없었다면, 그리고 뭔지도 모르고 신나서 떠든 그 이야기들을 친절히 들어 준 어른들이 없었다면 나는 무척 위축되어 아마 책에 흥미를 잃었을지도 모른다. 어린이는 실컷 읽고 실컷 떠들도록 두어야 한다. - P8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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