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표지 앞뒤의 간지를 보면 저자의 집 사진이 나오는데, 벽이나 가구가 모두
화이트 톤이고, 밖으로 나와 있는 살림살이가 거의 없는 모델하우스 같다. 물론 촬영을 위해 정리도 좀 했겠지만..
저자가 쓰레기 없는 삶을 위해 여러가지 방안을 시도하다 실패하기도 하고 모든 것을 집에서 직접 만들겠다는 생각으로
극단적으로 하다 보니 시간과 노력이 너무 많이 소모되어 지치기도 하면서 점점 가족의 일상생활에서 실행가능한 수준으로 맞춰가는 모습이 인상적이다. 쓰레기 제로 생활방식은 단기간에 성취해야 할 목표가 아니라, 평생에
걸친 일상적인 습관으로 자리잡아야 하는 것이므로, 각자의 사정과 시간,
체력에 맞추어 할 수 있는 부분을 찾고 꾸준히 하는 것이 중요하다. 특히, 혼자사는 경우가 아니라면 같이 사는 가족들도 이런 생활방식에 동의하고 동참해야 가능한 것이다. 저자의 가족은 그런 점에서 남편 뿐만 아니라 자녀들까지 적극적으로 참여하였기에 쓰레기 제로 생활방식을 정착시킬
수 있었다. 특히, 저자의 남편은 지속가능성 컨설팅 분야에서
일하고 있기 때문에 함께 고민하고 실행할 수 있었으리라.
저자가 강조하는 쓰레기 제로 생활방식을 위한 5단계는 다음과 같다.
1.
(필요하지 않은 것을) 거절하기
2.
(필요한 것을)
줄이기
3.
(소비한 것을)
재사용하기
4.
(거절하거나 줄이거나 재사용할 수 없는 것을) 재활용하기
5.
나머지는 썩히기(퇴비화)
많은 이들이 ‘쓰레기 제로’라고
하면 먼저 재활용을 떠올리기도 한다. 하지만 이는 쓰레기를 많이 만들어내는 우리를 위한 위안이자 기만일
뿐, 조금만 생각해도 재활용이 해결방식이 아니라는 것을 알 수 있다.
우리는 재활용 구분 없이 쓰레기를 마구 버리는 미국인들을 야만적으로 바라보며, 우리는 재활용을
잘 하고 있다고 자부하지만, 실상은 한국은 가정에서의 재활용 비율은 높으나, 실제 최종적으로 재활용되는 비율은 아주 낮다는 기사도 접한 적이 있다. 더욱이
최근 코로나로 인해 배달/포장이 증가하고, 카페에서도 무조건
일회용 잔에 음료를 제공하는 등 플라스틱 쓰레기가 점점 더 증가하고 있다. 저자의 강조처럼, 재활용은 폐기물 처리의 대안일 뿐이며, 재활용 이전에 1~3단계의 실천을 통하여 아예 쓰레기가 생기지 않게 하는 것이 중요하다.
각 챕터별로 장보기, 욕실과 화장품,
침실과 옷장, 살림, 일터, 학교, 인간관계, 외식과
외출, 사회적 참여에서 위 5단계를 어떻게 적용할 수 있는지
자세한 실천 정보가 나와 있다. 저자처럼 화장품이나 치약을 직접 만들어 쓰는 수준까지 실행할 수는 없지만, 내가 할 수 있는 수준에서 거절하고 줄이고 재사용하는 방식을 고민하고자 한다.
거절하기가 가장 중요한데, 공짜라면 양잿물도 마신다는 속담처럼, 누군가 공짜로 준다면 필요 여부를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가져오는 유혹을 피하지 못한다. 길거리, 행사장 등에서 주는 볼펜,
연필, 팜플렛, 파일 등등 집에서 쓰지도 않은
채 쌓여 있거나 바로 재활용 통으로 직행한다. 꼭 필요한 물건이 아니라면 집으로 들어올 물건을 과감히
차단해야 한다. 공짜 볼펜이라고 받아 오지 말자. 쓰지 않을
다이어리, 수첩은 거절하자. 그러나, 집에 들어오는 쓰레기의 대부분은 장보기, 주방에서 발생한다. 매주 버리는 재활용 쓰레기의 대부분은 마트에서 사온 과일이 담긴 프라스틱이나 종이상자, 야채가 담긴 비닐, 고기가 담긴 스티로폼, 플라스틱 우유통, 맥주캔이다. 이런
쓰레기를 줄이려면 마트나 유기농 매장(한살림 등 유기농 매장도 식품은 다 플라스틱이나 비닐에 담겨 있으니,,)이 아니라 저자처럼 벌크로 파는 매장(이런 데가 있나?)이나 전통시장(요즘은 시장도 대부분은 포장이 되어 있을 것 같다, 그리고 비닐에 담아주기 전에 잽싸게 장바구니를 내밀어야 한다)을
이용해야 한다. 이걸 실천하기는 당장은 쉽지 않아 보인다… 맥주를
줄여야 하나… 지금 내가 하는 수준은 휴대용 장바구니를 항상 가지고 다니면서 비닐봉지 받은 걸 줄이는
수준이다. 미미하다. 하지만, 음식물 쓰레기를 줄이는 것은 노력으로 가능할 것 같다. 사놓고 먹지
않아 버리는 음식물 없애기, 냉장고를 주기적으로 점검하여 유통기한이 얼마 남지 않은 음식으로 요리하기, 야채나 과일을 시들기 전에 먹어서 버리는 재료 줄이기.
장보기에서 줄이기는 어렵겠지만, 이 밖에도 쉽게 할 수 있는데 하지
않는 게 너무 많다. 주방이나 욕실에서 물 사용 줄이기, 구매하기 보다 빌려쓰기, 꼭 필요하다면 새
제품보다 중고제품 구매하기, 자동차
보다 대중교통 이용하기, 휴지 대신 손수건 사용하기, 생수
대신 물병 사용하기, 텀블러 들고 다니기, 회사에서 머그컵 사용하기, 보고서는 프린트하지 않고 모니터로 보기, 이면지 사용하기 등등. 중요한 것은, 사기 전에, 쓰기 전에 쓰레기를 먼저 생각하는 마음가짐이다.
저자의 말대로 "우리 모두는 덜 소비하고, 덜 일하고, 더 제대로 살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