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주도 학교에 가야 한다 난 책읽기가 좋아
수지 모건스턴 글, 세르주 블로흐 그림, 김진경 옮김 / 비룡소 / 1997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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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수지 모건스턴의 책들은 재기발랄하다. 저학년 어린이들이 읽기에 어렵지 않고 재미도 있으면서, 담아내는 주제도 가볍지 않다. 그녀의 책을 읽을 때마다 천상 이야기꾼으로 아이들에게 들려주고 싶은 이야기가 무궁무진한 작가라고 느낀다.   

자식을 많이 낳지 않는 현대 가정에서 자식은 모두 귀한 존재다. 그래서 가정마다 공주와 왕자가 넘치는 세상이 되었다. 젊은 엄마들은 자기 아이를 공주나 왕자로 키우기 위해 고가의 분유와 옷가지에 엄청난 돈을 쏟아부으며 키운다. 그렇게 자란 아이들은 또 고액의 사교육에 휘둘리게 될 테고... 

몰락한 왕 조르주114세는 포르투나 왕비와 알뤼에스테르 공주와 왕궁에서 산다. 왕은 부의 상징인데 가난한 왕이라면 이미 설자리가 없는 거다. 왕을 섬기던 사람들과, 알뤼에스테르 공주에게 개인과외를 하던 선생님들까지 모두 떠났다. 달랑 세 식구가 남아 떨어지는 빗줄기에 한 손엔 우산을 들고 스파게티를 먹어야 하는 참담한 상황이다. 돈이 없어 비가 새는 지붕도 고칠 수 없는 허울뿐인 왕궁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공주에게 끊임없이 세뇌시킨다.

"네가 공주라는 걸 잊지 말아라! 네가 공주라는 걸 절대 잊어선 안된다." 
"네, 저는 공주에요. 그런데 그게 저랑 무슨 상관이에요?"

공주는 '친구'라는 말을 알지 못했고, 친구를 사귀어 본 적도 없었다. 자기가 공주라서 외롭다고 생각하는 알뤼에스테르 공주는 이렇게 대꾸하지만, 왕과 왕비는 난방도 되지 않는 왕궁에서 게으름만 부리고 산다. 아직도 옛 영화에 취해 현실을 직시하지 못하는 왕과 왕비를 어찌하리오! 

하지만, 이들도 왕궁을 팔고 아파트로 이사한 후 현실에 눈을 뜬다. 아파트 아이들이 노는 걸 지켜보던 공주는 아침마다 아이들이 학교로 간다는 걸 알아 낸다. 공주는 드디어 친구를 사귀고 그 아이처럼 학교에 가고 싶어 아버지를 조르지만 왕은 절대 공립학교에는 보낼 수 없단다. 하지만 자식 이기는 부모 없다, 그가 설령 왕일지라도.^^  

자~ 학교에 간 공주는 어떻게 됐을까? 

알뤼에스테르 공주는 철사 속옷을 벗어 던지고 뛰어 보았다. 운동화를 신으니 달리기가 훨씬 편했다. 하지만 치미 때문에 좋은 기록을 얻기가 힘들었다. 공주는 선생님한테서 가위를 빌려다가 치맛단을 싹둑싹둑 잘라 냈다. 그 순간, 공주는 더 이상 공주처럼 걷지 않을 수 있게 되었다. 알뤼에스테르 공주의 걸음걸이로는 학교에 다니는 공주가 되기 어려웠다. 알뤼에스테르 공주는 로앙스처럼 아빠의 공주로만 남는 게 더 좋았다.(44쪽)

 "나는 공주야. 하지만 공주도 보통 사람이랑 똑같아, 응. 하지만 내가 보통 사람이기는 해도 공주는 어디까지나 공주인 거야." (48쪽)

헉교에서 친구들과 어울리며 세상 사는 지혜를 배워가는 공주는 자기 머리 위에 올려진 왕관이 아니라면 공주라는 것도 잊었을지 모른다.^^  아이들은 재밌게 읽을 책이지만, 어른들은 그저 재밌는 이야기로만 접수하지 않고 다른 느낌을 받게 된다. 왕과 왕비는 과연 어떻게 달라졌을까? 세상 사는 지혜를 배우고 현실에 적응했는지 궁금하다면.... 책을 읽어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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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산 할매와 나
윤구병 지음, 이담 그림 / 휴먼어린이 / 2009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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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구병 선생이 변산에 살 곳을 보러 다니다가, 시쳇말로 필이 꽂힌 당산나무 때문에 그곳에 자리 잡게 되었다는 이야기다. 
당산나무 할매를 보는 순간 자신이 본 나무 가운데 가장 '이뻐' 보였다는 당산나무의 자태! 
그림은 <폭죽소리>와 <곰이와 오푼돌이 아저씨>를 그린 이담의 유화다.

  

구름뫼 마을에 자리 잡고 살게 붙든 것이 바로 이 당산할매의 손길이라는 고백이, 나무를 보는 순간 공감했다.
이 나무가 선 개울 건너편에는 뽕나무가 심겨 있고, 누에 치는 농막이 있고 감나무가 드문드문 서 있는 풍경에 압도된 것이다. 
어린시절 우리집에서 누에를 키웠기에 뽕나무밭 풍경은 내게도 추억이 깃든 곳이다.

  

계곡을 타고 더 내려가면 저수지가 나타나고, 저수지 아래 마을이 있고... 
마을 어르신들은 '시름박골에 있는 나무'라고 부르며. 할아버지의 할아버지도 올라가 놀던 나이를 알 수 없는 나무라고...  

  

윤구병 선생는 그 곳에 터를 잡고 농사를 지으며 틈틈이 나무를 찾았다.
캄캄한 새벽에 저주지 옆 솔숲 길을 더듬고 오르면, 가지가지에 별들이 올망졸망 매달려 있는 황홀한 풍경에 반할 수밖에... 
저절로 나무에 경배하고 싶어 지는... 윤구병 선생도 그렇게 묵정밭에 엎드려 절을 올렸단다. 

 

저수지 아랫마을에 사는 밭 주인이, 당산할매가 건너다보이는 밭을 내놓아 그 밭을 사서 농사를 지었다.
봄에 땅을 일구어 옥수수, 땅콩처럼 낱알로 심은 것은 산비둘기와 꿩이 와서 다 쪼아 먹고... 
감자는 들쥐가 갉아먹거나 놀이 삼아 굴리고 다녔고... 당산할매는 새도 좀 안 보아 주나, 서운키도 했단다.^^ 
그래도 당산할매를 의지하는 마음은 날이 가고 달이 지나고 해가 갈수록 커졌고, 공동체 아이들과 그늘 아래서 고기도 잡고... 

소나기가 내리면 그 그늘 아래로 비를 피하고, 소나기 끝에 뜬 무지개도 보고... 

 

모든 것을 내어 주고 속이 터엉~ 비어버린 당산나무 할매,
손가락 뼈가 드러난 상처에 조뱅이잎을 짓찧어 붙이고 한달여가 지나 제모습을 찾은 손가락에 당산할매께 감사하고... 

 

초가을에 접어들면 반딧불이가 날아다니는 당산나무 할매의 풍경은 더할 수없이 아름다웠다. 

새잎을 튀우는 일도 더디지만, 잎을 떨구는 일도 서두르지 않는 당산할매는 겨울에는 눈을 불렀다.

그리고 공동체를 찾아오는 사람들과 함께 당산할매한테 마음을 모아 절하고 소원을 빌었다. 
그림이 윤구병 선생과 똑같은 얼굴~^^

 

윤구병 선생은 일흔이 가까워지면서 더 아래로 흐르고 싶어 나무처럼 흙과 하나가 되고 싶었단다.
그리고 당산할매께 큰절을 올리고 떠나 오게 되었다고... 

 

11월 넷째 토욜, 변산 공동체 학교를 비롯한 변산 기행을 앞두고 있어 찾아 본 그림책에 잠시 마음을 빼앗겼다. 
내가 농촌에서 살던 6~70년대의 모습이 떠올라 코끝이 찡하기도 했던 그림책을 마음에 담아 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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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철나무꾼 2010-11-09 02:1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윤구병님이랑 변산공동체 얘기는 여기저기서 많이 접해 알고 있다고 착각을 한 부분이 있었네요.
동화책 한권에서 깨달음을 얻어갑니다.^^

순오기 2010-11-09 02:56   좋아요 0 | URL
11월 넷째 토욜에 중학교 독서회 문학기행지가 변산이라서
변산공동체학교 관련도서를 챙겨보는 중이에요.^^

찌찌 2010-11-09 14:3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기언니! 오랜만이죠. 그동안 저가 조금 바빴습니다. 아이들 학예회랑 작은딸 설소대 수술하고 저도 치과치료랑 건강검진 받으랴 여유가 없었습니다. 우리 건희 사람 만들어 내년에 입학시키려고 정신 없습니다. 학예회때는 유정이 여름방학 독후활동 스크랩을 학급 대표로 강당에 전시해 두었더라구요. 치어리더 댄스도 얼마나 잘 추던지... 울 딸 달리기 빼고 다 잘한답니다.^^
언니의 변함없는 열정에 한 수 배우고 갑니다. 환절기 감기 조심하시고 파이팅입니다~
윤구병선생님 저도 좋아 합니다. 챙겨 보겠습니다.

순오기 2010-11-10 08:12   좋아요 0 | URL
아~ 엄마의 몸은 내맘대로 할 수 있는게 아니죠.^^
달리기 빼고 다 잘하는 딸, 사람 만들어 입학시킨다는 건희~ 다들 무럭무럭 자라는 꿈나무군요.
윤구병 선생님 실제 뵙지는 못했지만, 책으로 만난 그분 좋았어요.

찌찌 2010-11-30 11:1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가 어렵게 얻은 우리딸들 귀하게 키우려고 작정 했거든요. 어릴적 비교적 부유하게 자랐지만 바쁘고 무심한 부모님과 두 오빠들에게 치여 있는듯 없는듯 외롭게 컸거든요. 그래서 우리 아이들은 외롭지 않게 키우려고 유정이 낳고 일을 접었습니다. 둘 다 5살까지 저가 데리고 놀아 줬어요. 우리 건희는 사설 유치원 한 번 보내지 않고 병설 유치원을 두해째 다니고 있어요. 학예회는 처음이라 잘 할지 걱정 했는데 너무 열심히 잘 따라 해서 감동 했습니다. 항상 엄마 품에만 있어서 애기 같더니만 자기 몫은 잘 해내드라구요. 32개월까지 젖만 먹고 다른 건 통 먹지 않아 빈혈도 심하고 많이 약했어요. 그리고 유정이 등살에 매번 엄마 등에서 업혀서 자랐어요. 저가 손이라도 자유로워야 유정이 의견을 들어 줄 수 있고 더러운건 못 보는 성격이어서 쓸고 닦고 천 기저귀 매일 삶고~ 암튼 좀 미련하게 살았어요. 그래서 안장다리 교정도 하고 있어요. 항상 최선의 노력을 다 한다고 꼭 좋은 결과를 얻을 수 있는건 아님을 알았답니다. ㅠㅠ

순오기 2010-11-10 11:38   좋아요 0 | URL
이런 사연은 감동이고 눈물나게 해요.
맞아요~ 최선의 노력이 최고의 결과를 가져오지는 않지요.
그래도 날마다 좋아진다는게 희망을 갖지요.^^

찌찌 2010-11-11 09:2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동감입니다. 3월 부터 교정 시작했는데 많이 좋아지고 있답니다. 우리 건희 다리는 약간 휘었지만 맘은 천사처럼 고운 아이 입니다. 언니의 격려로 힘이 불끈 ^^
 
가을 운동회 사계절 그림책
임광희 글.그림 / 사계절 / 2010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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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른들에겐 유년기 운동회의 추억을 불러오고, 어린이에겐 운동회의 즐거움을 선물하는 그림책이다. 이벤트 기간이라 가을 운동회 표지 그림과 똑같은 스케치북이 선물로 왔다.

가을 운동회를 안내해 줄 두 주인공 봄이와 여름이~ 가을이는 운동회를 하고 있을까?^^

운동회하면 제일 먼저 떠오르는 건 무얼까?
달리기, 콩주머니, 훌라후프... 등등 많겠지만 뭐니 뭐니 해도 운동장에 휘날리던 만국기가 아닐런지...
표지를 들추면 속지 가득 만국기가 보인다.

봄이와 여름이가 다니는 우리 초등학교의 21회 가을 운동회,
운동회 날이면 어김없이 볼 수 있는 학교 앞 풍경이 웃음 짓게 하네요.
운동회 날은 군것질하는 맛도 있어야겠죠.ㅋㅋ

하나, 둘,셋, 넷~ 체조도 하고.
우리 때는 '국민체조 시~작, 하나 둘 셋 넷~ 소리에 맞춰 했는데
우리 아이들이 하던 새천년 체조는 따라 하기가 쉽지 않았다.
요즘엔 무슨 체조를 하는지 모르겠다.

청군 이겨라, 백군 이겨라~ 열심히 응원도 힌다.
봄이는 백군, 여름이는 쳥군~ 어느 편이 이길지는 끝까지 가봐야 알겠죠? ^^


첫 경기는 모자 뺏기, 으하하~ 모자를 쓰고 웃고 있는 여름이를 보니 청군이 이겼어요.

두번째 공굴리기도 청군이 이겼고.
봄이는 끙~~~~ 화가 모락모락 피어나는 중일까?ㅋㅋ

이상하게 자기가 청군이면 백군이 이기고,
자기가 백군이면 청군이 이기는 징크스가 있는 경우도 있다.
형제 자매, 남매간에 청백이 갈려 어느 편을 이기라고 응원할 수 없는 부모도 있고.^^



1학년들의 꼭두각시 춤... 청군도 백군도 따지지 않고 즐거운 시간이다.

운동회는 역시 1학년 차례가 돼야 활기를 띤다.
1학년 엄마들은 사진 찍으러 용감하게 운동장으로 들어간다.ㅋㅋ

꼭두각시 춤을 추는 아이들 하나하나 귀엽고 사랑스럽다.
수줍고 부끄러운 아이도 있지만, 최선을 다해서 춤을 추는 1학년은 꽃이다.

다음은 박 터뜨리기, 콩주머니를 던져는 손길들이 분주하다.
흥미진진한 박터뜨리기
높다랗게 매달린 박이 터지면 무엇이 나올까, 두근두근~~~~

와~~~~ 점심시간이다!


온 동네 잔치였던, 내 유년기 운동회에선 제일 즐거운 점심시간이었지만
요즘 초등학교 운동회는 오전 12시에 끝나기 때문에 점심은 집에 가서 먹는다.

점심을 먹고 나서 벌어지는 아빠들의 줄다리기.
누가 누가 힘이 센가, 영차 영차 응원하는 소리도 드높다.

우리 아이들 학교에선 아빠들이 아니고, 엄마들의 줄다리기가 있었다.
갑자기 안쓰던 근육을 쓰고 나면 후유증이 2~3일은 갔지만
해마다 줄다리기에 나가서 젖먹던 힘까지 쓰던 시절이 있었다.ㅋㅋ

한 경기가 끝날 때마다 청군이 이겼다 백군이 이겼다, 점수판은 엎치락 뒤치락~
운동회의 꽃, 마지막 경기는 이어 달리기다.

우리 삼남매 중 아무도 이어 달리기 대표로 나간 적은 없고,
학년마다 반 친구들과 하는 달리기만 하는데도 일등 한 적은 없었던 듯.^^


삼남매가 초등학교를 마칠 때까지 학부모도 12년, 운동회도 12년을 지켜봤다.
큰딸 1학년 때는 동생들이 어려서 사진도 많이 못 찍었고...

둘째 아들녀석은 사진 찍는 걸 싫어해서 몰래 찍어야 했고,
막내는 사진도 많이 찍고, 이쁨도 제일 많이 받았을까?^^

우리 아이들의 운동회는 점수를 내는 경쟁의 운동회가 아닌 축제의 장이었다.
해마다 빠지지 않는 훌라후프 춤, 하지만 한번도 같은 것을 하지는 않았다.
선생님들은 노래에 맞춰 안무를 짜느라 힘들겠지만, 구경하는 엄마들은 즐거웠다.

고학년들이 한복을 입고 부채춤을 추면 여자아이들은 부러워했다.
하지만 이런 고전무용을 발표하는 운동회도 점점 없어져 간다.
우리 학교도 막내가 고학년 되니까 민속체험으로 바뀌어 부모들이 구경하는 운동회는 아니었다.

내가 기억하는 가장 멋진 운동회 풍경은, 4학년이던 아들녀석들이 했던 2004년의 민속놀이 한마당.
내가 여고시절에 했던 것을 재현해서 더욱 기억에 남았다.

빰바라밤, 밤바라밤~
청군이 이겼을까~ 백군이 이겼을까?
아이들은 청백군의 승패를 따지지만,
운동회가 즐거웠다면 이기고 지는 건 그리 중요한 게 아니다.
경쟁이 아닌 화합이 운동회가 추구하는 교육적 목표일테니까!

가을 운동회 그림책을 보고, 우리 아이들 운동회 사진을 보니
내 유년기의 운동회 추억도 생각난다.
그 시절은 사진이 흔치 않은 때라 졸업앨범에 실린 운동회 사진 뿐이다.

하하~ 그야말로 빛바랜 사진이다.
태권도 시범과 거북선을 앞세운 가장행렬, 기마전과 덤블링에 고전무용까지.
새마을 운동이 한창이던 72년 운동회라 다섯 가지 없는 마을 가장행렬도 했었구나.ㅋㅋ

어린시절, 뛰놀때는 한없이 크고 넓었던 운동장이었는데
삼남매의 엄마가 되어 아이들과 함께 찾은 교정은 아주 작게 느껴졌었다.

초등학교를 졸업한지 30년이 지나고, 초등동창회를 구성하고 찾았던 교정~
그 운동장에서 뛰돌던 악동들은 어디로 가고 다들 의젓한 중년이 되었더라.ㅋㅋ

그림책 <가을 운동회> 덕분에 내 유년기의 추억과
우리 삼남매와 함께 했던 12년의 초등운동회도 되돌아보며 행복한 추억여행을 다녀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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같은하늘 2010-11-01 11:0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역시 멋져요. 이 책 꼭 구입하려고 찜하고 있는데...ㅎㅎ

순오기 2010-11-01 17:15   좋아요 0 | URL
나는 책을 빌미로 떠오른 운동회의 추억이 더 좋았어요.ㅋㅋ

꿈꾸는섬 2010-11-01 15:0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와~~~대단하셔요. 삼나매의 운동회 사진과 더불어 순오기님의 자료들까지...역시 짱이세요.^^

순오기 2010-11-01 17:16   좋아요 0 | URL
이벤트 참여하려고 어제 종일 찾았어요~
사진을 쌓아두고 앨범에 정리하지 않은 게 많아서 힘들었어요.ㅜㅜ
게으른 자가 달게 받아야 할 벌이지만...ㅋㅋ

마녀고양이 2010-11-01 20:1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마지막 추억의 사진들을 보니 짠해져요.
어제 안 그래도, 여행 갔다 버스로 오는 길에 생각 많았는데..
버스 음악이 완전 추억의 음악 세트였거든요. 중학생 시절 생각이 막 떠오르더라구요.

순오기 2010-11-02 22:04   좋아요 0 | URL
추억을 생각한다는 건 우리가 나이를 먹었다는 거죠.^^

하늘바람 2010-11-02 20:4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 책 너무 이쁘네요
저도 구입하고픈 책이네요

순오기 2010-11-02 22:04   좋아요 0 | URL
이뻐요~ ^^
 
지각대장 존 비룡소의 그림동화 6
존 버닝햄 지음, 박상희 옮김 / 비룡소 / 1999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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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지를 들추면 앞뒤로 빼곡히 채워진 반성문. '악어가 나온다는 거짓말을 하지 않겠습니다. 또 다시는 장갑을 잃어버리지 않겠습니다'를 300번이나 썼다. 이걸 보고 웃어야 할지 울어야 할지 참 난감하다. 설마 요즘에는 이런 벌을 주는 선생님은 안 계시겠지 믿어볼 뿐이다.  



이름도 길고 이국적인 '존 패트릭 노먼 맥허너시는 학교에 가려고 집을 나섰습니다.'로 시작되는 지각대장 존의 이야기는 황당무계한 지각변명으로 들리겠지만, 아이의 마음을 헤아릴 줄 아는 친절한 선생님이 필요하다는 역설로 들린다. 하긴 어떤 선생님이라도 존의 말을 그대로 믿기는 힘들 것이다. 존이 세번이나 지각한 이유는 "하수구에서 악어가 나와 책가방을 덥석 물었고, 덤불에서 사자 한마리가 나와 바지를 물어뜯으며, 다리를 건너는데 커다란 파도가 밀려와 덮쳐서" 늦었다는 것이다. 선생님은 길길이 뛰면서 그런 거짓말을 하지 않겠다는 말을 300번 쓰거나, 400번 외치고, 500번 쓰라는 벌을 내렸으니... 아, 존은 늦게까지 남아 반성문을 쓰면서 무슨 생각을 했을까?  



 

존이 거짓말을 한 것이라면, 왜 그런 거짓말을 했을까 존의 마음을 헤아려봐야 할 것이고, 존의 말이 사실이라면 등교길에 그런 위험한 일이 생기지 않도록 조치를 취하는 게 선생님의 본분일 것이다. 하지만, 존의 선생님은 길길이 뛰면서 그런 거짓말을 하지 않겠다는 억지 반성만 하게 하셨다.  



이 책이 이렇게 끝났다면, 오랫동안 사랑받지 못하겠지? 또한 '존 버닝햄'의 이름에 걸맞는 마무리가 아니지!^^
우리의 이야기꾼 존 버닝햄 할아버지는 아이들 마음을 아신다. 절묘한 반전, 통쾌한 복수를 맛볼 수 있다. 
존의 말을 믿지 않다가 털북숭이 고릴라한테 잡혀 천장에 매달린 선생님, 존은 어떻게 했을까? ^^  



"이 동네 천장에 커다란 털북숭이 고릴라 따위는 살지 않아요, 선생님."

"야호~ 선생님이 당했다!" 아이들은 책상을 두드리며 환호한다. 마치 '존 패트릭 노먼 맥허너시'가 된 것처럼 통쾌한 복수의 카타르시를 느낀다. 아이들의 환호와 다르게 선생님이나 부모라면 존 버닝햄이 꼬집은 교육의 문제점이 보일 것이다. 선생님과 부모들은 '아이의 말을 믿어주고 귀 기울여야지' 반성과 더불어 다짐하게 된다. 이야기도 재미있고 그림도 간결하지만, 여유있는 편집도 읽기에 부담없어 좋다. 이 책이 10년이 넘도록 꾸준히 사랑받는 이유가 분명 있다.^^


이 책을 읽고 1,2학년은 '뒷이야기 이어쓰기'를 했는데, 많은 아이들이 선생님이 죽거나 사고가 나는 등 선생님에 대한 유감을 여과없이 드러냈다. 그래서 주인공을 죽게 하거나 잔인한 이야기로 만들지 말고, 재미있고 감동적인 이야기로 꾸미도록 주문했었다.   

한 차원 높은 3,4학년 논술은 '존의 이야기가 거짓말이라면, 혹은 진실이라면 어떻게 할 것인가?'라는 주제로 했다. 진실이라고 생각한 아이들은 등교길의 안전을 위해 스쿨버스를 운행하거나, 경찰관이 등교를 지켜주는 등의 해결방법을 제시했다. 거짓이라고 생각한 아이들은 존과 선생님께 예리한 비판을 가했다. 그래서 이 책은 결코 유치원생이나 1학년 아이들만의 책이 아니라는 것을 확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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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포알 심프 비룡소의 그림동화 67
존 버닝햄 글 그림, 이상희 옮김 / 비룡소 / 2001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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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연 못생긴 사람이나 동물은 설 자리가 없는 걸까? 
지난 주 슈퍼스타K에서 비주얼이 받쳐주는 존 박을 제치고, 키도 작고 인물도 뒤지는 허 각이 최후의 1인으로 등극해서 많은 사람들이 흥분된 카다르시스를 느꼈다. 인물로 스타가 되는 게 아니라, 빽이 없어도 실력으로 인정받는 정의사회를 꿈꾸는 우리에겐 큰 힘이 된 사건이다. 인물이 밥먹여 주는 세상은 우리나라만의 일은 아닌 듯해서 살짝 위로가 된다. 영국작가 존 버닝햄의 그림책에도 이런 걸 얘기하니까.^^ 
 

심프는 못 생겼다. 사람들이 '작고 못생긴 개'라고 부를만큼 덩치도 작고 뚱뚱한데다 꼬리까지 뭉툭하다. 주인은 심프의 형제 개들은 다른 집으로 보냈지만 심프는 데려가는 사람이 없다고 도시 주변 변두리로 데리고 나가 쓰레기 구덩이에 휙 던져 버렸다. 이런 모씁 사람 같으니라고!!




불쌍한 심프는 주인의 트럭이 사라지는 걸 물끄러미 바라봤지만 어떻게 해야할 지 막막했다. 어둠 속에서 낡은 안락의자를 찾아내 쉬는데 쥐들은 신기한 듯 바라보다가 먹이를 나눠주었다. 사람보다 나은 생쥐들이다. 그래도 먹을 게 넉넉하지 않으니 아침이 되면 다른 곳으로 가라고 말했다. 다음 날 심프는 도시를 향해 갔지만 아무도 거들떠보지 않았다. 온종일 먹을 걸 찾아 헤매도 구할 수 없었다. 쓰레기통을 뒤지다 고양이들에게 쫒겨 달아나는 서러운 인생이었다.ㅜㅜ 

 

떠돌이 신세가 된 심프는 동물보호소로 잡혀 간다. 다른 개들은 돌아갈 집이 있는데, 돌아갈 집이 없는 심프는 보호소에서 줄행랑을 놓는다. 도시를 빠져나온 심프는 불빛을 따라 서커스단으로 찾아 들어 잠시 쉬기로 했다. 



어릿광대는 지치고 배고픈 심프에게 먹이를 주고, 그의 침대에서 같이 잠들었다. 다음 날 어릿광대는 심프에게 서커스단 여기저기를 구경시켰다. 천막과 트레일러도 많았고 사자와 코끼리도 만났다. 어릿광대는 자신이 하는 일이 무언지 알려주었고, 단장은 오늘 밤에도 박수를 받지 못하면 내쫓을거라고 말했다. 쫒겨날 처지의 어릿광대는 비장의 묘기를 선보인다.



오~ 놀라운 반전, 어릿광대의 대포에서 나온 고무공은 놀랍게도 심프였다. 심프는 어릿광대를 돕기 위해 고무공처럼 웅크리고 있다가 대포알로 튀어나와 종이 굴렁쇠를 통과했다. 와아아~~ 사람들은 환호했고 서커스단장은 파티를 열어주었다. 



못생긴 개라고 버렸던 주인도 있지만 가엾은 심프에게 먹이와 잠자리를 주었던 어릿광대는 심프의 은혜 갚음으로 위기를 모면했다. 못생긴 사람이나 동물도 반드시 쓰임 받을 자리가 있으니, 미리 포기하거나 겁먹지 말라고 존 버닝햄 할아버지는 일러주신다.^^   


어릿광대와 심프는 '대포알 심프'로 코비를 이뤄 서커스단과 함께 곳곳을 여행하며 행복하게 지냈다. 대포 속에서 대포알이 되어 튀어나오는 작은 개를 보려고, 어디서나 수많은 사람들이 몰려들었다. 내뜻대로 되지 않고 잘난 사람만 득세하는 세상처럼 보이지만, 스스로 자존감을 갖고 길을 찾는다면 어딘가에 쓸모있는 내 자리가 있을 것이다. 
 



존 버닝햄이 이런 그림책을 그린 걸 보면 영국도 우리와 다르지 않은 것 같다. 못생긴 동물이나 사람도 낙심하지 말라는 존 버닝햄 할아버지의 위로에 힘을 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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