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 작은 학교 작은도서관 8
이금이 지음, 원유미 그림 / 푸른책들 / 2008년 4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배신자'
 아빠가 그럴 줄은 몰랐다. 고니가 태어나면서부터 느꼈던, 나 혼자만 따돌려진 느낌, 이제는 내가 아무것도 아닌 것 같은 느낌이 다시 한번 마음속을 휘젓는다. 내 마음속에 텅 빈 운동장 하나가 생긴 것 같다. (9쪽) 

태몽으로 백조 꿈을 꾸어서 엄마 뱃속에 있을 때부터 고니라고 불렀던 여동생이 태어나는 순간, 내 존재는 유행이 지난 게임 시디와 같은 신세로 전락하고 말았다. (12쪽)

터울이 긴 동생의 출생으로 배신감을 느끼는 정우의 속마음이 재밌게 펼쳐진다.^^ 태어난 동생과 엄마를 외가에 두고 집으로 돌아오던 정우와 아빠는 큰아버지의 심부름으로 고향에 들른다. 30년 전 떠나온 아빠의 고향은 송화리, 내겐 너무 익숙한 충청도 사투리라 마치 내 고향에 들른 것 같다. 예기치 못한 아빠 고향에서의 1박 2일이 정우의 속마음과 잘 버무려졌다. 

모두가 도시로 떠나고 시골에선 젊은이들이 없어 아기 울음도 들리지 않은지 오래다. 일제 강점기에 세워져 우리 할아버지와 아버지, 작은아버지와 고모들이 다녔던 내 초등학교도 지금은 한 학년에 불과 20여명의 아이들만 남은 작은 학교가 되었다. 내가 50회로 졸업했으니 지금은 86회가 졸업했을까? 12년 전, 삼남매와 함께 찾은 내 모교는 그 옛날 엄청나게 컷던 추억 속의 학교가 아니었다. 어른의 눈에는 아주 작은 학교로 다가와 나혼자 콧날이 찡했던 기억이 떠오른다. 연필삽화와 어우러진 이야기는 아이들보다는 시골에서 학교를 다닌 중년의 부모들이 더 감정이입 될 책이다.

아빠의 고향 방문으로 아빠의 유년기 추억에 동참하는 아들 정우는 모든 게 신기하다. 옛날엔 아이들로 복작댔던 아빠의 모교는 폐교되었다. 학교가 영원히 잠들어 버릴까봐 아침마다 종을 쳐서 학교를 깨우는 아이, 혼자서 축구를 하는 윤재를 지켜보던 정우는 자연스럽게 동무가 된다. 같이 공을 차고 조회를 서며 애국가를 부르는 녀석들은 교장선생님의 지루한 훈화도 재미있게 엮어낸다.  

항상 잘난 체하던 아빠가 공부를 잘하지 못했고 반장은 썰매를 주고 딱 한번 해봤다는 비화는, 배신한 아빠에게 복수하려는 정우 맘에 쏙 들었다. 교정의 살구나무에서 떨어져 팔이 부러졌던 아빠는 악동의 유년기를 여실히 증명했다. 아빠의 친구 경삼아저씨와 그 아들 윤재를 통해 이야기를 듣던 정우는, 은연중 아빠들이 그랬던 것처럼 꿀리지 않으려는 마음도 생긴다.

나무타기에 어설픈 도시 아이 정우는, 윤재처럼 살구나무에서 뛰어내렸다가 다리를 다친다. 하하하 그 아빠에 그 아들이다. 아빠의 재당숙 할아버지와 윤재 할아버지의 구수한 입담은 그 옛날 학교를 지었던 이야기에 이르면 가슴이 찡해진다. 폐교가 되었어도 운동장의 풀을 베고 돌보는 윤재 아빠 경삼아저씨, 학교가 잠들지 않도록 아침마다 깨우는 윤재와 수많은 추억을 가진 마을 사람들이 진짜 학교의 주인이다. 폐교를 누군가에게 빌려주어도 마을 사람들이 학교의 주인으로 살게 하는 방법은 없을까? 마을 사람 모두가 힘을 모아 지은 학교였는데...

아빠와 친구들이 작업실로 학교를 빌리고 방학에는 아이들을 위해 캠프를 열면 좋겠다는 정우의 제안은, 학교를 지켜온 사람들의 꿈과 정우 부자의 꿈도 실현할 것 같다. 아이들이 없어 문닫는 학교가 많아지는 농촌 문제와 진정한 학교의 의미도 되새겨 보는 따뜻한 이야기다. 학교 다니기를 싫어했던 정우는 이제 학교와 친해지고 싶은 마음이 든단다.^^

학교를 지겨운 공부나 하러 다니는 데로 알고 있는 애들. 내가 바로 그런 아이다. 내 친구들도 그렇다. 학교에 가기 싫어 눈병이 나길 바라거나, 심지어 학교에 불이 나길 바라는 아이도 있다. 앞으로 10년도 넘게 더 다녀야 하는 학교와 나도 친해지고 싶다.(118쪽)


댓글(6)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무스탕 2010-03-03 09:3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시댁엘 가면 신랑이 다니던 초등학교가 아직도 있어요. 올해엔 졸업생이 1명이어서 그 애가 모든 상이랑 장학금까지 휩쓸었다는 이야기를 설에 들었지요 ^^
조금 안쪽으로 들어가 더 골짜기에 있는 초등학교 하나는 폐교가 돼서 예술가들이 작업장으로 사용하고 있다고 들었어요.
제가 졸업한 초등학교는 서울 변두리였는데 지금도 있지요. 저 다닐때만해도 전교생이 4,500명 정도는 됐을테고 그 많은 학생들이 한꺼번에 운동장에서 조회를 했는데 그만하면 참 큰 운동장이죠?
졸업하고 가본적은 없지만 지금도 가보면 크지 않을까 싶어요..
아닐까요.. 어려서 본 운동장이랑 지금 보는 운동장은 다를까요?
오랜만에 옛생각이 나네요 ^^

순오기 2010-03-03 17:21   좋아요 0 | URL
초등학교는 이제 추억으로 존재하는 학교겠지요.
무스탕님은 엄청 큰 학교에 다녔네요.^^
제 모교는 다행히 바다를 메우고 들어선 공단 덕분에 아파트도 많이 들어와서 폐교는 되지 않을 듯합니다.

꿈꾸는섬 2010-03-03 22:4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 책도 너무 보고 싶네요.

순오기 2010-03-03 23:04   좋아요 0 | URL
이거 사진 넣을려고 오후에 찍었는데 상가에 다녀오느라 아직 못 올렸네요.
우리가 곁에서 살면 빌려보고 좋을 텐데요.ㅋㅋ

카스피 2010-03-04 21:0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음 요즘 애들은 안나서 초등학생이 넘 없다고 하더군요.친구가 청계산 부근 초등학교를 졸업했는데 서울임에도 현재 1학년이 11명 밖에 없다고 하더군요.

순오기 2010-03-05 01:26   좋아요 0 | URL
참 큰일이에요~ 애들을 낳아 키우기가 쉽지 않으니까요.
국가가 양육 책임을 나눠야 되는데...
 
나쁜 어린이표 - 웅진 푸른교실 1 웅진 푸른교실 1
황선미 글, 권사우 그림 / 웅진주니어 / 1999년 12월
구판절판


저학년을 위한 추천도서 목록에 빠지지 않는 책이지만, 사실은 선생님들이 꼭 읽어야 할 책이다.^^
선생님들이 아이들에게 써 먹는 벌점의 부정적인 면과 긍정적인 면을 생각해 볼 책이다. 선생님들은 쉽게 써 먹는 벌점제도 나쁜 어린이표, 과연 최선의 방법이고 정말 교육적 효과가 있는지 따져 봐야 한다.

누군가 뒤에서 달려드는 바람에 넘어지면서 창가의 화분이 깨졌다. 선생님은 제대로 알아보지도 않고 건우가 변명한다며 나쁜 어린이표를 주었다. 나쁜 어린이표를 첫번째로 받게 된 건우는 기분이 나쁘다. 공부시간에 늦게 들어왔다고 두 장, 욕을 안했다고 말했는데 거짓말한다고 한 장, 건우는 나쁜 어린이표가 제일 많이 붙어서 정말 속상하다.

건우는 선생님이 공평하지 않았던 일, 선생님이 잘못할 때마다 자기 수첩에 나쁜 선생님 표를 적었다. 선생님이 받은 나쁜 선생님표는 점점 늘어난다.

고자질한 애한테도 나쁜 어린이 표를 줘야지요.
싸움은 지연이가 먼저 시작했어요.
저도 발표 좀 시켜 주세요.
창기는 떠든 게 아니라 수학 문제를 물었을 뿐이에요.
선생님은 친절하지 않아.
노란색은 싫어.
규칙을 마구 바꾸면 안 돼요.
창기가 왜 늦었는지 물어 부셔야지요.

조금만 잘못해도 자꾸만 나쁜 어린이표를 주는 선생님께 복수하듯, 선생님이 잘못할 때마다 나쁜 선생님표를 주는 건우 마음이 이해된다. 흐흐~ 나쁜 선생님표를 받았다는 걸 알면 선생님 마음은 어떨까?


선생님께 나쁜 어린이표만 받는 건우는 인정받고 싶은 마음에 뭔가 반전이 필요했다. 건우는 과학경진대회에 나가겠다고 손을 번쩍 들었는데 과학상자 값이 만만찮다.

엄마는 삼만 구천원이나 한다고 구시렁거렸지만, 크고 비싼 과학상자를 사와 격려하는 아빠에게 건우는 감동먹었다.건우는 일등을 다짐하면서 아빠 구두를 닦아주는 서비스로 감동을 준다.

과학경진대회에 같이 나갈 경식이와 싸우고 나쁜 어린이표를 또 받은 건우, 다음 날 5시까지 남아서 독서감상문 쓰기, 수학 문제 30개 풀기, 화장실 청소까지 해야 되니 정말 학교가 싫었다. 건우는 선생님 책상에서 들고 나온 나쁜 어린이표를 찢어 화장실 변기에 넣고 물을 내렸다.
나는 이렇게 위에서 내려다 본 그림이나 영화장면을 좋아한다. 이 책에서 가장 마음에 든 명장면이다. 얼굴이 보이지 않아도 심각한 고민에 빠진 건우의 마음이 다 보이지 않는가!

건우 마음도 몰라주던 선생님은 건우가 수첩에 적은 나쁜 선생님표를 다 보셨다. 건우가 나쁜 어린이표 스티커를 버린 것과 선생님이 나쁜 선생님 표를 받은 건 둘이만 아는 비밀로 하자며, 건우의 수첩에 적힌 나쁜 선생님표를 달라고 하셨다. 건우는 왠지 선생님께 미안하고 친해진 느낌이 들었다.^^

자꾸만 벌을 받고 나쁜 어린이표를 받는 건우를 보며 뭐가 문제인지 선생님께 여쭤봐야겠다는 엄마에게, "나에 대해서 왜 선생님한테 물어야 돼? 나는 내가 제일 잘 아는데, 엄마도 나를 알잖아?"라는 건우의 대답은 부모들이 곰곰 씹어봐야 할 말이다.


댓글(8) 먼댓글(0) 좋아요(7)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꿈꾸는섬 2010-03-01 14:3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 책은 조카에게 사주었던 책인데, 정말 좋았어요. 어른들이 꼭 봐야할 책이죠.^^

순오기 2010-03-01 14:42   좋아요 0 | URL
어른들이 반성할 게 참 많고, 선생님들도 뜨끔할 책이죠.ㅋㅋ

오월의바람 2010-03-01 16:3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칭찬은 말로 하고 훈계는 글로 하라고 하더라구요. 칭찬은 많은 사람이 보는 앞에서 구체적으로 하고 고쳐야할 점은 조용히 몰래몰래 타이르듯.... 굉장히 섬세한 작업이죠.

순오기 2010-03-01 16:43   좋아요 0 | URL
맞아요~ 칭찬은 많은 사람이 알게, 꾸중은 본인만 알게...선생님의 긍정적인 역할이 아이를 쑥쑥 키워내지요.^^

같은하늘 2010-03-01 23:5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희집에도 있는데 정말 좋은 책이지요.^^ 저도 보고 반성 많이 했는데 집에 있는 책은 왜 리뷰가 안써질까요?

순오기 2010-03-02 21:59   좋아요 0 | URL
나도 집에 있는 책은 리뷰를 안 쓰게 돼서, 모처럼 맘 먹고 올렸어요.ㅋㅋ

hnine 2010-03-02 17:3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위의 오월의 바람님께서 새겨들을만한 말씀을 해주셨네요.
이번 창비어린이 봄호에 좌담기사 혹시 보셨는지요. 황선미 작가의 작품에 대한 이야기가 나오더군요.
예전에 읽은 책도 이렇게 포토리뷰로 다시 보면 새로와요.

순오기 2010-03-02 22:01   좋아요 0 | URL
오월의바람님은 선생님이니까 실전을 말씀하시니 공감되고 도움되지요.^^
창비 아직 안 왔는데, 오늘은 바람쐬고 밤늦게 들어와서 우편함을 안 봤는데...나가봐야지요.^^
 
초대받은 아이들 웅진 푸른교실 3
황선미 지음, 김진이 그림 / 웅진주니어 / 2007년 7월
평점 :
구판절판


바야흐로 3월, 새봄이 움트고 재잘대는 아이들 소리가 드높은 입학의 계절이다. 유치원이나 초등학교에 처음 아이를 보내는 엄마들 마음이 더 설레고 걱정되는 3월이기도 하다. 친구들과 싸우지 않고 선생님께 이쁨받으며 잘 적응할까? 다가오는 생일날에 친구를 초대해 생일잔치를 해야 할까, 엄마들은 별별 것에 다 신경이 쓰인다.  

한때는 햄버거 집에서 하는 생일잔치가 유행이었지만 최근엔 플레이랜드에서 하는 게 인기짱이다. 아이들 생일잔치를 거창하게 하는 게 바람직한 풍경은 아니지만, 그것도 유행이라 우리아이만 소외시키기도 어렵다. 앞선 경험자인 황선미 작가는 무거운 엄마들 마음을 이해하듯 한줄기 빛을 선사하는 동화로 풀었다. 작가의 둘째 아이가 실제 경험했던 이야기에서 모티브를 얻었다. 이 책을 읽으면 아이의 생일잔치를 어떻게 해야할지 해답을 얻을 수 있겠다. 



달력에 빨간 동그라미를 쳐 놓았지만 아무도 기억해주지 않는 엄마 생일날, 민서는 엄마 생일인줄은 모르고 자기가 좋아하는 반장 성모의 생일날이라 무슨 선물을 할까 고민한다. 하지만 성모는 민서를 초대하지도 않았고, 아이들에게 무슨 생일선물을 사오라고 주문까지 하는 당돌한 녀석이다.  

우리 큰딸은 누구는 초대하고 누구는 빼놓을 수 없다고 생일잔치를 한 번도 안했다. 반 아이 모두를 초대해도 공원에서 엄마가 만든 음식으로 할 수 있다고 해도 안했다. 생일잔치를 한 번도 안해주는 게 서운해서 3학년 생일에는 떡과 도너츠를 만들어 간식으로 넣어줬었다. 아이가 좋았는지 어땠는지 몰라도 엄마는 서운함을 덜었다.
 
성모의 생일에 초대받지 못한 민서는 모든게 짜증나고 시큰둥하다.성모에게 주려고 열심히 그렸던 스케치북도 쓰레기통에 처박아 버렸다. 하지만 뒤늦게 가방에서 나온 초대장을 보고 분식집으로 달려갔는데 엄마가 있었다. 어찌된 일일까?^^ 



생일잔치에 초대하지 않은 성모에게 더 잘해주라는 엄마의 말에 자기가 그린 스케치북을 선물했지만, 아이들이 돌려보고 낙서하다 찢어지는 등 소중히 여기지 않는 성모가 밉다. 상처입은 민서는 기영이가 선물하려던 하모니카를 다시 주머니에 집어 넣는 걸 보고 같은 마음의 기영이와 친해진다. 선물을 소중하게 여기지 않는 성모는 그리지 않고 앞으로 기영이만 그릴 거라고 다짐하는 장면에선 빙그레 웃음이 낫다. 

생일도 기억하지 못하는 남편과 아들한테 섭섭해서 삐치지 않고, 살짝 분식집으로 초청해 생일상을 차린 엄마는 고단수다. 생일도 몰라준다고 서운해봤자 기분 상하고 우울할텐데 뒤통수를 치는 엄마의 초청에 오히려 머쓱하고 미안해진 아빠와 아들은 그 다음엔 안 잊고 잘 챙겨줬겠지.^^ 

아이들 생일, 과연 누구를 위해 어떤 생일잔치를 하는게 바람직한지 생각해 볼 일이다. 생일에 초대받지 못한 아이 마음을 헤아려본다면, 배려를 배울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될 것이다. 진정으로 축하하고 감사하는 생일의 의미를 되새겨 보기에도 좋을 책이다.


댓글(6) 먼댓글(0) 좋아요(4)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오월의바람 2010-03-01 06:0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생일에 대한 작은 마음들이 잘 나타난 작품이군요.누구에게나 생일은 중요한데 어떻게 축하하고 감사하는지를 생각하는 기념일이 되었으면 좋겠어요. 우리 아들도 생일이 3월 7일인데 너무 신학기라 생일잔치를 하기가 어색해서 작년에는 못했어요. 올해도 조금 그래요. 제 생각에는 4학년때쯤이나 한 번 할 생각인데 모르겠어요.

순오기 2010-03-01 14:41   좋아요 0 | URL
3월 7일이면 새학년 되고 바로 생일잔치 하기도 좀 그렇지요. 우린 막내가 3월 15일이라 그랬거든요.^^ 5학년 때 롯데리아에서 처음이자 마지막이라고 해줬어요.

세실 2010-03-01 19:3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어릴땐 집에서 한번, 밖에서 2번정도 차려 주었어요. 한번은 반장 턱 낼겸해서 오고 싶은 애들 다 오게 하라고 했더니 반 전체가 거의 다 왔다는...ㅎㅎ
이젠 아이들끼리 알아서 합니다.
초대받지 못한 아이들의 심정 이해할수 있을듯.

순오기 2010-03-01 19:53   좋아요 0 | URL
고학년 되면 알아서 하니까 편하지요.ㅋㅋ
초대받지 못한 아이들 마음을 헤아리는 것처럼 배려가 필요한 일이죠.

같은하늘 2010-03-01 23:5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작년에 이 책보고 아이 생일잔치에 친구초대 고민좀 했는데 모두 초대하면 반 모두가 올 기세더군요.^^ 그래서 가까운 친구들만 불러서 집에서 조촐하게 했던 기억이...

순오기 2010-03-02 22:01   좋아요 0 | URL
소소의 친구만 불러 조촐하게 하는 게 제일 좋은 거 같아요.^^
 
싫어요 몰라요 그냥요 이야기 보물창고 17
이금이 지음, 최정인 그림 / 보물창고 / 2010년 3월
평점 :
구판절판


분홍표지가 봄맞이에 딱 좋을 책이다. 더구나 3월 11일까지 구입 이벤트가 있으니, 저학년 자녀가 있는 이금이 작가 팬이라면 망설이지 않아도 되겠다. 정말 아이들 마음에 들어갔다 나온 듯 그 마음을 잘 읽어낸 이야기의 반전과 열린 결말에 아이들이 엄청 공감하며 좋아했다.

어린이 마음을 몰라주는 야속한 어른들이 보면 움찔할 네 개의 단편이 실렸는데, 완전 대박예감이다. 지난 주 '싫어요 몰라요 그냥요' 한 작품만 읽어주고 3요병을 고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글쓰기를 했는데, 이 책을 못 읽은 아이들은 번호표를 받고 기다리는 중이다. 내가 가져가는 책들을 먼저 보겠다고 아이들이 설치는 건 흔치 않은 일로 아주 재밌다는 반증이다. 오늘은 책가방이 무거워서 살짝 빼놓고 갔더니 아이들 원성이 어찌나 심하던지, 다음 화요일에 꼭 가져오겠다는 약속으로 입막음을 해야 했다. 



<기절하는 양> 유전자 조작으로, 충격을 받으면 기절하는 양이 만들어졌다는 뉴스를 보던 승현이는 그 양이 부럽다. 누나와 엄마가 잔소리를 하면, 딱 기절해서 잔소리를 듣지 않아도 되니 얼마나 신나는 일인지... 과연 승현이는 기절하는 양처럼 됐을까?ㅋㅋ 



<싫어요 몰라요 그냥요> 숲 속 마을 동물들 사이에 유행하는 3요병인데, 인간세상 아이들도 엄청나게 공감하는 이야기였다. 묻는 말에 무조건 '몰라요 싫어요 그냥요'라고 대답하는 원숭이는 코끼리 선생님에게 흉을 잡히고, 치료방법으로 사랑의 매를 처방 받았다. 콩자반을 보면 염소똥이 생각나서 밥맛이 떨어지는 아기코끼리는 얼른 먹어치우고려고 억지로 다 먹었는데, 선생님은 코끼리가 콩자반을 좋아하는 줄 알고 또 주셨다.ㅜㅜ 아이들은 완전 감정이입이 되어 저희 선생님도 그런다고 난리들이다. 정말이지 어른들은 왜 아이들 마음을 몰라 준담?ㅋㅋ 그나저나 가정교육을 잘 시켰다고 스스로 자부하던 코끼리 의사선생님, 아들코끼리까지 3요병에 걸린 걸 알고 3요병 치료 방법을 알려주면 평생 무료 진료권을 준다는데, 누구 아는 사람 없나요? ^^  

<열려라, 맘대로 층!> 반지하 방에서 살다가 아파트 1층으로 이사 온 하늘이는 엘리베이터 놀이에 흠뻑 빠졌다. 층마다 눌러놓고 열릴 때마다 '열려라,피자', 닫힐 때는 '닫혀라,돈가스'라고 먹고 싶은 음식을 소리치는 놀이다. 어느날 맘대로 층에 내린 하늘이는 맘대로 가게에서 변신 로봇, 게임 시디, 블록, 피자와 돈가스, 엄마 주려고 화장품도 집었는데... 사탕불이 꺼지기 전에 나가야 가질 수 있다. 층층마다 눌러진 엘리베이터는 10층 9층... 차례로 다 멈추는데 속이 탄 하늘이는 소리친다. "누구야? 누가 엘리베이터를 가지고 장난을 치는 거야?" ㅋㅋㅋ 

<누리는 꾸꾸엄마> 유치원에서 선물로 받은 빨간 돼지 저금통에 '꾸꾸'라는 이름을 붙여주고 날마다 밥을 주고 끌어안고 잠드는 누리. 하지만 엄마의 생일선물을 사기 위해 꾸꾸의 배를 갈랐다. 오빠와 아빠가 준비한 생일선물은 뭐냐고 당당하게 묻는 누리... 작가의 따님이 '누리'인데 실제 댁에서 있었던 이야기 아닐까? 아들이 준비한 안마와 설거지 쿠폰이나 머리핀을 준비한 아빠까지... 호호 언제 여쭤봐야겠다.ㅋㅋ 요 이야기 읽고 나니까, 나도 남편한테 생일선물로 머리핀이 받고 싶다.^^ 

아이들이 내린 3요병의 치료법은? 
'몰라요 싫어요 그냥요'라는 말을 쓸 때마다 잔소리 하고 벌을 주겠다는 채연, 아이의 소원을 들어줘서 3요를 쓰지 않게 한다는 승혁, 3요를 쓰지 않으면 공부하지 않아도 좋다는 차별화 정책을 쓰겠다는 준이, 3요마녀한테 보내버린다는 선우, 3요를 쓸 때마다 싫어하는 음식을 주고 3요를 안 쓰면 좋아하는 게임을 하게 한다는 승호, 3요를 말할 때마다 껌을 씹게 한다는 석호, 3요를 쓰면 책을 읽게 한다는 상훈이, 매를 맞거나 공부하느라 쌓인 스트레스를 먼저 풀어 줘야 한다는 준서, 무슨 말이든지 3요로 대답하게 해서 질리게 하겠다는 치완이... 아이들은 상벌을 적용하는 범위에서 치료법을 제시했는데, 사실은 자기가 싫어하는 걸 벌로 주거나 엄마 아빠에게 바라는 소원을 처방으로 내렸다는 걸 알 수 있다.  

그중에 압권은 ADHD 치료중인 1학년 00이의 답변, 엄마들이 쉽게 내리는 처방이 아닐지... 



이건 녀석의 형 4학년의 처방이다.


댓글(12) 먼댓글(0) 좋아요(1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꿈꾸는섬 2010-02-25 21:4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림이 정말 예뻐요. 봄에 맞는 표지 색상까지, 정말 사랑스러운 책이겠어요.

순오기 2010-02-26 00:36   좋아요 0 | URL
아이들 마음을 알아볼 수 있는 봄맞이 책이죠.^^

hnine 2010-02-25 22:4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이들이 써놓은 것을 읽으니 그냥 마음의 응어리가 다 휘리릭 풀리는 느낌입니다. 예뻐요.
제 아이는 요즘 "까먹었어요."라고 말하는 버릇이 생기려고 하는 것 같아서 제가 못하게 하는데, 아이들의 글을 읽다보니 문득 모르니까 모른다고 하는게 아닐까, 특별한 이유가 떠오르지 않으니 그냥요 라고 하는게 아닐까, 싫으니까 싫어요라고 하는게 아닐까, 이런 생각도 드네요. 제가 이렇게 생각이 왔다 갔다 합니다.

순오기 2010-02-26 00:38   좋아요 0 | URL
하하~ 아이들 마음이 들여다 보이나요?
정말 싫어서, 몰라서 대답하는데 어른들이 공연히 화를 내는지도 모르지요.ㅋㅋ

L.SHIN 2010-02-25 23:1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4학년의 대답이 참 현명하군요.
나는 저 나이 때, 동네의 새로운 놀이터 발견에 흠뻑 취해 있었다눈...-_-
어른이 물을 때 '몰라'하고 퉁명하고 무심하게 몇 번 대답했다가 무지 혼났던 기억이
나는군요..^^;

순오기 2010-02-26 00:39   좋아요 0 | URL
자기도 당해봐서 안다고...제법 동생을 설득하고 있어요.^^
요즘은 다들 학원다니느라 놀이터에서 노는 초딩 찾기도 힘들어요.ㅜㅜ

가시장미 2010-02-26 01:1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ADHD 아이의 글은 좀 슬프네요. ㅠ_ㅠ
얼마전에 복지관에서 사회성치료를 하면서 ADHD 아이들을 접한 적이 있는데.. 많이 힘들고 고생스러웠어요. 통제도 안 되고 어떻게 해야할지도 모르겠고..아이들 스스로도 마음의 병이 있어서 힘들어하는 것 같아서 안타깝고 마음도 아프고..그랬답니다.

그나저나 오랜만에 뵈어요. 잘지내셨죠? ^^

순오기 2010-02-26 02:03   좋아요 0 | URL
아~ 나도 지난 6월부터 저 아이 때문에 많이 힘들었어요.
그만둘까 생각도 했었는데 아이가 선생님이 좋다고...6학년까지 보낸다네요.
인정받은 건 좋지만 울어야 할지 웃어야 할지... 저 아이 엄마도 얼마나 힘들겠어요. 하지만 지금은 많이 좋아져서 수업에 방해되지 않을 정도니 괜찮아요.

현호는 벌써 돌도 지나고...가시장미님 봄이예요.^^

향기로운 2010-02-26 23:5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엊그제 이 책이 도착해서 오늘 아이들보고 읽게 했는데, 두 녀석이 조용히 잠만 자네요^^;; 날이 밝으면 함께 읽어야겠어요~

순오기 2010-02-27 14:01   좋아요 0 | URL
읽어줘도 좋아할 책이지요. 엄마들이 아이 맘을 알아준다는 차원에서도.^^

같은하늘 2010-03-02 00:0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지금 이 책을 탐내고 있어요.^^

순오기 2010-03-02 22:03   좋아요 0 | URL
아이들이 정말 좋아하네요.^^
 
멋진 여우 씨 - 영화 그림책
로알드 달 지음, 햇살과나무꾼 옮김 / 논장 / 2009년 9월
절판


'가장 대담하고, 신나고, 뻔뻔스럽고, 재미있는' 어린이책을 만든 작가라는 평을 받는 로알드 달의 동화책 '멋진 여우씨'가 2009년 영화로 제작됐다. 이 책은 흥미진진한 영화 장면을 모아 만든 그림책이다. 로알드 달의 책을 읽어본 독자라면 이 책도 분명 만족할 것이다.

멋진 여우씨와 한 판 승부를 겨룰 세 농부를 소개한다.
뚱뚱보 보기스는 닭을 키우고, 땅딸보 번스는 오리와 거위를 키운다. 말라깽이 빈은 칠면조와 사과를 키우는데, 셋 다 마음씨가 치사하고 못됐다고 아이들이 노래한다.

골짜기 위 언덕 숲, 아름드리 나무 밑 굴 속에는 여우씨와 여우씨 부인과 새끼 여우가 살고 있다. 날마다 저녁이 되면 여우씨는 부인이 먹고 싶은 것을 농장에서 훔쳐 온다. 남에게 공짜로 주는 것도 싫어하는 농장주인 세 사람은 날마다 여우한테 도둑 맞으니 미치고 팔짝 뛸 노릇이다.
게다가 멋진 여우씨는 어찌나 영리하고 지혜로운지 어리석은 세 농부는 상대가 되지 않는다.

드디어 농장주인들은 여우가족 소탕작전을 벌인다. 욕심쟁이 농장주인들과 영리한 여우씨의 싸움은 어떻게 될까? 로알드 달은 이야기를 흥미진진하게 몰고 간다. 농장주인들은 굴을 파서 잡으려다 만만치 않자 굴착기까지 동원해 언덕을 초토화시킨다. 이제 굴 속에 갇혀 나올수도 없는 여우 가족이 굶주림에 지쳐 제발로 나오기를 기다리며 밤샘하는데, 과연 그럴까?ㅋㅋㅋ

역시 반전의 대가 로알드 달은 그 진수를 보여준다. 영리한 여우는 어떻게 농장주인들을 골탕 먹이는지 직접 보시라.^^ 사흘째 굴을 둘러싸고 지키는 그들은 굴 속에 사는 동물들(오소리, 족제비, 두더지, 토끼)이 굶주림에 지쳐가다가 멋진 여우씨의 지혜로 성대한 만찬을 즐기고 있을 줄은 꿈에도 모른다. 하하하~~

반전소설 '맛'과 '찰리와 초콜릿 공장'이나 '마틸다' 같은 작품에도 세상에 대한 조롱과 냉소가 번뜩이지만, 이 책도 역시 그런 맛이 살아 있다. 욕심쟁이 농장주인과 약자의 여우가 '멋진 여우씨'가 되는 과정엔 권선징악의 도덕관도 비쳐진다. 어린이들이 게임 대신에 책을 들게 했다는 것만으로도 찬양받아 마땅한데, 그는 죽은 후에도 인세의 10센트를 로알드 달 재단의 자선 사업에 쓰는 멋쟁이다.

아직도 여우 굴 밖에서 무릎에 총을 올려놓은 채 여우가 나오기를 기다리고 있을 보기스와 번스와 빈은 어떻게 될까?ㅋㅋㅋ


댓글(13) 먼댓글(0) 좋아요(4)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L.SHIN 2010-02-19 11:5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로얄드 달'이라는 이름에 냉큼 달려왔습니다.^^
아니,,그런데 굴착기로 그러면 나무가 쓰러지잖아! 이 눔의...ㅡ.,ㅡ^
이게 영화로 나왔다니 전혀 몰랐습니다. 그런데 멋진 여우씨가 한 입 베어묵은 사과가
왜 이렇게 탐나죠...

순오기 2010-02-19 15:15   좋아요 0 | URL
흐흐흐~ 로알드 달에 낚이셨군요.^^
굴착기로 완전 초토화 시키는 인간들이 우리나라에도 있다지요.ㅜㅜ
그 사과 한 입 달라고 해 보세요.ㅋㅋㅋ

메르헨 2010-02-19 14:0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영화화 되었군요. 몰랐는데...ㅎㅎㅎ
기대가 됩니다.^^

순오기 2010-02-19 15:15   좋아요 0 | URL
이 영화가 우리나라에서 개봉이 됐는지는 모르겠어요.

마녀고양이 2010-02-19 15:0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로얄드 달은 어른 책이고 어린이 책이고 모두 좋아합니다. 멋진 여우씨 저희 집에도 있는데,, 정말 귀여워여!

순오기 2010-02-19 15:15   좋아요 0 | URL
로알드 달은 역시 최고의 이야기꾼이죠.

같은하늘 2010-02-19 17:4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로알드 달은 역시 최고의 이야기꾼 맞습니다.^^
영화로 나왔다니 몰랐네요. 우리나라에서 개봉하면 아이와 보러가야겠어요. 지금 <하늘에서 음식이 내린다면> 보러가자고 조르는데 니콜라도 보고싶고...ㅎㅎ

순오기 2010-02-19 20:39   좋아요 0 | URL
하늘에서 음식이 내린다면,책도 아이들이 좋아했어요.
엄청 부러워하기도 했고요.ㅋㅋ

자하(紫霞) 2010-02-19 19:3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판타스틱 Mr. 폭스 되겠습니다.
처음엔 좀 그런데 보다보니 재밌어요.

순오기 2010-02-19 20:40   좋아요 0 | URL
환타스틱 미스터 폭스를 앙드레 김 버전으로 하면 어떨지...^^

오월의바람 2010-02-20 19:3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영화와 원작이 다르지 않네요. 보통 조금은 다르기 마련인데요. 영화로도 보고 싶네요. 광고하는 것을 한 번도 못봤는데... 이 책은 사진이 많아서 저학년 학생들도 재미있게 볼 수 있겠어요.

순오기 2010-02-20 23:29   좋아요 0 | URL
그러게요, 우리나라에서 개봉을 했는지 아직 안했는지 모르겠어요.^^
영화 볼만할 거 같은데...

희망찬샘 2010-06-06 15:4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영화가 있군요. 찰리의 초콜릿 공장, 마틸다를 참 재미있게 보고 책을 봤었는데... 이건 책 먼저 봤네요. 영화도 인연이 되면 만날 수 있기를 희망해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