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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나리자 스마일 (1disc) - 아웃케이스 없음
마이크 뉴웰 감독, 줄리아 로버츠 외 출연 / 소니픽쳐스 / 2008년 2월
평점 :
품절
요즘 내가 보고 있는 영화 중에는 비교적 최근 것에 속한다.
일단 컬러라는 점이 그렇고, 아직도 활동하는 배우가 나왔으며, DVD 서플도 풍성하다.
그런데 배경은 1953년대이다.
아이젠하워가 지배하는 시기, 2차 대전이 끝난 상황, 군수물자 보급에 동원됐던 여성들은 이제 참전용사들을 위해 집으로 돌아가야만 했던 시대!
영화 자체가 아주 재밌거나 흥미롭지는 않지만, 미국의 명문여대를 배경으로 담아 감상하는 즐거움이 있고, 예술에 대한 새로운 시각을 던져 줬다는 점에서 의미있다.
반 고흐 따라 그리기가 기술적인 면의 향상을 위해 필요하다고 생각하지만, 영화 속의 캐서린 왓슨처럼 남의 것을 베끼는 것은 어쩌면 예술이 아니라 그냥 기술일 따름이다.
그래서 마지막에 학생들이 자기들의 관점으로 그린 해바라기를 선물한 장면은 인상적이었다.
우리가 고흐의 해바라기에 열광하는 것도 실물과 똑같은 훌륭한 묘사 때문이 아니라, 그 사람의 내면에서 꿈틀거리는 욕망과 고뇌를 느끼기 때문이 아니겠는가?
잭슨 폴락의 그림은 사실 예술로써 공감하기 어려웠으나 어쨌든 캐서린 왓슨의 예술론은 동의하는 바다.
규범적인 것, 기술적인 것, 똑같은 것, 시대가 인정해주는 것, 이것만이 예술은 아니다.
정말 예술이 이런 것만 추구한다면 예술가라 대접할 필요도 없을 것이다.
나는 그녀의 강인한 정신력과 자유로운 사고 방식을 사랑한다.
줄리아 로버츠처럼 잘 어울리는 배우도 없을 것이다.
항상 이 배우를 볼 때면, 키만 크고 입만 덩그레한 좀 못 생긴 배우라고 생각했는데, 그래서인지 오히려 굽힐 줄 모르는 강인한 이미지를 풍겨서 독특한 개성을 분출한다.
캐서린 왓슨가 비슷한 캐릭터를 주변에서 본다면 분명히 사랑하게 될 것 같다.
영화 평론에서는 2% 부족하다고 평했던 기억이 나는데 나로서는 1950년대 미국 사회를 잘 그려냈다는 점에서, 또 예술과 여성의 역할에 대해 생각할 꺼리를 줬다는 점에서 의의있게 다가온다.
1950년대라면 한국은 6.25를 막 끝낸 전후 상황이었고 여성의 사회 진출 이따위는 화두도 되지 못했을 것이다.
기껏해야 나혜석의 에피소드 정도가 회자될 뿐이었으니.
미국 여성들은 지금의 눈으로 보면 꽤나 구식이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자유분방하고 진취적으로 보인다.
기본적으로 여성도 대학교육을 받아야 한다고 생각한 점, 주부가 되든 뭐가 되든 간에 고등 교육이 필요하다고 믿은 점이 일단 그렇다.
더 자세히 들어가 보면 비록 이들은 졸업 후 아내가 되야 한다는 관념에 사로잡혀 있지만, 그래도 기숙사 내에서 자유롭게 담배를 피우고 섹스를 즐기며 연애를 한다.
한국 사회에서는 여전히 여성의 흡연이 문제가 되는데 말이다.
확실히 미국은 한국보다 훨씬 덜 경직된 사회다.
문화의 차이라고 할까?
미니 스커트는 아직 유행할 때가 아니라 그런지 다들 무릎 아래로 내려온 치마를 입고 신나게 댄스를 춘다.
원정온 하버드생들은 우스광스럽게도 가슴에 H 라고 쓰여진 조끼를 맞춰 입었다.
영화 속의 조앤은 예일대 법대에 합격할 정도로 똑똑하다.
그런데도 그것은 그저 명예일 뿐 진짜로 변호사가 되려고 하지는 않는다.
그녀는 대신 결혼을 선택해 집에 안주한다.
개인의 선택은 존중받아야 마땅함에도 불구하고 시대적 배경 때문인지 완벽하게 자유스러워 보이지는 않는다.
좀 더 사회가 발전한다면 이제 남자들도 자유롭게 주부라는 직업을 택할 날이 올까?
결국 캐서린 선생은 재임용 됐음에도 불구하고 대학을 떠나 유럽으로 간다.
미술사를 전공하면서도 한 번도 유럽에 가 보지 못했다는 컴플렉스를 극복하기 위해서였을 것이다.
그녀는 유럽 여행 후 훨씬 더 성숙해져 돌아올 것이다.
결혼이 여성의 가장 큰 목표가 아님을 그녀는 삶으로써 보여준다.
21세기 대한민국에서는 여전히 결혼을 개인의 자유로운 선택에 맡기지 않고 가족과 이웃 집단과 심지어 사회에서마저 압력을 가한다.
독신은 나쁜 것이고 아이를 안 낳는 것은 미래 세대에 대한 의무를 소홀히 하는 것이며, 더 나아가 혼전관계는 도덕적으로 부당하다고 역설한다.
섹스가 본능적인 것이라면 독신으로 사는 이상 여성은 결국 본능을 포기하란 얘기니, 독신이야 말로 매우 비도덕적인 것이 된다.
결혼이 개인의 전적인 선택이 될 수 있는 그런 날이 오면 좋겠다.
여전히 우리 사회에서는 요원한 문제지만 말이다.
동성애도 조금씩 허용해 주는 분위기를 보면, 여성의 자유로운 선택도 존중받을 날이 오지 않을까 기대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