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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로싱(1disc) - 아웃케이스 없음
신명철 외, 김태균 / 프리지엠 / 2009년 4월
평점 :
품절
그렇고 그런 뻔한 탈북자 영화일 줄 알았는데 의외로 마지막 결말이 가슴아프다.
준이가 몽골 국경을 넘어 사막을 헤매고 있을 때, 당연히 해피엔딩으로 끝날 거라 생각하고, 현실에서 저렇게 사막 한가운데 버려지면 탈수되서 죽겠지 싶었는데 진짜로 죽고 말았다.
시신으로 아버지에게 전달된 아이...
눈물샘을 지나치게 자극하지 않고 수용소의 잔인함이나 폭력 등도 너무 많이 넣지 않고 뭐랄까, 중용의 미를 지킨 영화라고 할까?
사실 특별히 임팩티브 하지는 않았다.
그렇지만 잔잔하고 가족을 잃게 되는 한 탈북자의 슬픈 사연을 담담히 풀어낸다.
특히 연기는 못하지만 이미지는 괜찮은 차인표가 주인공 역을 맡아 지루함이 줄어들었다.
아무래도 자주 보는 사람이다 보니 익숙해서 편했다.
몇 백 대 일의 경쟁률을 뚫고 선발됐다는 준이역의 아역배우는 시나리오가 평범해서 그런지 그냥 그런 연기를 보여준다.
좀 징그러웠던 장면은, 상처에 쥐가죽이 좋다는 말을 듣고 준이가 미송이를 위해 쥐를 잡아 피부를 벗겨 붙여 주는데 며칠 후 열어 봤더니 구더기가 들끓고 있었다.
토할 뻔 했다.
끔찍한 비극이 아닐 수 없다.
결국 미송이는 그 날 밤 준이의 자전거 뒤에서 죽고 만다.
미송이 아버지가 중국 안 가고 착실하게 북한 체제에 순응해서 살았다면 끌려갈 일도 없었을 거고 그녀 역시 어른으로 성장할 수 있었을텐데 안타깝다.
어려서 죽는 아이들의 운명은 인간은 어차피 죽는다는 대명제와는 전혀 별개의 문제 같다.
안타깝고 그럴 수 밖에 없는 현실에 분노하게 되고...
쉽게 받아들여지지가 않는다.
가장 극적인 대비 장면은, 결핵에 걸린 아내의 약을 사기 위해 중국으로 도강을 하고 어쩌다 보니 대한민국으로 탈북하게 된 차인표가 약국에 결핵약을 사러 갔는데 보건소에서 공짜로 나눠 준다는 말을 들었을 때다.
작은 에피소드지만 남북한의 현실과 가진 자와 못 가진 자, 혹은 인권과 그 사각지대를 너무나 명확하게 보여주는 장면이라고 생각한다.
대한민국에서는 공짜로 나눠주는 그 결핵약을 사기 위해 목숨을 걸고 중국으로 도강한 남자 김용수.
결국 공안에게 쫓겨 약도 못 사고 브로커에게 속아 독일 대사관으로 얼떨결에 망명을 하고 만 남자.
그 사이 임신한 채 결핵을 앓던 아내는 죽고 아들은 몽골 사막 한가운데 버려져 죽고 만다.
하나님은 잘 사는 나라에만 있지 않냐는 그 남자의 외침이 너무나 절절하게 와 닿는다.
그러나 그렇지 않다.
하나님은 2천년 전 예수가 설교하던 시절에도 나병 환자들 곁에도 계셨고 조선 시대 박해받던 신자들 사이에도 계셨다.
왜 우리의 현실은 이렇게 불공평하고 기본적인 의식주와 인권을 누리지 못하는가?
가난 구제는 나라도 못한다지만 열심히 살고자 하는 이들의 의지를 꺽는 현실이 정말로 안타깝고 속상하다.
좀 다른 얘기지만 오늘 박물관에서 6.25 전쟁 직후 미군의 구호 물품을 받는 아이들 사진전을 봤다.
탈지분유를 푼 우유 급식을 받기 위해 긴 줄을 선 아이들, 구호 물품 가져온 미국인들을 환영한기 위해 성조기를 들고 늘어선 아이들.
얼마 전 <슬럼독 밀리어네어>에서 본 그 판자촌들이 늘어서 있는 강가.
잘 사는 나라 사람들이 조금씩 내 것을 나누어 준다면 지구촌 어딘가에서 어떤 아이가 성장하는데 도움이 된다는 것을 보여주는 사진전이었다.
한 달에 몇 만원이면 누군가에게 큰 도움이 될텐데 너무 나 자신만 알고 살아왔지 않나 반성이 됐다.
몇 만원, 외식 한 두 번 안 하면 되는데, 목걸이나 귀걸이 하나 안 사면 되는데.
난 그저 부유한 나라에서 태어나 내 노력이나 의지 없이 당연하게 모든 것을 누리고 산다는 생각이 들었다.
오늘 영화도 봤으니 후원이라는 걸 해 봐야겠다.
직접 가서 몸으로 봉사는 못할지라도 약간의 후원금이라도 내야지.
탈북자에 대해 다시 한 번 생각하게 만든 영화였다.
차승원 나오는 <국경의 남쪽> 도 한 번 봐야겠고 자신의 인민들이 끔찍한 가난의 고통에서 헤매고 있는데 여전히 핵무기에만 집착하는 그 지도자라는 사람은 대체 무슨 생각을 하고 사는지 참 한심하고 또 그것을 북조선의 국익 어쩌고 찬양했다는 신 뭐시기라는 놈도 참 한심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