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편에 이어 '우리나라 미술교육의 문제점'에 대해 후편을 이어 갑니다~



'대상에 대한 철저한 재현', '재료와 형상의 추구'.
 우리나라 미술교육의 실상이고 졸업생들의 현실이다. 이게 내 주관적 생각이라면 미술을 전공하지 않은 비전공자의 비전문적인 비판이라고 개무시할 수도 있다. 하지만 전문가가 말하면 달라지겠지. 내 논조와 아주 비슷하게 한국미술계를 통렬히 비판하는 전문가가 있어 소개한다.

 

동국대 미술사학과 윤범모 교수. 그의 책 <한국미술론>(칼라박스, 2017)에 보면 그의 매서운 전문적 비판의식을 엿볼 수 있다. 지난 30여 년간 발표한 주요 논문 20여 편을 모아 엮은 책으로 한국미술사를 종횡무진 연구한 역정의 시간이 고스란히 담겨 있다.

 

이 책에서 윤범모 교수는 한국 미술, 껍데기만 그럴듯하게 묘사. 독창적 철학이 없다.”는 것으로 요약한다. 우리나라에서 연간 1만 건 이상의 전시회가 개최되고 있다고 한다. 1만 건은 정말 놀라운 숫자가 아닐 수 없다. 1달에 약 천 여 건의 전시회가 개최된다는 말인데, 실로 엄청난 수다.

 

'우리나라에서 집에 그림을 사서 거는 가구가 얼마나 될까'를 생각해 보자. 당신이 직장인이면 당신 동료와 선후배를 한번 살펴보라. 그림을 사는 직원은 아마도 거의 없을 거다. 


우리 회사의 경우도 그렇다. 직원들 중 집에 그림을 걸어 놓는 사람은 거의 없다. 우리 과에는 아예 없고 옆에 과도 그리고 이전 부서였던 곳도 역시 집에 그림을 걸어 놓는 직원은 한 명도 없다


이런 상황에서 한 달에 천 여 건의 전시회가 열린다는 건 정말 기형적인 문화가 아닐 수 없다. 전시회 숫자는 그저 놀랍기만 하다. 프리즈와 아트페어에 몰리는 인파를 봐도 참 아이러니 하다. 이들이 정말 그림을 정기적으로 구매해서 그림을 감상하는 자들인지 의구심이 든다.

 

이런 우리나라 상황을 윤 교수 다음과 같이 정리해 준다. “양적 팽창에 비해 질적 수준은 형편없다. 창작 발표라기 보다 자원 낭비에 가까운 수준이라고 혹평할 수 있다. 대관료만 내면 전시할 수 있고, 또 대관전시로 미술계에 등단하는 구조, 이런 도떼기시장 같은 미술계 관행은 커다란 문제다. 성격 없는 전시, 독창성 문제는 정말 심각하다.”

 

그가 말하는 바를 계속 따라가 보자. “그 여느 때보다 상상력과 시대정신, 독창성 등의 키워드가 중요한 시대다. 작가 자신만의 철학이 있어야 하나, 그런 경우가 드물어 걱정이다. 무슨 장기자랑 출전선수처럼 껍데기만 그럴듯하게 묘사했지, 작가 자신의 독창적 철학이 없다. 소통구조를 외면하고, 상상력과 시대정신을 외면하고 무슨 걸작을 꿈꿀 수 있겠는가.”

 

윤범모 교수의 말을 들어보면 정말 무릎을 치고 고개를 주억거릴 수밖에 없다. 내가 미술대전에 출품하여 입상한 작품들을 죽 둘러보면서 들었던 생각과 너무 흡사했기 때문이다. 전통과 권위의 그 대한민국 미술대전에서도 어디서 본 듯한 작품들이 대거 입상한 걸 목도했기에. (심지어 작년 대상 수상자는 작년과 거의 비슷한 그림을 출품하여 우수상을 수상한다.)

 

핀터레스트의 그림 이미지만 검색해도 비슷한 그림들을 자주 발견할 수 있다. 한국화는 어느 대회나 본상수상작들이 항상 비슷비슷하다. 캔버스에 뭔가를 덕지덕지 붙여 이게 부조인지 공예인지 모를 작품들이 난무한다. 그럼에도 이런 작품들은 대회에서 입상했기에 항상 볼 수 있다.

 

뽑아주는 사람들이 있으니 계속 이런 작품들이 횡행하겠지. 심지어 비구상 대회에 구상적 이미지가 강한 작품도 심사위원들은 잘도 뽑아준다. 우주에 우주선을 그린 그림도!! 구상 그림들은 잘 재현한 작품들, 그러니까 오랜 시간을 들여 형상을 잘 그린 그림들이 주로 입상한다. 신진작가를 선발하는 미술대전 입상작들을 보면 대개 그렇다.

 

구상계열에서 동양화건 서양화건 풍경화(, 바다 산 등), 동물 그림(고양이, , 호랑이, 조류 등), 정물화(, 인물 등), 팝아트(캐릭터) 등이 8할 이상을 차지한다. 그러니까 수상작은 누가 누가 공을 들여 대상을 잘 재현했는지에 달려 있다.(그래서 요즘 보면 자개나 전선 등 캔버스에 이상한 것들을 마구 붙이고 있다.)


현재 잘나가는 젊은 비구상 작가가 그랬다. 추상회화에서 철학은 그렇게 중요한 게 아니라고. 좋은 형상으로 작업을 해 작품을 완성하여 전시하면 받아들이는 사람들에 의해 의미가 정해지니 작가의 철학적 사유는 없어도 된다고 조언한다. 심지어 어느 작가에 따르면 자기는 책을 읽지 않는다고 한다.

 

미술대전은 이런 작가들의 형상에 대한 경쟁 지대다. 그 이름만 달랐지 똑같은 복사판 대회(수상작 전시회). , , 바다, 하늘, 정물, 동물, 팝아트 등등. 말과 해바라기는 미술대회 입상작에서 정말 빠지지 않는 소재다. 누가누가 잘 그리는지 경쟁하는 게 학교 사생대회와 다르지 않은 듯하다. 동물 그림과 식물 그림에 무슨 철학적 사유가 필요하겠는가.

 

아무 문화센터나 화실에 가서 그림 강좌 5년만 꾸준히 배우면 누구나 대상을 잘 재현할 수 있다. 취미미술 학원에 가보라. 대상을 충실히 재현한 잘 그린 그림들이 넘쳐난다


하지만 이들을 작가라고 하지 않는다. 문제는 미술대학 졸업생들과 신진작가 그림들이 이들과 별반 다르지 않다는 점이다. 작가적 철학? 그런 게 있을 리가 없지. 책도 읽지 않는 작가들에게 철학은 너무 먼 나라 얘기다.

 

구상 그림만 그런 게 아니다. 비구상은 정말 처참할 정도다. 누구나 개인이 느끼는 주관적 감성만 주야장천 그린다. 새로운 형상을 창출할 수 없으니 어디서 본 듯한 그림을 따라 그리면서 자신의 내면의 아픔과 느낌 운운한다. 레퍼런스만 넘쳐나고 그걸 넘어서는 작가적 개성은 전무하다.

 

왜 그럴까? 아무리 생각해도 결론은 하나다. 대학이 그 역할을 제대로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광복 후 미술대학이 생긴 지도 60여 년이 넘었다. 디자인 대학까지 합치면 매년 5000명 이상의 미술 전공자들이 사회로 배출된다. 60년이라면 30만 명이다.

 

생각해 보자. 우리나라에서 광복 이후 현재까지 배출된 미술인 30만 중에서 세계적으로 유명한 작가가 있기는 한 것일까? 김환기, 백남준, 이우환이 있지 않냐고? 그들은 일본에 가서 철학을 공부해서 유명해졌지 한국 미술대학이 길러낸 작가들이 아니다.

 

한국 미술대학의 부실함은 어제 오늘 일이 아니지만 정말 심각한 일이 아닐 수 없다. 학부 학생이건 전문가이건 우리나라 미술대학의 부실함과 경쟁력 없음을 우려한다. 그렇다고 해서 미술 교육 문화가 획기적으로 변하지는 않을 것이다. 교수층이 바뀌지 않는 이상.


물론 우리나라가 빈곤국에서 출발하여 고도 압축 성장으로 선진국에 진입한 입지전적의 나라라는 상황을 감안하지 않은 것은 아니다. 그에 따른 문화적 불균형은 어쩔 수 없었겠지. 먹고 살아야 했기에 문화적 소비는 최소한으로 해 온 게 사실이다.  60-70년대에 비싼 그림이라니. 가당치도 않은 얘기다


하지만 지금은 상황이 완전히 다르다. 우리나라는 공식적인 선진국이 됐다. 작년 프리즈에 몰린 구매 인파만 봐도 과거와는 확실히 달라지긴 했다. 그럼에도 우리나라에서 그림을 구매하는 층은 극소수다


5집 건너 한 집이 미술품을 구매한다는 통계자료를 본 적이 있다. 앞에서도 언급했다시피 미술에 관심이 있는 가구가 별로 없다. 각자 직장에서 이 사실을 확인하는데 얼마 걸리지 않을 거다. 


이러한 미술을 향유하는 문화. 누가 조성했을까? 나는 그 책임이 한국 미술인들에 있다고 생각하는 1인이다.  (그럼에도 매해 1만 건 이상의 전시회가 열린다!!) 자기들끼리 파벌을 형성하고 세력을 키우느라 미술문화의 저변을 넓히지 못한 거다.


아무리 생각해도 선진국 중에서 우리나라와 같이 후진적인 미술문화를 갖고 있는 나라는 매우 드문 사례이지 아닐까. 2000년대 이후 상황만 놓고 봐도 비싼 그림은 많아졌지만 우리의 미술적 토양은 별로 나아진 게 없어 보인다. 미술인들의 폐쇄성만 더욱 견고해 지고 있는 듯해서다.

 

현재 아트페어나 해외 경매에서 잘나가는 젊은 작가들은 모두 미술대학에서 낙제생들이었단다. 이들의 인터뷰를 보면 알 수 있다. 그러니 미술대학 경쟁력이 형편없는 것이겠지. 정말 미술인들이 뼈를 깍는 노력이 있지 않고는 해결할 기미도 보이지 않는 암울한 현실이다.

 

미술대학을 졸업한 학생 중 작가로 성공하는 사람들이 얼마나 적은지는 각종 기사를 보면 알 수 있다. 물론 유럽과 미국이라고 크게 다르지는 않겠지만 그래도 우리나라 여건 보다는 훨씬 좋을 거다. 우리는 우선 내실을 다지고 일반인들이 미술을 향유할 수 있는 저변을 넓혀야 한다.

 

그 중심 역할을 미술인들이 해야 한다는 건 두말하면 잔소리가 아닐까.

 

 

 

[]

수년 간 미술 언저리를 배회했다. 미학 책 읽고 그림 책 읽으며 미술모임과 각종 전시회에 따라다니면서 얼추 배웠다. 물론 미술대학을 나오지 않아 직접적인 경험은 못해봤지만 주위에 미술대학 졸업생들의 전언들은 수도 없이 접했다. 그러다가 그림을 컬렉팅하면서 우리나라 미술시장이 정말 이상하다는 사실을 깨달았고, 작가의 길로 들어서면서 매우 암담한 우리나라 미술 세계의 현실을 피부로 느낄 수 있었다. 물론 이것도 피상적이겠지. 우리나라에서 미술을 하면 결국에는 가산을 탕진한다는 말이 빈발이 아니었음을 실감한다. 진짜 부를 쌓은 자만이 미술을 해야 성공할 수 있는 구조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어려운 현실을 딛고 굿굿이 전업으로 작업하는 작가들에게 경의를 표하고 싶다.




댓글(5) 먼댓글(0) 좋아요(23)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stella.K 2023-09-16 20:39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문학계도 카르텔이 심각하던데 미술계도 만만치 않네요.
이렇게 심각한 줄은 몰랐습니다.
솔직히 부끄러운 예기지만 전 미술작품 어떻게 사는지도
잘 모릅니다. 물론 전시회는 가물에 콩 나기로 한번씩 다녀 본 게 다죠.
자기 관심분야 밖에는 잘 모르니 클났습니다.ㅠ
철학이 없는 것도 문제네요. 김환기, 백남준, 이우환이 철학하다
그림을 그렸군요. 첼리스트 장한나가 대학에서 음악을 공부하지 않고
철학을 공부했다던데 선택을 잘하는구나 했습니다.
울나라 미술계가 이렇게 공부를 안하는 줄은 정말 몰랐네요.
그래도 야무님은 계속 더 공부하실 거죠?^^

yamoo 2023-09-18 09:45   좋아요 1 | URL
아...그렇군요. 스텔라님은 우리나라 미술을 향유하는 다수층에 포함되시는군요~
보통 우리나라에서 전시관람을 많이 다니고 미술책도 읽는 사람 중에 그림을 사는 사람들은 예상보다 훨씬 적더군요. 충분히 이해합니다. 우리나라 그림값은 비싸도 너무 비싸죠. 미국이나 영국에서는 십만원 미만으로도 원화작품을 살 수 있는 곳이 많은 반면 우리나라는 갤러리나 개인전 또는 아트페어, 경매 등에 한정되어 있는 듯합니다.

우리나라 미술계는 재료에의 탐구가 무척 중요한 듯합니다. 책을 읽거나 공부하기 보단 재료의 탐구를 최고로 쳐주는 것 같아요. 그 재료가 그 작가의 정체성을 나타낸다나 뭐라나...그렇습니다..

네, 저는 책을 계속 읽고 있죠. 책 읽는게 최고의 공부가 아닐까 생각합니다..^^

2023-09-16 22:06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3-09-18 09:47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3-09-18 09:51   URL
비밀 댓글입니다.
 

[프롤로그]

우리나라 미술교육의 문제점을 페이퍼로 쓰다 보니 너무 길어져서 상하 두 편으로 나눠 페이퍼를 쓰기로 했습니다. 미학책들 보고, 한국미술사 책들을 주섬주섬 읽고, 미대 출신 현업 작가들의 전언을 여러 통로로 들었습니다. 그리고 미술대전에 계속 참여하다가 보니 한국미술의 저열한 상황과 미천한 경쟁력은 바로 미술교육의 부실이라는 걸로 귀결되었습니다. 감안하시고 봐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우리나라 미술교육은 참으로 특이하다. 내가 어렸을 때도 그랬지만 그림을 잘 그리면 미대를 가라고 권한다. 그림을 잘 그리는 아동 역시 어렸을 때부터 대회 나가 상을 휩쓸면서 자신이 미대를 가야 하는 것을 당연지사로 생각한다.

 

초등학교에서 출중한 그림 실력을 보여주면 예중-예고-한예종 이나 서울대 테크를 타게 된다. 그림 실력은 나날이 발전하여 그 어려운 입시미술을 통과하고 미술대학 학생이 된다. 대학 강좌를 들으며 실기 작업을 이어나가면서 여러 전시회에 참여한다.

 

이 과정, 그러니까 초등학생 때부터 대학생(또는 대학원생)까지 그림을 잘 그리는 학생들은 모두 동일한 과정을 거친다. 그것은 대상의 철저한 재현이다. 대상에서 조금만 변형되면 가차 없는 지적질을 당하며 선생님으로부터 혼이 나게 된다.

 

중학교 및 고등학교는 말할 것도 없고 미술학원에서도 동일한 과정이 반복된다. 학부나 대학원에서도 마찬가지다. 교수가 그리라는 대로 그린다. 조금만 교수의 의도대로 그리지 않으면 바로 제재가 들어온다. 철저한 재현이고 이것이 잘 그린 그림이며 좋은 학점의 척도가 된다.

 

이렇게 미술인이 배출된다. 대상을 그대로 재현하는 데 능통한 졸업생은 그 이력으로 작가생활을 시작하려고 한다. 재료가 무엇이 됐건 이 신진작가는 대상을 그대로 재현하는 그림을 그리게 된다. 물론 누가 봐도 잘 그린 그림을 그린다.

 

정말 이상하지 않은가? 다른 과를 생각해 보면 우리나라 미술교육이 얼마나 이상한지 알 수 있다. 당신이 경제학과에 입학했다고 가정해 보자. 그러면 경제학을 공부하기 위해 기초가 되는 수학을 배우고 실물 경제가 어떻게 이론으로 정립되는지 배우게 된다.

 

실물 경제를 수학적으로 간결하게 표현하고 응축된 그래프와 방정식을 경제 개념으로 다시 풀어서 설명할 수 있는 능력. 이것이 대학에서 경제학도로 만들어지는 학습 과정이다. 즉 경제학 전공자는 경제학이라는 룰을 배우게 되는 것이다.

 

그런데 미술대학은 이런 게 전혀 없다. 그냥 처음부터 끝까지 그림만 그리다 졸업장을 받게 된다. 물론 각 대학 커리큘럼을 보면 서양미술사나 각 사조는 맛배기로 배우긴 한다. 작가론도 배운다. 하지만 한국의 미술대학에서는 다른 학과처럼 그 학문의 룰(언어)을 가르치지 않는다.

 

정말 이상하다. 테니스를 배워도 룰을 배운다. 경기 방식은 어떻고, 몇 세트를 하고 어떻게 해야 승리자가 되는지 그 규칙과 룰이 있다. 테니스 기술 습득은 그 규칙과 룰에 따라 자연히 습득되게 된다. 모든 스포츠를 배우는 건 대동소이 하다. 음악도 그렇다.

 

하지만 미술은 전혀 그렇지 않다. 그냥 서양화, 동양화, 조각, 설치 등으로만 분야가 나눠져 있을 뿐이다. 교육은 그 분야에 맞는 재료 사용법과 구도를 잡아 그리는 게 전부다. 색과 형상이 그림의 전부인 냥(우리나라 미술 평론가들의 평론을 보면 이 말을 실감할 수 있다!). 교수의 의도대로 고치고 또 고쳐 그린다.

 

이런 현상을 조금만 생각해 보면 매우 이상한데, 대개의 사람들은 미술대학의 특성이니 하고 조금도 이에 대해 생각하지 않는다. 자신이 학부를 졸업할 때 어떻게 했는지 생각해 보라. 인문사회계나 경상계나 모두 학부 졸업을 하기 위해서는 졸업논문이란 걸 쓴다.

 

그 졸업논문은 논문의 가치가 없긴 하지만 학부에서 배웠던 걸 심화하여 최소한의 전문성을 탑재하려고 애쓴 흔적이다. 경제학이 됐던, 철학이 됐던 대부분의 논문은 그 학문의 선배 학자들의 이론을 점검하고 내가 그 이론에 동의하는지 아니면 비판하는 입장 인지를 밝히는 정도다.

 

석사나 박사 정도 되면 누구를 전공 했냐로 나눠진다. 그런데 미술은? 이런 게 전혀 없다. 미술대학 졸업전시회를 가보면 그냥 자신이 그리고 싶은 바를 캔버스에 담거나 입체를 만들거나 설치를 한 게 전부다. 그나마 설치는 낫다. 평면 작품들은 근본이 없다. 계보가 없단 말이다.

 

작가의 철학은 말할 것도 없다. 기성 작가들도 철학이 없는데 무슨 학부 졸업생이 작가적 의식이 투철하겠는가. 학점을 받고 졸업을 하려면 교수가 지적하는 대로 그려야 하는 상황에서 작가 의식 운운하는 건 모순이겠지. (계속)




댓글(4) 먼댓글(0) 좋아요(27)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겨울호랑이 2023-09-12 22:17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인공지능 시대에 자신만의 관점과 철학없는 재현이 얼마나 지속가능할지 생각하게 됩니다. 말씀하신 미술교육 뿐 아니라 요즘 우리사회의 여러 문제점들이 새롭게 도전받고 있음을 느낍니다...

yamoo 2023-09-14 09:10   좋아요 1 | URL
현재까지는 갤러리 등이 형상 좋은 작가들만 선발해서 지원하니, 아니 대체로 그런 류의 작가가 대부분이니 문제점을 안고 당분간은 계속 지속될 듯합니다. 올해 프리즌 전기가 끝나고 나면 약간의 변화는 있겠지요. 좀 발전되고 변화되는 방향으로 나아갔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페크pek0501 2023-09-15 15:19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이상하군요. 미술대학에서는 그림만 잘 그리면 되는 건가요?
철학과 지식과 지혜가 없는 예술가를 상상할 수 없네요...

yamoo 2023-09-16 11:23   좋아요 2 | URL
근데 우리나라는 미술대학 교육은 압도적으로 실기수업만 해요. 요새 잘나가는 추상미술 작가들도 철학이 없어요. 그냥 형상만 좋은 화가들이 넘쳐나요~~ 계보는 중요하지 않고 심지어 자기는 책을 읽지 않는다고 당당히 밝히는 작가들도 있습니다..ㅎㅎ
 

미대를 졸업하고 작가의 길을 가고 있는 사람들의 전언에 의하면 지인의 자식들이 미대에 진학하겠다고 하면 열일 제쳐두고 말린다고. 미술을 전공하고 미술 작가가 되는 길이란 서서히 패가망신하며 가족들을 괴롭히다가 죽어가는 일이라고 한다.

 

내 부모님들도 내가 학창 시절에 미술에 소실이 있어 미술 전공하겠다고 하면 마구 화를 내시며 반대를 하셨을 거다. 미술 전업 작가란 작품을 팔아 생활을 하는 사람을 말하는데, 우리나라에서는 미술 작가로 돈을 벌 확률이 너무 미미하다.

 

보통 미술 작가라는 사람들을 보면 미대 나와서 국전에 20살에 입선하고 이후 공모전에 여러 상을 타며 개인전과 단체전을 쭉~ 해나가다가 40살이 되면 그때 어느 정도 이름이 알려지며 50살 이후에 그림을 팔아 생활할 수 있는 상황이 마련된다.

 

그러니까 25살에 대학을 졸업하여 약 20여 년 동안 돈 한 푼 벌지 않고 작업을 이어나가야 전업으로 생활이 가능하다는 거다. 이걸 견딜 수 있는 사람이 우리나라에서 몇 명이나 될까? 미술은 돈이 아주 많이 든다고 하는데, 그 돈을 회수할 수 있는 시간이 길어도 너무 길다.

 

그래서 중간에 포기하는 청년 작가들이 부지기수로 많다고. 끝까지 존버하면 살아남는다는데 20년 이상을 작업에 매진할 수 있게 서포트 해 줄 수 있는 재력이면 미술을 전공해도 되겠다는 결론. 물론 작품의 퀄러티는 보장되어야 할 거다.

 

이게 아주 먼나라 얘기인 줄 알았는데, 작가 입문기를 거치고 있는 내가 벌써부터 돈의 압박을 크게 느끼고 있다. 물론 나는 그림이 팔리지 않아도 꼬박꼬박 월급이 들어오니 아쉬울 게 없긴 하지만, 미술 작가 활동을 하면서 돈이 너무 깨지는 중이다.

 

이걸 내가 대학 졸업하고 시작했다? 등에 식은땀이 흐를 일이다. 비록 내가 아마추어 작가를 막 벗어나긴 했지만 수입이 없는 상태에서 작가 생활을 하는 게 얼마나 어려운지 이 페이퍼를 빌어 좀 얘기 해 보려고 한다.

 

일단, 가장 중요한 거 한 가지. 작업실이다. 작업실!! 첨엔 작가들이 왜 작업실을 그리 중요시 하는지 몰랐다. 집에서 그리면 되지 무슨 작업실 타령이지 했다. , 근데 내가 해 보니 작업실은 작가에게 알파요 오메가였다. 작업실에서 대부분의 시간을 보내야 하니 작업실은 작가의 분신이나 마찬가지였다.

 

집에서 작업을 하면 온 집안이 물감 자국이 남고 미술 도구 때문에 집 실내 환경이 열악해 진다. 무엇보다 쌓이는 작품을 보관해야 하는데 이게 큰 걸림돌이 된다. 50호 작품 10여 점만 되어도 움직일 공간이 없게 된다. 그러니 작업실은 필수.

 

서울에서 작업실을 구하려면 아무리 비루한 지하 월세라도 5천에 월30 이상은 깨진다. 이걸 수입이 없이 견딘다? 있을 수 없는 일이다. 그래서 수많은 천재적인 청년작가들이 다른 길을 찾아 떠난 것이다. 이건 재능의 문제가 아니라 자본의 문제다. 다시 말해 미술작가를 하기 위해서는 재능이 아니라 자본이 갖추어 져야 한다.

 

보통 미술작가는 그림을 잘 그리는 학생이 가는 길로 대부분 생각하는데 그랬다가는 자식의 원망만 들을 수 있다. 그림을 잘 그리는 건 기본이고 여기에 아빠의 재력이 아주 중요하다. 그렇지 않으면 작가의 길을 갈 수 없다.

 

그리고 그림을 잘 그린다는 건 작가가 되는 것과 전혀 별개다. 초등학생이나 중학생이 그림을 잘 그린다고 칭찬 듣는 건 대상을 그대로 잘 재현하는 걸 말한다. 사진과 똑같이 명화와 똑같이 잘 복제하는 그림이 우리나라에서는 그림 잘 그리는 척도다.

 

근데 그림으로 성공하기 위해서는 대상을 똑같이 모사하면 절대 안된다. 그건 작가가 아니다. 작가는 자신만의 화풍으로 대상을 그려내며 거기에 감정을 담아야 한다. 구상 그림은 그래야 좋은 그림이 되고 작가로서 인정받는다. 그러니까 대상의 복제는 작품이 아니라는 거다.

 

잠깐 주제가 옆으로 샜는데, 이 얘기는 다음 페이퍼에서 좀 다룰 예정이다. 어쨌든 작업실 확보가 돈 잡아먹는 제1 귀신이다. 그 다음은 재료값이 아니라 출품비다. 작가는 수상 실적이 무엇보다 중요하여 공모전 이력을 넓혀야 한다.(개인전은 이 다음 얘기는 패쑤하자. 개인전 비용은 정말 어마무시하다.)

 

근데 이넘의 공모전 참가비가 꽤 비싸다. 보통 미술대전이라고 회자되는 신진작가의 등용문은 참가비가 1점당 5-6만원 정도(대체로 6만원) 된다. 캔버스 크기가 지정된 경우도 있지만 대부분은 100호 이내다. 100호 이내면 100호를 내라는 말과 비슷하다.

 

전문가용 100호 캔버스 가격이 보통 20-30만원 정도 한다. 가장 싼 캔버스를 구하느니 판넬에 주로 그리는데 판넬 가격도 10만원 정도 한다. 여기에 유화를 두껍게 올린다고 하면 유화 물감 값만 10여 만원 이상이 투여된다.

 

여기에 도록비가 추가된다. 도록비는 비싸면 15만원 싸면 5만원 정도 한다. 평균 7만원 잡으면 된다. 집이 서울이면 여기서 끝날 수가 있지만 집이 지방이면 교통비가 든다


보통 권위 있는 미술대전은 거의가 서울에서 열리기 때문에 그림 반입처도 서울이 대부분이다. 실물을 접수하기 때문에 서울까지 그림을 들고 접수해야 하는데 이게 보통 일이 아니다. 돈과 비용이 든다!(서울에서 부산까지 KTX비용을 생각하자)

 

, 공모전 1회 참가하는데 비용을 최소한으로 계산해 보자. 교통비를 제외하면 참가비 6, 도록비 7, 캔버스 10, 도합 23만원이다. 여기에 물감 값이 추가되는데 자신이 유화를 그린다면 10만원을 추가하면 된다. (나는 아크릴로 그리기 때문에 100호 그리는데 3만원 정도면 충분하다.)

 

자신이 연간 5회를 참가한다고 하면 100만원이 훌쩍 넘는다. 그 와중에 소모품인 붓과 물감, 보조제 등은 계속 사야 한다. 버는 돈이 없이 계속 돈을 써야 한다. 다양한 재료로 그림을 그려야 하기에 재료 값도 상당하다. 하지만 작업실 월세에 비하면 새발에 피다.

 

나는 전업으로 그림을 그리는 작가는 아니기에 어느 정도 감당이 가능하긴 하다. 하지만 좋은 작업실을 구하고 유럽 일류 재료를 쓰면 한 달에 200 깨지는 건 아주 우스울 거라 생각한다. 작품이 팔리면 좋지만 안 팔리면 이 생활을 지속해야 한다.

 

작가를 하면 돈을 모은다는 생각 자체를 버려야 한다. 결혼? 그런 걸 생각할 겨를도 없을 거다. 돈을 안 벌면 돈만 축내는 몹쓸 인간이 되는 거다. 나처럼 돈을 벌면? 그냥 노후 대비 없는 병신이 되는 거지. 작품이 팔리는 대가? 그런 건 천운이 따라 줘야 하는 거고..

 

이런 생각이 드니 단지 크리에이티브한 삶을 살고 싶어서 작가의 삶을 시작했는데, 좀 잘못 생각하지 않았나 하는 생각이 드는 거다. 좀 적당히 해야 하는 건 아닌지. 지인인 미술 작가가 왜 그림을 시작했는지 진지하게 물었던 이유를 이제야 알 것 같다.

 

좀 쉬어가야 할 때인 듯 하다. 주역이나 읽어야 겠다. 

 

 

 





>> 다음에는 우리나라 미술 교육의 병폐에 대해서 좀 써볼까 한다.


댓글(10) 먼댓글(0) 좋아요(24)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stella.K 2023-09-06 19:33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서글프군요. 뭐 미술만 그러겠습니까?
글 써서 돈을 벌겠다는 것도 그렇고.
다 투잡하거나 집안 살림 맡을테니 쫓아내지 말아 달라고 사정하고
가사도우미 자처하면서 근근히 버티거나 뭐 그런 거죠.ㅠㅠ
근데 다음 글 기대되네요.ㅋ

yamoo 2023-09-08 09:36   좋아요 2 | URL
예술은 다 비슷비슷 한듯합니다.
그래도 미술은 훨씬 더 심각한듯해요. 글 써서 돈을 벌겠다는 사람은 진짜 많이 못 봤어요. 뭐, 글쓰기 배우는 건 그래도 돈이 적게 드는데 예술 배우는데 드는 비용은 정말 어마무시합니다. 음악은 말할 것도 없구요.

기대 하신다니 의욕이 불끈!ㅎㅎ

cyrus 2023-09-07 06:59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화가가 본인 작품 한 점을 전시회에 출품하기까지 적지 않은 시간과 돈이 투자되는데도 대부분 사람은 부유하고 한가한 사람만이 그림을 그리는 것이라고 오해하죠. 자신들이 이해하지 못하는 예술에 엄청난 돈이 투자된다는 사실을 알면 돈(세금) 아깝다고 불만을 표출해요. 이런 상황을 보면 답답하고 속상합니다.

yamoo 2023-09-08 09:40   좋아요 0 | URL
부유하고 한가한 사람이 미술하는 게 맞아요. 그런 사람들이 성공합니다. 성공한 대부분의 사람들이 유한계급이기 때문에 그래요. 오해라고 보긴 어려워요.^^;;

자신들이 이해하지 못하는 예술에 엄청난 돈이 투자된다는 걸 대중들은 전혀 이해하지 못하요. 폴록의 그림은 미국이 정책적으로 미뤄줘서 비싸진 거에요. 유럽에 대항하기 위해서 미국 예술이 정체성이 필요했기에, 폴록의 작품들이 어마무시하게 비싸진 거죠. 거기에 무슨 의미가 있겠습니까. 그냥 문화재라고 생각하면 쉬우릇합니다. 당시 미국 미술의 정체성을 확립해준 작가의 그림..ㅎㅎ

답답하고 속상할 필요가 전혀 없어요. ^^;;

새파랑 2023-09-07 11:57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예술을 하려면 일단 돈이 많이 든다고 하던데 진짜인가 봅니다. 그래도 yamoo님은 전업이 아니셔서 그나마 다행인거 같아요. 천운이 많이 따르시길 바라겠습니다~!!

yamoo 2023-09-08 09:42   좋아요 0 | URL
네, 진짜 많이 들더군요. 저기 페이퍼에는 액자 값이 빠졌는데, 액자 가격이 정말 후덜덜 합니다~ 액자를 해서 내랴는 미술대전이 있긴합니다만...그렇지 않은 대회도 거의가 액자를 해서 출품들하더군요. 100호 액자값만 50만원이 넘어요..ㅜㅜ

감사합니다~~^^

잉크냄새 2023-09-07 16:58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고흐도 살아 생전 단 하나의 작품만이 400프랑에 팔렸다고 하더군요. 귀를 자른 여러 이유가 있겠지만 지긋지긋한 가난과 끝 모를 절망도 한 원인이지 않았을까 싶네요.

yamoo 2023-09-08 09:46   좋아요 1 | URL
당시 고흐는 그림을 늦게 시작했기에 기본기가 시망이었죠. 그래서 당시 아카데미풍의 그림을 그리지 않고 자신이 그림고 싶은 그림을 그렸습니다. 그래서 당시 사람들은 고흐의 그림을 저열한 그림이라고 생각했죠. 그러니 고흐가 얼마나 괴로웠겠습니까..ㅎㅎ 당시 대중적 인기가 있는 그림을 그리는 것도 아니고 사람들이 봤을 때 기본기가 없는 듯한 그림을 그렸으니 끝없는 절망의 나락으로 떨어졌죠.
당시 그림과 다른 고흐만의 개성이 담긴 그림을 알아본 사람들은 고흐가 죽은 다음에 나타나게 되서 현재는 대가가 되었죠.

그렇다고 고통받는 작가가 고흐처럼 될 수는 없다는 게 함정..ㅎㅎ

얄라알라 2023-09-12 15:57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미대 입시에 월 천 단위로 쏟아붓고도 성과를 못내서 다시는 미대를 입에 올리지도 않는 이들도 많잖아요....정말 치열하네요. 직접 경험해보지 않고서는 알 수 없는 부분들이 있는데 yamoo님 글 읽으며, 상상이라도 해봅니다.

yamoo 2023-09-12 19:22   좋아요 2 | URL
미대잆시 학원의 한학기 수강료가 400이랍니다!! .개인교습 받는 강남학생들은 기본이 월 천이란 소실 들었습니다만...진짠가 보네요..

미술 외부에서 볼 땐 돈이 많이 드는가 했는데...직접 해보니 장난 아닙니다. 단체전도 돈을 내야하고 개인전 2주는 저렴한 게 200정도 드네요. 그것도 공모해서 당첨되는 게.. 캔버스값, 액자값 장난아니에요. 보통 개인전 하려면 30호 크기로 최소 20점은 되야 하는데 전부 액자해야합니다. 팜플렛용 소책자 도록도 몇백해요. 100퍼센트 지원받는 선정작가가 되지 않는 이상 개인전 1회 할때마다 5백은 아주 우습게 깨지는 듯해요. 여기에 30호 액자비...20개. 개당 20만원..ㅠㅠ 작업실 월세에 재료비에 운송비에 해도해도 끝이 없는데 그림은 잘 팔리지 않아요. 그러니 부자들만 미술을 해야지요..ㅜㅜ
 

참 오랜만에 페이퍼를 올리는 것 같습니다.


지난 번에 말씀드린 바와 같이 주로 30호 이상 큰 작품을 그리다 보니 여기 들어와 글을 쓸 시간이 거의 없습니다.


틈만 나면 그리고 미술대전 접수 날짜가 되면 출품하고, 1차 통과하면 실물 그림을 심사받기 위해 지정된 날짜, 지정된 장소에 반입하고, 이후 결과 발표. 시상식에 참여하고 참여작 둘러본 다음 작품 반출하고..


이런 과정을 반복하다 보니, 남는 시간이 별로 없어요. 물론 책은 간간히 읽습니다. 요즘은 <주역>에 관심이 생겨 주역에 관계된 책 중 잘 된 것만 주문하여 읽고 있습니다. 학부 때 조금 맛본 이후 처음 책을 읽어 나가는 데 경전 해석 자체가 너무 난해하여 입문서를 몇 권 읽고 난 다음 <역경> 원서를 읽을 예정입니다.

















일단 이 정도 구입했고, 현재는 가장 평이해 보이는 고은주 <주역입문강의>를 보고 있는데 도올 책이나 김승호 책보다는 훨씬 쉽네요. 어쨌거나 우주만물의 원리와 인간 역사에서 다가올 내 위치를 점검해 볼 수 있다는 책이 <주역>이라는 걸 왜 몰랐을까 후회됩니다.


사실 세상의 모든 이치와 원리를 설명하고 모든 변화를 설명한 책은 있을 수 없다고 생각했는데, 지금은 <주역>이 바로 그런 책이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하게 되어 읽게 되었습니다. 늦게 나마 <주역>을 읽을 수 있다는 사실에 고마움을 느낍니다. 


정말 우주 만물의 운행 원리와 인간사의 길흉화복을 알게 하여 인간답게 살 수 있는 길을 터 주는 오묘한 책인듯 합니다. 열심히 읽어서 64괘를 정확히 이해하는 것이 1차 목표입니다.


아, 이 페이퍼의 목적을 살짝 빗나갔네요. 네, 이 페이퍼는 상반기 제가 미술대전에 참가하여 입상한 바를 자랑하는 것이었는데..쩝~ 

미술대전에 많이 참가하려는 이유는 개인전을 하려면 돈이 엄청 깨져서 그나마 단체전 성격의 저렴한 대회를 찾다 보니 미술대전밖에 없더군요. 


그래서 공신력 있고 그림을 그나마 객관적으로 평가받을 수 있는 미술대전에 계속 참가하고 있습니다. 문제는 미술대전에서 요구하는 그림 크기가 최소 20호 이상을 요구하더라구요.


어떤 대회는 20호로 한정하고, 또 어떤 대회는 30호로 한정하고. 일부 가장 권위 있는 대회는 100호로 한정하고. 여기서 100호로 한정한다는 건 100호를 권장한다는 의미라는 걸 나중에 알았습니다. 100호 이내면 작가들이 거의 100호를 냅니다. 출품비가 점 당 무조건 6만원이니 큰 작품을 내는 게 이득이죠.


헌데 저는 100호를 낼 수 없습니다. 그만한 작업실도 없을 뿐만 아니라 물감 값도 감당이 안되고 또 저 큰 걸 들고 지정된 장소에 반입해야 하는데 포장도 힘들고 거기까지 들고 가는 게 고생이라 주로 40-50호로 타협을 봐서 출품하고 있습니다.


사실 작업실이 충분히 크고 돈의 여유가 있으면 좋은 물감과 좋은 캔버스로 큰 작업을 하는 게 제게는 훨씬 쉬운 감이 듭니다. 오히려 작은 그림을 좋게 그리는 게 훨씬 힘들더군요. 물론 시간은 큰 그림이 더 많이 들긴 합니다. 칠해야 할 부분이 넓으니까요. 그리고 거리감과 비율감이 한 눈에 안들어와 불편함을 빼고는 큰 그림 그리는 게 제게는 훨씬 쉽습니다.


어쨌거나 5월부터 참가해서 8월까지 마무리 되어 상장을 받은 게  5개입니다. 결과적으로 참가한 대회는 모두 입상을 하게 됐는데, 그렇다 보니 올 해 목표가 입상 10개 입니다..ㅎㅎㅎ 하반기가 시작되는 7월에 이미 1차 통과된 대회가 2개라서 11월까지 모든 대회에 참가하면 목표에 도달할 수 있을 듯합니다.


(제일 왼쪽 위가 가장 권위 있는 대회라는 대한민국 미술대전 상장. 상장 중 제일 빈약하고 없어 보임. 그 아래가 중앙회회대전. 제일 아래 깔린 게 코리아아트미술대전. 이 두개 상장이 매우 퀄러티가 높음. 오른편 위 아래는 창작미술대전과 현대미술대전. 특히 현대미술 대전은 상장의 모든 문구를 한자로 표기하여 상장자체는 제일 멋짐)


제일 나중에 받은 중앙회회대전은 입선에서 멈췄습니다. 중앙회화대전은 특이하게도 1차 사진 심사에서 통과한 입상자가 2차 실물을 안 내도 입선으로 확정해 주더군요. 이런 대회는 첨 보는데, 그 이유가 2차 실물 작품을 내면 2차 전시비 30만원을 내야 하기 때문입니다. 아마도 참가비가 가장 비싸서(보통은 5-6만원) 선택사항으로 남겨 둔듯합니다.


앞 서 대회에 참가하다 보니 본상(대상-최우수-우수-특별상 혹은 장려상)에 선정 되지 않으면 30만원은 날라가는 거라 최소비용으로 최대 효과를 내려면(중앙은 1차 사진 심사비가 2만원 뿐이 안 한다. 그리고 입선자에게도 도록을 무료로 준다) 2차 전시에 참가하지 않아야 하기에 실물을 내지 않았습니다.


상장을 수령하러 전시 마지막 날에 가서 수상작들을 봤는데, 역시 안 내길 잘했다는 생각. 특선 작 중에는 다른 대회 대상 수상 작가도 보였는데, 특선 작이 확실히 입선작 보다는 퀄러티가 높았습니다. 본상 9점 중 7점은 도저히 이해할 수 없었고 특선작들이 본상 수상작들보다 훨씬 좋았어요. 


뭐 어쨌거나 특선을 하나 입선을 하나 30만원이 날라가는 건 동일하기에 내 선택에 절대 후회하진 않습니다. 입선작들도 90퍼 이상은 나름대로 정말 좋은 작품들이고 작가 생활을 오래 하신 분들이 대부분이라 내가 이 상장을 받는 대상이 됐다는 점에 나름 뿌듯했습니다. 입선을 받으신 분들이 대회 중앙에서 사진을 찍고 너무 좋아라 하셔서 나도 찍어달라고 했습니다.ㅎㅎ 



얼굴은 가렸슴다. ㅎㅎ 뒷 배경에 있는 작품들이 800여 점 중 선정된 300점이어요. 중앙일보에 전면으로 실렸습니다. 제 작품은 제일 왼편 위에서 4번째에 있어요. 중앙회회대전은 오로지 평면 회화만을 대상으로 치러지는 대회라서 평면회화 800점 이상이면 아마도 대한민국에서 대한민국 미술대전과 더불어 가장 많이 응모하는 대회가 아닌가 생각됩니다.


뭐, 이 정도로 마무리할까 해요. 안견미술대전과 한국파스텔화 공모전에도 1차가 통과되어 실물을 내야 하기에, 나머지 미술대전 결과는 다음에 올려보도록 하겠습니다. (끝)



<<덧>>

미술대전에 많이 참여하다 보니 각각의 미술대전 특색과 참여작들 수준을 가늠해 볼 수 있었다. 아무리 검색을 해 보아도 어느 미술대전이 어떤 수준이고 얼마나 입상하기 어려운지 알려주는 글이 없어 내가 한 번 써보면 어떨까 한다. 이건 순전히 참가해 본 경험치라 어느 정도 말할 수 있지 않을까..ㅎㅎ




댓글(6) 먼댓글(0) 좋아요(26)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페크pek0501 2023-08-26 15:15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좋은 소식이네요. 축하드립니다. 앞으로도 무궁한 발전을 기원합니다.

yamoo 2023-08-29 09:17   좋아요 1 | URL
감사합니다! 페크님~~

stella.K 2023-08-27 13:26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아니 야무님 사진에 무슨 짓을 하신 겁니까? ㅎㅎ
암튼 축하합니다. 좋은 소식 기도하겠슴다 .^^

yamoo 2023-08-29 09:17   좋아요 2 | URL
고맙습니다! 스텔라 님~~~~

그레이스 2023-09-05 23:17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축하드려요 ~~

yamoo 2023-09-06 11:09   좋아요 0 | URL
감사합니다!^^
 

https://www.aladin.co.kr/events/wevent.aspx?EventId=251285&CustNo=2137689




와~~ 24년이나 되었네요...2천1백만월을 지출했다니...헐~

중고로 판매해서 8백10여만원도 벌었네요..ㅎㅎ


이런 통계 때문에 알라딘을 떠날 수가 없어요..ㅜㅜ


댓글(9) 먼댓글(0) 좋아요(23)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은오 2023-06-30 13:47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헉.... 이러니 떠나셔야겠는데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농담)
중고판매가 생각보다 많이 도움이 되네요! 2천만원/8백만원이면 오....

yamoo 2023-07-03 10:15   좋아요 1 | URL
중고판매 액수보고 놀랐습니다. 꽤 많이 팔았고 그 정도 액수인 줄은 몰랐네요..ㅎㅎ

새파랑 2023-06-30 22:20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Yamoo님 그림 천재에다가 구매 천재시군요~!! 24년이나 알라딘을 하셨다니 놀랍습니다~!!

부천사신다니 반갑습니다 ㅋ 저도 부천인데 ㅋ 부천 알라딘에서 마주쳤을지도 모르겠네요 ^^

yamoo 2023-07-03 10:34   좋아요 1 | URL
구매는, 뭐 이상한 병이 도지면 저도 모르게 마구 사게되서뤼....--;;
그렇네요, 부천 알라딘에서 분명히 마주쳤을지도 모르겠어요!!ㅎㅎ

페크pek0501 2023-07-04 21:23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이거 보자마자 제 것을 보고 왔어요. 저는 1천3백만원 넘게 책을 샀네요.
야무 님이 중고로 이득 본 8백만원을 뻬면 저와 비슷한 지출이겠네요.
에코의 책을 많이 사셨군요. 저는 최애 작가가 나도 모르는 이름이 나온 걸로 봐서 오류인 것 같아요.서양 철학! 멋지십니다!!!

yamoo 2023-07-05 09:15   좋아요 1 | URL
페크님두 많이 사셨네요. 근데 저는 알라딘에서만 사는 게 아니라 동묘 헌책방과 신촌 헌책방 단골이거든요~ 예스 중고서점에서도 많이 삽니다. 아마도 전부 합치면 3천만원이 넘을 듯합니다..^^;;

중고로 이득본 액수가 생각보다 커서 놀랐네요..ㅎㅎ

에코 책들은 눈에 띠면 무조건 구매해서 그런듯하빈다.ㅎㅎ

얄라알라 2023-07-06 10:43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그림 그리시랴, 저 많은 책들을 읽으시랴..yamoo님 잠은 주무실 수 있는지...

2023-07-06 14:10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3-07-06 15:12   URL
비밀 댓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