뒤돌아봄은 또 다른 눈닦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뒤돌아보는 순간 앞에 펼쳐진 것들을 볼 수 없게 되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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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는 너로 살고 있니 마음산책 짧은 소설
김숨 지음, 임수진 그림 / 마음산책 / 2017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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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이 죽은 사람이면 나도 죽은 사람이에요. 당신보다 더오래전에,
당신을 알기도 전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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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 취향이라고 해서 꼭 멋들어질 필요가 있나! 그저 내가 좋아하는 사소한 것들로 행복과 만족을 찾아나가는 것도 충분히 즐거운 인생일 수 있다.
오늘도 나의 작은 우주, 책상 위 아끼는 수많은 문구들 틈에서 작은 행복을 찾으며 생각한다. 문구도 꽤좋은 취향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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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어클리벤의 금화 1
신서로 지음 / 황금가지 / 2019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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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피어클리벤의 금화>라는 소설에 대해서는 출간 전부터 익히 알고 있었다. 황금가지 출판사가 만든 온라인 소설 플랫폼 브릿G에서 독자들의 성원을 한 몸에 받으며 인기리에 연재중이라는 걸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브릿G의 애독자로서 항상 이 작품에 관심은 있었지만, 연재중인 작품 몇 편만 훑어보고 지나가는 것만 몇 차례 반복했던 이유는 작품의 방대함도 방대함이지만 솔직히 톨킨의 <반지의 제왕>이나 르 귄의 <어스시의 마법사>를 읽으며 한껏 높아져 있는 기대수준을 과연 이 작품이 충족시킬 수 있을까 하는 우려도 있었다.

 

 

하지만 종이책 출간을 계기로 작품을 본격적으로 읽어볼 기회가 생겼고, 그 동안의 망설임은 모두 기우에 불과했다는 걸 깨달았다. <피어클리벤의 금화>는 여러면에서 새로운 판타지 소설이다. 중세시대라는 어느 가상의 공간을 배경으로 인간을 비롯한 이종족과 용과 트롤 등의 마수들, 마법과 검, 기사 등이 등장하는 판타지 소설의 문법과 세계관을 따르면서도 기존의 판타지 소설과는 차별화되는 흥미로운 요소들을 내포하고 있는 것이다.

 

 

사실 작품의 서장을 읽으면서 좀 실망을 했었다. "너를 먹겠다."는 소설의 첫 문장이 보여주듯 소설은 용이 영주의 딸을 한 끼의 식사 거리로 납치하면서 시작된다. 너무 식상하지 않은가? 용에게 납치된 영주의 딸이라니... 그 영주의 딸은 분명 천하의 절색일 것이고, 그녀를 구하기 위해 영주는 용감한 기사를 모집할 것이고, 어찌어찌해서 용기 있고, 무예도 뛰어난 데다가 인성도 바른 한 기사가 용을 무찌르고, 그 둘은 그 사건을 겪으며 사랑에 빠져서 그 이후로도 쭉 행복하게 살았다는 보지 않아도 읊을 수 있는 스토리가 눈 앞에서 전개되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 소설은 90여매에 이르는 서장만으로 여타의 판타지 소설과 차별화되는 점을 보여준다. 먼저 영주의 딸은 손에 물한방울 안 뭍히고 곱게 자란 부유한 집안의 인형 같은 외모를 지닌 딸이 아니다. 또 영주의 딸을 구할 용감한 기사는 애초에 등장하지도 않는다. 호랑이에게 물려가도 정신만 차리면 산다.는 우리네 속담처럼 용에게 물려간 그녀는 타고난 식견과 언변으로서 스스로의 힘으로 용의 한끼 식사거리라는 위기에서 벗어나 오히려 피어클리벤이라는 자신이 속한 가난한 영지의 부흥을 위한 기회로 만든다.

 

 

또한 서장에서는 이 소설의 가장 큰 특징이자 재미의 요소가 드러난다. 바로 교섭이다. 교섭 판타지라고 표현해도 손색이 없을 정도로 서장에서 영주의 딸 울리케 피어클리벤이 보여준 교섭 능력은 이 소설을 끌어가는 핵심 동력이다. 사실 수많은 등장인물이 얽히고 설킨 이야기지만 소설의 줄거리는 단순하다고 표현하면 단순하다고도 이야기할 수 있다. 이야기의 큰 맥은 가난한 영주의 팔녀인 울리케 피어클리벤이 용의 한 끼 식사로 잡혀왔으나 교섭과 협상을 통해 숱한 위기를 넘기고 마을을 구할 방법을 찾아나가는 이야기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소설의 큰 재미이자 원동력은 교섭과 대화의 시작과 어떻게 상대의 마음을 얻고, 내가 원하는 걸 관철시키는지 지켜보는 것이다.

 

 

소설은 총 8권 완간을 목표로 하고 있다고 들었다. 아직 1권만을 읽어본 독자로서 이후에는 어떤 교섭과 협상이 있을지, 작품의 제목처럼 피어클리벤의 부흥을 어떠한 형태로 이루어질지 기대가 된다. 또한, 독자로서 고민이 생겼다. 이대로 한권씩 출간될 때마다 바로 읽어볼 것인가, 아니면 8권 출간을 기다려 한꺼번에 읽을 것인가가 그것이다. 아직 결론을 내리지 못했지만 독자로서 나름 행복한 고민이라 생각한다.

 

 

#피어클리벤의금화, #판타지소설, #한국판타지, #피어클리벤, #브릿G, #황금가지, #신서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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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자의 하룻밤 - 서재에서 방까지 네 시간
이안수 글.사진 / 남해의봄날 / 2016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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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은 문명화 과정을 거쳐 성장해왔지만 현실의 삶에서 항상 괴로움을 느껴왔다. 인간의 낙원에 대한 갈망은 현실의 고통에 대한 반증이다. 낙원에 대한 열망은 현실의 삶의 고통에 비례하기 때문이다. 이상향에의 갈망은 동서고금을 가리지 않고 다양한 형태로 표출되었다. 서양에 '유토피아', '아르카디아'가 있었다면 동양에는 태평성세의 상징 '요순시대', 홍길동의 '율도국'이 있었다. 이상향은 '인간의 의지'의 유무를 기준으로 유토피아형과 아르카디아형으로 나눌 수 있다. 유토피아형은 토마스 모어의 구상처럼 인간의 의지가 실현되는 인공적 이상사회를 의미한다. 플라톤의 '폴리테이아', 베이컨의 '노바 아틀란티스', 캄파넬라의 '태양의 도시' 등이 이에 해당한다. 아르카디아형은 산과, , 초원에서 자연과 함께 평화롭게 사는 목가적 이상향을 의미한다. 아르카디아형에는 인류 최초의 고향 '에덴동산', 요정들의 낙원 '아발론', 축복 받은 이들이 사는 땅 '엘리시움' 등이 있다.

 

그렇다면 현대인의 현실적 이상향은 어떤 형태에 가까울까? 쳇바퀴처럼 돌아가는 단조롭고 지루한 일상을 반전시켜줄 수 있는 희망이자 꿈과 같은 것… 문명화가 진행된, 일과 삶의 조화 (Work & Life Balance)가 중요시되는 현대인들에게 현실적인 이상향의 모습은 아르카디아형 보다는 유토피아형에서 찾을 수 있지 않을까? 일은 현대인들이 가정과 삶을 유지하기 위해서 필요불가결한 것이 되어버렸고, 이러한 현대 문명사회에서는 목기적 이상향 보다는 인간의 의지가 반영되고 실현되는 사회가 이상향의 모습일 것이기 때문이다.

 

이 책의 저자 이안수씨는 모티프원 (motif#1)의 주인이다. 모티프원은 예술마을 헤이리에 최초로 생긴 게스트하우스의 이름이다. 여행을 좋아하던 저자는 자신이 여행을 하는 이유가 지구 반대편 어딘가의 지리적 풍경 때문이 아니라 여행 도중 만나는 사람들의 마음속 풍경에 대한 궁금증 때문이라는 것을 깨닫고 모티프원에 대한 구상을 시작하였다. 모티프원이라는 이름은 이곳에 머무는 모든 사람들이 이 공간 안에서 인생에 있어 가장 중요한 화두인 '살아갈 이유'에 대해 답을 얻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붙인 이름이다. 2006년 오픈 이후 약 10년 동안 80여개 나라의 2 4천여명의 사람들이 모티프원에서 휴식과 충전, 창조와 나눔을 경험하였음을 고백하고 있다. 이 책은 세계 곳곳에서 모여든 사람들이 모티프원에서 하룻밤을 보내며 나눈 각자의 삶에 대한 이야기이다.

 

우리는 현재라는 시간에 지구라는 공간을 공유하며 세상을 살아가는 여행자라는 점에서 모두 동일하다. 이 책에는 세상을 살아가는 여행자의 입장에서 각자가 깨달은 삶에 대한 통찰이 담겨있다. 노년학 전문가 프랜츠 콜랜드 박사는 운동, 레드와인, 일과 물, 사회관계, 유머라는 건강하게 나이드는 법 6가지를 공유하고 있다. 하지만 콜랜드 박사의 진정한 통찰은 삶의 기준은 언제나 동일한 것이 아니라 나이에 따라 달라진다는 것이다.

 

"현재에 만족하라는 것은 저처럼 나이든 사람이 아닌, 젊은이에게도 해당되나요?"

", 이 말은 노인들에게 해당되는 말이예요. 젊은이들은 미래를 지향하고 모험할 필요가 있지요. 삶의 기준은 나이에 따라 달라야 해요." (p.62)

 

저자의 아들이 유학생활 동안 머물렀던 한 미국 가족의 생활방식을 보며 행복의 비결을 엿보았던 사례도 흥미로웠다. 한국인 하숙생 한명을 차로 픽업하기 위해 왜 매번 다섯 명의 가족 전원이 차로 같이 이동하는지에 대한 매튜의 대답은 다음과 같았다.

 

"낮 동안 흩어졌던 가족들이 모두 이렇게 차 안에 모여 이야기를 나누니 좋지 않아?" (p.283)

 

효율을 기준으로 보면 시간 낭비일수도 있지만 좁은 차 안에서 온 가족이 함께 한다는 것에서 행복을 찾는 것, 매튜네 가족의 행복의 기준은 효율성이 아닌 참여와 공유였다. 매튜 가족의 사례는 모든 삶에는 각각 다른 형태의 행복의 씨앗이 숨겨져 있고, 꽃을 피우는 방법도 제각각일 수밖에 없다는 것을 깨닫게 해준다.

 

부산에서 서점을 운영하는 부부 여행객은 아이들과 함께 나이 드는 서점을 꿈꾼다. 산골서점에서 책을 읽던 어린이가 성장하여 결혼을 하고 자녀를 둔 어른이 되면 아이와 함께 어린 시절의 서점을 다시 찾는... 그 서점의 이름은 "책과 아이들"이다. 책이라는 공통의 관심사를 통해 책나라 군포 출신의 아내와 만나 결혼을 하고 이제는 아이와 함께 추억할 서점을 꿈꿔온 나는 이들 부부에게서 미래의 삶에 대한 영감을 받았다.

 

직장인이라면 누구나 은퇴 후 인생의 후반기 삶을 어떻게 보낼 것인가에 대한 고민을 한다. 저자도 이 땅에서 생을 마치는 것에 대한 회의와 지구 어딘가에 존재할지도 모를 유토피아에 대한 막연한 기대를 품었음을 고백한다. (p.247) 모티프원은 현대인의 유토피아가 될 수 있을까? 삶에 지친 이들이 일상에서 벗어나 리프레쉬할 수 있는 짧지만 달콤한 휴가는 유토피아형 이상향의 하나의 형태라고 할 수 있지 않을까? 모티프원을 세상이라는 격랑에 지친 항해자들이 안전하게 대피할 수 있는 피항지로 만들고 싶다는 저자의 소망은 현실적 유토피아에 대한 기대감을 높인다.

 

질문을 만들어낸 사고방식으로는 그 질문의 답을 찾을 수 없다는 아인슈타인의 말처럼 이상향은 우리가 원하는 객관화되고 정형화된 형태로는 존재하지 않고, 우리가 접근하는 방식으로는 도달할 수 없는 것인지도 모른다. 세상은 즐기는 자와 사랑하는 자의 것이라는 말처럼 이상향은 삶의 순간순간을 빛나는 것으로 만드는 우리의 태도에 달려 있는지도 모른다. 그렇게 해서 설령 이상향을 찾지 못한다고 하더라도 적어도 세상의 주인이 된 우리에게 삶은 여전히 가슴 뛰는 여행이 될 것이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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