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년 4월 독서정산
1. 칼 뉴포트 저, 김태훈 역, 『디지털 미니멀리즘』, 세종(2019), 완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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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의 저명한 논평가 앤드루 설리번은 '나도 한때는 인간다웠다.'라는 제목의 글에서 '끝없는 뉴스, 소문, 이미지의 폭격이 우리를 광적인 정보 중독자로 만들었다. 그래서 나는 망가졌다.'고 말했다. 내가 이 책을 읽은 이유도 크게 다르지 않다. 망가져서다. 그리고 여기서 벗어나기 위해서다.
요즘엔 그런 생각까지 든다. 여기에 목숨이 달려있다고. 각종 디지털기기와 정보 중독에서 벗어나지 않으면 삶은 더 불행해질 거라고.
나쁘지 않았다. 도서관에서 빌려서 읽고 책도 샀다. 주기적으로 한 번씩 읽으며 내 삶에 디지털 기기가 얼마나 스며들었는지 자각하고 여기서 벗어나고자 노력해야겠다. 뚜렷한 목적 없는 인터넷 서핑은 진짜 인생낭비다.
2. 김영하 저, 『작별인사』, 복복서가(2022), 완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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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월에 읽고 4월에 다시 한 번 읽었다. 그때도 그렇고 이번에도 그렇고 작가가 책에 담고자 했던 생각은 인상 깊었고 또 어떤 점에서 내 삶의 모토와도 맞았지만, 서사를 풀어나가는 과정, 그리고 그 서사를 구체적인 시공간과 캐릭터로 구현해나가는 과정에서는 아쉬운 점이 많았다. 예를 들자면, 최박사의 급발진이라던가 철이가 수용소에서 갑자기 인간다움에 대해 고민하는 부분이라던가. 좋은 생각을 담기에 이 책은 너무 얇았다.
읽고 있거나 읽다가 만 책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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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이승종 교수의 "비트겐슈타인 새로 읽기" : 학문적인 철학 책을 자주 읽긴 어렵지만 그래도 어느 정도 팔로우 업 하고는 싶은데, 그 중에 관심을 두고 챙겨보려는 사람이 이승종 교수다. 비트겐슈타인을 자연주의적으로 새로 읽는 작품이고 '자연사적 사실'이라는 것의 의미에 관심이 많아 읽다가 다른 게 바빠져 책을 다시 반납했다. 언젠가 '사유의 이미지'와 '자연사적 사실'이라는 개념을 비교, 교차해 정리해보고싶다.
2. 루소의 "에밀" : 에밀 곳곳에는 번뜩이는 통찰들이 자주 엿보인다. 이 책은 완독하려면 아무래도 혼자는 안 될 거 같고, 단체로 모여 읽던가 해야 할듯...
3. 김명주의 "검푸른 고래 요나" : 3/2 정도 읽고 바빠져서 덮었다. 소설이 좀 몽환적이고 가독성이 좋은 편은 아닌데, 주제라던가 서사는 나쁘지 않았던 거 같다. 종교와 연관지어서 읽으면 재미있게 해석할 게 많은 작품. 난 특히, 여기서도 경계에 선 이중적 존재에 눈 길이 많이 갔다. 인간이자 고래인 요나.
4. 사사키 아타루의 "잘라라 기도하는 그 손을" : 아, 이거도 읽다가 바빠져서 덮었다. 초반에 정보에 대한 강박과 거대한 자아를 주제로 하는 이야기가 흥미롭고, 중세 해석자 혁명에 대한 이야기도 흥미로운 책. 언제 쯤 독후감을 쓸 수 있으려나.
5. 이민열 교수의 "인생을 바꾸는 탐구 습관" : 뭔가에 집중하다가 머리가 지끈거려 쉬고 싶을 때 이 책을 조금씩 다시 봤다. 다시 봐도 좋다. 역시 내가 정말로 존경하는 분 중의 한 분. 사숙 중이다.
6. 아미시 자의 "주의력 연습" : 각종 디지털 기기, 정복 중독으로 산만해진 일상을 되돌아보고 회복하기 위해 고른 책. 계속 읽는 중.
7. Erich Fromm의 The Art of Loving : 실용적으로도 도움 되고 영어 공부도 할 겸 에리히 프롬의 사랑의 기술을 읽고 있다. 거르고 싶은 부분도 많지만 좋은 부분도 많다.
한 달을 돌아보며
1. 뒤적거린 책이 참 많았다. 몇 권을 계속해서 붙잡고 끝까지 읽고 싶지만 이런저런 이유로 며칠 놓고 있으면 포기하게 되기도 하고 잊게 되기도 한다. 전에는 이게 참 싫었는데, 이젠 좀 그러려니 한다. 그러다가 상황도 되고 책도 재밌어서 완독 하면 좋은 거고 아니면 나중에 이런 기록을 바탕으로 다시 읽어나가면 좋은 거 아닌가 싶다.
2. 밀도 있던 글을 쓸 때 사용한 노트를 오래 만에 꺼내봤다. 예전엔 어떻게 이렇게 많은 글을 손으로 쓸 수 있었나 모르겠다. 이젠 이렇게 한 글을 전부 손으로 쓰는 건 쉽지 않지만, 확실히 글쓰기를 위한 구상이나 생각정리, 구조화 과정에서는 손으로 쓰는 작업이 꼭 필요한 거 같다.
3. 상수역에서 청첩장을 받는 자리에서 친구들과 술을 거나하게 마셨다. 둘은 택시를 타고 집에 갔고 나는 술을 좀 깨러 알라딘 중고서점엘 갔다. 세상에서 제일 재밌는 거 중에 하나가 책 구경인데, 이 날은 구경으로만 그치지 않고 술 기운을 빌러 책을 좀 많이 질렀다. 6만 원 넘게 샀는데 앞으로 중고서점에서 이정도로 많이 살 일이 또 있으려나..?
5월에 읽고 싶은 책
1. 어맨다 레덕의 "휠체어를 탄 소녀를 위한 동화는 없다" : 이거는 아마 완독할 듯. 생각보다 몰입감 있고, 밀도 있고, 유익하다.
2. 아마시 자의 "주의력 연습"과 칼 뉴포트의 "디지털 미니멀리즘" : 주의력 연습은 쭉 읽고 디지털 미니멀리즘은 정리하면서 다시 읽고 싶다.
3. 김혜진의 "경청"과 박상영의 "대도시의 사랑법"
4. Erich Fromm의 The Art of Loving
이 거를 기본으로 가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