몹쓸년
김성희 지음 / 수다 / 2010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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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세기 한국인 30대의 여성의 삶이 고스란히 있다고 있다. 친구들이 결혼하고 결혼에 대해 어떤 감정을 갖는 옳을지 모르겠는 30대의 . 부모에게 의지하다 그런 스스로를 한심해하고 어머니아버지를 이해하려 하다가도 그들을 만나면 어떤 가로막힘 같은 것을 느끼고 거기에 대해 후회하는 자식으로서의 . 누구를 만나도 만족하지 하고 그런 채로 사랑하고 싶고 사람 사람 만나며 감정 사이를 오가는 현실적인 이야기.

이야기 후면에 80년대를 살아낸 부모님의 그림자가 스며 있다. 삶이 지금도 역시 그렇듯.

이야기 속의 담담함이 좋았다. 며칠 집에 다녀와서 인생사에 대해 생각해보고 가지 결심을 하고 다시 거기서 좌회전 우회전 어디로 가야할지 깜빡이도 켜고 있던 언니 만화는 괜찮아 다들 그렇게 산단다 하는 같았다. 거기 사랑하고 싶은 마음도 있고 이해하고 싶은 마음도 있고 삶의 고단함도 있고 다들 그렇게 사니 죄책감에 버둥거리지 말고 스스로를 너무 미워하지도 말고 너무 사랑하지도 말자고 말하는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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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맹 가리
도미니크 보나 지음, 이상해 옮김 / 문학동네 / 2006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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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라도 관심을 끌 만한 인생을 살다 갔다. 30여 권에 달하는 소설을 써낸 작가로서 이 아시아 촌구석까지 그 이름이 알려졌다. 이 정도면. 남성으로서 두 번 결혼한 동안 한 여자는 영국 귀부인으로 자신보다 7살 연상의 여인이었고 자신만큼 재능이 있었기에 베스트셀러 소설을 써내기도 했다. 진 시버그라는 잊을 수 없는 배우, 20살 가까운 연하의 여자와 두번째 재혼을 한다. 그둘의 사진이 여기저기 아직까지 돌아다닌다.
그런가하면 군인 출신으로 외무성에서 일했다. 야망을 가진 한 인간으로도 성공한 셈이다. 미국 토크쇼에 프랑스 공보관으로 활약하며 유럽의 정치적 입지, 프랑스의 정치적 입지를 위해 자신의 재능을 발휘하기도 했다. 그의 발언은 충분한 영향력이 있었다. 토크쇼, 유명 잡지들이 그를 인터뷰하고 초대했다. 그가 외무성에서 활동하던 시절.
돈도 벌 만큼 벌어 나이가 들자 지중해에 별장을 마련해 거기서 지내기도 한다.

그는 실은 순수 프랑스인이 아닌 동유럽 출신(러시아)이며 프랑스로 10대에 어머니와 함께 망명한다. 그의 세련된 이름조차 그가 지어낸 가명이다. 스스로 기획한 이름이다. 그가 사용하는 다양한 언어, 러시아어, 프랑스어, 영어 등등은 그를 따라다닌 이방인의 감각의 증거이기도 하다.

자신의 기획에 자신을 밀어붙인 이 남자의 마지막 걸작은, 에밀 아자르라는 가상 인물에 대한 연극이다. 프랑스 문학계에 대한 똥칠이기도 한 이 연극에서 그는 자신의 조카를 대타로 내세우고 우리나라에는 <가면의 생>이란 제목으로 소개된 작품을 통해 조카의 심리(삼촌에 대한, 실은 자신에 대한 어떤 미칠 듯한 괴로움-자기가 내세운 대타에 대해 세계가 기대하고 있을 심리이기도 한)를 묘사하며 즐긴다. 갈리마르 출판사나 르몽드 지가 여기에 진심으로 응답한다. 그는 늘 딴청을 피우며 뒤에서 연극을 준비하고 즐긴다.
그는 자신의 인생을 연출하고 등장인물을 분석하고 그것을 세상에 내놓고 그들이 떠벌리고 흥분하는 것을 지켜본다.

그리고 권총 자살한다.

이 정도면 흥미로운 인생이다. 어디 흥미롭지 않은 인생이 있겠는가 대꾸할 수 있지만, 이 정도로 화려하게 살기는 쉽지 않다. 1차 세계대전의 포화 속에 태어나 세계의 흐름에 응답해야 할 말을 준비하고 그 연기를 완벽하게 해낸 인간이라 할 수도 있다.
이런 남자의 전기다. 도미니크 보나의 입장이긴 하지만 어쨌든 사실에 기초했다. 때로 낭만적인 문장이나 번역의 실패라 할만한 여러 문장이 걸리긴 한다. 그러나 거짓과 진실 사이의 게임에서 혼돈하면서도 앞으로 나아갈 수밖에 없는 인간, 이란 관점에서 흥미롭다. 그것을 끊임없이 밀어붙이며, 자기 자신이 인간임을 증명하기 위해 뒤채고 아무래도 채워지지 않는 구멍을 지우기 위해 덧붙이기를 하는.


누구나 최대한 산다. 그 방식이 다를 뿐이다. 어떤 면에서 다 촌년이고 촌놈이다. 그러나 어떤 면에서 왕이고 영주다. 스펙트럼이 다를 뿐이다. 로맹 가리는 밀어붙일 수 있을 만큼 자기 스펙트럼을 확장한다. 그러면서도 스스로를, 세상을 조소한다. 그게 그의 사랑의 방식이라고 도미니크 보나는 말한다. <자기 앞의 생>에 나온 마지막 문장 '사랑해야 한다'는 아름다운 울림을 넘어선다. 슬프다. 그 문장은 실은 강박이며 조소이다. 그러나 내실한 고백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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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름다운 애너벨 리 싸늘하게 죽다 (무선) 문학동네 세계문학전집 8
오에 겐자부로 지음, 박유하 옮김 / 문학동네 / 2009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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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 가지 기억을 떠올릴 수 있다. 자신이 문학도(이런 고리타분한 이름이 이젠 좀 싫지만 그래도 어쩔 수 없이)라고 자처한다면 누구나 이 소설의 제목과 저자를 접하자마자 떠올릴 수 있는 기억이 있을 것이다.

하나는 애너벨 리라는 에드가 앨런 포의 시에 대한 것이며 다른 하나는 이 책의 작가인 (소설 속 화자이기도 하다) 노벨 문학상 수상작가 오에 겐자부로에 대한 것이다.

애너벨 리라는 시가 지닌 기묘한 아름다움, it was many and many years ago, in a kingdom by the sea 로 시작하는, 흡수력을 가진 시를 처음 영문으로 들었을 때 나는 고등학생이었다. 처음 입학하고 영어 시간에 선생님이 이 시를 칠판에 적었다. 바닷가 어느 마을, 친척들, 그런 단어가 막연히 불러일으키던 묘한 감각.

오에 겐자부로의 개인적 체험은 대학에 들어간 뒤 읽었다. 몇 학년 때인지는 기억나지 않지만 20대 초반이었고 도서관이었다. 나는 앉은 자리에서 그 책을 다 읽었다. 그리고 내용을 전혀 기억하지 못하고 있다. 그 책이 시간을 모두 흡수해 버렸다는 기억밖에 남지 않았다.

 

오에 겐자부로의 소설로는 두 번째다. 허당 문학도다운 독서다. 며칠 전 산 에드가 앨런 포 전집이 펼쳐진 적 없이 뒹굴고 있는 상태.

 

소설은 픽션과 논픽션 사이를 오간다. 소설 속 화자는 노벨 문학상을 탄 노년의 작가이며 현실적인 많은 여건은 작품이 소설이라기보다는 픽션이 아닐까 하는 의구심을 불러 일으킨다. 그리고『개인적 체험』과 마찬가지로 흡입력이 엄청나다. 이 흡입력의 정체는 뭘까? 문장이 불러일으키는 감흥인지 중심 사건에 대한 흥미(미하일 콜하스 영화 프로젝트를 진행하지 못하게 된 이유는 무엇인가) 때문이지 기묘하지만, 어쨌든 소설은 초반부터 독자를 빨아들인다. 게다가 픽션과 같은 여러 정황(간질을 앓는 아들 히카리를 보살피는 아버지의 이야기는 곧 오에 겐자부로의 삶의 한 단면일 것 같다)은 소설을 읽어내려가는 가속도를 끊임없이 높인다. 이 형식은 끝까지 유지된다. 이에 대해서는 뒤에 이야기하기로 하자.


소설의 중심에는 사쿠라라는 여성이 있다. 그녀는 패전 후 일본의 고아 소녀였으나 미군 장교의 손에 길러지다 그와 결혼한 배우이다. 어린 시절 아역 배우로 활약한 바 있으며 ‘나’는 어린 시절 그녀를 애너벨 리라는 영화에서 본 적이 있다. 그녀의 삶의 숨겨진 뿌리가 소설의 핵심인 셈이다. 간략한 몇 줄의 소개만으로도 충분히 매력적인 캐릭터다. 이 사쿠라(벚꽃)라는 여성이 소녀 시절 겪은 상흔이 소설의 중심에 자리한다. 그리고 현재로부터 약 30년 전 기획된 미하일 콜하스 프로젝트에서 ‘나’의 어머니 이야기에 매료되어 미하일 콜하스라는 봉건 시대 반란 장군(?)을 여성으로 대체해 영화를 찍고자 하는 사이, ‘나’의 어머니가 자연스럽게 소설에 개입한다.

사실 모든 여성은 소녀의 시절을 지나 어머니의 생을 살게 된다. 그리고 여성이란 약자의 위치는 자칫 상처로 남을 수 있지만 이 상처를 위무하며 어머니라는 강인한 존재(내게도 역시)가 된다. 세계의 모든 상처 입은 자들이 어머니의 자궁에서 잉태되어 그녀의 품에서 자라났다는 몹시 단순하지만 그러나 어쩔 수 없이 놀라운 깨달음이 이 소설 안에 담겨 있다. 한 고아 소녀(애너벨 리 시에 어울릴 법한, 만지면 부서질 듯 위태로운)가 전쟁의 상흔 속에서 미군의 놀이개로 전락한 시절을 모든 밤 악몽 속에 재현해내고 있으나 그녀가 어머니란 존재에 대한 발견을 통해 자신의 상처를 승화한다는, 정리해보면 뻔하지만 거기 담긴 생의 무언가가 아찔하다. 연약한 한 생명체(칼로 베면 피가 나오고 툭 하고 꺾여버리기도 하는)가 지닌 거대한 힘의 발견(봉건 시대 반란을 이끈 자의 어머니, 노벨문학상을 수상한 자의 어머니, 시대(전쟁 등)의 모든 아픔을 감내하며 자식들(다음 세대)들의 생을 감싸안는 어머니) 때문인지도 모른다.

소설 속에서 미하일 콜하스 영화 프로젝트는 30년 전 좌절된다. 그러나 일흔이 넘은 나와 친구 고모리는 그 세월 속에서 누군가가 드리운 세월의 그늘을 껴안고 노인이 되어 사쿠라의 상흔을 위무하기 위한 기획을 계속한다. 어쩌면 이 소설은 그 기획의 말미일지도 모른다는 픽션과 논픽션의 중간 지점에서 소설이 끝난다.

연약한 것에 대한 지독한 애착이 담긴 시 애너벨 리는 내가 고등학교에 들어가 영어를 배울 무렵 배운 시이다. 말하자면 어느 정도 교육을 받은 이들은 대부분 이 시를 접하게 된다. 이 시에는 무언가 마력적인 것이 있다. 그것은 바로 연약한 것에 대한 한없는 애정인지도 모른다. 그것이 추악하게 발휘될 수도 있고 아름답게 발휘될 수도 있지만, 인류에게는 그런 연약함에서 부드러운 힘을 발견하는 내면이 있는 게 아닐까. 모든 문학은 인간이란 존재의 연약함에서 부드러운 힘을 발견하는 일이 아닐까. 노벨 문학상 수상 작가의 노년의 작품은 이를 정면으로 응시하는 데 주저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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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깨비 신부 1
말리 지음 / 세주문화 / 2002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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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리데기는 한국 고유의 무속 신앙 설화 중에서 파낼 게 많은 작품이다. 공주로 태어난 아이가 딸이란 이유로 버려지지만 부모에게 효도하기 위해 다시 나타나 무장승의 아내가 되고 여러 고난을 뚫고 결국 무당(저승 세계와 이승 세계의 연결자) 역할을 하게 된다는 내용은 환상적 리얼리즘의 한국판 저장고라 할 수 있다.

말리의 『도깨비 신부』는 바리데기의 현대판 만화다. 무당의 손녀로 태어나 부모에게 버림 받고 아이들에게 놀림 받던 아이가 도시로 와서 자기 정체성을 찾아가며 바리데기와 같이 이 세상과 저 세상의 이음줄로 자립한다는 내용은 충분히 매력적인 소재다.

게다가 이런 탄탄한 서사적 맥락을 끌고가는 힘도 있다. 무당의 손녀로 태어난 아이는 바닷가 마을의 용을 본다. 우리 고유의 신화와 일맥상통하는 스토리의 시작이 흥미를 자극하는가 하면 자기 운명을 제대로 잇지 못해 죽어버린 엄마가 있는 그녀의 운명은 공감을 불러일으킨다. 왠일인지 모르겠지만 대부분은 어린 시절의 외롭고 쓸쓸한 구멍을 지니고 있기 때문이다.(아마 그 구멍이 기억의 조작에 의해 점점 확대된 것일 테지만)

주인공은 점점 무당이라는 자기 정체성을 받아들이고 도깨비의 도움을 받으며 정신적 성장을 이루고 아픈 이들의 상처를 어루만져주게 된다. 이는 정확한 영웅 설화의 구조다. 남 다르게 태어난 주인공이 고난을 겪지만 조력자의 도움을 받아 이를 극복하고 영웅이 된다는 이 구조는 헐리웃 영화에서도 자주 볼 수 있다. 그러나 대부분의 헐리웃 영화들이 구조적 안정성을 추구하지만 알맹이는 텅 비어있다는 느낌을 주는데 비해 도깨비 신부는 알맹이가 꽉 차 있다. 주인공이 현실과 마주하는 장면들이 가슴을 울리기 때문이다. 5권에서 폭력 아버지를 피해 동생을 두고 도망쳐 나온 남자의 이야기나 7권에서 정신 지체 어머니에 대한 피해 의식과 애정 사이를 갈팡질팡하는 여자 이야기는 바로 우리 주변의 상투성(상투적이라 피하고 싶은) 자체이기 때문에 힘을 얻는다. 작가는 이런 상투성이란 이름으로 덥혀버린 현실을 귀신, 도깨비와 같은 환상의 영역과 버무리며 채색하고 윤을 낸다.

게다가 단순히 무당에 대한 감각만을 그리는 게 아니라 조사를 바탕으로 한 듯한 전문적인 설명들과 용어들, 비현실 영역을 다른 방식으로 접근하는 이들을 소개하며 이야기의 몸피를 불려나간다. 지방 덩어리가 아니라 탄탄한 근육으로.

어서 다음 권이 나와서 이 작품이 어떻게 하나의 생명체로 멋지게 자기를 완성해 가는가 보고 싶다. 그동안 한국 만화는 잘 보지 않았는데, 반성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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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년생 1
키오 시모쿠 지음 / 대원씨아이(만화) / 2000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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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가 내가 만화책 보는 것을 보더니 말했다.  

"대체로 그런 것 같아.  

커플은 한심한 남자와 야무진 여자야" 

(5권 마지막화 제목이다)  

그러므로

본격 연애물의 절정인 셈이다.

아 남성은 그런 거구나   

이렇게 생생하게 말해준 만화는 처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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