뼈아픈 별을 찾아서 - 이승하 시집 시와시학사 시인선 16
이승하 지음 / 큰나(시와시학사) / 2001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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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판절판


나의 책장에는 100권 정도의 책이 꽂혀 있다

내가 한 권 한 권 사 모은 것도 있고 한꺼번에 여러 권 산 것도 있다

선물받은 것도 있고 어쩌다보니 갖게 된 것도 있다

그리고 그 중 반 정도의 책을 읽었다

반 정도는 방치된 상태다

 

방치된 책 중 한 권을 펼쳐 들었다

아주 오랜만에 시집을

읽었다

시라는 거 읽고 살기 힘들다는 거 요새는 알겠다

사람들이 왜 시도 안 읽고 살지 했는데 살아보니 나도 그렇게 된다

그래서 조금 슬프다

사람에게는 누구나 시가 들어찰 공간이 조금은 있는 게 아닐까

그런데 살다보니 바쁘다보니 그 공간을 까마득히 잊고 있는 게 아닐까

그 공간만 혼자 남아 공허히,

시가 들어차는 공간을 채웠다 아주 오랜만에

아침에 출근하는 지하철에서 한 편씩 한 편씩 더디게

읽었다

꼭 몸이 편안해야만 시를 쓰는 건 아니다

시를 쓰는 건 몸이 아니라 마음이니

 

그런데 왠지 나는 몸이 불편해 시를 못 쓴다고 말하고 싶다

마음보다 몸이 불편한걸까

시는 무얼까

 

교수님 시집이다

시집에 대한 평을 하지 않는 게 좋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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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로레스 클레이본 스티븐 킹 걸작선 4
스티븐 킹 지음, 김승욱 옮김 / 황금가지 / 2003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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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로레스 클레이본

스티븐 킹의 소설

왠지 대중작가라는 악명(?)때문에 선뜻 손을 대지는 않는

누군가의 권유로 처음으로 읽게 된 스티븐 킹의 소설

왠만한 영화의 저작권을 가지고 있는 작가

 

돌로레스 클레이본

여자 이름, 평생을 고생만 딥따 하며

베라라는 여자의 가정부로 조의 아내로 셀레나의 어머니로 살며

나쁜 여자가 된 이름

왜 나쁜 여자가 생기는가

왜 남편에게 여자는 바가지를 긁는가

왜 남편을 죽여야만 하는가

 

이 소설 보다가 잔 날은 악몽을 꿨다

뭔가 찝찝한 기분의 악몽이었다

소설이랑 무슨 연관이 있는 건 아니었다

그저 이 소설에 나오는 우물, 일식, 쫓김, 환영, 환청들이

내 꿈에서 재해석되어

나만의 죽음이 만들어지는 꿈

 

꼭 꿈에서는 누군가에게 쫓겨서 숨이 막히는 그런 기분이 들듯이

돌로레스 클레이본은 그런 꿈을 현실적으로 써낸다

왜 환영에 시달리며 평생을 살아가야 하는지에 대한 현실적인 해석 정도

 

구어체 문장이기 때문에 잘 읽힌다

그리고 나름대로 재밌다

선명한 캐릭터, 뛰어난 묘사나 비유도 많다

하지만 뭐가 남는지는 아직 모르겠다

책이 나빠서라기 보다 내가 멍청해서인지도...아니면 괜히 어려운 거 좋아하는 그런 기분이 들어서...

뭐 그럴지도 모른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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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에트라 강가에서 나는 울었네
파울로 코엘료 지음, 이수은 옮김 / 문학동네 / 2003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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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도사 토머스 머튼은 말했다.

“영적인 삶은 사랑이다. 사람들은 타인을 보호하거나 도와주거나 선행을 베풀기 위해 사랑하는 게 아니다. 우리가 누군가를 그렇게 대한다면, 그건 그를 단순한 대상으로만 여기고 자기 자신을 대단히 현명하고 관대한 사람이라고 착각하는 것이다. 사랑과는 전혀 무관하다. 사랑한다는 것은 타인과 일치하는 것이고, 상대방 속에서 신의 불꽃을 발견하는 일이다.”


어쩌면 사랑은 주어진 시간이 다하기도 전에 우릴 늙게 했는지도 모르겠다. 어쩌면 젊음이 이미 다했을 때 다시 젊게 하는 것인지도.


우리 삶에 주어진 매순간에는, 그렇게 할 수도 있었지만 결국 그렇게 하지 못한 것들이 있게 마련이다. 마법의 순간은 깨닫지 못한 채 지나가버리고, 순식간에 운명의 손길은 모든 것을 변화시켜버린다.


인간의 지혜라는 것이 신의 눈에는 광기일 뿐이라는 것을 기억하십시오. 우리가 우리의 영혼 속 아이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인다면, 우리의 눈은 좀더 밝아질 것입니다. 우리 영혼 속의 아이와 만나는 끈을 놓치지 않는다면, 우리는 생과의 만남도 놓치지 않게 될 것입니다.


알고 있다. 사랑이 댐과 같다는 것을. 아무리 조그만 틈일지라도 방치하여 무이 새어나오게 내버려두면, 그 작은 틈이 곧 댐을 무너뜨리리라는 것을. 거센 물살의 힘을 막을 수 없으리라는 것을. 댐이 무너지면, 사랑이 모든 것을 지배하게 된다. 그리고 나면 무엇이 가능한지 불가능한지, 내가 나의 연인을 내 사람으로 만들 수 있는지 없는지를 알 수 없게 된다…… 사랑한다는 것, 그것은 통제력을 상실하는 것이다.


사랑은 덫으로 가득하다. 사랑이 그 모습을 드러낼 때, 사랑은 오직 밝은 면만을 우리에게 보여줄 뿐, 그 빛이 만든 그림자는 볼 수 없게 한다.


“나누어진 왕국이 적들에 대항해 스스로를 방어하지 못하듯이, 나누어진 사람은 삶을 당당하게 마주하지 못하는 법이니까.”


“아직 때가 되지 않았는데 낙원으로 돌아가고자 하는 자의 고통을 막기 위해서 내가 뭘 할 수 있겠소?”

“아무것도요, 신부님. 아무것도 할 수 없어요.”


“사실 전 가진 게 없어요.”

“아가씨에겐 아가씨의 삶이 있어요. 기나긴 삶이. 그걸 좀더 잘 간직하도록 해요.”


어떤 느낌을 붙잡을 수 없이, 너무 천천히 책을 읽었다. 그래서 중간쯤엔 지루할 뿐이었다. 투정인지 책의 내용때문인지 알 수 없으니, 불평은 피하자.


사랑이야기이다. 어느 날 여자와 남자가 만났더라. 오래전부터 알고 지낸 사이이지만 다시 만나니 사랑이 샘솟더라는, 원래 물이 없는 곳에서는 샘이 있을 수 없으니, 그들 마음에도 오래전부터 사랑이 있었겠지. 그 샘이 어느 날 펑하고 터진 것이다.

그리고 기적, 종교, 신, 사랑,……

사랑은 언제나 자기 마음속에 있다고 한다. 해매임은 마음속의 길을 잃은 것이라고. 그럴지도, 아마도, 그렇겠지.

마음의 줄을 잘 붙들어야 겠다.

액션이라는 측면에서 파울료 코엘료의 소설은 베로니카, 죽기로 결심하다를 추천하고 싶다. 이 소설은 어딘가 좀 빈 듯한 기분이 든다. 어딘가.

현실과 너무 동떨어진 때문인지도. 추상은 모두와 맞닿지만 그만큼 멀어서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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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미카엘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15
아모스 오즈 지음, 최창모 옮김 / 민음사 / 1998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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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선은 적어보기로 하자. 약간은 혼돈스러우므로.


-돌아가신 아버지는 가끔 이런 말씀을 하셨다. 보통사람이 철저한 거짓말을 한다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거짓은 늘 저절로 드러나버린다고 말이다. 그건 마치 너무 짧은 담요 같은 것이다. 발을 덮으려고 하면 머리가 드러나고 머리를 덮으면 발이 빠져 나오고. 사람은 그 구실 자체가 불유쾌한 진실을 드러낸다는 사실을 깨닫지 못한 채 무언가 숨기기 위해서 복잡한 구실을 만들어낸다. 반면에 완전한 진실은 철저하게 파괴적이고 아무런 결과도 가져다주지 못한다. 보통 사람이 무엇을 할 수 있겠는가? 우리들이 할 수 있는 일은 그저 조용히 서서 지켜보는 것뿐이다. 우리가 할 수 있는 것은 그뿐이다. 조용히 서서 지켜보는 것.


-사실 이 시기에는 우리 사이에 일종의 불편한 타협 같은 것이 존재했다. 우리들은 aklc 장거리 가차여행에서 운명적으로 옆자리에 앉게 된 두 명의 여행자들 같았다. 서로에 대한 배려를 보여주어야 하고, 예절이라는 관습을 지켜야 하고, 서로에게 부담을 주거나 침해하지 않아야 하며, 서로 아는 자신들의 사이를 이용하려고 해서도 안 되는. 예절바르고 이해심을 발휘해야 하고. 어쩌면 가끔씩은 유쾌하고 피상적인 잡담으로 서로를 즐겁게 해주려고 해야 하고. 아무런 요구도 하지 않으며. 때로는 절제된 동정심을 보이기도 하면서.


-오로지 나만이 시간의 차가운 손아귀에서 아주 작은 부스러기조차 포기하려 들지 않는 것이다. 시간이 일상적인 말에 주는 마법 같은 변화는 어떤 것일까? 사물에는 일종의 연금술이 있는데, 그것은 내 삶의 내적인 선율과도 같은 것이다.


-겨울 내내 바람 하나가 예루살렘의 소나무 꼭대기를 흔드는데 그 바람은 사라지면서 소나무에 흔적조차 남기지 않는다. 당신은 낯선 사람이에요, 미카엘. 당신은 밤마다 내 곁에 누워 있지만 낯선 사람이에요.


-시간과 기억은 사소한 말들을 각별하게 봐준다. 특별히 친절하게 대하는 것이다. 시간과 기억은 부드러운 황혼 빛으로 사소한 말들을 둘러싼다.

나는 사람들이 높은 곳에서 난간에 매달리는 것처럼 기억과 말에 매달린다.


-사람이 다른 사람에 대해 알 수 있는 일은 얼마나 적은가. 아무리 세심한 사람이라도. 아무것도 잊지 않는 사람이라도.


-다른 사람을 행복하게 하기 위해서 해야 할 일이란 얼마나 작은 것인가.


-나는 이 슬픔이 어디서 오는 것인지 스스로에게 묻는다. 도대체 어느 저주받은 곳에 숨어 있다 나와서 슬며시 기어들어와 나의 고요하고 푸른 아침을 망쳐놓는지를. 서류 정리하는 사무원처럼 나는 수많은 무너져가는 기억들을 분류한다. 모든 숫자를 긴 줄에 늘어놓는다. 어딘가에 심각한 실수가 숨어 있다. 이건 환상인가? 나는 어딘가에서 지독한 실수를 찾아냈다고 생각했다. 라디오는 노래를 멈췄다. 라디오는 갑자기 여러 도시에서 발발한 분규에 대해서 말하기 시작한다. 나는 깜짝 놀란다. 여덟시. 시간은 결코 쉬지 않고 누구도 쉬게 하지 않는다.


-하루하루 음울한 똑같음. 나는 한 가지도 잊을 수가 없다. 차가운 시간의 손가락에 부스러기 하나 내놓지 않으려고 한다.


-꿈을 만들어내는 힘들이 나에게 꿈과 실제를 나누는 선을 넘게 해준다. 그 서늘한 지배. 밝은 회색에서 어두운 회색으로 넓게 퍼져 있는 형상들의 작용.


-꿈이 산산조각나면 민감한 사람들은 구겨지는 것이 아니라 깨진다.


-당신이 당신 아버지의 아들이라는 게 끔찍한 게 아니라 당신이 당신 아버지처럼 말하기 시작했다는 게 끔찍한 거라구요. 그리고 당신 할아버지 잘만. 우리 할아버지. 우리 아버지. 우리 어머니. 그리고 우리 다음에는 야이르. 우리 모두가요. 인간이 계속해서 거부당하는 거잖아요. 계속해서 새로운 초안이 만들어지는데 결국은 다 거부되고 구겨져서 쓰레기통에 던져지고는 새롭고 약간 발전된 개작으로 대체되는 거죠. 이 모든 게 다 얼마나 쓸데없는 일인지. 정말 무의미한 농담이죠.


아주 개인적인 편견에 의해 뽑은 문장들이다. 어느 정도 동의하거나 깜짝 놀라거나 이해할 수 없는 문장들 정도.

관계의 빈 공간을 끊임없이 집요하게 파고든다. 파헤치고 폐허를 만든다. 그 빈 공간에 망상과 꿈을 집어넣는다.

이루 말할 수 없는 불안이 찾아든다. 빈 공간 때문? 혹은 꿈 때문?


그러나 그렇지 않다면? 만일 한나가 미카엘과의 관계에 만족했다면? 그럴 수도 없지만, 불안의 공간을 의식하지 못했다면?

그래도 구멍은 남아서 차츰차츰 우리를 잠식한다.

마치 바람소리가 창을 두드리듯 무심히 두드릴 뿐, 지나쳐가듯, 그러나 간간히 계속되며.


음미할 필요가 있는 문장.

-내가 이 글을 쓰는 것은 내가 사랑하던 사람들이 죽었기 때문이다. 내가 이 글을 쓰는 것은 어렸을 때는 내게 사랑하는 힘이 넘쳤지만 이제는 그 사랑하는 힘이 죽어가고 있기 때문이다. 나는 죽고 싶지 않다.


한나에게는 타인의 죽음조차 내면적인 사건이다. 내면적으로 그가 자신의 공간에서 소멸해가면 그것은 죽음과 다름없다. 사랑하는 사람이 부재하는 게 아니라 나의 어떤 알 수 없는 힘이 그를 부재로 몰아넣는다.

슬프게도, …….


가끔은 마구 소리치고 싶다. 이유는 알 수 없다. 그냥 무언가 알 수 없는 힘이 나를 그렇게 하고 싶도록 만든다. 어디 나의 다른 곳, 내가 의식하지 못하는 곳에 내가 있어서일까? 시간 속에 점차 그런 나가 쌓여가고 있다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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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제계단이 있는 천변풍경
김도언 지음 / 자음과모음(이룸) / 2004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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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도언 책이 나왔다는 사실을 알고 서점에 가서 바로 그의 책을 샀다

이전부터 언제 이 작가의 책이 한 권쯤 나올까 기다리고 있던 중이었다

내가 김도언이란 2004년 1월에 첫번째 소설집을 낸 작가를 안 것은 작년

수업시간 존경하는 선생님께서 이 작가의 단편 "기호태전"을 한 번 읽어보라고 말씀하셨기 때문이다

도서관에 가 문예지에서 그의 작품을 읽고 꽤 흡족해한 나는

어떻게 어떻게 찾아서 그의 다른 단편 "부주의하게 잠든 밤의 악몽"을 읽었다

불안 때문에 자신을 파괴하는 여자의 심리가 꽤나 깔끔하고 동적으로 묘사되어 있었다

어딘가 그녀의 모습은 나를 닮기도 하여서 였을까

나는 이 작품으로 인해 김도언이란 작가의 작품집을 기다리는 사람이 되었다

서점에서는 친구에게 이 사람 나중에 유명해질 꺼야 두고봐라고 말하기까지 했다

 

그리고 어제 새벽 잠이 오지 않아 그의 소설집을 모두 읽었다

솔직히 말하자면, 그의 소설집은 나의 기대를 만족시키지는 못 했다

기호태전과 부주의하게 잠든 밤의 악몽을 통해 나는 그가 위트가 넘치거나, 날카롭고 예리한 정서에 가닿아있는 사람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에

기대가 커서 였을까

그는 어딘가 아직 모가 난 돌처럼 이리 들쑥 저리 들쑥하며 작품을 통해 여러 코드들을 기웃거리고 있었다

불안이라든가, 현대 대중문화라든가, 섹스 비디오 파문이라든가 하는

현대적인 코드가 아직 공간이 남은 상자 속에 담겨 있었다

 

미숙하다는 것은 어쩌면 좋은 일일 수도 있다 성숙의 여지가 있기 때문에

게다가 그는 이제 등단하고 첫 작품집을 낸 소설가이니까

어쩌면 여러 코드에 접속하고 있다는 것은 여러 시도를 통해 자신의 길을 찾아가는 과정일 수 있으므로

 

그리고 나는 마직막으로 이런 말을 할 수밖에 없다

"너나 잘해"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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