좀 매정해 보이지만 실제로 자연 생태계는 우리가 멀리 떨어져서 보면 공생하고, 가까이 보면 살아남기 위해 경쟁한다. - P224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지금 보니 완벽한 일제시대 천재 지식인의 은유다. 28세 요절한.

내 방은 침침하다. 나는 이불을 뒤집어쓰고 낮잠을 잔다. 한 번도 걷은 일이 없는 내 이부자리는 내 몸뚱이의 일부분처럼 내게는 참 반갑다. 잠은 잘 오는 적도 있다. 그러나 또 전신이 까칫까칫하면서 영 잠이 오지 않는 적도 있다. 그런 때는 아무 제목으로나 제목을 하나 골라서 연구하였다. 나는 내 좀 축축한 이불 속에서 참 여러 가지 발명도 하였고 논문도 많이 썼다. 시도 많이 지었다. 그러나 그것들은 내가 잠이 드는 것과 동시에 내방에 담겨서 철철 넘치는 그 흐늑흐늑한 공기에 다 비누처럼 풀어져서 온데간데가 없고 한참 자고 깬 나는 속이 무명 헝겊이나 메밀껍질로 띵띵 찬 한덩어리 베개와도 같은 한 벌 신경(神經)이었을 뿐이고 뿐이고하였다.
그러기에 나는 빈대가 무엇보다도 싫었다. 그러나 내 방에서는 겨울에도 몇 마리씩의 빈대가 끊이지 않고 나왔다. 내게근심이 있었다면 오직 이 빈대를 미워하는 근심일 것이다. 나는 빈대에게 물려서 가려운 자리를 피가 나도록 긁었다. 쓰라리다. 그것은 그윽한 쾌감에 틀림없었다. 나는 혼곤히 잠이든다.
나는 그러나 그런 이불 속의 사색생활에서도 적극적인 것을 궁리하는 법이 없다. 내게는 그럴 필요가 대체 없었다. 만일 내가 그런 좀 적극적인 것을 궁리해 내었을 경우에 나는 반드시 내 아내와 의논하여야 할 것이고 그러면 반드시 나는 아내에게 꾸지람을 들을 것이고 나는 꾸지람이 무서웠다느니보다도 성가셨다. 내가 제법 한 사람의 사회인의 자격으로일을 해 보는 것도, 아내에게 사설 듣는 것도,
나는 가장 게으른 동물처럼 게으른 것이 좋았다. 될 수만 있으면 이 무의미한 인간의 탈을 벗어 버리고도 싶었다.
나에게는 인간 사회가 스스러웠다. 생활이 스스러웠다. 모두가 서먹서먹할 뿐이었다. - P90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생각의 탐험 - 최재천 교수와 함께 떠나는
최재천 지음 / 움직이는서재 / 2016년 7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청소년을 위한 도서다. 최재천 선생님이 하시는 얘기가 좋아 이것저것 보고 있던 보게 책인데, 청소년용이어도 상관 없지 않을까 싶었는데, 이미 어느 정도 익숙해진 이야기(목차에 나온 주제에 따라) 청소년들에게 전달하는 내용이다보니 새롭지는 않았다. 그러나 학업을 향해 뛰어가는 청소년들에게는 책의 관점들이 새로울 수도 있겠지? 청소년이 아니다보니 수는 없지만.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폭풍의 언덕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118
에밀리 브론테 지음, 김종길 옮김 / 민음사 / 2005년 3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어릴 책을 읽었다고 기억하고 있다. 이모집에서 세계문학전집 같은 꽂혀있어서 단숨에 읽었다. 지금 읽은 판본보다는 훨씬 얇은 책이었고, 이야기 속으로 빨려들어가 시간을 잊고 읽었다고 기억하고 있다. 그러나 내용은 하나도 기억하지 못하고 있었다.


폭풍의 언덕 하면 그냥 떠오르는 이름 히스클리프만 알고 있는 수준인 셈이다. 히스클리프는 야생성의 상징으로 떠돌고 있는 걸까? 이렇게 이름이 유명해진 걸까? 생각해보니 이런 이름을 가진 다른 주인공은 없다. 존이나 아서가 아닌 히스클리프. 다섯 글자의 이름. 집시의 아들인듯 구리빛 피부를 가진. 주워온 남자아이.

 

하니 바로 왕좌의 게임의 스노우가 떠오르는데, 역시 주워온 아이였다는 점에서는 폭풍의 언덕의 영향 아래 있다고 수도 있겠다. 가족과 사랑에 빠진다는 점에서도.

 

인간의 파토스, 이성으로 되지 않는 어딘가에 대한 이야기다. 아주 어린 시절부터 함께하던 히스클리프,

결핍된 존재, 결핍이 이끌어낸 어떤 내면, 그와 친구가 캐서린. 유일한 이해자. 깊은 분노마저 통하는, 유일하게 나를 이해해주는 사람.

 

이루지 못한 사랑이 불러일으킨 계략과 술수, 어린 시절 멸시를 되갚음하는. 그러나 실은 모두 어떤 결핍을 끌어안고 산다. 작품 속에는 반대편의 인물로 린튼이 있다. 결핍 없이 사는 사람. 결핍을 이해하지 못하는 사람.

 

폭풍의 언덕의 반대편의 작품이 위대한 개츠비일까. 그렇다면 나는 차라리 폭풍의 언덕이 좋다.

 

우리의 파토스. 차츰 잊혀져가나 실은 언제나 있을 수밖에 없는.

 

규범이라는 것은 어디까지 정당한가.

과연 정해진 선은 어디일까.

너머는 모른 해도 된다는 건가.

 

 



댓글(0) 먼댓글(0) 좋아요(4)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그래서 어떻게 보면 생명은 바로 이 불멸의 DNA 나선의 일대기인 셈이지요. 태초부터 지금까지 한 번도 죽지 않고 살아남은 그 대단한 화학물질의 일대기라는 겁니다. - P63

다윈주의는 한마디로 개체를 중요시하는 이론입니다. 이전 사상들에서는 전체가 중요했고, 목표가 뚜렷한 전체를 위해서 개체의 희생은 불가피한 것이었습니다. 하지만 다윈에게 중요한 것은 하나하나 따로따로 숨쉬는 개체, 그리고 개체의 번식을 통한 형질의 계승이었습니다. 그 과정에서 변이를 통해 변화가 일어나며, 이것은 다시 각각의 개체를 이전의 개체들과 다르게 만듭니다. 이렇게 각기 다른 것이 우리의 본질이며, 그 다양성이야말로 아름다운 것이라고 다윈은 주장했습니다.  - P64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