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곳은 정릉, 3평 남짓한 서재 겸 작업실 > "고래동무"가 되어주세요.  (댓글:8, 추천:5)
2005-10-18 23:21

 "씨바, 이거 딱 나보고 하는 소리야. 씨바... 뒈져야 되 그냥..." 

 자조적이나마 웃음을 띄고 있었지만 그녀석은 얼굴을 모닥불에 묻은 듯 붉게 상기되어있었습니다. 지난달 술잔을 기울이던 중 김규항의 새 책 이야기가 나오고, '딱 상상할 수 있을 만큼'의 이야기가 뜨기 직전이었을겁니다. 저 말 한마디에 맥주잔 앞에 둘러앉은 우리는, 한 마디도 더하지도, 빼지도 못했습니다. 그렇게 어색한 침묵과 웃음이, 붕 뜬 이야기가 잠시 오고간 후, 다른 이야기로 애둘러 화제를 돌렸습니다. 저 책 첫머리의 이 말 때문이었습니다.

내 글을 얼마간의 사회의식을 배설하는 데 사용하는 사람들이 거슬렸고...(책 머리말 중에서)

김규항씨의 두번째 책을 '사서'읽으신 분들 중, 제 친구녀석의 씁쓸한 웃음을 지으신 분도, 저와 나머지 친구들의 어색한 침묵을 겪으신 분도 있으실 겁니다. 먹먹함과 답답함을 느끼시는 분들도 많지 싶구요. 오늘 아침인가, 바람구두님이 올려놓으신 페이퍼에 대한 댓글과 추천수는 그런 반응들이 조금씩 움튼 거라고 보아도 되겠지요.

그 먹먹함을 조금이나마 풀기 위해서, 고래 동무가 되어주십시오.

 아시는 분 아시겠지만, 이 잡지는 김규항씨의 주도로 근 2년째 출판되고 있습니다. 상업성 없을 뿐더러, 재미있고 유익하다는 말로 모자랄 만큼 훌륭한 잡지입니다. 하지만 어쩔 수 없이 이 잡지도 '서점에서 돈을 주고 사서'읽거나 '도서관 같은 곳을 통해 돌려'보아야 합니다. 이제껏 '고래가 그랬어' 가능한 한 이런저런 공부방이나 농어촌 지역의 도서관에 무료로 잡지를 발송하고 있지만 힘에 부치는 게 현실이라고 합니다.

그래서 '고래동무'를 모으는 겁니다.  한달에 한 계좌 7500원이면 고래가 그랬어를 공부방 한 곳에 보내고 20-30명의 아이들이 즐겁게 읽으며 생각과 마음을 키워 나갈 수 있습니다. 고작 잡지 하나 보는 데 너무 과도한 수식 아니냐고 물으실 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런 분들께, 저는 이 일화를 들려줍니다.

 

“씨바, 기분 좋네요. 정말.” “넌 술 먹으면 기분 좋잖아.” “씨바, 그게 아니라니까요.” “아니긴 뭐가 아닌데.” “지난번에 설문조사 한다고 ㅎ초등학교에 창간호 보냈잖아요.” “그랬지.” “6학년 한 반 아이들 전부가 책을 읽었거든요. 그런데 오늘 한 아이 엄마가 그 반 행사 때 아이들 먹으라고 빅맥 세트를 숫자대로 가져왔나 봐요.” “그런데.” “한명도 안 먹어버렸대요.” “정말이야.” “정말이니까 이 시간에 전화한 거 아닙니까. 한 아이가 벌떡 일어나서 ‘맥도날드 먹으면 안돼’라고 외치니까 모든 아이들이 ‘뚱보 된다’, ‘맥도날드는 나쁘다’ 등등 저마다 한마디씩 하며 동조했답니다.” “저런.” “교사가 햄버거 사온 아이 엄마에게 자초지종을 설명해 주니까 민망해하면서 몽땅 싸들고 돌아갔대요.” “그것 봐라, 애들은 된다니까.” “그러게 말에요. 기분 좋네요. 정말.”

출처: 김규항 블로그(http://gyuhang.net/archives/2003/11/06@12:18AM.html)



김규항씨의 책이 많이 팔리고, 그의 불온한 '건달'정신이 더 퍼지는 것도, 그로 인해 바람구두님이 느끼셨을 감정이 더 퍼지는 것도 의미있는 일일 겁니다. 하지만 더 의미있는 일은 '고래 동무'가 더 늘어나 '고래가 그랬어'를 더 많은 어린이들이 읽게 되는 일이 아닐까요?

그나마 가까운 어린이들에게 이 책을 사주는 데 그쳤던 저도 오늘 한 계좌 가입했습니다. 엄니 빚 갚고 혼자 만땅재 살림 꾸려나가는 와중에도 먹고 살겠다고 하루 세끼 꼬박꼬박 아구리에 쳐넣는 게 그리 널널한 편은 아니지만 뭐. 한 이삼 일 식비 아껴서 고래 동무 하나 더 늘어나는게 목구녕에 밥 한술 더 밀어넣는  일보다 의미있는 일이라 생각하기에 마음만은 한결 가볍습니다.

오늘 제가 누이라 부르는 이의 전화를 받았습니다. 좀 늦게 이 잡지를 접한 누이는 발벗고 나서서 고래동무 늘리기 운동을 전방위로 펴나가고 있더군요. 조금 부끄러워지덥디다. "이 좋은 잡지를 이제 알았냐."고 타박했던 걸 후회할 정도로 말이죠.

이 글을 보시는 분들도 고래 동무가 되어주시길 부탁드립니다.
그리고, 여러 곳에 이 소식을 알려주시길 부탁드립니다.
고래동무의 동질감을 느낄 수 있는 사람들이 더 많아졌으면 좋겠습니다.

 

그럼 부탁드리겠습니다.

고래동무 홈페이지: http://www.dongmoo.or.kr/friend/main.php



마이페이퍼 링크 주소 : http://www.aladin.co.kr/blog/mypaper/7555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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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8)   
바람돌이
저도 퍼갈게요. 우리 같이 고래동무가 돼요. 앗! 추천도!! ^^ - 2005-10-19 00:27
 
돌바람
바람돌이언니 따라하기로 했어요. 저도 고래동무 신청하고 왔지요. 고래동무로 첫인사 도장도 찍습니다. 꾸욱~~ - 2005-10-19 02:12
 
마태우스
전 얼마전에 고래동무가 되었습니다 호홋. - 2005-10-19 09:17
 
선인장
매너님 땡큐... - 2005-10-19 11:44
 
mannerist
속삭이신님_공식 반응 남긴거 보셨죠? 다시 한번 감사 또 감사.

바람돌이님, 돌바람님_감사합니다.

마태우스님_역시나. =)

선인장누이_아웃백 스테이크 언제 사줄거유? 나 그 담배 여적 잘 가지고 있는데. 요즘 누이 놀리는 재미들려 밉보여서 안사줄래나? 그러고보니 정말, 불의검도 사주기로 했었잖아요. 헤헷... 뭐 천. 천. 히. 기다릴께요. 서울가면 전화드릴께요. ^_^o- - 2005-10-19 12:45
 
mannerist
허리 잘린말이 아닌, 조금 구체적으로 말씀해 주시길 부탁드립니다. - 2005-10-19 16:46
 
mannerist
혹 위의 쌩뚱맞은 코멘트에 대해 오해가 있을까 해서 밝힙니다. 바람구두님이 달아놓으신 댓글에 대해 바로 위와 같이 여쭈었는데 댓글을 지우셨습니다. 바람구두님께서 달아놓으신 댓글은 다음과 같습니다.


"내 글을 얼마간의 사회의식을 배설하는 데 사용하는 사람들이 거슬렸고...(책 머리말 중에서)" 짜증난다...김규항... - - 2005-10-20 00: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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쌩뚱맞은 매너님의 마지막 코멘트에 대한 나의 쌩뚱맞음을 표현하는 방법 역시 이런 것밖에 없는가 아침 나절 잠시 고민에 빠졌었습니다. 우선 잘못이야 매너님의 페이퍼에 그저 혼자 삭이면 그만이었을 잠시잠깐의 감정을 앞뒤 토막낸 짤막한 댓글로 올려버린 제 잘못이었고, 생각해보니 잘못한 듯 하여 삭제하였는데, 구태여 자신의 메일계정에 자동 저장된 제 코멘트를 뒤져서 그대로 끌고와 자신의 댓글이 쌩뚱맞아지지 않길 바란 매너님의 각박해 보이는 처신을 나무랄 수는 없겠지요. 문제를 일으켰다면 일으킨 사람이 푸는 것이 정석일 테니 나름의 답변을 아니할 수 없는 노릇이 되어 버렸습니다. 그럼에도 어쩐지 끌려나온 기분이 드는 건 왜일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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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선 매너님의 이런 식의 반응이 있을 것 같아 괜한 말꼬리를 늘여나갈 일이 번거로울 듯하여 지웠음을 밝혀드립니다.
그것이 코멘트를 삭제한 첫번째 까닭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제가 김규항의 저 머리말 구절에 대해 짜증이 난 까닭이 구태여 궁금하고 알고 싶었다면 제가 삭제한 당신의 페이퍼에 대한 댓글을 페이퍼의 자동 이메일 보내기를 통해 다시 퍼나르는 정도의 노력을 기울이기 보다는 제 서재에 별도로 질문하였다면 나름대로 정리해 드릴 수도 있었을 겁니다.

다만, 댓글을 올렸다가 삭제한다는 것은 - 비록 그것이 당신의 페이퍼에 달린 글이라 할지라도 - 자신의 댓글을 철회한다는 뜻이거나 혹은 당신의 질문에 구태여 답하고 싶지 않다는 의사를 표현한 것이라 생각합니다. 그걸 구태여 본인 페이퍼에 달린 코멘트가 이메일로도 날아가는 기능을 이용해 다시 퍼나르는 행동은 그다지 매너 있는 것 같지는 않습니다. 혹시 그것이 비인격적인 모욕으로 받아들여졌다면 이해하도록 하지요.

물론 잠깐의 짜증을 참지 못하고 거두절미하여 감정을 배설한 나머지 당신이 좋은 의도로 올렸던 페이퍼를 더럽힌 듯한 느낌을 받게 했다면 그 부분은 미안하게 생각합니다. 물론 그것이 제가 페이퍼의 댓글을 삭제한 하나의 이유이기도 합니다. 
김규항의 책을 다 읽지 않았으므로 더군다나 머리말도 읽지 않았고, 군데군데 제 눈 가는 데로 읽었으므로 제 거슬림과 짜증은 매너님이 퍼 올린 머리말에만 한정한 제 느낌이었습니다. 전후 맥락이 없긴 마찬가지이겠으나 그건 별문제가 되는 건 아니겠지요.

약간의 오해를 무릅쓰고 거두절미하여 말하자면 김규항의 그 거슬림 "내 글을 얼마간의 사회의식을 배설하는 데 사용하는 사람들이 거슬렸고...(책 머리말 중에서)"이 제게 거슬렸고, 그가 취하는 일련의 포즈들이 그가 의도하고 있는 바와 달리, 아니 어쩌면 그것이 그의 글쓰기의 가장 중요한 포지셔닝이겠지만, 그것은 일종의 아마추어리즘적인 태도이며, 저런 그의 거슬림이 진보의 도덕적 순결 의식과 맞물려 그의 의도와 다른 방식으로 이해될 수 있을 것이란 생각에서 거슬렸습니다. 그가 자신의 책 속에서 비판하고 있던 구 좌파의 일부 사람들에게 혹은 구운동권에게 현재의 젊은이들이 짜증내고 있는 부분과 맞닿아 있는 부분이기도 하다는 생각이었습니다.

"내 글을 얼마간의 사회의식을 배설하는 데 사용하는 사람들이 거슬렸고...(책 머리말 중에서)"란 반토막난 문장에서 어떤 아마추어리즘을 느끼고, 그것이 왜 좌파의 도덕적 순결의식으로 받아들여졌는가.

첫째. 자기 글을 책으로 묶어내는 사람이라면, 더군다나 그는 이미 여러 매체를 통해 글을 발표하고 있으며, 자기 자신이 책을 만드는 사람이라면 발표된 글이 어떤 용도로 사용될지 정도에 대해선 이미 파악하고 있는 프로란 말인데(자기 자신은 그걸 부인할지라도) 그 거슬림을 있는 그대로 표내고 있는 것이 그렇게 느껴졌고... 그건 매너님이 제 페이퍼 글의 의도와 추천수, 댓글들을 창조적으로 재해석하는 것과 다를 바 없는 일이기도 합니다. "오늘 아침인가, 바람구두님이 올려놓으신 페이퍼에 대한 댓글과 추천수는 그런 반응들이 조금씩 움튼 거라고 보아도 되겠지요."란...

둘째. 본의 아니게 서준식 선생을 들먹이자면 <‘진보적’이고 자처하는 글쟁이들은 가끔 이런 주장을 한다. “글쓰기도 운동의 한 형태다. 우리도 운동가다” 그들의 이런 말에 일리가 없는 것은 아니지만 나는 그것을 인정해주고 싶지 않다. 그것을 고스란히 인정해버린다면 누가 고달픈 운동판에 남아 있으려 할 것인가?>란 측면에서 보자면 김규항이 거슬려 하는 사람들과 그 자신은 얼마나 다른 지점에 서 있는가. 그 자신이 글이 아닌 삶으로 보여주면 될 문제를 구태여 글로 표현하고 있는 의식이 짜증났습니다.

제 짜증에는 두 가지 층위가 있는데 한 가지는 그가 그렇게 거슬려 하는, 바로 그 사람들이 바로 내가 희망을 걸고 있는 이들이기 때문이며, 그들의 문화적 실천, 일상적 실천을 배설이라 규정하는 건, 제 입장에선 좌우파를 막론한 엘리트주의로 보이기 때문입니다. 다른 한 가지는 그에 못지 않게 보이지 않는 곳에서 실천으로 옮겨가며 살아가고 있는 사람의 입장에서 보자면 김규항 정도의 실천, 혹은 우리 시대가 일반적인 사회생활을 하는 이에게 혁명적 실천을 요구하고 있지 않는 까닭에(이 부분에 대해서 반론하겠다면 그건 어쩔 수 없지만) 많은 이들, 특히 80년대의 혁명적 이상의 실천 행위를 높이 평가하고 받아들이는 이들에겐 현재의 상황(그 이상, 혁명적 실천을 하지 못하고, 그저 문화적 실천, 일상적 실천에 그치고 마는)이 그저 막막하고 답답하기 그지 없는 상황에 그친다는 열패감을 강화하는 쪽으로 흐를 수밖에 없음을 그가 간과하고 있음에 대한 짜증입니다.

김규항의 글쓰기가 의도하는 바에 많이 공감하고 있는 한 사람으로 그의 글에 깊이 감동했던 경험을 지닌 이로서, 힘든 80년대를 살았던 한 사람으로 지금도 그 이상을 버리지 못하고 있는 사람의 하나로서 90년대의 열패감과 21세기의 힘겨움 속에서도 나름의 실천하는 삶을 살고자 애쓰는 사람으로서 그에게 저런 힐난을 들을 까닭(전체 문장이 아닌 매너님이 퍼온 저 반토막 문장에 국한하자면)이 제게는 없다고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물론 이것이 제 감정의 토로란 점은 부인하지 않겠으나 이왕 매너님에게 강제로 끌려나왔으므로 제 입장을 밝히자면 그렇습니다. 그리고 부탁건데 앞으론 삭제한 댓글(그것이 당신 개인에 대한 이유없는 인신공격이거나 욕설 같은 것이 아니라면)을 이런 식으로 끌고 나오는 일은 자제해주시기 바랍니다. 물론 저도 당신의 페이퍼에 손쉽게 감정을 드러내는 댓글 같은 건 남기지 않겠습니다.

끝으로 제 이 댓글이 당신이 의도한 "고래동무"에 더 많은 독자가 생기는 일을 막아서려는 의도는 추호도 없으며, 김규항이란 한  훌륭한 사람에 대한 모욕으로 읽히지 않길 바랍니다.

 * 오늘 아침 나절 제 자신을 설명해야 할 일이 참 여러 차례 있군요. 제 서재에 매너님이 남기신 비밀글 중에 매너님의 페이퍼와 제 댓글이 별로 상관없어 보였다고 하셨는데, 저 혼자만의 느낌이었겠으나  나름대로는 상관이 있었다고 생각하여 남겼었고, 과하다 싶어 지웠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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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주개장수 2005-10-20 21:4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지금쯤 책을 다 읽으셨습니까? 다 읽으셨다면 두 가지 이유에서 비롯된 님의 짜증이 헛된 것이었음을 깨달으셨을텐데요. 그리고 김규항 선생이 하신 힐난은 님과 같이 '실천하는 삶을 살고자 애쓰는 사람'에게 해당되는 것이 아니지 않습니까?
(잘못된) 감정의 배설이었다고 깨달으셨다면 삭제만 할 것이 아니라 사과도 덧붙이셨다면 매너님이 매너스럽지 못한 처신을 했겠습니까

mannerist 2005-10-20 22:4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긴 댓글 잘 읽었습니다. 님의 "짜증"에 대해서는 공감하는 바가 많기에, 긴 말 없이 한 가지만 짚고 넘어가겠습니다. 김규항이 말한 '내 글을 얼마간의 사회의식을 배설하는 데 사용하는 사람들'은 바람구두님과 같은 분들을 직접적으로 지칭하고 있는 게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그가 지칭하는 사람들은 그의 칼럼이나 "B급 좌파"같은 책 읽고 한 구절 읆조리는 것 만으로도 사회 진보에 기여하고 있다고 '착각'하는 사람들을 지칭하는 게 정확할 겁니다. 허리에 김규향의 책 한 권 가지고 다니는 것 만으로도 어깨에 힘 주고 말 가볍게 하고 다니는 제 또래들을 봐 왔기에 말이죠. 실제로 바람구두님같은 분들이 김규항의 글 몇 구절을 되뇌이며 가오다시 잡을거라는 생각도 들지 않습니다. 김규항이 느낌 혐오도 후자보다는 전자가 더 클 거구요. 그래서 김규항의 저 말을 힐난으로 들으신 게, 너무 예민하게 반응하신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듭니다.

 

이제 본론 들어갑니다. '끌려나온 느낌'이라고 하셨는데, 제가 어거지로 끌어낸 것 맞습니다. 돌려 말씀하셨지만 적잖은 불쾌감을 느끼신 듯 합니다. 그러면 제가 왜 어거지로 님을 끌어냈는지에 대해 설명하는게 맞겠지요.

제 글의 키워드는 '김규항'이 아니라 '고래 동무'입니다. 제 글의 의도는 김규항의 생각이 어떻다는 걸 설명하고 아리려는 게 아니었습니다. '고래 동무'가 되어주시라 부탁하는 글이었습니다. 이런 글에 김규항이 가진 생각에 대해 비판적 입장에 선 댓글을, 그것도 앞뒷말 없는 감정적 언사로 표현한 것이, 님께서 표현한 '나름대로는 상관'의 어디에 해당하는지 지금까지도 정확히 모르겠군요.

그런 의미에서, 위에서 설명한 바와 같은 의도로 올린 글에 '짜증난다 김규항'이라는 코멘트가 달린 걸 보니, 꼭 30초짜리 공익광고 나간 다음 바로 공익광고 협회 회장 짜증난다라는 비방이 따라나오는 것 처럼 느껴지더군요. 조금 과장을 하자면 잔치집에 들어온 손님이 집주인에게 물바가지를 끼얹고 뒤돌아 사라지는 느낌이었습니다. 그것도 다른 사람이 아닌 바람구두님이. 남다른 지적 역량을 쌓아 이곳에서도, 실제 세상에서도 적잖은 명성을 날리고 계신 분이. 그런 분이 '고래 동무가 되어주세요'라는 글에 앞뒷말 잘려진 채 발행인에 대한 비방을 날리는 모습이 황당하더군요. 제 글을 읽고 '그래. 한달에 7500원 써 볼까?'하는 분들 중 '어? 바람구두님이 이런 말을 했다면 한 번쯤 고민해봐야겠네.'라는 생각 든 분이 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제 기우였을까요?

그런 의미에서 바람구두님께 나름대로 정중히 해명을 요구했습니다. 그 다음에는 바로 댓글을 지워버리셨더군요. 그런 모습이 전혀 바람구두님답지 않아보였습니다. 문제 커질 것 같으니까 오해의 여지가 있는 글 지워버리고 없었던 일 처럼 입 싹 닦고 돌아서는 것 처럼 느껴졌습니다. 저는 이 부분에서 님의 잘못이 대단히 크다고 생각합니다. 다른 일도 아니고, 아이들에게 사심 없이 권할 만한 잡지 더 돌게 해 보자는 권유를 하는 글에 그런 식의 감정적 언사를 내뱉고, 아무 말 없이 댓글 지우면 그걸로 끝이라고, 님의 코멘트 남겨져 있던 그 한두 시간 동안의 책임은 없는 거라고 돌아선 모습이 결코 옳은 행동이 아니라고 생각하기에 말입니다. 님께서 가진 김규항에 대한 생각이 어떻든간에 그 댓글은 (바람구두님께서 알라딘마을에서 가진 아우라로 인해) 제 페이퍼의 의도를 적잖게 훼손했기에 말입니다. 만약 코멘트 지우시자마자, 서재 쥔장보기 댓글을 통해 짤막한 사과의 남기시고, 페이퍼 의도 훼손하려고 한 일 없었다고 말씀하셨더라면 제가 어거지로 님을 끌어낼 일은 없었을 겁니다. 그런 게 없는 상태에서 제 글의 의도가 훼손당하고 해명 요구도 무시당했다는 제 생각이 그리 부당해 보이진 않습니다.

그래서 반토막짜리 말 - 제가 가장 혐오하는 형태의 언어입니다 - 에 대한 책임을 제대로 지시란 의미에서 부득이하게 님의 댓글 살려서 그 밑에 붙여놓았고, 이를 님께 알리며 다시 한 번 해명을 요구했습니다. 해명과 님께서 느끼신 불쾌감은 예상한 대로였음을 밝힙니다. 그리고 제게 하신 부탁은 안 들은 걸로 하겠습니다. 님께서 말씀하신 부탁 자체는 지극히 온당한 것이지만 '제가 쓴 페이퍼에 대한 이유없는 인신공격'을 반토막말로 남긴 전력이 있는 님께 들을 소리는 아니라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미안하게 생각하시는 일이 있으시다면 그때그때 바로 수정하든지 이를 표현하시는 게 필요 없는 분란과 오해를 사전에 예방하는 방법임을, 잊고 계신 듯 하여 다시 말씀드립니다.


바람구두 2005-10-21 10:3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만주개장수님/ 김규항이란 한 고유명사로 표기될 수 있는 한 인물에 대한 혐오나 부정의 감정 차원에서 한 말이 아니었음을 먼저 밝혀드립니다. 서로 다른 층위에서 이루어진 말이라 할 수 있겠죠. 바로 그러하기에 김규항은 더욱 그렇게 말하지 않길 바랐음을 표현한 것이라 여겨주시기 바랍니다.

바람구두 2005-10-21 10:3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매너리스트님/ 매너님이 좋은 의도로 쓰신 페이퍼의 의도를 훼손시키려는 의도는 아니었으나 본의 아니게 그리 비춘 것에 대해서는 미안하게 생각하고, 사과드립니다.
그럼에도 제 짜증이 당신의 페이퍼에 대한 것이 아니었음을
저는 당신이 따온 문장을 굳이 재인용하고, 김규항의 이름을 거명하는 것으로 충분히 표명했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제가 느낀 짜증의 감정과 판단은 여전히 정당했다고 생각합니다.

다만 그것을 구태여 좋은 의도의 문화적 실천을 수행하려 한 당신의 페이퍼에
곡해받을 여지가 있는 짤막한 문장으로 남긴 것은 잘못했고, 미안합니다.

약간의 변명을 하자면
제 댓글로 인해 페이퍼의 의도가 공격받았다고 오해할 수도 있겠단 생각이 들었고, 글을 삭제하려고 들어갔더니
매너님의 글이 있었고, 물론 그에 대해 성실히 답하는 것이 더 충실한 예의이겠으나
중언부언하는 것이 현재와 같은 불필요한 분란을 자초하는 모양새로 비출까 염려되었고,
그 자체로도 매너님의 페이퍼에 대한 불필요한 오해를 부추길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어 글을 삭제했습니다.
그로 인해 당신이 상처를 받았으리라 미처 생각하지 못하였기에 사과를 남기지도 못했습니다.

다시 한 번 말씀드리지만 매너님이 옮겨온 김규항의 문장 자체에 대한 짜증이었고, 이 점에 대해선 오해없길 바랍니다.
매너님의 인격과 기분을 손상시킬 일이라고는 생각지 못하여 벌어진 일이므로 너른 이해와 용서를 구합니다.

2005-10-21 11:34   URL
비밀 댓글입니다.

바람구두 2005-10-21 16:5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속삭이신님/ 감사합니다. 기분이 한결 좋아졌습니다.

mannerist 2005-10-21 17:5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바람구두님_다시 해 주신 말씀 감사드립니다. 덧붙여 님께서 말씀하신 오해는 애시당초부터 없었음을 말씀드립니다. 제가 문제삼은 부분에 대해 이해와 아량 보여주신데 대한 감사와, 극단적인 방법을 써서 님의 공식 반응을 '끌어낸' 데 대한 사과의 말씀 올림니다.
 

구글에 막스 베버와 관료제를 키워드로 하여 검색했더니

제일 먼저 뜬 사이트가 리포트월드란 대학생들 리포트 데이타 팔아먹는 사이트가

가장 먼저 뜰 때... 난 조금 우울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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딸기 2005-10-17 18:0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동감... 뻑하면 그거 떠서 사람 황당하게 하더군요.

노부후사 2005-10-18 13:4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러고 보니 예전에 찾으셨던 <<지배의 사회학>>은 구하셨나요?

바람구두 2005-10-18 13:5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니요....

노부후사 2005-10-20 01:5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서울대 앞 녹두거리에 위치한 '할' 이라는 헌책방에서 파는 걸 봤습니다. 혹시나 해서요.

바람구두 2005-10-20 12:5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고맙습니다. 그런데 나갈 시간이 없네요.

노부후사 2005-10-21 15:0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인터넷 헌책방 고구마에 보니 책이 들어와 있네요. http://www.goguma.co.kr/
 

가만 보면 난 무지 비효율적으로 놀고 있다.

뭐가 이리도 다 길기만 한 거지..

앞으론 서평은 정말 짧게 쓸까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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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리오 2005-10-14 15:5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흐흐흐.... 그게 그리 쉬울까요?? 아니라고 보는데... ^^;;

바람구두 2005-10-14 16:0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뭐 원고료 받는 것도 아닌데요. 뭘...
정해진 매수 채울 것도 아니고... 흐흐

울보 2005-10-14 16:4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바람구두님 기대할게요,,

날개 2005-10-14 19:2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짧은 서평 환영입니다..!^^
 


흠..... 해보는 사람들 꼭 있다.

그러니까 생각나는데, 600만불의 사나이 같은 거 따라하면 안 된다고...
경고방송해도 뛰어내리는 아이들은 꼭 있었다.

알고보면 그런 놈들이 세상을 발전시킨 걸까? 흐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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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속에 책 2005-10-14 15:4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ㅋㅋㅋ 저도 제다이가 되보고 싶은데....^ㅡㅡㅡㅡㅡㅡㅡ^

가을산 2005-10-14 15:5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거 전에 소굼님 이미지 찍으신 방법 아닌가요?
 

늘 남들에게 원고독촉만 하다가
그 남들에게 원고독촉을 당해보니 알겠다.

세상에 쉬운 글은 없다. 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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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태우스 2005-09-28 20:4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럼요 구두님. 그래도 원고독촉 당하는 게 더 맘이 편하지 않나요?

클리오 2005-09-28 22:5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원고독촉 당하면서 초죽음일 경우는 정말 괴로울텐데, 마태님은 정말 글을 쉽게 쓰시나봐요.. 흐흐.. 바람구두 님, 독촉당한 원고 마무리 잘 하세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