홈 > 문화 > 문화일반
인터넷출고시간 :2007-02-25 오후 7:56:48
URL : http://www.itimes.co.kr/News/Default.aspx?id=view&classCode=401&seq=277327
사회적 의제 기획 11년째 ... "문화연구 숨돌릴 틈 없죠"
김진국차장
freebird@
"인천문제 타지역과 연계 논의하는 게 바람직"
'글쟁이'들의 일반적 타입이 있다. 넉넉한 몸집, 안경 너머로 빛나는 날카로운 눈. 책상에 오래 앉아 있으니 살집이 붙을 수밖에 없다. 반면, 지식을 발산하거나 흡수하는 눈은 쉴틈이 없으므로 반짝반짝 빛이 난다. 전성원(38) '황해문화' 편집장이 바로 그 스타일이다. 2007년 봄호 '54호'를 이제 막 발간했다면 한시름 돌릴만도 한데, 20일 만난 전 편집장의 표정에서 여유를 찾아볼 수 없는 것은 무슨 까닭일까.

"54호는 내일 발행이 되지만, 여름에 발행할 55호의 원고청탁까지 다 끝난 상황입니다. 56호는 기획안을 잡고 계속 수정하는 중이지요."

말하자면, 새얼문화재단이 발행하는 종합인문계간지 황해문화의 편집시스템은 세 권을 한꺼번에 만드는 식으로 돌아간다. 이번 호를 제작하면서 다음 호 원고청탁을 하고, 다른 한편 그 다음 호를 기획하는 것이다. 계간지라고 하지만 매 주 편집회의를 거르지 않는 것은 이 때문이다.
54호의 중점 기획은 '87년 '혁명', 그 후 20년'이다. 53호에서 처음 시작한 이 기획에선 87년 이후 20년을 돌아보고 앞으로 우리 사회는 어떤 의제를 설정해 갈 것인가를 논한다. 이 작업을 해온 게 벌써 11년 째다.

"서울 광고사에 있던 96년에 대학교 선배이자 시인인 장석남 선배로부터 전화가 왔어요. 당시 장 선배가 황해문화 편집장을 맡고 있었는데 저를 부르더니 자신은 금세 그만두더라구요."

이후 혼자서 편집책임을 맡으면서 곤혹스러웠던 점은 한 두 가지가 아니다.

"원고청탁을 하면 '뭐하는 잡지냐' '황해도민회가 만드는 잡지냐' '그럼 보수반공잡지 아니냐'며 꼬치꼬치 캐묻는 거예요. 백기완 선생에게 원고청탁을 한 적이 있었는데 보기좋게 거절당한적도 있었지요."
우공이산(愚公移山). 어려울 때마다 전 편집장은 새얼의 창립정신인 '노인 우공이 꾸준히 노력해 마침내 산을 옮겼다'를 되새김질 했다. 그 결과 한국 사회 대표적 진보지식인이자 언론인인 리영희 선생으로부터 "이렇듯 훌륭한 잡지가 나오는 지 몰랐다"라는 내용이 담긴 친필 편지를 받기도 했다.

황해문화가 '제2의 도약'을 맞은 시기는 인하대 김명인 교수가 편집주간을 맡은 98년 부터다.
"그 때까지 운동차원에서 무가지로 발행해 회원들을 중심으로 배포를 했어요. 그러나 우리 나라 사람이면 누구라도 자유롭게 구입할 수 있도록 해야한다는 데 뜻을 모으고 정가를 8천 원으로 정한 뒤 시장에 진입한 것입니다."
정기구독자만 2천여 명에다 회원에게 가는 책, 전국 서점에서 팔리는 양까지 합하면 그 부수는 상당하다. '중도진보'를 표방하는 황해문화가 상대적으로 '지역성이 약하다'는 지적에 대해서도 그는 할 말이 있다.

"저희가 말하는 지역성은 인천지역성을 우선적으로 의미하지만, 강원도, 부산, 서울 등 모든 지역의 정체성을 뜻하기도 합니다. 인천지역의 문제는 다른 지역의 문제와도 상통할 수 있고, 지역의 문제는 다른 지역과 연계해 함께 논의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생각입니다."

지역의 문화를 기름지게 일구는 방안과 '문화운동'이란 화두를 놓고도 그는 늘 진지하게 고민한다.
"문화운동, 시민·사회운동을 하시는 분들을 보면 상당히 권력화됐다는 생각이 듭니다. 그러다보니 관과 공생관계를 맺은 경우도 있지요. 운동의 순수성을 회복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또 운동을 지나치게 거대담론화 하기 보다 풀뿌리 운동을 지향하는 것이 시민들의 피부에 더 많이 와 닿을 것이라 믿습니다."

2년 전부터 그는 성공회대 대학원에서 '문화연구'과정을 공부하고 있다. 여러 지역에서 수없이 벤치마킹 요구를 해오고 있는 황해문화 편집제작과 새얼문화재단의 주요 사업을 더 업그레이드 시키고, 그래서 전국 최고의 문화재단을 만들려면 더 많이 연구하고 학습해야 하기 때문이다.

"저를 포함해 남자 직원 네 명 가운데 세 명이 대학원 공부를 하고 있어요. 재단에서 적극 지원해 주셔서 가능한 일이지요."

전 편집장은 '바람구두연방에 문화망명지'란 홈페이지를 운영하면서 전국에 문화운동의 꽃씨를 퍼뜨리고 있기도 하다.

"고향은 서울이지만 제 젊은 날들의 열정과 노력을 온통 쏟아부은 인천에서, 새얼문화재단에서 뼈를 묻을 것이라고 늘 생각하고 있습니다."

/김진국기자 blog.itimes.co.kr/freebird

댓글(3) 먼댓글(0) 좋아요(3)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클리오 2007-03-23 15:2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사람들이 왜 저 위에만 코멘트를 다나 궁금해했더니, 댓글을 확 먹어버리고 으흑... 길게 썼었는뎅. 엉엉...

살이 좀 빠지신 것 같구요, 글쟁이 표준이시라는 걸 확인했구요, 여태까지 노력하신 많은 일들이 조금이나마 결실을 맺으신 것 같아 기쁘고 축하드려요... (그리고 다른 말들은 뭐썼더라. 엥...)

 


진/우맘 2007-03-23 16:3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어라, 왜 댓글이 쬠인가 했더니만 댓글 잡아먹는 페이퍼 였어요? ㅎㅎㅎ

바람구두님, 오프모임때 조용한 모습에서는 볼 수 없는 그 무엇, 강력한 뽀스가 느껴집니다요.^^


바람구두 2007-03-23 17:3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클리오 : 잉, 왜 이제야 코멘트 다는 거야.... 궁금했잖우. 글쟁이 표준은 아니죠. 사실 자기 관리 잘 해서 멋지고 핸섬한 글쟁이들도 많아요. 기자 분이 맘이 좋아서 그리 써준 거겠죠. 그나저나 날아간 글이 궁금하다는....

진/우맘 : 사실 오프 때 진/우맘은 나 쳐다도 안 봤다구~ 흐흐
 

이거 증말로 잡아먹네요. ^^

 

알라딘 서재 커뮤니티에 대해 끄적이다...

이런 류의 넋두리를 늘어놓게 될 때, 자칫하면 신파에 빠질 수도 있기에
자기검열을 제법 하는 편이다. 비도 내리고 간만에 감상적이 되는 탓도
있지만, 사실 이전부터 생각해왔던 것 중 하나가 그것이다.

내가 알라딘에 무엇을 얼마나 요구하는 것이 적당한가에 대한 고민인데
알라딘 서재가 좋지만, 가끔 이곳을 떠나고 싶다거나 떠나야 한다는 생각을 한다.
알라딘 서재가 좋은 건, 이곳이 적당한 온기를 지녔기 때문이다.

고슴도치들이 겨우내 경험을 통해 체득한 적당한 거리가 이곳에 있다.
가끔 좌파도 좋고, 진보도 좋고, 개혁적인 것도 좋은 사람들이 주장하는 바대로
알라딘은 대안학교에 다니는 학생들의 부모들이 비교적 균일한 계층 구성을 보이는 것처럼
이곳에 모인 이들도 거칠게 말하면 쁘띠 부르주아지들이다.
큰 부자는 아니어도, 그렇다고 당장 오늘내일 끼니 걱정할 사람은 아니란 말이다.
그 같은 중산층 사람들이 보이는 계층적 특성이 알라딘 서재엔 있다.

알라딘 서재에 모인 사람들의 계층적 분석을 세밀하게 시도해보진 않았더라도
올라오는 글들로 분석해보면 알라딘 서재에서 나름 활동하는 이들의 성분은
적당하게 살만한 사람들이고, 전문교육을 받았거나 현재 전문교육을 이수하고 있는
이들이 대다수를 이룬다고 보인다.

책을 주된 매개로, 설령 책이 주요콘텐트가 아니더라도 페이퍼에 올라오는
내용들을 살펴보면 지식과 교양의 수준이 고른 수준을 유지하는 편이다.
커뮤니티를 구축하고, 운영하는 사람의 입장에서 보더라도 쇼핑몰이라 할 수 있는
알라딘 서점의 커뮤니티는 독특한 아우라를 가진다.

가끔 독특한 캐릭터를 지닌 이들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
냉혹하게 바라보았을 때, 대개 그들은 소수의 매니아(동료)들을 거느리거나
그와 같은 매니아를 구축하지 못한 이들은 도태되거나 스스로 발길을 끊게 된다.
그런 흐름이 실제로 알라딘서점의 이용 자체를 멀리하게 되는 결과를 빚는지는 알 수 없다.

내가 알라딘이 좋은 것은 일단 이런저런 생각을 하지 않아도 적당하게 유지되는 거리가
주는 편안함에 있다. 내가 운영하는 커뮤니티가 아니므로 책임져야할 구성원이 있는 것도
아니고, 신세한탄을 늘어놓는다고 해서 오늘 제가 약 먹었나? 오늘 생리라니? 하는 이도 없다.
그것도 따지고보면 중산층적인 적당한 예의와 내숭의 결과물이긴 하다.

초딩, 중딩들이 많이 모인다는 '웃대'란 곳이 있고,
논쟁을 즐기는 이들이 즐겨찾는다는 다음 '아고라'가 있듯
알라딘 서재가 만들어내는 커뮤니티의 캐릭터는 또 그런 곳에 있다.
노동자는 포장마차에서 연탄불 위에 곱창 구워먹으며 참이슬을 털어넣어야 한다는 식의
이미지에 매몰되는 것이 착각이듯 그렇다고 알라딘 서재 구성원들이 노동자가 아니라거나
뭔가 남다른 노동자란 말은 아니다. 다시말해 평범하지 않은, 비범한 이들이라거나 하는 오해는
받을 필요가 없단 말인데...

난 가끔 알라딘 서재란 커뮤니티에 대해 느끼는 편안함에 비례해서
이곳이 사용하기에 너무나 불편하단 생각이 든다.

이곳이 서점 이용량에 비례하는 서열구조를 내면화하고 있다거나
(예를 들어 마이리뷰, 리스트 등등)
이곳의 기본 콘텐트가 리뷰라는 점 등은 어쩔 수 없이 감수할 수 있겠으나
최근 진화해가는 웹 블로그의 사용자의 조작성, 편의성에 대한 고려가 너무 부족하단 생각이 든다.
그래서 가끔 다른 블로그...
예를 들어 네이버 블로그의 리뷰로그 코너를 활성화해버릴까? 와 같은 고민들도 해본다.

그러나 문제는 이곳이 구축한 커뮤니티가 주는 편안함을 버릴 수가 없어서 주저하게 되곤 한다.
다시 말해 사람들까지 통째로 옮겨갈 수 없다는 현실이...
알라딘을 훌쩍 뜰 수 없게 한다는 거다.

뭐 결심만 한다면... 훌쩍 떠 버리는 일이 그리 어려울 것 같지도 않지만...
그 보다는 먼저 알라딘 서재가 사용자 중심으로 좀더 이용하기 편안한 곳으로 바뀌면 좋겠다.


댓글(20) 먼댓글(0) 좋아요(27)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진/우맘 2007-03-21 11:2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다른 블로그를 잘 몰라서....^^;;
"다시 말해 사람들까지 통째로 옮겨갈 수 없다는 현실이...
알라딘을 훌쩍 뜰 수 없게 한다는 거다."
ㅎㅎㅎ 좋아요, 좋아.^^

2007-03-21 11:24   URL
비밀 댓글입니다.

하이드 2007-03-21 11:3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작년에 런칭했어야할 서재2, 언제 된다더라, 무튼,그 기능 잠깐 보여줬었는데, 다른 블로그 정도는 되는 것 같더라구요.

바람구두 2007-03-21 11:5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헉... 난 안 올라간 줄 알았는데...
올라가 버렸네...

2007-03-21 12:48   URL
비밀 댓글입니다.

비연 2007-03-21 12:5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 그러니까..사용자중심으로 바뀌어서 여기서 쭈욱 머물렀으면 좋겠다..
그 말씀이신거죠? 동.감.^^

마늘빵 2007-03-21 13:1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움... 기다려보세요. 알라딘이 변신을 준비하고 있다니. 바람구두님 덕에 이런저런 이야기들 많이 접하고 있는데 가심 아니되어요.

마립간 2007-03-21 18:4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퍼갑니다. 그리고 바람구두님에게 부탁 하나 해도 될찌. ^^ 저의 서재에 대한 탐구를 듣고 싶습니다. 시간이 있을 때 평가 부탁드립니다.

해적오리 2007-03-21 21:3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퍼가요.. 전 다른 이유로 서재를 계속 유지할까 고민중인데...암튼 제 생각을 정리하는데도 도움이 될 것 같아요.^^

미미달 2007-03-21 22:2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다른 포털사이트의 블로그 혹은 인터넷 서점의 블로그도 써보고 있지만, 알라딘을 계속 쓰게 되는 이유는, 쓰던거니까........
뭐 옮기면 모든 자료를 옮겨야 되니 귀찮아서 계속 사용하지요.^ㅡ^

로쟈 2007-03-21 22:5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역시나 발을 빼기엔 엉덩이가 너무 무거워진 감이 있습니다. 나름대로 익숙해진 공간이기도 하고. 물론 저도 꿈꾸는 건 언젠가 이 공간을 바람과 함께 사라지는 것이지만서도...

짱꿀라 2007-03-21 22:5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알라딘의 서재가 사용자 중심으로 이용되어야"한다는 말에 많은 공감이 들었습니다.

가을산 2007-03-22 00:5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늘 생리라니? 허허,

2007-03-22 00:55   URL
비밀 댓글입니다.

비로그인 2007-03-22 11:1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사용자 중심을 기대하다가 어느새 저도 모르게 개발자 중심(?) 이 편해졌다죠.
택배가 느려도, 책이 훼손되도, 인터페이스가 불편해도 다 좋은 게 좋은거니까요 ;)
아프님 말이 근거 있는 말씀이라면 한 번 기대해 볼만 하겠네요 :)

ceylontea 2007-03-22 11:3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다시 말해 사람들까지 통째로 옮겨갈 수 없다는 현실'에 공감.. ^^

클리오 2007-03-23 15:2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 서재가 편한 점이 뭔가 정리가 잘 안되었는데, 공감이 가네요....

바람구두 2007-03-23 17:4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진/우맘 : 다른 데 안 가서 좋은 거란 말인감? 흐흐...

11:24님 : 저는 소통을 중시하는 편인데도 다른 분 서재를 자주 찾지는 못하는 편입니다. 나중에 기회 있을 때 더 많은 이야기 나눠요.

하이드in홍콩 : 글쿤요. ^^

마태우스 : 히히, 비밀글을 즐겨사용하는 마태님! 저는 미녀가 아니니 공개 댓글 쓰셔도 되요. 마태님이 돌아오셨으니 저는 소임을 다한 거라구욧~ 버럭버럭.... 제가 마태님이 계시므로 못 간다는 건 어찌 아셨어요. 그런데 이곳을 못 뜨는 이유는 사실 마태님을 감시하기 위해서란 거 모르셨죠. ^^

비연 : 누가 떠난다면 못 떠나게 바짓가랑이 붙드는 것도 다른 블로그에선 드문 이곳만의 독특한 분위기인 듯 해요.

아프락사스 : 혹시 아프님은 알라딘의 알바? 그렇다면... 지니님인가요? 제 소원을 들어주세요~ 흐흐

마립간 : 음, 그러고보니 마립간님도 M으로 시작되는군요. 그런데 마립간님 서재 탐구를 하면 혹시 논쟁해야 하는 거 아니예요? 흐흐.... 농담이구요. 언제 기회 닿을 때 노력해보겠습니다. 꼬옥~

해적파시오나리아 : 그래요... 생각이 정리되는 대로 페이퍼 부탁할 께요.

미미달 : 그런 문제도 있긴 하죠. 그런데 그것도 어케 해주는 프로그램 있다고 들었는데... 잘 모르겠어요.

로쟈 : 거, 차나 한 잔 하시자니깐요. ^^ 어디 괜찮은 블로그 섭외해서 엑소더스라도 해볼까요? 크크...

santaclausly : 공감해주시니 고마울 따름입니다.

가을산-FTA안돼! : 남자도 주기상 그 비슷한 거 있을 듯 해요. ^^

체셔고양2 : 체셔님은 뭔가 별종인 듯 한 느낌이 강렬하게 드네요. 왜 그럴까? ㅠ.ㅜ

ceylontea : 그렇죠. 실론티님을 통째로 옮겨갈 수 없는 현실...

클리오 : 예찬이 엄마! 나 잘 한 거야?


체리마루 2007-03-25 19:3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다른의미로 살짝 찔렸어요 -_-; 그놈의 땡스 투 때문에, 인기 높은 서적에 리뷰를 적고 있는 제 자신을 발견하게 되더군요. 뭐 공감하고 싶니 어쩌니 감동받니 그런 거창한 서재문구 지워버렸어요 -_-; 네이버 블로그가 활성화는 참 좋은데......주절주절이긴 하지만, 알라딘엔 참 대단한 분들이 많으셔서 본받게 됩니다. ㅎㅎㅎ

비로그인 2007-03-26 13:2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바람구두님?

제가 왜 "강렬하게" 별종으로 느껴지세요?
하핫- 저도 정말 궁금한데요? :)
 

마노아의 재발견

인터넷 검색의 묘미 중 하나는 자기 닉네임 혹은 자기 이름을 검색기에 집어넣고 돌려보는 일이다.
같은 맥락에서 책 중에 가장 만들기 힘든 책은 인명록 혹은 졸업앨범인데, 그 까닭은 두 가지다.
하나는 이름 석자라는 것이 모르면 절대로 수정할 수 없기 때문인데,
예를 들어 '김경호'를 '김경효'로 적어두었다고 해도 그 사람을 알지 않는 한 고칠 수가 없다.
문장이라면 읽다가 뭔가 어색하게 느껴질 수도 있지만, 이름은 그렇지도 않다.
그 어려움 두 번째는 사람들이 자기 이름은 거의 반드시 찾아본다는 것이다.
다시 말해 틀리긴 쉬운데, 노려보는 눈초리는 여간 무서운 것이 아닌데다 틀리면 변명의 여지가 없다.

어쨌거나 사물의 이름을 기억하고, 되새김질 하는 것이 사물의 본질로 들어가는 키워드라고 했을 때
누군가의 친숙한 이름, 혹은 그간 몰랐던 상대의 매력을 발견하는 일도 어쩌면 그 이름을 낯설게,
낯선 장소에서, 낯선 방식으로 발견하는 것일지도 모른다.

하여간 그런 인터넷 검색의 묘미를 아직까지 즐겨보지 않은 분들이라면...
이제라도 자신이 즐겨 사용하는 닉네임이나 이메일계정으로 검색해보시라.
특히 구글 검색 기능을 활용해보시면 대체로 둘 중 하나다.
내가 이렇게 많은 곳에 노출되어 있다니 하는 놀라움과 두려움을 확인하게 되거나
아니면 뜻밖에 새로운 인연을 만나게 된다.

엊그제 할머니 제사가 있었다.
문득 할머니 생각이 나서 "할머니와 소년"이란 제목을 넣고 구글에서 검색했더니
뜻밖에 영화 "사토라레" 이야기가 나왔다. "사토라레" 이야기는 예전에 양방언의 음반 리뷰를 할 때
나 역시 한 번 이야기했던 적이 있는 영화였다. 그 리뷰는 이렇게 시작한다.


초등학교 때 읽었던 책 중에 그런 내용이 있었다. 
사람의 마음을 들여다볼 수 있는 안경과 자신의 마음을 보여줄 수 있는 단추를 갖게 된 주인공.
안경을 끼고서 사람들을 만나니, 그들의 속마음이 너무 잘 보여서 주인공은 많은 실망을 겪게 된다. 
마음과 다른 말들로 치장하는 사람들에 지친 주인공은,
이제 자신의 마음을 보여주기 위해 단추를 다는 것으로 이야기를 마친다.


나를 포함해서 리뷰를 쓰다보면...
이것이 리뷰인지 논술문인지 알 수 없게 글을 쓰게 되는 경우가 왕왕 있는데,
이 사람의 리뷰는 그와 같이 본말이 전도되지 않은 가운데서 읽는 맛이 나는 소담한 리뷰였다.
그래서 누구냐? 이렇게 맛깔나는 리뷰를 쓰는 자가?
하고 살펴보니 마노아님이었다.
사실 알라딘에서 영화 리뷰나 음반 리뷰는 들인 공에 비해 지나치게 찬 밥이다.
이 분야에 대해 한 칼 하는 자가 워낙 많은 탓도 있지만 알라딘이 기본적으로 도서 리뷰 중심이라
그렇기도 하다. 그래서 일부러 관심을 가지고 들여다 보기 참 어려운데...

예전에 드팀전님의 서재에 오르는 리뷰들을 보면서 '정말 글 잘 쓴다'고 감탄한 적이 있었는데...
물론 드팀전과는 다른 케이스이긴 하지만, 마노아님의 영화 리뷰들
(아직 다른 리뷰들을 읽어보진 못했으므로)은 별점이 너무 후하다는 것을 제외하곤
부담없이 읽어가는 동안 영화에 대해서도 생각해보게 하고,
글쓴이에 대해서도 생각해보게 만드는, 소박하며 무엇보다 즐거운, 잘 쓴 리뷰였다.

7번째의 사토라레로 발견된 사토미 켄이치가 있다면...
나에겐 8번째로 발견된 또 하나의 사토라레로 '마노아'가 있다고 그렇게 말하고 싶다.
조곤조곤 속삭이듯 있는 듯 없는 듯 하면서 참 담백한 리뷰였다.

좋은 건 함께 나눠야 한다.
내 주변에 좋은 사람들이 참 많구나 하는 점을 새삼 느끼면서
올해는 한 사람 한 사람 집중해서 서재의 집중탐구랄까, 밀어두고 읽지 못했던 책을 읽듯 읽어보리라...
그 첫 타자로 3월엔 마노아님을 읽어야지...


댓글(8) 먼댓글(0) 좋아요(3)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mong 2007-03-05 12:0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무슨 다정다감 바이러스에라도 감염된게 틀림없어요~
후다닥

마노아 2007-03-05 12:4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앗, 얼굴 빨개졌어요. 두근두근 발그레예요^^;;; 쫌 민망하고 많이 고마워요^^;;;

마태우스 2007-03-05 12:4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마노아님, 저도 앞으로 잘할께요

바람구두 2007-03-05 13:4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마태우스님! 안 돼욧!!! 마태우스님은 알라딘 미녀들 하고 노세요. 저는 알라딘 미소녀들과 놀 거야~
마노아님! ^^ 이건 1탄일 뿐입니다.
mong님! 다음 번엔 누굴 거 같아요?

진/우맘 2007-03-05 15:3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어랏, 바쁘다고 잠수타더니 또 변신모드로 컴백하신 거예요?
하여간 바람구두님은 원조 다중이라니까요. ㅋㅋ

클리오 2007-03-05 15:4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흐흐. 대학원 휴학하실거라더니.... ^^;;; =3=3=3

Mephistopheles 2007-03-05 22:0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왠지 바람구두 리스트가 적성되는 듯한 이 느낌은......^^

바람구두 2007-03-05 23:4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제가 오늘 가만히 생각을 해봤어요. 알라딘 서재 와서 제가 사실 두루두루 살펴보고 인사 여쭙고 그러기 보다는 마치 넘버3의 송강호처럼 한 놈만 패는 스타일인데요. 처음엔 마냐님, 그리고 물만두 성님, 마태우스님, 그리고 이번에 마노아님에게 삘이 확 꽂혔는데요.
이 분들의 공통점이 뭔지 아세요? 흐흐....
.
.
.
.
.
닉네임이 전부 M으로 시작한다는 겁니다.
그러므로 Mong님, Mephisto님은 주의요망입니다. ^^
진/우맘님~ 역시 님의 심리테스트의 결과는 제가 원조 다중이란 거였군요. 흑흑, 그때는 모순이 균형을 이루었다고 좋게 이야기해주시더니 결국엔 제가 다중이였던 겁니까.
클리오님/ 휴학했어요. 흐흐...
메피스토님/ 눈치채셨구나. 흐흐
 

제대로 지각...

어젯밤 빗소리와 바람소리에 잠을 뒤척이긴 했지만
평소와 다름없는 시간에 일어나 출근을 서둘렀어요.
월요일 출근이라 서두르기까지 했는데...
지금까지 10여년 동안 출근하는 동안 이렇게 늦어보기도 참 간만입니다.
9시 40분이 넘어서 사무실에 도착했으니 지각을 해도 이만저만 지각이 아닙니다.
아, 황망해라...

토요일엔 사람들 만나느라 11시쯤 집에 들어왔고,
일요일엔 뒹굴뒹굴 아무 일도 안 하고, 아침부터 밤까지 놀았습니다.
잠이라도 자둘 걸...
요며칠 책도 안 읽고, 정말 어디에 정신이 팔린 건지 모르게 생각없이
(음, 아니면 그 반대로 너무 많은 생각 속에 빠졌거나) 지냈습니다.
이제라도 심기일전해서 열심히 지내야겠다 했는데
오늘 저녁에 또 약속이 잡혀 있네요.

지금 창 밖은 오전 11시 07분의 하늘입니다.
다만 3월의 하늘이 아니라 11월이나 12월의 하늘 같군요.
오늘 내일 많이 춥답니다.
다들 한 주 잘 보내시길 바랄께요.

댓글(11) 먼댓글(0) 좋아요(3)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urblue 2007-03-05 11:3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뒹굴뒹굴 아무 일 안하고 책 안 읽고 놀 때도 있는 거죠, 뭐. 특히 바람구두님은 그런 시간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고 봅니다. 자주 좀 노세욥.

바람구두 2007-03-05 11:3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도대체 누워서 뒹굴거렸다는 페이퍼에 추천하는 자의 심뽀는 뭐람?

urblue 2007-03-05 11:3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 아닙니다! 저도 그게 궁금해요.

paviana 2007-03-05 11:3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좀전에 삼실 비품사러 나갔다왔는데 바람이 무척 세긴 했지만, 그래도 한겨울의 칼바람은 아니었어요.그냥 신선한 느낌이랄까....올 겨울은 너무 안 추워서 이정도는 심술도 아니에요.

비연 2007-03-05 11:5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바람구두님도..즐거운 한 주 보내세요~^^
내일은 영하 7도까지 내려간다니, 꽁꽁 잘 여미고 다니시구요~

mong 2007-03-05 12:0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추천은 저라구요!
왜들 궁금해하시고 그러세요~내맘이지~
=3=3=3

마태우스 2007-03-05 12:4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추워도 겨울옷을 못입는 보수성 때문에 떨면서 출근했어요..... 지난주가 유난히 힘들었는데 오늘 6시 50분 기차 타고 왔습니다.

무스탕 2007-03-05 13:1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으아... 오전에 눈이 옆으로 날리는데 장난이 아니더군요. 이런날 이사하는 집을 보면서 속으로 괜히 안쓰러워 해 줬지요..
따숩게 입고 다니세요~ ^^*

바람구두 2007-03-05 13:2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우왓~ 무스탕님이닷!!! ^^ 뭐 제가 소리를 지른 것은 무스탕을 참 좋아하거든요. 비행기 그리고 스포츠카로... 만나서 반갑습니다. 처음은 아니지만...
마태우스님! 음, 추워도 겨울옷을 못 입는 건 보수성이 아니잖아욧!
mong님! 흐흐, 감사해요. 난 무조건 추천이 좋아욧!
비연님도요. 우리 둘이 꽁꽁 여미고 다니자고요.
paviana님도... 그렇지요. 올겨울엔 왜 안 추운 거였지?
urblue! 나도 너 아니라고 생각했단다. 흐흐

마태우스 2007-03-05 19:1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앗 그렇다면 진보성???

바람구두 2007-03-05 23:3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흐흐, 오히려 진보성은 괜찮네요.
아직 봄은 오지 않았건만 겨울옷을 거부하는 진보성.... 크크
뭐 연로하신 몸이지만, 여전히 피가 뜨겁다는 육체의 증거 아니겠어요. ^^
 

2007년 제11차 망명자대회 및 2월 독서클럽 특강 3차 후기

1년만에 개최된 제11차 망명자대회였습니다.  망명자대회를 한 차례 치르고나면 홍역을 앓는 듯 진액이 다 빠져나가는 느낌입니다. 기획자, 조정 및 통합, 진행자, 엔터테이너의 역할까지 요구받는 탓이겠지요. 그럼에도 이번 대회는 역대 대회 중 가장 보람이 컸고, 내실있는 대회였다고 자평하고 싶습니다. 어느 한 편으론 욕심을 부렸고, 다른 한 편으론 욕심을 버린 결과라고 생각합니다.

1부 행사는 망명자독서클럽 주최로 팔레스타인 평화연대의 평화운동가 미니 씨와 평화연대 회원 여러분들과 함께 이음(夷音)아트서점에서 지난 24일 토요일 오후 4시 55분부터 "팔레스타인에 자유, 평등, 평화를"이란 주제로 특강이 진행되었습니다. 이번 특강 행사는 문화망명지의 명확한 지향성과 목적의식을 보여준 행사였다고 생각합니다. 지금까지 망명자대회는 내부의 결속을 중심으로 꾸려져나갔으나 앞으로는 외부를 향해서도 시선을 돌리고자 합니다.

문화망명이란 외부와 내부의 구분이 사라진 세계체제 속에서 나를 새롭게 발견하고, 주체를 설정하여 새로운 세상을 상상하는 실천적 행위를 의미합니다. 문화란 우리는 우리의 외부(세계)와 내부(의식)를 규정하는 것입니다. 그것은 세상을 이해하게 만드는 지식일 수도 있고, 우리들이 지극히 자연스러운 본성처럼 여기는 취향의 문제일 수도 있습니다. 새로운 세상은 기존의 지배이데올로기에 의해 주어진 문화에서 벗어나 우리가 새로운 세상을 상상할 수 있을 때 비로소 가능합니다.

그와 같은 점에서 팔레스타인평화연대 운동가들과 함께 한 이번 특강 행사는 문화망명지의 역할이 내부에만 머물지 않고, 문화망명지와 우리 사회의 새로운 움직임들과 연대를 모색하는 중요한 자리였습니다. 앞으로도 기회가 닿는대로 문화망명지는 새로운 세상을 꿈꾸는 많은 이들과 함께 해나갈 것입니다.

이번 행사에는 팔레스타인평화연대의 활동가 여러분들과 망명자 여러분들이 함께 해주셨습니다. 미스터톤, 유리눈고양이, 라메르, 구두한켤레, 꽁꽁, 뜰에나무, 시소, uddenyag, 겨울수정, 초여름, 외우중, 날개, 하하서, 팀벅투, 녹색, 안티무심,  썸, 검은잉어, 조나단, 하얀나무, 청동하늘, 자파, 쇼팽, 외우중님 등이 예정대로 참가해주셨고,(혹시 제가 기억못하여 포함 못시킨 분이 계시면 알려주시기 바랍니다.) 참가신청하셨으나 불참하신 분들은 지노, 난이, 보람, 칼잡이, 지와사랑, 어라연님 등이셨습니다. 아쉽게도 이번엔 함께 하시지 못했지만 다음 번에는 함께 하실 수 있기를 바랍니다.

이음아트서점에서 있었던 특강 행사에는 강사 미니 씨가 준비해온 파워포인트 자료를 중심으로 진행했습니다. 이날 대형스크린과 좌석은 이음아트서점의 한상준 사장님께서 준비해주셨고, 프로젝터와 노트북은 독서클럽의 꽁꽁 간사님이 준비해주셨습니다.(프로젝터를 대여해주신 평화박물관준비위원회 측에 이 자리를 빌어 감사드립니다.) 강사 미니 님은 30대 중반의 젊은 활동가셨는데, 진지함과 유머를 겸비한 말쏨씨로 복잡다단한 팔레스타인과 이스라엘의 역사로부터 시작해서 피로 얼룩진 이스라엘 건국과정, 본인 자신이 직접 팔레스타인 서안지구와 가자 지구 등 여러 곳을 방문하고, 경험했던 팔레스타인 현지의 비인권적 상황에 대해 자세하고 실감나게 말씀해주셨습니다. 많은 망명자분들이 강연에 공감하고, 열심히 노트 필기하는 모습을 보여주셨습니다. 강연이 끝나고 간단히 자리를 정리하고, 예정된 2부 행사를 위해 자리를 명륜동 '민들레처럼'으로 옮겼습니다.

사실 이번 망명자대회는 공지 기간이 길지 않았기 때문에 많은 분들이 참석하지는 못하리라 생각했는데, 점차 참가인원이 늘어나 원래 예정되었던 대학로의 "민들레처럼"을 사용하지 않고, 명륜동으로 급하게 자리를 옮기게 되었습니다. 그런 까닭에 1부 행사에 참가하여 함께 이동했던 분들은 문제가 없었겠지만, 2부 행사부터 참가하신 뜰에나무, 날개, 유리눈고양이, 썸, 조나단, 어떤약, 외우중님 등은 찾아오시기가 좀 어려웠으리라 생각합니다. 앞으로는 미리 확정지어 공지하도록 노력하겠습니다. 부득불 자리를 옮기게 된 점 죄송하게 생각합니다.

2부 행사는 성균관대 정문 인근에 위치한 '민들레처럼'에서 제공해주신 독방을 이용했습니다. 민들레처럼의 사장님께서 특별히 배려해주셔서 아주 편안한 분위기 속에서 행사를 진행할 수 있었습니다. 이 자리를 빌려 이음아트서점과 민들레처럼의 관계자 여러분께 다시 한 번 감사의 말씀을 전합니다. 식사부터 안주 일체, 과일 샐러드 디저트까지 제공 받았고, 민들레처럼에서 직접 담근 오미자주와 소주를 곁들인 자리였습니다. 음식이 모두 깔끔하고, 정갈하게 차려져 망명자 여러분에게 호평을 받았습니다. (혹시 사진 촬영하신 것 있으면 올려주시길...)

이전부터 대회를 치르며 아신 분들도 계시지만 아직 낯선 분들도 계시기 때문에 이번 행사에는 스티커 형태의 이름표를 만들어 제공해드렸습니다. 서로의 닉네임을 충분히 익히시고, 자유롭게 정담을 나누실 수 있도록 일정한 시간을 자유롭게 이용하시게 했습니다. 그리고 여러분들이 정담을 나누시는 동안 운영자인 저, 바람구두를 비롯해 독서클럽장 구두한켤레님, 부운영자이자 독서클럽 총무이신 라메르님, 부운영자 미스터톤, 유리눈고양이님, 날개(윙스필드)님과 함께 유리눈고양이님이 제안한 문망 운영 계획에 대한 회의를 나눴습니다.

이 회의에서 결정된 몇 가지 사항은
1. 문망운영위원회를 신설하며 기존의 부운영자, 독서클럽 운영진을 문망운영위원회 임원으로 승격하고, 향후 몇몇 분의 의사를 물어 정식으로 운영위원회를 결성한다.(지금까지는 바람구두의 무한책임으로 운영되어 왔으나 향후 운영위원회 여러분들과 상의하여 문망의 미래와 운영에 대한 중요한 사항들을 결정하고, 책임의 일부를 나누려고 합니다.)
-> 문화망명지의 운영위원으로 책임의 일부를 나눠질 의사가 있으신 회원분들의 자발적인 참여를 당부드립니다.
-> 운영위원들의 주요 업무 : 문망 사이트 관리 및 운영과 행사 진행에 대한 협조와 책임 분담, 향후 소요될 비용 및 기술 제공,

2. 2008년까지 바람구두연방의 문화망명지는 별도의 URL을 갖는 사이트로 독립한다.(현재는 new21측이 제공해주는 무료계정을 이용하고 있습니다.)
-> 운영위원님들과 기타 방식을 이용하여 기금을 만들어 볼 생각입니다.

3. 블로그 체제를 대신하여 현재의 시스템을 유지하되 저작권 문제가 발생(최근 음원저작권에 대한 고발, 음파라치 등이 빈발)할 소지가 있는 "세이렌의 섬"을 3월 안으로 폐지하고, 대신하여 사회적 이슈 및 진지한 논의들을 중심 콘텐츠로 삼는 게시판을 신설한다.
-> 그간 여러분과 함께 음악과 음악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는 공간이었던 '세이렌의 섬'은 3월 안으로 폐지되어 역사 속으로 사라집니다, (사라지지만 게시물들을 더이상 보실 수 없는 것이지 삭제처리되는 것은 아닙니다.)

4. web을 중심으로 한 콘텐츠 제공 페이지들은 그대로 유지하되 게시판들을 리뉴얼하고, 인덱스 페이지 다음에 사이트맵이 오도록 하여 게시판 각각에 오르는 신규 페이퍼들의 검색을 손쉽게 한다.
-> 이에 대해 유료 혹은 무료로 기술력을 제공해주실 수 있는 망명자를 찾습니다.

5. 그외 기타사항들을 논의하였습니다.
-> 문망사진가클럽 신설의 건 등...

어느 정도 중요한 사안들이 결정된 뒤 망명자대회의 하이라이트 중 하나인 "벼룩시장"이 개최되었습니다. 망명자대회 참가자 여러분의 열띤 호응과 뜨거운 물욕이 충돌하는 자리인 '벼룩시장'은 서로가 서로를 잘 알게 되는 자리로 각자가 준비해온 물품을 제시하고, 그 물건이 자신에게 어떤 의미가 있는 것인지 어떤 뜻에서 들고 온 것인지를 말하면 물품에 대해 뜻이 있는 망명자가 손을 들고 자신은 어째서 그 물품을 꼭 가져야만 하는지 의견을 내놓는 것입니다. 그러면 이 의견을 들은 망명자여러분들이 손을 들어 거수로 어떤 망명자에게 그 물품이 가도록 할지를 결정하는 것입니다. 문망벼룩시장은 소유자가 물품에 대한 모든 권리(기득권)를 포기하고, 필요한 자에게 사회가 물품을 배분하는 시스템을 시험하는 자리이기도 합니다. 물론 그와 같은 심오한 뜻 보다는 일단 재미가 있어서 초창기 대회부터 지금까지 여러 변천과정을 거치면서도 없어지지 않고 망명자대회의 전통행사로 자리하고 있습니다.

저는 아내 은조가 제공한 일러스트집과 제가 준비해간 엄마찾아 삼만리 3종 세트를 내놓았는데, 일러스트집은 이번에 자기만의 방을 갖게 되는 구두한켤레님의 따님에게 엄마찾아 삼만리 피규어 3종 세트는 아픈 딸을 걱정하는 라메르님에게 갔습니다. 이외에도 여러분들이 많은 물품을 내놓으셨지만 그 중 최대 압권은 라메르님이 내놓은 코카차를 가져간 하하서님이셨습니다. 음, 자세한 사항을 말씀드리고 싶지만, 그 이야기를 했다간 실정법 위반으로 망명자가 체포되는 상황까지 발생할 수 있으므로 영원히 침묵하도록 하겠습니다. 그리고 역시 우리 문망의 단연 최고의 미녀(?) 중 한 분인 어떤약님이 내놓은 시체애호가를 다룬 야동 비디오 테입이 나왔는데요. 제가 잠시 딴청 피우는 동안 어느 분이 가져가셨더라???

그러나 이번 벼룩시장 최고의 물건은 팀벅투님이 가져오신 국악CD 타이틀 2장이었던 듯 합니다. 라메르님과 뜰에나무님의 격렬한 쟁탈전으로 말미암아 문망 최초로 파당이 생길 뻔 하기까지 했습니다. 뜰에나무님의 열띤 발언에 기름을 끼얹은 듯 뜨겁게 달아오른 라메르님의 발언이 있었고, 더욱 핸섬해지신 청동하늘님이 뜰에나무님의 의견에 대한 지지발언을 해주셨습니다. 이에 질세라 라메르님의 흑기사를 자처한 zappa님의 지지발언이 이어졌습니다. 그때 '민들레처럼'의 사장님이 갑자기 나서며 그 음반을 '민들레처럼'에 기증해달라는 제안을 하셨습니다. 국악과 민중가요를 중심 BGM으로 삼기에 '민들레처럼'에 기증해주시면 좋겠다는 것이었습니다. 음, 맛좋은 안주와 최고의 서비스에 보답하고자 바람구두가 직권을 발휘하여 민들레처럼에 대한 지지 발언을 했고, 여러분의 폭발적인 성원에 힘입어 국악음반은 '민처'로 기증되었습니다.(혹시 여러분이 망명자대회 막판에 드신 푸짐한 과일샐러드가 이 음반 덕이란 사실을 꼬옥 알아주셔야만 합니다. 흐흐...)

하여간 격렬한 쟁탈전이 벌어진 뒤 끝에 공식적인 망명자대회가 종료되었습니다. 사실 이 날 행사에 참가하기전에 제가 망명자대회의 끝은 무한대다. 오늘 집사람에게 외박을 허락받고 나왔다고는 했지만 사실 망명자대회가 예정된 어제와 오늘은 제가 다니는 대학원의 신입생 OT가 있던 날이었습니다. 원래는 망명자대회가 끝나고 대학원 OT에 달려갈 생각이었는데, 청동하늘님이 바람구두는 언제나 망명자대회의 공식적인 행사에만 참가하고, 행사가 끝난 뒤 다음날 새벽까지 이어지기 마련인 뒷풀이엔 참가하지 않는다며 이번엔 외박까지 승낙받았으니 뒷풀이까지 참가하라는 압력을 행사하셔서 저도 뒷풀이 자리에 참가했습니다. 뒷풀이는 라이브와 올드뮤직이 잘 어우러지는 대학로의 틈에서 거행되었습니다.

맛난 계란찜과 뜰에나무님이 이곳의 별미라고 추천해주신 시원한 냉국수를 먹으며 재미난 대화들을 나눴습니다. 라메르님과 외우중님의 진주난봉가를 시작으로, 사랑가가 연이어 울려퍼졌고, 숨어있는 명카수 zappa님의 노래가 좌중을 압도했습니다. 아, zappa님의 노래는 정말 소름이 쫘악 끼칠 정도로 대단했습니다. (그런데 곡목이 기억나질 않네요.) 하여간 그렇게 재미난 시간을 갖던 중 저는 어떤약님과 청동하늘님의 급작스러운 의견을 받아 "흐흐, 한참 기분이 좋았었습니다." 그 내용은 역시 저만의 비밀입니다. 하여간 3시쯤 더이상 늦어져선 안 될 것 같아서 저는 먼저 도망치듯 나와 대기해둔 운전기사와 함께 대학원 OT에 참가했습니다. 오늘 집으로 돌아오니 오후 4시가 되었네요. 대학원 OT는 장흥에서 있었는데, 오늘 오전에 대학원 OT프로그램으로 기획된 월드뮤직 음악감상과 더불어 장흥아트파크에 전시된 앤디 워홀과 제니 홀저, 앙뜨완느 부르델의 조각과 미술작품을 보고 귀환했음을 보고 드립니다. 흠, 정말 엄청난 강행군이었습니다.


댓글(3)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stella.K 2007-02-25 18:5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지난번에 광고하셨던 그 모임인가 보군요. 우리 알라딘 회원분은 참가하신 분이 아직 없으셨나 보죠? 글치 않아도 어떻게 되셨나 궁금했는디...보람있으셨겠습니다.^^

나비80 2007-02-26 20:1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꼭 가보고 싶었는데 일을 뺄 수가 없어 참석하지 못했습니다.
바람구두 님을 뵙는 건 다음 번으로 미뤄야겠군요. 참고로 아카이브 투표는 일찌감치 해놨습니다.ㅋㅋ^^

바람구두 2007-02-27 00:0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이고, 고맙습니다. 그 친구가 많이 칭찬하더군요. 직접 뵐 수 있었다면 더 좋았을 텐데 좀 아쉽습니다. 나중에라도 만날 일이 있을 거라 생각해요. 소이부답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