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구와 여행을 가자며 넣었던 펀드가 시대의 흐름을 그대로 타며 상승과 하락을 거듭하다가 드디어 만기의 그날을 향해 달려가고 있다. 이즈음하여, 올해와 내년, 여행을 가자고, 일단 올해는 가볍게 교토로, 라고 정하고 지난 여름에 잡았던 여행을 11월 말, 가을의 끝자락에서야 다녀왔다. 직장을 옮기는 바람에 사라져버린 기본 휴가ㅠㅠ에 내년에 예정되어 있던 안식년 휴가까지 바람타고 날아가는 바람에, 다음 여행을 기약할 수 없게 되어버린 것이다. 하여, 이번 여행은 좀 잘 다녀올 필요가 있었다. 덕분에 맛있는 것 잘 먹고, 잘 쉬다가 왔는데, 돌아보니 무슨 식도락 여행이 되어버린 것 같기도 하고. 할머니 단풍 여행 같기도 하고. 뭐 암튼 그렇다.
간사이 공항에서 내려, 링쿠타운이라는 곳으로 가서 쇼핑. 실은 쇼핑부터 하러 간 것부터가 계획의 틀어짐이었으나, 날씨가 추울 줄 알고 두꺼운 코트만 잔뜩 챙겨간 나는 (일단 저 목도리부터가 ㄷㄷㄷ, 헉, 그러고보니 저 목도리 두고온 것 같다 ㅜㅜ) 저 곳에서 자주색 가디건을 사지 않았더라면 이번 여행이 매우 괴로울 뻔했다. 의외로 비싼데다가 엔화의 압박 때문에 가디건 외에는 친구도 나도 산 것이 없는.
첫번째 점심은 모스버거. 일본에 왔으면 그래도 꼭 먹어봐야 한다는? ㅎ
이 날은 하루종일 정말 뛰어다녔는데 덕분에 친구의 이 가방은 무려 에스컬레이터를 구르는 수고까지 했어야했다. 아. 수고한 가방에게 박수를 보내며 찍은 사진. (팔다리허리어깨삭신이 쑤시다는 가방의 외침이 들리시나요)
아라시야마로 가는 밤의 토롯코 열차. 봄에는 벚꽃, 여름에는 녹음, 가을에는 단풍, 겨울에는 설경을 본다는 열차인데 광산용으로 쓰던 것을 관광용으로 개발했단다. 일본 사람들이 관광상품을 잘 만드는구나, 라는 것을 실감했다고나할까. 밤의 토롯코열차는 라이트업한 단풍을 구경할 수 있는데, 밤이라 한껏 고조된 분위기여서, 사람들의 탄성소리가 남다르다. 기사 아저씨가 노래도 불러준다. 그야말로, 낭만 열차.
어쩌다보니 음식만 계속 올리는데. ㅎㅎ 아라시야마에서 제일 평범해보이는 오코노미야키 가게에 들어가 야끼소바와 오코노미야끼를. 맛있었다. 하하.
밤에는 호텔 바에 올라가 와인과 칵테일을. 저 멀리 보이는 것이 교토타워. 우리가 묵었던 호텔의 바는 회전식 바로 유명했는데, 가만히 앉아있으면 바 자체가 원형으로 회전해 오래도록 앉아있으면 한바퀴를 돌면서 교토 전체의 야경을 볼 수 있는 곳이었다. (엔화라 현실감각이 없었으나, 나중에 체크아웃하며 계산할 때즈음, 우리의 현실감각이 우리를 울렸다)
일본에서 정말 흔히 볼 수 있는 자전거를 탄 사람들. 교토에서는 애 둘을 앞뒤로 태우고 비오는 날 우산까지 쓰는 놀라운 신공을 지닌 엄마들이 많다는 이야기를 듣긴 했었는데, 정말 이런 풍경을 마주하니 재미있지 않은가! ㅎㅎ 비가 안와서 우산쓴 모습까지는 볼 수 없어 아쉬웠다.
단풍으로 가장 유명하다는 곳에서 찍은 사진인데, 유치원생부터 할머니들까지, 단풍을 보기 위해 많은 인파가 몰린 덕에 단풍보다 사람 구경을 더 많이 한 것 같다.
여행 내내 함께한 홀가와. 애초 목표한 만큼 찍지는 못했지만, 저녀석의 눈으로 본 스무장 남짓의 녀석들이 과연 잘 나와주었을지 궁금하다. |
어딜 가나 쉽게 눈에 띄는 간절함의 향연.
단풍과 하늘은 참 잘어울린다
거리에서 만난 풍경들
길을 찾기 어려울 땐 마음을 따르면 된다.
그냥, 이 길이 마음에 드니까, 여기로 내려가자, 라고 했던 그 곳에,
우리가 찾던 이노다 커피가 있었으니까.
바깥에 자리를 잡아 커피 한잔과 함께 사진을 정리하며, 이런저런 대화를 나누며.
교토의 유명한 화장품 브랜드라는 요지야 언니도 처음 만났고.
좋아하는 우편함 사진도 간간히 찍고
연신, 하늘에 감탄하고, 또 감사하면서
그렇게 걸어다녔던 거리. (저 밑에 유치원 모자 보이나요? ㅜㅜ)
여행자에게 친절한 일본 사람. 무표정하게 걷다가도, 스미마셍...하면, 이런 얼굴이 된다. 그런데, 이런 친절한 얼굴로, 정말 간까지 다 내줄 것 같은 표정을 지으면서도, 맺고 끊는 것이 매우 정확해 놀라운 것이다. 하하.
카모강변. 가장 마음에 들었던 곳 중 하나. 저 곳에 잠시 앉아 나도 풍경이 되고 싶었다.
니시키 시장. 그야말로 시장. 절임 및 생선 요리들이 많고, 간간히 간식거리들도 많아 매우 생동감이 느껴지던 거리.
이 곳에서 꼭 먹어봐야 한다던 두유 아이스크림. 정말 맛있었다. (그런데 가격이...ㄷㄷㄷ)
덴뿌라의 고향이니, 역시 하나 먹어주시는 센스. 아. 니시키시장, 너무 좋다. 하하.
은각사로 들어가던 길. 은각사는 공사중이라 들어가지는 않았으나, 이 숲길 사이로 보이던 하늘이 너무 좋았다.
내려오는 길에는 슈와 당고를 먹어주시는 센스. 하하. (정말 먹으러 간 것 같다)
철학의 길에서 만난 귀여운 녀석. 이녀석, 정말 편안해 보이잖아. 하하.
철학의 길을 걷던 시간은 오래 기억에 남을 것 같다. 물에 비친 단풍. 단풍에 질려갈 즈음이었는데도, 저 장면은 마음에 쏙 들어왔다
나는 볼 수 없는 모습
저녁은 백엔 스시. 참치를 못먹던 친구가 참치를 좋아하게 된 곳. 여기도 정말 맛있었고.
낮에 봤던 가모강변에 있는 곳이어서 더욱 좋았을 뿐이고.
편의점 문화가 발달한 곳답게 우리나라에 들어왔다가 망한 로손 편의점을 일본 곳곳에서 볼 수 있었는데, 우리 역시 이 곳에 얽힌 여러 사연들이 생겨버렸다
셋째날, 다시 아라시야마를 찾은 이유는, 낮의 그 곳이 다시 보고 싶었다, 는 것을 빌미로,
첫째날 문닫아서 가지 못했던 아링코 녹차 케잌을 먹기 위해서였다는 -_- ㅎ
첫날 정신 없이 뛰었던 이 길은, 실은 매우 아름다운 길이었다는 것을, 다시 가지 못했으면 알지 못했을 것이다. 교토의 좋은 점 중 하나는 높은 건물이 많지 않아, 어디서고 넓고 파란 하늘을 볼 수 있다는 점.
교토를 지나 고베로 옮겨. 그 유명하다는 일본 3대 야경 중 하나.
안되는 영어로, 높은 층을 요구한 결과, 이런 아름다운 야경을 만났다. 하하하. -_-v
여행 로망 중 하나는, 하루는 현지 구매 패션으로 다니기. 신발은 못샀지만, 저 자주색 가디건과 원피스는 일본에서 구매해 입고 다녔다. 흐흐.
산책하는 노부부의 모습도 어렵지 않게 만날 수 있었다
여기저기에, 자전거. 자전거!
사실 고베로 간 이유 중 하나가 와규(맥주를 먹여 길렀다는 고베 특산 소고기)를 먹기 위해서였다. 매우 고급 와규집으로 가지는 못했지만, 꽤 괜찮았던. 잘생긴 아저씨가 구워주던 와규.
헤헷. 맛있겠다. (어라. 이거 보는데 배고프다)
하루종일 걸어다녔더니 다리가 아프다. 아이고. (사실 이 날부터는 귀찮아서 사진도 잘 안찍은...) 산노미야역 앞에서 일단 휴식중.
저녁은 백화점 지하에서 사온 녀석들로 저렴하게 해결. (명란젓 넣은 오니기리 너무 좋아요. 유부 초밥도 맛있었다. ㅎㅎ) 일찍 들어와 마시려고 산 사케로 반신욕을 하고, 12시간이나 숙소에서 쉬어주신 덕에 오늘은 이시간까지 잠도 안온다 ㅜㅜ
마지막 밤, 친구는 일본 드라마를 보고, 나는 가지고 간 미시마유키오의 금각사를 읽는데 (참고로 금각사는 안갔습니다) 반가운 지명들이 마구 등장해 나의 상상력을 자극한다. 정말, 가져가기, 잘했다. 하하.
고베에서 간사이 공항까지는 배로 이동하기로 하고, 항구로 가기 위해 포트라이너를 탔는데, 의외로 신났다. 창밖으로 보이는 바다도 좋고.
작은 열차여서 그런지, 안에서 만나는 사람들의 풍경도 정겹고
고생한 가방들은 제멋대로, 마치 체스말처럼 굴러다녀 귀여웠다. ㅎㅎ
(역시 이후로는 귀찮아서 사진이 없는...)
아쉬움은 남지만 미련은 없는 여행이었던 것 같다. 친구 H덕에 편안히 잘 다녀올 수 있었던 것 같던. 실은 매우 게으른 터라, 여행을 계획하는 것도 귀찮아하는, 그래서 누가 좀 이렇게 다 떠서 떠먹여줘야 움직이는데, 이번 여행을 다녀와서는, 다음엔 어디든, 혼자서 여행을 해봐도 좋겠다는 생각이 든다. (과연...)
실은 한 다섯장 정도만 올리고 자려고했는데, 어쩌다 이렇게 되었는지. 하하.
아. 맞다. 이 사진을 올린다는 걸 깜빡.
철학의 길에서 만난 가을 분위기 물씬 풍기는 가랑잎.
Bye, fal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