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국 우리는 리차드 니버와 함께 시작한 곳으로 돌아가게 됩니다. 우리는 하느님께서 예수 그리스도 안에 성육하신다고 고백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하느님이 다른 사람들에게는 어떻게 부재(不在)하는지에 대해 부정적으로 말하는 것은 우리의 일이 아닙니다.  
   

한번쯤 읽어볼만한 책, 생각하는 기독교인이라야 산다 <존 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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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리 2008-08-25 14:13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이 글이 올라온 걸 보니 발제는 잘 마쳤나보네. 고생했어~ 토닥토닥~

웽스북스 2008-08-26 00:15   좋아요 0 | URL
네 언니
발제는 허접했는데 함께 한 사람들이 훈늉하게 잘 끌어갔어요 ㅋ
 



어제는 김중혁의 소설을 집에 오는 길에 지하철을 읽다가 막 웃었다. 인생의 한 시기쯤은, 이런 친구와 함께 치열하게 빈둥거리는 것도 매우 즐거울 것 같은데 말이지.

   
  M과 나는 언제나 입사시험을 함께 치렀다. 같은 회사에서 근무하고 싶다는 생각이 큰 탓도 있지만 혼자서 시험을 친다는 게 불가능하게 여겨질 정도로 M과 나는 분리될 수 없는 사이였다. 우리는 동전의 앞면과 뒷면이거나 한 사람의 앞모습과 뒷모습이었다. M이 사라지면 나는 두께가 없는 종잇장처럼 변해버려서 혼자서 서 있을수조차 없을 것이다. 나 역시 M에게 그런 존재라고 생각한다. 우리는 서른 번의 입사시험을 함께 치렀다. 백전백패. 승률은 제로였지만 혼자서 시험을 쳐야겠다는 생각은 한번도 들지 않았다.

우리는 면접시험도 함께 치렀다. 함께 치른 정도가 아니라 언제나 면접실에 함께 들어갔다. (중략) 함께 면접을 봐야 우리의 진가를 보여줄 수 있다며 인사담당자를 들볶았다. (중략)

우리는 '면접시험의 역사'를 새롭게 쓰자'라는 포부를 가슴에 품고 새로운 형식의 면접을 시도했지만 면접관들의 반응은 냉담했다. 새로운 레퍼토리를 만든 만담 듀엣의 심정으로 면접관들의 마음을 사로잡으려고 했지만 시간도 채우지 못하고 쫓겨나는 경우가 더 많았다. (중략)

인터넷 기획 회사의 면접을 볼 때는 둘이서 만담을 했고 - 면접관들은 단 한번도 웃어주지 않았다 - 애니메이션 제작회사의 면접을 볼 때는 어설픈 마술쇼를 하기도 했으며 - M이 소품으로 준비해둔 손수건에 불을 잘못 붙이는 바람에 천장에 붙어 있던 스프링클러가 작동됐다 - 영어교재회사의 영업직 사원 면접시험 때는 지하철에서 물건을 파는 행상의 모습을 재연하기도 했다 (중략)

어제의 면접 준비는 나름대로 철두철미했다. 우리는 저녁을 먹으면서 회사 홈페이지에서 다운받은 자료를 읽고 또 읽었다. 컴퓨터게임 회사였고, 게임 기획자와 게임 테스터를 구하는 중이었다. 응모자격란에는 '기초적인 프로그래밍이 가능하신 분, 새로운 아이디어가 넘쳐나는 분, 상상력이 뛰어나신 분, 게임에 자신이 있는 분, 게임 하나를 시작하면 끝장을 보는 분' 이라고 적혀 있었다. (중략)

면접관 앞에서 실뭉치를 푸는 이벤트는 그렇게 해서 시작된 것이다. 연습도 필요없었다. 헝클어진 실뭉치를 푸는 일은 연습으로 도는 일이 아니다. 끈기와 인내로만 가능한 일이다. 우리는 대사 몇마디만 준비하고 일찍 잠자리에 들었다.

"저희들을 소개하는 대신 한 가지 보여드릴 게 있습니다. 컴퓨터 게임을 테스트하는 일은, 엉킨 실뭉치를 차근차근 풀어나가는 것과 마찬가지라는 생각이 듭니다. 한 단계 한 단계 참을성 있게 실을 풀어나가면 언젠가는 모든 매듭을 풀 수 있다는 것을 보여드리겠습니다"

내가 생각해도 멋진 대사였다. 면접관들의 반응도 좋았다. 우리가 파란색 실뭉치와 빨간색 실뭉치를 종이가방에서 꺼낼 때 어디선가 낮은 탄성이 들리기도 했다. 하지만 문제가 있었다. 대기실에서 실뭉치를 너무 헝클어놓았다. 그리고 우리가 사온 실뭉치는 너무 컸다. 1분도 지나지 않아 우리들 이마에는 땀이 맺혔다. 3분이 흐른 뒤에도 상황은 나아지질 않았다. 5분이 흘렀을 때는 온몸이 땀으로 뒤덮였다. 손바닥에 고인 땀 때문에 실이 더 엉켜서 5분 동안 30센티미터 정도의 실밖에는 풀어내질 못했다. M은 매듭을 푸는 대신 실을 마구 잡아당겼다. 그 때 내가 한숨을 쉬었다. 뒤이어 M이 낮은 소리로 "에이 씨"라는 소리를 냈다. 그걸로 모든 게 끝났다.

"됐습니다. 그만 하세요. 아이디어는 참 좋은데 두분 다 참을성이 부족하신 것 같군요. 실푸는 연습을 더 하고 다시 한번 도전해 보세요" (중략)

"아까 네가 한숨을 쉬지 않았으면...."
"그래서 내 탓이라고?"
"아니, 내가 먼저 한숨을 쉬었을 거라고"
"네가 한숨을 먼저 쉬었으면 내가 에이 씨발, 했겠지"
백전백패하더라도 우리는 그런 사이였다.

김중혁 <악기들의 도서관> - 유리방패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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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오기 2008-08-10 21:5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책따세 추천도서에 들었길래 사려고 생각해요. 에이 ^^ㅣ~~ ^^

웽스북스 2008-08-13 02:47   좋아요 0 | URL
콜콜콜이에요 ~ 순오기님이 국민도련님쯤 삼고싶어할만한 작가에요 ㅋㅋ

순오기 2008-08-17 20:28   좋아요 0 | URL
국민도련님? ㅎㅎ 난 최규석 하나만 동생이면 족해요.
도련님이면 시동생이잖아~ㅎㅎㅎ 나한테 진짜 시동생은 없네요.ㅋㅋ

웽스북스 2008-08-17 23:36   좋아요 0 | URL
그런가요? ㅎㅎㅎ 김중혁 한번 읽어보세요, 완소에요
 

   
  "믿지 못하겠지만 말이다, 너도 버스 회사에서 일을 해보면 알겠지만 가끔 '무방향 버스'라는 게 생겨날 때가 있어. 똑같은 노선을 반복하던 버스가 어느날 갑자기 사라지는 거야" (중략)

"한대의 버스는 매일 똑같은 길을 지나게 되어 있어. 똑같은 건물을 지나고, 똑같은 다리를 지나고, 똑같은 비포장도로를 지나고, 똑같은 사람들을 만나지. 그렇게 매일 똑같은 일이 반복되면 버스에는 어떤 '정형'이 만들어지고, 버스의 생김새 역시 일정한 방식으로 변모하게 되는 거다. 사람이 환경에 의해 변해가듯, 버스 역시 마찬가지란다. 먼지가 많은 도로를 지나는 버스는 먼지의 틀 가은 것이 곳곳에 스며들 수 밖에 없지 않겠니. 그런 일들이 오랫동안 지속되면 버스 역시 나름대로 지치는 거다"

"그럼 238번은 어떤 버스인데요?"

"10년 동안 한 번도 길이 바뀌지 않은 버스야. 가끔씩이라도 노선이 바뀌는 버스들은 그나마 무방향 버스가 될 확률이 아주 낮지. 하지만 238번 같은 경우는 말야, 새로운 길도 생기지 않았고 별다른 변화가 없었기 때문에 많이 힘들었을 게다. 무방향 버스가 될만하지" (중략)

"너희 어머니는 아마 무방향 버스의 존재를 알고 있었던 모양이다. 그렇게 무방향 버스를 타고 사라지는 사람들이 가끔 있어"

김중혁 <악기들의 도서관> - 리믹스 '고아떤 뺑덕어멈' 중
 
   


무방향 버스를 타고 사라져버린 238번 버스같은 주인공의 어머니,
아니아니 주인공인 어머니

나는 무방향 버스를 꿈꾸는 237번쯤 되는 버스
그리고 어쩌면 우리 부모님은 무방향 버스가 되는 방법을 모르는 238번 버스인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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니나 2008-08-11 22:4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무방향 버스는 냄새가 없는 버스라고... 이러고 싶고...

웽스북스 2008-08-11 22:45   좋아요 0 | URL
무 향기가 나는 방향제는 아니고? ㅋㅋㅋㅋㅋ

L.SHIN 2008-08-12 00:2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음...어렵지만. 뭔가..알 것도 같은데. 도무지 알 수가 없는 그런 이야기였어요.
난 어떤 버스인걸까?

참, 웬디님 안녕.
나, 미쳤어요. 그래서 현실회피용으로 서재 마실중~ ^^

웽스북스 2008-08-13 02:48   좋아요 0 | URL
LS님 안녕
저의 엔도르퓐~을 위하야
자주 음주페이퍼를 남겨줘요
 



   
  사람아, 아 사람아, 인간이란 모두 이렇다. 아침부터 밤까지 싸워도 나아지는 것은 없고, 그렇다고 해서 싸우지 않으면 더욱 악화된다.

다이호우잉, 사람아 아 사람아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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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rch 2008-06-27 00:4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웬디양님 화난거 있나 싶어 냉큼 열어봤더니^^ 아주 쪼끔 나아질지도 몰라요. 안 자고 뭐해요! 고민형 직장인님!!

웽스북스 2008-06-27 01:01   좋아요 0 | URL
고민형 직장인님이 아니라, 다혈질 직장인이에요 -_-
조금 더 나아지길 바라야겠죠 으흐 ;;;;;

라주미힌 2008-06-27 02:2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 책은 3년째 노려만 보고 있음.. 신간을 구간처럼 읽는 습관 버려야..
ㅡ..ㅡ;

웽스북스 2008-06-27 10:03   좋아요 0 | URL
ㅋㅋ 3년째 노려보다니 (남일같지가 않다 어째 ㅋ)
저는 이 책 읽고 좋아서 절판된 시인의 죽음까지 어찌어찌 구했는데, (3권짜리) 2년째 노려보고있어요 ㅋㅋ
 
당신의 궁상은 누구를 닮아 있나요?


한겨레 21을 볼 때마다
기대하던 마음으로 보곤 하던 만화가 있었다

솔직한 그림체로
자신의 이야기를 통해 그 시절의 이야기를
묵묵하게 풀어나가던 최규석의 대한민국 원주민은
나를 먹먹하게 만들곤 했다

그 책이 단행본으로 출간되서 나왔구나
좋아할 수 밖에 없을 것 같다, 이 책
한겨레 21을 다 챙겨보지 못했기에 못본 것들이 많겠지만,
그렇기에 더욱 반가운 소식이다!

바로 구매버튼 숑숑!

(아흐, 책 안사려고 했는데 꼭 이런 애들이 속을 썩인다, 즐겁게스리~)











ps

예전에 썼던 최규석의 습지생태보고서 리뷰를 먼댓글로 연결해놓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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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06-16 19:41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08-06-16 23:25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08-06-17 10:02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08-06-17 11:31   URL
비밀 댓글입니다.

Arch 2008-06-16 22:1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웬디양님!(언니라고 부르고싶지만) 저도 최규석 좋아해요. 그런데 혹시 그분이 인터뷰한 것도 봤나요? 정말 잘 생긴거 있죠! 흡. 그래서 더 좋아졌어요.

웽스북스 2008-06-16 23:26   좋아요 0 | URL
우후후 휘둥글 모드로 변했어요 '정말' 잘생겼다고라고라고라...ㅋㅋ
언니라고 불러도 되는데 말이죠 ㅎㅎ
게다가 은 '오빠'를 좋아하는 동지인데 ㅋㅋ

네꼬 2008-06-17 12:4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최규석 외모 킹왕짱. -실제로 본 1인. (대화, 심지어 음주까지 해봤음.) 생각하는 것까지 멋지다능.

웽스북스 2008-06-17 13:09   좋아요 0 | URL
아잉~ 몰라~ 너무 멋지잖아요
(왜 부끄러워하고 난리래 ㅋㅋ)

hugq 2008-06-17 15:21   좋아요 0 | URL
부러워요.-_ㅠㅠㅠ음주까지.

웽스북스 2008-06-17 23:58   좋아요 0 | URL
그니까요, 네꼬님 좀 많이 부러워요 으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