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 작은 차이
알리스 슈바르처 지음, 김재희 옮김 / 이프(if) / 2001년 5월
평점 :
절판


1.
1975년 여름 독일에서 처음 씌어진 책이다.
2010년 한국에서 읽으며, 무려 35년이 지난 다음에 읽는대도 전혀 바뀐것이 없다.
여자로 사는것이 억울하다고 생각하는것은 나만이 아니었던거지.

왜 여자는 아이들을 사랑으로 돌보는 능력을 갖고 태어나고 남자는 아이를 귀챦아 하는지 나도 이상해.
왜 여자들은 기꺼이 집안일을 하고 남자들은 손하나 까딱하지 않는지
왜 진보적이라는 남자와 여자가 결혼해도 그렇게 사는지
왜 그러냐고 물어보면 나에게 "그러니까, 너는 결혼을 못하지." 라고 한다. ㅎㅎㅎㅎ

맞다. 그래서 난 결혼할 생각이 없다오.
결혼은 남자에게는 수지맞는 일이고 여자에게는 밑지는 사업이라오.


2.
처음소개되는 힐데가르트의 이야기를 읽다가 눈물이 난다.
이렇게 평범한, 고통이, 사무친다.

그녀들이 직접 자기얘기를 말하는 방식
의도된 편집을고 가리지 않고 최대한 현실을 있는 그대로 보여주는 방식이다.
또한 이런 방식은 그동안 아무도 그녀들의 이야기를 들어주지 않았다는 것을 확인시켜준다.
그녀들은 존재하지 않았고, 그녀들읜 의견이 없는 것으로 치부되어왔다는 것을.
가치없던 그녀들이 '말'을 시작해서 겸험을 공유한다.

아무짝에도 쓸데없는 계집애라는 소리를 듣고 눈칫밥을 먹다보니까 항상 열등감에 시달렸어요.
딸하나 키우는 것보다 벼룩을 한포대 키우는게 낫다는 말이 언제나 가슴에 사무쳤어요.
언짢은 소리만 자꾸 들으니 매사에 자신이 없고, 어린시절 내내 자기혐오를 키운 셈이었어요.
뭐 하나 똑 부러지게 잘하는게 없다고,
무슨 계집애가 빈둥빈둥 책이나 뒤적이고 게으름을 떨면서 집안일에는 그렇제도 관심이 없냐고,
너 같은걸 어떤 남자가 데려가겠냐는 얘기가 끔찍했어요.

도로테아, 나도 그랬어.
우리는 이렇게 다른 장소, 다른 계급의 딸로 태어나 다른 처지로 사는데, 그런데
우리는 모두 같은 경험을 공요하고 있다는 사실의 확인은 매우 중요하다.
이것은 매우 쉬운 시작이라 모범적이고 훌륭하다.


3.
섹스를 '혼인의무'라고 표현한다.
음---, 섹스를 무엇인가의 댓가로 의무적으로 해야하는것은 성노동자들이다.
예전에 창녀라고 표현했던.
결국 돈받고 하는것과 결혼한 후 의무를 다하는 것은 모두
여성의 자유로운 성적 욕망과는 아무 상관이 없다는 말이다.
음---, 혼인의무.
우리나라 여성들도 이런 의무감으로 섹스하는지 궁금하다.
들어본적이 없다.


4.
책을 읽다보니 표지의 알리스 사진이 의미심장하다.
한쪽 얼굴을 가린 그녀의 웃음은 거만한 유혹이다.
남성들에게 "나, 마녀맞아."
여성들에게 "나처럼 해봐. 부럽지 않니?"

사랑받지 않을 용기 이후 두번째다.
더이상 나와있는 그녀의 책은 없네. 
솔직하고 명쾌하게 직설적으로 말하는 것이 그녀의 힘이다.

전문가들의 진단에 따르면 그게 또 그렇게 큰것도 아니어서
시들었을때는 기껏해야 8~9센티미터고 한껏 늘어나 봤자 6~8센티미터가 더 커지는 정도라고 한다.
이 볼품없는 살덩어리가 그렇게도 남성을 존엄하게 한단말인가?
여자에게 기쁨을 주는 마력이 거기에 달려있다고,
세상을 지배하는 모든 권력이 거기서 유래한다고 갈채를보내야 한단 말인가?
이 물건을 달고 다니는 자들은 최소 그점을 믿어 의심치 않는것 같다.

ㅎㅎㅎㅎ
나 젊었을때 좀더 빨리 이 책을 보지 못한 것이 유감이다.
아주 많은 남성들에게 이 말을 해주고 싶어. 지금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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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수는 광대다 - 얼음 같은 세상, 마음을 녹이는 현장예술가 최병수
박기범 외 지음, 노순택 외 사진 / 현실문화 / 2007년 6월
평점 :
절판


1.
책머리에 권정생이 2006년 최병수 생각을 하며 쓴 시가 있다.
광대놀음을 하는 병수의 외로움을 보며 권정생은 눈물이 났다가 웃는다.

그 유명한 걸개그림 한열이를 살려내라! 와 노동해방도를 그린사람
최병수의 작품집이다.
물론 거리에서 걸개그림으로, 솟대로, 설치작품으로 볼때 훨씬 감동이 크다.

그동안의 작품을 정리해 놓은 것은 잘한 일이다.
아까운 사람이 죽은 뒤에야 허겁지겁 유품을 모으듯이 하지 않아 다행이다.
그에게는 자서전쯤이 되지 않겠는가.
한 삶을 이런 방식으로 편집해 묶을수 있으니 최병수가 행복하길 바란다.

그의 작품에 대한 이런저런 평가나 소개 혹은 감상에 대한 글들이 있는데
작품만큼 좋지는 않다.

최병수는 광대다. 정말 그렇다.
광대라는 말이 참 묘하다.
행위하는 자, 앞서가는 자, 소외되어 슬픈자, 대접받지 못하는자,

그의 작품들은 정면돌파의 느낌이 있다.
돌려말하지 않고, 돌려말할 줄 모르고, 돌려말할 필요가 없는
타협하지 않는 고집스러움이 있다.


2.
개인적으로 동물에 대한 로드킬이 너무 잔인하다고 느껴서
길을 위해 함부로 파괴되는 땅과 산과 그속의 생명이 아깝고 아까워서
환경운동하는 사람이 고속도로 갈아엎어 밭으로 만드는 일부터 해야한다는 권정생의 말에 공감한다.
대한민국은 국토에 비해 길이 너무 많다.
모든 길은 일년내내 공사중이고, 새로운길이 일년내내 말들어진다.
길을 만들며 '시원하게' 산을 가로지르는 터널도 많다. 모두 살생이다.


3.
이 책을 읽기전에 노동해방도는 알아도 누가 그린지는 몰랐었는데
여전히 이렇게 삶의 현장에서 명징하게 살고 있구나.
고마워요.
부디 아프지 말고 오래오래 행복하게 광대놀음 하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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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소한 물음들에 답함 - 제12회 '천상병 시상' 수상작 창비시선 310
송경동 지음 / 창비 / 2009년 12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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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오랜만에 시를 읽었다.
근면하고 성실한 느낌의 송경동
출판기념회에 못간것이 미안하기도 하고 작품이 궁금해서 동네도서관에 신청한 것이 들어왔다.
반가와 냉큼 들고왔다.


2.
정직한 시쓰기
박노해 이후 한시대를 풍미하다 사라진 그 끝에 송경동이 선듯
부디 도식적인 저울을 들이밀며 혁명적 낭만이 충만하니 감동해주라던
초라한 개울을 건너주길

쉽게 삶을 그대로 써도 감동적인 시가 된다는걸 소박하지만 믿음직스럽게 확인시켜주어,
고마워요.
오래간만에 시가 쓰고 싶은날
여전히 투쟁하는 현장에서 고통스런 등 두드리며 함께 손잡고 버티어 시쓰며 살아줘서,
고마워요.


3.
한꺼번에 여러편을 읽지 못한다. 자주 쉬면서 읽는다. 

        아저씨 잘 가세요. 가서는 죽어도 굴레의 페달 같은 것은
        밟지 마세요. 별과 바람과 눈물과 땅과 나무와 풀과 같은
벗들하고만 사세요. 푸르름을 따라오지 못하는 이념 같은 것은
   거들떠보지 마세요.세상을 변혁하지도 못하는 운동가들과도
                            어울리지 마세요 - 故 허세욱 열사 영전에

                                       / 별나라로 가신 택시운전사께 中

오래 들여다 본다.
세상을 변혁하지 못하는 나는

아무래도 저세상은 있는 것 같다고
그렇지 않고서야 이렇게 사는 게 쓸쓸할 수가 있느냐고
이 생은 파토라고, 이런 것을 인생이라고 할 수 있느냐고
당신들은 이것이 사는 거라고 생각하느냐고 누구라도 붙잡고 이야기하고 싶을때

/ 셔터가 내려진날 中 

이런때를 안다.
사는게 쓸쓸하여 다시 태어나고 싶은것이 아니라
사는게 쓸쓸한것이 억울할때, 갑자기
막막할때


파란내일을 위해 녹슨 오늘을 닦는 송경동이 보인다.
순한웃음과 곧게 다물어진 입술
고마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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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홀한 글감옥 - 조정래 작가생활 40년 자전에세이
조정래 지음 / 시사IN북 / 2009년 10월
평점 :
품절


1.
술술 읽힌다.
그렇지만 좀더 체계적으로 나누어 정갈하게 씌어지는 기획을 하지.
문학이란 무엇인가 부터 시작해 조정래의 문학론뿐 아니라 삶과 소설을 이야기 하는데
질문에 따른 짧고 경제적인 답의 구성이 한주재에 몰두하는것을 방해한다.
너무 쉽게 책을 만든 느낌.
그래서 가끔 지루하기도 하지만 태백산맥에 대한 작자의 말을 직접 들어볼려고 기꺼이 참았다.


2.
태백산맥과 그의 삶에 대한 에피소드들은 재밌다.
진실을 찾아 '넋을 감동시키는 문학'을 면벽수행하듯이 추구해온 자부심이 있다.
한눈팔지 않고 오로지 문학을 하며, 이 땅에사는 사람들을 찾아 감동하며
결벽증처럼 문학하는 지식인의 순결함을 추구한다.

"선생님이 이렇게 세계적인 화가가 된 비결이 무엇입니까."
기자가 물었습니다.
"재수있는 놈은 되고 재수없는 놈은 안되는 거지 뭐."
백남준 선생의 대답이었습니다.
"예술을 무엇입니까?" 기자가 다시 물었습니다.
"그거 다 사기야."

ㅎㅎㅎㅎ 촌철살인이 통쾌하다고 조정래가 들려준다.
악동같은 백남준에 비하면 조정래는 답답한 청교도인데 인용해서 웃자하니
자신의 엄격함의 무게를 누구보다 잘 아는 그가
이미 산맥같은, 장인이다.

민족주의와 박정희에 대한 판단을 비롯하여 정치적 판단이 다른 것들이 있지만, 
나와 다른 의견이라도 집중해 듣는다.

당대를 함께 살아 자랑스러운 진지한 경험주의자의 문학과 작품과 삶에 대한 얘기
 

3.
고등학교때 처음으로 태백산맥을 읽으며 심장이 뛰어 잠들지 못했었지 
서른 아홉이다.
감히 태백산맥같은 소설을 쓸수 있을거라 생각하지 못하지만
한번더 읽어는 보고 싶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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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릴라걸스의 서양미술사 - 편견을 뒤집는 색다른 미술사
게릴라걸스 지음, 우효경 옮김, 박영택 감수 / 마음산책 / 2010년 2월
평점 :
품절


1.
미술역사에서 여성들은 생각보다 훨씬 조직적이고 치밀하게 차별받고 배제되어 짓밟혀 뭉개지고 버려졌구나.
차별을 생각은 했지만 이정도일줄은 몰랐다.

남성보다 열악한 조건에서 싸워야했고
훌륭한 작품을 생산하면 그녀의 아버지나 남편이 가로챘다.
당대에 성공한다해도 죽고나면 후대의 역사가들은 노골적으로 그녀들을 잊었다.
그녀들은 기억되지 않았다.

여성을 중심으로 해석한 서양 미술사.
뛰어난 여성 미술가들이 어떻게 부당한 취급을 받고 억울하게 잊혀졌는지에 관한 스토리
그녀들보다 못한 남자들도 시대를 대표하며 기억되는 동안. 
치사한 남자들.
내가 생각한것보다 훨씬 집요하게 여성을 바보로 생각하며 비하한다.
그리고 그것은 아직 중단되지 않았다.  

과거가 아니라 현대를 사는 오늘도 여전히 여성에게 호의적이지 않으며 폭력적이다. 지금도.

게릴라걸스는 역사속의 선배 화가들을 불러 인터뷰 하고 편지를 나눈다.
잊혀져 침묵하도록 강요당한 그녀들을 불러 말하게 한다.
늘 소수로 무시당했기 때문에 말하고 싶었을 것이다.
게릴라걸스는 재능과 열정이 있음에도 평가절하되고 소외되고 낙인찍히는 그녀들의 마음을 너무 잘알고 말한다.
지금, 자신들도 그러니까.  

시대가 흘러흘러 근대와 현대에 가까울수록 게릴라걸스가 다루는 여성화가들과 잘 교감한다.
그녀들이 실물처럼 느낌이 잡히고 그 마음과 고통과 열정과 때론 의연함이 느껴진다.
그리하여

우리는 사람들을 충격에 빠뜨리고 싶다. 우리는 사람들을 화나게 하고 싶다.

이 문장이 좋다.
나두 그래. 나두.


2.
책의 구성이 산만해서 오락가락 하는 단점이 있다.
본문의 흐름외에 각시대의 참고할 만한 것들이 한쪽 페이지를 차지하며 소개되는데
소개되는 내용 자체는 흥미롭지만, 본래 이야기줄기의 흐름을 방해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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