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토리의 집 1~7 세트 - 전7권 - 개정증보판 장애공감 1318
야마모토 오사무 지음, 김은진 옮김 / 한울림스페셜 / 2004년 10월
평점 :
절판


1.
TV 드라마든 토크쇼든 노동자가 등장하지 않는다고 생각했었는데
장애인들이 등장하지 않는다는 것은 생각을 하지 못하고 있었네.
그렇군. 마치 없는 사람들처럼, 보여질 가치가, 그들의 표현과 의견과 삶이 존재가
인정되지 않는 사회이므로.

2.
키요시와 게이코가 여러번 눈물나게 한다.
천형처럼, 장애를 갖고 태어나면 어울려 살기가 어렵구나.

이동권을 위한 장애인들의 투쟁을 알고 있는데, 우리나라는 장애인들의 교욱이 어떻게 진행되고 있는걸까.
문득, 궁금해지네.
장애인들에게 의무교육이 어떻게 적용되고 있을까.
설마 최저임금처럼 적용에서 제외되는 것은 아니겠지.


3.
4권쯤 읽으니까. 조금, 멀미난다.
끊임없는 고통속에 반복해서 노력하지만 한계는 너무 두껍다. 그래도
마침내 뭔가 계기가 되어 화해하고 성장하고 울고, 그리고 결의를 한다. 반듯한 얼굴로.  
이것이 반복된다.
극복이고 머고 다 포기해버리고 싶을때가 있는 법이다.

감동휴먼스토리를 잘보지 않는 이유는 이런 전형을 강요하는 느낌이 들때가 있기 때문이다.
영화나 책앞에 앉은 나에게 빨리 감동해서 눈물을 흘리라고 강요하며 손수건을 쥐어주는 듯이.
이래도 눈물흘리지 않을거야? 빨리 감동하라구! 더나아가 반성을 촉구하기도 한다.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오. 도토리의 집은 그렇게 독촉하고 윽박지르며 막나가지는 않는다오. ^^

4.
삶을 즐길수 없을까. 왜 우리는.
넘치게 생산되는데, 왜 잘 나누어.
필요한 사람에게 필요한것을 주고 필요없는 자에게 필요없는것이 쌓이지 않게, 잘 나누며 살수 없는 걸까.

국가가 부자들의 세금을 감면해주는 사이 장애인의 삶조차 책임지지 못하니,
장애인들은 하루하루가 뭔가에 도전하고 학습하고 극복해야 하는 고단한 삶의 연속이된다.

장애를 극복하지 않아도, 장애를 딛고 일어서지 않아도, 잘 살수 있는 사회가 아니라면
장애는 극복할수도 딛고 일어설수도 없다.
즐겁고 행복하게 삶을 누릴 권리는 인간이라면 누구에게나 있다.
심지어 동물권이 회자되는 마당이 아닌가.
그들에게 영웅적인 인내와 고통을 극복해야 하는 인간휴먼드라마를 요구하지 말자.
태어난 그대로도 더불어 잘 살수 있도록 배려하는 것이 마땅한 일이다.

오사무는 잘쓰고 잘 그렸다.
감동을 강요하지 않고 함부로 미화하지 않고 있었던 사실들 고통과 고민을 성실하게 그렸다.
특히 장애인들을 위해 지금 우리가 뭔가를 해야 하고 누구든 할수 있는 조금씩을 행동하는 것이 행복하다고
그리하여 감동휴먼드라마가 완성되었다.
소설보다 사람 살아가는 현실에 감동이 더 많다는걸, 요즘 깨닫는다.
김진숙동지에게 가는 희망버스처럼, 뭔가 바꾸려면 지금 행동하라는 거지.

희망버스는 못가고 농성장에서 고미숙동지가 주고간 도토리의 집을 읽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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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글
업튼 싱클레어 지음, 채광석 옮김 / 페이퍼로드 / 2009년 6월
평점 :
절판


1.
"끔찍해라. 내가 돼지가 아리라서 참 다행이네!"
젊고 튼튼한 유르기스
리투아니아에서 자유와 성공의 기회를 찾아 미국 시카고로 온 그는
가축수용장의 도살장에서 돼지를 거꾸로 매달아 목을 따고 뜨거운 물에 집어넣었다가 토막내고 가공하는 것을 구경한다.
우주에 돼지 우는 소리가 진동한다.
죽음을 향해, 죽음의 콘베이어 벨트를 타고가는 돼지를 보며 유르기스는 말한다.
정글은 자본주의 사회에서 노동자 또한 돼지와 동일한 운명이라는 것을 정직하게  보여준다.

유르기스와 그의 가족들이 리투아니아에서 자유로운 미국으로 이주한후 거대하고 더러운 공장에서 어떻게 희망을 잃어가는지
그들의 영혼이 어떻게 망가지는지
자본의 이윤, 자본과 결탁한 공권력, 부자들과 지식인들이
어떻게 노동자들을 경멸하며 그들의 등골을 빼고 껍질을 벗기고 허리가 휘도록 부려먹은 후 병들면 미련없이 버리는지
노동의 과정과 재생산의 과정, 집을 사고, 겨울을 나기 위한 난방과 굶어죽지 않을 만큼의 먹거리를 사기위해
저당잡힌 그들의 삶에 대하여, 대물림되는 가난과 죽음, 죽음의 콘베이어 벨트에 대해


2.
오래간만에 자본주의 사회의 야만적인 시스템에 대해
그 부품이 되어 일해서 먹고 살아야 하는 노동자들의 비참한 삶에 대해 성실하고 정직하게 쓴 책을 읽는다.
현실을 이렇게 있는 그대로 쓰기만 해도 모든 노동자들이 왜 투쟁할수 밖에 없는지, 선동이 된다.
최근의 호흡에 비하면 많이 느리지만 생생한 서술에 힘이 있다.

사회주의자 업튼 싱클레어는 이 모든 것을 어떻게 알았을까.
레미제라블 장발장은 1800년대 프랑스의 비천한 자였다.
유르기스는 1900년대 미국의 비천한자, 장발장이다.
200년 전과 100년 전에 비해 세상이 많이 변했는가?
2000년대 한국에서 레미제라블은 비정규직 노동자들과 이주노동자들이다.
자본주의 시스템 아래 이윤을 위해 대물림되는 영혼의 파괴와 가난은 지금도 되풀이 된다.

자본의 욕망, 가축도살장의 비위생적이고 혐오스러운 상태를 직설화법으로 모두 드러내며 썼기 때문에 읽기 힘들기도 하다.
역겹기 때문에.
그런데 싱클레어의 문장은 혐오로 끝나지 않는 촉촉함이 있다.
외면하고 싶어 책을 덮었다가도 다시보게 만드는 힘이 있다.
유르기스로 대표되는 노동자와 그 가족들의 삶을, 그 순진한 희망과 절망의 사연을 구구절절이 잘 그려내기 때문이다.

전진하라! 전진하라!. 마지막 장은 사회주의자들의 강령토론에 대한 대중적 버전이다.
굳이 보지 않아도 되는 부록같은 장이지만
이미 100년전 미국 사회주의자들의 논쟁의 수준을 볼수 있고
벌써 100년이 지났는대도 여전히 그 언저리에서 숨찬 이땅의 사회주의자들을 돌아보게 된다.


3.
그런데, 책의 말미에 붙은 채희석의 해제를 보니
아하! 1979년 우리나라에 처음 번역되어 출간될때는 29장과 30장이 없었군.
도식적이기도 하고 사회주의라는 무서운 말이 들어있기도 해서라고 하는데 나는 후자때문이었을 거라고 본다.
번역하는자의 판단에 도식적이라해서 굳이 빼지는 않는다. 독자들이 판단할 몫이니까.

인간의 욕망이 인간을 어디까지 모욕할수 있는지를 소름이 돋도록 밀어붙이는 업튼 싱클레어의 냉철한 문체는 아찔한 현지증을 불러일으킨다.
이문장에 동의한다. 채희석의 해제뒤에 연이어 붙어있는 방현석의 작품해설이 좋다.
오나를 사랑한 유르기스는 꿈을 꾼다. 오나를 만나기전에는 한번도 고향을 떠날 생각을 하지 않았지만
사랑하는 오나와 행복하게 살기위해 유르기스는 부자나 거지나 모두 똑같이 취급되는 자유로운 나라로 오게 된다고
비극은 언제나 사랑으로 부터 시작된다고 말하는 방현석의 삶에 대한 직관과 작품을 읽는 안목에 신뢰를 보낸다.

메이데이의 성지인 바로 그 시카고에서 백년전 비천한 자들의 삶이 어떠하였는지
시간이 그냥 세상을 바꾸지 않는 다는 것을, 현제진행형 정글에 대하여. 백년이 지난 오늘에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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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의 기억을 걷다 - 유재현의 아시아 역사문화 리포트, 프놈펜에서 도쿄까지 유재현 온더로드 1
유재현 지음 / 그린비 / 2007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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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때 일본이 깃발을 휘날라며 섹스관광을 했었고 최근엔 유럽과 대한민국이 열을 올리며 태국의 밤을 구경하러 가는데
아시아가 미군의 창녀촌이구나. 처음 알았다.
지난해 조선말이 들리지 않는 곳으로 가고싶다는 마음에 무작정 다녀온 태국 방콕, 타파야
그 거리와 해변이 미군에게 몸을 팔아 생존해야 했던 여성들의 고통으로 길을 낸 곳들이구나.
내 마음과 내 발걸음이 그것도 모르고 무심했구나.

아시안 밀리터리 섹스머신 이라니.
가난한 미국청년의 영혼과 가난한 아시아 여성의 영혼을 모두 망가뜨리는 모욕적인 단어다.

이 단어로 세계 현대사를 재구성할수도 있겠다.
흔히 세계사를 말하면 유럽과 미국의 엘리트 지배계급을 중심으로 쓰는데,
20세기를 혁명과 전쟁의 시대라지만 실은 1,2차 세계대전과 그 후에도 혁명보다는 전쟁의 시대다.
아시아의 여성을 중심으로 세계사를 쓰면 아시안 밀리터리 섹스머신이 되는 거지.

미얀마, 태국, 라오스로 이어지는 골든트라이앵글, 아편삼각주라는 말도 참 황당하다.
이 지역에서 전세계 아편생산의 60~70%를 담당하게 만들어놓은 것이 미국이다. 
CIA는 전쟁과 반혁명을 조직하며 전세계에 미국의 허수아비 정권을 만드는것이 일이라고 생각했는데
그 일에 마약장사가 포함되는 줄은 처음 알았네.
1980년대에는 콜롬비아의 코카인을 미국에 들여와
고등학생도 즐길수 있는 저렴한 가격으로 대중화하여 캘리포니아와 마이애미에 풀었다.
그 결과 교도소에 갇히는 마약사범이 늘어나고 마약에 영혼을 파는 미국인들이 늘어난다.
책임은 온전히 마약하는 멍청한 놈, 이 지는 거다.
CIA가 그런 장사하는 사이 미국정부는 40년째 마약과의 전쟁중이다.
천박하다.

1979년 베트남이 캄보디아를 침공한 전쟁은 1988년 베트남군이 캄보디아를 철수할 때까지 10년간 계속되었다.
나는 이런 전쟁이 있었다는 걸 처음알았다.
왜 아무도 말하지 않았을까?
베트남의 캄보디아 침략에 대해 서구의 좌파 지식인들은 침묵했다는데, 싫다. 이런 좌파들.
킬링필드의 그 유명한 폴포트가 프랑스 유학파 인텔리 공산주의자였군. 음----.
베트남처럼 그보다 더 캄보디아도 슬픈 땅이구나.
고통은 구체적이다.

아시아의 역사는 침략당하고 학살당하고 약탈당하는 역사다.
고만고만 식민지를 경험하고 2차대전후 해방을 하고 그 후에는 미국이 지원하는 독재정권이 판을 친다. 
비슷해. 불쌍한 인민들.

시간순서대로 서술하지 않아 헷갈린다.
안그래도 하도 여러차례 침략당해 혼란스러운데,
시간이 왔다갔다하면서 낯설고 잘이해가 안되는 대목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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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라보 내 인생 - 손문상 화첩산문집
손문상 지음 / 산지니 / 2007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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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1.
평범하면서 특별한 사람들, 소박하게 자기 삶을 살아내는 사람들,
쉽게 평가절하되고 없는듯이 무시되어
때로는 산업역군이고 때로는 민중이지만 늘 아줌마, 아저씨로 살며 호명되지 않는 사람들  

긍정하고 존중하며 하나하나 모두 너이고 나이고, 우리라고
우리, 시대를 이렇게 살아가고 있으니 한번 들 보시라고
참, 대견하고 힘차고 아름답다고

손문상이 그리고 말한다.


2.
부산일보에 손문상의 화첩인터뷰라는 코너가 있었던 모양이다.
부산과 그 인근의 사람들을 그렸다.

배경까지 포함해서 딱 그 사람답게 그렸다.
양희용은 등대가 배경이고 이정매여사는 가게안에 앉아있다.
파밭매는 아줌마는 넒은 뜰 한쪽에 허리를 굽히고있다.
부산교도소에서 징역살고 있는 삼성일반노조 김성환 위원장은 1102라는 번호가 달린 파란 수의를 입고
푸른하늘 뭉개구름 배경으로 그려져있다.
김성환 위원장을 가두어두기 싫었던 게지, 면회한 후 두고 나오는 발걸음이 개운치 않았을테고
동그란 눈의 김성환 위원장이 젊다.
얼마전 삼성 자살노동자 김주현씨 빈소에서 봤을때는 흰머리, 주름이 더 많았다.ㅎㅎㅎ 세월도 보인다.

우리 이렇게 살고 있답니다.
누구하나 쉽지 않게 허투루 빼지 않고 살고 있구나.
한 사람의 삶을 짧은 글과 그림으로, 딱 그사람답게 포착하여 순간의 생동감있는 그림으로 우리, 시대를 본다.
억센 팔뚝, 예민해 보이는 눈빛, 화사한 웃음 모두
볏단을 쌓아놓고 경찰앞에서 태우는 이성관씨의 얼굴과
쪼그려 앉아 청소하는 아줌마의 뒷모습까지
모두 담아내서 그려주고 말해주는 손문상이 고맙다.

골고루, 어디선가 본듯한 사람들 우리네 사는 모습을 화사하고 밝게 그려줘서 고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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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양은 노랗게 타오른다 1 민음사 모던 클래식 13
치마만다 은고지 아디치에 지음, 김옥수 옮김 / 민음사 / 2010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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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처음 읽는 나이지리아 인데, 왠지 레싱의 황금노트북의 느낌이 있는, 형식과 문체와 문제를 바라보는 시선이
치마만다에게 레싱을 읽었냐고 물어보고 싶네.

아디치에는 쉬운 말로 설득력있게 아프리가 현대사를 이야기 해준다.  
그녀는 지혜롭고 현명하다.
내 인상에 아프리카는 생명력과 탄력이 왕성한 사람들의 나라인데,
매우 가슴아프고 슬픈 이야기를 그녀는 오바하지 않고 체념하지도 않고 목소리를 높이지도 않으면서
굳세게 속깊은 눈빛으로 노래하듯이 말한다.


2.
이보족 사람들은 누군가가 친절을 베풀면 인사를 이렇게 한다.
"당신이 나에게 해준 것처럼 다른 사람들이 당신에게 해주면 좋겠다."
매력적인 말이다.
인과응보, 동양의 연기철학과도 닿아있는, 세계어디나 삶에대한 직관은 통하게 마련인가.
사실 친절도 악행도 니가 나에게 해준 것처럼 남들이 너에게 해주길 우린 바란다.
고맙다, 감사하다는 말보다 마음에 잘 와닿는 말로 친절에 대한 인사를 하는 이 사람들과 취해서 춤을한번 춰보고 싶어.

공부많이 한 신여성이 사회주의자와 연애를 하는데,
요 사회주의자의어머니가 똑똑한 아들의 연인에게 마녀라며 내 아들에게서 떠라라고 말하며 횡포를 부린다.
금쪽같은 내아들을 바보로 만드는 니가 싫다, 는 거지.
신여성은 어처구니 없지만 쇼크먹고 분노하지만
사회주의자 남자는 "뭐 그런걸 가지고 화를 내냐"고 "너는 똑똑하쟎아. 우리엄마는 촌스러운 구식 할머니일 뿐"이라고
하며 팔짱끼고 구경하며 가볍게 넘기는 것에 더욱 분노한다.
잘난 나의 애인이 사회문제는 진보적이나 엄마와의 관계는 매우 유아적인 수준인걸 알아차리고 황당한데
심지어 그남자는 "도무지 여자들은 감성적이라 이성적으로 판단하지 않는다" 고 나에게 투덜댄다. 하! 
요런 스토리는 사실 식상하다.
이런 남자를 설득하느라고 에너지를 낭비하지말고 빨리 관계를 정리하는 것이 현명하다.

영국의 식민지에서 벗어난 나이지리아에 내전이 벌어진다.
영국은 세계 여기저기 세운 식민지에서 식민지 주민들을 이중 혹은 삼중으로 나누어 통치했다.
종교, 혹은 종족으로 나누어 분열해서 효과적으로 식민지를 길들였지
2차대전후 그런 식민지들에게 대부분 철수하지만 분열의 씨앗은 철수되지 않고 폭발했다.
영국이 떠난후, 이번에는 석유 때문에 내전을 하는데
아디치에는 이런 맥락을 소설속에서 자연스럽게 보여준다. 

더 번역된 작품이 없어 아쉽다. 그녀의 다른 작품도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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