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 신문, 옥외 광고 등 <댄싱 섀도우>의 광고가 많이 눈에 띈다. 수년에 걸쳐 야심차게 준비한 창작 뮤지컬이라고 마케팅 비용을 쏟아 붓는 모양이다.

창작 뮤지컬이라고는 하지만, 차범석의 희곡 <산불>을 원작으로 했다는 점을 제외하면 사실상 ‘국산’이라고 보기는 어렵다. 아리엘 도르프만에게 각본을, 에릭 울프슨에게 작곡을 맡긴데다 연출도 외국인이니 말이다.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을 거라고 짐작할 수 있다. 이왕 뮤지컬 하나를 새로 만드는 거, 당연히 외국에서의 공연을 염두에 두었을 테고, 그러자면 보다 일반적인 정서를 표현하면서 공감을 이끌어 내야 할 테니까. 거기다 작가와 작곡가의 지명도를 활용할 수 있으면 더 좋고.

원작이 있는 공연을 볼 때면 대개 사전에 원작을 읽는데, 이번엔 미처 챙기지 못했다. <산불>에 대한 사전 정보가 없었으니 오히려 순수하게 뮤지컬 <댄싱 섀도우>만 볼 수 있었다고 할까. 먼저 본 누군가는 엄청 지루했다고 불평했지만, 그렇게 혹평할 정도는 아니다. 깊은 무대에 여러 그루의 굵은 나무로 이루어진 배경은 꽤 멋졌고, 음악도 상당히 훌륭했다. 두어 곡 정도는 금방 흥얼거릴 수 있을 만큼 친밀하고 흥겨운 느낌을 주기도 한다.

 





다만 몇 가지 문제점이 있는 것도 사실이다. 먼저, 남과 북의 군대가 ‘태양군’과 ‘달군’으로 바뀌었다. 이념 대립을 일반적인 우화적 설정으로 바꾼 셈인데, 이게 썩 와 닿지 않는다. 그저 이유를 알 수 없는 오래된 전쟁이라는 배경을 제공할 뿐이다. 여기에 ‘신성한 숲’, ‘나무와 대화를 하는 사람’ 등 인간과 뗄 수 없는 자연, 탈영병과의 삼각 사랑이야기가 삽입되는데, 연결 고리가 헐거워서 인물들의 감정을 쉽게 이해하고 받아들이기가 어렵다. 불타버린 숲에서 새싹이 피어나듯 희망을 버리지 않아야 한다는 결말도 다소 도식적.

일반적으로 어느 공연에서나 몇 곡에는 관객들의 박수가 터지기 마련이다. 그런데 이 공연에는 중간에 박수가 단 한 차례 밖에 없었다. 몰입이 어려운 각본 때문인 듯도 하고, 연출상의 문제인 듯도 하다. 박수를 쳐야 할 타이밍에 관객은 흠칫하고, 어느새 다음 장면으로 넘어가 있다. 주인공 나쉬탈라(김보경)와 솔로몬(신성록)의 카리스마가 부족한 것도 이유일 터. 신다(배해선)와 마마 아스터(김성녀)가 더 돋보였다. (박수가 나온 것도 신다의 솔로에서였다.)

이 작품이 두고두고 공연되는 ‘명작’의 반열에 오를 수 있을지. 기본은 되어 있다고 보는데, 각본과 연출을 좀 더 다듬는 노력은 필요할 듯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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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레이야 2007-07-19 19:4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보셨군요. 자세한 감상 잘 읽었어요. 저, 이 연극 보고 싶었는데 조금
고려해봐야겠네요. 멀기도 하지만.. 사실 신성록의 카리스마가 부족했다는
님의 평에서 걸려서요..

urblue 2007-07-20 12:5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신성록의 팬들이 은근히 많은가봅니다. 극 전체에서 단 한 명 비중있는 남자인데 아무래도 여자들한테 눌리는 것 같습니다. -_-

mira95 2007-07-20 21:0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연수 받느라 죽어가고 있는데 뮤지컬도 보시고 좋으시겠어요~~~~

urblue 2007-07-21 13:0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제가 좀 편하게 살죠. ㅎㅎ
올해는 해외 연수 안 가시나 봐요?

mira95 2007-07-21 15:4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해외연수라니요..ㅎㅎ 구미에서 한 달동안 연수에요..

2007-07-22 15:19   URL
비밀 댓글입니다.
 



처음으로 비보이 공연을 보았다. Extreme Dance Comedy라는 부제가 붙은 [피크닉 Picnic]은 영국에서도 호평을 받은 공연이라고 한다. 어제 본 공연팀이 영국에서 공연한 같은 팀인지는 모르겠다.

죄수들이 갇힌 교도소에 어느날 비보잉의 비급이 적힌 책이 떨어지고, 비급의 신비한 힘에 의해 비보이로 변신한 죄수들은 탈옥을 감행한다. 교도관들과의 쫓고 쫓기는 에피소드들이 비보잉으로 펼쳐진다.

 



공연 전체에 재미있는 요소들이 많다. 우선 본격 공연 시작 전 비급이 적힌 책의 역사를 동영상으로 보여주는데, 그에 의하면 석기 시대 사냥을 하던 원시인들, 그리스 올림픽에 참가했던 젊은이들, 로마의 검투사들, 심지어 히틀러의 나치조차도 비급을 손에 쥐고 비보잉에 심취했던 이들이라는 것이다. 나치 문장은 한 팔로 물구나무를 서서 다리를 벌린 비보이의 포즈로 변형되어 있다. 시작부터 웃지 않을 수 없다.

Extreme Dance Comedy라는 부제답게 전반적으로 연극적이고 코믹한 컨셉이 강하다. 다른 비보잉 공연을 본 적이 없어서 비교를 할 수 없지만, 비보이들은 단지 춤만 추는 것이 아니라 풍부한 표정과 다이내믹한 슬랩스틱으로 '연기'를 한다. 1시간 30분 공연 내내 재미있다고 말할 수는 없어도, 충분히 웃겨준다. 특히 죄수들이 탈옥을 하는 장면은 전체 극 중 가장 재치있고 훌륭하다. 소품으로 사용한 인형도, 비보이들의 표정도, 상황 자체도 어찌나 귀여운지 한참 웃었다.

책장처럼 구성되어 배경을 전환하는 세트의 아이디어가 참신하다. 소극장 공연에서라면 연극이나 뮤지컬 등 다른 공연에서도 유용할 듯 싶다.

비보잉을 말하자면, 그들의 수준이 어느 정도인지는 잘 모르겠다. TV에서 많이 본대로 몸을 돌리고 거꾸로 서고 정지했다 다시 움직이는 등 보통 사람으로서는 생각도 할 수 없는 몸짓을 보여주긴 하더라. 비보이들 대부분이 키가 작고 비쩍 말랐는데, 상체는 올록볼록한 근육이 매끄럽게 감싸고 있어서 보기에 훌륭하다. 저 [300]의 갑각류같은 무식한 근육과는 다르다.

중간중간 살짝 지루한 부분은 좀 더 다듬는 편이 낫지 않나 싶다. 원래 어떤 공연이든 처음 올려서 완벽하게 되는 건 아니라고 하더라. 반복하면서 부족한 부분을 다듬고 새로운 시도로 만들어 가는 거라고 한다. 내년 쯤 같은 공연을 다시 보게 되면 차이를 알아 볼 수 있을까. 공연이 계속된다면, 그것도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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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07-17 23:38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07-07-18 09:39   URL
비밀 댓글입니다.
 

현재 스폰지하우스에서는 일본 인디필름 페스티벌이 진행중이다. 총 12편의 영화가 약 한 달간 상영된다. 시작 전에는 이거저거 볼 계획을 세웠었는데, 여태 겨우 두 편 보고 있다.

 웃음의 대천사 미카엘

 '웃긴 영화'를 좋아하는 신랑을 위해 고른 첫번째 작품이다.
 가난하지만 똑똑한 후미오(우에노 주리)가 갑자기 부자 오빠를 만나 최상류층 자제들만 다니는 성미카엘 학원으로 전학하면서 사건이 시작된다. 학교에서 몰래 치킨라면을 먹다가 초능력을 얻은 후미오와 다른 두 소녀가 상류층 자제들을 납치하는 인신매매범들을 소탕한다는, 말도 안되는 이야기다.
 초능력을 얻은 소녀들은 갑자기 무술의 달인이 되고, 그럼에도 당할 수 없는 악당들을 물리치는 건 결국 천사 미카엘의 도움을 받아서다. 천사가 어느 시점엔가 등장하리라는 건 초반부터 알 수 있다. 하지만 말이지, 그렇게 황당하게 나타날 거라고는 예상 못했다. 이걸 무식하다고 해야 하나 배짱 좋다고 해야 하나. 아무튼, 갈 데까지 가보자,는게 모토가 아닐까 싶다.
 당연히 원작 만화가 있을 거라고 생각했는데, 만화도 애니메이션도 있단다. 그렇지. 만약 원작 만화 없이 이런 영화가 탄생했다면, 감독의 정신세계를 의심해 볼 만도 하다.

 

 인 더 풀

 알라딘에서야 아는 분들은 다 알겠지만, 오쿠다 히데오의 [인 더 풀]을 영화화한 작품이다. 이번 페스티벌에서 예매율 2위란다. (1위는 뭔지 모른다. -_-;)
 발기가 지속되어 고통스러운 남자(오다기리 죠), 가스불, 가전 제품 등에 강박증을 가진 여자, 스트레스를 수영장에서만 풀 수 있는 남자가 이라부의 신경과를 찾는다. 
 [인 더 풀]도 [공중그네]도 읽지 않아 소설 속 이라부의 캐릭터가 어떤지 모르겠다. 영화에서는, 뭐랄까, 살짝 맛이 간 것 같다. 뭐 나쁜 의미는 아니다. 환자들을 이끌고 좌충우돌 세상에 부딪히는 모습이 나름 경쾌하고 재미있으니까.
 이 영화에서 가장 반가운 얼굴은 저 멋쟁이 오다기리 죠가 아니다. 강박증에 시달리는 르포라이터의 편집장을 보자마자 으앗 웃음을 터트렸는데, 바로 [거북이는 의외로 빨리 헤엄친다]에서 스파이 아줌마로 나왔던 후세 에리다. 알고 보니 이 영화의 감독이 [거북이...]의 감독이란다. 영화 후반 이라부와 편집장의 만담스러운 대화가 가장 웃겼다. ㅎㅎ

 

앞으로 2~3편 정도 더 볼 계획인데, 보고 싶은 작품들은 다음과 같다.

 

 오페레타 너구리 저택

 이번 페스티벌의 섹션 하나는 <내 이름은 오다기리 죠입니다>이다. 국내에 그만큼 팬이 많다는 얘기. 
 장쯔이가 너구리 공주로 분해 귀공자 오다기리 죠를 위험에서 구해주고 사랑에 빠지는 내용이라고 한다. 역시 황당한 영화. 일각에서는 스토리가 없느니 어쩌느니 혹평을 하더라만, [웃음의 대천사]도 그렇고 이 영화도 그렇고, 탄탄한 스토리를 기대하는 것은 아니다. 말이 되든 안되는 마구 밀어붙이는 'B급 감수성'이라는 거, 그걸 보고 싶은거다.

 

 

 

 파빌리온 살라만더

 역시 <오다기리 죠> 섹션의 한 작품. 이미지가 작아서 잘 안 보이겠지만, 오다기리 죠의 저 능청스러운 표정이 엄청 귀엽다.
 시놉시스를 보고서도 기억은 잘 안나는데, 아무튼 이것도 기발한 이야기로 무장한 영화.

 

 

 

 

 

 철콘 근크리트

 이미 만화를 봤지만 애니로도 보고 싶은 작품. 사실 원작 만화는 [핑퐁]보다는 좀 못하다는 생각이지만 시로와 쿠로가 거리를 날아다니는 걸 어떻게 표현했는지 궁금하다.

 

 

 

 

 

 

 카모메 식당

 연어를 좋아해서 헬싱키에 식당을 차린 사치에 앞에 다른 일본 여성들이 나타나면서 겪는 일상을 그린 영화라고 한다. "일상에 넘치는 부드럽고 따뜻한 행복을 모아, 보는 사람들에게까지 활력을 주는 훈훈한 작품"이라고 소개가 되어 있다.





   

 

 

[키사라즈 캐츠아이], [첫사랑], [스트로베리 쇼트케이크] 같은 청춘 영화들은 어째 안 끌린다. [밝은 미래], [황색 눈물]을 본 것으로 충분하달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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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udan 2007-07-12 13:1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소녀검객 아즈미 대혈전'에 웬 하얀 옷 입은 정신 나간 남자가 나오거든요. 악역에 조연치고는 너무 잘생겼는걸?하고 생각했는데, 한참 나중에 알고보니, 오다기리 죠더라구요. -_-b

sudan 2007-07-12 11:5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거북이의 저 아줌마 좋아요. 시효경찰이라는 일본 드라마에도 나오는데, 저도 저 아줌마 처음 출연하는 장면에서 으핫! 했어요. ^^

urblue 2007-07-12 12:0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오다기리 죠가 나온 영화 엄청 많군요. 소녀검객..은 잠깐 보다 말아서, 오다기리는 못 봤어요. -_-
저 아줌마 너무 재미있죠. ㅋㅋ 시효경찰에 나온 건 아는데, 그 드라마를 몰라요. ^^;

sudan 2007-07-12 12:0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음. 그러고보니, 시효경찰도 오다기리 죠. -_-b

이매지 2007-07-12 12:2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다기리죠 만세~!ㅎㅎㅎ
예전에는 별로였는데 시효경찰보고 빠져서 ㅎㅎㅎ

urblue 2007-07-12 17:26   좋아요 0 | URL
오다기리 죠 만세! ^^ 시효경찰 보고 싶어요. 흑.

nada 2007-07-12 14:2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이거보다 렛츠퀴어인가, 퀴어렛츠인가.. 그게 관심 가더라구요. 제가 찍은 건 <푸치니 초급과정>.^^

urblue 2007-07-12 17:29   좋아요 0 | URL
씨네콰논에서 하는 렛츠 퀴어 말씀이시죠? [푸치니 초급과정] 재미있을 것 같더군요. 시기를 놓쳐서 못 본 [후회하지 않아]도 시간 되면 볼까 싶구요. ^^

happyant 2007-07-14 21:4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이런게 진행중이었군요!ㅡ.ㅜ
요즘에는 왜 이리 소식이 늦은 것인지...
보러가야겠어요~

urblue 2007-07-16 11:33   좋아요 0 | URL
이제 마지막 주니까 서두르셔야겠어요. ^^
 

 52. 판타스틱 vol. 3

 창간호부터 꾸준히 보는 이유는 소설들이 훌륭하기 때문이다. 몇 가지 기획 기사와 인터뷰도 실리지만 그닥 재미있진 않다. 이번 호의 박민규 인터뷰가 좀 괜찮았나. 장르 전문 잡지 어쩌고 해도, 나로서는 번역되지 않은 훌륭한 소설들을 볼 수 있으면 그것으로 대만족이다. 
 7월 호를 받고 가장 먼저 읽은 건 역시 6월 호에서 끊어먹은 조지 R.R. 마틴의 [샌드킹] 뒷부분이다. 인간을 신으로 받들면서 전쟁을 수행하는 곤충과 신이 되기에는 한참 모자란 인간이 벌이는 대결이 엄청 흥미진진하다. 조지 R.R. 마틴의 다른 책을 읽고 싶어 찾아봤더니 [얼음과 불의 노래]라는 판타지 시리즈가 있다만, 너무 길다. 도서관에서 빌려볼까 했더니 1부는 있는지 없는지. 쳇.
 공감각을 다루고 있는 [아이스크림 제국]도 흥미로운데, 별로 길지 않아 보이는 작품을 또 반으로 쪼갰다. 편집부로서는 불가결한 전략일거라고 이해는 하지만 읽는 입장에서는 짜증난다. 한달을 또 기다려야 하다니. 한번에 읽게 해주면 안되겠냐구요!
 톨킨과 젤라즈니의 단편은 소박한 맛이 있고, 배명훈도 괜찮다.
 정기구독을 신청할까 하다가 귀찮기도 하고 가격 차이도 별로 없어 그냥 있는데, 책 주문이 좀 뜸해질 것 같으면 정기구독을 신청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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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RINY 2007-07-10 17:5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가을쯤 관심있는 작가의 만화가 연재되기 시작한다길래 그때쯤부터 봐볼까 하고 있어요.

urblue 2007-07-11 08:54   좋아요 0 | URL
연재 계획은 보질 않아서 누구인지 모르겠네요. 어느 작가를 좋아하시는 걸까요? ^^

Mephistopheles 2007-07-10 21:1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음...블루님덕에 새로운 잡지를 접하게 되었네요 한권 사서 봐볼까나 생각하고 있습니다.^^

urblue 2007-07-11 08:55   좋아요 0 | URL
판타지, SF, 추리 등을 좋아하신다면 괜찮으실겁니다. 아니, 꼭 장르문학 팬이 아니더라도 충분히 재미있게 볼 수 있는 작품들이 많이 실려있어요.

홍수맘 2007-07-11 13:3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전 처음보는 잡지네요.
예전 만화잡지처럼 소설을 연재하는 스타일인가요? (궁금)

urblue 2007-07-11 15:11   좋아요 0 | URL
장르전문잡지라 대개는 국내에 미발표된 외국 장르 소설을 번역해서 싣고 있습니다. SF, 추리, 판타지 등에 대한 기획 기사와 국내외 작가들의 인터뷰도 싣고 있구요.

2007-07-11 14:08   URL
비밀 댓글입니다.

urblue 2007-07-11 15:11   좋아요 0 | URL
하하..그렇게 말씀하시니 오히려 궁금해지잖아요!
 

 

 

 

 

 

딱히 오페라에 관심이 있어 찾아보는 게 아니므로, 오페라 관람은 이것이 두번째다. 첫 번째는 <므첸스크의 레이디 맥베스>. 처음이나 이번이나 모두 러시아 소설을 원작으로 한 '러시아 작품'이기 때문에 본 거다. 더군다나 <스페이드의 여왕>은 저 위대한 푸슈킨의 원작을 바탕으로 차이코프스키가 작곡한 것이라고 하니 어찌 아니 볼 수 있을까.

예매를 서두른 덕에 앞에서 셋째 줄 가운데로 좌석을 잡을 수 있었다. 5월에 개관한 고양아람누리 오페라극장은 국내에서 무대와 객석의 거리가 가장 짧다고 하더니, 과연, 지휘자의 뒤통수가 커다랗게 왔다갔다 하고, 배우들의 표정까지 모두 보인다. 와우.

하지만, 앞자리라서 안 좋은 점도 있다. 일단 좌우의 자막을 읽기 불편하다는 점. 그리고 배우들이 지나치게 적나라하게 보인다는 점. 서곡이 끝나고 배우들이 등장하자마자 충격 먹었다. 주인공 게르만은 분명 20~30대일텐데, 무대에 나타난 사람은 60은 넘어보이는 할아버지다! 이럴수가! 흰머리에 자글자글한 주름도 다 보이고 관절이 안 좋은 것도 알아보겠다. 절뚝거리는 힘겨운 걸음걸이라니. 차라리 조금 떨어져서 보는게 낫지 않을까 싶을 정도다. 이래서야 몰입이 되냐구요.



공연 자체는 상당히 재미있었다. 보통 오페라는 정적이라 지겹다고 들었는데, 저번 <므첸스크의 레이디 맥베스>는 거의 뮤지컬이나 다름없을 정도로 역동적이었고, 이 작품도 움직임이 적지 않다. (다른 오페라를 본 적이 없어 비교는 안 된다만.) 극 중 극 형식으로 삽입된 발레 장면이 경쾌함을 더하기도 했다. 클래식은 책 읽을 때 BGM으로 깔아두는 정도라 거의 알지 못하지만 차이코프스키의 곡 자체도 오케스트라의 연주도 귀에 쏙쏙 들어오더라. 배우들의 노래도 좋았다. 게르만 할아버지가 가끔씩 숨을 몰아쉬며 힘들어하는게 안쓰럽긴 했어도. 원작에서 리자베타는 가냘프고 가련한 이미지인데, 리자 역을 맡은 배우는 많이 통통하다. 하지만 사랑에 갈등하는 젊은 처자의 감정을 표현하는데 훌륭했다. 공작부인의 양녀가 아니라 손녀로 설정이 바뀌었으니 풍만하고 아름다운 이미지도 쉽게 납득이 간다. 1막은 도입부라 다소 느슨한 감이 있지만 2, 3막은 짧고 호흡이 빨라서 한층 집중하게 만든다. 2막 끝나고는 쉬지 않고 바로 3막이 이어졌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대본상의 문제인지 연출의 문제인지, 리자를 사랑하지만 한편으로는 도박에 강하게 끌리는 게르만의 심리 묘사는 다소 엉성한 편이라고 할까. 리자가 자살하는 장면은 자살인지 아닌지 모호하다. 아무래도 문학과는 표현 방법이 다르니 기본 줄거리를 알고 이해하면서 봐야하는 건지도 모르겠다. 그런 점을 고려하면, 자막이 지나치게 엉망이다. 영어 자막을 한글로 옮겼나본데, 대강 뜻만 통하게 뚝뚝 잘라먹었다. 영어를 같이 보여준 것도 좋다만, 한글 자막에 좀 더 신경쓰는게 당연하지 않나. 

다음엔 이탈리아 오페라를 한번 볼까 싶다. 비교 차원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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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ong 2007-07-09 18:4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옷~저는 오페라는 한번도 못 봤어요~
너무나 저와 무관한 장르같아요 ㅎㅎ

mira95 2007-07-09 22:0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오페라는 한 번도 못 봤어요.. 부러워요~~

chaire 2007-07-10 09:2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전 오페라를 한번도 못 봤는데, 니벨룽의 반지만은 꼭 한번 보고 싶어요.

urblue 2007-07-10 09:3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에, 그러니까, 뮤지컬과의 차이를 크게 느끼지 못했어요. 이 작품 전 주에 공연했던 <카르멘>은 훨씬 더 재미있었다고 하더군요. 다른 공연도 한번 볼까 싶어 찾아봤더니 최근에 오페라 공연은 별로 없는 모양입니다. 니벨룽의 반지를 하면 저도 꼭 보고 싶어요. ^^

사야 2007-07-11 17:17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앗 그 사이 글이 많이 올라왔네요..^^
역동적인 오페라 뮤지컬과 비슷하다니 궁금하네요
저는 주로 이태리오페라를 그것도 처녀적에 좀 봤어요
지금은 신랑이 안 좋아해서 거의 안가지만요.
두 분은 그 취향도 다 맞으시나봐요..^^

urblue 2007-07-11 17:56   좋아요 0 | URL
취향이 다 맞기야 하겠어요. 제가 보고 싶은 건 그냥 예매해버리거든요. ㅋㅋ 보고나서 재밌었다고 하기는 했지만요. ^^ 국내에는 뮤지컬이 붐이라 거의 뮤지컬 공연밖에 없어요. 11월인가 이탈리아 카르멘 공연이 있던데, 그걸루 비교를 삼아볼까 하고 있습니다.

happyant 2007-07-14 21:4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푸쉬킨의 스페이드의 여왕(+벨낀이야기)를 근래에 읽어서,
이 공연에 은근히 눈길이 가더라구요.
부럽사옵니다.

urblue 2007-07-16 11:36   좋아요 0 | URL
스페이드의 여왕도 벨낀 이야기도 재미있죠? 공연 보러 가기 전에 스페이드의 여왕만 다시 읽었는데, 번역이 어찌나 안 좋은지 깜짝 놀랐어요. 옛날엔 그런 책을 잘도 봤구나 싶더라구요. 저 민음사판으로 다시 주문했는데, 저것도 썩 마음에 들지는 않더군요. -_-
공연도 보러 다니고 할 만큼 여유가 생겼으면 좋겠어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