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자 살면서 항상 바빠서 매 끼니 매식에 빨래는 빨래방에 맡기거나 어머님이 해다 주시거나 하는 생활에 익숙해 있던 애인은 처음에 정말 아무것도 할 줄을 몰랐다. 심지어 세탁기가 엄청 어려운 물건이라는 말도 안 되는 소리를 어디선가 듣고 와서는 빨래하는 법을 (어려워서) 어떻게 배우냐고까지 했더랬다. 그러나 기본 자세만은 제대로 잡혀 있어서 가르쳐주는 대로 최대한 열심히 한다. 자식들에게 집안일을 하나도 시키지 않고 키우신 부모님을 생각한다면 애인이 올바르게(?) 자란 게 조금 신기할 지경이다. 친구의 예전 남자친구는 집에 들어서는 순간 양말을 벗기 시작해서 자기 방에 들어갈 때까지 옷을 이리저리 늘어놓는다고 했다. 그러면 어머니가 다 치워주신다나. 그러니 친구랑 데이트를 하면서도 게으름과 무신경의 극치를 보여줄 수 밖에. 집에 놀러와서 차려주는 밥만 쏙 먹고 만다든가(그것도 처음 한 두번이지, 2년 내내 그랬다니.), 친구가 이사하는 날 집에서 퍼질러 잠만 자고 있다든가. 2년씩이나 만난 친구가 바보지. 암튼, 그런 인간도 있는데 애인은 정말 제대로 잘 자란 셈이다. 지금은 청소와 쓰레기 버리는 걸 도맡아 하고, 설거지도 하고, 빨래 널고 개는 것도 같이 하는 건 물론이거니와 물 다 마시면 물통을 깨끗이 부셔서 엎어놓는 등 소소한 일까지 챙긴다. 놀라워라. 처음에 언제 집안일을 다 가르치냐고 한숨 쉬던 내게 평생 배우면 되죠.라고 대답하더니, 의외로 빨리 적응한다고나 할까.

 

휴가 후유증인지 더위 탓에 제대로 잠을 못 자서인지 이번 주는 내내 피곤하다. 어제도 졸리고 힘들다고 징징댔더니 밥만 먹고 먼저 자라고 한다. 설거지는 자기가 하겠다고 해서 빨래까지 맡겨버리고 잤다. 한참 자다가 모기 물려서 깼다. 약을 찾으러 나갔더니 마침 애인은 빨래를 거의 다 널고 있는 참이다. 그런데. 아우, 눈에 딱 띈 게, 털지 않고 그냥 널어놓은 구겨진 수건이다. 잠이 덜 깬 와중에도 머리로는 이럴 때 잔소리를 늘어놓으면 안 된다는 생각을 하고 있었는데 입으로는 수건 안 털고 그냥 널었어요? 이러면 구겨진단 말이야.라는 말이 대뜸 튀어나간다. 지치고 약간 짜증난 표정의 애인. 수건이 얼마나 구겨진다고. 순간 온갖 생각이 교차한다. 애인도 피곤했던 걸까, 그렇다고 털어서 너는 게 얼마나 시간이 더 걸린다고, 혼자 잠만 자서 삐쳤나, 걱정도 되고 미안하기도 하고 자다 깨서 서운하기도 하고. 어쨌거나 하지 말아야 할 말을 이미 해 버렸으니, 에라 모르겠다, 수건을 걷어서 털고 다시 널기 시작했다. 들어가서 자요. 내가 할 테니까. 그 말도 짜증스럽게 들리긴 마찬가지. 예전 성질 같았으면 이렇게 해 놓고 자라고 하면 잠이 오냐고 버럭 화를 냈을지도 모르지만, 지금은 그렇게 성질이 나지도 않고, 그래서는 안 된다는 것도 안다. 그저 잠 깼어요.라는 정도로 마무리. 다 해 놓고 나서 빨래 다시 널라고 해서 기분 나빴어요?라는 애교 섞인 물음까지. 음, 훌륭해. -_-v

 

집안일이든 사소한 배려든 당연하다고 여기면 안 된다고 전에 누군가가 말했다. 그런가요,라고 살짝 샐쭉해서 대답하긴 했지만 실은 맞는 말이라고 생각한다. 내가 식사 준비 하는 대신 당신이 청소하는 거 당연하잖아, 라면서 집안일을 딱딱 나누기 시작하면 결국 서로 피곤하기만 할 거다. 애인이 나름 열심히 하는데 내 맘에 안 찬다고 잔소리하고 다시 해 버리면 기분 나쁘겠지. 그거야말로 당연하다. 남편 일 시키는 요령을 조언하는 전문가들도 절대 못한다는 소리는 하면 안 된다고 하잖아. 암튼, 애인은 이제 다 잊은 것 같긴 하지만, 나는 앞으로 조심해야지. 구겨진 수건 좀 쓰면 어떻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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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로그인 2006-08-18 11:5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런 얼마 살지도 않으셨는데 벌써 그런 걸 터득하시다니 블루님 멋져요
맞아요 그런 식의, 조금씩의 양보 배려가 기반이 되어야 오래 존중하며 살 수 있는 거 같아요
화이팅입니다!!

瑚璉 2006-08-18 11:5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수건은 당연히 구겨져 있어야 하는 것 아닌가요? (휭~)

urblue 2006-08-18 13:0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사야님, 민망합니다. ㅎㅎ 화이팅!해야죠. ^^

호질님, **님이 댓글을 다시면 브리핑만 보고도 알 수 있었는데, 이제 님 댓글도 척 보면 알겠습니다. ㅎㅎ

반딧불,, 2006-08-18 13:3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어머,청출어람이군요. 훌륭한 자세에 훌륭한 사붑니다.
오..결혼 잘하셨어요^^

blowup 2006-08-18 14:0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블루 님 보면 너무 반듯해서, 좀 헝클어놓고 싶을 때가 있어요. 구겨진 수건처럼 말입니다. 후후. 육아일기는 또 얼마나 꼼꼼하게 쓰실까, 기대됩니다.
나중에 '증빙 자료'로도 써먹을 수 있고 아주 유용한 기록인 듯합니다.
성실한 사람만이 할 수 있는 일 같아요.

urblue 2006-08-18 14:2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반딧불님, 고맙습니다. 제가 생각해도 그래요. 힛. =3=3

나무님, 음, 저 별로 반듯한 사람은 아니라고 생각하는데요. 곰곰.
육아일기는, 아마 귀찮아서 못 적지 싶어요. -_-;

야클 2006-08-18 14:2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ㅎㅎ 재미있게 사시네요. 용인술이 보통이 아니십니다. ^^

아영엄마 2006-08-18 15:1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정말 좋은 자세이십니다. 마무리도 훌륭하시고~~ (남편에게 아주 가끔 빨래 개달라고 해보지만 역시나...마음에 안들어서 다시 개야 한다죠.)

urblue 2006-08-18 16:3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야클님, 뭘 용인술까지... ㅎㅎ

아영엄마님, 빨래 마음에 안 들게 개는 건 일찌감치 눈 감고 있습니다. ㅎㅎ

2006-08-18 18:50   URL
비밀 댓글입니다.

클리오 2006-08-19 13:4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흠.. 빨래 안하는 남자보다는 빨래 해서 구겨지게 '기꺼이' 너는 남자가 훨씬 좋다는 생각으로 나날이 편해지고 있어요... ^^ 저희 신랑도 양말부터 옷까지 가는 자리에 다 놔두는 사람이지만, 사소한 거 말 안하려고 무지 노력하고 있지요~

marine 2006-09-09 01:2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엄마 도와주려고 설거지나 빨래 너는 거 하면 꼭 한 마디 씩 잔소리를 하는 걸 보고 담부터는 아예 돕지 말아야겠다, 라고 생각했던 어린 시절이 떠오르는 일화네요^^
물론 지금은 저도 남동생이 널어 놓은 빨래에 잔소리를 할 정도로 숙련이 됐지만요
 
 전출처 : 바람구두 > 부부합산 연소득 6,000만원 미만의 국민들은 보시오!

우석훈 선생의 "한미FTA 폭주를 멈춰라"(2006, 녹색평론)을 읽다가 요근자에 읽은 어떤 FTA관련 서적들에 비해 확실히 알기 쉽게 FTA를 설명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읽다가 가장 인상적인 대목이 있어 함께 읽어보자는 마음으로 일일이 타이핑을 했다. 직업이 직업인지라 부분적으로 본래 책의 원고와 틀린 부분은 내가 교정을 본(교열이 아니라) 부분이거나 아니면 타이핑 하다가 오타가 난 부분이다.

특히 인상적인 부분은 "부부합산으로 연소득 6,000만원 이하를" 벌어들이고 있는 사람들은 노무현호 아니 현재 흐름대로라면 '대한민국호'에 타고 있을 필요가 없다는 말이었다.

냉정하게 생각해보자. 현재의 추세가 바뀌지 않는다면 부부합산으로 연소득 6,000만원 이하를 벌어들이고 있는 사람들이 현재의 '노무현호'를 타고 미래로 갈 이유는 없다. 만약 '고향' 혹은 '우리말'에 대한 각별한 애정이 있어서 이 특수한 상품 혹은 서비스를 소비하는데 매우 특별한 만족이 있는 경우가 아니라면, '대체재'를 찾는 것이 절실한 순간이다. 어차피 학교에서도 이제는 '우리말'이 대접받지 못하는 상황이 올 것인데, 우리 말을 사용하는 편리함을 유지하기 위해서 치러야 할 비용이 너무 높다. <21쪽>

그리고 "7장. 그럼 도대체 정부가 아는 건 뭐야"라는 부분을 한참 신나서 읽고 났더니 몹시 슬픈 이야기였다. 원고 내용 중 밑줄 치고, 굵은 글씨 부분은 별도로 내가 강조하는 부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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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 그럼 도대체 정부가 아는 건 뭐야?

한미 FTA의 결과, 무역수지는 손해인데, 서비스업도 별로 밝아보이지 않고, 미국 시장에 대해서 잘 아는 것도 아니고, 한국 시장에 대해서도 모른다? 그럼 대체 정부가 아는 게 뭔가? 보통의 경우라면 정부가 모르는 것을 중심으로 논의를 하고 자료를 준비하는 것이 정상적이다. 그러나 지금 노무현 정부에서 대통령을 포함한 고위공직자들이 한 얘기를 빈틈없이 뒤집어보면 정부가 뭘 제대로 아는 것 같지는 않다. 그렇다면 정부가 도대체 지금 무엇을 알고 있는지 짚어볼 필요가 있다. 저렇게 용감하게 “최단 시일 내에 성공적 협상을 하겠다”며 질주하는 정부는 도대체 무엇을 알고 있을까? 한번 정부가 알고 있는 걸 찾아보기로 하자.

가. 농업은 망한다
어쨌든 노무현 정부는 농업이 망한다는 정도는 아는 것 같다. 이건 새로운 미국과의 통상 관계 때문이 아니라 농업은 그만둔다는 정책 기조로 지난 3년간 열심히 일을 했기 때문이다. 졸저 <아픈 아이들의 세대>에 노무현 정부의 농업 정책에 대해서는 자세하게 분석한 적이 있으므로, 여기에서는 이 정도로 농업의 얘기를 접기로 하자. 현재 국민의 8% 정도인 농민이 4%대로 줄어들지, 아니면 정부의 목표대로 1%대로 내려앉을지가 문제일 뿐이다.

나. 월마트한테는 안 당한다
월마트와 까르푸가 국내 유통업계에서 철수하게 된 것이 금년(2006년) 초이다. 정부는 대형유통시장에서 한미FTA로 경쟁조건을 바꾸더라도 국내 업체에게 승산이 있다는 정도는 알고 있는 것 같다. 물론 그렇게 하더라도 소규모 자영업자들은 계속 죽어나갈 것이다. 월마트가 다시 들어올 가능성이 아주 없지는 않지만 하여간 정부는 “월마트한테 안 당한다”는 정도는 안다.

다. 한국영화 안 본다고 죽는 거 아니다
정부가 스크린쿼터를 축소하면서 국내 영화산업은 일단 현재의 절반 정도로 축소될 것이다. 국내영화시장 규모가 어느 정도로 유지가 되어야 할리우드와 경쟁할 수 있는지에 대해서 정부는 잘 모르는 것 같다. 스크린쿼터 146일 규모에서 일종의 ‘규모의 경제’가 생겨서 몇 개의 경쟁력 있는 한국영화가 나온 것으로 분석할 수 있는데, 이 규모가 73일이 되면 기계적으로 시장 규모가 반으로 주는 것이 아니라 규모의 경제에 미치지 못하는 그만그만한 영화가 나오게 되는 것이 현대 영화시장의 특징이다. 이것까지는 정부가 몰랐던 거다. 정부가 아는 것은 다만 “한국 영화 안 본다고 안 죽는다”는 점이다.
멕시코의 일류 감독들이 지금 CF감독으로 연명하면서 3~4년간 돈을 모아서 겨우 자기가 만들고 싶은 영화 한 편 만드는 상황을 보면서도, 정부는 미국에 일단 스크린쿼터를 내주고 협상을 시작하고 있다.

라. 병원 안 간다고 다 죽는 건 아니다
보건경제학 쪽에서 조금 더 자세한 분석이 나오려면 6개월 이상은 기다려야 한다. 그래서 숫자를 정확하게 내기는 어렵지만 아마 국민의 30%에서 40%정도는 한미FTA 이후 5년이 지나면 의료비와 보험비가 비싸져서 병원에 가기 어려워지는 게 사실이다. 계산하기 어려운 것은 얼마나 되는 국민들이 병원에 갈 수 없을지 여부를 모르기 때문이다. 이건 소득분배의 재구성 모델이 나와야 숫자가 정확히 나온다. 의료서비스의 가격이 비싸지는 것은 시나리오 형태로 추정할 수는 있는데, 단지 국민들이 “얼마나 가난해질지를 몰라서” 계산하기가 어려운 것이다.
정부에서는 한 가지를 알고 있다. 병원에 안 간다고 다 죽는 것은 아니라는 사실, 물론 그렇기는 하다. 돈 없어서 병원에 못 가는 것이 서럽기는 해도, 아프다고 다 죽는 것은 아니다. 약초요법과 전통의학 등 ‘대체의학’이 급속도로 발전할 수도 있다.

마. 공무원들한테는 별일 안 생긴다
사실 정부라는 것은 공무원들의 총합이기도 하다. 공무원들의 운명은 사실 크게 바뀌지 않을 것이다. FTA는 민간부문과 민영화되는 공공부문까지 영향을 크게 미칠 뿐, 공무원들에게는 직접적인 영향이 거의 없다. 국민들이 겪게 될 평균적인 변화와는 다른 미미한 변화만이 생길 뿐이다. 만약 공무원들에게 무슨 일이 생긴다면 지금 같은 방식으로 한미FTA 추진이 가능했을까? 확실히 정부는 공무원들에게는 별일 안 생긴다는 것을 알고 있다. 그래서 정부 내에서 저항할 사람이 없다는 사실도 말이다.
물론 지금 정부가 조심스럽게 준비 중인 ‘행정민영화’ 프로그램이 진짜로 강도 높게 추진된다면, 원칙론적인 ‘희망’과는 달리 공무원 세계도 격랑에 휘말리게 될 가능성을 전혀 배제할 수는 없다.

바. 국민들은 농민 편 안 들어준다
정부도 인정하는 것과 같이 사실 한미FTA로 가장 많은 타격을 받을 사람들은 농민들이다. 꼭 한미FTA에서 특별한 규정이 생기거나 쌀시장이 추가로 개방되기 때문에 그런 것은 아니다. 사실상 쌀시장은 이미 다자관계인 WTO에서 개괄적인 틀로 결정된 상태다. FTA라는 틀에서 쌀시장을 다룰 이유가 별로 없다.
전략적으로는 미국이 약간 요구하는 척 하다가 양보할 것이고, 정부는 국민들에게 그래도 쌀시장을 지켰고, 그 대가로 다른 분야에서 좀 희생을 했다는 선전을 할 것이다. 정부가 양자관계에서 다룰 필요가 없고 다루지도 않는 ‘쌀시장’을 꼭 지키겠다고 다짐하는 걸 보면서 이건 거의 ‘야바위’라는 생각을 지울 수가 없다. 그래도 한미FTA가 농민들에게 치명적인 것은 협상이 진행된다는 이유만으로 몇 년 후에 시행될 ‘농업죽이기’ 정책이 훨씬 빨리 진행될 것은 물론, 추곡수매가 사라진 다음 실질적으로 지원하기로 했던 보조금 정책 등을 ‘없던 얘기’로 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정부가 확실하게 알고 있는 것은 국민들이 농민들 편을 들어주지 않을 것이라는 점이다. 이 점은 확실하다. 한미FTA를 통해서 농민이 손해보고 그 대신 서비스업은 좋아질 것이라고 정부가 선전하고 있기 때문에, 가장 위험해진 미장원 주인들조차 농업이 망하고 어려워진 만큼 그 이익이 자신에게 올 것이라고 착각하는 것이다. 그래서 정부는 농민들이 아무리 어려워져도 대다수 국민들이 절대로 농민들 편을 들어주지 않을 것이라는 점만큼은 확실히 안다.

사. 한나라당은 꼼짝할 수가 없다
노무현 정부는 적어도 한미FTA에서만큼은 한나라당이 꼼짝할 수 없다는 것을 알고 있다. 한나라당에는 FTA가 실제로 어떠한 메커니즘을 가지고 어떤 부문에 어떻게 작용할 것인지 분석할 수 있는 실무전문가가 없다. 따라서 정부에 곤란한 질문을 하지 못할 것이다. 정부도 아는 것이 별로 없는데, 한나라당이 무엇인가를 안다는 것은 구조상 불가능하다. 상당수 한나라당 당원들은 일단 ‘자유무역’이란 말이 들어가면 무조건 찬성하는 경향이 있다.

아. 국민들은 벤츠를 좋아해
한국정부는 자동차 부문의 협상에 관심을 기울이는 것 같은 모양새다. 미국정부도 한국시장에서의 자동차 판매에 꽤나 공을 들이고 있는 형편이다. 자동차 조금 더 팔자고 3,000cc 이상의 대형자동차에게나 적용될 제도들을 없애고, 배기가스 배출기준을 없애고, 심지어는 수도권 대기관리대책까지 없애라고 하는 미국의 요구는 내정간섭에 해당한다. 하지만 정부가 이런 기본적인 환경정책의 틀 정도는 지킬 가능성이 있다. 왜냐하면 이게 진짜 협상의 핵심은 아니기 때문이다. 사실 다른 부문의 변화가 워낙 크기 때문에 어차피 타는 수입자동차, 독일제를 타나 미제를 타나 국민경제에는 별가시적 변화는 발생하지 않을 것이다. 연소득 6,000만원 미만의 국민들에게는 어차피 해당사항 없는 일이기도 하다.
정부는 국민들이 미국자동차를 타지 않는 이유가 다른 복잡한 이유가 아니라 벤츠와 BMW를 너무 좋아하기 때문이라는 점을 잘 안다. 반면 미국 정부는 아직 한국 사람들이 얼마나 독일제 자동차를 좋아하는지 잘 모르나 보다. 죽기 전에 한번이라도 캐딜락을 타고 싶다는 미국인들처럼 한국인들도 자신의 첫 번째 외제 승용차는 벤츠이기를 바란다. 물론 한국정부는 이걸 너무 잘 알고 있다.

자. 국민들은 식품 안전에 관심이 없다
정부가 아는 또 한 가지 사실 중에서 가장 슬픈 일은 한국 국민이 식품안전에 사실상 별 관심이 없다는 점이다. 물론 사고가 터지면 벌떼처럼 떠들지만, 길어야 일주일이다. 광우병 의혹이 있는 미국산 축산물도 문제지만, 한미FTA로 정말 곤란하게 되는 것은 유기농산물의 기반이 무너지고, 그래서 장기적으로는 안전한 식품공급시스템이 회복 불가능할 정도로 붕괴된다는 점이다. 그렇지만 한국 국민들은 이런 근본적인 식품안전에는 별로 관심이 없고, 무엇보다도 OECD 국가 중에서는 유전자변형식품(GMO)에 대한 인식수준이 가장 낮은 국민이라는 점을 정부는 잘 알고 있다. WTO협상에서도 다른 선진국이 전부 만들어 넣은 학교급식 재료조달에 관한 예외규정을 하나도 만들지 않은 게 한국이다. 정말 한국정부는 다른 건 몰라도 국민들의 약점을 너무 잘 알고 있다.

차. 그래봐야 이민 갈 용기가 있는 국민은 별로 없다
다음 장의 결론을 미리 당겨서 말하자면, 현재 노무현 정부가 추진하는 FTA체제 속에서 ‘개인으로서의 국민’이 할 수 있는 일이 거의 없다는 것이다. ‘국민직접행동’을 선택할 수 있는 국민이 그렇게 많지는 않아 보인다. 이러한 경우에 유일한 의사표시 방법은 많은 국민들이 이민을 떠나는 것이다. 하지만 노무현 정부는 그래봐야 이민 갈 정도로 용기 있는 국민이 별로 없다는 사실까지도 잘 알고 있다. 이미 붕괴된 교육시스템에 불만이 있어서 많은 학생들이 조기 유학을 가고 있는 실정이다. 그런데 이 문제에 대해 뭔가 대책을 세우기보다는 “공부 못하는 애들 유학 보내봐야 인생만 망가진다”는 ‘조기유학 위험론’으로 협박을 일삼던 정부다. 가끔 소주 마시며 대통령을 씹어대긴 하지만, 사실 국민들이 미래를 불안하게 기다리는 것 외에 아무 것도 하지 못할 거라는 점을 노무현 정부는 너무 잘 알고 있다.

이러한 상황을 쉽게 정리해보면, 정부는 한미FTA와 관련해서 정부가 꼭 알아야 할 것들은 거의 모른다. 그런데 국민들과의 협상에서 이기는 방법은 너무 잘 안다. 진화적 게임이론으로 상황을 설명하자면 ‘노무현 시스템’은 외국이 아니라 국민들을 상대하는 감각기관이 기이하게 발달․진화한 시스템이다. 그렇다면 정부의 정체는 과연 무엇인가? ‘정부’라고 뭉뚱그려 표현하지 말고 대체 어떤 시스템을 가진 정부인지 좀더 깊이 살펴볼 필요가 있다.

 

 

 

 

<본문 126~133>

한미 FTA 폭주를 멈춰라
우석훈 지음 / 녹색평론사 / 2006년 8월

--------------------------------------------------

이 책의 표지에는 장봉군 화백의 만평이 실려 있다. 대한민국이라는 자동차를 끌고 과속질주하는 노무현 대통령의 앞길에는 미국과의 FTA협상으로 국민경제가 파탄 지경에 이른 멕시코가 있다. 대통령은 아무렇지도 않게 말한다. "협상 한 번 잘못했다고 나라 망하는 거 아니다."

아마도 우석훈 선생은 이렇게 말하는 것 같다.

"맞는 말이다. 협상 한 번 잘못했다고 나라 망하는 거 아니다. 대신에 이민도 갈 수 없고, 그렇다고 이 나라에서 이대로 살기도 어려운 국민들만 망하는 거다.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하나? 이제 FTA를 막을 길은 국민직접행동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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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악산에 다녀온 다음날은 해저유람선을 타기로 했습니다.
해저유람선이라고 해도 바다 밑으로 들어가는 건 아니고, 배 아랫부분이 1m 50cm 정도 물 아래로 들어가는 정도랍니다. 창을 통해 바다 속을 보는 거지요.
그런데 지난번 수해 때문에 바다로 토사가 많이 흘러들어가 거의 보이지 않는다고 하더라구요.
사촌 동생까지 데리고 이왕 갔으니, 그래도 타야지요.
이 날도 역시 엄청 더웠는데 바다로 나가면 그나마 시원하지 않을까 싶기도 하고, 유람선 같은 거 타본 적이 한번도 없었거든요.

사진은 클릭해서 크게 보세요.



이게 우리가 탈 배입니다. 별로 크진 않네요.

 



출발. 저기 보이는 방파제 사이로 빠져나가 섬 근처까지 갔다가 돌아오는 1시간 코스입니다.

 



방파제 이쪽 편에 제법 큰 배도 정박해 있군요.

 



저 분은 새벽에 고기잡이 나가셨다가 이제 돌아오시나 봅니다.

 



저 노란색 물체는 잠수함이라네요. 저걸 타면 바다속 25m 깊이까지 들어간대요. 나중에 한 번 타 볼까요.

 



우리가 탄 배에서는 저렇게 창으로 내다보아야 하는데, 아주 잠깐 해초로 덮인 바위를 확인했을 뿐입니다.

 







승객들이 새우깡을 던져주니까 갈매기들이 왕창 몰려듭니다.

 

이 날 관광도, 오전에 유람선 탄 걸로 끝.
오후엔 서점에 가서 놀았습니다.
저녁은 회를 푸짐하게 먹었지만요.
그러고보니 이번 휴가에는 엄청 잘 먹었는데 사진을 하나도 안 찍었군요.

아래는 밤에 산책 나가서 찍은 사진들입니다.

오징어배가 거의 없더라구요. 많이 나갈 땐 바다 전체가 환하게 불이 켜져 있기도 한데.

 







낮에 본 방파제에 밤에 나가면 저런 풍경이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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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딧불,, 2006-08-15 13:1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부럽삼. 휴가 잘 보내고 계시는군요.

물만두 2006-08-15 13:3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멋있삼~^^

비로그인 2006-08-15 14:3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 물이 생명이란 생각을 하고 왔는데 물론 바닷물은 아니겠지만 그래도 너무 반갑고 당장 바다에 가고 싶어지네요..^^

Mephistopheles 2006-08-15 15:3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으흐..동해바다 갈매기들도 30년 전통의 과자를 즐겨 섭취하는군요..^^

하늘바람 2006-08-15 19:3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우와 갈매기 사진 정말 자연스럽게 잘 찍으셨네요 너무나 시원해 보여요

瑚璉 2006-08-16 08:4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인천쪽에서는 갈매기들이, 승객들이 던지는 새우깡을 받아먹는 재주도 보여주던데요...(^.^)

urblue 2006-08-16 09:1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반딧불님, 오늘 출근했습니다. 아우, 졸려 죽겠어요. 휴가 또 가면 안될라나... ^^;

물만두님, ^^

사야님, 바다 한 번 다녀오세요. 도꾜에서도 조금만 나가면 볼 수 있지 않나요?

메피스토님, 글쎄 배에서 그 과자를 팔더라구요.

하늘바람님, 갈매기들이 우르르 몰려서, 그냥 되는대로 셔터를 마구 눌렀습니다. ㅎㅎ

호질님, 오올~ 동해바다 갈매기들은 그만한 재주를 익히려면 아직 멀었습니다. ㅋㅋ
 

지난 주에 휴가 다녀왔습니다.

항상 하던대로 집에 갔다온 것 뿐이지만요.

아직 사진 정리를 다 못했는데 일단 몇 개만 올립니다.

날이 엄청 더운데 눈이라도 시원해지시라구요.

클릭하시면 크게 볼 수 있어요.

 

월요일, 설악산에 가기 위해 아침 9시에 집을 나섰다. 오후가 되면 분명 화상 입을만큼 더워질테니까 일찌감치 다녀오자는 생각이었다. 그런데도 햇빛이 어찌나 뜨거운지, 선블록크림을 왕창 바르고도 양산까지 챙기지 않을 수 없었다.

 



입구의 반달곰상. 저 곰 아래서 사진찍는 사람들, 꼭 있다.

 



반달곰상 옆에 있는 나무에서 한컷. 무슨 나무인지는...음...

 



입구에서 본 풍경.

 



케이블카.
너무 더워서, 걸어 오르는 건 도저히 못하겠고, 일단 케이블카를 타기로 결정.
어릴 때 걸려 있던 노랗고 초록빛이 나는 오래된 케이블카는 이제는 바닥에 덜렁 서 있고, 신형으로 바뀌었다. 덩달아 요금까지 왕창 올랐네. 마지막으로 케이블카를 탔던 것이.... 고등학교 때였나..?

 



 









케이블카에서 바라본 풍경. 유리에 비친 내 모습.

 



권금성에 올라서 파노라마 기능을 사용.

 



역시 권금성에서.

 



비선대 가는 길. 15분쯤 걷다가 돌아오다. -_-; 덥다.

 

다람쥐를 발견하고 재빨리(?) 셔터를 눌렀는데 녀석은 어느새 튀어나가고 나뭇가지만...

 



이번에는 검정색 나비가 모델. 얘들도 포즈를 안 잡아주긴 마찬가지.

설악산 관광 끝.
비선대도, 비룡폭포도, 흔들바위도 안 오르고 덜렁 케이블카만 탄 것으로 관광 끝이라니, 참.
그러니까, 너무 덥다구요.

둘째날의 바다 사진은 나중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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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바람 2006-08-14 12:5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우와 제맘이 다 시원하네요

반딧불,, 2006-08-14 13:0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어멋. 그래도 풍경이 시원할걸요.
갠적으로 권금성의 파노마라 기능 사용한 사진이 가장 맘에 듭니다^^

ceylontea 2006-08-14 13:1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초록이 눈부신 멋진 휴가시네요.. 부러라~~~!!

nada 2006-08-14 13:2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와우, 저 분홍색 꽃 색감이 장난 아니네요. 사진 보고 나니 눈을 싹 씻어낸 거 같아요.^^

아영엄마 2006-08-14 13:2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와~ 파노라마 기능이란 걸로 찍으니 사진이 근사하게 나오네요. 그런데 다람쥐는 어데로 가고 나뭇가지만 있느뇨~~ 훗... ^^ 사진 구경 잘 하고 갑니다. (한참 더운 시간인데 초록만 봐도 시원하네요..)

hnine 2006-08-14 13:4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작년 여름 저희 가족 다녀온 곳이네요. 케이블카, 물론 탔고, 반달곰 앞에서 사진은 안 찍었습니다 ^ ^
분홍색 꽃, 자귀나무로 알고 있는데요.
사진이 아주 시원~ 합니다.

플레져 2006-08-14 13:4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그 찌는 듯한 날씨가 고스란히 느껴져요.
그래도 풍경은 역시나 시원해 보이네요 ^^

물만두 2006-08-14 14:0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유리에 비친 모습이 피카소 그림같아요^^

sandcat 2006-08-14 14:2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육감적인 입술, 의왼데요. =3=3
(너무 더워서 아마 못 쫓아오실걸)

Volkswagen 2006-08-14 19:1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워워~진짜 푸르릅니다. ^^*

urblue 2006-08-16 09:1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시원해하시니 다행입니다요. ^^
 

3개월 동안 잊고 있었더니 항상 찍던 지점이 어디인지 못 찾겠다. -_-

 



어제의 파란 하늘. 점심 먹으러 나갔다가 햇볕 때문에 화상 입을뻔 함. (쫌 심한 과장인가.)

 

은행나무의 과거가 궁금하신 분은 여기로.

5월 3일  http://www.aladin.co.kr/blog/mypaper/869979

4월 14일  http://www.aladin.co.kr/blog/mypaper/857825

4월 6일  http://www.aladin.co.kr/blog/mypaper/8553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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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딧불,, 2006-08-03 11:3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올..좀 한가해지셨군요.
좋습니다. 구름이 어찌나 멋지던지^^

nada 2006-08-03 11:3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얼..멋진데요. 나무의 변천사를 사진으로 기록하다.. 하늘 이뿌네요.

하늘바람 2006-08-03 11:3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제 마음가지 푸르러져요

urblue 2006-08-03 11:3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반디님, 어제 좀 한가했지요. 바로 알아보시네요. ^^;

꽃양배추님, 계속 기록하려고 했는데 3개월이나 잊어버리고 있었어요. 잎 색깔이 짙어지고 나서는 변화를 잘 못 느끼겠어서 그런 것도 있구요.

urblue 2006-08-03 11:4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하늘바람님, 푸른 건 좋은데 너무 더워요. 흑흑. 더위 먹지 않게 조심하세요. ^^

chika 2006-08-03 11:4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좋아요! ^^

물만두 2006-08-03 11:4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하늘이 참 높습니다^^

urblue 2006-08-03 11:5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하늘도 높고 보기도 좋고, 사무실 안에서만요. 나가는 건 싫어요. ^^;

야클 2006-08-03 13:3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은행알 향기까지 좋으면 얼마나 좋을까요? 공포의 은행알 향기! ^^

urblue 2006-08-03 17:5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 동네 가로수는 죄 은행나무인데, 그래도 냄새는 아주 심하지는 않아요. 공포까지는 아니랄까. ^^

로드무비 2006-08-03 18:4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우와, 잎이 무성하네요.^^

urblue 2006-08-03 20:5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네, 제가 기준으로 삼던 가지를 찾을 수 없을 정도로 무성하지요. ^^

2006-08-09 16:42   URL
비밀 댓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