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군가는 이 영화를 올 여름 최고의 공포 영화라고 했단다. 영화는 ‘스릴러’로 구분되어 있지만, 실상 스릴러라기보다 호러나 코미디로 분류해야 마땅하다.
제지업체에서 15년간 우수 사원이자 간부로 재직한 브뤼노는 공장이 동유럽으로 이전하면서 회사를 그만둔다. 15개월치 월급을 받았고, 그만한 경력과 실력이면 일자리를 구하는 것은 시간 문제라 믿었기에 퇴직을 하면서도 여유가 있었다. 그러나. 실업자 노릇 2년 여 만에 브뤼노의 여유와 믿음은 몽창 사라져버렸다. 병원과 극장에서 파트 타임으로 일하는 아내가 가정을 책임지고 있고, 아이들은 기본적으로 아빠를 좋아하긴 하지만 뭔가가 조금씩 어긋난다. 매번 면접이 끝날 때마다 기대에 찼던 가족들의 얼굴에 실망의 그림자가 드리워지는 것, 그러면서도 아빠를 위로하려고 하는 모습도 징글맞다.
그렇게 궁지에 몰린 그가 선택한 것은 경쟁자들을 없애버리자는 황당한 계획이다. 가짜 제지회사의 구인 광고를 낸 후 가장 그럴듯한 경쟁자 5명을 처치하기로 결심한 것이다. 이제 브뤼노는 한 사람씩 찾아다니며 그들을 제거해나간다. 하지만 그가 찾아낸 경쟁자라는 사람들은 또 어떤지. 식당에서 아르바이트를 하거나 백화점에서 남성복을 팔고 있을 따름이다. 아내에게 버림받기도 했다. 짧게는 1년 여, 길게는 5년에 이른 실업 기간은 브뤼노와 마찬가지로 경쟁자들을 우스운 꼴로 만들어 버린 것이다.
이럴 때 노동자들의 연대가 필요한가. 하지만 코스타 가브라스는 그저 문제를 드러내는 것으로 만족한다. 일자리가 없어지고, 실업 수당을 받는 줄은 점점 길어지기만 하고, 실업자들은 정체성에 혼란을 느끼고, 가족 관계가 어긋난다. 남들 심장에 칼을 들이대고 간신히 일자리를 얻었으나 내 심장에 칼을 대기 위해 다른 사람들이 기다리고 있다. 숨막히는 신자유주의의 현실에 대한 이만한 경고가 또 있을까. 무겁게 쓰긴 했으나 영화 자체는 가볍다. 던져주는 메시지가 호러급일 따름이지 영화는 코미디에 가깝다.
토요일 저녁 필름포럼의 그 큰 영화관에는 달랑 10명도 안 되는 인원이 흩어져 앉아 있을 뿐이었다. 아트큐브나 나다였더라면 상황은 좀 더 낫지 않았을까 싶다. 꽤 재미있는 영화인데, 좀 안타깝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