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토요일 신랑과 함께 등 경락마사지를 받았다.
항상 어깨가 아프고 조금만 움직이면 등이 뻐근해 예전부터 마사지 한 번 받아야겠다 생각해오다가
드디어 집 가까운 곳을 찾은 것.

마사지 받는 동안 엄청 아팠다.
목부터 꼬리뼈까지 등 구석구석을 한 군데도 빼놓지 않고 꼼꼼하게 누르고 주무르는데,
특히 엉덩이 부분은 어찌나 아프던지 절로 몸을 움찔거리고 신음을 흘렸다.

30분 정도의 마사지가 끝나고 비닐을 뒤집어 쓴 채 원적외선을 쐬고 있으려니
마사지사가 얼굴 앞으로 와서 내 상태에 대해 얘기해준다.
척추랑 골반이 많이 틀어져있으니 얼굴의 광대뼈도 심하게 좌우 차이가 나는 거란다.
(안그래도 얼굴에 살이 별로 없는데 특히 왼쪽 볼이 움푹 패어 보인다.)
장도 좋지 않은 것 같고, 골반이 틀어졌으니 당연히 자궁 상태도 별로일 것이라고.
또 허리도 아프고 피부도 나쁘고. ㅠ.ㅠ
뭐 종일 의자에 앉아 있는 사람치고 척추가 온전히 제 모양을 잡고 있는 경우는 별로 없을 테지만,
확실히 저런 문제들이 있긴 하니까 마사지를 좀 더 받아볼까 싶다.

문제는 돈이지 뭐.
지출 규모를 꽉 맞게 짜 놓은 터라 수십만원짜리 마사지 티켓을 끊기 위해서는 생활비를 줄여야 한다.
(기보다는, 마음이 그렇다.)
뭘 줄일 수 있을까 곰곰 따져본다.
결론은... 책 값 말고는 줄일 게 없다는 것.
신랑은 몇 개월 간 책을 하나도 사지 말까 하지만, 뭐 그 정도는 아니고,
한 달에 한 번 만 주문할까.
지난 주말 오랜만에 마포도서관에 들렀더니 책이 이거저거 많이 들어왔더구만. 쩝.

사치를 부리지도 별로 돈에 구애를 받지도 않으며 살아왔는데,
결혼하고 적금통장이다 뭐다 만들고 나니 왠지 쪼들리는 느낌이랄까.
실제로는 쓸 거 웬만큼 쓰고 사는 주제에 괜히 알뜰한 척이다. 참.

아아. 아무튼.
마사지도 받고 요가도 하고, 지난 1년간 5kg이나 불은 이 몸을 정리 좀 하면서 봄을 맞아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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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udan 2007-02-27 17:1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5키로나 불으신걸로 봐서는 책값이 아니라 식비를 좀 줄이셔야 하지 않을까 싶은.. 흠흠.
그나저나, 저도 척추마사지를 받아야하는거 아닌지 모르겠어요. 허리도 아프고, 피부도 나쁘고. 흑흑. (그래요, 문제는 돈이지요. 흑흑.)

urblue 2007-02-28 09:3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먹을 거에 돈을 아끼지 않는 편이긴 하지만서도 제가 먹으면 또 얼마나 먹는다고 식비를 줄이라고...흑흑... (미운 수단님!)

chaire 2007-02-27 18:0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하하. 방금 치니 님의 지압 페퍼를 보며 웃었는데, 블루 님도 마사지 받느라 신음하셨군요. 마사지를 딱 한번, 그것도 발 마사지만, 중국 여행 갔을 때 피치 못하게 받아본 적이 있는데, 부끄럽게도 너무 예쁘고 젊은 소년이 발을 주물러주시는 바람에, 시원한 기분은 하나도 없고 그냥 민망하기만 했더랍니다(발냄새 나면 어째요..). 사실은 그 친구가 아직 실력이 부족해서 그런 것이라 생각했고, 한편으론 마사지는 내 취향이 아닌가 보다, 하고 있지만, 그래도 간혹 찌뿌둥한 몸 좀 누가 시원하게 밟아줬으면 싶을 때가 있어요(늙었나 봐요). 결국 돈이 없어 못 받을 테지만, 실은 귀찮아서도 잘 못 가지 싶어요, 저는.


클리오 2007-02-27 21:4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신혼여행 태국에서의 마사지가 너무나 좋아서, 동네에 있는 태국마사지샵을 늘 기웃한답니다. 이상한 곳이 아닌가 살피려구요.. 아가 키우니 정말 누군가 좀 만져줬으면 하는 날이 많아요. 아줌마들의 끙끙이 모두 실감이 난다니까요.. ㅋㅋ

히피드림~ 2007-02-28 02:2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그러잖아도 오늘 거울보면서 볼 양쪽의 광대뼈 모양이 다르다고 느꼈는데
또 평소에 바지끝단이 한쪽만 닳는 것이 단순히 걸음걸이 습관인줄 알았더니
그게 다 척추뼈하고 관련이 있는거군여 ㅎㅎ
책값 지출을 줄여서라도 마사지를 받는 건 괜찮은 생각인것 같아요.
요즘은 도서관에 신책비치도 잘 돼있고, 희망도서 신청해도 되구요^^

urblue 2007-02-28 09:4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chaire님, 저도 중국 여행 갔을 때 패키지에 발마사지가 포함되어 있었는데요, 한 아저씨가 죽어도 양말을 못 벗겠다고(무좀이 있었다네요.) 우겨서 마사지 하는 사람이 그거 벗기느라 엄청 고생했더랬어요. 옆에서 우리끼리 킥킥거리고 웃었더랍니다. 발마사지라지만 허벅지까지 주물러주는 바람에 민망했지만 시원하기는 하던걸요.

클리오님, 마사지샵 검색하느라고 인터넷 뒤지다가 "시원한 마사지와 간단한 대화"라고 적혀 있는 곳도 봤어요. "간단한 대화"라니, 참...-_-
몸매 관리 해 준다는 곳에서도 대개 경락마사지를 한다니까 그런 데를 찾아보세요. 저는 신랑이랑 같이 가려고 몇 군데 전화해 봤는데 남자는 안 해준다는 데가 더 많더라구요.

punk님, 에...저는 바지 한쪽만 닳는 정도는 아닙니다만. punk님이야말로 마사지 좀 받으셔야겠네요. ^^
그러게요, 도서관도 가까이 있고 집에 안 읽은 책도 잔뜩 쌓여 있으니, 책값을 줄여도 될 듯 합니다. ^^

mong 2007-02-28 10:0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요즘 허리가....허리가
쌓인 책들보고 좀 밟으라고 할까봐요 -_-

urblue 2007-02-28 16:0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쌓인 책들이 밟을 수 있으면 딱 좋겠습니다. ^^
 

 

 

 

 

 

얼마 전 1인 출판사에서 발간한 두꺼운 인문학 책을 오자 30여 개 때문에 재발행한다는 소식을 들었지만, 사실 그 정도 오자야 용인못할 수준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옛날에는 오자랑 비문이랑 일일이 찾아서 출판사에 팩스 보내는 짓을 곧잘 해놓고, 이제 귀찮아서 안하게 되니까 그냥 넘어갈 수 있다고 얘기한다. ㅎㅎ) 불량품을 수거하고 리콜하는 것은 반가운 일이 분명하지만 형편이 어려운 1인 출판사에서 사무실 보증금까지 빼가며 굳이 그렇게까지 해야 하나 의문이었던 것.

하지만 대형 출판사라면 얘기가 다르다. (뭐, 이 정도 차별은 해도 되지 않을까.) 오류가 있으면 얼마가 들든 다시 찍어야지.

<미완의 시대>를 읽다가 8~11장의 후주가 통째로 빠져 있는 걸 발견하고 알라딘 고객센터에 문의를 넣었다. 페이지는 제대로 찍혀 있으므로 설마 내가 받은 책만 잘못 인쇄된 건 아닐테지만 확인 차원에서. 역시나, 모든 책이 잘못된게 맞단다. 그리고 출판사에서 재발행에 들어갔다는 소식도 알려주었다. 현재는 "일시품절"로 뜬다.

근데, 후주 빠진 것 외에 본문 주도 잘못 달린 게 있고 뒤로 갈수록 오자도 많은데, 이거 다 수정되는 게 맞을까 하는 궁금증이 생긴다. 간혹 개정판이라고 나왔는데도 이전의 오류를 거의 수정하지 않은 경우도 없지 않으니까. 개정판이 나오면 제대로 고쳤는지 확인 작업 들어가 볼까? ㅎ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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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냐 2007-02-09 13:2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음. 그야말로 '미완의 시대'군여.

paviana 2007-02-09 14:4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앗 구두님께 선수를 빼았겼네요.ㅋㅋ
새책 받으시면 염가에 방출하시라고 찌르려고 했더니요.
그럼요 민음사에서 그러면 당근 안 되지요.
1인 출판사에서도 안 그러는데..근데 그 출판사는 그렇게까지 안해도 될듯했는데요..

urblue 2007-02-09 14:4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바람구두님, 뭡니까, 선물하라고??? -_-;

마냐님, '미완의 시대' 맞습니다. ㅎㅎㅎ

urblue 2007-02-09 14:4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파비님, 새책 받아서 방출하라구요? ㅋㅋㅋ 지금 보고 있는 책에는 제가 밑줄 쭉쭉 그어놓은데다 오래 붙들고 있어서 손때가 많이 탔고, 새책이 온다면 신랑이 또 그럴 것 같은데요. ㅎㅎㅎ

chaire 2007-02-10 11:2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 1인 출판사 얘기는, 뭐 그렇게까지 하나 싶은 게 대견하다기보다는, 안쓰러웠어요...^^ 그나저나 민음사, 긴장해야겠는걸요?
 

뮤지컬 렌트를 보고 싶었던 건 오로지 조승우 때문이었다. 조승우 출연 분은 티켓 박스 오픈 후 몇 분 내에 매진되었다는 기사를 보고 나자 더 이상 렌트에 관심을 가질 이유가 없었다. 하지만 공짜로 들어오는 초대권까지 마다할 건 아니고.

지난 일요일 오후 세시 공연을 보았다.
15분 전 쯤 입장했을 때 상당히 비어 있던 좌석은 공연 시작 바로 전에 다 찼다. 신씨네 소극장이 350석 정도라고 하던가. 설마 매회 매진인지는 알 수 없으나 꽤 많은 사람이 찾는 공연임은 틀림없는 듯 하다. 헤드윅과 마찬가지로 조승우의 인기 때문에 다른 출연자의 공연도 덩달아 인기를 끈 것인지, 전 공연(올해가 세 번째라고 한다.)이 워낙 인기가 있었기 때문인지 모르겠다.

내용과 캐스팅에 관한 사전 정보가 전혀 없는 상태에서 본 "렌트"의 총평을 하자면, 전체적으로 산만하다고 해야 할까, 지루할 정도는 아니지만 이래저래 몰입이 잘 안되는 범작이랄 수 있겠다. 그러니까, 조승우 출연같은 이슈가 아니라면 굳이 다시 보고 싶은 작품은 아니라는 것.

일단 뉴욕 뒷골목에서 살아가는 가난한 예술가들과 동성애자, 에이즈 환자의 이야기가 우리에게 얼마만큼 매력적인 소재일까 궁금하다. 하기야 관객의 공감과 감동을 이끌어 내는 것은 소재 자체가 주는 친근함이나 매력이 아닐 터이니 이건 넘어가자.

원작은 어떤지 모르겠지만 이 공연은 좀 산만하다. 두 세가지 사건이 동시에 벌어지는데, 소극장의 작은 무대가 시선을 집중시키는게 아니라 오히려 산만함을 부각시킨다. 다 해야 16명이 등장하는 군중씬도 그다지 조화롭지 못하다. 큰 무대라면 더 나을까.

'로저' 역할의 신동엽의 연기는 좀 밋밋하고 노래도 약하다. '마크' 역의 나성호(맞나?)는 '노을'이라는 그룹의 멤버라고 하던데, 오히려 뮤지컬 배우라고 해도 믿겠다. '머린' 역의 조서연은 조승우의 누나란다. 얼굴은 어려보이더만. 여튼, 별로다. 자유분방한 성적 매력과 넘치는 예술적 끼를 지닌 인물이라는 설정일텐데, 조서연의 머린은 어느 쪽도 아니다. 좀 신경질적이고 유아적으로 보인다.  

제일 훌륭한 배역은 게이 '엔젤'역의 김호영. 두어 씬이 끝날 때까지 남자인 줄 몰랐다. 내가 둔한건지. 늘씬하게 뻗은 다리랑 잘록한 허리를 움직이는 모습이 틀림없이 여자인 줄 알았다니까. 그러다 고음을 노래할 때 비로소, 어, 남자였어, 하고 놀랐다. 앞서 두 번의 공연에서도 '엔젤'역을 맡았을 뿐 아니라 연극 "이"에서 '공길'이었다고 하니, 예쁜 여장 남자 전문 배우라 아니할 수 없다.

가장 큰 불만은 의자다. 아무리 소극장이라지만 쿠션이 전혀 없는 딱딱한 의자라니, 너무했다. 총 2시간 반의 공연을 보고 나오니 엉덩이랑 다리가 엄청나게 쑤신다. 신씨네 소극장, 앞으로 엄청나게 매력적인 작품이 공연되는게 아니라면, 다시 가고 싶지 않다.

뮤지컬 영화 렌트도 개봉했다던데, 아직 하는지 모르겠다. 시간이 되면 그 영화를 봐야겠다. 연출이 문제인지 작품 자체가 나랑 안 맞는건지 비교 차원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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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매지 2007-02-06 14:0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요거 보고 싶었는데 표가 다 팔려버린 관계로 패스. 영화나 보려구요^^;;

바라 2007-02-06 14:0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전 뮤지컬은 못 보고 영화만 봤는데 생각보다 볼 만 하더라구요. 영화 연출의 장점을 잘 살린 것 같아서... 저저번주인가에 미로스페이스에서 하고 있던데 요새도 하는지는 모르겠네요;

라로 2007-02-06 23:0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영화나 봐야겠어요~.
서울지역과 지방의 문화체험 양적(일단) 차이가 크네요~.
암튼 팬티 사진은 님이 댓글다셨던 페이퍼 바로 위 페이퍼에 있어요.
이벤트에 참여하셔서 이벤트의 질을 높여주시면 어떨지???ㅎㅎㅎ

urblue 2007-02-07 14:2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매지님, 신동엽 출연 회도 표가 없나보죠? 전 초대권 받아서 갔습니다. ^^v

바라님, 뮤지컬 본 사람들 중에서 영화가 더 낫더라는 평도 꽤 많아서 저도 보고 싶습니다. 얼른 찾아봐야겠어요.

nabi님, 지방에 거주하면 가장 나쁜 점이 문화 생활을 누리지 못한다는게 아닐까 싶습니다. 사진 구경 했어요. 정말 내용도 상품도 기발한 이벤트입니다. 참가하도록 노력해봅지요. ㅎㅎ
 

 

 

 

 


Demon Seated 1890


Morning 1897


The Pan 1899


The Swan Princess 1900


Lilacs 1900


Demon Overthrown 1902


Six-Winged Seraph 1904


The Pearl

 

그림 출처  http://www.russianartgallery.org/vrube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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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쟈 2007-01-26 19:3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러시아 화가들 가운데에서도 단연 눈에 띄는, 묘한 '마력'을 풍기는 화가입니다...

마냐 2007-01-26 20:2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헉...깜짝 놀랐어요. 저 문자에! ^^;;

urblue 2007-01-26 21:3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로쟈님, 네, 저 책에 소개된 여러 화가들 중 가장 인상적인 화가입니다. 러시아에 가서 원작을 보고 싶다는 바람뿐입니다. 흑흑.

마냐님, 저 문자 알아보는 사람은 여기 다 모인 것 같은데요. ㅎㅎ
 

지난 해엔 책 읽는 게 별로 재미가 없어서 게으름을 피웠다. 소설도 지겹기만해서, 올해를 어떻게 시작할까 궁리하다 고른 건 <문학과 예술의 사회사>. 열흘 동안 겨우 200여 페이지 보다가 집어던졌다. 가벼운 읽을거리를 찾으니 역시 소설이다. 

 

  

 1. 걸

 처음 두 개의 단편을 읽고 나서, 이 아저씨 모든 여자들이 그저 girl이길 바라는 게 아닐까, 의심이 모락모락 피어 올랐다. 세 번째 단편은 제목이 아예 이다. 이 아저씨는 여자들이 로 살아가고 싶어한다고, 나이를 먹는다는 단순한 이유로 그러한 바람을 억누를 필요가 없다고, 여자들의 입장을 이해하고 옹호하는 듯이 얘기한다. 하지만 말이야, 아무리 생각해도 음흉해 보이는걸. 자신을 아름답게 가꾸고 삶을 즐기면서 젊게 사는 당당한 이 되라고 부추기는 건 다테마에고 실은 외모에 좀 더 신경 쓰고 타인들에게 부드럽게 대하는 나긋나긋한 여자를 보고 싶다는 게 혼네인 것 같단 말이지. 아니면 말고.

 

 

 2. 삼월은 붉은 구렁을

 처음 접한 온다 리쿠의 작품 <네버랜드>가 시시해서 다른 걸 볼까 말까 잠깐 고민하다 골랐다.

 재미도 있고 잘 된 작품이기도 한데, 왜 뭔가 허전한 느낌이 드는 걸까. 예전 같으면 이 작품에서 파생되었다는 <흑과 다의 환상>이나 <보리의 바다에 가라앉는 열매>, <여섯 번째 사요코> 같은 책들을 줄줄이 사들였을 텐데, 어째 그다지 내키지 않는다. 온다 리쿠는, 다시 어떤 기회가 생기면 보게 될까.

 

 

 

 3. 예루살렘의 아이히만

 흥미진진하게 읽었고, 여러 가지 생각할 거리들도 많았는데, 정리는 잘 안 된다. 이런 책을 읽으면 저자와 논쟁하고 싶은 생각이 드는 게 아니라 그저 한발 빼고 으음, 그래? 정도의 반응밖에 안 나온다. 이런 태도가 아렌트가 주장한 악의 평범성의 바탕일지도 모른다.

 한길사는 교정, 교열을 제대로 안 보나. 번역이 좋은지 나쁜지는 알 수 없으나, 최소한 문장의 조사 정도는 제대로 써 줘야 하지 않을까. 조금이라도 이상한 문장이 나오면 턱턱 걸려서 그냥 넘어갈 수 없으니, 내가 지나치게 까탈을 부리는 건지.  

 

 

 

 4. 신 기생뎐

 최근 본 한국소설(몇 권 되지도 않지만.) 중 가장 빼어난 작품. 마냥 가벼워지려고 하지 않는 점도 마음에 들고, 각각의 인물들에 대한 작가의 따스한 시선도 좋고, 인물들의 감정에 몰입도 잘 되고, 맛깔나는 사투리와 순우리말 구사도 재미있다. 모처럼 사전 찾아가며 흐뭇해서 읽었다.

 

 

 

 

 

 5. 데이 워치

 <나이트 워치>를 워낙 재미있게 읽어서 도대체 다음 편은 언제 나오냐고 목 빼고 기다리고 있었다. 신간 소식 보자마자 바로 주문, 그 날로 시작해 금방 다 읽어버렸다.

 제목은 <데이 워치>로 어둠의 세력인 주간경비대가 주인공이어야 하지만, 아무래도 작가는 빛의 세력 편이 아닐까. 빛과 어둠은 선과 악이 아니라 각자의 본성과 가치에 기반하여 인간 세계와 관계맺는 방식이라고 하면서도, 주간경비대가 더 나쁘게 보인단 말이지. 마지막 장을 덮고 나면, 야간경비대가 주인공 같잖아.

 그나저나 <더스크 워치>는 2008년에야 나온다는데. 아우, 좀 더 빨리 내주면 안될까요오~?

 

 

 6. 눈과 피의 나라 러시아 미술

 그러고보면 내가 알고 있는 많은(?) 화가들 중에 러시아 사람은 샤갈과 칸딘스키 정도였던가.

 브루벨의 그림에 홀딱 반했다. 이 책의 표지로 쓰인 <백조 공주>를 서재 이미지로 삼다.

 러시아. 언제쯤 가 볼 수 있을까. 트레티야코프 미술관도 에르미타쥬도 가고 싶어 죽겠다.

 

 

 

 

 7. 톰 존스

 무려 1400여 페이지. 서평단 신청 괜히 했나 싶었지만, 막상 뚜껑을 열어 보니 의외로 재밌다. 술술 넘어가는 정도가 아니라 부분부분 박장대소하고 있다. 이 달 말까지 끝냈으면 하는 바람이 있지만, 이제 겨우 200페이지 넘어간 참이라, 글쎄.

 

 

 

 

 

올해는 부지런히 읽어볼까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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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ada 2007-01-26 14:1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다들 좋다는 온다 리쿠, 심지어 알라딘 편집팀에서 무더기로 추켜세운 그 온다 리쿠가 별 감흥이 없던 걸요... 6번이 심히 끌립니다. 푸른색이 시리도록 눈부셔요.^^

mong 2007-01-26 14:1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옷 톰존스 그렇단 말이죠?
2권도 얼렁 사 놓고 시작해야겠네요!

nada 2007-01-26 14:2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하여간 몽님의 두꺼운 책 밝힘증(?)은 알아줘야 해욤 =3=3 (근데 저도 박장대소라는 말에 솔깃~)

urblue 2007-01-26 15:5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꽃양배추님, 전 일본 소설이 좀 시들해진건지, 기대했던 <조제와 호랑이와 물고기들>도 재미가 없더라구요. 온다 리쿠도 그렇고, 저 <걸>도 그렇고. 야마모토 후미오 여사의 신간들도 안 땡겨요. -_-
이주헌씨 책은 처음인데, 재미있던걸요. 저자 말대로 맛뵈기밖에 될 수 없다는게 아쉽습니다. 몇 권으로 나눠 내도 좋을텐데 말이죠.
톰 존스도 재미있습니다. ^^

몽님, 1권만 사셨나보네요. 얼른 시작하세요. ^^
두꺼운 책 밝힘증이 있으셨군요. 전 너무 두꺼운 책은 저자에 대한 신뢰가 없으면 시작을 못 하겠더라구요. <젠틀 매드니스>는 수면제로 썼잖아요. -_-;;