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래간만에 걸려온 친구의 전화 속에서 들리는 건 한숨 소리와 알 듯 모를 듯 이상한 말들 뿐이다. 결혼한 지 3년이 넘었는데 갑자기 강아지를 키우며 정을 붙인다지를 않나, 대학 때 공부 안한게 후회된다고 하지를 않나, 결혼하지 말고 혼자 살라지를 않나. 남편과 무슨 문제가 있는 모양인데 자세한 얘기는 하지 않는다. 그 친구와 이토록 오래 전화로 얘기한 건 아마 처음인 듯 싶다. 무슨 말이든 계속 하고 싶어하는 게 뻔히 느껴지는 걸, 일하는 중이라 더 이상 통화하기 어려워 그냥 끊었다.

저녁에 만난 1년차 신혼 부부는 같이 사는 게 쉽지 않은 모양이다. 역시 자세한 사정은 알 수 없으나 끊임없이 티격태격하는게 보이고, 단순히 사랑 싸움의 정도를 넘어 있다.

몇년 전 결혼을 생각할 때 가장 큰 고민은 결혼 후에 다른 사람을 사랑하게 되면 어쩌나 하는 점이었다. 그런데 주위의 결혼한 커플들을 보니 그건 핵심이 아닌 것 같다. 오히려 다른 생활 습관을 가진 사람들이 같은 공간에서 부대끼며 살아야 하는 것과 금전적인 어려움에 부딪히게 되는 것이 문제의 본질인 것처럼 보인다. 게다가 이런 문제들은 지극히 현실적이라 사랑으로 해결한다는 것도 우습다.

괜히 기분이 우중충하다. 너무 덥고, 친구들 걱정 약간에, 사는 게 뭐 이런가 하는, 내가 느끼지 않아도 될 듯한 씁쓸함까지.  이 모양이니 결혼하고 싶은 생각이 들 까닭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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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디어 다음에서 퍼왔다.

밑에 달린 댓글 하나, '달팽이 가족, 스릴있게 사시는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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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주부터 지하철로 출퇴근하기 시작했다. '왜 갑자기?'라고 묻는 동료들에게 '나라 경제를 생각해서'라고 답했지만, 사실은 저녁에 운전하기가 힘들어져서이다. 왠일인지 요즘 밤잠을 설치기 일쑤고, 퇴근할 때는 졸음으로 머리가 띵해져서 운전하기가 죽도록 싫다.

운전하는 것 자체를 그닥 좋아하지는 않지만, 한 가지, 음악을 크게 들을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나는 음악을, 주로 락을, 차에서 듣는 편이다. 락은, 크게, 쩌렁쩌렁 울리도록 듣는 게 좋은데, 집에서는 아무래도 크게 틀어놓을 수가 없다. (옆집 애들이 경기를 일으킬지도 모른다!) 전에 동생은, 내가 음악을 들을 때마다 방문을 열고 '시끄러워!!'라고 소리치곤 했다. 내 차에서는, 그런 말을 들을 필요도, 다른 사람 신경쓸 필요도 없다. 게다가 따라 부를 수도 있다. 퇴근 시간이면 항상 크게 음악을 틀어놓고 혼자 몸을 들썩이며 노래를 부른다. 그러면 아무리 차가 밀려도 전혀 지겹지 않고 오히려 그 시간을 즐길 수 있게 된다. 어떤 날은, 도로 사정이 좋아 금방 집에 도착하는 게 싫어질 정도다.

지하철을 이용하면서 음악을 듣지 못한다는 게 좀 아쉽기는 하다. (CDP가 없는 관계로) 하지만 그 시간을 책 읽는데 쓸 수 있다. 그동안 영 집중을 못하고 속도도 느려져 있었는데, 이제 좀 탄력을 붙여봐야겠다. 책상 위에서 먼지 뒤집어 쓰고 앉아 있는 책들아, 잠깐만 기다려라. 곧 예뻐해 줄테니까. 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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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배가, 드디어 첫 월급을 받았다고, 약속했던 근사한 저녁을 사겠다고 전화했다. 스물 여덟에 처음 받은 월급은, 설령 그것이 통장에 찍힌 숫자에 불과하더라도, 그에게는 무척 큰 기쁨인 모양이다. 학교를 졸업하고도 4년간을 그는 공부만 했다. 친구들도 후배들도 모두 직장을 얻어 돈을 벌고 있는데, 자신은 여전히 집에서 용돈 타면서 아무 일도 하지 않고 있다는 사실은 그에게는 상당한 중압감이었을테고, 실상 4년간 아무것도 한게 없다고 한다. 공부를 하지 않을 때조차 맘 편히 있지를 못했다는 것이다. 그는 이제, 그동안 하지 못했던 여러가지 일들을 실컷 해보려고 마음먹고 있는 듯 하다. 

그가 취직을 하고 처음 만났을 때, 난 그에게, 나도 지금까지 제대로 한 게 하나도 없어, 라고 말했다. 사실이다. 학교를 졸업하기도 전부터 직장을 얻어서 지금까지 7년하고도 6개월을, 거의 쉬지 않고 돈을 벌었다. 그러나, 스스로의 힘으로 생활을 영위해 왔다고 해서, 그가 못한 무언가를 많이 했는지, 알 수가 없다. 다만 그가 가졌던 불안함이나 불편함으로부터 자유로웠을 뿐일게다.

얼마전 친구와 저녁을 먹었다. 그 날, 그는 별로 기운이 없었다. 나이 들면서 점점 고민을 안하게 되니까 사람들 사는 모습이 다 비슷해지나 봐, 라고 한숨섞어 가며 말을 했다. 일단 돈을 벌기 시작하면, 어떻게든 그 상태를 유지해야하고, 이런저런 이유로 돈을 모아야하고, 결혼이라도 하게 되면 다시 생활이 문제가 되고, 애들 키우고, 집 사고, 그런 걱정들이 끊임없이 생겨나서, 젊은 날 가졌던 꿈도 고민도 모두 희미해진다는 것이다. 친구는, 가구 디자이너가 되겠다는 꿈을 가지고 있다. 전혀 관계없는 대학을 졸업한 후,  다시 디자인학과에 입학했지만, 이런저런 사정으로 학교를 끝마치지 못했고, 지금은 그저 열심히 돈을 벌고 있다. 그래도 이탈리아의 유명한 디자인스쿨에 가고 싶다는 바람을 버리지 못하고 있었는데, 그 날은, 자신의 꿈을 실천하기 위한 노력도, 삶의 방향에 대한 고민도 더 이상 하지 않는다고, 이제는 왜 그런 바람을 가졌는지조차 모르겠다고 얘기했다. 친구의 얘기는, 내 상황과도 별반 다르지 않다. 그러나 나는 친구의 말에 맞장구를 칠 수가 없었다. 그저 가만히 듣고만 있었다. 그렇게 별로 유쾌하지 않은 시간을 보내고, 그는 다시 일을 하러 갔다.

취직했다고 좋아하는 후배를 보면서, 그 날의 친구의 모습이 자연스레 떠올랐다. 후배는, 그 동안의 부담을 털어버려서 홀가분할테고, 새로 시작한 일에 대한 의욕도 충만할테다. 그러나 한해 두해 시간이 흘러도 여전히, 지금처럼 기쁘고 즐거울 수 있을까. 밥벌이의 지겨움을, 곧 느끼게 되지 않을까. (김훈이 어떤 의미로 밥벌이의 지겨움이란 말을 썼는지는 모르겠다, 읽어보지 않아서. 그러나 친구나 내가 느끼는 감정에 꼭 맞는 표현이다.)

이렇게 써 놓고 보니, 상당히 비관적이다. 그러나, 나 역시 별 고민없이 살고 있기에, 실제로 비관적이지는 않다. 우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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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23회 대한민국사진대전 대상 수상작

정두원, 심봉사의 흥(興)

안동 하회탈 축제 기간 중 심청전 공연 장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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