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모들과 얘기하는 건 쉽지 않은 일이다. 갓난아기가 얼굴 근육을 조금만 움직여도 웃은 거고, ‘어어’ 소리만 해도 엄마라고 들린다던데, 그 정도라면, 뭐 그러려니 봐 줄 수 있다. 그런데 학부모들의 말은, 내 상식으로는 이해할 수가 없다. 그래서 사람들이 자식 얘기를 시작하면 난 그냥 웃고만 있는다.
학부모 1
‘난 우리 애들이 공부 못해도 괜찮아. 건강하기만 하면 되지 뭐.’
아~, 예~, 그래서 초등학생인데 학원을 4~5 곳 밖에 안 보내시는거죠?
‘우리 동네 다른 애들은 7~8개 씩 시키는데, 너무 심하지?’
그렇죠, 7~8개면 심하죠, 4~5개 라면 몰라도.
‘우리 나라 교육 진짜 문제라니까. 애 둘에 사교육비가 한 달에 200만원이야. 다른 애들 다 하는데 우리 애들만 안 시킬 수도 없고.’
그러니까 그게, 결국 공부 잘 해야 한다는 뜻?
‘그래도 남들만큼은 해야잖아.’
아, 네, 남들만큼…
학부모 2
‘중학교 1학년 짜리 애가 학원 종합반 다니는데, 학원 가기 싫다고 해서 이번 시험에 조건을 걸었지. 반에서 5등 안에 들면 종합반 안 가도 된다고.’
종합반이면, 방과 후부터 시작해서 12시가 다 될 때까지 공부 시킨다는? 국영수는 물론이고 과학에 사회까지 모두 봐 준다는 그 종합반? 애가 중학교 가기 전에는 공부 못해도 된다고 하지 않았나… 그래, 반에서 5등이면 잘하는 게 아닐테지. 요즘 한 반은 열 명 정도 되나 보네. 아무리 공부 못한다 해도 중간 정도는 해야겠지, 그럼.
학부모 3
‘난 우리 애 공부 안 시키려고. 자기가 좋으면 하고, 공부 안 해서 대학 못 가면, 캐나다에 있는 형한테 보내서 영어나 배우게 하지 뭐.’
공부할 필요없다고 애가 참 좋아하겠군요.
‘영어 배워가지고 오면 뭐든 하겠지.’
그렇게 배운 영어 뭐에다 쓸지 궁금하네요. 그나저나 그런 식으로 유학 보내면 영어는 제대로 배울까요?
학부모 4
‘우리 애는 자기가 계획을 딱 세워서 공부한다니까.’
고등학교 2학년이라면서요.
‘걔는 영화 보는 것도 좋아하고 책도 많이 읽어.’
아, 예~, 다른 애들은 영화도 안 보고 책도 안 보죠. 무슨 생각들이나 있겠어요? 제가 가입한 까페의 고등학생 애들은 그 방면의 전문가나 다름없지만, 뭐 그 애들이야 정신이 없는 애들이죠. 아마 걔네들 성적은 무지 나쁠거에요. 그런데 이번에 무슨무슨 대학에 갔다고들 하던가… 아무튼 신경쓰지 마세요.
‘영화도 극장가서 볼 거랑 인터넷에서 다운받아서 볼 거랑 딱 구분한다니까.’
그럼요, 인터넷에서 영화 다운받는 기술, 그거 아무나 모르죠.
아아아, 공부 잘 해야 한다, 성적이 우선이다, 명문대 보내고 싶다, 내 자식은 잘났다, 그렇게 말을 하던가. 안그래도 더워서 힘들고 짜증나는데, 이런 소리들 듣고 있자면 아무리 웃으려고 노력해도 얼굴에 경련일어난다구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