낮잠을 자려다가, 몸에서 비질비질 솟아나는 땀을 참지 못하고 일어나 앉았다. 어쩌자고 이렇게 더운 것인지. 즐겨찾는 서재에 새로운 글이 있는지 보러 들어왔는데, 아무것도 없다. 다들 너무 더워서 글쓰기도 포기하신거 아닌지 모르겠다. 그래서, 심심하다. 아아아...

어제 청소를 해 놓고 장을 보러 나갔다. 이쁘장하게 생긴 영계 두 마리와 황기, 밤, 마늘, 파를 샀다. 닭집 아주머니는 너무 더워서 닭이 자라지 않는다고, 그래서 닭값이 비싸다고 말씀하신다. 네, 더워서 가축들이 죽기도 한다네요. 맞장구를 치고, 검은 비닐 봉지를 받아들고 돌아섰다. 5시인데도 어찌나 해가 쨍한지, 고개를 들고 잠시 하늘을 바라보다 얼른 부지런히 걷는다. 선풍기 바람이 몹시도 그리워서.

집에 돌아와 찬 물 한잔 들이켜고 숨을 고르는데 친구한테 전화가 왔다. '이제 일 끝났어. 지금 간다.' 부지런히 움직이기 시작한다. 찹쌀을 씻어서 물에 담가놓고, 황기, 밤, 대추, 마늘을 씻어서 접시 위에 가지런히 올려놓고, 닭의 뱃속을 깨끗이 정리해서 쟁반에 담는다. 황기로 목을 막고 찹쌀과 다른 재료로 배를 꽉 채운 후 엉덩이의 양쪽 껍질에 칼집을 내어 다리를 꼬아주면 준비 끝. 그새 친구가 도착해서는 아직도 안 끓이고 있어, 라고 한마디 한다. 이건 준비하는데 시간이 좀 걸리거든? 가만히 있을래? 곰솥에 뚱뚱해진 닭 두마리와 마늘을 넣고 물을 채운 후 가스불을 켜고 나면, 이제 익기를 기다리는 일만 남는다. 친구에게 오렌지 주스를 한 잔 주고 금방 수다떨기에 돌입. 회사일이 어쩌고 저쩌고, 풀하우스의 비가 귀엽다는 둥, 이동건이 멋지다는 둥, 자주 만나는데도 할 얘기는 넘쳐난다. 드디어 '삼계탕' 완성. 남기면 죽어, 라는 협박 탓인지 친구는 맛있다고 잘 먹는다. 둘 다 하나도 남김없이 먹어치우고는, 역시 여름에는 보양식을 먹어야한다니까, 배불러 힘들어, 또 떠든다.

                               

어쩐 일인지 오늘까지도 부엌에서 삼계탕 냄새가 가시지를 않는다. 어제는 그리 맛있게 먹었구만, 오늘은 그 냄새 탓에 밥 먹기가 싫어진다. 슬슬 배는 고파오는데, 뭘 먹을까. 음... 시원한 물냉면이 좋겠다. 동치미나 열무김치가 있으면 국수 만들어 먹어도 좋을텐데. 아, 갑자기 먹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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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 책으로 소개된 바 있는 <하늘에서 본 지구>전과 내셔널 지오그래픽의 사진을 전시하는 <위대한 사진이 들려주는 116년의 지구 여행기>전이 열린다. 

하늘에서 본 지구

장소 : 삼성동 코엑스 동문 앞 광장

기간 :  9월 27일까지, 야외이므로 24시간 감상 가능

관람료 : 무료



 

지구 여행기 

장소 : 종로 대림 미술관  (02-720-0667)  

기간 : 9월 25일까지, 관람시간 오전 11시 ~ 오후 7시, 월요일 휴관  

관람료 : 성인 4,000원, 중고생 2,000원, 초등생 무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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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생과 올케가 강아지 두 마리를 데리고 우리집에 왔다. 올케가 녀석을 침대 위에 올려놓고 부엌으로 나갔는데, 낯선 환경에 겁이 났던 탓인지, 평상시 계단 하나도 내려가지 못하던 녀석이, 폴짝 뛰어내려 올케를 따라갔다. 갑자기 비명 소리가- 녀석을 들어보니 다리가 거의 ㄱ자로 구부러져 있었다. 동생과 올케는 바로 녀석을 안고 병원으로 뛰었고, 전치 5주라는, 게다가 다리에 철심을 박아넣는 수술까지 해야한다는 진단이 나왔다. 동생은 몇십만원의 수술비를 까먹은 녀석을 버리고야 말겠다고 소리질렀지만, 뭐 어쩌겠는가, 데리고 살 밖에. 게다가 깁스한 모습이 귀엽다고 웃는다.

녀석은 사람을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누가 불러도 고개만 까딱 쳐다보고는 제 할일에 열중한다. 처음엔 녀석이 자기 이름을 몰라서 그런가보다 했는데, 웬걸, 다 알아들으면서 능청을 부리는거다. 동생이 뽀뽀하자고 달려들면, 슬몃 고개를 돌려버린다. 특히 말썽을 부려 벌을 선 후에는 어김없다. 답답해진 동생은 의사에게 상담(!)까지 했는데, 의사 왈, 이 놈은 나름의 정신세계가 있습니다. 그냥 내버려 두십시오. 

그러던 녀석이, 깁스를 하고 철창 안에 갇혀 있다보니 약해진 모양이다. 다른 한 놈이 밖에서 맘껏 뛰어놀며 사람들에게 어리광부리고 있는 걸 보면서 꽁알거리기 시작한다. 불러도 쳐다도 보지 않던 녀석이 먼저 사람을 부르고 애정 표현을 한다. 성질도 죽었고, 얼굴도 점점 예뻐진다고 동생과 올케가 좋아한다. 그런데 귀여움떠는 것이 어쩐지 놈의 전략이라는 생각이 든다. 깁스 풀고나면 언제 그랬냐 싶게 다시금 자기의 세계로 돌아가지 않을까.

하여간 귀여워서, 나도 이 사진을 보며 큭큭 웃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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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모들과 얘기하는 건 쉽지 않은 일이다. 갓난아기가 얼굴 근육을 조금만 움직여도 웃은 거고, 어어 소리만 해도 엄마라고 들린다던데, 그 정도라면, 뭐 그러려니 봐 줄 수 있다. 그런데 학부모들의 말은, 내 상식으로는 이해할 수가 없다. 그래서 사람들이 자식 얘기를 시작하면 난 그냥 웃고만 있는다.

 

학부모 1

난 우리 애들이 공부 못해도 괜찮아. 건강하기만 하면 되지 뭐.

아~, 예~, 그래서 초등학생인데 학원을 4~5 곳 밖에 안 보내시는거죠?

우리 동네 다른 애들은 7~8개 씩 시키는데, 너무 심하지?

그렇죠, 7~8개면 심하죠, 4~5개 라면 몰라도.

우리 나라 교육 진짜 문제라니까. 애 둘에 사교육비가 한 달에 200만원이야. 다른 애들 다 하는데 우리 애들만 안 시킬 수도 없고.

그러니까 그게, 결국 공부 잘 해야 한다는 뜻?

그래도 남들만큼은 해야잖아.

아, 네, 남들만큼

 

학부모 2

중학교 1학년 짜리 애가 학원 종합반 다니는데, 학원 가기 싫다고 해서 이번 시험에 조건을 걸었지. 반에서 5등 안에 들면 종합반 안 가도 된다고.

종합반이면, 방과 후부터 시작해서 12시가 다 될 때까지 공부 시킨다는? 국영수는 물론이고 과학에 사회까지 모두 봐 준다는 그 종합반? 애가 중학교 가기 전에는 공부 못해도 된다고 하지 않았나 그래, 반에서 5등이면 잘하는 게 아닐테지. 요즘 한 반은 열 명 정도 되나 보네. 아무리 공부 못한다 해도 중간 정도는 해야겠지, 그럼.

 

학부모 3

난 우리 애 공부 안 시키려고. 자기가 좋으면 하고, 공부 안 해서 대학 못 가면, 캐나다에 있는 형한테 보내서 영어나 배우게 하지 뭐.

공부할 필요없다고 애가 참 좋아하겠군요.

영어 배워가지고 오면 뭐든 하겠지.

그렇게 배운 영어 뭐에다 쓸지 궁금하네요. 그나저나 그런 식으로 유학 보내면 영어는 제대로 배울까요?

 

학부모 4

우리 애는 자기가 계획을 딱 세워서 공부한다니까.

고등학교 2학년이라면서요.

걔는 영화 보는 것도 좋아하고 책도 많이 읽어.

아, 예~, 다른 애들은 영화도 안 보고 책도 안 보죠. 무슨 생각들이나 있겠어요? 제가 가입한 까페의 고등학생 애들은 그 방면의 전문가나 다름없지만, 뭐 그 애들이야 정신이 없는 애들이죠. 아마 걔네들 성적은 무지 나쁠거에요. 그런데 이번에 무슨무슨 대학에 갔다고들 하던가 아무튼 신경쓰지 마세요.

영화도 극장가서 볼 거랑 인터넷에서 다운받아서 볼 거랑 딱 구분한다니까.

그럼요, 인터넷에서 영화 다운받는 기술, 그거 아무나 모르죠.    

 

아아아, 공부 잘 해야 한다, 성적이 우선이다, 명문대 보내고 싶다, 내 자식은 잘났다, 그렇게 말을 하던가. 안그래도 더워서 힘들고 짜증나는데, 이런 소리들 듣고 있자면 아무리 웃으려고 노력해도 얼굴에 경련일어난다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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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후에 메일 확인하다가 알라딘에서 보낸 '적립금이 지급되었습니다'를 보았다. 이벤트 참가한 것도 없는데 웬 적립금, 했는데 이주의 마이리뷰란다. 적립금이 5만원이나 된다. 어제 오늘 갑자기 방문자 수가 늘었다 했더니 이것 때문이었나 보다. 어쨌거나 거저 생긴 5만원에 입이 찢어진다. 나의 꼬드김에 넘어가 <달리,...>와 <샤갈,...>을 구입하고, 고기먹고 싶다고 칭얼거릴 때 고기 사 준 친구에게 선심을 쓰기로 한다. 비싼 책 고르겠다는 말에는 단호히 안돼, 라고 한다. 지금 내 장바구니에도 딱 5만원어치의 책이 담겨있단 말이지.

뭐 내 리뷰를 뽑아줘서 무지 고맙긴 한데, 알라딘에서 리뷰를 고르는 기준이 뭘까 궁금하다. 추천 수가 큰 영향을 미치는 것 같지는 않고, 내 짧은 안목으로도 훌륭한 글이다 싶은 것도 있지만, 작년에 이주의 마이리뷰가 된 내 글은 솔직히 스스로 민망했는데. 대체로 알라딘 지기들은 감성적인 글을 좋아하나보다 생각하기도 하고. 설마 모든 리뷰어들을 한 번씩 뽑아주는 건가. 흠... 리뷰를 선정하는 투명한 기준을 제시하라, 라고 한 번 해볼까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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쎈연필 2004-07-27 22:2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축하드립니다. 리뷰 좋던데요.

urblue 2004-07-27 22:2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고맙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