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끔 통화하는 사람들이 있다. 한 때는 제법 가깝게 지냈는데, 다들 먹고 사느라 바쁘다보니 어쩌다 생각이 나야 연락하는 사람들. 그나마도 내 편에서 먼저 전화를 하는 일은 드물고, 몇 달에 한 번씩 문득 전화가 걸려온다. 요 며칠 그런 전화를 몇 통 받았다.
다들 첫 인사는, 잘 있었어? 요즘 뭐 하고 지내? 이다. 다시 책이 재미있어졌고, 서재질 하면서 시간 보낸다는 내 대답에 대한 반응은 대개 이렇다.
1. 너 할 일 없구나?
2. 니가 그러니까 시집을 못 가지.
그 인간들 책 안 읽는 건 내 진작부터 알고 있었지만, 대체 할 일 없어서 책 본다는 건 무슨 소린지. 술마시고 쇼핑하고 TV 보는 게 할 일이라는 건지, 회사 일 바쁜 게 자랑이라는 건지 알 수가 없다.
그래, 나야 뭐 회사 일 널널하고, 6시면 칼퇴근하고 (덕분에 월급은 많지 않지만), 술도 안 마시고, TV도 안 보니까 시간은 무진장하니 많다. 친구들은 주로 주말에 만나니, 평일 저녁은 온전히 내게 쏟아부을 수 있다.
그 사람들에게는 그저 흐응, 웃고 만다. 뭐 한 마디 하자면, 냅둬라 이렇게 살다 죽을란다, 정도.
전엔 나도 회사에서 열심히 일하고 인정받고 하는 게 나름대로 의미있고 좋았는데, 점점 그런 데 미련이 없어진다. 저녁에 혼자 있는 내 시간을 방해받고 싶지 않다는 마음만 더 커지고, 일에 매여 있는 친구들 보면, 혹 그들은 자랑스러워 하더라도, 내 보기엔 안 됐다. 아마 그 사람들도 나를 볼 때 그렇겠지?
뭐 어쩌랴, 서로 가는 길이 다른 것을. 연락은 점점 뜸해지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