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재를 시작한 이후로 이렇게 오랫동안 글 안 쓰기도 처음이군. 역시 연말이니까 이래 저래 사람들 만나고 노느라고 바쁘다.

어제, 6시 칼퇴근을 자랑하는 내가, 7시까지 남아 있어야 했다. (이런 소리 했다가 돌 맞겠다. -_-;) 그놈의 메신저가 뭔지, 예전같으면 메일 한 통 던져놓고 바로 퇴근해버렸을걸, 상대와 메신저를 한다는 걸 모두 알고 있으니, 기어코 대답을 들을 때까지 기다려야 한다.

1시간 늦은 퇴근 길, 핸드폰이 '딩동' 울린다. '저녁 맛있게 먹었어요?' '이제 퇴근해요. ㅠ.ㅠ' 전화가 오고, 저녁을 먹기로 하고, 홍대 앞으로 향했다. 기다리는 동안 서점에서 <헌법의 풍경> 앞 부분을 읽었는데 예상보다 재밌다. <남자의 탄생>이 생각난다. 어쨌거나 사야할 책 한 권 늘었다.

한식집에서 갈비찜과 찌개로 푸지게 밥을 먹고, 차를 마시러 갔다. 책 많이 읽은 사람을 만나니 할 얘기도 들을 얘기도 많다. 요즘 읽는 책, 좋아하는 작가, 예전에 본 소설, 번역가, 출판사 등등 끊임없이 흘러나온다. 한참을 떠들다가, 11시 넘었나, 슬슬 일어서야겠군, 하며 시계를 봤는데, 어라, 12시하고도 반이 넘었다. 어쩐지 목이 아프더라니. 결국 택시를 타고 집에 들어왔다. 택시비 8,500원이 조금 아깝긴 하지만, 시간가는 줄 모르고 재미있게 놀았으니 나쁘진 않다.

피곤해서 아침에 지각했다. 오늘은 일찍 들어가 쉬고, 내일 또 잘 놀아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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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구두 2004-12-30 11:3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음, urblue님이 "데이트"란 제목의 글을 올리는데, 유부남인 제가 후끈 달아서 달려오는 건 뭐람. 하하....

물만두 2004-12-30 11:4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바람구두님 독특한 발상은 여전하시군요^^

로드무비 2004-12-30 12:0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느낌이 좋군요.^^

hanicare 2004-12-30 12:4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데이트라..후훗. 어쩐지 알라딘에서 만난 분은 아닐까 혼자 짐작해봅니다.

urblue 2004-12-30 12:5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하니님, 알라딘에서 만난 분은 아니구요, 서재도 안 가르쳐주고 있답니다. 그럼 이런 글 못 써요~ ^^;



로드무비님, 저도 느낌만 좋아요. (무슨 소리?)



물만두님, 바람구두님 좀 이상하죠~



바람구두님, 님이 저한테 관심 많은 건 알고 있다구요. ㅋㅋ (=3=3)

2004-12-31 14:58   URL
비밀 댓글입니다.

chika 2005-01-03 00:0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어머나~ 제 느낌도 좋아버리는데요? ^^
 

별 생각없이 그림 두 개를 골랐는데, 음, 한 시간 만에야 풀었다. 그치만 너무 재미있는걸~

가을산님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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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ira95 2004-12-21 00:1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두번째 그림 좋네요.. 퍼즐이 아니라 진짜 그림 같아요^^

urblue 2004-12-21 09:3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건 바람구두님이 찍은 사진입니다. 멋지죠? ^^

바람구두 2004-12-21 17:2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헉... 제 사진이 왜 여기에 저렇게 조각나 있는 거죠?

urblue 2004-12-21 17:2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가을산님께서 퍼즐로 만들어주셨답니다. 님도 한번 풀어보실래요? 메일 주소 알려주시면 보내드리죠.

2004-12-21 17:40   URL
비밀 댓글입니다.
 

대학로에서 영화를 보고, '꼭 가야 돼?'라고 묻는 친구를 끌고 광화문엘 갔다. 5시 전이었는데도 상당히 많은 사람들이 이미 모여 있었고, 여기저기 단식중이라는 연두색 표지를 단 사람들이 보였다.

아스팔트 바닥에 종이와 목도리를 깔고 앉았다. 원체 추위를 많이 타서 따뜻하게 입느라고 입고 나갔는데, 찬 바닥에서 올라오는 냉기는 미처 생각하지 못했다. 처음엔 그럭저럭 견딜만 했으나, 두 시간이 넘어가고 세 시간 가까이 되니, 엉덩이와 허벅지가 아리고 온 몸이 부들부들 떨린다. 결국 참지 못하고 교보문고로 들어가 몸을 녹였다. 친구는 오히려 멀쩡했는데, 내 상태가 좀 심각했나보다. 날 보면서 불쌍해서 못 봐주겠다 한다.

식당에서 따끈한 칼국수 국물을 먹는데, 마로 아빠의 모습이 자꾸 떠올랐다. 단식 47일 째 (오늘로 48일째), 몹시 지치고 기운이 없을텐데도 힘차게 국보법 폐지를 외치던 그 분. 단식 뿐만이 아니다. 그 분이 계시는 그 방은 난방 시설도 되어 있지 않다 했다. 겨우 세 시간 찬 바닥에 앉아 있던 걸로 정신을 차리지 못할 만큼 힘들어했는데, 마로 아빠의 힘겨움이야 오죽할까! 그걸 바라보는 조선인님의 심정이 어떨지 조금, 아주 조금 느낄 수 있을 것 같다.

집에 돌아와 더운 물로 샤워를 하고 이불을 뒤집어 쓰고 누워서도 계속 떨었다. 안타까움과 미안함과 분노가 뒤섞인 상태로 뒤척이다 잠이 들었다.

눈을 뜬 아침, 오늘도 나의 일상은 이렇게 계속된다. 그리고 그저 마음으로만 마로 아빠와 조선인님을 응원할 뿐이다. 힘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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숨은아이 2004-12-19 16:4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어제 오셨군요! 만났으면 좋았을걸.

urblue 2004-12-19 17:5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 자리 어딘가 님과 깍두기님과 조선인님이 계실거라 생각하고 혼자 정겨워했다지요.

다음 기회에 만나뵙도록 하죠. ^^

로드무비 2004-12-20 00:2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감기 안 걸렸어요?

저는 그 시간 아이 어린이집 발표회 갔다왔습니다.

푹 주무세요.

 

후배는 작년에 행시에 합격하고 4월부터 지금까지 연수를 받았다. 다음 주에 발령을 받는다고 한다. 그 동안 몇 번 만났는데, 녀석의 말을 듣고 있으면 갑갑해지고 씁쓸해진다.

농담이겠지만, 녀석은 처음부터 복지부동의 자세를 견지하겠노라 말하곤 했다. 그러면 나도 농반 진반으로, 그러니까 공무원들이 욕먹는거야, 하면서 웃었다. 그런데 하는 말이 갈수록 태산이다. 교육 중 가장 많이 들은 말이 '튀지 마라, 나서지 마라, 바꾸려고 하지 마라' 라고 한다. 구체적인 예까지 들어가며, 어느 부처의 누구는 언제 어디서 이렇게 나서서 입바른 소리 했다가 몇 년이 지난 지금까지 따돌림당하며 힘들어한다, 그러니 너희들도 조심해라, 라고 친절하게, 진지하게, 위협적으로 가르쳐준단다. 지금 후배는 약간 얼어 있다. 진짜로 찍혀서 고생하게 될까봐, 사람들에게 트집 잡히지 않도록, 둥글둥글 원만하게, 시키는 일만 열심히 하겠다는 각오다.

어떤 말 끝에, 좀 흥분해서 공무원을 성토하고 말았다. (이놈의 성질머리가 어디 가겠는가. -_-) 그러자 후배가 발끈해서 그들을 변호한다. 힘들게 열심히 일하는 사람들 많다, 일부 문제 있는 사람들은 어디나 있는데 어째서 공무원에게만 더 엄격한 잣대를 들이대며 비난하는거냐, 공부한 노력과 업무의 강도에 비해 보수는 형편없이 적은 편이다, 등등.

공무원을 싸잡아서 비난하려는 생각 없다. 열심히 일하는 사람들이 많다는 것도 인정할 수 있다. 그렇지 않다면 이 정도라도 굴러가겠는가. 다만, 그 조직 자체의 폐쇄성과 보수성, 공무원이라는 신분에 대한 망각, 특권 의식 등에 대해 말하고 싶었을 뿐이다. 그것도 후배가 얘기해 준 내용을 바탕으로 지적한 것이다.

후배는 자기 입으로 자기가 본 걸 말해 놓고도, 내 열띤 반응에 놀랐던 모양이다. 그토록 열심히 변호하는 녀석을 보고 있자니, 너도 그 조직에 편입한 거로구나, 하는 생각이 들어서 입이 쓰더라.  

지금쯤 녀석도 기분이 좋지 못할 것이다. 사회 경험이 전무한 녀석에게 그렇게까지 말하는게 아니었나. 좀 더 요령있게 대했어야 했을텐데, 한 번 말을 시작하면 저도 모르게 열을 내게 되니, 원. 언제쯤 이 버릇을 고칠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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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드무비 2004-12-18 00:0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 버릇 고치지 마요.^^

반딧불,, 2004-12-18 02:3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속 많이 상하셨겠어요.

제가 죽어도 못할 일이 그 일일거예요.



너무나 갑갑하쟎아요?? 서로서로 떠넘기기 바쁘고요.

복지부동해야 오래 하더이다. 휴~~

깍두기 2004-12-18 08:4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연수 중에 그딴 말이나 해주는 작자들이라니....하긴 교사 연수도 비슷합니다. 튀지 말란 얘기는 아니지만 하여간 듣기 안 좋은 말이죠. 선배들이 '열심히, 최선을 다해서, 니꿈을 펼쳐봐' 이럴 수는 없는 걸까요ㅠ.ㅠ

비연 2004-12-18 08:5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튀지 마라, 나서지 마라, 바꾸려고 하지 마라' ..아니 아직도 공무원들은 이런 전근대적인 교육을 서슴없이 공식적으로 하는군요...씁쓸함다..ㅡㅡ+

2004-12-18 11:51   URL
비밀 댓글입니다.

숨은아이 2004-12-19 16:5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열심히 일하는 건 좋은데, "어떻게 열심히" 일하느냐가 더 문제인 것을... 지방도시의 시청에서 일하는 제 남동생도 답답하게 굴더군요. 그 물에 들어가면 다 저래지나 씁쓸한 생각이...
 

날이 꾸물꾸물하고, 생각난 듯 기침이 시작되었다. 목과 윗가슴이 간질거린다. 어제 집이 추웠나, 건조해서 그랬나, 양치질을 안 하고 그냥 잠들어서인가 이리저리 궁리해본다. 벌써 찾아든 기침을, 이제사 궁리한다고 달라질 것도 없건만.

평소에 골골거리지만 또 의외로 아픈데 없이 씩씩한데, 일년에 두어번 쯤 감기를 앓는다. 지난 겨울에는 눕기만 하면 기침이 심해져서, 며칠 동안 베개를 쌓아놓고 기대 앉은 채 잠을 자야만 했다. 올해도 그러면 곤란한데. 따뜻한 물로 연신 목을 적셔주고 있다.

출근길에 내릴 역을 지나쳐버렸다. 졸다가도 내릴 때 되면 정신이 드는데, 오늘은 책에 열중하여 안내 방송을 듣지 못한 것이다. 빠듯하게 시간을 맞춰 나왔으니 당연 지각이다. 낭패다 생각했지만 나름 즐겁다. 이렇게 책을 보는 게 대체 얼마만이냐.

오랜 시간 동안 천천히 읽었던 <소걸음으로 천리를 가다>를 어제 끝내고, 오늘은 <모터사이클 다이어리>를 들고 나왔다. 페이지를 넘길 때마다 영화의 장면들이, 남미의 풍광이 새록새록 떠오른다. 책을 다 보고 나면 영화를 다시 한 번 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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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andcat 2004-12-15 11:2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프지 말아요.



저는 영화를 아직 안 봤는데 책은 갖고 있거든요. <모터싸이클 다이어리>.

표지가 너무 별로여서 팽개쳐두고 있답니다.

(핑계도 가지가지..)

물만두 2004-12-15 11:4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감기 조심하세요^^

로드무비 2004-12-15 11:5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책읽다 내려야 할 곳을 지나친다...저도 달리는 차안에서 읽는 책이 그렇게 맛납니다.

그건 그렇고 목 꼭 헹구고 자요.

가습기 없으면 침대 머리맡에 스프레이로 치익칙 물도 좀 뿌리고......

urblue 2004-12-15 13:0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꾸물거리더만, 결국 비가 내리는군요.



로드무비님, 지하철은 가장 좋은 도서관인 것 같습니다. 요즘은 집에서보다 지하철에서 책 보는 시간이 더 많은 듯 해요. (집에서 얼마나 책을 안 보면.. 쯧..)

수건 적셔서 머리 맡에 걸어놓고 잔답니다. ^^



물만두님, 네, 님두요. ^^ 사진이 어머님이신가요?



샌드캣님, 아프지 말아야죠. 그나저나 표지가 별로여서 팽개쳐두다니...큭...저도 가끔 책이 너무 커서,라든가 활자가 맘에 안들어서,라는 이유로 버려두기도 합니다만. ^^

물만두 2004-12-15 13:3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네^^

진/우맘 2004-12-15 14:5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출근길을 걷는데, 날씨가 꼭...퇴근길 같아서, 기분 묘한 하루였습니다. 비 오려고 쌀쌀하네요. 저녁은 뜨끈한걸로 드세요.

urblue 2004-12-15 16:2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비도 왔으니 내일부터는 추워질까요.

음, 뜨끈한 거 뭐가 좋을까요? 오뎅국이나 끓여먹을까...

진/우맘님도 감기 걸리지 않게 옷 단단히 입고 다니세요.

mira95 2004-12-15 20:3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블루님 이번 감기 지독한 것 같아요.. 약만 5일치나 먹었는데도 나을 생각도 안 하고 제 목소리도 돌아오지 않네요.. 블루님은 빨리 나으셔야 할텐데... 얼른 병원으로 달려가세요~~~

urblue 2004-12-15 22:4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기침이 시작되었다고 했더니 친구가 당장 약 먹으라대요. 안 그러면 고생한다고. 하루종일 따뜻한 물 마셨더니 다행히 괜찮은 것 같습니다. 고마와요, 미라님. ^^

urblue 2004-12-16 22:4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사실 지각하는거야 하루 이틀이 아니라서요. ㅎㅎ

유자차 열심히 마시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