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자들은 자신들의 운명을 개선하기 위해 무엇을 할 수 있었을까? 여러분이라면 어떻게 했을까? 그 때까지 여러분이 손으로 양말을 짜는 사람으로서 어지간한 생계를 꾸려 왔다고 가정해 보자. 공장이 세워지고 그 공장에 기계가 들어서고, 기계가 곧 많은 양말을 아주 싼값으로 만들어 내면서, 여러분은 생계가 점점 보잘것 없어졌고, 마침내는 굶어 죽을 지경에까지 이르렀다고 가정해 보자. 여러분은 기계가 출현하기 전의 시절을 되돌아볼 것이고, 그저 남부끄럽지 않았을 뿐인 그 때의 생활조차 여러분의 상상 속에서는 호사스러운 생활이었던 것처럼 느껴질 것이다. 그러고 나서 여러분은 주위를 둘러보고 여러분이 겪고 있는 가난에 몸서리칠 것이다. 여러분은 그 원인을 자문해 보고는, 이미 수천 번이나 되풀이해 왔듯이 똑같은 결론에 도달할 것이다. 기계다. 사람들에게서 일자리를 빼앗고, 상품의 가격을 떨어뜨린 것은 기계다. 기계, 그것이 적이다.
절망에 빠진 사람들이 이런 결론에 도달했을 때, 그 다음 행동은 뻔했다.
기계 파괴.
레이스 틀, 양말 틀, 방직기, 방적기 등 노동자들에게 고난과 굶주림을 가져왔다고 여겨진 기계는 어떤 것이든 박살나거나 불에 타 파괴됐다. 러다이츠(Luddites)라고 불린 기계 파괴자들은 기계에 대항해 싸우면서 생활 수준 향상을 위해 싸우고 있다고 생각해다.
이런 폭력의 결과는 쉽게 상상할 수 있다. 재산은 파괴됐다. 군중은 기계를 산산조각냈다. 기계를 소유한 자들은 신속하게 반응했다. 그들은 법에 호소했다. 그리고 법은 지체하지 않고 그들의 호소에 응했다. 1812년에 의회는 기계 파괴 행위를 사형으로 처벌할 수 있는 법안을 통과시켰다. 그러나 그 법안이 통과되기 전, 이 문제를 토의할 때 한 상원 의원은 처녀 연설을 통해 법안에 반대했다. 그는 의원들에게 인간이 파괴됐기 때문에 기계 파괴가 일어났음을 상기시켰다.
그러나 이러한 난폭 행위가 우려스러울 정도였다는 점을 인정하지 않을 수는 없지만 이 행위들이 미증유의 빈곤 상태에서 유발됐다는 점도 부정할 수 없는 일입니다. 그 과정에서 이 불쌍한 사람들이 보여 준 억척스러움을 생각해 보면, 한때는 정직하고 근면했던 이 많은 사람들이 절대적 빈곤만 아니었다면 그들 자신과 가족과 사회에 그토록 위험한 비이성적 범죄를 저지르지는 않았을 것임을 수긍할 수도 있을 것입니다. ‥‥‥ 그들은 어리석은 마음에서, 근면하고 가난한 사람들의 생계와 안녕이 산업 도구의 개선 덕택에 소수 개인들이 부유해지는 것보다 더 중요하다고 생각했던 것입니다. 그러한 도구 개선으로 말미암아 노동자들은 고용할 만한 가치가 없어져 일자리에서 쫓겨났기 때문입니다. ‥‥‥
여러분은 이 사람들을 폭도, 난동 분자, 위험 분자, 무식꾼이라고 부릅니다. ‥‥‥ 우리는 그 폭도들에 대한 우리의 의무를 알고 있는 걸까요? 우리의 농지에서 노동하고 우리의 집에서 시중을 드는 것은 바로 그 폭도들입니다. 여러분의 해군과 육군에 인원을 제공함으로써 여러분이 전세계에 도전할 수 있도록 해 줄 뿐 아니라, 무관심과 재난으로 절망에 빠지면 우리에게도 도전할 수 있는 것이 바로 그 폭도들입니다.
1812년 2월 27일에 이런 연설을 한 사람의 이름은 여러분에게도 익숙한 이름이다. 그는 바이런 경[영국의 낭만파 풍자 시인]이었다.
기계 파괴는 현명한 행동 방침이 아니었다. 설사 기계 파괴가 성공했다 해도 그것으로 노동자들의 문제를 해결할 수는 없었을 것이다. 노동자들은 헛다리를 짚은 셈이었다. 노동자들의 비극의 원인은 기계가 아니라 기계 소유자들이었다. 기계 소유자들은 토지에 울타리를 친 지주들만큼 공공연하지는 않았지만 그들만큼 효과적으로 노동자들을 생산과 분리시켰다.
노동자들은 곧 기계 파괴가 해결책이 아니라는 것을 알게 됐다.
술술 읽힌다. 1부 <봉건제에서 자본주의로>는 중세부터 자본주의가 나타나는 과정을 교과서적으로 설명하고 있지만, 저자의 독특한 유머감각과 시각이 삐죽 삐죽 드러나서 나름대로 흥미롭고, 지금 읽고 있는 2부 <자본주의에서 어디로?>는 상당히 날카롭다. <자본주의 역사 바로 알기>라는 제목이 딱 들어맞는다. 딸기님 표현을 빌리자면, 이런 책은 모두들 읽어줘야 한다.
어릴적에, 정치경제를 공부할 때 이 책을 읽었으면 좀 더 많은 관심을 가지게 되었을텐데. 읽다보니 여태 손댈 엄두도 내지 못한 <자본>을 읽고 싶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