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 제목에 '신혼여행'이라고 넣으려니 좀 낯간지럽기도 합니다만, 이왕 깨가 쏟아지는 신혼이라고 만방에 알린 거, 끝까지 밀고 나가렵니다. 히힛.
결혼식에 와 주신 분들 모두 감사드려요.
옷 갖춰 입고 식 진행 설명 듣느라 바빠서 찾아주신 분들 제대로 뵙지도 못했습니다.
안경도 렌즈도 착용하지 않은 상태였으므로 거의 알아보지 못하기도 했습니다만,
따우님과 바람구두님은 사진으로 익숙해서인지 곁눈질로 봐도 척 알겠더군요.
아마 두 분은 다음에 맨 얼굴의 절 보면 놀라실지도.
첫 만남인데 화장한, 나름대로의 이쁜 얼굴을 보여드렸으니 다음에 뵐 일이 걱정입니다요. -_-;
아무튼,
같이 산지 7개월이나 되었지만 둘이 따로 여행을 간 건 이번이 처음입니다.
신혼여행이 맞는 셈이지요.
좌충우돌 자유배낭여행이라 하고 싶은 말이 많습니다만,
시간 날 때마다 생각나는대로 조금씩 올리도록 하겠습니다.
오늘은 온천이야기입니다.
여기는 하코네의 '미카와야 료칸'입니다.
인터넷을 뒤지다가 발견한 곳인데, 테라스에 노천 온천이 딸린 방이 나름대로 저렴한 가격입니다.
입구가 저렇게 생겼구요, 오른쪽으로는 5층짜리 건물이, 왼쪽으로는 숲과 별채가 늘어서 있습니다.
저희가 묵은 방은 오른쪽 건물의 맨 아래층입니다.
그곳의 방 3개에만 노천 온천이 딸려 있어요.
본관에서 이런 복도로 연결이 되어 있는데, 이 복도가 120년이나 되었다고 합니다.
어찌나 맨질맨질한지, 슬리퍼 신고 걸어다니면 미끄러져요.
방에 들어서자마자 눈에 들어오는 건 당연히 테라스지요.
뻥 뚫린 창 아래 온천탕과 의자 두 개와 등과 샤워기가 자리잡고 있습니다.
별로 넓은 공간은 아니지만 꽤나 만족스럽습니다.
방과 테라스 사이 공간에 저렇게 세면대가 있구요, 세면대 안쪽이 화장실입니다.
테라스 바로 앞쪽으로는 다시 의자 두 개와 테이블과 냉장고가 놓여 있습니다.
여기에 나란히 앉아서 책을 읽었어요.
창으로 내다보면 이런 정원이 보입니다.
저 바깥쪽은 찻길이라 차 지나다니는 소리가 내내 들립니다.
여기 정원은 다 막혀 있어서 사람이 들어오지는 못해요.
그러니까 마음 푹 놓고 온천을 즐길 수 있겠죠.
온천에 들었던 날은 비가 왔는데 다음날 아침은 얼마나 맑은지 이렇게 깨끗한 하늘을 볼 수 있었습니다.
식사는 가이세키 요리라고 하는데, 예쁘게 꾸민 조그마한 요리들이 계속 나옵니다.
배가 불러 더 못먹겠다 싶을 정도에요.
음식마다 사진을 찍긴 했는데, 지금은 편집하기 귀찮으니까 안 올릴랍니다.
게다가, 전날 사야님 부부와 만나 식사한 식당의 음식이 이쪽보다 더 훌륭했기 때문에 실은 그다지 감동도 아니었어요.
벌써 일본 정통 요리를 먹었기에 좀 거만해졌다고나 할까요. ㅎㅎ
요건 다음날 아침 식사입니다.
한꺼번에 차려주니까 사진찍기는 편하네요.
저녁 먹고 나서 이부자리를 펼쳐주시네요.
사진찍어도 되냐고 물었더니, 친절한 미치상, 깜짝 놀라서 "저를요?" 하고 묻습니다.
위쪽이 미치상인데, 한국 사람들이 제법 찾아오는지 '고맙습니다.' 정도의 한국말은 합니다.
아침에 여관 주위를 산책하다가 찍은 사진입니다. 저 길로 쭉 올라가면 별채가 있어요.
그쪽은 테라스가 아니라 마당에 노천탕이 있답니다.
애인은 이 노천 온천이 아주 마음에 들었답니다.
일년에 한 번 정도는 이런 곳을 찾아 쉬고 싶다고 했지만, 전 가차없이 안된다고 대답해줬습니다.
너무 비싸다구요.
두서없는 온천이야기, 여기서 끝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