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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을 살아낸다는 건
황동규 지음 / 휴먼앤북스(Human&Books) / 2010년 5월
10,000원 → 9,000원(10%할인) / 마일리지 500원(5% 적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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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나, 피에르 리비에르- 내 어머니와 누이와 남동생...을 죽인
미셸 푸코 지음, 심세광 옮김 / 앨피 / 2008년 11월
23,000원 → 20,700원(10%할인) / 마일리지 1,150원(5% 적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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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인간의 문제
마르틴 부버 지음, 윤석빈 옮김 / 길(도서출판) / 2007년 4월
18,000원 → 16,200원(10%할인) / 마일리지 900원(5% 적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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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아웃사이더
콜린 윌슨 지음 / 범우사 / 1997년 7월
20,000원 → 18,000원(10%할인) / 마일리지 1,000원(5% 적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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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 마중 - 유년동화
김동성 그림, 이태준 글 / 한길사 / 2004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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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만히, 또또 들여다보게 되는 가슴 찡한 그림책이다. 이태준이라는 이름 석 자만 보고 알라딘에서 고른 중고 서적인데, 뜻밖의 감동과 김동성이라는 그린이를 함께 얻었다. 이야기도 이야기지만 그 이야기를 그림으로 풀어낸 그린이의 해석과 감성에 찬탄이 절로 나왔다. 추운 날, 귀를 덮은 모자를 쓰고 두툼한 옷을 입은 아기의 모습에서 내 딸의 영상이 자꾸 겹쳐졌다. 그래서 더 마음이 아렸나 보다.

추워서 코가 새빨간 아가가 아장아장 전차 정류장으로 걸어 나왔습니다.  

그리고 ‘낑’하고 안전 지대에 올라섰습니다. 
 

이내 전차가 왔습니다. 아가는 갸웃하고 차장더러 물었습니다.

“우리 엄마 안 와요?”

“너희 엄마를 내가 아니?” 하고 차장은 ‘땡땡’ 하면서 지나갔습니다.

또 전차가 왔습니다. 아가는 또 갸웃하고 차장더러 물었습니다.

“우리 엄마 안 와요?”

“너희 엄마를 내가 아니?” 하고 이 차장도 ‘땡땡’ 하면서 지나갔습니다.

그 다음 전차가 또 왔습니다. 아가는 또 갸웃하고 차장더러 물었습니다.

“우리 엄마 안 와요?”

“오! 엄마를 기다리는 아기구나.” 하고 이번 차장은 내려와서,

“다칠라, 너희 엄마 오시도록 한군데만 가만히 섰거라, 응?” 하고 갔습니다.

아가는 바람이 불어도 꼼짝 안 하고, 전차가 와도 다시는 묻지도 않고

코만 새빨개져 가만히 서 있습니다.

 글이 이렇게 끝나서 너무 슬펐다. 뭔가 잘못된 거야, 동화책이 이렇게 슬퍼도 되는 거야, 왜 엄마를 못 만난 거야, 라고 구시렁대며 책을 다시 한 번 천천히 들여다보고 한 장 한 장 넘기며 마지막 장에 이르니 아하, 그럼 그렇지, 하는 탄성이 나오게 하는 그림이 숨어 있었다. 그린이의 그 센스라니. 이 그림책은 이 세상 모든 엄마에게 들려주고, 보여주고 싶은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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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드나무에 부는 바람 네버랜드 클래식 13
케니스 그레이엄 지음, 어니스트 하워드 쉐퍼드 그림, 신수진 옮김 / 시공주니어 / 2003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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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어렸을 때 우리 엄마는 내게 책을 읽어준 적이 없다. 책을 읽어주는 것은 고사하고 책 한 권 사준 적조차 없다. 그러면서도 엄마는 책을 읽어야 한다고 말씀하시곤 했다. 나는 이해가 되지 않았다. 책을 읽으라면서 왜 책을 사주지 않는 걸까. 나중에야 내가 알게 된 것은 우리 집은 책을 살 여유가 없었고, 그보다 우리 엄마는 독서는 학교에서 해결해주는 것으로 믿으셨던 것 같다. 그렇지 않고서야 “학교에서 뭘 배우길래 그런 것도 모르냐?”는 말을 허구한 날 하셨을까. 어쨌거나 그래서 나는 어른이 된 지금도 동화책만 보면 흥분되곤 한다. 그림책을 보면 더 가슴이 뛴다. 그림과 글이 멋들어지게 어우러진 책을 보면 내 어린 날을 그런 책들과 벗하며 지내지 못한 사실에 가슴 한 켠이 싸하니 시려지곤 한다. 그 때문에 나는 가끔 동화책을 읽는다. 《버드나무에 부는 바람》은 나보다 책을 더 좋아하고 더 많이 읽는 한 선배가 권해준 책이었다. 이 책을 읽는 내내 나는 정말이지 흥분과 입가에 배시시 떠오르는 웃음을 감출 수 없었다.


《버드나무에 부는 바람》은 숲 속에 사는 동물 네 마리가 주인공인 책이다. 새로운 것을 볼 때마다 흥분하고 무슨 일이든 즐겁게 하는 두더지 모울, 자신이 사는 와일드우드 마을이 최고라고 생각하는 영리하고 재치 있는 물쥐 래트, 무슨 일을 하건 싫증을 곧잘 내고 새로운 일을 벌이기 좋아하고 허풍이 심한 두꺼비 토드, 여럿이 어울리는 걸 싫어하지만 아이들을 무척 좋아하고 주변의 모든 동물들에게 보이지 않는 영향력을 발휘하는 현명한 오소리 배저 아저씨. 이야기는 땅 속에서 혼자 살고 있던 두더지 모울이 봄맞이 대청소를 하다 땅 위의 무슨 소리에 이끌려 세상 밖으로 뛰쳐나오는 데서 시작된다. 땅 속에서만 틀어박혀 있다 보게 된 세상은 모울에게 천국과도 같다. 발 닿는 대로 어슬렁거리던 모울은 강물이 불어난 강기슭에 이른다.


모울은 태어나서 한 번도 강을 본 적이 없었다. 강은 매끄럽고, 구불구불하고, 통통한 동물 같았다. 이 동물은 꼴꼴거리며 무언가를 쫓아가서 콸콸거리면서 붙잡았다가 쏴쏴거리면서 놓아 주었다. 그리고 벗어나려고 버둥거리는 새 친구들의 뒤를 다시 덮쳤다. 강의 새 친구들은 붙잡혔다가 놓여나기를 되풀이했다. 이 동물은 반짝거리면서 번쩍거리면서 팟팟거리면서 찰찰대면서 윙윙대면서 졸졸거리면서 보글거리면서 몸서리를 쳐댔다.(12)


모울이 세상을 보는 눈을 따라가다 보니 내가 세상을 얼마나 설렁설렁 보아 왔고 보고 있는지를 알 수 있었다. 바쁘다는 이유로, 그런 건 중요하지 않다는 이유로 많은 것을 놓치고 있었다는 걸. 이 책은 개성이 저마다 다른 동물들을 통해 세상을 살아가는 법을 일깨워 준다. 말썽을 잘 일으킨다고 해서, 성격이 무뚝뚝하다고 해서, 단정 짓길 좋아한다고 해서 서로 어울릴 수 없는 것은 아니다. 성격은 달라도 착한 심성을 가졌기에 네 동물은 이런저런 사건들을 통해 서로를 이해하고 알아가며 더욱 친해진다. 그런 사건의 중심에는 늘 두꺼비 토드가 있다. 토드가 벌이는 짓거리는 때때로 배꼽 잡을 정도로 웃긴다. 이런 친구가 주위에 있다면 골치야 좀 썩겠지만 삶이 심심하지는 않겠다 싶더라. 말썽장이 토드를 언제든 보듬어 안는 두 친구와 배저 아저씨의 마음 씀씀이에는 감동이 있다. 그러나 나는 어느 누구보다 두더지 모울이 정말 좋았다. 모울이 땅 속을 박차고 세상을 나오는 순간부터 느끼는 온갖 벅찬 감정들은 내가 삶의 순간순간마다 느끼는 것들이었고, 모울이 혼자만 살다 서로 부대끼며 살아가는 기쁨과 힘겨움은 나 또한 느끼던 것들이었다. 숱한 경험 속에서 모울은 현명해지기로 한다. 기특도 하지.

모울은 현명해져야만 했다. 그리고 자기 미래가 걸려 있는 즐거운 곳을 지켜야만 했다. 모울은 그곳에서 충분한 모험을 하고, 자기 방식대로 삶을 펼쳐야 했다.(106)

이 책은 날 때부터 시력이 약해 앞을 잘 보지 못한 가엾은 아들은 위해 케네스 그레이엄이 지어낸 이야기라고 한다. 매일 밤 아버지는 아들에게 두더지와 물쥐의 이야기를 들려주고 휴가 동안에는 두꺼비의 모험담을 담은 편지를 보냈다고. 저자의 진한 부성애가 느껴지는 대목이었다. 나는 이 책을 읽고 나도 언젠가 내 딸에게 이런 멋진 동화를 지어내서 읽어 주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야기도 이야기지만 그 이야기를 풀어내는 작가의 아름다운 문장력에 나는 때때로 숨을 멈추고 한 문장 한 문장을 음미하곤 했다. 그러나 바람만 클 뿐 현실의 나는 모자란 상상력과 언어의 빈곤에 시달린다. 꺼이~

- 배는 뒤집혔고, 모울은 물에 빠져 허우적거리고 있었다. / 세상에, 물이 얼마나 차갑고, 얼마나 끔찍이도 축축하게 느껴졌는지! 밑으로, 밑으로 가라앉을 때에 얼마나 귀가 울렸는지! 어푸어푸하고 콜록콜록하면서 물 위로 떠올라서 바라본 햇살은 얼마나 밟고 정다웠는지! 다시 아래로 가라앉을 때에는 얼마나 캄캄한 절망을 느꼈는지!(32)

- 돌아보면 지난 일은 무척 화려하고 다양한 그림이 곁들여진 멋진 책의 한 페이지와도 같았다.(63)

- 냉혹하고 매서운 하늘이 귀를 쫑긋하고 있는 어느 추운 날 오후, 모울은 따뜻한 응접실을 박차고 밖으로 나왔다. 사방은 잎사귀 하나 없이 황량했다. 모울은 여태까지 자연의 여신이 일 년에 한 번씩 옷을 몽땅 벗고 깊은 잠에 빠지는 그 겨울날처럼 자연의 모습을 이렇게 깊이, 또 이렇게 자세히 본 적이 없었다. / 잎이 무성한 여름에는 신비로운 탐험지였던 잡목 숲, 골짜기, 채석장, 그리고 감춰져 있던 모든 곳들이 이제는 가슴 아프게도 있는 그대로의 모습과 지니고 있던 비밀을 모두 다 드러내놓고 있었다. 그리고 예전처럼 화려한 모습으로 다시 일어설 수 있을 때까지, 낡은 속임수로 모울에게 장난을 치고 술수를 쓸 수 있을 때까지 자신들의 초라한 몰골을 봐 달라고 애원하는 것 같았다. 한편으로는 안 된 일이었지만, 한편으론 신나고 기분 좋은 일이기도 했다. / 모울은 화려한 옷을 벗어던지고 아무 꾸밈없이 순수한 모습을 드러낸 자연을 보는 게 좋았다. 모울은 벌거벗은 뿌리로 다가갔다. 그것들은 섬세하고 강하고 순수했다.(65)

- 솔새 한 마리가 어두운 강둑 가장자리에 몸을 감추고 작고 가는 소리로 지저귀고 있었다. 밤 열 시가 지났건만 하늘은 아직도 주춤거리며 이별을 고하는 낮 빛의 끝자락을 붙들고 있었다. 햇볕이 쨍쨍 내리쬐던 찌뿌드드한 오후 열기도 한풀 꺾여서, 짧은 한여름밤의 서늘한 손가락이 닿자마자 흩어지듯이 사라져 버렸다.(161)

- 아름다운 꿈에서 갑자기 깨어나면 누구나 그 꿈을 다시 한 번 기억해내려고 애쓰기 마련이다. 하지만 그저 아름다웠다는 희미한 느낌 말고는 아무것도 떠오르지 않는 법이다. 모든 것이 다 사라지고 나면, 몽상가는 냉혹하고 차가운 현실을 씁쓸하게 받아들여야 한다.(17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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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은 고독 흰 고독
라인홀트 메스너 지음, 김영도 옮김 / 이레 / 2007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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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인홀트 매스너는 산악인인다. 세계 최초로 히말라야 8,000미터 급 14좌 완등, 낭가파르바트 ‘단독 등반,’ 세계 최초로 에베레스트 ‘무산소’ 등정이라는 전무후무한 기록을 가진, 세계 역사상 가장 탁월한 등반가로 손꼽히는 사람이다. 나는 산을 오르고부터, 이른바 산행기를 쓰면서부터 이 사람의 이름을 심심찮게 들었다. 산을 오르기 전까지 나는 산에 관한 책을 읽어본 적이 없다. 우리나라 14좌 완등자 중 한 명인 엄홍길의 《8,000미터의 희망과 고독》을 시작으로 나는 몇 권의 산악서들을 읽었다. 라인홀트 매스너의 책은 산을 좋아하지 않아도 글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한 번쯤 읽어 보라고 권하고 싶다. 그는 거칠고 한 성격 할 것 같은(실제로 그렇다고 한다) 외모와 달리 날실과 씨실을 정성스레 교차해 멋들어진 옷을 짜는 듯하다. 게다가 그 날실과 씨실 사이에는 우리가 살면서 해볼 만한 수많은 단상들이 빼곡하게 들어차 있다. 그래서 그의 글은 아주 촘촘하고 섬세하다. 이 사람의 글을 읽고 있으면 이탈리아와 독일에서 산악문학상(우리나라에도 이런 게 있던가?)을 세 번이나 수상한 이력이 괜한 공치사가 아님을 여실히 알 수 있다.

《검은 고독 흰 고독》은 《벌거벗은 산》이후 내가 두 번째로 읽은 라인홀트 매스너의 책이다. 우연의 일치인지 두 책 모두 낭가파르바트를 등정한 기록들이다. 《벌거벗은 산》은 동생과 낭가파르바트 정상에 올랐다가 하산 도중 눈사태로 동생을 잃고 오랜 시간이 지나서야 그 비극적 사건의 진실을 밝혀 놓은 책이다. 《검은 고독 흰 고독》은 그로부터 8년 후 라인홀트 매스너가 디아미르 벽을 경유하여 낭가파르바트를 완전 단독 등반을 해내고서 쓴 책이다. 이 책을 읽기 전까진 8,000미터 급의 눈 덮인 산을 혼자 오른다는 것은 불가능한 일이라 생각했다. 내가 오른 최고봉은 고작 1,915미터의 지리산이었다. 한여름에 오른 지리산에는 만년설 따윈 없었고 들이쉴 산소도 충분했다. 그런 산을 오르는 일도 결코 쉽지 않았다. 그런데 산소도 희박하고 눈과 얼음과 험준한 바위로 점철된 8,000미터 급의 산을 혼자 오를 생각을 하고 실제로 올랐다니, 나는 그 사람의 그 힘이 궁금했다. 

- 사람들은 낭가파르바트를 ‘운명의 산’이라고 부른다. 나는 낭가파르바트를 내 눈으로 직접 보고 그제야 알았다. 낭가파르바트는 내가 오를 최초의 8,000미터 봉이라는 것을. 인간 대 산, 즉 한 인간과 8,000미터 봉이 서로 조우하는 것이다. 성공하느냐 실패하느냐는 문제가 되지 않는다. 나는 나 자신을 증명하고 싶다. 그리고 꿈을 실현하고 싶다. 나의 도전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 이번 등반에서 내 영혼을 완전히 되찾을 수 있을 것 같았다. 나는 인간 능력의 한계까지 오르기로 마음먹었다.(40)
- 나는 내 자신을 증명하고 싶다. 그리고 꿈을 실현하고 싶다. 낭가파르바트 단독 등반은 등반가들이 부딪치는 현실적인 문제가 아니라 내 마음속의 커다란 숙명 같은 것이다. 나는 그저 산을 오르려는 것이 아니라 내 마음속에 있는 산을 오르려는 것이다. 모든 기술을 배제하고 파트너도 없이 산을 오르려고 생각할수록 나는 환상 속에서 나만의 산을 만들어내고 있었다. 어쩌면 궁극적인 고독의 끝까지 가서 그 고독을 넘어 보려는 것인지도 모른다.(61)

라인홀트 매스너는 그 고독을 가뿐히 넘어섰다. 나는 이 책을 읽는 동안 그와 함께 낭가파르바트를 등정하는 기분에 휩싸이곤 했다. 산을 오르다 보면 처음에는 무겁기만 하던 두 다리가 어느 순간 가벼워지는 때가 있다. 그때는 내가 산을 오르는 건지, 산을 나를 끌어당기는 건지 모를 정도로 두 발이 공중에서 약간 떠서 나는 듯이 움직인다. 그때는 피로감도 전혀 느껴지지 않는다. 낭가파르바트를 오르던 라인홀트 매스너도 그런 기분을 느꼈다고 말하는 대목에서 나는 대산악인과의 일치감에 한껏 우쭐하여 희희낙락거렸다. 

- 쾌적한 피로감. 갑자기 몸이 둥둥 뜨면서 헤엄치는 듯한 느낌이 든다. 피곤해서 그런 것일까, 아니면 긴장이 풀어져 그런 것일까. 한 번도 아니고 두 번이나 다리의 무게를 느끼지 못한다. 두 다리가 내 몸에서 떨어져 나가 스스로 걸어가고 있는 느낌이다.(91) 

어쩌면 목숨을 담보로 한 이런 등반을 두고 어떤 사람들은 미쳤다고 말을 할지도 모른다. 만약 죽음이 두려웠다면 처음부터 오를 생각조차 하지 않았으리라. 사람은 누구나 어디서든 죽는다. 라인홀트 매스너 같은 사람은 그곳이 산일뿐이다. 죽음에 대한 두려움을 내려놓되, 모든 준비를 철저히 해서 산을 오르는 그의 모습은 자살과는 거리가 멀었다. “짐은 가볍게, 걸음은 빠르게, 가벼움과 신속함”으로 그는 안전 산행을 도모했다. 그리고 마침내 해냈다. 죽을 수도 있었지만 그는 죽지 않았다. 그리고 그 이야기를 한 권의 책으로 엮어 만인에게 펼쳐 보였다. 극한의 높은 곳에 선 자의 고백을 이 낮은 곳에서 듣는 동안 나는 내내 즐거웠다. 

- 나는 산을 정복하려고 이곳에 온 게 아니다. 또 영웅이 되어 돌아가기 위해서도 아니다 나는 두려움을 통해서 이 세계를 새롭게 알고 싶고 느끼고 싶다. 물론 지금은 혼자 있는 것도 두렵지 않다. 이 높은 곳에서는 아무도 만날 수 없다는 사실이 오히려 나를 지탱해 준다. 고독이 더 이상 파멸을 의미하지 않는다. 이 고독 속에서 분명 나는 새로운 자신을 얻게 되었다. / 고독이 정녕 이토록 달라질 수 있단 말인가. 지난날 그렇게도 슬프던 이별이 이제는 눈부신 자유를 뜻한다는 걸 알았다. 그것은 내 인생에서 처음으로 체험한 흰 고독이었다. 이제 고독은 더 이상 두려움이 아닌 나의 힘이다.(165)
- 극한 상황이 내 인생에서 가장 소중한 것은 아니다. 극한 상황은 또 다른 현실을 볼 수 있도록 눈을 뜨게 해줄 뿐이다. 그것은 평소 내 안에서 잠자고 있는 어떤 의식의 상태를 일깨워 주는 열쇠 같은 역할을 한다.(241)
- 이것저것 생각하지 않고 자신의 몸에 집중하며 이렇게 혼자서 걸을 수 있다는 것은 얼마나 멋진 일인가. 그것은 자를 사용하지 않고 발과 눈으로 거리를 재는 것과 같다. 바로 여기야말로 내가 살 곳이라 여겨진다. 이곳은 나를 구속하는 것도 없고 고통스러운 과거도 없다. 어딜 가든 내 집이다. 반대로 어디에도 내 집이 없다는 것은 매력적이다. . . 그 무엇이 나를 어떠한 선 너머로 끌고 나간 것이 분명하다. 내 힘이, 고독이 그렇게 만든 것이다.(2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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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밀과 탐정들
에리히 캐스트너 글, 발터 트리어 그림, 장영은 옮김 / 시공주니어 / 2000년 3월
6,500원 → 5,850원(10%할인) / 마일리지 320원(5% 적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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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을 나는 교실
에리히 캐스트너 지음, 문성원 옮김 / 시공주니어 / 2000년 2월
7,000원 → 6,300원(10%할인) / 마일리지 350원(5% 적립)
2009년 04월 01일에 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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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ames and the Giant Peach (Paperback)
로알드 달 지음, 퀸틴 블레이크 그림 / Puffin / 2007년 8월
10,500원 → 6,820원(35%할인) / 마일리지 140원(2% 적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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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 Corner of the Universe (Paperback)- 2003년 뉴베리 명예상
앤 M. 마틴 지음 / Scholastic Paperbacks / 2004년 1월
11,600원 → 6,960원(40%할인) / 마일리지 70원(1% 적립)
*지금 주문하면 "5월 17일 출고" 예상(출고후 1~2일 이내 수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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