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명박 + 강"만"수 brothers 라는군요...

이들도 파산을 향해 달려가고 있습니다. ㅠ_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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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시장미 2008-10-08 20:5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정말 보기도 싫어요. 욕나와요 ㅋㅋ

turnleft 2008-10-13 13:37   좋아요 0 | URL
갈수록 더 심해지니, 이를 점입가경이라 해야할지 아니면 설상가상이라고 해야할지...;;
 

질문 : 다음 중 서울 테헤란로에 나타났을 때 가장 큰 혐오감을 일으키는 것은?

1. 몇 분 안에 수백/수천명의 인명을 살상할 수 있는 무기
2. 예수천국 불신지옥
3. 2mb
4. 누드 퍼포먼스를 하면서 군대 폐지를 외친 청년

뭐, 나름 정답을 꼭 집어내기 힘든 질문인건 알겠는데, 4번을 외치는 사람이 왜 이리 많은게냐.

이유를 들어보면 더 가관인데,

1. 저 놈 군대 가기 싫어서 저런다
2. 저 놈 나중에 정치 하려고 저런다
3. (2번과 비슷하지만) 튀어 보일려고 저런다

백번 양보해서 저런 인신공격이 근거가 있더라고 쳐도, 보라는 달은 죽어도 안 쳐다보고 손가락만 탓하는 이 초지일관함은 도대체 뭐단 말이냐. 단체로 짜기라도 한거냐, 집단 최면이라도 걸린게냐.

군대 없애자는게 딱히 당장 그리 가능성이 높은 이야기가 아니라는거 인정한다. 게다가 '국가'나 '군대'를 필수불가결한 무엇으로 생각할 수도 있다. 여러가지 논쟁이 가능한 이야기란 뜻이다. 근데 군대에 대해 뭐라고만 하면 다짜고짜 "너 군대 안 다녀왔지"로 포문을 열기 시작하니 도무지 대화가 불가능하다. 아니 그럼, 감옥 안 다녀온 사람들은 감옥 제도에 대해 말도 못 꺼내겠네. 지옥 안 가 본 목사들은 지옥 얘기 잘만 하더만.

요즘은 오히려 어린(?) 것들이 더 꼰대 같은 소리만 골라서 하니 더 열불이 터진다. 싸이월드 댓글은 대체로 어린 층이 많이 이용해서 일종의 바로미터가 되는데, 보다 보면 정말 말이 안 나온다. 젊다는게 뭔가. 나중에 닳고 닳아 현실에 안주하더라도, 젊었을 때는 좀 불가능한(?) 꿈도 꿔 보고 그래야 하는거 아닌가. 부자될 꿈만 꾸지 말고. 니들도 존 레논 노래 가끔 흥얼거리지 않니. Imagine no country, no possession, no religion 이러고 말이다.

세상에, 강의석 정도도 품에 안지 못하는 젊음이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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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메코 2008-10-02 16:0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도 모자라 확인되지 않은 카더라 이야기를 진실로 믿고 인격까지 쉽게 폄하하는 것을 보면 더 갑갑합니다. 본인의 이야기를 직접 들은 것도 아니라 한다리 건너 건너의 말 갖고 어떻게 그렇게 쉽게 단정을 내릴 수가 있는건지, 비단 강의석의 이야기만이 아니지요. 연예인 이야기만 해도 그저 짐작만으로 루머를 더해 '맞다' 고 단정하고 또 유포하죠. 오늘 최진실 죽은 거 보세요. 루머와 악플만이 자살의 전체 원인이 된 건 아니더라도 사람들이 쉽게 단정하고 말을 옮기는 것이 어떤 영향을 끼치는가는 단정적으로 보여준다고 봅니다. '악플로 죽었을리 없다. 사채설이 사실이니까 그렇다, 수사를 은폐하려 한다' 고 말하는 사람들은 어떻게 그런 신적인 혜안이 있는지 참 궁금합니다.

강의석의 논리가 다소 부족하고 방법이 거칠더라도 표현의 다양성마저 말살되어야 할까요. 젊은 사람들이 더 쉽게 막말하고 단정하는건 아무래도 부모가 시키고 지시한 인생으로 붕어빵틀에 찍힌 붕어빵처럼 살다가 이질적인 것을 보니까 그제서야 스스로에게 자아가 없다고 깨닫고 그걸 부인하고자 타인을 비방하는 것이 아닐까 싶어요. 남을 험담하고 이해 못하는 것을 잘못 되었다고 말하는 것으로 겨우 자존감을 찾는거죠. 그런 아이들이 대체로 나중에 자신도 그 덫에 걸려 자신이 예전에 했던 비방을 돌려받을 때 스스로를 피해자라고 자기연민에 빠지기 쉽죠.

...어제 강의석에 대한 반응에 좌회전님만큼 갑갑한 심정이었다가 오늘 아침 최진실의 죽음 보도를 듣고 마음이 너무 심란해져서 덧글이 길어졌네요. 휴. ㅠ_ㅠ

turnleft 2008-10-03 10:15   좋아요 0 | URL
뭐가 지엽적인 문제고, 뭐가 근본적인 문제인지는 간단히 분간할 수 있는 문제는 아니지만... 저 같은 경우는 개개인의 심리적 원인보다는 사회적, 구조적 문제 쪽을 좀 더 비중있게 바라봐요. 사실 이렇게 울분을 토하는건 답답하니까 그냥 투정 부리듯 해보는거고, 다양한 이론적 틀 중 어느 것이 오늘의 한국 사회를 더 잘 설명해 주는지 찬찬히 찾아보는 즐거움(?)은 놓치지 않고 있습니다 ㅎㅎ

생각해보면 예전에도 다들 다른 사람들 보면서 답답하기는 마찬가지 아니었을까 싶어요. 요즘 애들 글러먹었다고 하는 것도 제가 나이 먹고 있다는 증거일수도 있고.. ^^;

마늘빵 2008-10-02 19:0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지난번 박태환에 얽힌 그 글에 대해선 패착이었다고 판단했지만 강의석의 누드 퍼포먼스는 그와 별개로 바라봐야한다고 생각했습니다. 똑같은 강의석이었기에 이마저도 튀어보려는 심산이 아니겠느냐,는 시선을 전혀 거둘수는 없겠지만, 지난번 그 글에서 제가 안타까웠던 것은, 메세지가 아니라 강의석이 오히려 양심에 따른 병역거부에 대한 논의 자체를 차단시켜버리는 결과를 불러왔기 때문이었습니다. 전략적 실패였다는 판단이죠. 하지만 이번 누드 퍼포먼스는 평화 시위의 일환으로 바라볼 수 있는데, 아무래도 그게 또 '강의석'이라 지난번의 연장선에서 '비난'을 받는게 아닌가 싶습니다. 만약 제 3의 다른 인물이었더라도 그랬을까 하는 생각을 해봤어요. 심정적 거부감이 계속 이어져오는 셈이죠. 강의석의 언행을 젊은 혈기에서 비롯된 것으로 바라보고, 그 메세지만이라도 읽어줬으면 하는데 세상은 그렇지 않은 가봅니다.

turnleft 2008-10-03 10:20   좋아요 0 | URL
이슈 메이커의 장점이자 한계죠. 한 때 진중권 씨도 그랬잖아요. 저는 그게 꾸준히 자기 목소리 내면서 자신의 위상을 잡아 나가고 있는 과정이라고 봐요. 촛불 집회가 상당수의 진중권 안티를 진빠로 돌려놓기도 했듯, 강의석도 마찬가지로 인정 받는 계기가 올 거라고 믿어요. 그래서 전략적 패착(?)에도 불구하고, 그의 전술적 가치를 옹호하는 지원 사격들이 많이 필요하다고 보구요. :)

순오기 2008-10-05 02:5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10월 3일자 경향신문에 '강의석군, 왜 항상 혼자니?'라는 글이 실렸는데 참 공감이 갔어요. 고등학교 시절 종교교육에 반대하는 단식부터 알몸 퍼포먼스까지 항상 혼자더라, 먹고 살자고 하는 직장생활도 혼자는 벽에 부딪히는데, 너는 사회적 문제를 고민하면서 같은 고민하는 사람들과 힘을 모으기보다는 자기 파괴적인 소통방식에만 의지하는 게 아닌지 걱정하는 내용이었어요.

글샘 2008-10-05 10:23   좋아요 0 | URL
저는 우리나라에 그 혼자가 더 많아져야 한다고 생각해요. 너무 우리우리 하는 게 아닌가 하구요.

turnleft 2008-10-06 12:43   좋아요 0 | URL
저는 그가 외로울 수는 있어도, 자기파괴적이라고는 보지 않아요. 자신이 이해하지 못하는 것에 온 몸으로 부딛히고 있을 뿐이죠. 부딛히지 않고 세상의 논리를 얌전히 내면화 하는 것과, 부딛히며 깨지는 것 중 어느 쪽이 더 파괴적일지는 생각해 볼 일 아닐까요.

그리고 아무래도 함께 하는 사람이 있으면 그도 힘이 더 날 거에요. 하지만 혼자라고 해서 잘못된 건 아니라고 봅니다. 그건 결국 그 스스로가 필요에 의해 선택할 문제겠죠. 다른 이들이 그의 문제의식에 동의한다면 다양한 방식의 접근이 서로 어깨동무 할 날이 올 거구요.

네꼬 2008-10-22 19:0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늦었지만 추천요.

turnleft 2008-10-23 03:39   좋아요 0 | URL
넹~ ^^
 

출처 : 정윤수의 BOOL...ing 365
http://blog.ohmynews.com/booking/217058

밑줄 치며 읽었던 칼럼들 - 정운영


혼자서 밥을 먹는 시간이 많아졌다. 점심은 매일같이 혼자서 먹는다. 황지우는 시 ‘거룩한 식사’에서 혼자서 밥 먹는 사람에 대한 깊은 애환이 그린 바 있는데, 사실 여럿이 시끌벅적하게 먹을 때보다 혼자서 먹을 때가 평온할 때가 더 많다. 허튼 말들 주고 받지 않아도 되고 바쁜 시간이 지난 다음에 들린 식당에서는 천, 천, 히 밥을 먹을 수도 있다.

그럴 때마다 신문을 읽게 된다. 시내의 여러 식당들에서는 내가 집에는 구독하는 신문을 비치해 놓는 경우가 거의 없다. 대개의 식당들은 스포츠신문을 덤으로 끼워주는 큰 신문사의 신문을 보는 수가 많은데, 이러나 저러나 신문 읽는 맛이 예전 만 못한 게 사실이다. 보도 기사의 차이를 거의 느낄 수가 없음은 물론 그 많은 광고 지면들을 넘기느라 팔이 아플 때도 있다.

무엇보다 시들해진 것은 ‘칼럼’이다. 여러 신문에서는 자사의 논설위원이나 기자들의 기명 칼럼을 매일같이 싣고 있고 따로 ‘오피니언’ 꼭지를 마련하여 외부 사람들의 칼럼도 게재하고 있는데, 한번 내놨다가 다시 올려놓은 듯한 반찬들처럼, ‘그 밥에 그 나물’인 얘기들이고, 그나마도 우격다짐에 거친 문장들이 많다. 

추측컨대 아마도 90년대 중반까지만 해도 좌우를 막론하고 여러 신문사의 '칼럼'은 그 자체로 각 신문사의 색깔과 관점과 품위와 깊이를 총체적으로 드러내는 중요한 지면이었을 것이다. 그러나 그로부터 10여 년이 흐른 지금은 인터넷이 열려 그 대세에 밀리고 있고, 신문사의 논조들도 저마다 확연해지고, 일부 거대 신문사는 매일같이 신문을 선전의 장으로 삼는 바람에 '칼럼'처럼 다소 여유있는 공간도 전투적인 글들로 가득 채우지 않으면 안되는, 그런 사정들이 수준 높은 칼럼의 실종으로 굳어졌을 것이다. 한 시대를 풍미했던 강호의 문장가들이 더 이상 이런 저런 신문에 기고하지  않게 된 까닭도 여기에 있다.


 
한 시대를 풍미했던 정운영의 칼럼집.

이런 날이면 그 옛날, 신문이 그야말로 ‘정론직필’의 황금 시대를 구가했을 무렵의 칼럼들이 생각난다. 논조의 정치성이나 좌우의 경향성을 다 떠나서 선우휘, 김중배, 최일남, 임재경 등의 우람한 글들, 아 그리고 무엇보다 정운영의 격조 있는 문장이 생각나는 것이다. 요즘에는 집에서 읽는 <경향신문>의 김우창 칼럼과 식당에서는 거의 찾아보기 어려운 <한국일보>의 고종석 칼럼이 있어 그 글들을 따로 갈무리해보는 즐거움만 남아 있을 뿐이다.

물론 정운영을 신문 ‘칼럼니스트’로만 떠올리는 것은 그의 여러 지적 작업에 대하여 소홀한 기억이다. 1944년 3월 18일 충남 온양에서 태어나는 그는 대구에서 초등학교와 중학교를 마쳤고, 가세가 기울어 온양으로 돌아와 고등학교를 나왔다. 전교 1등을 놓치지 않았으나 ‘범생’이라기 보다는 역전에서도 이름깨나 날렸다고 한다.

서울대 경제학과에 입학 때만 해도 고급 공무원으로 출세하는 것을 꿈꿨으나 같은 과의 선배 신영복에 의하여 ‘다른 길’을 걷게 되었고 학교를 마친 후 잠시 <중앙일보> 기자 생활을 하다가 가톨릭 쪽의 후의에 힘입어 벨기에 루뱅 대학교에서 마르크스 경제학으로 박사 학위를 받았다.

그 이후의 과정은 많이 알려진 일이다. 귀국 이후 한신대학교 경상학부 교수로 임용되어 김수행, 윤소영, 이영훈, 강남훈 등과 이른바 ‘한신학파’의 주장으로 활동하였으나 1986년에 해직되었고 <한겨레신문> 비상임 논설 위원을 지냈으며 이 또한 신문사 내부의 ‘미묘한 관계’들에 의해 중도에 그만 뒀으며 1999년에 경기대 경제학과 부교수로 임용되었다. 

http://blog.naver.com/garbinnkim?Redirect=Log&logNo=50028800757

이 무렵에 그는 문화방송 <100분 토론>의 첫 번째 진행자가 되어, 중후한 목소리로 의견과 토론의 격조있는 흐름이 이뤄지는 진경을 보여주었다. 2000년에 중앙일보 논설위원이 되었으며, 이 무렵의 칼럼이 평소 그의 지론과 모순되지 않느냐는 비판도 받았다. 또 이 선택에 대하여 많은 실망감이 표출되기도 했었다.  

그는 이미 1983년에 위암 수술을 한차례 받은 바 있고 1987년에는 기흉으로 입원하기도 하였는데, 그런 과정의 끝에 신장 질환을 이기지 못하고, 2005년의 오늘, 9월 24일에 세상을 떴다. 그러니까 오늘이 그의 ‘3주기’가 되는 날이다.

좀 더 정색을 하고 기억을 하거나 언급을 하자면, 여전히 풀지 못한 미묘한 문제들이 많이 있을 것이다. 특히 새로운 세기에 그가 <중앙일보>의 논설위원이 되고, 더러 몇 편의 칼럼에서 어느 한 쪽의 실망을 불러일으킨 예가 없지 않으며 뜻밖에도 밋밋했던 <중국경제산책> 같은 책이 그의 어떤 아름다운 성과에 흠결이 되지 않았을까 하는 언급도 있을 수 있다. <중앙일보>라는 대자본 언론사에서 마르크스주의 논설위원이 운신할 폭이 그리 넓지 않다는 점, 혹은 누군가에 대하여 ‘맛이 갔다’는 투로 말하는 것이 대단히 조심스러운 언명임을 따로 감안하더라도 말이다. 

 

고 정운영 교수의 저서들.

그럴수록 그가 남긴 글들, 그러니까 <한겨레신문>의 ‘전망대’ 칼럼 같은 글에 대한 기억은 오히려 생생해진다. 밑줄 치며 읽고 싶은 칼럼이란 그리 많지 않다. 정운영은 그런 글을 썼다. 단지 문장만 그럴싸하거나 동서양의 훈화를 빌려다가 적당히 양념 쳐서 버무리거나 되도 않은 주장임에도 원고 매수 채우기 위해 고깃쌈에 된장 바르듯이 미사려구나 따와서 울긋불긋하게 써대는 이 세상의 수많은 칼럼이며 사설이며 논설이며 오피니언 따위를 보라. 정운영은 그렇지 않았다.

동업자이자 한 때 그의 후배로 일했던 고종석은 “그의 글의 메시지가 세월의 풍화작용으로 흐릿하게 퇴색한다 할지라도, 그의 문장은 한국어가 살아있는 한 또렷이 남을 것이다. 그의 소문난 퇴고벽, 교정벽이 사실이라면, 문장을 이루는 것이야말로 정운영이 진정 바라던 것이었는지 모른다. 그는 꿈을 이뤘다.”고 쓴 바 있다.

물론 고종석은 “그의 칼럼은 의견의 전시장인 것 이상으로 지식의 전시장, 취향의 전시장”이었고 이 점이 “그 누구도 흉내내기 힘든 정운영 칼럼의 장점이었고, 그 휘황함으로 더러 논지를 흩뜨려버리기도 하는 단점이기도” 했으나 “한국 저널리즘 100년의 축복일 뿐만 아니라, 신문학 100년의 축복이기도 하다"고 썼다. 이제 그런 칼럼을 우리는 몇 년 째 읽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방송 토론에서도 진정한 품위를 보여줬던 정운영 교수.

이 블로그의 성격과 관련해서는 그의 유지에 따라 소장 도서 1만 5천여 권이 서울대에 기증되었다는 것이다. 이런 훈담이야 더러 들리는 소식이지만, 따로 보관하기로 한 5천여 권과 함께 무려 2만여 권에 이르는 서권을 읽고 모으는 바람에 평생 전세 아파트를 벗어나지 못했다고 한다.

김수행 교수는 몇 년 전의 추도사에서 이렇게 회고한 적 있다. “내가 1977년 가족을 모두 데리고 루벵의 당신 집을 방문했지요. 나도 당신도 모두 박사논문 쓰느라고 정신이 없었는데, 당신 집의 책꽂이를 보고는 놀랐소이다. 나는 마르크스의 공황이론에 관해 논문을 쓰고 있었고 당신은 마르크스의 이윤율 저하경향의 법칙이 최근 100년의 미국 역사에서 타당성을 가지고 있는가를 실증분석하고 있었소. 마르크스 공황이론의 핵심이 이윤율 저하경향의 법칙이기 때문에 당신과 나는 사실상 동일한 주제를 가지고 연구하고 있었던 것이요. 그날 나는 당신이 모아놓은 책이며 논문들을 보면서 정말 탄복했소.”


 
깊고 넓게 세상을 통찰했던 르네상스인 정운영 교수.

그것이 학문하는 자의 기본 자세임을 두말 할 것도 없으므로 다른 훈화 하나를 더 얹어야겠다. 소설가 조정래는 이런 훈담을 들려준다. “4년 전쯤에 정형과 유럽여행 갔다 서점에 들렀는데 체 게바라 관련 책이 54종이 있었다. 아무리 관심이 있는 사람도 대여섯 권 사고 말 텐데 정형은 신용카드로 54권 모두 샀다. 여행을 마치고 한국에 돌아오니 일시적으로 신용불량자가 돼 있었다.”

요즘의 신문 칼럼들이 갈수록 앙상해지고, 좌우를 막론하고 ‘논객’ 운운하며 정말로 안경 벗어나고 한 판 벌일 것처럼 신경질적인 언사를 남발하는 경우를 볼 때마다 정운영의 ‘격조’는 새삼 더 귀해진다. 격조라는 말에 따옴표 ‘ ’를 붙인 것은 오해를 막기 위해서다.

앞서 언급했지만 이 ‘격조’는 동서양의 훈담을 늘어놓으면서 좋은 게 좋은 것이라는 관습의 언어를 지칭하는 게 아니다. 좀 더 나은 세계를 포기할 수 없음에서 비롯되는 견실한 성찰, 비판받는 상대방조차 일단은 고개를 끄덕이게 하는 논리, 그것을 감싸안는 품격있는 문장을 말하는 것이다. 무슨 일이라도 터졌다 하면 1면에서 ‘오피니언’ 섹션에 이르기까지 일사불란한 글을 도배하고 마는 오늘의 언론 환경에서는 더 이상 밑줄을 그으며 읽을 만한 칼럼이 나오지 않을 듯하여 기억해 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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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 때 정운영 교수님의 수업을 들으면서 그 형형한 눈빛과 카리스마 넘치는 강의에 홀딱 반했던 기억이 있다.(헛, 쓰고 보니 진짜 나 남자한테 더 잘 반하는 것 같다 =_=) 어느날 갑자기 중앙일보 논설위원으로 옮기셨다는 소식에 다소 황당하기도 했지만, 몇 년이 지나 불현듯 전해진 부음에는 정말 안타까운 마음을 금할 수가 없었다.

오늘(24일)이 그 분이 가신지 3년이 되는 날이라고 한다. 정말, 위의 글을 쓴 지은이가 말하는 것처럼, 그 분의 품위 있는, 하지만 가차 없던 글들이 그리워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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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 출근길에 라디오를 문득 틀었더니 왠 남자 둘이서 두런두런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한 명은 이 프로그램의 호스트인 Steve Scher 고, 다른 한 명은 뭐.. 누군가 나왔겠지 하고 있었는데.

"KUOW weekday를 듣고 계십니다. 오늘은 Paul Auster 씨를 초대해 최근작 Man in the Dark 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고 있습니다. 잠시 후 뵙겠습니다."

이러는거다. 허걱, 폴 오스터라니. 왜 지금에서야 안게냐. 회사 다 왔는데...

잠시 후 폴 오스터가 Man in the Dark 의 일부분을 읽어줬다. 얼마 듣지는 못했지만 그의 목소리로 그의 작품을 듣는건 꽤나 낭만적이다. 이 사람, 글 잘 쓰고, 시원시원하게 생긴데다, 목소리마저 좋다. 상상했던 것보다는 약간 덜 깊은(?) 목소리였지만, 제길, 그 정도로도 충분히 멋지다.

그나저나, 이 아저씨도 이젠 많이 늙었나보네. 폴 오스터 소설의 주인공들은 대개 작가와 비슷한 나이대의 사람이 등장하는데, 이번에는 무려 27살짜리 손녀(!!)가 있는 할아버지가 주인공이다. Civil War 때 이야기라는데, 얼핏 들어 자세한 내용은 잘 모르겠다.. 쩝;;

최신작이라고 소개하러 나온건데, 찾아보니 놀랍게도 국내에 어느새 번역 출간되어 있다. 한국에서도 잘 팔리는 작가라는 뜻일까. 출판사는 여전히 열린책들인데, 이제는 황보석씨가 전담 번역 안하나보다.

 

 

 

 

 

 

 

 

ps. 찾아보니, 어제 시애틀 도서관에서 폴 오스터가 책 읽어주는 행사가 있었다. 오늘은 포틀랜드로 간단다. 흑.. 아까워라.. ㅠ_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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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레이야 2008-10-15 06:4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폴 오스터가 책 읽어주는 행사도 있고, 못 가서 아까워라 하시지만 부러워요
좌회전님 잘 계시죠? ^^

turnleft 2008-09-22 08:17   좋아요 0 | URL
그래도 미국 작가를 좋아해서 다행이에요. 프랑스 작가거나 했으면 말하는걸 아예 못 알아 들었을테니.. ^^;
혜경님도 잘 계시죠? :)

하이드 2008-09-20 08:4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거 아마존에서 예약 주문 받던게 얼마전 같은데, 번역도 참 후다닥 되었네요;

turnleft 2008-09-22 08:18   좋아요 0 | URL
저는 서점 가서 재빨리 양장본으로 샀어요. 번역본 구하기는 너무 험난해서 =_=

2008-09-20 09:35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08-09-22 08:20   URL
비밀 댓글입니다.

hnine 2008-09-20 12:2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번역하신 이분도 한국에서 나름 유명하신 분이지요.

turnleft 2008-09-22 08:22   좋아요 0 | URL
아, 그래요? 번역의 질이 좋아서 유명하신 분이겠죠? ^^;

가시장미 2008-09-20 23:0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니.. 턴형은 여자보다 남자한테 관심이 더 많은 듯 ㅋㅋ

turnleft 2008-09-22 08:22   좋아요 0 | URL
쿨럭;; 무슨 그런 흉흉한 추측을..;; 혼사길 막혀욧!!

perky 2008-09-22 14:3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푸하하. 답글이 너무 웃겨요. ㅋㅋ
(소곤소곤) 전, 폴오스터 아직 한권도 안 읽어봤어요.-_-;;

turnleft 2008-09-23 03:30   좋아요 0 | URL
저도 아직 안 읽어본 신간을 권하기는 좀 그렇고..
무난하게 Brooklyn Follies 로 시작해 보세요 ^^

perky 2008-09-23 09:30   좋아요 0 | URL
네, 꼭 읽어볼께요~

Joule 2008-10-04 04:5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안 그래도 폴 오스터 '빵 굽는 타자기(Hand to Mouth)'를 며칠 전에 읽었는데 책 날개에 실린 사진 보니 훈남이더군요. 근데 목소리도 좋단 말이지요. 삼천포긴 하지만 언제부터인가 대세는 세컨드 와이프가 아닌가 싶어요. 칼 세이건도 두 번째 마누라랑 알콩달콩 해로하다 살다 갔는데 폴 오스터도.(뭐 그 사이에 다시 이혼한 게 아니라면)

turnleft 2008-10-04 06:11   좋아요 0 | URL
뭐 한 방에 제 짝 찾기가 쉬운 일은 아니겠죠. 시행착오를 겪으면 아무래도 더 잘 할 수 있지 않을까 싶어요.(그래도 왠만하면 한 방에 찾았음 좋겠는데...)
 


지난해 이 즈음에 휴가로 Yellowstone 으로 여행을 다녀왔었는데, 1년만에 다시 여행 계획을 잡는다. 원래는 7월 정도에 Canadian Rockies 로 다녀올 생각이었는데, 프로젝트에 엄하게 발목 잡히는 바람에 연기됐다. 지금 상황에서는 10월 초(아마도 10월 4일에서 12일이 제일 유력)에 휴가를 쓸 수 있을 것 같은데, 그 때 가기에 로키는 이미 너무 춥지 않을까 싶다;; 그래서 계획을 급변경해서 Utah 사진 투어로 방향을 잡아보고 있다.

뭐 언제나 그렇듯, 여행은 사실 가기로 마음 먹은 순간부터 그 즐거움이 시작된다. 일단 사전 정보 수집 차, Insight Guides 의 Utah 편을 통독 중이다. Pueblo Indian (인디언이라는 명칭은 계속 쓰인다..) 들부터 시작해서 몰몬 교도들의 정착까지 꽤 흥미로운 역사가 눈에 들어온다. Utah 북부의 Salt Lake City 에서는 몰몬의 역사를, 남부 쪽에서는 미원주민들의 흔적을 찾아 보는게 흥미롭겠다. 이렇게 건조한 환경에 인간이 어떻게 적응해서 살아갔는지를 보여주는 좋은 사례가 될 것 같다.



고대 푸에블로 인디언들이 남긴 암반화


인터넷 서핑으로 찾은 유타의 이미지들은 가슴 설렌다. Utah 북쪽의 Idaho 가 화산 분출로 형성된 대지인 반면, Utah 쪽은 모래가 굳어져 형성된 사암 지대다. 때문에 Red Rock Country 라고도 불리는데, 연약한 사암이 비바람과 물의 풍화작용을 거쳐 비현실적인 풍경을 만들어 낸다. 이번 여행에서 포인트로 잡는 곳은 크게 4군데이다. Arches National Park, Monument Valley, Antelope Canyon, 그리고 Bryce Canyon. 유타 북동쪽에서 시작해 남쪽으로 향해 Arizona 북부까지 갔다가 유타 서부로 올라오는 경로를 잡고 있는데, 역시나 만만치 않은 거리를 달려야 할 것 같다.



Arches National Park


Monument Valley


Antelope Canyon


Bryce Canyon

전체적으로 붉은 색이 강하니 필름은 e100vs 로 잔뜩 준비;;

별다른 일만 생기지 않는다면 10월 4일을 출발일로 잡고 있다. 그 즈음 유타의 평균 기온은 섭씨 20도 정도니까 딱 좋은 온도에서 지낼 수 있겠다. 세부 계획은 좀 더 찬찬히 짜야 하겠지만, 적당히 캠핑을 하면서 다닐 생각이다. 쏟아지는 별빛도 기대해 본다.

흐흐.. 여행이 이미 시작된 기분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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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erky 2008-09-17 11:4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우와-진짜 좋으시겠어요. 개인적으론 최고였던 미국 여행지가 바로 유타주였어요. 님께서 언급하신 곳들 다 가봤는데 정말 멋지더군요. (아, 따라가고 싶당~~)

turnleft 2008-09-18 02:17   좋아요 0 | URL
흐흐.. 아직은 혼자 다니는 자유가 있으니 이렇게라도 다니죠. 나중에는 좀 더 얌전하게 다녀야 할테니, 기회 있을 때 제대로 즐겨 보려구요 ㅎㅎ

hnine 2008-09-17 12:0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브라이스 캐년은 좋다 좋다 말로만 들어보고 꼭 한번 가보리라던 계획을 끝내 못 이루고 한국으로 왔어요.
사진 투어라니, 멋져요. 정말 말만 들어도 멋져요.

turnleft 2008-09-18 02:18   좋아요 0 | URL
얼마 전 다녀오신 직장 동료 분도 정말 좋다고 하더군요. 짧은 시간에 너무 많은 곳을 다녀오려고 해서 제대로 못 살피고 오는게 아닐까 살짝 걱정도 되네요.

웽스북스 2008-09-17 12:1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옷, 사진 투어라니
(괜히 기대하고 있는 1인)

turnleft 2008-09-18 02:18   좋아요 0 | URL
사진이 올라오려면 11월까지는 기다리셔야 할겁니다 -_-;

웽스북스 2008-09-20 03:05   좋아요 0 | URL
나이드니까 몸과맘은 굼떠도 시간만은 빨리 가더라고요...
그쯤이야 뭘~

turnleft 2008-09-20 04:04   좋아요 0 | URL
"나이드니까"..
알라딘 언니오빠들의 가슴에 대못을 박으시는구랴.. 큭;;

마노아 2008-09-17 12:3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밑에서 두번째 사진은 SF영화 느낌이에요. 저도 막 설레어지는군요. 준비 만땅으로 잘 하셔요. 기쁨은 두 배로~

turnleft 2008-09-18 02:19   좋아요 0 | URL
그쵸? 저기가 참 멋진데, 비가 오면 물에 팍 잠길 수 있는 곳이라서 가이드 없이는 못 간데요. 예약 해 놓고 갈건데, 날씨가 안 도와주면 못 가볼지도 ㅠ_ㅠ

2008-09-20 09:37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08-09-22 08:23   URL
비밀 댓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