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제나처럼, 가져가실 때는 댓글 남겨주시구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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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07-07 09:24   URL
비밀 댓글입니다.

turnleft 2009-07-08 02:10   좋아요 0 | URL
헤헤.. 영화 재밌게 보세요~ ^^

시애틀은 겨울이 장마라서... 여름엔 날씨가 아주 즐겁답니다~
 
[릴레이] 나의 독서론

[릴레이] 나의 독서론

규칙입니다.
1. 독서란 [ ]다. 의 네모를 채우고 간단한 의견을 써주세요.
2. 앞선 릴레이 주자의 이름들을 순서대로 써주시고
3. 릴레이 받을 두 명을 지정해 주세요.
4. 이 릴레이는 6월 20일까지만 지속됩니다.
기타 세칙은 릴레이의 오상 참조  

 

* 나의 독서론

약간 산통을 깨는 이야기긴 하지만, "~~론"으로 뭔가를 정의하는 것에는 그다지 흥미가 없습니다. 엄밀한 학술적 논의가 아닌 이상, 세상 일들이 대개는 어떤 정의로 파악되기보다는 다양한 측면이 공존하는 복합적 실체로 이해되는 것이 더 적절하다고 생각하니까요. <도리안 그레이의 초상>에서 헨리경이 했던 말처럼 "To define is to limit" 이라고나 할까요. 

그래도, 이러면 재미 없으니까(^^;), 굳이 한 문장을 만들자면.. 

저에게 독서는 [사유] 입니다. 

저는 책을 통해 사유합니다. 아니 보다 정확히 말하자면 텍스트를 통해 사유합니다. 제 자신이 그닥 창조적이거나 한 타입이 아니라서, 생각 자체가 능동적이기보다는 수동적입니다. 그래서 무언가 텍스트를 읽을 때, 그것이 책이든 영화든 혹은 세상이든, 그 텍스트를 통해 비로서 제 머리도 움직이기 시작합니다. 책은 그 사유의 가장 유용한 연료가 되니, 책을 읽는다는 것, 독서는 곧 제 사유 그 자체라고 말할 수 있겠네요. 

그래서, 가능하면 장르나 주제에 얽매이지 않고 다양한 책들을 읽으려 노력하는 편입니다. 그것이 제 자신을 다양한 생각을 해 볼 수 있게 만드는 가장 게으른 방법이 아니까 싶어요 ^^;

 

* 릴레이 주자들

  • Inuit님 (독서란 자가교육이다) 
  • buckshot님 (독서는 월아이다)
  • 고무풍선기린님 (독서란 소통이다)
  • mahabanya님 (독서란 변화다)
  • 어찌할가님 (독서란 습관이다)
  • 김젼님 (독서란 심심풀이 호두다)
  • 엘군님 (독서란 삶의 기반이다)
  • 무님 (독서란 지식이다)
  • okgosu님 (독서란 지식섭식이다. ) 여기도 #개드립
  • hyomini님 (독서란 현실 도피다. )
  • Raylene님(독서란 머리/마음용 화장품 이다.)
  • 하느니삽형님(독서란 운동이다)
  • foog님(독서란 이다)
  • 토양이님(독서란 모르겠다.)
  • 파이랑님(독서란 새벽 3시다.)
  • Demian   님(독서란 여행이다.)
  • Forgettable 님(독서란 이다.)
  • 하이드 님 (독서란 [발견]이다. ) 
  • Jude 님 (독서란 [한밤중의 북풍] 이다.) 
  • 다락방 님 (독서란 하루키의 농담 이다)
     

    * 다음 주자

  • - 마노아(http://blog.aladin.co.kr/manoa )님 : 제가 전에 뵙고 천상 선생님이라고 말씀드렸는데, 아이들 책을 참 많이, 열심히 읽으시는 것 같아요. 만화책도 좋아하시는 영원한 소녀(^^;) 마노아님에게 독서란 어떤 것일까 궁금하네요~ 

    - 그리고, 프레이야(http://blog.aladin.co.kr/sense )님 : 아마, 프레이야 님한테는 쓰기와 읽기가 하나와 같을지도 모르겠네요. 늘 잔잔한 글로 가슴을 울리시는 프레이야님의 독서론을 들어봤으면 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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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릴레이] 나의 독서론
      from 그대가, 그대를 2009-06-18 20:17 
      [릴레이] 나의 독서론 규칙입니다. 1. 독서란 [ ]다. 의 네모를 채우고 간단한 의견을 써주세요. 2. 앞선 릴레이 주자의 이름들을 순서대로 써주시고 3. 릴레이 받을 두 명을 지정해 주세요. 4. 이 릴레이는 6월 20일까지만 지속됩니다. 기타 세칙은 릴레이의 오상 참조   * 나의 독서론 '독서론'이라고 이름 붙일 만한 주제 의식이 나에게 있는지 고민했어요. 닥치는 대로 즐겁게, 내키는
    2. 내게 독서는
      from 처녀자리의 책방 2009-06-20 01:24 
      [릴레이] 나의 독서론 규칙입니다. 1. 독서란 [ ]다. 의 네모를 채우고 간단한 의견을 써주세요. 2. 앞선 릴레이 주자의 이름들을 순서대로 써주시고 3. 릴레이 받을 두 명을 지정해 주세요. 4. 이 릴레이는 6월 20일까지만 지속됩니다. 기타 세칙은 릴레이의 오상 참조      * 릴레이 주자들 Inuit님 (독서란 자가교육이다)  buc
    3. 월아, 알고리즘
      from Read & Lead 2009-06-21 06:27 
      부제: 독서(讀書) → 독아(讀我) → 월아(越我)inuit님께서 나의 독서론이란 주제로 릴레이 포스팅을 시작하셨다. 규칙입니다. 1. 독서란 [ ]다. 의 네모를 채우고 간단한 의견을 써주세요. 2. 앞선 릴레이 주자를 써주시고 3. 릴레이 받을 두 명을 지정해 주세요. 4. 이 릴레이는 6월 20일까지만 지속됩니다. 기타 세칙은 릴레이의 오상 참조inuit님께서 유정식님과 맑은독백님께 바톤을 넘기셨고, 나는 맑은독백님으로부터 바톤을 이어 받았다...
     
     
    다락방 2009-06-18 08:4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다양한 측면이 공존하기 때문에 처음부터 앞에 '나의' 라는 전제가 붙었던게 아닐까 싶어요.

    안그래도 TurnLeft님은 꽤 진지하게 책을 읽으시는 것 같다고 생각했는데, 역시 독서를 사유라고 하시네요.
    :)

    turnleft 2009-06-18 14:54   좋아요 0 | URL
    엄훠, 저 하나도 안 진지해요. ~(-_-)~

    '사유'라고 써 놓으니 거창해 보일 뿐이지, 때로는 말도 안되는 상상도 하고 썰렁한 농담도 떠올리고, 야한(-_-*) 생각도 하고, 뭐 그런 거지요 ^^;

    다락방 2009-06-18 18:13   좋아요 0 | URL
    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

    무해한모리군 2009-06-18 10:4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사유, 이 단어는 무한한 깊이와 폭, 또다른 한편엔 공백과 같은 쉼이 생각납니다.

    turnleft 2009-06-18 14:55   좋아요 0 | URL
    그쵸, 때론 '사유하지 않는 사유' 같은게 훨씬 도움이 많이 되니까요 ^^;

    2009-06-18 16:02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09-06-19 02:25   URL
    비밀 댓글입니다.

    프레이야 2009-06-18 19:4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헉, 오랜만에 들어왔더니 저에게 영광의 바톤을 넘겨놓으셨네요. ㅎㅎ
    좌회전님의 '사유'로서의 독서와 진지한 리뷰, 늘 참 좋아요.
    추천!

    turnleft 2009-06-19 02:28   좋아요 0 | URL
    흐흐흐, 프레이야님 독서론도 기대하고 있습니다~~ ^^

    마노아 2009-06-18 19:5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역시나 턴님의 조용조용한 목소리의 울림이 선명한 독서론이었어요. 그러니까 우린 '천상' 그 이미지를 벗어나기 힘들 거예요. 뭐, 그 인상이 싫지 않답니다. 바톤 이어받을게요. 아침부터 고민했는데 힘들더라구요. ^^

    turnleft 2009-06-19 02:29   좋아요 0 | URL
    이게, 막상 바톤을 받으니 꽤 고민되더군요. 마노아님 글도 잘 읽었어요~ ^^

    반딧불이 2009-06-21 23:4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http://inuit.co.kr/ 여기 가셔서 정리 릴레이도 하시고 훑어보시는 재미도 누리세요.

    turnleft 2009-06-22 00:43   좋아요 0 | URL
    넵, 휙~ 둘러보도록 하겠습니다 ^^

    가시장미 2009-07-23 16:3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런 재미난 릴레이가 있었군요. :)
    독서란 사유다. 이 문장만 봐도 턴형의 얼굴이 막막 떠오릅니다. ㅋㅋ
    저라면,(독서란 窓이다) (한자도 모르면서 한자는!!)
    라고 대답했을 겁니다.
    물어주는 분이 없어서 혼자 북치고 장구치고, 뒷북까지 치고 있습니다. -_-a
    그나저나 잘 지내시지요? 그곳도 덥나요. 이곳은 무쟈게 덥네요.
    열받을 일이 많아서 더 더운 것 같습니다. ㅋㅋ

    turnleft 2009-07-24 03:30   좋아요 0 | URL
    독서는 門이다 라고 꽤 여러 명이 답하셨던걸로 기억하는데, 비슷한 의미겠죠? ㅎㅎ

    뜨거울 때는 뜨거워지는게 순리죠. 마음은 항상 뜨겁게, 하지만 현호는 땀띠 안나게 선선하게. 현명한 엄마가 되고 있으리라 믿어요~ ^^
     

    원문 주소 : http://www.pressian.com/article/article.asp?article_num=60090531152051&section=01

    노무현의 서거 이후에 나를 애타게 찾는 아이가 있었다. 이전에 하자센터에서 인문학을 같이 공부한 아이였는데 노무현이 죽고 나서 계속 눈물 바다란다. 주변 사람들이 딱해서 못 보겠다고 나보고 연락 좀 하라고 성화였다. 아이에게 간단한 문자 하나를 보냈다. '너 지금 만나면, 내가 나를 주체 못할 것 같다. 좀 지나고 보자.' 난 이 아이가 서럽게 우는 그 이유를 듣는 것이 두렵다.

    후배 중에 덕수궁에 가서 절대 조문 같은 걸 안할 것 같은 친구가 있다. 이 친구가 조문을 갔다 왔다고 한다. 자기가 가고 싶어서 간 것이 아니라 자기만큼이나 그런 곳을 안 갈 것 같은 '탈정치화'된 자기 친구가 가자고 해서 갔단다. 가서 그 친구가 하염없이 울었다고 한다. 왜 우냐고 물으니 후배 입을 틀어막으면서 '묻지 마. 그냥 슬퍼. 그냥 나 좀 슬퍼하게 해줘. 그냥 울고 싶어'라고 하더란다. 그 친구 우는 걸 보다 자기도 슬퍼져서 울었다고 한다.

    친한 교수 중에 한 사람이 대학원 수업 시간에 한 시간이나 넋두리를 하였다. 그 중에서 가장 압권이 자기가 그렇게 슬퍼하는 걸 보면서 스스로 놀래서 '어머 나 어떻게 해. 나도 몰랐는데 나 '노사모'였나봐'라고 한 말이다. 물론 이 교수는 노사모가 아니다. 교수는 넋두리 하는 내내 노무현이 자기에게 이렇게 가까이 있고 자기가 그렇게 노무현에 밀착되어 있는지를 몰랐다며 스스로도 헷갈려하였다. 수업 내내 다른 대학원생들도 한숨을 푹푹 내쉬었다고 한다.

    슬퍼하지 않는 사람도 마찬가지이다. 아는 기자가 문자를 보냈다. '아…. 이 긴 행렬은 무엇일까요. 별로 슬프지 않은 나는 진정 사이코패스인가요?' 슬프면 슬픈 대로, 슬퍼하지 않으면 슬퍼하지 않는 대로 우리 모두가 어떤 것에 감염이라도 된 듯하다.

    우린 무엇을 슬퍼하는 걸까. 우리는 노무현의 죽음에서 무엇을 보았기에 '사회주의자'에서부터 '자유주의자'에 이르기까지 이토록 다양한 사람들이 이토록 절절하게 애도하고 있는 것일까? 이미 많은 해석들이 나왔다. 공모를 한 것 같은 죄책감부터 정부에 대한 분노까지. 잠시 질문을 바꾸어보자. 우리가 '왜 노무현의 죽음을 슬퍼하는가'가 아니라 우리는 '이 슬픔으로 무엇을 표현하고 있는 것일까'로. 

    ▲ "우린 무엇을 슬퍼하는 걸까. 우리는 노무현의 죽음에서 무엇을 보았기에 '사회주의자'에서부터 '자유주의자'에 이르기까지 이토록 다양한 사람들이 이토록 절절하게 애도하고 있는 것일까?" ⓒ프레시안


    그의 장례식에 이르기까지 많은 친구와 선후배들, 그리고 학생들의 하소연을 듣다 나는 문득 알게 되었다. 이 사람들, 노무현의 '죽음'을 슬퍼하는 것이 아니라 우리의 삶을 슬퍼하고 있다는 것을. 노무현의 죽음에서 이들이 본 것은 우리가 살아가는 '꼬라지'이다. 지금 여기서 사는 모습의 궁상맞음과 망가짐과 팍팍함과 초라함과 강퍅함을 슬퍼하고 있는 게다. 우리는 노무현의 죽음에서 이 땅에서 살아가는 것의 비극을 보았다.

    권력의 정점까지 올랐던 대통령마저도 알고 보니 '텅 빈 생명', '벌거벗은 삶'이었다. 그의 삶 전체가 조롱당하였지만 그는 무력하였다. 그의 가족과 주변 사람들 모두가 다 한 외신의 표현대로 하면 들들 볶였지만 그가 할 수 있는 것은 거의 아무것도 없었다. 그의 유서에 나오는 것처럼 그는 남은 여생, 주변사람들에게 짐만 될 수밖에 없는 슬픈 운명이었다. 그의 죽음뿐만이 아니다. 최진실의 죽음에서 사람들이 본 것도 참 가진 것 많고 남 부러울 것 없는 것처럼 보였던 사람이 알고 보니 텅 빈 삶을 살았다는 것에서 오는 동정과 연민이었다.

    산다는 것이 위대하기는커녕 바람 앞의 촛불처럼 위태롭고 보잘 것 없으며 헛헛하기까지 하다는 것을 우리는 최진실의 죽음에서 보았다. 노무현의 죽음이 불러일으키는 정서는 최진실의 죽음이 불러일으킨 정서와 그리 멀지 않다. 그가 가고 난 다음 사람들로 하여금 그의 삶이 우리의 삶과 다르지 않았음을 보여주는. 정점에 올랐던 최진실의 죽음에서 많은 여성들이 그들과 다르지 않은 '같은 여성'의 삶의 강퍅함에 눈물을 흘렸던 것처럼 말이다. 몰락이, 죽음이, 나락이 그리 멀지 않다는 것. 저런 사람들마저도 삼키는 그런 나락이 우리 삶에 아가리를 떡 벌리고 우리를 노려보고 있다는 것. 그 나락을 보며, 우리는 나락에 떨어져 죽은 자를 보며 죽음을 애도하는 것이 아니라 나락 옆에서 살아가는 우리를 애도하고 있다. 우린 정말이지 산다는 것이 품위 없고 보잘것없으며 조롱의 대상이 되어버린 시대를 살아가고 있다. 여기에 죽음이 아닌 산다는 것에 대한 애도가 있다.

    왜 그를 미워할 수 없었던가. 그는 우리 사회를 살아가는 사람이 분열적이 될 수밖에 없음을, 권력의 정점에서도 보여주었다. 분열적인 삶이란 무엇인가? 전교조의 교사가 자기 아이에게 사교육을 시키고, 공교육이 싫어서 대안학교를 보낸 학부모가 방학이면 선행 학습과 과외를 시킨다. 직장을 때려 치고 나와 카페를 차리고 공동체 운동을 하는 후배는 주식투자로 생계를 이어가고 있으며, 양심적으로 살아가며 많은 시민단체를 후원하는 친구는 들어가 살 만하면서 투자 가치가 있는 아파트를 보러 다닌다. 이처럼 우리 모두는 살기 위해서는 어쩔 수 없이 분열적이 될 수밖에 없다. 이 분열의 빈틈에서 적당한 합리화와 죄의식이 뒤죽박죽으로 엉켜있는 채 우리는 살아간다.

    노무현은 권력의 정점에서 이런 분열적인 삶을 보여주었다. 진보신당의 게시판에서 한 당원이 이라크 파병을 결정하는 날 노무현이 멍한 표정으로 카메라를 향해 '지금 국민들이 저를 보고 계십니까?' 하고 말한 장면을 보고 그의 고독을 느꼈다고 하였다. 바로 그것이 노무현의 분열이었다. 그는 집권 기간 내내 그의 영혼과 그의 통치가 분열되어 있음을 솔직하게 고백하고 그로 인해 괴로워하는 모습을 보여주었다.

    국가인권위가 파병을 반대했을 때 '국가인권위원회는 그런 것을 하라고 있는 것이다'라고 말을 했을 때, 대통령 못해먹겠다고 말을 했을 때. 봉하로 내려가서 한 첫 번째 말이었던 '죄송하지만 참 좋다' 등. 그는 집권 내내 항상 자신의 영혼은 자신의 통치에 있는 것이 아니라 '당신들이 있는 곳에 있다'는 메시지를 보여주었다. '나는 비록 지금 당신들이 반대하는 것을 하지만 나의 영혼은 당신들과 함께 있습니다.' 이것이 집권해 있을 때는 그를 변명으로 일관하는 비겁한 대통령으로 만들었지만, 막상 그가 가고 나자 우리들에게 '분열적일 수밖에 없었던' 비극적인 우리 모두의 초라하고 팍팍한 삶을 그를 통해서 만나게 된 것이다. (나는 그의 통치에서 그가 자신의 영혼과 통치를 분열시키지 않았던 몇 개 안되는 정책 중의 하나가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이었다고 생각한다. 그는 이라크파병과는 달리 정말로 한미 FTA를 누구로부터 등 떠밀려서 한 것이 아니라 나라를 살릴 길이라고 확신을 가지고 있었던 것 같다.)

    그래서 많은 사람들이 그가 퇴임 이후 봉하로 내려갔을 때 진심으로 기뻐하며 그의 성공을 빌었다. 사람들은 그가 죽는 것이 아니라 '돌아오니 참 좋다'고 활짝 웃었던 것처럼 봉하에서 영혼과 삶이 일치하여 살기를 바랐다. 그런데 그의 죽음은 시골로 내려가더라도 그런 삶은 불가능하다는 것을 보여주었다. 그의 죽음은 그런 통합적이고 '참 좋은 삶'이라는 것이 이 땅에서 가능하지 않다는 절망을 우리에게 보여준다. 젠장. 조선 천지에, 어디에도, 율도국 따위는 없다.

    집권 기간 내내 그가 보여준 분열과 봉하에서의 짧았지만 행복했던 순간들. 그래서 그를 단지 신자유주의자라고 말을 하는 것은 부족하다. 적어도 하나 확실한 것은 그는 신자유주의자이지만 이명박 대통령이나 다른 신자유주의자와는 결정적인 점에서 하나 다르다는 점이다. 그는 통치자로서 정책적으로는 신자유주의자였지만 그의 인간관은 신자유주의가 아니었다. 인간에 대한 관점이 인간을 대상으로 하는 통치의 이데올로기와 달랐던 것. 이것이 그의 분열의 근본이며, 죽음 전과 후에 사람들이 그에 대해 느끼는 정서의 가장 큰 차이를 만들어낸다. 그가 그냥 신자유주의자였다면 그는 봉하로 내려가지도 않았을 것이고, 그의 비애를 그렇게 표출하지도 않았을 것이다. 그의 인간관은 참 뜨거웠다.

    그래서 그의 삶은 비극적일 수밖에 없었다. 노무현은 정치를 하는 동안에도 늘 실패하는 정치인으로 비극적이었고, 대통령이 되어 통치를 하는 동안에는 자신의 영혼과 대통령으로서의 자기의 역할이 분열되었던 비극적인 사람이었고(으로 이제는 기억되고 있으며), 그 좋다던 봉하로 내려와서도 결국은 해피엔딩을 맞이하지 못한 비극적인 인물이다.

    우린 그의 삶에서 비극을 본다. 그리고 그 비극은 남의 비극이 아니라 죽음에 가까워져 있는 우리들의 삶이다. 우리는 그의 비극에서 우리의 삶과 운명을 보았으며 그 비극에 감응되어 우리의 삶을 슬퍼하고 애도한다.

    그런데 우리가 애도하는 것이 우리 삶의 비극이라면 나쁘지 않다. 충분히 울고 난 다음, 비로소 우리는 힘을 얻고 용기를 내어 새로운 시작을 시작해볼 수 있는 용을 써볼 수 있을 테니깐 말이다. 충분히 슬퍼하자. 그의 죽음뿐만이 아니라 죽음에 가까워진 우리들의 운명과 삶을. 충분히 울고 난 후에야 우리는 사람 하나 자르고 책임을 묻는 것으로는 끝낼 수 없는 노무현을 넘어 이 삶의 분열과 비극을 종식시킬 수 있는 그런 방법을 찾아볼 수 있을 테니.  

    /엄기호 우리신학연구소 연구위원

    ===========================================================================  

    나 역시 노무현의 선의(善意)를 믿는다. 대통령으로써 그가 행한 수많은 잘못들에도 불구하고, 나는 그가 최소한 사익을 위해 그런 결정을 내렸다고는 생각치 않았다. 그것이 그가 지배 집단으로부터 철저하게 배척당한 이유였으며, 동시에 지배 집단 외부에게서도 배척당한 이유였다고 생각한다. 그는 자신의 선의를 믿었기에, 자신의 결정을 맹신했으니까. 반대하는 목소리를 경청하기 보다, 이게 다 너희를 위해서라는, 자식을 사랑하는 마음을 맹신하는 부모처럼 처신했다. 언젠가는 그 사랑을, 선의를 이해해 줄 것이라 믿으면서.

    그리고, 그래서 무너졌을 것이다. 그의 형님이, 그의 가족이, 많든 적든 부당한 이득을 얻었다는 것이 밝혀졌을 때, 그는 자신의 선의를 증명할 마지막 방법을 잃었다. '적'들의 악의에 찬 비방도, 그리고 국민들의 차가운 시선도, 사람들이 자신의 선의를 언젠가 이해해 줄 것이라는 희망이 있었더라면 견딜 수 있었을 것이다. 그저 그렇게 묵묵히 자연인으로 그 선의를 실천하며 살고 싶었을 것이다. 하지만 본인의 의지와 상관 없이, 그는 마지막 희망을 잃었다. 그렇게 그는, 무너졌다. 

    나는 그가 영웅이었다고 생각하지도 않고, 그를 영웅으로 만들려는 시도들에도 반대한다.(이것이, 조문 열풍(?) 속에 나를 불편하게 했던 것이다) 하지만, 그것이 그의 죽음이 슬프지 않다는 뜻은 아니다. 오히려 그가 너무나 인간적이었기에, 인간적인 약점과 한계를 보였기에 슬픈 것이다. 그 속에서 우리 삶의 모습들을 보기에, 이 비극적인 삶 속에 놓인 한 작고 나약한 인간을 보기에 슬픈 것이다. 단지, 그것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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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마노아 2009-06-04 13:1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맞아요. 그랬어요. 저런 사람도 죽어가는 대한민국에서 나같은 사람은 어찌 사나 기막히고 두렵고 무섭고, 그래서 더 슬펐어요. 마음이 따끔따끔한 날에 정곡을 찔리니 더 아파요...

    turnleft 2009-06-05 02:46   좋아요 0 | URL
    죄송해요, 위로는 못 해 드릴망정 오히려 아픔을 드렸네요...

    Jade 2009-06-05 00:1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노무현의 '죽음'을 슬퍼하는 것이 아니라 우리의 삶을 슬퍼하고 있다는 것을. 노무현의 죽음에서 이들이 본 것은 우리가 살아가는 '꼬라지'이다. 지금 여기서 사는 모습의 궁상맞음과 망가짐과 팍팍함과 초라함과 강퍅함을 슬퍼하고 있는 게다. 우리는 노무현의 죽음에서 이 땅에서 살아가는 것의 비극을 보았다."

    이 말이 마음에 팍 꽂혀요. 그래요. 사실 왜 우는지조차 모르면서 슬퍼하는 사람들이 많았을 것 같아요. 저 역시 그랬고.... 턴렙님 덕에 다시 한번 마음 가다듬고 가요~

    turnleft 2009-06-05 02:48   좋아요 0 | URL
    그러게요.. 사는 꼬라지가 왜 이 모양이어야 하는지 참..;;
    그래도 살아야죠. 살아서, 우리 뒤에 올 이들은 조금이나마 더 나은 꼬라지로 살 수 있게 해줘야죠.
     

    전에는 받아본 기억이 없는데, 알라딘에서 새 달 쿠폰이 준비되었다는 이메일이 날라오더군요 ^^; 

    언제나처럼, 가져가시는 분은 댓글로 남겨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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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09-06-02 09:12   URL
    비밀 댓글입니다.

    turnleft 2009-06-02 09:18   좋아요 0 | URL
    넵, 재밌게 보세요~~ ^^

    hnine 2009-06-02 10:0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영화 쿠폰 때문이 아니고, 그냥 안부 인사라도 드리려고 힐끔 들어와봤어요.
    어느 덧 6월이네요 ^^

    turnleft 2009-06-03 03:39   좋아요 0 | URL
    힐끔이 아니라 당당히 들어오셔도 언제나 환영입니다~ ^^;
    시간 참 빠르죠? 올해도 벌써 반이 다 지나가려 하니...
     

    뭔가 글을 적으려다가 논쟁을 감당할 자신이 없어 입을 다문다. 알량한 글로 타인의 생각을 바꿀 수 있다는 오만은 피하는 것이 낫다는 판단이다. 사람들은 저마다의 진실 속에서 살아가는 법이고, 그 진실에는 그 사람이 살아온 만큼의 무게가 있기 마련이다. 나는 그 무게를 뒤집을 자신이 없다. 더욱이, 죽음의 권위를 입은 투사들에게는 감히 덤벼들 용기조차 나지 않는다. 나는 이만큼이나 소심하다.

    맞서 싸워야 할 것은 권력이지 개인이 아니라고 스스로를 도닥여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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