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도 하늘말나리야 - 아동용, 중학교 국어교과서 수록도서 책읽는 가족 1
이금이 글, 송진헌 그림 / 푸른책들 / 2007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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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판절판


이금이 작가를 만날 기회가 주어졌는데 그 분의 작품을 한 권도 읽지 않아서 부리나케 가장 유명한 작품을 얼른 읽었다. 적어도 한 작품이라도 읽어야 할 것 같아서 말이다.  말로는 정말 많이 듣던 작품인데 차일피일 미루다가 오늘에 이르렀다.  특히 저학년을 하다보니 고학년 대상 책은 나중에 읽지 뭐 이렇게 미루게 되는 경향이 있다. 

하여튼 어디를 갈 기회가 생겨서 고속 버스 안에서 모두 읽었다. 예상했던 것과 달리 아주 재미있었다. 두껍다고 여겨졌지만 읽다 보니 단숨에 다 읽을 수 있는 그런 책이다. 그러니까 두껍다고 미루거나 겁먹지 않기를. 

하늘말나리야를 처음 들었을 때 곤충 이름일 거라 생각했었다. 하지만 이건 무지의 소치였고 하늘말나리는 나리꽃의 한 종류이다. 하늘말나리는 이 책의 주제를 내포하고 있는 아주 중요한 소재이다. 바우가 그린 하늘말나리, 바우가 소희 누나를 닮았다고 생각한 하늘말나리는 나리 꽃의 한 종류지만 다른 나리 꽃들과 달리 하늘을 향해서 핀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이라고 한다. 하늘을 향해 꽃잎을 벌리고 있는 모습을 상상해 보라. 바우는 그 꽃이 소희 누나를 닮았다고 말한다. 자신을 사랑할 줄 아는 당당함을 가진 소회 누나.  책의 마지막 부분에서는 소희가 바우와 미르에게 <너희들도 하늘말나리야> 라는 말을 한다.또한 이 책을 읽는 대부분의 독자들도 이 책을 접으면서 < 나도 하늘말나리야> 라고 스스로 주문을 걸었을 게다. 나도 그랬으니깐.

이야기는 크게 네 부분으로 나뉘어져 있다. 미르 이야기, 소희 이야기, 바우 이야기. 마지막 이야기  이렇게 말이다.   작가는 각 성장통을 겪는 세 아이의 이야기를 들려 주는데 제목 또한 그 아이의 성격에 맞게 지어진 점이 특이했다. 미르는 간결하게, 소희는 작가답게, 바우는 화가답게 들꽃의 이름으로 제목을 지은 것이 눈에 띄었다. 

세 아이의 현재 모습은 우리가 흔히 말하는 결손 가정의 모습이다. 덜하고 더하고의 정도를 비교하기가 그렇겠지만 개인적으로 소희가 가장 불행하지 않나 싶다. 왜냐하면 소희는 아주 어릴 적에 아버지를 여의고 어머니는 재혼하여 할머니 손에 키워진 아이이다. 반면 바우는 7세 때 까지는 부모님의 사랑을 듬뿍 받으며 자랐지만 7세 때 어머니가 병으로 돌아가신 후 그 충격으로 선택함구증을 앓고 있는 아이이다. 마지막 미르는 가장 최근까지 부모님 밑에서 자란 평범한 가정의 아이였지만 겨울 방학 때 부모님의 이혼으로 인해 달밭에 어머니를 따라 오게된 경우이다. 이렇게 보면 객관적으로 볼 때 소희의 처지가 가장 딱하다고 할 수 밖에 없는 것 같다.  그런데 거꾸로 소희가 가장 독립적이고 씩씩하며 자신의 생활을 잘 영위해 나간다. 그 다음에 바우, 최근에 이혼을 겪은 미르가 가장 혼동에 쌓여 있고 반항심도 깊으며 자신의 처지를 비관하는 정도 또한 가장 심하여 타인에게 자신을 열어 보이지 않고 문을 걸어 잠그고 있으며 타인에 대해 굉장히 공격적인 모습을 보여 준다.  소희와 미르를 비교해보면 미르는 굉장히 응석쟁이이다. 소희가 더 오랜 시간 동안 고통 속에서 살아왔으며 현재도 하나 밖에 안 계시는 할머니가 자리에 누워계신 상태인데도 열심히 생활하는 반면에 미르는 이혼한 엄마에 대해 원망을 가지고 있으며 새로 전학온 학교나 학교 친구들에게도 적대감을 가지고 생활한다.  미르는 응석을 부릴 어머니가 있지만 소희는 그런 어머니조차 없고 자신이 돌봐 드려야 할 할머니 뿐이기에 너주 조숙한 그 모습이 더 슬퍼 보인다. 미르가 가장 어린아이 같이 떼를 쓰는 것도 소희는 부모에 대한 추억이 없기 때문일 것이고 미르는 가장 최근까지 아빠와 함께 했던 추억들이 많기에 지금의 상황을 더 적응할 수가 없는 건가 보다. 

어찌 되었건 세 가정의 모습을 작가는 굉장히 공들여 만들어 낸 듯 하다. 조손 가정, 사별한 가정, 이혼한 가정에서 자란 아이들이 겪을 수 있는 그런 마음의 고통들을 독자들이 이해할 수 있도록 굉장히 오랜 시간 동안 사색한 흔적이 보인다. 작가의 말대로 구상한 지는 오래되었는데 잘 써지지가 않아 애를 먹었다는 이야기가 그대로 전해진다. 세 아이를 둘러싼 어른들의 모습들도 마찬가지로 그냥 조연이 아니라 아이들처럼 입체적으로 그려져서 더 재미있었던 것 같다. 

미르의 어머니와 바우의 아버지가 서로에게 호감을 가지고 잘 지내는 모습을 보면서 바우와 미르가 느끼는 배신감 또한 이해할 수 있었고 반대로 미르 어머니가 미르에게 하던 말 < 엄마가 아니라 한 여성으로서 봐 달라>는 어머니의 말 또한 공감이 된다. 

마지막 바우가 떠나는 소희에게 누나라는 말을 안 하는 부분도 상징적이다. 이제 바우도 소희처럼 혼자 서서 자신을 사랑할 줄 아는 하늘말나리가 되겠다는 다짐이 엿보인다. 이혼 후유증에 시달리던 미르  또한 아기가 태어나는 과정을 지켜봄으로 인해서 새삼 성장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세 아이는 자신을 진정 사랑할 줄 아는 아이로 자랄 것임을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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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네의 일기 눈높이 클래식 29
안네 프랑크 지음, 정미영 옮김, 김태균 그림 / 대교출판 / 2010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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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신문 한 귀퉁이에 실린 글을 본 적이 있다. 바로 그 날이 안네의 생일(6월 13일)인데 안네가 13세 생일 선물로 받은 일기장을 가지고 2년여 동안 일기를 썼고 이  일기를 안네가 잡혀갈 당시 미에프라는 이웃이 몰래 책장에 숨겨 두었고 나중에 혼자 살아 남은 안네의 아버지가 그것을 책으로 출간하게 되었다고 한다.그 신문 기사를 보고 나서 강하게 안네의 일기가 보고 싶던 터에 이렇게 운좋게 당첨되어 책을 접하게 되었다. 

너무 유명한 책들은 그 시기를 놓치면 안 읽게 되는 경우가 왕왕 있는데 이 책 또한 나에게 그런 존재였다. 너무 유명해서 지나쳐버렸던 책을 우연히 읽게 되었는데 참 잘 읽었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 이유 중 하나는 안네를 비롯해서 은신처에서 살았던 8명의 생활이 우리들의 일상과 별로 다를 게 없었다는 것이다. 그건 바로 내가 그 상황이더라도 마찬가지였을 것이고 누구든지 그 상황이라면 똑같은 일들을 했을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책을 읽기 전에는 막연히 안네의 일기에는 전쟁에 대한 공포와 두려움, 절망과 독일군의 잔학상들이 절대적일 거라 생각했었는데 그것과는 달리  사춘기를 겪는 안네의 일상적인 이야기들이 주를 이루고 있었다. 물론 전쟁 상황이라는 것과 은신 중이라는 특별한 상황은 곳곳에 나오긴 하지만 그것이 주를 이룬다기 보다는 13세~15세 소녀의 눈으로 바라본 온갖 생활의 단편들이 더 주를 이룬다는 생각이 든다.  

2년 넘게 쓰여진 일기 속에서 가장 많은 부분을 차지하는 것은 바로 은신처에 있는 8명의 사람들 사이의 갈등이다. 그 중에서도 안네는  다른 사람들에게 건방지고, 제멋대로이고, 천방지축이며, 수다가 많고 고집쟁이로 통하며 갈등 상황의 중심축이 되고 있다. 특히 반 단 부인과의 반목은 그런 씩씩한 안네에게도 매번 큰 상처를 주기도 하며 자신을 이해하지 못하는 엄마와의 갈등, 그리고 페터와의 우정, 사랑 등등은 전시 상황, 은신처 생활을 하는 이들에게도 마찬가지로 사람 사이의 관계에서 일어나는 일들이 여전히 존재함을 보여 준다.  언제 죽을지 모르는 상황에서 무슨 싸움이며 사랑이냐 할 수도 있겠지만 그렇지 않다는 거다. 똑같이 싸우고, 똑같이 사랑하고. 똑같이 화해하고.... 그런 위험한 상황에서라면 모든 것이 이해되고, 배려하며 살 것 같은데 그렇지 않다. 8명은 평상시 생할과 똑같이 갈등하고 싸우고, 화해한다. 그것이 우리 인생인 듯 하다. 오히려 은신 생할이 그들을 더욱 더 예민하게 만들어 조그마한 일에도 더 화를 내는 상황을 보면서 인간의 연약한 모습을 보게 된다.

또 한 가지. 안네, 마고트(안네 언니), 페터 등을 비롯하여 은신처 식구들이 끊임없이 학문을 추구하고 독서하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언제 게슈타포에게 잡혀갈지 모르는 상황에서 공부는 무슨 공부? 이렇게 생각할 터인데 그들은 그렇지 않았다. 대수학, 속기, 프랑스어, 영어 등등 학교에 다닐 때랑 똑같이 공부하며 책을 읽으며 자신의 학문을 쌓아 나간다. 안네의 아버지 또한 디킨스를 손에서 놓지 않았다는 이야기가 일기 곳곳에 나와 있다.  이렇게 일상 생활을 꾸준히 해 나가는 부분이 나에게는 감동적이었다. 그것이 바로 희망을 안고 사는 모습으로 비춰졌기 때문이다. 언제 잡혀 갈지 모르니깐. 언제 죽을 지 모르니깐. 아무렇게나 살자가 아니라 그렇게 차근차근 일상 생활을 해 나갔던 그들의 모습이 존경스럽다. 그 와중에도 책을 읽고, 희망을 가지며 미래를 준비하는 모습들이 오히려 읽는 이에게 난 그들과 비교할 때 현재를 열심히 살고 있나 반문하게 만들었다.   역으로 그들이 그런 생활을 하지 않고자포자기하며 매일 매일 불안에 떨고 있었다면 더 견디기 힘들었을 거라는 생각도 든다. 그렇게 일상적인 일들을 해 나갔기에 견딜 수 있었고 책이 있었기에 위로가 되었을 거란 생각도 해 본다.

안네는 한창 감수성이 예민한 사춘기 시절을 그 곳에서 보내면서 일기장 키티를 통해 자신의 이야기를 솔직하게 써 나간다. 가장 좋아하는 아빠와 페터에게도 말 못하는 부분들을 오직 키티에게 말하며 그럼으로써 자신의 상처를 치료해 가고, 자신의 사랑을 키워 가고, 자신의 꿈을 준비해 나간다. 사춘기 소녀가 그 좁은 공간에서 느꼈을 답답함 , 반항심 등은 어른들에게 전혀 고려의 대상이 되지 못하고 오히려 그런 안네의 언행이 어른들에게 못마땅한 대상이 되어 안네의 마음을 후벼 판다. 안네는 그래도 당당히 맞서 싸우며 자신의 꿈을 준비해 나간다. 안네 말처럼 하나님이 안네에게 글쓰는 재주를 주셔서 13-15세  소녀가  썼다고 믿기지 않을 정도로 깊은 내용들도 있다. 그래서 아버지가 나중에 조작한 것이 아닌가라는 설도 있었다고 하는데 안네의 친필로 판명되었다고 한다. 그만큼 은신처 생활 속에서도 자신을 가꾸기를 게을리 하지 않고 여러 가지 책들을 많이 읽은 덕분에 안네는 박식할 수 있었다는 점이 우리 어린이들에게 시사하는 바가 크다고 생각한다. 아마 안네가 살아 있었다면 분명 훌륭한 기자가 되었을 거라 생각된다. 

언젠가 암스테르담에 가면 안네의 은신처를 꼭 가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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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영전 (문고판) 네버엔딩스토리 17
강숙인 지음 / 네버엔딩스토리 / 2010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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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표지는 그 유명한 신윤복의 <월하정인>이다. 받는 순간 표지가 너무 멋져서 얼른 읽고 싶어졌다. <월하정인>이 표지에 씌여졌다면 이건 남녀의 사랑 이야기일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솔직히 이 책을 접하기 전에는 운영전에 대한 사전지식이 없었다. 다 읽고 나서야  예전에 고등학교 때 고문시간에 제목을 배웠던 기억이 가물가물 났다.   읽고 나서 보니 춘향전, 견우와 직녀, 로미오와 줄리엣만큼 재미있다. 춘향전도 그렇지만 원전은 약간 성인만이 볼 만한 내용들이 나와서 놀랐던 기억이 있는데(고등학생일 때 ) 운영전의 부분에서도 두 남녀가 애틋한 사랑을 하는 장면이 나와서 아이들이 읽기에 괜찮을까 약간 걱정스럽기도 하다. 작가도 그래서 11세 이상 권장을 하고 있기는 한데... 요즘 어린이들은 일찌기 드라마나 영화 만화등에서도 자연스럽게 키스씬이나 애정씬을 보와 온 터라 충격이 덜 하려나 싶기도 하고.. 어찌되었건 어린이들이 이해하기 쉽게 한문소설 <운영전>을 쉽게 풀어 쓴 것 만큼은 확실하다.  한 손에 잡고 단숨에 다 읽었다.  

책 속으로 들어가면 유영이라는 가난한 선비가 예전에 안평대군(세종대왕의 셋째 아들)이 살던 수성궁을 찾아가는 것부터 시작된다. 예나 지금이나 사람의 겉모습만 보고 판단하는 것은 똑같은 모양. 수성궁에 풍류를 즐기러 나온 선비들은 유영의 남루한 옷차림을 보고 조롱한다. 이에 유영은 혼자 후원으로 들어가고 수성궁이 몰라보게 초라해진 모습에 슬퍼하며 술을 혼자 마시다가 잠이 든다. 한참을 지나 깨어 보니 두 남녀가 정겹게 이야기하는 모습이 보여 함께 이야기를 하다가 그 여인의 이름이 운영이라는 것을 알게 되고 둘의 사연이 궁금한 유영은 그 여인의 이야기를 듣는다. 남자는 운영이 하는 이야기를  < 운영전> 이라 이름짓고 운영이 하는 이야기를 책으로 쓴다. 이렇게 운영이 유영이라는 선비에게 자신의 살아온 이야기를 들려 주는 형식으로 되어 있다. 표지에 나온 남녀는 책으로 말하자면 여인은 운영이고. 남정네는 바로 운영의 정인인 김진사인 셈이다.  

둘의 애틋한 사랑 이야기가 전편의 주된 줄거리이나 난 그것보다 안평대군의 독선이 가장 눈에 띈다. 대군은 수성궁에 10명의 궁녀를 데려와서 그들에게 시를 가르친다. 몇 해가 지나자 이들의 실력은 일취월장하여 안평대군을 찾아오는 여느 선비들에 비할 만큼 훌륭해진다. 하지만 안평대군은 궁녀들에게 절대 바깥 출입도 못하게 하고 어느 누구와도 상종을 못하게 하며 오직 자신만을 바라보며 자신의 기쁨을 위해 시를 짓게 한다. 안평대군은 그 시대에 그 누구보다도 뛰어난 문장가이고 세종대왕이 가장 사랑한 아들이라고 한다. 그런 그이지만 궁녀를 대하는 태도는 그렇게 인격적이지는 못한 것 같다.겉으로는 궁녀들을 위하는 것 같지만 결국 궁녀들에게 시를 가르쳐 줌은 자기 만족을 위함인 듯 하다. 그렇지 않고야 궁녀들을 꼭꼭 숨겨두고 아무에게도 보여 주지 않는 걸 어떻게 이해할까?  안평대군이 지었다는 비해당- 게을러 지지 않도록 스스로 조심한다.- 과 그 옆에 쌓았다는 맹시단-훌륭한 시를 짓기로 맹세한다.-의 이름이 부끄러워지는 대목이다. 누구를 위한 비해당이고 누구의 만족을 위한 시였을까?   수성궁은 안평대군의 제국이었을 뿐이고 그 안에 갇혀지내는 궁녀들은 그저 예쁜 인형에 불과한 셈이다. 여기에 반기를 든 사람이 바로 운영이다. 평생을 대군의 여자로 살아야 할 운명임에도 불구하고 외갓 남자를 사모하여 상사병이 생기는 지경에 이른다. 어느 날 대군이 10명의 궁녀를 모아 놓고 시를 짓게 하는데 유독 운영의 시에서 다른 사람에 대한 그리움이 묻어난다며 운영의 마음을 의심하는 장면은 사뭇 긴장감이 넘친다. 

마지막 부분에 운영이 스스로 자신의 목숨을 버리는 부분이 혹여 어린이들에게 나쁜 영향을 끼칠까봐 우려되나 원문이 그러니 어쩔 수는 없었을 터이고 우리나라 역사와 고전에 대한 이해가 부족한 요즘에 이런 쪽에 꾸준한 관심을 가지고 계속해서 책을 쓰시는 작가님께 감사의 마음을 전하고 싶다.  운영전은 남녀의 사랑이야기일 뿐 아니라 그 속에 신분사회에 대한 비판의식이 들어 있는 작품인 것 같다.  엔딩도 춘향전과는 달리 비극으로 끝낸 점이 특이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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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래시계가 된 위안부 할머니 (문고판) 네버엔딩스토리 19
이규희 지음 / 네버엔딩스토리 / 2010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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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일은 광복절이다. 우리 어린이들에게 광복절이 무슨 날인지 물어 보면 정확히 아는 친구가 얼마 정도 될까? 요즘은 대학생조차도 광복절이나  4.19  ,6.25전쟁 등 역사적 사건에 대해 모르는 경우가 많다는 이야기를 들은 것 같다. 하물며 우리 어린이들이 위안부 할머니들에게 알 리가 없지.  그래서 이런 책이 나와 준 거에 대해서 먼저 감사하다. 

나 또한 위안부 할머니에 대해서 뉴스를 통해서만 들었지 솔직히 그 분들에 대해서 깊게 생각하거나 마음 저 깊은 곳에서 함께 분노하고 슬퍼해 본 적이 없었던 것 같다. 이 책을 읽고 나서 이야기 속의 김은비 학생처럼 나 또한 황금주 할머니에 대해 검색을 해 봤다. 그랬더니 정말 실존 인물이고 이야기 처럼 지금은 치매와 파킨슨 병으로 부산 요양원에 계시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이규희 작가님이 쓰신 작가 후기에도 직접 할머니를 인터뷰하시고 할머니의 고향인 선팽이에도 함께 다녀오신 걸 읽고 나서 작가님이 이런 역사적인 사건에 대해서 우리 어린이들에게 꼭 알려 주고 싶은 열망이 있다는 걸 알았다.  후세가 그 분들을 기억해 주지 않는다면 그분들의 인생이 너무 허망하고 슬프지 않은가!  그래서 난 이 책을 많은 어린이들이 읽고 위안부 할머니들에 대해서 기억해 주고 더 나아가 그분들의 평생 소원(바로 일본의 사죄)이 이뤄질 수 있도록 같이 싸워줄 수 있는 사람으로 자라나길 바란다. 내 자녀에게도 내가 가르치는 아이들에게만이라도 위안부 할머니들의 이야기를 알려 줄 필요성을 깨닫게 해 준 고마운 책이다.

은비가 처음에는 옆집에 사시는 황금주 할머니를 귀신할머니라고 무서워하고 두려워했지만 자신도 성추행 비슷한 경험을 하고 나서 할머니가 얼마나 고통스러웠을까 이해하며 점점 할머니와 가까워지는 걸 보면서 우리들도 그 할머니의 고통을 조금이나마 이해하고 함께 분노하고 함께 슬퍼하며 함께 나아갈 수 있었으면 한다. 할머니도 그렇고 은비도 그렇고 세상적으로 볼 때 약자이고 가난한 자이다. 하지만 그들은 마음만은 부자인 듯 하다. 할머니도 자신이 그렇게 어려운데도 불구하고 4명의 고아들을 거둬 먹이셨는데 은비네 가정도 임대 아파트에 사는 형편이 넉넉지 못한 가정이지만 그래도 이사왔다고 이웃에게 부침개도 돌리고 마지막에 할머니가 놔두고 가신 꽃 화분을 집에 가져와 키우는 마음이 넉넉한 진정한 부자들이다.  자신이 어려움을 당해 본 사람만이 측은지심이 있어 타인을 도울 줄 아는 것 같다.    

작가는 우리 사회에서 현재 벌어지고 있는 일들에 대해서도 예리하게 짚고 있는데 임대 아파트에 대해 부정적인 시각을 가지고 있는 것과 요즘 들어 연일 일어나는 성폭행, 성추행 사건 또한 다루면서 은비의 성추행 경험을 자연스럽게 할머니의 위안부 생활과 연결지어 생각하게 해서 어린 독자가 읽는 다면 할머니의 고통이 어떤 것이었을까 이해하기가 쉬울 듯 하다.  전작인 조지 할아버지의 6.25에 비해 실존 인물 이야기라서 그런지 더 생생하고 이야기 전개도 빨라서 단숨에 읽어 버렸다.   

정말 꽃다운 나이에 일본에 의해 끌려가서 꽃봉오리가 꺾이고 해방이 된 후에도 자신의 처지가 부끄러워서 고향이나 가족에게조차 돌아갈 수 없었던 그 분들에 대해서 관심을 가지지 않았던 것이 너무 너무 죄송하다. 243분의 할머니께서 고령에도 불구하고 매번 수요 집회를 하시고 어려운 여건 속에서도 서로 의지하시며 지내시다 지금은 83명만 생존해 계시다고 한다.  모래시계처럼 언젠가는 그분들도 모두 바람에 흩어져 날아갈 터인데 우리 나라는 도대체 그분들을 위해 해준 것이 무엇인가?  살아 생전에 일본으로부터 사죄와 보상만이라도 받을 수 있도록 정말 노력했어야 하지 않는가? 그런데 이번 한일 강제 병합 100년 담화문에도 강제 징용자와 위안부에 대한 사죄와 보상문제는 쏙 빠졌다는 뉴스를 들었다.  나라는 무슨 노력을 기울여서라도 위안부 할머니들이 모두 돌아가시기 전에 일본으로 부터 사죄와 보상을 받아내야 한다고 생각한다. 이건 위안부 할머니들 개개인의 문제가 아니라 나라의 문제이다.  할머니들이 돌아가시더라도 두 눈 편히 감으실 수 있도록 해 드려야 할 것 같다.  부디 모든 위안부 할머니가 다 하늘나라 가시기 전에 일본으로부터 사과를 받고 그에 합당한 보상도 받아내었으면 한다.  더불어 개개인이 할 일은 바로 그분들을 기억하는 것이다. 그분들의 고통과  억울함, 분노, 슬픔을 기억하여 후세에게 알려 주는 것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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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밀은 사고뭉치 동화는 내 친구 72
아스트리드 린드그렌 지음, 햇살과나무꾼 옮김 / 논장 / 1999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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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좋아하는 작가 아스트리드 린드그렌의 작품이라서 오래 전부터 읽고 싶었는데 마침 반값행사를 해서 얼른 구매하여 단숨에 읽어 버렸다. 글씨도 큼직하고 내용도 어렵지 않아서 저학년 어린이들도 쉽게 읽을만한 책이다. 

에밀은 말 그대로 사고뭉치이다. 하루에도 사고를 몇 번씩이나 내는 바로 짱구 같은 아이이다. 나이는 7세. 농장에서 부모님과 여동생과 사는 것도 어쩜 짱구라 똑같은지. 매일 매일이 에밀이 치는 사고의 연속되는 나날들이지만 특히 엄청 큰 사고와 잦은 사고를 낸 3일을 이야기로 썼다.  그런데 이 사고뭉치 에밀이 바로 이 마을의 이장이 되었다는 사실을 전해 주면서 아무리 사고뭉치라고 해도 구제불능은 아니라는 것을 미리 알려준다. 

에밀을 읽으면서 계속 비교되는 인물이 바로 사고뭉치 짱구와 삐삐이다.  솔직히 말하면 짱구와 삐삐에 비하면 에밀은 그렇게 사랑할 만한 캐릭터가 아니다. 둘은 사고뭉치이며 천방지축이지만 그래도 가끔 자상한 행동을 한다. 특히 삐삐는  더 그렇다. 그런데 에밀은 그런 에피소드가 나오지 않아서인지 흠뻑 빠져들지 못하는 캐릭터이다.  마지막 장에서 에밀이 나무 총으로 도둑을 잡는 장면이 나오는데 그것만으로는 왠지 부족하다. 

그래도 저학년 어린이들이 읽으면 좋아할 만하다. 어린이들은 이런 말썽꾸러기 이야기나 만화를 보면서 대리만족을 느끼는 듯하다. 그렇게 말썽을 부리는데도 에밀의 엄마는 야단치기 보다 아이를 믿어 주고 걱정해 주는 모습이 내심 양심을 찌르기도 한다. 

아이들은 아이들이기 때문에 호기심으로 하는 행동을 무작정 못하게 하거나 윽박지르거나 야단치는 것은 좋지 않음을 우리 어른들에게 일깨워 준다. 에밀의 어머니처럼 한걸음 뒤로 물러나 생각해볼 여유를 가져 보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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