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수퍼남매와 위안부 실화를 다룬 "귀향"을 보고 왔습니다.
개봉 첫날 관람객수 1위를 하였다는 기쁜 소식이 들리더군요.
초반에 예매율과 좌석 점유율이 높아야 상영관을 늘릴 수 있다는 이야기를 듣고
금주 수요일에 "동주"를 봤지만 다시 영화관을 찾았습니다.
딸이 먼저 언제 "귀향" 볼거냐고 묻고 꼭 봐야 한다고 하더라고요.
아직 초딩인 아들도 함께 관람했는데 좀 무리가 아니었나 싶기도 해요.
성폭력에 대해 아직 정확히 모르는 나이라 소녀들이 겁탈 당하는 장면을 비롯해 여러 장면에서 눈을 가려야 했습니다.
예매 전에 아들을 데려가야 하나 말아야 하나 좀 고민했어요.
일단 아들 의사를 물어본 다음 결정하자 싶어 물어봤는데 본인이 간다고 하여 함께 관람했죠.
그래도 조금 걱정이 되더라고요. 너무 충격 받을까 봐서요.
(중학교 이상은 충분히 봐도 됩니다. 그렇게 선정적이거나 자극적이지 않습니다.)
영화 관람에 앞서 위안부가 당했던 일을 간략하게 설명해 주었습니다.
예전에 "꽃할머니" " 평화의 소녀상" 같은 그림책을 함께 봤는데 잘 모르더라고요.
영화 보기 전 관련 그림책을 한번 읽고 갔으면 나았겠다 싶은 생각이 들었어요.
(하필 교실에 있는 바람에....)
동주 때보다 더 사람이 많은 것을 보고 마음 한 켠이 뿌듯했습니다.
이 정도면 500만은 되지 않을까 싶은데...
조정래 감독은 이 영화를 구상하고 만들기까지 14년이 걸렸다고 합니다.
영화가 다 만들어지고나서도 아시다시피 상영하기가 녹록하지 않았습니다.
정말 어렵게 상영관을 잡아 24일부터 상영이 시작되었습니다.
이 일이 이뤄지기 위해 75,270명이 펀딩에 참여하였다고 합니다.
(마지막 크레딧에 그 이름이 모두 나오는데 완전 감동입니다. )
"20만 명의 소녀들이 끌려갔고,
238명만이 돌아왔다.
그리고 이제,
46명만이 남아있다."
영화 홍보 포스터에 적혀 있는 내용입니다.
할머니들의 숫자는 점점 줄어들고 있지만
우리 5000만 한국인이 아니 대대손손 기억해야 할 이야기라고 생각합니다.
영화는 처음으로 자신이 위안부였음을 알린 " 고 김학순 할머니"의 인터뷰로 시작합니다.
현재와 과거를 오가는데 1943년의 정민과 현재 또다른 성폭력의 피해자 은경을 오가며 이야기가 전개됩니다.
"아리랑"은 왜 그리 구슬픈지요?(원래도 슬프지만 더 슬퍼요. )
위안소에서 잠깐 벗어나 햇빛을 쬐일 때,
경성에서 기생이었던 아무개 언니가 부르던 " 가시리"는 또 얼마나 처량하던지....
감독의 인터뷰를 보니 영화에서는 할머니들이 당한 일의 1/100도 담지 못했다고 합니다.
왜 아니겠습니까?
이 영화는 강일출 할머니의 실화를 토대로 만들어졌다고 합니다.
저도 강일출 할머니가 그린 "태워지는 처녀들" 그림을 책에서 본 적이 있어요.
감독은 이 그림을 보고 너무 큰 충격을 받았고 이걸 영화로 꼭 만들어야겠다고 결심했다고 하네요.
후반부 들어서면서 여기저기서 "꺼이꺼이" "훌쩍훌쩍" 소리가 들렸습니다.
저도 준비해간 손수건으로 눈물을 닦아야 했습니다.
딸과 자주 영화를 보러다녔지만 잘 안 우는 아이인데
"동주" 와 "귀향"을 볼 때는 저보다 더 많이 울더라고요.
자기 같은 청소년은 꼭 봐야 한다고 힘주어 말하더군요.
집에 청소년이 있다면 꼭 함께 보길 바랍니다.
중고등학교 시절이 가장 감수성도 예민하고 정의감도 발달하는 시기 같아요.
"동주"에서도 보면 동주와 몽규가 문학을 하고 나라 걱정을 하는 시기도 다 이 시기잖아요.
"동주"와 "귀향"은 나라의 주권을 빼앗긴 암울한 식민지 시대,
힘 없는 국민으로서 당해야 할 아픔과 고통을 말해주고 있습니다.
아프고 슬프며 화나지만 분명 우리의 역사입니다.
외면해서는 안 된다고 생각합니다. 숨겨서도 안 된다고 생각합니다.
아이들이 몰라야 할 진실은 없다고 생각합니다.
"동주"의 두 주인공 동주와 몽규의 고뇌와 분노를 보면서
"귀향"소녀들의 아픔을 보면서
다시는 이런 일이 되풀이 되지 않게
아픈 역사지만 제대로 알고
나부터 제대로 살아야겠다는 생각을 해 봅니다.
영화 관람 후 "귀향" 조정래 감독의 인터뷰를 봤는데
앵커우먼이 " 너무 아프고 슬플까 봐 볼까말까 망설인다는 분들이 많다" 고 하자
감독이
" 아프고 슬프지만 마지막 장면에 타향에서 혼이 된 소녀를 고향에 돌려보내는 장면이 나온다.
그 소녀들이 고향에 돌아가는 장면을 꼭 함께해주시길 바란다"고
하시네요. 저도 같은 의견이에요.
인터뷰 보고나서야 알았네요.
"귀"가 돌아갈 귀가 아니라 귀신 귀를 뜻한다는 것을요.
소녀들이 고향에 돌아가는 모습을 꼭 보시길 바랍니다.
조정래 감독 인터뷰 보면서 아이들 보기 부끄럽지 않게 정말 제대로 잘 살아야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14년 동안 포기하지 않고
아무도 가려 하지 않은 길을 힘겹게 걸어온 감독에게 감사의 마음을 전합니다.
거기에 노 개런티와 재능 기부로 영화 작업을 한 200여 명의 스텝,
그리고 75000명의 후원자들이 있었기에 이런 일이 가능하지 않았나 싶어요.
"함께 꾸는 꿈은 현실이 됩니다." 정말 그렇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