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트 & 맥스 베틀북 그림책 105
데이비드 위즈너 글.그림, 김상미 옮김 / 베틀북 / 2010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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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데콧을 3번이나 수상한 데이비드 위즈너의 작품이니 

그 명성만으로 당연히 책을 사 봐야지. 

<이상한 화요일><시간 상자>< 아기 돼지 세 마리> 등에서 보여주던 기발한 상상력을 다시  

볼 수 있으리라 기대하면서 책장을 열었다. 

 

아서와 맥스가 솔직히 무슨 동물인지 잘 모르겠다. 

이구아나 같기도 하고 도마뱀 같기도 하고...  

하여튼 동물이 나오니 아이들은 당연 좋아하겠지.

 

그림을 잘 그리는 아서를 아트라고 부르는 맥스가 

자신 또한 그림을 그리고 싶다고 해 놓고선 

온갖 말썽을 다 부린다. 

그림을 그리라고 했더니 캔버스에 그리는 것이 아니라 

아서의 몸에 그림을 그리고 있는 거다. 엉뚱한 맥스 같으니라구. 

그런데 모두 어이업서 하는 순간 

두껍게 유화 물감이 발라진 아서의 몸은 유리 파편처럼 산산 조각이 난다. 

아트(아서)는 이대로 공기 중에 사라져 버리는 걸까. 

 

화가 아트와 말썽쟁이 맥스를 통해 새로운 것을 발견하는 예술가의 기쁨을 보여 준다. 

데이비드 위즈너도 자신의 이야기를 그렸다고 한다. 

매번 새로운 것을 보여주는데이비드 위즈너의 이번 작품 또한 

데이비드 위즈너의 상상력이 돋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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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벽 아이세움 그림책 저학년 37
피터 시스 글.그림, 안인희 옮김 / 미래엔아이세움 / 2010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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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를린 장벽이 무너지던 날이 생각난다. (1991년 11월 7일)

아직도 우리 한반도는 둘로 쪼개져 있고 긴장이 존재하며 지금은 언제 다시 전쟁이 터질까 불안 

하고 있다. 

어제 교실에서 어떤 아이가 <북한은 나빠> 라고 말하는 걸 들었다. 

그 이유를 물어 보니 연평도에 폭탄을 쏴서 그렇다고 한다.  가슴이 먹먹해진다.

오래 전 어릴 때 초등학교에서 반공교육으로 <북한은 빨갱이>라고 배웠던 기억이 떠올랐다. 

<티보와 토마 이야기>를 보면 전쟁이란 것은 정말 엉뚱한 것에서 출발하고 

그로 인해 수많은 사람이 죽어가고 정작 전쟁을 일으킨 장본인은 더 부자가 됨을 보여준다. 

<북한이 나빠>라고 하는 어린이들에게 

<같은 단군의 자손이니 통일을 해야 돼요>라고 가르칠 수 있을까 싶다. 

  

<마들렌카>의 작가 피터 시스의 <장벽>은 체코 출신인 작가의 자전적 이야기를 담은 그림책이 

다. 

냉전 시대에 겪었던 자신의 상황을 특유의 그림으로 담아 내고 있다. 

다소 저학년 어린이들은 이해하기 어려울 지 모르겠으나 

그림책은 누구나 소화할 수 있는 요소가 있으므로 

아이들 나름대로 느끼는 게 있을 것 같다. 

  

유일한 분단 국가인 우리 나라 

언제쯤 장벽을 허물고 서로가 얼싸안을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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힘내라! 힘찬 왕자 아이앤북 인성동화 6
송언 지음, 경하 그림 / 아이앤북(I&BOOK) / 2010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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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언 이란 작가의 이름을 기억하고 있는 건 어떤 분의 리뷰 중에서 

 <슬픈 종소리>란 책을 보았기 때문이었다. 

제목이 참 시적으로 느껴졌다.    아직 읽어 보지 못했지만 꼭 읽어 보리라 마음에 두고 

있는 책이다. 그러던 차에 <힘내라, 힘찬 왕자>가 내 손에 들어 왔다. 

아침 독서 10분 시간에 읽을 수 있을 만큼 짧막한 이야기이다. 

읽다 보니 어쩜 이렇게 초등학교 교실 현장을 그대로 재현해 놓았나 싶은 궁금증이 생겼다.  

그래서 작가 약력을 보니 역시 나처럼 초등학교 교사였다. 

그러길래 이렇게 현장을 잘 알고 계시구나 싶었다.  

 

요즘 초등학교 교사들을 가장 힘들게 하는 아이들은 

바로 힘찬 왕자처럼 산만한 아이들이다. 

예전에도 그런 아이들이 없었던 것은 아니지만 

지금은 예전에 비해 아주 많아졌다는 사실이다. 

흔히 말해 ADHD로 분류되는 아이들도 많아졌고  

ADHD 는 아니지만 거기에 준할 만큼 

행동이 크고, 주의 집중이 안 되는 친구들이 정말 여럿 있다.  

(남자 애들이 더 심하다. )

 

8년 전 겪으신 일을 이렇게 동화책으로 쓰셨다고 하는데 

나 또한 이 책을 읽으면서 현재부터 해서 과거에 내가 가르쳤던 아이들의 모습들이 

오버랩되었다.  

그 친구들 역시 힘찬이처럼 어디로 튈지 모르고,  

아무 때나 말 허리를 잘라 먹고 

자세는 항상 흐트러져 있고 

주변 정리 안 되고 

수업 방해 심하고 

행동은 엄청 크고 

장난을 무척 좋아하고   

장학사처럼 아무 때나 교실을 순시하고.... 

 

그래도 내가 맡은 아이들은 힘찬이에 비하면 아주 양호한 편이다. 

힘찬이 같은 아이가 우리 반이었다면 

아마 몸저 누웠을 거다. 

하지만 선생님은 힘찬이가 <영감님>이라고 놀려도 <선생님 바보>라고 놀려도 

심지어 선생님 머리를 때려도 참으신다. 

 이건 나에겐 상상도 못할 인내심이다. 한편으론

그렇게 참아 주는 것이 힘찬이를 위하는 일일까 싶기도 하다. 

선생님은 참다 참다 힘찬이 아버지에게 전화를 하게 되고 

힘찬이에게 상처가 있다는 걸 알게 된다. 

그건 바로 부모의 이혼이었다. 

 

그렇다 

힘찬이처럼 교실에서 과잉행동을 하는 아이들에겐 저마다 이유가 있다.  

내가 좋아하는 프로그램 중의 <우리 애가 달라졌어요>란 게 있었는데 

거기에 나오는 아이들을 자세히 들여다 보면 결국 가정의 문제, 특히 부모에게 

문제가 있음을 전문가들이 지적하곤 한다. 

 

나 또한 교실에서 문제 행동을 보이는 아이들을 보고  

학부모와 상담을 하다 보면 가정의 문제가 있음을 매번 확인한다. 

 

건강한 가정을 꾸려 간다는 것은 

어린이들에게 그 무엇보다 중요한 자양분이 된다. 

 

이책은 교사로서 이런 아이들을 어떻게 대해야 할 지 생각하게 해 주고 

부모로서도 우리 아이들에게 어떤 가정의 모습을 보여줘야 할 지 생각하게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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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관 길고양이 - 제8회 푸른문학상 동화집 미래의 고전 21
김현욱 외 지음 / 푸른책들 / 2010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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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운 작가들의 새로운 이야기는 그 만남부터가 설레이게 만든다. 일곱 작가의 일곱 가지 맛이 나는 이야기를 읽으면서 참 신선했다. 각기 다른 개성을  가지고 써내려간 이야기들은 보는 사람에게 여러 가지 맛을 골라 먹는 재미를 선사하였다. 그 중에서 가장 좋았던 작품은  [도서관 길고양이]였다.  역시 책 제목으로 선택될 만큼 구성면에서 탁월하였다.

1. 도서관 길고양이

    길고양이가 뭘까 궁금해하며 책을 읽어 보니 우리가 예전에 부르던 도둑고양이를 요즘에는 그렇게 부르는 모양이다. 훨씬 순화된 느낌이다.  이 작품은 앞에도 썼지만 구성면에서 탁월하다는 생각이 든다. 추리 형식으로 이야기가 전개되는데 반전까지 준비되어 있어 보는 내내 나도 다미처럼 길고양이의 안부가 궁금해지며 길고양이를 만나게 될 설레임에 두근거리게 된다. 

   또 이 작품이 좋았던 이유는 작가의 독서의 목적에 대한 생각이 나와 같아서이다.

   다미라는 아이는 책은 싫어하지만 노숙자에게 우유를 주기도 하고, 길고양이에게 주려고 음식을 몰래 놔둘 줄도 아는 그런 배려심이 있는 아이이다. 반면 책을 좋아하고 책과 더불어 사는 엄마는 고양이도 무섭고, 강아지도 무섭고, 노숙자도 무섭다고 한다. 노숙자에게 우유를 주고 온 다미가 칭찬을 받으려고 그 사실을 말하자 오히려 야단치는 부분은 엄마의 이중성을 보여 주는 부분이다. 보통은 책을 좋아하는 사람은 배려심이 많고  그렇지 않은 사람은 반대로 표현되곤 하는데 이 작품에선 오히려 다미가 더 배려심이 있고 주변을 돌아볼 줄 아는 사람으로 표현되고 있다. 여기서 작가가 일부러 캐릭터 설정을 그렇게 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엄마는 왜 다미가 싫어하는 책을 그토록 읽히려고 했을까? 모르긴 몰라도 다른 사람을 도와 주기 위해서 읽어야 한다고 말하지는 않았을 것 같다.  독서를 하면 지식이 풍부해지고.사고력과 어휘력이 늘고. 논술을 잘할 수 있고... 등등의 이유였을 듯 하다. 하지만 결말에 가서 다미가  그렇게도 거들떠 보지 않던 책을 스스로 들고 나오는 그런 이유들이 아니라 바로 노숙자 아저씨를 도와 주기 위해서였다.  다미가 자신을 위해서 책을 꺼낸 것이 아니라 노숙자 아저씨를 위해서 책을 껴냈다는 것이 깊이 와 닿았다.

   독서가 중요하다는 것은 누구나 안다.  그런데 독서가 자신만을 위한 걸로만 그친다면 진정한 독서가 아니라고 본다. 나를 넘어서 모두 행복할 수 있도록 실천과 행동으로까지 나아갈 수 있는 게 독서의 목표가 아닐까? 나 혼자 똑똑해지고 나 혼자 행복하고 나 혼자 즐거운 걸로 끝난다면 참된 독서의 의미가 아니라고 생각된다. 그래서 난 이 작품이 다미를 통해서 독서의 목적지가 타인에 대한 배려까지 갈 수 있어야 됨을 보여주는 게 참 마음에 들었다.

 2.겨드랑이 속 날개 

  반항기 가득한 최욱삼을 녹여 낸 것은 호된 회초리가 아니라 분교 어린이들과 선생님의 순수한 마음이었다. 2학년 동생의 < 형. 이마에 애벌레가 구겨졌어> 라는 말은 참 기발하다. 그런 말을 들으면 누구라도 무장해제되는 기분이 들 것 같다. 결국 나그네의 옷을 벗기는 것은 강한 바람이 아니라 포근하게 감싸주는 햇살임을 깨닫게 해 주는 작품이었다.  

  특히 선생님의 시 수업은 욱삼이를 비롯한 어린이들에게 감성을 길러 줄 수 있는 가장 좋은 수업이었던 것 같다. 이렇게 어른이 나도 시를 읽으면 어느덧 나도 모르게 순수한 마음으로 되돌아가는데 어린이들이야 오죽하랴... 선생님의 말씀 중 마음에 와 닿는 한 마디 < 시는 이렇게 당연한 걸 노래하는데 우리 마음에 때가 너무 많이 묻어서 시시하게 보이고 이상하게 보이는 거야>라는 말은 정곡을 찔러 준다.

  3. 일곱 발, 열아홉 발

  [도서관 길고양이]다음으로 좋았던 작품이다. 현실을 풍자하고 있어서 말이다.  

  아파트 단지 안에서 쓰레기장을 어디에 놔두냐를 놓고 벌어지는 해프닝을 쓴 이야기이다. 그 속에서 우린 집단 이기주의 무서운 모습을 본다. 어디 쓰레기장 뿐이겠는가? 임대 아파트가 들어 오면 집값이 떨어지니 안 된다. 장애인 학교를 근처에 세우면 안 된다.   우리는 심심찮게 언론을 통해 집단 이기주의의 모습을 자주 목격한다.  지연이의 말처럼 어린이들에게는 서로 사이좋게 지내라 하면서 어른들끼리 서로 이기심으로 싸우는 모습은 우리 어린이들에게 어떤 모습으로 비쳐질지 조금이라도 생각한다면 이런 집단 이기주의는 조금 줄어들지 않을까?

  4.대장이 되고 싶어

  이 작품을 읽는 동안 우리 딸과 아들이 생각났다. 놀이를 하면 누나는 항상 대장, 남동생은 항상 부하이다.옆에서 지켜 보면 동생이 좀 안 되었다는 생각이 들 때도 있다. 심지어 간식을 먹을 때도 하나가 남으면 절대 집어 들지 않는 아들이다. 그 하나는 당연히 누나 몫이라고 생각하는 거다. 이렇게 군기가 팍 들어 있는 상태인데 어쩌다 수틀리면 자기는 왜 맨날 부하만 하냐고 누나가 아닌 부모에게 하소연을 하기도 한다.하지만 언젠가는 하극상이 시작되겠지. 

 이 작품은 어른들에게는 아무 것도 아닌 것도 아이들에게는 대단한 놀이가 될 수 있고 또 그 놀이를 아이들의 말로 정말 실감 나게 표현하고 있다. 제목처럼 나이가 어리더라도 동생으로 태더났더라도 누구나 대장을 하고 싶다는 아이들의 소망을 잘 보여 준다. 끝까지 대장을 하려고 하는 옆집 형아와 맞서서 '오빠가 대장'이라고 말해 주는 고마운 동생 지유를 보면서 역시 형제가 있어서 다행이다는 생각을 해 본다. 매번 놀다가도 5분도 안 되어 다투는 우리 집 남매를 보면서도 그래도 혼자 보단 둘이라서 다행이다라는 생각이 드는 건 이런 이유에서일 게다.

5.엘리베이터 괴물  

    이 작품은 엘리베이터 괴물의 공포에 휘싸여 있는 영민이의 심리 묘사가 좋았다. 영민이가 보여 주는 행동이 결코 평범해 보이진 않지만 아이들은 때론 상상력이 너무 풍부해서 그럴 수도 있겠다 싶은 생각이 든다. 그런 아이에게 어른의 방법은 통하지 않을 터.. 역시나 절친인 준호가 영민이의 괴물 퇴치법을 알려 주는 부분은 코믹하지만 상상력은 역시 상상력으로 승부해야 한다는 걸 보여준다. 

   엘리베이터 괴물, 시험 괴물, 무대 공포증 괴물이 오거든 이렇게 주문을 외어 보렴.

<마시라, 구린똥말린똥물똥된똥! 괴물아, 달아나라! 똥가루 퍼붓기 전에 얍!>

 

  6. 슬픔을 대하는 자세

  갑자기 아빠를 잃어버린 가정의 이야기이다. 어느 날 갑자기 가족 중의 한 명이 하늘 나라로 간다면 그 슬픔은 이루 말할 수 없을 것이다. 물론 시간이 해결해 주겠지만 시간이 지나도 문득문득 추억들이 생각나 그 상처를 들춰낼 것이다.  아빠가 돌아가시고 누나가 슬픔에 푹 잠겨 지낼 때 겨우 1학년인 정우는 오히려 엄마를 도와 주러 종이 봉지를 눌러 쓰고 쇼를 한다. 오히려 슬퍼하고 먼저 간 아빠를 원망하는 누나보다 이렇게 애어른처럼 행동하는 정우가 더 측은하다는 생각이 든다. 애는 애답게 커야 하는데 말이다...정우가 마치 소희-너도 하늘말나리야-처럼 느껴진다. 이웃들은 어쩌면 그렇게 야박한지... 조금 떠들었다고 와서는 하는 말이 < 하는 짓이 고와야 불쌍하게라도 여기지> 라니. 남의 아픔과 슬픔은 금방 잊는다. 잊더라도 적어도 상처를 후벼 파지는 말아야지.

 

7. 하늘에 세수하고 싶어 

  친하게 지내던 옆집 아줌마가 어느 날 새엄마가 되어 갈등하는 이야기인데 여기에 나오는 새엄마 미스 박 아줌마의 캐릭터는 정말 사랑스럽기 그지 없다. < 외톨이>의 마지막 작품 <한파주의 보>와 일맥상통하는 부분이 있어서 좀 헷갈리기도 하지만 미스 박 아줌마 같은 새엄마라면 민주와 친딸과 엄마처럼 잘 살아갈 수 있을 것이다.  점점 재혼가정이 늘어나는 추세에  새엄마는 나쁜 사람이라는 공식 대신 새엄마는 좋은 사람 이라는 새로운 공식이 우리 마음 속에 파고들기 바란다.

  미스 박 아줌마의 캐릭터에 조금 묻히긴 했지만 민주의 캐릭터 또한 생생하게 잘 그려졌다. 아이답게 미스 박 아줌마에게 직접 복수는 못하고 미스 박 아줌마의 개를 내쫓기 위해 고양이를 사서 골탕 먹이려는 잔머리는 귀엽기마저 하다. 

 

일곱 작품 모두 다른 소재와 다른 분위기로 쓰여져 있어서 일곱 가지 색다른 맛을 고스란히 느낄 수 있었다.  하지만 서평은 무지 쓰기 힘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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쉿! 비밀이야 모퉁이책방 (곰곰어린이) 8
마리안느 머스그로브 지음, 김호정 옮김 / 책속물고기 / 2010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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쉿, 비밀이야!  두 자매가 아무도 엿듣지 못하게 뭔가 비밀을 약속하고 있다. 그것도 행운의 문고리를 걸고서 말이다. 

그런데 그 비밀이 우리가 흔히 예상하는 이성에 대한 호기심 내지는 그 나이 또래의 여자 아이들이 간직하고픈 그런 비밀이 아니다. 탈리아와 켄지 자매의 비밀은 바로 할아버지가 치매를 앓고 계시다는 것을 이복언니 리나를 비롯해 주변 사람들이 눈치 채지 못하게 하는 것이다. 

할아버지가 치매를 앓고 계시다는 걸 알게 되면 분명히 할아버지를 요양원에 보낼 것이고 그러다 보면 미성년자인 탈리아와 켄지 또한 뿔뿔이 흩어질 게 뻔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자매가 생각해 낸 방법은 바로 할아버지가 예전처럼 건강하시다고 속이는 것이다. 사고로 부모님이 돌아가신 후 할아버지가 두 자매를 보살펴 주셨기에 자매에게는 할아버지가 전부인 셈이다. 그런 할아버지와 헤어져 살 수는 없기에 자매들의 선택은 어쩔 수가 없어 보인다.  하지만 할아버지는 자신의 지갑이 어디 있는 지도 모르시고, 지갑을 겨우 찾은 순간 통장에 있던 돈을 모두 찾아 기부를 해 버리는 등 자매가 감당하기에는 어려운 사건들이 줄줄이 일어난다. 하지만 할아버지를 포기할 수 없는 자매. 이 책은 자매가 좌충우돌 여러 가지 사건을 겪으면서 할아버지의 병명을 속이는 이야기들을 잔잔하게 그려지고 있다.

그 속에서 진정한 가족애란 것이 무엇인지 가족을 위해 나를 희생한다는 의미가 무엇인지 그리고 막내 켄지를 통해 자신을 옭매이고 있던 트라우마를 이겨내는 방법이 무엇인지 일깨워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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