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정 폭력의 희생자인 딸

사토장이의 딸 - 상
조이스 캐롤 오츠 지음, 박현주 옮김 / 아고라 / 2008년 10월

조이스 캐롤 오츠라는 미국 작가의 작품이다. 

<멀베이니 가족> <소녀 수집하는 노인>에 이어서 그녀의 작품을 연속적으로 읽고 있다. 

한 작가의 작품을 계속 읽으면 좋은 점이 바로 전작들과 비교가 가능하다는 것이다. 

이 작품 또한 <멀베이니 가족>과 내내 비교하면서 읽고 있다. 

아직 하권은 안 읽었지만. 

사토장이.  

별로 쓰지 않는 단어임에 낯설었다. 

무덤을 파고 관을 묻고 마지막 흙을 덮은 후 그 무덤을 관리하는 사람이라는 뜻을 가진 낱말로 

사토장이는 백정이나 별반 다르지 않게 굉장히 비천한 계급으로 생각되고 있던 터였다. (2차 세계대전 전후이다.)

이 책은 사토장이에 대한 이야기가 아니라 바로

사토장이의 딸에 대한 이야기이다.  

독일의 나치를 피해 미국으로 이민을 온 가정이  

사토장이라는 일을 하면서 미국에서 겪게 되는 이야기를 조이스 캐롤 오츠의 거침없는 입담으로 들려 주고 있다. 

<멀베이니 가족>에서 처럼 가족 구성원 한 명 한 명에 대한 치밀한 심리 묘사가 역시 돋보인다. 

멀베이니 가족이 겪었던 일이 바로 딸의 강간을 인해 가족이 와해되는 거였다면 

사토장이의 가족은 그들이 가졌던 직업 바로 사토장이라는 것 때문에  

한 가족이 무너지고 사토장이의 딸이 겪는 폭력의 아픔을 뱉어 내고 있다. 

독일에서 이른바 엘리트였던-수학 교사-아버지가 미국으로 이민와서 

사토장이라는 저 밑바닥 인생을 살게 되면서 

아버지는 모든 사람에게 굽신거리면서도 

본 마음은 온통 다른 사람들에 대한 경계와 적개심, 분노를 가지고 있다. 

아버지는 자신이 사토장이를 하면서 겪게 되는 수모를  

온통 가족에게 푸는데 결국 두 아이들은 아버지의 폭력을 이기지 못하고 가출하고 만다.  

자신의 나라를 떠나온 것에 대한 그리움과 다른 사람들에 대한 두려움으로 

반은 정신이 나간 어머니는 아버지의 폭력에 아무런 저항도 하지 못한 채로 

마지막 남편이 당긴 방아쇠에 맞어 죽음을 맞이한다. 

아버지 또한 방아쇠를 당겨 자살을 하고 만다. 

부부의 이런 모습을 지켜 보는 딸 레베카  

미국으로 오는 배 안에서 11시간의 산통 끝에 세상에 태어난 아기 

유일하게 미국에서 태어난 아이 

그녀가 바로 레베카이다.  

아버지는 그녀를 제대로 안아 주지도 이쁘다고 뽀뽀해 준 적도 한 번도 없다. 

그렇게 그녀에게 두려움의 존재였던 바로 그 아버지가 

어머니를 죽이고 자기 또한 자살을 한 그 장면을 그녀는 똑똑히 보았다. 

아버지의 산산조각난 살점이 그녀의 머리카락에 달라붙은 걸 

누군가가 잘라내주는 경험을 한 그녀. 

그녀에게 아버지와의 좋았던 기억이 과연 있을까? 

그래. 철자 맞추기 대회에서 받은 사전이 발각되던 날 불같이 화내던 아버지가 

사전을 불구덩이에 태워버릴 줄 알았는데 그러지 않으셨다. 

그게 그나마 아버지와 있었던 좋은 기억이라고 할 수 있겠다. 

어머니. 나약한 어머니.  

아버지가 생활비를 털어 사온 라디오-아버지의 전유물-를 

어느 날 아버지 몰래 틀어 놓고 

흘러 나오는 클래식 음악에 맞춰 딸 레베카에게 

독일에서 자신이 그 곡을 연주하곤 했었다는 말을 하던 그 날 

그 날이 어머니와 가장 행복한 순간이었다. 

그렇게 부모님을 동시에 잃어버리고

레베카는 군후견인인 초등학교 선생님 집에서 몇 해를 지내게 된다. 하지만 

항상 그녀는 아버지의 환영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선생님 집은 사토장이의 오두막과는 비교도 안 될 만큼 좋았지만 

그녀는 그 생활을 견디지 못하고 뛰쳐 나온다. 

그리고 시작한 호텔 여급 생활 

그 곳에서도 그녀는 아버지의 명령대로 가능한한 다른 사람과 대화조차 하지 않으며 지낸다. 

마치 혼자 공상에 사로 잡혀 있는 사람처럼 말이다.  

그런 레베카에게 사랑하는 사람이 생기게 된다. 

어려서부터 사랑 한 번 제대로 받아 보지 못한 채로 

지금까지 자신을 방어하기에 바쁘게 살아온 그녀가 

유일하게 사랑하는 남자. 

그런데 왠지 그 남자 티그너는 아버지를 연상시킨다. 

아버지의 폭력에서 겨우 벗어났나 싶었는데 

이제 또 다시 남편 티그너의 새로운 폭력이 시작되는 것 같다. 

(하권을 마저 읽어 봐야지. ) 

 510쪽 되는 책이 전혀 지루하지 않다. 그녀만의 특기인 것 같다. 이야기에 몰입할 수 있도록 하는 거 말이다. 

멀베이니 가족도 그렇고 이 책도 그렇고 둘 다 아버지가 가정 파괴의 주범이 되고 있다. 가장으로서 중심으로 서 있지 못하고  

자신의 아픔과 가족의 아픔을 감싸 주지 못하고 그 곳에만 머무르다 못해 오히려 가족에게 폭력을 행사하는 아버지의 모습. 

거기다 어머니는 굉장히 무기력하고 나약하게 그려지고 있다. 아버지의 그런 폭력 앞에 자신을 비롯하여 자식들을 보호해 주 

지  못하는 모성 본능 조차 작동이 되지 않는 어머니. 

그리고 아버지의 횡포에 가장 고통을 받는 대상은 바로 딸로 그려지고 있다. 

멀베이니의 매리언이 그렇고 

레베카가 그렇다. 

이런 점이 두 작품이 굉장히 닮아 있다고 생각되어진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서로 다른 재미를 줄 수 있는 것은 바로 

작가의 재주임이 분명하다. 

누나는 선생님

똑똑한 누나가 있어서 얼마나 엄마는 편한지.. 

엄마가 책을 읽는 동안 

자신이 나서서 동생 한글 학습을 해 주겠다고 나서는 우리 장녀 

책을 읽으면서도 가만히 딸 아이가 설명하는 걸 들어보니 

엄마보다 더 꼼꼼하게 

더 친절하게 

더 자세하게 잘 가르친다.  

엄마와 공부할 때 보다 

더 정신 바짝 차리고 공부하는 울 아들. 

누나의 설명을 잘 따라하는 아들 또한 대견하다. 

이럴 때마다   

둘 낳아서 천만다행이다라는 생각을 하곤 한다. 

물론 싸울 때도 있지만  

이렇게 사이좋게 뭔가를 하는 남매를 바라보고 있으면 

정말 가슴 뿌듯하다. 

 

눈이 오네.

머리카락이 많이 자라 

둘 다 데리고 미장원에 가려고 나왔는데 

눈이 소오복히 내리고 있었다. 

눈이 오니 그냥 지나갈 수 없지. 

얼른 카메라를 가져와 추억을 남겼다. 

지난 번 내린 눈이 아직도 녹지 않은 곳이 많은데 

거기에 또 이불 하나를 덧입혀 주고 있다.  

지난 번 눈이 많이 왔을 때 딸이랑 함께 만든 눈사람이다. 

만들고 나서 잘 놔두고 왔는데 10분도 안 되어 누군가 쓰러뜨렸다면서 

딸이 엄청 분개했다. 

이렇게 순수한 마음으로 정성껏 만든 눈사람을 쓰러뜨리는 나쁜 인간은 도대체 뉘야? 

제발 그런 일 좀 안했으면 한다.  

어차피 해가 떠오르면 스스로 녹을 눈사람인데 왜 굳이 발로 차서 쓰러뜨려야 하는지...  

 

 

이렇게 눈에 누울 수 있을 때가 참 좋은 것 같다. 

난 이제 이 아이들처럼 눈밭에 누울만한 동심이 없나 보다. 

당장 옷이 젖을 것을 염려하니 말이다. 

눈은 아이들에게 생동하는 장난감이 되어 주니 참 고맙다.

요리는 즐거워

연일 추위가 이어지고 있어서 

따끈따끈한 간식만 생각난다. 

오랜 만에 집표 호떡을 만들어 보기로 하고 

반죽을 했는데 아뿔사  

물을 너무 많이 넣어 질어져 버렸다. 

엄마는 호떡 덩어리를 떼어내고, 딸은 기름칠 하고, 아들은 소 넣고 , 아빠는 프라이팬에 굽고  

지글지글 호떡 익는 소리가 들린다.

온 가족이 협동하여 만들어진 맛있는 호떡 !

비록 반죽이 잘못되긴 했지만 함께 만들어서인지 더 맛있는 것 같다. 

수퍼남매 새 옷

친할머니, 외할머니가 생일 선물 사주라고 주신 돈으로 옷을 사 줬다. 

둘 다 생일이 12월이라서 

우리 집 12월은 진짜 바쁘다. 

두 아이 생일에 크리스마스 연말에 진짜 정신이 없다. 

할머니들이 주신 돈으로 엄마가 발품을 팔아 사온 새 옷을 입고 한 컷 찍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