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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들이 말하지 않는 23가지
장하준 지음, 김희정.안세민 옮김 / 부키 / 2010년 11월
평점 :
구판절판
11월에 출간된 이래 베스트셀러의 자리에서 내려오지 않고 있는 장하준 교수의 경제책이다.
밤마다 자기 전 한 챕터씩 읽는 걸 목표로 하고 읽었다.
우리가 경제에 대해서 가지고 있는 잘못된 통념들을 다시 생각해 보게 해 주는 아주 유익한 책이다.
장하준 교수가 한국분이어서인지 한국을 인용하는 것이 자주 나온다.
다른 시각에서 보면 한국이 바로 자유시장주의 때문에 실패의 길을 걷고 있는 나라이기 때문이기도 하리라.
<정의란 무엇인가?>와 이 책이 이렇게 베스트셀러가 된 것은 아마 우리 국민들이 둘(정의, 제대로 된 경제)을 갈망하고 있다
는 증거도 된다는 생각을 해 본다.
신년초 물가 상승률이 예사롭지 않다. 엊그제 오랜만에 주유를 하다가 진짜 놀랐다. 리터당 휘발유값이 1800원을 넘어섰다.
2000원이 넘는 곳도 많다고 한다. 완전 물가가 미쳤다. 나라에서 기름값만은 잡겠다고 하는데 이제 국민들도 포기상태인지
저렇게 기름값이 고공행진을 계속하는데도 항의도 하지 않는다.
이게 다 자유시장주의 때문이라는 것이 장하준 교수의 말이다.
현재 세계 경제를 만신창이로 만든 주범이 바로 <자유시장주의>라는 것이다.
자유시장주의가 무엇인가?
항상 그대로 내버려 두면 시장이 알아서 가장 효율적이고 공정한 결과를 이끌어 낼 것이라는 것이다.
그러니까 지금과 같이 물가가 천정부지로 치솟더라도 정부가 나서지 말고 시장에 그대로 맡겨 놓으면
알아서 공정한 효과를 이끌어 낼 거라는 말이다.
그들의 주장대로 30년을 세계의 많은 나라들이 자유시장주의를 채택하였다. (개발도상국들이 더 심하다.)그 결과
지금 세계는 이렇게 만신창이가 되어 버린 것이다.
우리 나라도 예외는 아니다.
책을 읽고 나니 <자유시장주의> 내지는 < 신자유주의>라는 녀석이 굉장히 무서운 괴물이라는 생각이 든다.
자유시장주의를 알고 나니 지금 우리 나라 경제가 이렇게 된 것 또한 그 녀석 때문이란 결론을 얻었다.
경제 분야 뿐만이 아니라 사회 여러 분야에서 무한 경쟁으로 내몰게 하는 이 이데올로기가 우리나라를 잠식하고 있음을
알았다. 다른 분야는 제껴 놓더라도
내가 있는 교육 분야만 해도 이 신자유주의가 들어와서
학생들끼리, 교사들끼리 서로 치열한 무한경쟁을 하도록 만들었다.
장하준 교수의 말대로 서로 같은 조직 내에서 신뢰하고 상호 연대해야 높은 효과를 거둘 수 있는데
신자유주의는 만인이 만인의 적이 되는 무한경쟁으로 치닫게 만들었다. 게다가 학생을 보는 시선들도 이해하고 배려해야 할
인격적인 존재가 아니라 보다 좋은 결과를 위해 점수 따기 기계 같은 도구로 보도록 몰아가고 있다.
학부모들은 자기 아이 성적만 좋다면 선생님들이 자기 아이들을 그저 그렇게 기계로 보아도 괜찮은 것일까?
무한 경쟁을 시켜야만 학생도, 교사도 우수한 사람이 나온다는 논리에서 최대한 경쟁을 시키도록 유도하고 있다.
하지만 학생도 교사도 무한경쟁이 아니라 서로 상호 연대해야만 좋은 결과가 나온다.
바로 핀란드 교육이 그걸 입증해 주고 있다.
무한 경쟁으로 치닫게 한 결과 로봇 영재였던 전문계고 출신의 카이스트 학생이 자살한 게 아닌가?
(학교 성적에 비관, 영어로 하는 미적분학 수업을 따라가지 못함, 유명고교 출신의 타학생과의 비교로 인한 좌절감으로 인해 자살을 한 경우이다.)
그렇담 우리가 잘 못 알고 있는 23가지가 어떤 것인가 한 번 적어 본다. (장하준 교수의 주장이자 자유시장주의에 반대하는 시
각이다.)
1. 자유시장이라는 것은 없다.
2. 기업은 소유주 이익을 위해 경영되면 안 된다.
3. 잘사는 나라에서는 하는 일에 비해 임금을 많이 받는다.
4. 인터넷보다 세탁기가 세상을 더 많이 바꿨다.
5. 최악을 예상하면 최악의 결과가 나온다.
6. 거시 경제의 안정은 세계 경제의 안정으로 이어지지 않았다.
7. 자유시장 정책으로 부자가 된 나라는 거의 없다.
8. 자본에도 국적은 있다.
9. 우리는 탈산업화 시대에 살고 있는 게 아니다.
10. 미국은 세계에서 가장 잘사는 나라가 아니다.
11. 아프리카의 저개발은 숙명이 아니다.
12. 정부도 유망주를 고를 수 있다.
13. 부자를 더 부자로 만든다고 우리 모두가 부자가 되는 것은 아니다.
14. 미국 경영자들은 보수를 너무 많이 받는다
15.가난한 나라 사람들이 부자나라 사람들보다 기업가 정신이 더 투철하다
16.우리는 모든 걸 시장에 맡겨도 될 만큼 영리하지 못 하다.
17. 교육을 더 시킨다고 나라가 더 잘살게 되는 것은 아니다.
18. GM 에 좋은 것이 항상 미국에도 좋은 것은 아니다.
19. 우리는 여전히 계획 경제 속에 살고 있다.
20. 기회의 균등은 항상 공평한 것은 아니다.
21. 큰 정부는 사람들이 변화를 더 쉽게 받아들이도록 만든다.
22. 금융 시장은 보다 덜 효율적일 필요가 있다.
23. 좋은 경제 정책을 세우는데 좋은 경제학자가 필요한 건 아니다.
특히, 17강, 18강, 20강, 21강 은 우리나라와 연관이 많은 부분들이다.
대학 진학율이 높다는 것이 잘사는 게 아니라고 저자는 말한다.( 우리나라 같이 대학진학율이 높은 나라에서는 수긍하기 힘
든 주장이다.) 저자는 그 증거로
우리나라보다 대학진학율이 훨씬 저조한 북유럽 나라들이 더 잘살고 행복지수도 더 높다는 걸 지적한다.
20강은 <정의란 무엇인가?>와 맥락이 비슷하다.
요즘 들어 정치권에서 보편적 복지냐 선별적 복지냐를 가지고 말이 많은데 이책은 결국 보편적 복지를
하는 게 바로 기회균등의 완성이며 진정한 정의라고 말하고 있다.
20강은 개인적으로 가장 절실히 와닿는 부분이라 장하준 교수의 글을 옮겨 적어 본다.
기회의 균등만 주는 걸로 충분하다는 자유시장주의자들에 대하여
기회의 균등은 공정한 사회를 이룩하기 위한 출발점이다. 하지만 이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문제는 모든 사람이 같은 조건에서 경쟁을 했는가 하는 것이다. 어떤 아이가 배가 고파서 수업 시간에 제대로 집중하지 못한다면 선천적으로 능력이 떨어지기 때문에 성적이 나쁘다고 말할 수는 없다. 공정한 경쟁이 되려면 그 아이도 다른 아이들처럼 배불리 먹을 수 있어야 한다. 집에서는 생계비 지원을 받아서 식사를 할 수 있도록 하고, 학교에서는 무료 급식을 통해 밥을 굶지 않도록 보살펴야 한다. 기회의 균등이 진정한 의미를 가지려면 일정 수준 이상의 결과의 균등이 보장되어야 한다. 말하자면 부모가 아이를 굶기지 않을 정도록 돈을 벌 수 있어야 그 아이도 같은 조건에서 다른 아이들과 경쟁을 할 수 있는 것이다.
예를 들어 남아프리카 공화국 흑인들은 이제 백인들과 똑같이 보수가 높은 직업을 구할 수 있는 기회가 보장되지만 그 직업에 적합한 교육을 받지 못햇으면 아무 소용이 없다. 흑인들은 이제 과거 백인들만 다니던 좋은 대학에 입학할 수 있지만, 읽고 쓰기도 제대로 못하는 역량 미달의 교사들만 있는 가난한 학교 출신이면 명문 대학에 입학할 확률은 여전히 희박할 뿐이다.
18강도 의미심장하다.
GM대신 삼성으로 바꿔 읽으면 딱이다. 삼성에 좋으면 다 좋다고 생각하며 삼성이 망하면 우리나라가 당장이라도 무너질 것 처럼 말하는 자들에게 부디 속지 않기를 바란다. 아직도 삼성을 최고의 기업이라고 생각하고, 삼성에 취업하는 것이 최고의 목표이며, 삼성에 다닌다는 것을 가문의 영광으로 아는 사람들이 많다는 걸 알고 있다. 그리고 삼성에 노조가 없다는 걸 굉장히 자랑스러워한다는 것 또한 알고 있다. 김용철 변호사가 삼성의 비리를 폭로한 지가 몇 년이 흘렀음에도 불구하고 아직 까지 삼성에 대한 맹목적 지지는 사그라들지 않아 보인다. 삼성에서 온갖 비리가 터져 나와도 사람들은 여전히 삼성이 최고라고 믿는다. 삼성공화국에 대한 지지는 정말 어이가 없는데 꼭 이 18강을 읽어 보시길 바란다. 읽고 나서도 삼성을 지지한다면 어쩔 수 없지만 조금이라도 생각이 바뀐다면 정말 다행이다.
GM은 삼성과는 비교가 안 될 정도로 미국에서 추앙받던 기업이다. 오죽하면 GM 에 좋은 것이 항상 미국에도 좋다 라는 말이 있었겠는가? 하지만 GM은 그렇게 좋은 기업이 아니었고 다른 자동차 회사에 추월당하면서도 기술력을 높이기 보다 다른 것들로 위기를 모면하려다가 결국 파산하였다. 그러나 미국은 망하지 않았다. 중요한 건 GM이 망하면 나라가 망하고, 나라가 망하면 개인이 망한다고 두려움에 떨게 만드는 게 바로 자유시장주의자들의 속임수라는 것이다.
솔직히 경제서적을 이렇게 읽은 건 거의 처음인 것 같다. 그만큼 관심이 없었다. 그런데 나같은 사람도 관심을 가지게 할 만큼 지금 우리나라 경제가 말이 아니다. 물가 좀 보시라. 나 또한 20-30대에는 세상살이에 관심이 없었다. 그런데 살다 보니 세상이 공평하지도 않고 정의롭지도 않았다. 왜 이런 세상이 되었는지 궁금해졌다. 원인 없는 결과는 없으니까 말이다. 찾다 보니 그 원인을 알게 되었다. 경제 분야는 바로 이 자유시장주의가 범인이었던 거다. 자유시장주의를 부추기고 그걸 정책으로 채택한 사람들이 바로 우리를 이 지경으로 몰아 넣은 것이다. 엊그제 신문에 보니 프랑스에 사는 특파원이 <분노하라>는 기사를 썼다. 프랑스 사정도 말이 아닌가 보다. 이 자유주의 때문에 말이다. 그래서 시민들에게 <분노하라>고 외치는 것이다. 우리도 분노할 때가 된 것 같다. 그런데 알지 못하면 분노할 수가 없다. 먼저 작금의 상황을 직시해야 한다. 그래야 정당한 분노가 나온다. 이책이야말로 현실을 잘 알 수 있도록 친절한 교과서가 되어 준다.
끝으로 장하준 교수의 말을 빌어 써 본다.
세상이 실제로 어떻게 돌아가는지를 이해하지 않고서는 경제 시민으로서 권리를 행사해서 사회에 이바지하기는커녕 우리 자신의 권익마저도 제대로 지켜 낼 수 없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