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스티커 토끼 ㅣ 모퉁이책방 (곰곰어린이) 9
가브리엘라 케셀만 지음, 김영주 옮김, 테레사 노보아 그림 / 책속물고기 / 2011년 2월
평점 :
토끼의 해를 맞아 딱 어울리는 그림동화책이 나왔다.
바로 <스티커 토끼>라는 책이다. 스티커, 토끼 둘 다 아이들이 좋아하는 소재인데 둘이 만났으니 분명 흥미로울 법하다.
어느 날 부부 토끼는 <당근 갈기 대회>에 당첨되었다는 편지를 받는다.
부부는 대회에 참가하기 위하여 할머니께 아기 토끼들을 부탁한다. 하지만
할머니는 세상에서 가장 정신 없는 토끼이다.
할머니 혼자 비슷비슷한 스무 마리 토끼를 알아서 챙길 수 있을까?
엄마 토끼는 할머니 토끼를 위해서 아기 토끼들의 특징을 하나하나 설명해 주고,
할머니 토끼는 준비해 온 스티커에 꼼꼼히 적는다.
까탈쟁이, 싸움닭, 독불장군,까불이, 투덜이,똑순이. 무뚝뚝이 등 아기 토끼들은 저마다의 별명이 있다.
할머니는 자신이 정리한 스티커를 토끼 등에 붙이고 한가롭게 휴식을 취한다. 그런데
아뿔사~~ 바람이 불어와 토끼 등에 붙여 놓은 스티커가 날아가 버리고 만다.
스티커 없이는 아기 토끼들을 구별할 수 없는 할머니 토끼.
궁여지책으로 아기 토끼들을 구별하기 위해 할머니만의 작전을 쓴다.
입방정 토끼를 찾아내기 위해 손님 접대를 해 보지만 입방정 토끼를 찾을 수 없고,
독불 장군 토끼를 찾아 내러 일찍 잠을 자라고 해 보지만 도통 찾을 수가 없다.
예상대로라면 할머니가 시키는 일을 싫어하는 토끼들이 나와 줘야 하는데 말이다.
결국 할머니 토끼는 아기 토끼들을 내버려 둔다.
그러자 할머니 토끼의 눈에 아기 토끼들의 본질이 보이기 시작하고 할머니 토끼는 아기들을 향하여
<너희들은 정말 대단해!>라고 말하며 손자들을 꼬옥 안아준다.
어떤 사람도 하나의 낱말로 규정 짓기는 참 어렵다. 이 책은 그런 단순한 규정 짓기가 얼마나 위험한 일인지 깨닫게 해 준다. 엄마 토끼가 스무 마리나 되는 아기 토끼들에게 지어 준 별명은 아기 토끼의 하나의 단면일 뿐이다. 엄마 토끼 말대로라면 분명 할머니가 연출한 그 상황마다 각각의 별명을 가진 토끼들을 골라냈어야 하는데 할머니는 매번 실패한다. 왜냐하면 바로 아기 토끼들의 다른 면들이 발현되었기 때문이다. 인간도 마찬가지이다. 평소에 소심하던 사람도 어떤 상황에서는 대범할 수도 있고, 평소에 덜렁대던 사람도 어떤 상황에서는 침착할 수도 있다. 인간이 하나의 면만을 가지고 있다고 단정하고 그런 사람으로만 규정 짓는다는 것은 위험하다. 인간은 그렇게 단순한 구조물이 아니다. 스티커, 선입견이라고도 할 수 있는 이 부분에 대해 좀 더 자유롭다면 대인관계가 훨씬 더 편안해질 것 같다.